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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예능·연기·MC 만능 연예인으로 새 전성기 맞아

 

최근 들어 이승기의 활약이 여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가장 도드라지는 건 역시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에서의 활약이다. 바른 청년이자 약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순경이었지만, 사이코패스의 뇌가 이식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정바름이라는 인물 역할이다. <마우스>는 궁극적으로 사이코패스는 탄생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결국 이 정바름의 어떤 선택이 작품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사실 <마우스>로서는 정바름 역할에 이승기를 캐스팅한 것 자체가 신의 한수라고 볼 수 있다. 늘 바른 청년의 이미지를 가진 이승기가 아닌가. 그래서 <마우스>에서는 이 티 없이 순수해 보이는 인물이 순간순간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뇌수술을 받고 깨어난 정바름이 병실 한 편에 놓여진 새장 속에서 새를 꺼내 목을 꺾어 창밖으로 던지는 반전 장면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든 바 있다.

 

항상 선한 역할만을 주로 해왔던 이승기가 돌변했을 때 오히려 더 큰 반전을 줄 수 있다는 걸 먼저 보여준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범인은 바로 너>였다. 시즌2에서 '꽃의 살인마'로 등장하면서 그 반전 매력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예능 버전이었지만, <마우스>는 그것이 드라마에서도 효과를 낸다는 걸 보여줬다. 이제 선한 역할만이 아닌 악역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이승기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과거 이승기는 가수로 데뷔해 '내 여자라니까'로 주목받았고, KBS <1박2일>과 SBS <찬란한 유산>까지 큰 성공을 거두며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가수, 배우, 예능)'으로 불린 바 있다. 물론 그 후에도 꾸준히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왔지만, 그 이상의 어떤 성취들이 눈에 띄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승기의 존재감이 새롭게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마우스>에서 보여준 연기 영역의 확장은 물론이고, JTBC <싱어게인>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MC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바 있다.

 

<싱어게인>에서 이승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디션 형식을 가져왔지만 대결과 경쟁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며 응원함으로써 저마다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승기는 출연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규현과 함께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출연자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며 백스테이지에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진심어린 상찬을 해주기도 했다. 많은 출연자들이 이승기의 이런 진정성에 감동했다는 이야기를 내놓은 건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이 프로그램에 임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미 <1박2일> 시절부터 예능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지만 이승기는 SBS <집사부일체>, tvN <서울촌놈>, 넷플릭스 오리지널 <범인은 바로 너>, <투게더>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여전한 예능감을 선보여 왔다. 그는 특유의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해주는 캐릭터이면서, 이제는 좀 더 주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내고 풀어가는 베테랑적인 면모까지 갖추게 됐다. 과거 <1박2일> 시절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성숙된 모습이 두드러진다.

 

<마우스>를 통한 연기자로서의 성장과, <싱어게인>으로 오디션 MC로서도 충분히 보여준 가능성 그리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성숙해진 면모. 이것이 지금 현재 이승기의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과거의 트리플 크라운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이승기는 확실히 성숙된 성장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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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피로감 날려주는 JTBC표 음악예능의 다채로움

 

맛 좋은 음식도 매 끼니 오르면 물릴 수밖에 없다. 재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트로트 트렌드가 바로 그렇다. 여전히 그 관성은 남아 있고, 주시청층인 중장년 세대들의 콘크리트 지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저기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트로트는 그 피로감도 만만찮다. 다른 음악 장르들이 이제는 오히려 소외될 지경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낸 JTBC <싱어게인>은 그 피로를 한 방에 날려주는 청량감을 선사했다. '무명가수전'이라는 독특한 상황을 오디션이라는 형식으로 끌어옴으로써 지금껏 한 무대에 오르기 어려웠던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한 자리에서 만끽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 이 음악예능의 중요한 차별점이자 가치였다.

 

그런데 <싱어게인>의 유전자를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 그간 JTBC가 해왔던 일련의 음악예능들이 했던 다양한 시도들이 엿보인다. 이 음악예능이 그냥 탄생한 게 아니라, 그간 쌓아왔던 이른바 JTBC표 음악프로그램들의 성과와 지향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

 

JTBC 음악예능의 가장 큰 특징은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을 해도, 경쟁보다는 공감과 하모니에 더 집중해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팬텀싱어>나 <슈퍼밴드>를 떠올려 보라. 크로스오버와 밴드 음악이라는 색다른 장르들을 오디션 형식으로 끌어 왔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지나친 경쟁도, 심지어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장면들도 거의 없었다.

