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 조정석과 정경호 같은 슬기로운 의사들이 있어

 

“오늘이 어린이날이라 그래요. 이 분 아들이 다섯 살인데 이름은 원준이고, 오늘 어린이날이라 아빠랑 짜장면 먹기로 했거든요... 근데 원준이 앞으로 평생 못하게 됐어요 그거. 우리 딱 10분만 기다려요. 10분만 있다가 시작해요. 애가 매년 어린이날마다 돌아가신 아빠 때문에 울면서 보낼 수는 없잖아요.”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익준(조정석)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뇌사한 장기기증자의 수술을 10분만 있다가 하자고 말한다. 전날 퇴원한 환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날이 마침 어린이날이었고 10분만 지나면 5월 6일이었다. 그래서 10분을 기다리자고 한 건 어린이날을 원준이에게 기일로 만들고 싶지 않은 익준의 배려였다.

 

사실 보통의 경우 10분은 그리 대단한 시간이 아닐 수 있다.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도 안되는 그런 시간이 아닌가.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소소한 10분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가 되는가를 익준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아마도 이건 이 드라마가 포착하고 있는 새로운 지점일 게다.

 

물론 병원은 삶과 죽음이 오가는 극적인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는 거대한 극적 사건들을 그리려 하지는 않는다. 대신 사람에 한 걸음 다가가 누군가에는 자잘해 보일 수 있는 일들이 가진 의외로 큰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이런 사례는 의사들에게나 환자들에게나 까칠하기 그지없는 준완(정경호)의 이야기에서도 등장한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 때문에 일주일만 수술을 미뤄달라는 아버지에게 냉정하게 안된다고 선을 긋고 심지어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준완. 그건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이지만 후배 의사들이나 환자가족들에게 모두 매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매정함이란 의사로서의 본분일 뿐, 그는 따뜻한 배려가 넘치는 진짜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재학(정문성)에게 양복을 빌려 입고 아무도 모르게 그 환자의 결혼식을 찾아가 나름의 축하를 해줬던 것. 이 드라마는 준완을 그려내는 것처럼 겉보기에 냉정해보여도 사람은 저마다 따뜻한 내면을 갖고 있다는 걸 포기하지 않는다.

 

심장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기의 젊은 부부가 너무나 쿨하고 세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재학이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자, 준완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 재학을 나무라는 대목이 그렇다. 결국 아기 엄마는 준완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일부러 센 척했다고 토로했고, 준완은 아기 엄마에게 평소와 달리 “수술이 잘 될 것”이라며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건 거대한 사건들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병원에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자잘한 사건들 속에서 여기 등장하는 의사들이 어떤 ‘슬기로운’ 선택을 하고 있느냐에 집중한다. 그저 까불이처럼 보였던 익준의 ‘10분’이나, 매정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던 준완의 ‘배려’, 후배들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 다소 혹독하게 질문 세례를 하는 송화(전미도)의 진심이나 병원의 후계자 자리 대신 VIP 병동의 수익을 통해 남모르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는 정원(유연석)의 마음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흉부외과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가 누군 줄 아냐고 묻는 재학에게 이제 새내기들은 “지성(드라마 <뉴하트>에 나오는)”과 “낭만닥터 김사부”를 말한다. 그러자 재학은 말한다. “그런 훌륭한 의사들은 이 병원에는 없어” 그리고 이 대사는 이우정 작가가 이 드라마를 통해 그리려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가를 분명하게 해준다. 소박하고 소소해보이지만 슬기로운 의사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래서 그 일련의 소박해도 슬기로운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나름의 행복감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시청자들이 매료되는 이유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이유가 그런 ‘슬기로운 이들’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코로나19 같은 거대한 재난 속에서도 우리가 이를 이겨내고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건 그런 분들이 있기 때문일 테니.(사진:tvN)

‘유퀴즈’가 꼽은 tvN 방송의 중심축은 이우정 작가

 

코로나19는 방송가 전체에 직격탄을 날렸지만, 그 중에서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같은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프로그램은 더 막막한 상황이 되었다. 방송의 특성상 겨울 휴지기를 지나 봄을 맞아 돌아왔지만, 거리로 나갈 수가 없게 된 것.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 프로그램은 역발상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도 화상을 통해서나마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그런 방송을 선택한 것.

 

그래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봄철 새로 시작하며 아예 코로나19로 비상상황을 맞은 대구를 중심으로 그 곳으로 달려간 간호사, 의사 분들을 인터뷰해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회에는 이번 시즌을 맞아 새롭게 구성된 ‘낸 자기 푼 자기’ 형태의 퀴즈 방식에 따라 퀴즈를 낸 분들을 직접 스튜디오에 모셔 이야기를 풀어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한 대목을 가져와 퀴즈의 문제 하나를 통해 거기 담겨진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기획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tvN의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PD, 작가들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시청자들이 즐겨 봤던 방송 프로그램들이지만, 그 뒤에 어떤 이들이 있는가를 들여다보려 한 것. 현장으로 나가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오히려 방송을 준비하고 만드는 이들을 향해 카메라를 돌려놓은 것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프로그램들과 그 프로그램을 만든 주역들이 방송에 등장했다. tvN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tvN 프로그램들이 대거 소개될 수밖에 없었지만, 작가들처럼 소속이 아닌 인물들을 통해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들도 등장했다. 물론 중요한 건 프로그램 자체가 아니라, 그런 프로그램 만드는 이들은 어떤 사람인가하는 것이다. ‘사람 여행’이 주 목적인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그러하니.

