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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펀딩’, 가치 있는 일에 방송이 할 수 있는 것들

 

김태호 PD가 내놓은 MBC 새 주말예능 <같이 펀딩>에 출연한 유준상은 트렌드를 읽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들을 많이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간대 타 방송사들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최근 다시 힘을 발휘하는 상황이라 <같이 펀딩>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을 내놨다. 그건 사실이었다. 첫 회 시청률이 겨우 3%대(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최고시청률을 낸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15% 시청률과의 격차는 뚜렷했다. SBS <집사부일체>의 6%대와도 격차가 분명했고.

 

하지만 시청률이 전부는 아닐 게다. 만일 가치로만 따진다면 <같이 펀딩>이 하려는 일들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보여주는 육아예능보다 훨씬 높다 여겨지기 때문이다. 첫 회에 유준상이 갖고 온 첫 아이템은 이른바 ‘태극기함 프로젝트’다. 국경일이면 당연히 태극기를 게양하던 시절이 무색하게 최근 들어 태극기를 거는 곳을 찾기가 힘겨워진 상황으로부터 유준상은 어떤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태극기함이 있어 늘 태극기를 보관하고 국경일에 꺼내 게양하던 그 때의 기억을 소환하고, 집집마다 태극기함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던 것.

 

프로그램은 태극기함의 존재 가치를 위해 먼저 태극기의 의미부터 되짚은 시간을 가졌다. 북한산 진관사를 찾아간 유준상은 설민석을 통해 태극기에 얽힌 역사적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백초월 스님의 태극기에 얽힌 이야기는 그 먹먹함에 유준상 역시 눈물을 뚝뚝 흘릴 수밖에 없었다. 모진 고초를 겪어가며 독립운동을 해왔지만 한국전쟁으로 모든 사료들이 소실되면서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초월 스님. 하지만 지난 2009년 진관사 칠성각에서 보수공사 도중 나온 보자기 하나가 그 놀라운 스님의 독립운동 궤적을 드러냈다.

 

독립운동 기사가 들어있는 신문들이 담겨 있던 그 보따리는 태극기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일장기 위에 덧대고 태극기를 그려 넣은 것이었다. 그 붓길 하나하나에 담겨져 있는 초월 스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모두 눈물 흘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

 

방송을 통한 이 같은 가치의 공유는 그 태극기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었고, 유준상이 하려는 태극기함 프로젝트에도 힘을 실어 주었다. 실제 펀딩에서 단 10분 만에 목표를 달성했고, 추가수량을 포함한 1만 개의 태극기함 펀딩 역시 방송 마감 후 30분 만에 완료됐다. 최종적으로 1차 펀딩 달성률은 무려 4,110%에 달했다.

 

<같이 펀딩>이 흥미로워지는 건, 방송이 현실을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이다. 사실 방송이라고 하면 그저 방송으로서의 재미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방송이 가진 힘은 현실을 실제로 바꾸기도 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어떤 현실을 바꿀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치의 공유’는 그래서 중요해진다. 누구나 공감하는 가치를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계속 던질 수 있다면 그것은 방송 프로그램의 재미 차원을 넘어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미 펀딩을 엄청난 수치로 초과달성한 <같이 펀딩>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시청률보다 더 큰 가치의 공유라는 성과를 얻었으니.(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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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비지상파 드라마들 호평 받는 또 하나의 이유

 

이 정도면 뚝심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까.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은 사실 너무 진중한 주제의식과 어두운 분위기 탓인지 초반 시청률에서도 화제성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하고자 한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갔다. 조금씩 시청자들이 그 드라마의 진심을 알아보게 되었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시청률도 서서히 올랐고 드라마도 화제가 되었다.

 

결국 2.1%(닐슨 코리아)로 다소 저조하게 시작했던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해 마지막 회 5.7%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중요한 건 결코 쉽지 않은 이 드라마의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도 높게 추구해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다툼이 있었고 그래서 사고로 추락한 한 아이의 이야기는 그러나 사적인 복수의 차원을 넘어서, 제대로 된 진실규명과 사법정의가 이뤄지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걸 보여줬다.

 

학교 옥상에서 떨어진 아들이 자살로 위장되고 심지어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누명까지 쓰게 되는 그 충격을 그 부모가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연루된 이들에 대한 복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박무진(박희순)과 강인하(추자현)는 서로를 의지해가며 이 난관들을 헤쳐 나가고, 그들이 하는 일이 사적 복수가 아니라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선택들이라는 걸 되새긴다.

 

그래서 말미에 이르러 박무진과 강인하는 아들의 추락과 누명에 연루된 두 아이들을 구해낸다. 아들 선호(남다름)를 집단적으로 괴롭히게 만들었고 추락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준석(서동현)은 죄를 저지르고도 벌을 받지 않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래서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하지만 박무진은 그것이 진정으로 용서받는 길이 아니라고 말하며 그를 구해낸다. 또 강인하는 준석의 아버지 오진표(오만석)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이것이 두려워 가해자로 선호를 지목했던 다희(박지후)를 껴안고 “너의 잘못이 아냐”라고 말해준다.