 

매 라운드별로 새롭게 팀을 꾸려 무대를 선보인다는 설정은 이들이 경쟁자가 아니라 협업을 해야 하는 팀원이라는 의식을 갖게 해줬기 때문이다. <싱어게인>에서도 이런 하모니와 서로에 대한 배려, 공감의 분위기가 가득했던 건 그저 우연적인 일이 아니다. 타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흔히 경쟁을 앞세워 자극적인 편집을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방향성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팬텀싱어 올스타전>을 봐도 JTBC표 음악예능이 지향해온 경쟁하면서도 서로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는 그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시즌1,2,3의 최종 라운드에 올랐던 9팀이 매 라운드마다 새로운 미션으로 대결을 벌이는 형태로 되어 있지만, 이들의 무대는 각각이 하나의 공연을 보는 듯한 완성도와 호응을 채워져 있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은근히 대결구도를 부추기는 농담들이 오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쇼적인 요소로 채워질 뿐, 무대 뒤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이들의 진짜 모습을 방송은 외면하지 않는다. <싱어게인>이 출연자들의 놀라운 기량과 더불어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이러한 쇼적인 예능 연출을 잘 활용했다는 것 역시 우연적인 일이 아니다. 이미 <히든싱어>에서 보였던 블라인드 콘셉트의 쇼적인 요소들은 <싱어게인>의 '○○호 가수'라 불리는 무명가수 콘셉트로 고스란히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슈가맨>에서도 이러한 블라인드 콘셉트와 퀴즈쇼적 요소가 활용된 바 있다.

 

다른 한 편으로 <비긴어게인> 같은 버스킹 음악 예능 역시 JTBC표 음악예능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이전 해외에서 벌어진 버스킹이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공감과 소통의 묘미를 음악을 통해 전해주었다면, 코로나 이후 국내에서 시도된 다양한 공간에서의 버스킹은 음악과 일상을 연결해주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발굴해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시도였다.

 

즉 JTBC표 음악예능은 <팬텀싱어>, <슈퍼밴드> 등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오디션 형식을 가져와도 경쟁이 아닌 하모니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독특한 위치를 만들었고, <슈가맨>이나 <히든싱어> 같은 음악예능의 쇼적인 재미요소들을 찾아냈으며, <비긴어게인> 같은 공감과 소통의 감동을 선사했다. 최근 성과를 거둔 <싱어게인>은 이런 다양한 음악예능의 시도들이 그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이제 JTBC에서 음악예능을 한다고 하면 믿고 보는 팬들이 생길 정도로.(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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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무명가수들은 어떻게 진짜 유명한 가수들이 됐나

 

그는 자신을 방구석 음악인이라고 불렀다. 자그마한 그 방에는 그가 무대에 섰을 때 입었던 옷들이 걸려 있었다. 그 작은 방안에서 기타를 치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방구석에서 혼자 깨작대는 음악을 하던" 그는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JTBC <싱어게인>에 나와 30호 가수로 불리고 드디어 이승윤이라는 이름으로 최종 우승자의 위치에 서게 됐다. 그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은 그렇게 무명가수들을 단 몇 달 만에 유명가수로 바꿔 놓았다.

 

<싱어게인> 첫 무대에 섰을 때 이승윤은 특유의 '밀당을 하는 듯한' 노래를 들려주었지만, 조금은 어색한 모습이었다. 이무진과 함께 노래 부를 때까지만 해도 그는 지금처럼 자기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홀로 이효리의 'Chitty Chitty Bang Bang'을 부르면서 그 '족보 없는 무대'가 바로 그의 독자적인 색깔이라는 게 드러났다. 너무 독특해서 도대체 장르가 뭐냐며 호불호가 갈릴 만큼 분명했던 색깔.