 

<대탈출> 시리즈로 유명한 정종연 PD, <1박2일>부터 <윤식당>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나영석 PD와 함께 해온 김대주 작가, 김태호 PD, 나영석 PD, 신원호 PD, 이명한 PD와 모두 작업을 했던 김란주 작가,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연출하고 있는 신원호 PD 그리고 우리에게는 <1박2일>의 PD로 더 익숙한 tvN을 총괄하는 이명한 본부장까지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런데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상 tvN 방송의 중심축으로 일컬어지는 ‘티벤져스(tvN 어벤져스)’의 핵심이 있었다. 바로 이우정 작가였다. 그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었던가는 여기 등장한 작가들과 PD들 거의 대부분이 그와 함께 작업을 했었다는 데서 드러난다. 이우정 작가는 <1박2일> 시절부터 김대주 작가나 김란주 작가의 사수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고, 신원호 PD와도 또 이명한 본부장과도 오래도록 작업을 함께 해온 작가다.

 

그래서 가장 영향을 준 인물을 꼽는데 이들은 서슴지 않고 이우정 작가를 들었다. 신원호 PD가 꼽은 이우정 작가는 KBS <남자의 자격>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같이 했었지만, tvN으로 이적해 와서 덜컥 <응답하라 1997> 같은 드라마를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성공시킨 인물이었다. 그는 현재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명한 본부장은 지금의 tvN을 성장시킨 나영석 PD와 신원호 PD가 있지만 그 중심축은 늘 이우정 작가였다고 말했다.

 

방송은 그 특성상 특정한 인물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곤 한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스타 PD라는 표현이 익숙할 정도로 PD들도 셀럽처럼 주목받는 상황이지만, 상대적으로 작가들은 뒤로 물러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드라마 작가야 워낙 중추적 역할을 하니 전면에 보이지만, 예능 작가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우정 작가는 그런 점에서 보면 해왔던 일련의 놀라운 성취들만큼 전면에 드러난 인물은 아니다. 예능과 드라마 양 분야에서 최고의 작가로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전면에 보이진 않아도 동료들이 모두 손꼽아 그의 이름을 말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찾아낸 진정한 숨은 티벤져스는 이우정 작가가 아닐까 싶다.(사진:tvN)

‘슬의생’에서 ‘감빵생활’과 ‘응답하라’가 모두 보인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캐릭터 맛집은 명불허전이다. 이미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정평이 나있던 것처럼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여러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며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은 이번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첫 회에 중심에 선 인물은 ‘알고 보니 율제병원 회장 아들 안정원(유연석)이었다. 물론 그와 함께 5인방으로 오랜 친구로 지내온 이익준(조정석), 김준완(정경호), 양석형(김대명) 그리고 채송화(전미도)가 소개됐지만, 회장 아들이면서 병원을 물려받기보다는 숨어서 어려운 환자를 돕는 키다리아저씨면서 동시에 친구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안정원의 이야기가 메인이었다.

 

사실상 안정원의 이런 남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이자 색깔이라는 걸 첫 회는 충분히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진 2회에서는 율제병원의 에이스인 채송화의 면면이 보다 자세히 소개됐다. 환자를 위해서는 자신이 집도를 하는 게 맞지만, 그 집도를 먼저 맡게 된 상사의 위신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채송화라는 의사의 인물됨과 함께 소개됐다.

 

전공의 때부터 신던 신발을 10년 간이나 계속 신고 다녔다는 채송화. 실습 나온 쌍둥이 전공의들이 의사가 된 사연은 묘하게 그 신발과 함께 채송화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쌍둥이 전공의들은 어머니가 병원에서 돌아가셨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한 의사 때문에 자신들도 그런 의사가 되려 이 길을 택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쌍둥이가 기억하는 건 그 의사의 신발이었다. 그 때 그 의사는 펑펑 울면서 “자신이 꼭 좋은 의사가 되겠다”고 그들에게 말했다는 것.

 

물론 드라마는 쌍둥이가 말한 그 의사가 채송화인지 아닌지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10년 간이나 그 신발을 신고 다닌 채송화가 그 의사라는 심증을 갖게 되고, 그가 그 신발을 그렇게 오래 신은 것이 그 때의 그 다짐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병원 내 에이스로 환자들을 세심하게 살피면서도 동시에 조직생활에도 지혜롭게 대처하는 인물이 바로 채송화였다.