 

박무진과 강인하는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이 문제들이 결국은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걸 명백히 한다. 이로써 죄를 지은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까지 죄의식 속에 살아가지 않게 만들며, 죄가 있다면 벌을 받고 이를 뉘우치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어쩌면 이것은 이 드라마가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일 게다.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고도 그만한 벌을 받지 않은 채 버젓이 멀쩡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그런 아이들이 갖게 되는 실망감, 분노, 좌절, 무력감 등은 과연 우리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만들 수 있을까.

 

시작은 소소했지만 결말은 단단했던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드라마가 가능했던 건 애초의 그 의도들을 흩트리지 않고 끝까지 멀어 붙일 수 있어서다. 이런 행보는 여러모로 지상파 드라마들이 초반 부진을 ‘기획’이라는 명목 하에 개입해 이리저리 뒤흔들기도 했던 행보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시청률에 못 미치면 대본을 고치고 무리하게 캐릭터의 설정을 바꾸거나 심지어 분쟁이 일어나 주인공 배우가 바뀌는 사태까지 벌어지곤 했던 게 지상파 드라마가 한때 해왔던 행보들이다.

 

물론 지금은 지상파도 시대적 요구에 의해 콘텐츠 완성도에 집중하려는 노력을 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에게는 그 많은 논란들이 잔상처럼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일단 편성을 했으면 충분히 하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것. 어쩌면 비지상파 드라마들이 최근 몇 년 간 약진한 가장 큰 비결이 아닐까.

 

최근 종영했던 tvN 드라마 <자백> 역시 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이 드라마는 한 번도 한 눈 팔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필휘지하듯 밀어붙였다. 16부가 한 편의 영화처럼 꽉 짜여진 완성도를 가진 놀라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그것이 허용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크지만 완성도를 위해 내버려둔 결과는 좋은 작품으로 돌아왔고 결국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게 되었다.

 

다소 시청률이 저조하다 하더라도 끝까지 이야기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건 드라마들이 그저 재미만이 아니라 진중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비지상파 드라마들은 그런 기반 아래서 세상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을 던져왔고, 거기에 시청자들은 화답했다. 지금의 비지상파 드라마들이 갖게 된 위상은 바로 이런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그 또 하나의 예가 되는 작품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거리의 만찬’ 같은 프로그램이 KBS의 가치를 높여준다

시청률은 3%(닐슨 코리아)대다. 최고시청률 5.2%를 찍기도 했지만 사실 KBS <거리의 만찬>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방송사들의 격전지가 되어있는 금요일 밤 10시에 편성되어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니, 타 방송사의 웃음 터져 나오는 쟁쟁한 예능프로그램들과 경쟁이 될 리가.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웃음보다는(그렇다고 시종일관 심각하다는 얘긴 아니다) 진지함과 아픔 때로는 눈물을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대한 공감이 더 많다. 실제로 여기 고정출연해 매회 현장을 찾아가 그 곳의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는 개그우먼 박미선, 정치학박사 김지윤, 아나운서 김소영은 그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기 일쑤다. 그러니 즐기고픈 ‘불금’에 높은 시청률을 낸다는 건 애초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만찬>에 대해 시청자들은 ‘수신료가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필자는 시청률이 3%라도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KBS 같은 공영방송이 제대로 해야할 일을 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시사프로그램으로서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들여다봐야할 중요한 문제들을 ‘용감하게’ 소재로 선택하고, 그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할 말이 있는 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이로써 두루뭉술한 양비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라도 확실한 목소리를 담아낸다는 점이 그렇다. 

예를 들어 지난 18일 방영된 ‘노동의 조건 첫 번째 이야기-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가 다룬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은, 최근 안타까운 죽음으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고 김용균씨의 빈소를 찾아가 조문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비정규직과 하청, 청년실업 게다가 안전불감증까지 겹쳐져 있는 이 사안을 피하지 않고 소재로 가져와 문제를 환기시키고, 우리 사회에 결코 적지 않은 또 다른 김용균씨라고 할 수 있는 세 사람을 어느 삼겹살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대기업 하청공장에서 메탄올에 중독되어 실명을 하게 된 김영신씨와, 고 김용균씨의 동료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다리를 다쳐 수차례 수술을 받고 있는 김범락씨, 그리고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열아홉살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가 그들이다. 메탄올의 위험성 따위는 알려주지도 않고 작업을 하게 했다는 사실이나, 사고가 났을 때 그 사실이 알려질까봐 앰블란스를 부르지도 않고 병원을 갈 정도로 쉬쉬했다는 이야기, 평소 말 잘 들으라 했던 말이 통한의 후회로 남는다는 아들의 죽음으로 무너진 아버지의 이야기는 이 사안이 가진 부조리를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감정적인 울림을 만들어낸다.

아마도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기 어려웠을 게다. 그 삼겹살집에서 묵묵히 그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세 명의 여성MC들과 그날 특별출연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차오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내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 청취와 눈물은 아마도 가슴 속 응어리처럼 단단하게 뭉쳐있던 그 아픈 이야기를 꺼내놓은 분들에게 천만분의 일이라도 무게를 덜어내주지 않았을까. 

찬반이 팽팽한 낙태문제 같은 소재도 피하지 않고 다룰 수 있었던 건 거기 어떤 이념이나 사심이 전혀 없는 진솔한 대화들이 오고갔기 때문이다. 실제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머릿속 논리로만 생각해왔던 문제가 현실에 부딪쳤을 때 어떤 다른 파장으로 돌아가는가를 확인하게 해주는 것. 그것은 낙태라고 하면 일단 ‘죄’를 먼저 떠올리는 그 사회적 시선 이면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홀로 감수하고 있는가를 공감하게 했다. 

