복잡한 현실 속 명쾌한 건강함을 선사하는 '닥터 챔프'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것이 의사나 운동선수처럼 그나마 나아보이는 직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의료과실을 덮기 위해 그것을 목격한 의사를 오히려 파면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내부고발자라는 멍에를 씌워 다른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못하게 하는 상황. 가까스로 국가대표 유도선수로 뽑혔지만 잦은 부상에 고인이 된 형의 가족까지 부양해야 되는 상황. 한때 촉망받는 선수였으나 사고로 하지마비 판정을 받아 다리를 절게 되고 의사가 되어 돌아와 한때 사랑했던 여자의 주위를 서성대는 상황. 혹자는 절망할 수 있는 이 상황을 버티게 해주는 공간은 다름 아닌 태릉선수촌이다. 연우(김소연)와 지헌(정겨운), 그리고 도욱(엄태웅)은 이 곳에서 만난다.

물론 태릉선수촌 역시 매일 같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경기 전날 잘못 놓은 수액 처방으로 도핑검사 때문에 아예 경기조차 치르지 못하게 하고, 매독에 걸린 선수의 애원으로 페니실린 처방을 했다가 쇼크로 쓰러진 선수를 가까스로 살려내는 등, 연우의 하루하루는 살얼음판이다. 한편 지헌은 5년 전 태릉선수촌에 들어왔으니 무단이탈한 사례 때문에 계속 믿음을 주지 못하고, 한때 친구였던 상봉(정석원)과 갈등을 겪는다. 생활고 때문에 형수가 노래방 도우미로 나가자 그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그의 일상 역시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럴 때마다 태릉선수촌은 이들을 바깥으로 내쫓으려 한다. 연우는 간신히 들어온 태릉선수촌 의무실에서 매번 쫓겨날 위기에 서게 되고, 지헌 역시 후보를 벗어나기 위한 경쟁에 늘 놓여지게 된다. 주변상황은 복잡하고 늘 힘겨운 상황이 반복되지만, 그래도 이들은 태릉선수촌의 끝자락을 잡고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세상은 어딘지 이 청춘들에게 '심판 없이' 불공정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도욱 같은 냉철하지만 그래도 공정한 심판은 어딘가에는 존재한다.

'닥터 챔프'는 결국 이 세 사람이 엮어가는 사랑이야기가 메인 테마다. 하지만 그 사랑을 한갓 멜로의 하나의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이들 주변에 배치된 상황들이 이 풋풋한 사랑을 통해 극명하게 대비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작은 안식처처럼 보인다. 별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그저 만나서 맨발로 잔디를 함께 걷고, 한밤중 우연히 함께 택시를 타고, 뒤늦은 저녁을 라면으로 때우면서도 그들이 사랑하는 모습이 흐뭇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스포츠가 가진 정직함과, 의학이 가진 인간애,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랑이 엮어진 이 드라마는 그래서 전체적으로 건강함을 선사한다. 부상 좀 입어도 열심히 달리는 지헌과 실수와 사고를 겪으면서도 당당함과 명랑함을 잃지 않는 연우 그리고 비뚤어진 현실 앞에 굴복하지 않고 싸워나가는 도욱의 모습은 그래서 이 차가운 세상에 어떤 희망을 전한다. 현실이 차가울수록 그들의 삶과 사랑에 더 간절함을 느끼게 되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건강하다. 복잡한 가족관계와 뒤틀린 욕망으로 점철된 드라마들의 홍수 속에서 이 드라마는 어떤 섬 같은 안식을 주고 있다.

'닥터 챔프', 반칙 쓰는 세상과의 한판 승부

"만약에요. 운동을 되게 열심히 했는데, 상대선수가 나보다 힘도 너무 세고 반칙도 막 쓰고 그러면 어떻게 해요?" "방법이 없어요. 죽어라 더 노력해서 그 놈만큼 세지는 수밖에." "그거는 결국 못이기는 거 아닌가? 정정당당한 방법으로는." "아니요? 이겨요. 반칙패. 심판이 있잖아요. 반칙하면 다 걸리지 심판한테." "심판. (웃고는) 나한텐 심판이 없는데." - '닥터 챔프' 유도선수 박지헌(정겨운)과 스포츠의학 전문의 김연우(김소연)가 택시 안에서 나누는 대화 中에서