 

안정원에 이어 채송화의 이야기를 중심에 세웠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엉뚱하고 유쾌한 이익준과 후배의사들에게 까칠하지만 친구들을 남달리 챙기는 김준완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처럼 보이지만 먼저 채송화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내보일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적극적인 양석형의 이야기들을 깨알같이 채워 넣는다. 여기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지만 전이되어 다시 병원을 찾은 채송화의 친구 같은 환자들의 에피소드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더 풍성해진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신원호 PD의 전작인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응답하라> 시리즈가 모두 보인다. 병원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만나는 무수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는 저 감방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그러면서도 5인방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어찌 보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늘 추구해왔던 세계를 이번에는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건 어쩌면 이들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믿게 만드는 이유일 게다. 색다른 공간의 색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그들을 다루는 방식은 이른바 신원호-이우정 표라고 해도 좋을 법한 일관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원호-이우정 표 드라마의 핵심적인 힘은 결국 캐릭터에서 나온다. 한 인물만 봐도 매력적인데, 그런 인물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또 이들이 엮어가는 관계의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면서 감옥, 병원 같은 특정 공간을 통해 그려내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와 새롭게 제시되는 가치관이 커다란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마법처럼 그 세계에 매번 빠져드는 이유다.(사진: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유연석의 일상선택, 기대감 커진 이유

 

또 다른 의학드라마인가?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제목을 통해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율제병원이라는 종합병원이 등장하고 주인공들도 의사들이며 환자들과 얽힌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그러니 의학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신원호 PD의 전작이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감옥 소재의 장르물처럼 보이면서도 전혀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첫 회부터 그 색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율제병원 회장 아들인 정원(유연석)이다. 여러모로 이 드라마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정원은 첫 회에 부친상으로 자신이 병원 회장 막내라는 사실이 장례식장에 모인 친구들에게 드러난다. 병원에서는 회장을 대신할 인물로 줄줄이 신부, 수녀의 길을 간 형들 누나 대신 5남매 중 막내인 정원을 꼽지만, 그의 선택은 의외다. 그는 그 자리를 주종수(김갑수)에게 선선이 내주며 대신 VIP 병동의 운영과 관리를 맡겨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정원이 그렇게 한 건 VIP 병동에서 막대한 수익이 나온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수익은 이미 키다리아저씨로 병원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굴리는 환자를 돕고 있는 데 보태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VIP 병동을 위한 의사들로 의대 동기들인 익준(조정석), 준완(정경호), 석형(김대명), 송화(전미도)를 거액의 연봉을 주고 채용한다. 즉 정원은 병원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이나 부 같은 거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애초 신부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줄줄이 형과 누나가 신부, 수녀가 되면서 자신은 의사가 됐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환자의 사정에 몰입하는 자신이 의사와는 맞지 않는다 한탄하고 매해 신부인 맏형(성동일)을 찾아와 “때려 치우겠다”고 선언한다. 그럴 때마다 형은 듣는 둥 마는 둥 음식에만 관심을 쏟으며 심드렁하게 말해준다. “1년만 더 해보라”고.

 

정원의 이런 성향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그려나갈 이야기가 흔한 의학드라마들의 클리셰와는 다르다는 걸 말해준다. 우리네 의학드라마들은 크게 두 가지 사안들을 소재로 다룬 바 있다. 그 하나는 <하얀거탑>처럼 병원 내 권력 구도의 대결을 다루는 소재이고, 다른 하나는 <뉴하트>나 <닥터스>처럼 환자들과의 사연을 중심으로 다루는 휴먼드라마적인 의학드라마 소재이다.

 

하지만 정원은 권력에도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엄청난 수술 능력을 가진 채 환자의 생명을 구해내는 그런 의사도 아니다. 그는 다소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의사들과 달리 타인의 아픔을 제 일처럼 공감하는 보통 사람의 따뜻한 심장을 갖고 있고, 그러면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좋은 평범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성향은 끼리끼리 모이게 된 정원의 친구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보이는 면들이다. 즉 VIP 병동에 의사로 스카우트 하려는 정원의 제안에 대해 ‘밴드를 다시 하자’고 한다거나, 그 밴드에서 보컬을 하게 해준다면 합류하겠다는 이들의 조건이 그렇다. 이들은 연봉 같은 현실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아주 일상적인 자신들의 취미나 자잘한 생활에서 오는 즐거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신원호 PD는 감방이라는 낯선 공간에서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 역시 일상을 살아간다는 걸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 바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공간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마찬가지의 시선이 느껴진다.

 

삶이 치열해질수록 우리는 왜 이렇게 경쟁적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그래서 굉장한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가는 일이 결코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걸 실감하곤 한다. 이 드라마 속 5인방 절친들이 그려나갈, 때론 쉽지 않은 병원생활 속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고, 때론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모습은 그래서 그 어떤 거창한 성공과 성장드라마보다 기대가 큰 면이 있다. 병원 밖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잔잔하지만 묵직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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