희귀중증질환을 가진 어린 환자와 가족들을 찾아간 ‘내일도 행복할거야’ 편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개인이 온전히 책임져야만 하는 사안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안아줘야 하는 사안이라는 걸 보여줬다. 아픈 아이들 때문에 온전한 삶 자체가 불가능한 엄마들과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는 “웃어야 하기 때문에 웃는다”는 이 엄마들의 웃음 속에 깊이 담겨진 아픔들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최근 들어 ‘지상파가 위기’라는 말은 이제 하나의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지금 지상파들은 생존하기 위해 오히려 더 자극적인 드라마를 편성하고 어떻게든 시청률을 내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KBS 같은 공영방송에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개인화되어가는 미디어 활용 때문에 보편적 시청을 추구하는 기존의 지상파의 헤게모니는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필요해지는 건 공영성이 아닐 수 없다. <거리의 만찬> 같은 공영성을 가진 시사교양프로그램이 KBS 같은 공영방송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지 시청률만 높은 프로그램이 아니라.(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SKY캐슬'과 '알함브라', 작가라면 이런 의미 있는 시도해야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JTBC <SKY 캐슬>은 그 드라마의 색깔은 다르지만 드라마에 쏟아지는 반응은 유사한 면이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모두 높은 드라마인데다, 거침없는 전개로 박수 받는 드라마라는 점이다. 참신한 소재와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라 그저 그런 뻔한 소재와 전개를 가진 드라마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작가라면 이런 도전적인 시도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차병준(김의성)이 제이원 홀딩스 컴퍼니를 손에 넣기 위해 궁지에 몰아넣었던 유진우(현빈)가 그에게 ‘동맹’을 맺게 만드는 상상초월 전개로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만들었다. 게임 속 세계가 현실과 연결되는 ‘미쳐야만 이해할 수 있는 그 세계’ 속으로 드디어 차병준도 들어가게 된 것. 차병준은 이로써 그의 앞에도 사이버좀비가 되어 나타난 아들 차형석(박훈)을 보고는 멘붕에 빠졌다. 향후 차병준은 이제 어쩔 수 없이 유진우의 공동운명체가 되어 그를 도울 수밖에 없게 됐다. 유진우의 마지막 퀘스트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궁금증이 쏠리는 이유다.

<SKY 캐슬>은 강준상(정준호)의 숨겨진 딸로 그 집에 들어왔던 혜나(김보라)가 폭주하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복자매인 예서(김혜윤)에게 충동적으로 그 사실을 말하고, 이 사실을 SNS에 올리면 어떻게 되겠냐며 위협을 가하는 와중에 무슨 일인지 베란다 난간에서 떨어지는 혜나의 모습으로 끝나는 엔딩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도대체 누가 혜나를 죽인 것인지, 그것이 실제 사건인지 분분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게 한 것. 어른들의 잘못된 세계 속에서 지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러한 거침없는 사건 전개는 그저 자극이 아니라 메시지와 맞닿는 것이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SKY 캐슬>이 보이는 또 하나의 유사한 특징 중 하나는 이야기 전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변화무쌍함을 보인다는 점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애초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하는 멜로가 아닐까 오해하게 했지만 게임의 세계에 빠져들고 그 세계과 현실과 중첩되면서 벌어지는 상상초월의 이야기 전개로 이어졌다. <SKY 캐슬>도 처음에는 JTBC 드라마 특유의 색깔이 묻어나는 상류층 사교육을 풍자하는 드라마처럼 시작했지만, 차츰 어른들의 욕망이 어떻게 아이들을 지옥으로 내모는가 하는 이야기로 확장되어갔다.

이러한 거침없는 전개는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의 2018년 12월 4주차 드라마 화제성 순위표를 보면, <SKY 캐슬>이 1위이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2위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표에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현빈과 박신혜가 각각 1위, 5위이고 <SKY 캐슬>의 염정아와 김보라가 각각 3위, 7위를 기록했다. 시청률에서도 <SKY 캐슬>은 1.7%로 시작해 무려 15.78%(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는 대반등을 만들었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최고 시청률 9.8%를 기록했다. 그만큼 지금 이 두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산술적으로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나눠 평가할 수 없는 구조지만, 공교롭게도 이 두 드라마가 모두 비지상파라는 점은 그저 우연한 일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결국 대본이 똑같이 들어와도 그걸 편성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건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SKY 캐슬>은 두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방송사의 드라마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를 잇는 판타지로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거론되고, <품위 있는 그녀>를 잇는 풍자극으로서 <SKY 캐슬>이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면 수십 편의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른바 ‘드라마 홍수 시대’다. 하지만 양적으로 늘었다고 질적으로도 좋아졌다 말할 수 있을까. 그저 그런 드라마 코드들을 범벅해 내놓은 드라마들이 공해 수준으로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시청자들이 보내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SKY 캐슬>에 대한 열광을 드라마 기획자나 작가들이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다. 작가라면 이런 의미 있는 시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제3의 매력’이 끄집어낸 서민 판타지, 그 놀라운 매력

못이기는 채 미팅에 나왔지만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온준영(서강준). 딱 봐도 그럴 법한 모습을 보여준다. 두꺼운 안경에 치아교정을 한 채 그 자리에서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한 문제집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누가 봐도 연애 숙맥에 의외로 자존심 강하고 섬세하지만 깐깐한 성격처럼 보이는 그런 인물이다.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이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는 건 둘 중 하나다. 드라마가 시시하던가 아니면 그 시시해 보이는 인물이나 일상들이 사실은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던가.