새벽 4시. 그 택시 안의 공기는 얼마나 신산했을까. 동상이몽. '닥터 챔프'의 김연우와 박지헌은 같은 대화 속에서 각자의 상황을 떠올렸을 것이다. 김연우가 떠올린 것은, 서교수(조민기)의 의료사고를 덮지 않고 내부고발한 일로 병원에서도 쫓겨나고 다른 병원에도 취직하지 못하게 된데다 겨우 들어가게 된 태릉선수촌에서조차 쫓겨나게 될 자신의 처지였을 것이다. 힘도 세고 반칙도 막 쓰는 이는 다름 아닌 바로 서교수를 지칭하는 것. 반면 박지헌이 떠올린 건, 5년 만에 태릉선수촌에 들어가게 됐지만 여전히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라이벌 상봉(정석원)이다.

이 대화처럼 '닥터 챔프'가 그리는 것은 힘도 세고 반칙도 막 쓰는 세상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풋풋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죽어라 노력하고 더 강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래도 정정당당한 판결을 내려줄 심판. 반칙하는 자들에게 반칙패 판정을 내려줄 그 누군가의 격려다. 한 명은 유도의 세계에서, 또 다른 한 명은 병원의 세계에서 만만찮은 대결을 벌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한 택시에 탔다. 비록 새벽4시, 피곤한 하루를 눕히지도 못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택시 안에서 그들의 대화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난다. 방법을 제 나름대로 말해주며 결국은 '이길거라' 말해주는 지헌이 그렇고, 그 말에 하루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는 풋 웃는 연우가 그렇다. 그래서 "나한텐 심판이 없는데"라는 연우의 대사는 어떤 여운을 남긴다. 이것은 이 드라마 속에서 앞으로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힘겨운 어깨를 두드려주며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갈 지를 예감하게 한다. 서로의 심판이 되어줄 그들.

'닥터 챔프'는 새벽4시 한 스포츠 선수와 한 스포츠의학 전문의가 한 택시 안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풋풋하고 신선하고 때론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따뜻한 드라마다. 이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분야는 몸이라는 공유지점으로 훈훈한 온기를 전한다. 한쪽은 진한 땀 냄새와 승부의 세계가 그 몸에 걸쳐있다면, 그 상처 난 몸을 치유해주는 치유의 세계가 다른 한쪽이다. 그래서 '닥터 챔프'라는 제목은 여러 가지 의미로 들린다. 결국 승리하게 된(챔프) 닥터 혹은 닥터의 남자가 된 챔프. 달콤한 멜로의 세계와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병원과 스포츠의 세계가 공존하는 드라마. 바로 '닥터 챔프'다.

'슈퍼스타K2'의 내적 외적 성공요인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MBC '목표달성토요일'에서 진행됐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악동클럽'은 소소하게 지나가 버렸고, 2006년 박진영이 진행한 스타 메이킹 프로그램 '슈퍼스타 서바이벌'은 전국과 해외에 걸친 사전 오디션과 서바이벌 형식, 시청자들의 직접 투표방식 등 작금의 '슈퍼스타K'와 상당히 유사한 형식을 갖추었지만 그다지 화제를 몰고 오지는 못했다. 2007년도 MBC에서 방영됐던 신인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 '쇼바이벌'은 쇼의 형식으로 신인들의 무대대결을 보여주었지만 역시 반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슈퍼스타K'는 다르다. 케이블 채널 엠넷에서 방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케이블로서는 불가능하다는 두 자리 수를 훌쩍 넘어섰다. 도대체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뭐가 다른 것일까.

많은 이들이 프로그램 외적인 상황을 지적한다. 즉 현실이 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상에서나마 실현시켜준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슈퍼스타K2'에 몰린 1백만 명이 훌쩍 넘는 지원자들이 그려내는 풍경은 경쟁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를 살 떨리게 재현한다. 그런데 그 엄청난 지원자들이 선정되는 기준은 현실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무리 연예인의 자식이라도, 또 학벌이 출중하다고 해도 실력이 없다면 심사위원들은 가차 없이 '불합격'을 준다. 초기에 심사위원으로 앉은 이하늘은 '철이와 미애'의 신철의 조카를 떨어뜨리면서 "너는 철이형을 통해서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하늘은 "이 오디션이 실력은 있지만 등용문이 없는 이들을 위한 것"이란 점을 반복해서 말한다. 살벌한 경쟁 현실의 리얼함 위에, 불공정한 세상을 뒤집는 판타지가 겹쳐지는 지점에 대중들의 몰입은 생겨난다.