 

그는 그 때도 자신을 "애매한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애매함이란 다른 말로 하면 그 누구와도 차별화되는 그만의 색깔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자신의 깜냥을 알아 스타가 되겠다는 욕심은 진작 버렸다고 했고, 대신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마음으로 매 무대에 섰다는 이승윤은 바로 그랬기 때문에 <싱어게인>의 최종 우승자가 될 수 있었다. 오디션의 경쟁보다는 저 마다의 색깔을 얼마나 잘 드러내는가가 이 특별한 오디션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싱어게인>은 무명가수전이라는 독특한 지점을 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무명가수가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는 것.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그만의 확실하고 차별성 있는 무대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었다. 마지막 파이널 라운드에 올라온 참가자들이 그랬다. 강렬한 헤비메탈을 하는 정홍일이나 포크의 맛을 들려주는 이무진, 걸그룹 아이돌 출신이지만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해내며 '대형가수'의 느낌을 선사하는 이소정 등 누구 하나 비슷한 유형의 가수들이 없었다.

 

바로 이 지점은 시청자들이 보통 한 가지 장르나 유형으로 구획되어 치러지는 보통의 오디션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각각의 무대가 경쟁을 한다기보다는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는 느낌을 선사한 것도 그래서다. 여기서 중요했던 건 심사위원들의 심사방식 역시 하나의 기준이 아닌, 그 무대에 오른 가수의 특성에 맞춘 기준으로 평가하고 조언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양한 가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싱어게인>은 오디션 형식을 가져왔지만 사실은 이 무명가수들을 '육성해' 주목되는 가수로 키워내는 음악 프로그램에 가까웠다.

 

한때는 방구석 음악인이라고 자처하고 스스로를 애매하다고 말했던 무명가수 이승윤은 이제 자기 색깔이 분명한 개성 있는 가수로 자신을 만들어준 <싱어게인>을 '소개팅'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을 많은 대중들에게 소개해줬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그는 '애프터'를 이야기했다. 이제부터 더 자주 만나 서로를 알아가도록 하자는 것. <싱어게인>이 매 회 주선한 소개팅 덕분에 참 많은 무명가수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과정에서 이미 유명한 가수들이 되어 있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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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오디션을 매 공연으로 만들었던 태호의 성실함

 

JTBC 오디션 <싱어게인> 톱6에는 이정권, 이소정, 이승윤, 요아리, 정홍일 그리고 이무진이 오르게 됐다. 톱10 대결에서 아쉽게도 태호, 최예근, 유미, 김준휘는 탈락했다. 사실 누가 톱6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은 대진표가 아닐 수 없었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음악의 색깔도 달라 심사위원들로서는 곤혹스러운 톱6 결정전이었으니 말이다. 

 

<싱어게인>이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달리 느껴지는 건, 톱6가 결정됐고 그래서 나머지는 탈락하게 되었지만 저마다 각자 개성을 살린 강렬한 인상의 무대를 펼쳐 보인 가수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톱10에서 탈락한 4인만 봐도 그렇다.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만만찮은 퍼포먼스와 더불어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을 보여준 태호와, 시작부터 남다른 그루브와 끼, 편곡능력을 선보인 최예근, 여전히 가슴을 울리는 가창력을 보여준 유미 그리고 낮은 읊조림만으로도 짙은 허스키 감성에 빠져들게 만드는 김준휘가 그렇지 않았던가. 

 

특히 탈락했지만 매 무대마다 성실한 준비가 돋보였던 37호 가수 태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돌 그룹 임팩트 활동 이력을 가진 태호는, 아이돌 출신이라면 갖게 되는 막연한 편견과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준 가수였다. 아이돌 출신이라면 퍼포먼스는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다 여겨지지만, 가창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태호는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매 회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성실하게 준비해 보여줬고, 그러면서도 가창 역시 빠지지 않는 가수였다. 

 

유희열 심사위원이 말했듯 춤과 노래를 함께 한다는 건 두 배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부상 투혼까지 발휘하면서도 무대에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오로지 '관객'들을 위한 최선을 보여주려는 태호의 태도는 보는 이들을 감복하게 만들 만했다. 선미가 눈물을 흘리고, 이승기가 "성실도 끼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준다고 말했던 건 진심이었다. 그 후로도 태호는 매 무대마다 참신한 선곡을 가져와 이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편곡해 들려줬다. 