그 온준영 앞에 나타난 이영재(이솜)는 그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지하철 치한을 그냥 보고 넘어가지 못해 경찰서까지 가는 오지랖의 소유자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오빠 이수재(양동근)와 함께 살아가면서 대학은 포기했다. 대신 헤어샵에서 일하며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간다. 그러던 그가 온준영을 만나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매일 같이 일하느라 쉴 틈 없던 그는 온준영과 신나는 하루를 보낸다. 뒤늦게 가방이 바뀐 걸 알고 헤어샵에서 다시 온준영을 만난 이영재는 그 어색한 분위기에서 그의 머리를 해준다. 머리가 성감대인 것도 모른 채. 그 달달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첫 키스를 나눈다. 

<제3의 매력>이 담고 있는 연애담은 이처럼 우리가 많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봐왔던 그런 판타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신데렐라가 등장하고 왕자님이 등장하는 그런 로맨틱 코미디와는 더더욱. 여기에는 그저 우리와 똑같은 서민들의 삶이 있고, 그 삶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사랑의 순간들이 있다. 온준영과 이영재의 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랑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신데렐라나 원하는 건 뭐든 해줄 수 있는 왕자님 같은 이야기들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건 평범한 서민들의 연애담이다. 그것은 평범해보여도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드는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결코 소소한 게 아니다. 다만 더 거창하고 화려하게만 보이던 으리으리하고 운명적인 사랑의 판타지들만이 그럴 듯하게 드라마에서 다뤄져 소소하게 여겨져 왔을 뿐이다. 실상 그 소소해 보이는 것들을 깊게 들여다보면, 거기 놀랍게도 우리의 가슴을 휘어잡는 놀라운 ‘제3의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온준영이 다니는 대학의 화학과에서 주최한 일일호프에 참석하는 것으로 두 사람은 ‘오늘부터 1일’의 연애를 시작하는 듯 보였지만, 이영재가 사실 대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 자리에 함께 온 고등학교 동창에 의해 폭로되고, 두 사람의 1일은 그렇게 끝나버릴 위기에 처한다. 온준영은 이영재를 찾아가 대학생인지 아닌지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너희들처럼 한가하게 연애할 시간도 없다며 “꺼져버리라”는 이영재의 독설을 들은 채 뒤돌아서게 된다. 

그리고 7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저마다의 위치에 서 있다. 온준영은 형사가 되었고 이영재는 헤어디자이너가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그 아픈 헤어짐의 상처를 안고 살아왔던 온준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옛날처럼 대하는 이영재가 밉게 다가오지만, 그 때 벌어졌던 사건을 듣고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영재가 독설을 던진 그 날, 사고로 그의 오빠가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온준영은 자기 생각만 했던 자신이 오히려 미워진다. 그래서 한달음에 이영재에게 달려가 사과한다. “미안해. 아무 것도 몰라서... 내가 너무 미안해.” 

그 순간 이영재는 뭉클해진다. 그래서 울컥하는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이내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 짧은 순간, 이영재와 온준영의 소소해 보였던 사랑은 위대해진다. 너무나 평범한 한 형사와 헤어디자이너가 만나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머리를 매만져주고 그래서 입맞춤을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이 마법처럼 느껴진다. 스물의 나이에 ‘1일’을 겪은 두 사람은 그렇게 스물일곱의 나이에 다시 ‘2일’을 시작한다. 

<제3의 매력>을 보면 우리가 어째서 누구에게나 위대했던 저마다 가졌을 법한 ‘사랑의 연대기’를 소소하게 치부하고 타인의 판타지만을 욕망했던 자신에게 미안해진다. 어째서 그 많은 멜로드라마들이 주인공들에게 재력, 외모, 권력만을 중요한 매력으로 그려냈을까. 그래서 사랑 속에 그 헛된 신분상승 판타지를 담아내려 했을까. 

그래서 이 드라마는 마치 그간 매력으로 그려지지 않던 보통 서민들의 일상적인 사랑담과, 그 속의 평범한 사람들이 내적으로 보여주는 너무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제3의 매력’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펙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려 애쓰며, 너무 다른 취향을 가졌어도 그것이 오히려 너무나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그런 매력. 뽀글파마를 해도 귀여워 매만져주고 싶고, 오지랖이 넓어도 그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보고 싶은 그런 매력.

이 드라마는 ‘제3의 매력’을 가진 많은 배우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먼저 서강준을 다시 봤다. 이렇게 매력이 넘치는 배우인 줄은 몰랐다. 코미디와 멜로를 버무릴 줄 아는 이 배우는 술에 취해 토악질을 해도 귀엽게 느껴진다. 이솜을 다시 봤다.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 이토록 매력적인 면면이 있었다는 걸 이 드라마를 주의 깊게 보신 분들은 이해할 것이다. 그밖에도 이 드라마에는 ‘제3의 매력’을 뽐내는 조연들이 넘쳐난다. 남다른 추리능력으로 오빠를 당황하게 만드는 동생 온리원을 연기하는 박규영, 워낙 생활연기의 진수를 보여줘 왔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더더욱 빛나는 이영재의 오빠 이수재를 연기하는 양동근, 톡톡 튀는 매력으로 웃음까지 책임지는 이영재의 절친 백주란 역할의 이윤지, 온준영의 절친으로 귀여운 카사노바 같은 현상현 역할의 이상이 등등... 실로 드라마 제목과 걸맞는 조연 구성이다.