하지만 단지 프로그램 외적인 상황에 의해 '슈퍼스타K2'가 거둔 경이적인 대중적 성공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런 외적인 환경은 기획적인 것이지만, 이 기획을 실현시키는 것은 내적인 완성도다. 그런 점에서 '슈퍼스타K2'가 거둔 성과의 반은 바로 이 끊임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내적인 성취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음악의 본질인 노래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2'는 물론 간간히 댄스를 가미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래 실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슈퍼위크를 거쳐 마지막 11인에 뽑힌 경쟁자들 중에서 댄스와 함께 노래를 한 후보자는 이보람과 김소정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각자의 개성적인 보컬로 경쟁에 임했다. 기존의 노래들을 이들이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표현해내는가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특별한 재미다.

쟁쟁한 기성가수들의 노래가 이제 첫발을 디디는 이들에 의해 거침없이 재해석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대중들을 열광한다. 그것은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해체이기 때문이다. 이문세가 '조조할인'을 부른 허각에게 "저보다 더 잘 불렀네요"라고 심사평을 말할 때, 윤종신이 장재인의 노래를 듣고는 "좋은 가수가 될 거예요"라고 말할 때 그 쾌감은 극대화된다. 심사위원들의 노래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서서히 찬사로 바뀌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이들이 불러야 하는 노래가 좀 더 폭넓은 세대를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뽑힌 11명이 첫 생방송 무대에서 부여받은 미션은 명곡들의 재해석이었고, 8명으로 좁혀진 경쟁자들이 치르게 된 미션은 이문세의 노래를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쇼바이벌'이 그랬던 것처럼 노래들이 지나치게 젊은 층에 치중되었다면 '슈퍼스타K2'는 이처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좀 더 넓은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노래들을 미션을 부여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들은 물론이고 중장년층까지 빠져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노래 자체의 매력과 그것을 절절히 표현해내는 경쟁자들의 만만찮은 노래 실력이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힘을 만들어냈다면, 이 힘에 더 강한 추진력을 부여하는 건 게임이나 스포츠를 보는 것 같은 이 프로그램만의 형식이다. '슈퍼스타K2'는 노래를 빼놓고 보면 한 판의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관중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회자로서의 김성주 아나운서(그가 예전 스포츠 캐스터였다는 점이 이채롭다)가 심판처럼 서 있고 경쟁자들이 나와 실력을 보이면 그것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준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형식은 100만 명이 넘는 지원자에서 단 한 명으로 서서히 좁혀져가는 과정을 통해 시쳇말로 '쪼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게다가 이렇게 좁혀지는 과정에서 가수들(캐릭터)은 성장한다. 스타일리스트가 붙으면서 스타일이 업그레이드되고, 보컬트레이너가 붙으면서 노래가 세련되어지는 과정은 게임에서 캐릭터가 성장할 때 바뀌어지는 갑옷처럼 대중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지지 않았다면 매번 진행될 때마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상승곡선을 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즉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엮어지는 구조가 '슈퍼스타K2'에 마치 연속극을 보는 것 같은 힘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저마다의 지원자들은 자신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을 들고 무대 위에 오른다. 허각이나 김지수가 갖고 있는 힘겨웠던 가족관계의 이야기는 노래로 승화된다. 때론 애인을 생각하며 때론 어머니를 생각하며 노래에 감정이입하는 이들의 모습은 노래 이면의 스토리를 구축한다. 게다가 함께 합숙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들은 그들만의 스토리 또한 만들어간다. 함께 연습해서 무대에서 부른 후, 둘 중 한 사람을 떨어뜨리는 경쟁 형식은 이런 스토리에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슈퍼스타K2'의 경이적인 성공을 단 한 가지 요소로서 해석하기는 어렵다. 거기에는 음악이 갖고 있는 본연의 힘과 그 음악을 세대적으로 배려하는 섬세한 연출, 마치 게임이나 스포츠를 보는 것처럼 구성해놓은 무대 그리고 차츰 성장해가는 인물들의 스토리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물론 한 몫을 하는 것은 케이블이라는 채널이라는 특성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심사라고 하지만 이승철이 지원자들 앞에 거침없이 날리는 독설은 지상파에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직설어법이 이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빠져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간에는 "왜 우리는 저런 프로그램을 못하냐"는 질책으로 '슈퍼스타K2'를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이 기획되어 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요인들을 분석하다보면 그것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예감할 수 있다. 다 년 간의 무대 노하우가 거기에는 있고, 케이블만이 자유롭게 해온 실험정신이 있으며, 다른 한 편으로는 지극히 상업적이면서도 그것이 용인되는 케이블에 대한 대중들의 감성이 들어가 있다. '슈퍼스타'는 그냥 탄생하는 게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천하무적 야구단', 야구는 예능과 어떻게 만났나