 

톱6 결정전에서 <싱어게인> 최고의 발견이라고 할만한 30호 가수 이승윤과 대결해 2:6으로 졌지만 그가 아버지의 18번이라며 부른 김현식의 '사랑 사랑 사랑'은 마치 아이돌 그룹 활동을 해왔던 자신의 색깔을 온전히 담은 퍼포먼스와 음악으로 채워졌다. 이례적으로 백댄서들과 함께 군무를 펼치는 모습이 그랬다.

 

하지만 무엇보다 태호에게서 주목되는 점은 그의 무대에 임하는 태도였다. <싱어게인>은 다시 노래 부르기 위해 무대에 선 무명가수들이라는 그 특성 때문에 그 간절함이 남다른 면이 있었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며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가수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태호가 지금껏 보여준 무대들을 되새겨보면, 그다지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준비해온 걸 보여주고 들려주는 무대가 대부분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어찌 그라고 떨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게 해준 건 아마도 매 번 최선의 무대를 공연처럼 준비했던 것처럼, 무대 위에서도 자신이 아닌 관객을 위한 시간을 제공하려는 그 성실한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대를 시작하기 전 짤막하게 자신이 준비한 노래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그대로 최선을 다한 무대를 선보이고, 당락과 상관없이 일관된 목소리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싱어게인>이 적어도 그에게는 오디션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준비해온 작은 공연들이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졌지만 잘 싸웠다. 그 성실함으로 이제 다시 노래 부르는 가수로 만나게 되길.(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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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2.18 0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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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이렇게 개성이 다른 오디션 톱10 있었던가

 

JTBC 오디션 <싱어게인>의 톱10이 결정됐다. 이무진, 이승윤, 이정권, 최예근, 김준휘, 소정, 정홍일, 태호, 요아리 그리고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오게 된 유미가 그들이다. 놀라운 건 이들 톱10에 오른 가수들의 너무나 다른 개성이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톱10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이 이렇게 한 무대에 서 있다니.

 

찐무명으로 올라온 이무진은 통기타 하나만 갖고도 제대로 그루브를 갖고 놀 줄 아는 뮤지션으로 한영애의 '누구 없소'의 첫 소절만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던 가수다. 이문세의 '휘파람'이나 조용필의 '꿈'을 부르는 이무진은 놀랍게도 그 젊은 나이에 옛 감성과 현재의 트렌드를 모두 아우르는 음악의 해석을 보여준다. 원곡의 맛을 한껏 보여준 후, 살짝 살짝 변화를 주는 편곡으로 그만의 색깔을 그려낸다. 

 

'근본 없는 무대'라고 표현했지만, 그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청중과 밀당의 묘미를 선사하는 이승윤은 실로 <싱어게인>의 정체성에 딱 어울리는 뮤지션이다. 지금껏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그만의 스타일은 벌써부터 대중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싱어게인>의 톱10은 이무진, 이승윤만이 아닌 전부가 겹치는 색깔이 없다. 

 

이를 테면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게 만들어 남다른 몰입감을 선사하는 연어 장인 이정권,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톡톡 튀는 개성의 최예근, 낮게 읊조리는 허스키 보이스로 툭툭 던지는 노래가 매력적인 김준휘, 매 라운드마다 색다른 장르의 옷을 입어도 모두 어울리는 다채로운 능력을 가진 레이디스 코드 소정, 요즘은 귀해진 정통 헤비메탈의 힘으로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드는 정호일, 아이돌이 가진 춤과 노래 실력에 성실함까지 겸비한 태호,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 음색의 요아리 그리고 슈가맨으로서 여전히 큰 감동을 선사하는 유미까지. 

 

이렇게 톱10의 색깔이 겹쳐지지 않고 다양한 개성들을 드러내게 된 건,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의 애초부터 달랐던 기획방향에서 가능해진 일이다.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주로 하나의 장르를 전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스트롯2>처럼 트로트를 장르로 세우거나, <포커스>처럼 포크 음악을 장르로 세우는 식이 그렇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이런 장르를 전제하지 않고 대신 '다시 부른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그러자 찐 무명에서부터 슈가맨, 오디션 출신, 아이돌 그룹 출신, OST 가수 등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출연자들이 한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이전의 어떤 오디션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다양한 출연자들이 가능해진 것.