1.8%(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3회에 2.8%로 뛰더니 4회에는 3.3%를 기록했다. 이 수치적 지표가 말해주는 건 아마도 시청자들도 이 드라마가 가진 ‘제3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는 게 아닐까. 볼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제3의 매력>은 그렇게 지금껏 멜로드라마들이 소외시켜왔던 보통 서민들의 판타지가 가진 놀라운 매력을 끄집어내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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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탐정’, 귀신은 어떻게 스릴러로 부활했을까

KBS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은 문제작이다. 너무나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줘 막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반전소름을 일으키는 새로움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시청률이 2%대로 떨어지는 건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2회 만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다일(최다니엘) 사망하는 이야기가 담겨진 드라마다. 주인공의 죽음. 그래서 유령이 된 자가 사건을 수사해간다는 이야기. 이만큼 파격적인 드라마가 있을까.

하지만 이 전개는 일종의 트릭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에 충격적이면서도 당혹스럽다. 1회 첫 장면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질척한 땅을 뚫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이다일의 모습은 누군가 생매장시키려 했으나 가까스로 살아나온 자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2회에 가면 그렇게 빠져나온 이다일이 자신이 나온 흙더미 속에 제 손이 삐죽 나와 있는 걸 바라보며 경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그건 살아나온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었고, 그가 이제 유령이 되었다는 걸 드러내주는 장면이었다. 

실종된 어린 아이들을 추적하던 이다일이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감금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 일을 저지른 자가 그 집에서 일하던 유치원 교사 찬미(미람)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이다일은 결국 찬미가 휘두른 망치에 맞고 쓰러지고 땅에 묻혀 죽음을 맞이하고 찬미 역시 스스로 목매단 시체로 발견된다. 이야기의 겉면은 그래서 우리가 신문 사회면에서 자주 보며 공분하기도 하는 ‘악마 같은 어린이집 교사, 원장’ 이야기를 그대로 닮았다. 도대체 저게 사람이냐고 우리가 분노했던 그런 뉴스의 이야기. 

하지만 <오늘의 탐정>은 그것이 단지 이야기의 겉면일 뿐이라고 다시 이야기를 반전시킨다. 결국 찬미를 조종하는 미스터리한 귀신 선우혜(이지아)가 있었다는 것.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도 또 스스로 자살을 한 것도 모두 선우혜의 조종이 배후에 있었다. 이것은 <오늘의 탐정>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다일은 군인이었을 때 군 내부에 있었던 자살 사건이 자살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끝까지 진실을 밝히려 했던 인물이었다. 게다가 이다일의 모친 역시 집 욕조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지만 알고 보면 그 뒤에도 조종자 선우혜가 있었다. 

드라마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그들 스스로 벌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뒤에 그들의 마음은 건드리고 움직이게 만드는 귀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귀신 선우혜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그 방식이 주목된다. 그것은 선우혜가 주는 두려움이 사실은 그들 각자가 갖고 있던 죄의식이나 꾹꾹 눌러둔 분노의 감정 같은 것들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이다일의 모친에게 나타난 선우혜는 그가 이다일의 짐이 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자살을 선택하게 만들려한다. 물론 모친은 그 사실을 부정했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건, 선우혜라는 귀신의 조종이란 어찌 보면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저마다의 죄의식이나 분노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 안의 죄의식, 분노 같은 걸 상징하는 선우혜 같은 귀신이 저지르는 범죄(?)를 가정해서 이 드라마가 단 2회 만에 이다일을 죽은 귀신으로 만든 이유가 납득된다. 선우혜 같은 귀신을 막을 존재는 결국 귀신이 된 이다일 같은 존재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다일은 그래서 역시 동생을 잃게 된(그 역시 자살했지만 그 뒤에는 선우혜의 조종이 있었다) 정여울(박은빈)과 손을 잡고 선우혜가 벌이는 사건들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즉 이다일과 선우혜라는 두 명의 귀신이 있는 것이고, 이다일과 소통하는 정여울과 선우혜를 돌보는 남자간호사(전배수)가 있다. 귀신의 존재를 빼고 나면, 정여울이 탐정 한상섭(김원해), 형사 박정대(이재균) 그리고 법의관 길채원(이주영) 같은 인물들과 함께 자살로 위장된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이야기가 된다. 드라마적 상상력은 이 사건들 이면에 귀신들이 있었다 상정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 자살사건들은 이다일과 선우혜의 대결구도로 그려진다.