찰떡궁합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와, 역시 각본 없는 웃음을 주는 예능이 잘 어울린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야구와 예능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아마도 어디서부터 해야할 지 난감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달려라 슛돌이'의 축구와 '천하무적 야구단'의 야구는 확실히 다르다. 축구는 공을 상대방 골에 넣으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룰을 갖고 있지만, 야구는 책으로 공부해야 할 정도로 룰이 복잡하니까.

예능 프로그램이 일부 야구팬들만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 '천하무적 야구단'은 복잡한 룰을 전혀 야구를 접해보지 못한 일반인들까지 대상으로 보여주면서, 야구도 하고 또 예능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천하무적 야구단'에 들어온 인물들도 야구를 아예 모르는 초보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마르코는 룰 자체를 몰랐고, 김준은 겉보기와 달리 거품(?)이었으며, 마리오는 외모는 메이저 리그였지만 실력은 동네야구 수준이었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야구 룰은 알고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늙은 사자 이하늘, 의욕은 충만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과욕이 되곤 하는 김창렬, 나이 어린 동호, 부실한 몸의 한민관... 그나마 야구를 곧잘 하는 오지호와 김성수가 있었지만, 그것은 공격 이야기고 수비로 들어가면 이들 역시 구멍이었다.

그러니 전적은 지금껏 3승이 고작인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바로 이 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 '천하무적 야구단'에는 오히려 약이 되었다. 이 예능은 바로 이 실제 야구와 현실인 예능 사이의 거리만큼 리얼 버라이어티쇼로서의 성장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었다. 매번 마르코를 내세워 경기 룰을 가지고 퀴즈를 내고, 후에는 백지영을 단장으로 포섭해 상대적으로 야구에 관심이 덜 한 여성 시청층까지 공략했다. 그들이 차근차근 룰을 공부해가고 경기를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야구는 조금씩 시청자들에게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야구는 오히려 축구보다 좋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소재가 되었던 것.

바로 이 점은 야구라는 스포츠에도 그대로 큰 도움을 주었다. 야구라는 조금은 거리가 있어보이는 스포츠의 저변을 넓히는데 이만큼 강력한 방법은 없었던 것. 리얼 예능이 가진 독특한 스토리 방식, 즉 웃음을 주면서도 쉬운 것에서부터 차츰 복잡한 것으로까지 이야기를 넓혀나가는 이 스토리의 힘은 야구를 보다 가까이 시청자들 앞에 가져다 놓았다. 프로야구협회에서 '천하무적 야구단'에 상을 주고, 7명의 내로라하는 프로야구 감독들이 이들을 위한 일일코치를 자처하는 등의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의 김경문 감독은 가르쳐주는 입장에서도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거듭 전했다. 그리고 이 감독들의 일일코치를 담은 영상들은 하나의 쉽고 재밌는 야구교본을 방불케 했다.

야구의 저변을 넓히는 것 이외의 효과로서 프로야구경기에 '천하무적 야구단'이 부여한 '야구에 대한 실감'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천하무적 야구단'을 시청해온 분들이라면 2009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다. 우리는 '천하무적 야구단'이라는 리얼 스포츠 버라이어티쇼를 통해 야구가 누구나 공을 던지고, 때릴 수 있는 그런 쉬운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프로야구에서 흔히 보이던 더블 플레이 하나에도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보고 감탄을 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프로야구가 보여주는 실책 없는 경기나 담장을 넘기는 홈런에 남다른 실감을 가질 수 있었다.

'천하무적 야구단', 이 야구와 예능의 만남은 양쪽에 모두 행복한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예능은 특별한 이야기를 구성하지 않고도 야구 자체가 가진 재미를 통해 특유의 리얼 성장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었고, 야구는 이 예능을 통해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매력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이 좌충우돌 야구단은 한 발 더 나아가 보다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회인 야구를 위해 '꿈의 구장'을 지으려는 것. 야구와 이 예능이 가진 찰떡궁합의 행복한 공존을 통해 볼 때, 이것이 결코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꿈은 이루어진다. 꿈꾼다는 것만으로도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꿈을 향해 달려가는 성장 스토리를 근간으로 삼는 리얼 예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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