<오늘의 탐정>은 결코 대중적인 드라마라 보긴 어렵다. 일단 그 현실과 비현실이 뒤얽혀 반전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컬트적이기 때문이다. 소름은 돋는데 도대체 저게 무슨 이야기지 하며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워낙 사회에 벌어지는 흉흉한 사건들이 많아서 더 이상은 공포가 되지 못했던 귀신의 존재를 스릴러 장르와 엮어내며 부활시켰다는 점이다. 살인사건 이면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게다가 이런 설정은 우리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에둘러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저히 사람이라면 저런 짓은 할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그런 사건들이 너무 자주 뉴스로 등장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를 이 드라마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분노나 죄책감, 미움, 혐오 같은 것들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귀신이 저지를 법한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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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주말예능 성적표, 절반의 성공 혹은 실패

tvN의 주말 예능 성적표는 생각보다 너무나 초라하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1%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심지어 1%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애초에 야심차게 주말 예능 공략의 기치를 내세운 tvN으로서는 당혹스런 수치다. 애초에 SNS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나마 화제성은 있는 편이다. 하지만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반응도 별로 없어 점점 시청자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다. 

시청률은 어찌 보면 애초부터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동시간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오래도록 충성도 높은 시청층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야심찬 도전이라고 해도 그 채널을 돌리는 게 쉬울 리가 없다. <이타카로 가는 길>을 연출한 민철기 PD 역시 그 상황을 잘 알 것이다. 본인이 그 주말예능으로서 MBC <복면가왕>을 세웠던 연출자가 아닌가.

이건 SBS <주먹쥐고 소림사>를 담당했던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의 연출자인 이영준 PD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지상파에서 잔뼈가 굵어왔기 때문에 지상파 주말예능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전 프로그램에서 페르소나라고 불릴만한 인물들을 새 프로그램의 전면에 내세웠다. <이타카로 가는 길>의 하현우가 그렇고,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의 김병만이 그렇다.

시청률을 차치하고 프로그램만 보면 두 프로그램 모두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애초에 <비긴 어게인>을 떠올리게 했지만 실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SNS적인 감성이 묻어났고, 무엇보다 ‘록 스피릿’을 외치는 윤도현, 하현우에 이홍기까지 더해져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개성적인 색깔을 만들었다. 

음악 여행을 지속하기 위해 조악한 상황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하고, 돈이 부족하니 어딘지 헝그리한 느낌을 주는 록커들의 좌충우돌 여행기가 주는 묘미가 쏠쏠하다. 카파도키아의 어느 조그마한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교감하는 장면은 음악이 얼마나 위로와 위안을 주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매개가 되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맏형 윤도현과 어딘지 엉뚱한 면이 개성인 하현우 그리고 막내지만 그 누구보다 록스피릿이 충만한 이홍기가 만들어가는 훈훈한 관계의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지상파 주말예능이 포진한 그 시간대에 보편적으로 시청자들을 잡아끌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어 보인다. 여행이라는 콘셉트에 음악을 더해 보편성을 가져가려 했지만, 록과 밴드 음악이 막연히 갖게 만드는 마니아적일 거라는 선입견이 주말예능의 벽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그래도 <이타카로 가는 길>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와 의미까지 모두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애초 화성이라는 낯선 공간을 모험하는 것 같은 영상들을 보여줘 화제가 되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맥이 빠지는 기분이다. 실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모의훈련이 어딘가 낯설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화성과 똑같은 환경으로 만들어진 미국 유타 화성탐사연구기지에서 매일 모의 훈련 미션을 수행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과학적인 차원에서의 재미를 찾아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가장 큰 저항감은 결국 그것이 화성 탐사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모의 훈련’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진지함과 재미 사이에 어정쩡하게 놓여진 이 프로그램의 한계가 발견된다.

예를 들어 김병만과 하지원이 첫 번째 야외에서 박스를 찾아오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전이 끊기면서 생겨난 위기상황은 진짜 화성이라면 굉장한 긴박감을 만들 수 있지만, 그 곳이 모의 훈련이라는 점에서 생각만큼 긴장감을 주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영어가 익숙하지 앉은 김병만은 기지 내에 있을 때는 별로 존재감이 없다. 언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터널 뼈대를 만드는 등의 작업에 들어갔을 때만이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낸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영어 소통이 원활한 하지원이 중심에 서 있는 느낌을 준다. 모의 훈련이 갖는 중대한 의미가 분명하지만, 그걸 예능으로 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한 점이 있어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너무 프로그램들이 오래되어 이제는 새로운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이들 새로운 주말예능은 그 도전만으로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 여겨진다. 하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렇다 치고, <갈릴레오 : 깨어난 우주>는 너무 멀리 간 느낌이다. 새로움과 보편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상파가 잡고 있는 주말 시간대에 어차피 절반의 성공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지라도, 그것이 절반의 실패가 되지 않으려면.(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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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드라마, 이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

지상파 드라마 이제는 5% 넘기도 쉽지 않다. 한 때 20%, 30% 시청률을 넘겨야 성공한 드라마라 칭하던 때가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10% 넘기면 선전했다고 얘기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5% 시청률 넘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 

새로 시작한 KBS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4%(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내고 있고 MBC <이리와 안아줘>도 5%를 간신히 넘긴 5.3%를 기록하고 있다. SBS <훈남정음>은 심지어 2.8%다. 반면 케이블 채널인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무려 8.4% 시청률이다. 이쯤 되면 지상파와 케이블의 시청률 수치가 완전히 역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게다가 월드컵 중계까지 겹치면서 드라마가 정상적으로 편성되지 못했던 탓이 크다. 하지만 이제 거의 정상편성으로 돌아온 상황에 이 정도의 성적은 한번쯤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것도 지상파드라마들이 주력하는 미니시리즈를 주로 편성하는 수목 시간대에 이런 초라한 시청률을 내고 있다는 건.

이제 지상파와 tvN이나 JTBC 같은 채널 사이의 위계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 시청자들은 지상파라고 해서 채널 선택의 우선권을 주지 않는다. 물론 여전히 과거의 시청패턴을 유지하는 기성세대들이 존재하지만, 이미 시청자들은 지상파의 틀을 벗어나 좋은 드라마나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디든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좋은 캐스팅에 좋은 대본 그리고 완성도 높은 연출을 보여주는 작품에 채널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지상파 수목극만을 냉정하게 두고 보면 이를 완벽하게 만족시켜주는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캐스팅이 A급이 아니거나, 대본이 너무 안이하고 평이한 멜로에 머물고 있다. 이러니 연출에 공을 들일 리가 만무다. 

이런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에 대한 투자의 차이가 확연히 나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대본을 잡으려면 결국 좋은 작가를 써야하지만 알다시피 유명 작가의 회당 원고료는 이제 억대에 다다르고 있다. 여기에 유명 배우 캐스팅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요즘은 거의 영화에 가까운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어 연출에 드는 비용 역시 적지 않다. 이걸 감당해낼 수 없다면 결국 소소한 작품들만을 가져와 편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오는 7일 방영하는 tvN <미스터 선샤인>은 지상파 드라마와 tvN 드라마의 상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애초 SBS와 이야기가 되고 있었지만 400억대의 제작비에 결국 편성은 tvN으로 돌아갔다. SBS 드라마국은 그 정도의 제작비는 현재의 지상파의 드라마 제작방식 안에서는 성공한다고 해도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당연히 편성을 놓을 수밖에. 

하지만 스튜디오 드래곤이라는 외주제작사를 갖고 있는 tvN으로서는 다양한 방식의 외부투자가 가능하다. 또 넷플릭스를 통한 방식은 물론이고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데 있어서도 훨씬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하다. 그래서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들도 자회사격의 드라마 제작사를 만들려 노력하지만, 방송사 내부에서는 그게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내부에서 일하는 PD들이 이런 외주 형식의 제작사들에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자회사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물론 투자규모가 전부는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이미 드라마 산업은 투자가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그런 단계에 들어와 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기 때문에 작은 차이들도 쉽게 발견되고 지적된다. 지상파 드라마가 과거 플랫폼의 힘으로 이른바 ‘보편적 시청자’를 소구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에는 달라진 방식의 제작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지상파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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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의 고구마와 ‘무법변호사’의 사이다

대중들은 <무법변호사>를 꿈꾸지만 현실은 <미스 함무라비>다? 두 드라마 모두 법 정의를 다루고 있지만 다루는 방식은 너무나 다르다. JTBC <미스 함무라비>가 그리는 세계는 너무나 현실적이라 답답하고 암담할 정도다. 반면 tvN <무법변호사>는 저런 일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판타지에 가깝지만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느낀다. 

<미스 함무라비>의 박차오름(고아라)은 바로 그 법 현실의 절망감을 잘 드러내는 캐릭터다. 정의를 꿈꾸며 판사가 되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법원 내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부장을 지적한 문제는 그를 ‘내부고발자’로 찍히게 만들어 사실상 왕따를 당하게 만든다. 판사라면 피해자를 구제하고 가해자를 심판하는 게 당연할 줄 알았지만 법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적용되기도 한다. 회사 내 성추행 사건으로 부당해고 당한 피해자가 낸 소송에서 회사 측의 잘못이 명백히 보여도 법의 차원에서 피해자를 도울 수 없다는 걸 확인한 박차오름은 분노와 자괴감에 눈물을 흘린다.

물론 <미스 함무라비> 역시 이렇게 답답한 법 현실을 뒤집고픈 욕망을 담고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의 제목이 <미스 함무라비>인 이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변되는 함무라비 법전의 정의 구현 방식을 꿈꾸는 것. 박차오름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놓은 건 그래서다. 하지만 그 역시 이 갑갑한 현실을 마주하고는 절망한다. 정의를 꿈꾸었지만 법은 결국 가진 자들에 의해 이용되는 현실을 보면서, 차라리 복수가 나을 것 같은 심정을 갖게 된다. 

‘미스 함무라비’로서의 박차오름이라는 판타지 캐릭터를 세우면서도 드라마가 현실을 벗어나는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된 건 작가가 현직 판사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게다. 너무나 깊게 법 현실의 문제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타지를 담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일인가를 이 드라마의 작가인 문유석 판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스 함무라비>는 어떤 시원한 결말을 보여주기보다는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할 질문을 던진다. 이를테면 본드를 하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하게 되었는가를 파고 들어가 그들을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는 식이다. 

반면 <무법변호사>는 <미스 함무라비>와는 완전히 다른 판타지를 그린다. 공간 자체도 기성시라는 가상도시이고, 그 곳에서 법을 쥐고 흔드는 차문숙(이혜영)이라는 적폐 권력을 하나씩 무너뜨려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야기는 <무법변호사>가 아니라 <무협변호사>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전형적인 복수극에 액션 장르로 그려진다. 현실성을 찾기가 쉽지 않고, 이야기도 촘촘하지 않아 개연성이 흔들리는 면이 있지만, 그래도 시원함을 안겨주는 단순한 재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워낙 악당들이 제대로 서 있기 때문에 그들을 무너뜨릴 봉상필(이준기)의 활약이 기대되고, 실제로 그 기대는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법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며 문제제기를 하는 <미스 함무라비>와 비현실을 통해서라도 시원한 판타지를 담아내려 하는 <무법변호사>. 시청자들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을까. 시청률로만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미스 함무라비>가 3%(닐슨 코리아)대 시청률로 떨어진 반면, <무법변호사>가 7%를 돌파하게 된 건 두 드라마가 법 현실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영향이 있다고 보인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판타지에 더 이끌리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건 시청률의 차원일 뿐이다. 완성도로 보면 <미스 함무라비>만큼 현실을 실감나게 담아낸 드라마가 있을까. 일시적인 카타르시스를 주는 사이다보다는, 두고두고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고구마가 때론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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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정해진 미래와 그 미래를 깨려는 사람들

JTBC 금토드라마 <스케치>는 일종의 두뇌게임 같은 드라마다. 미래에 벌어질 사건이 그려진 스케치라는 판타지 설정은 이 두뇌게임의 판을 제공한다. 그 능력을 가진 유시현(이선빈)이 그리는 스케치를 보며 그 그림이 어디서 누구에게 언제 벌어진 것인가를 찾아내고,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뛰고 또 뛰는 나비 프로젝트팀이 있지만, 이야기는 결코 ‘벌어질 사건’과 그 ‘사건을 막으려는 이들’의 단순한 과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성 범죄자에게 아내를 잃고 폭주하는 김도진(이동건)과, 그를 회유해 미래에 사건을 저지를 인물을 사전에 제거해나가는 장태준(정진영)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 그리고 김도진에 의해 아내를 잃은 강동수(정지훈) 형사 같은 인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욕망이 뒤얽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신약을 출시하려 하는 제약회사 대표 남선우(김형묵)를 김도진은 사전에 제거하려하지만, 남선우는 오히려 김도진의 아내를 죽인 강간범 정일수(박두식)를 감옥에 빼내고 그를 미끼삼아 김도진을 납치한다. 

남선우는 또한 제약회사의 신약 부작용 자료를 갖고 있는 오박사(박성근)를 제거하고 강동수에게 그 살인누명을 씌우려 계획한다. 하지만 스케치를 통해 오박사의 심장약이 바꿔치기 될 것을 알게 된 강동수는 마치 남선우의 계획대로 속는 척 하면서 김도진을 찾아내려 한다. 모든 게 강동수의 계획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기서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다. 그것은 무슨 일인지 장태준이 남선우에게 전화를 해 그가 함정에 빠져 있다는 걸 알려준 것. 결국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남선우는 장소를 바꿔 강동수와 김도진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 정도의 스토리를 정리해보면, 사실 <스케치>라는 드라마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야기는 계속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여기에 스케치로 그려진 그림들은 단서이면서 동시에 보는 이들을 혼돈에 빠뜨리는 트릭처럼 활용된다.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던 이야기는 갑자기 어느 한 인물의 욕망이 개입되면서 방향을 틀어버린다. 시청자들의 예상은 여지없이 깨지고, 그 깨진 스토리만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스케치>라는 드라마가 작동되는 방식이다. 이야기의 흥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청자가 갖는 예상치를 어느 지점에서 깨는 반전의 이야기가 들어가야 하고, 그렇게 틀어진 이야기도 또 어느 정도 흘러가서는 다시 또 다른 반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시청자가 예상한 대로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맥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뒤집히고 또 뒤집히는 두뇌게임의 연속은 그 이야기 속에 처음부터 깊이 발을 디딘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일이지만, 우연히 드라마를 보게 된 새로운 시청자들에게는 엄청난 진입장벽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저 인물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애초에 이 드라마가 ‘인과율’이라는 치밀한 논리 게임으로 짜여지고, 그 인과율을 깨는 변수들에 의해 또 다른 인과율이 이어지는 과정을 이야기의 중요한 기폭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다. 두뇌게임은 어느 정도 그 게임판에 익숙해져야 즐길 수 있는 것이 된다. 이것이 <스케치>가 가진 남다른 묘미인 동시에 한계가 겹쳐지는 부분이다. 

ㅁ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건 김도진이나 강동수 같은 주요인물들이 가진 감정과 정서에 시청자들을 깊이 이입시키는 일이다. 복잡하게 얽힌 거미줄 같은 사건 속에서 적어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물들이 갖는 감정선을 손에 쥐어주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케치>는 따라가야 할 인물들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다. 김도진과 강동수의 이야기에 이어 이제는 유시현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고 거기에는 다시 나비 팀을 이끌고 있는 문재현(강신일)과의 관계도 얽혀있다. 여기에 유시현의 오빠인 유시준(이승주)까지 등장하면서 인물들은 더 복잡해졌다. 장태준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도 빼놓을 수 없고.

두뇌게임의 묘미를 안겨주는 이야기 전개의 재미는 물론 충분하지만, 좀 더 상황을 정리해줄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이 드라마를 즐기고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이제라도 드라마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위해서는 이 게임판과 인물들에 대한 보다 명쾌한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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