 

중요한 건 이렇게 다양한 특징과 색깔을 가진 출연자들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각각의 매력에 맞춰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맞춤형 심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꾹꾹 감정을 가사에 넣어 부르는 게 장기인 이정권에게는 드라마틱한 곡을 선곡하라고 하고, 감정을 너무 잔뜩 실어 노래하는 유미에게는 그 힘을 조금 빼라고 주문하는 식이다. 레이디스 코드 소정은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가 가능한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해주고,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해내는 태호에게는 아이돌이 가진 강점을 부각시켜주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싱어게인>이 갖게 된 음악의 다양성은 시청자들로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매 무대를 식상하지 않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워낙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오다 보니 이제 시청자들도 저마다 색깔이 다른 오디션에 등장할 법한 출연자들이 한 무대에 서는 일을 그리 낯설게 느끼지 않았다. 대신 취향대로 즐길 수 있는 오디션이 가능해진 것. <싱어게인> 톱10의 너무 다른 개성을 가진 면면들을 보면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째서 성공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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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이토록 개성을 끄집어내준 오디션이 있었던가

 

"저는 어디서나 애매한 사람이었거든요. 충분히 예술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대중적이지도 않고 충분히 록도 아니고 충분히 포크도 아니고 그래서 제가 살아남는 거 약간의 환대를 받는 거 이런 게 어리둥절했습니다. 요행이 길다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어쨌든 4라운드까지 와서 '제 존재의 의의를 구체화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고요. 제가 애매한 경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많은 걸 오히려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4라운드 톱10 결정전 무대에 선 30호 가수 이승윤은 그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자신에게 쏟아진 비상한 관심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그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부른 이효리의 'Chitty Chitty Bang Bang'은 서태지가 저렇게 등장했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족보 없는 무대'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물론 이승윤에 대한 관심이 호평 일색인 건 아니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가수라는 걸 심사위원들도 지적한 바 있고, 그건 이승윤 자신도 "어디서나 애매한 사람"이었다고 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던 바였다. 그래서 중요해진 건 다음 무대였다. 그 무대의 파격이 일회적인 일이 아니라 이승윤이라는 가수의 독보적인 색깔인가 아닌가를 판가름하는 건 다음 무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선곡한 이승윤은 놀랍게도 그 노래 역시 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들려주었다.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대안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는 그는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강약장단'의 귀재였다. 같은 노래도 그가 맛있게 소화해내는 이유는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때론 길게 늘이기도 하고 때론 스타카토식으로 짧게 끊어주는 방식으로 노래를 표현해내기 때문이었다. 그건 리듬이나 그루브를 타는 것과는 또 다른 그만의 색깔을 음악에 부여했다. 

 

그 두 번째 무대로 이승윤은 그저 '겉멋'이 아닌 진짜 자기만의 스타일이 분명히 있는 개성적인 가수라는 게 증명되었다. 이제 다음 무대에서도 그만의 색깔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역시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독특한 무대인 것만은 분명했고 "미친 애는 못 이긴다" 같은 호감이 투영된 반응들이 눈에 띠었다. 지난 회에 이승윤의 무대를 보여줄 듯 하다 끝내버린 엔딩은 시청자들의 비판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그 무대를 실제로 보고나니 제작진이 그 무대에 대해 한 주를 미뤄두고 그 기대감만큼을 채울 만한 자신감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놀라운 가창력을 가진 출연자들을 주목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가수를 주목시키고, 그 가치를 세우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세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이승윤이 말하는 것처럼 기성 음악시장의 잣대에 의해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을 그만의 색깔 그대로 매력적으로 담아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 모두의 호평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이선희 심사위원의 이야기는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의 색깔을 잘 보여줬다. "그 애매한 선상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바로 30호님의 음악이구나 라는 생각이고, 저는 개인적으로 보컬의 음색이 너무 특색이 있어서 그 장르를 열어가는 가수들은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음악 자체의 색깔이 특색이 있어서 그 장르를 새롭게 개척해가는 (가수는) 많지 않거든요. 10년, 20년 사이에 그런 장르의 음악을 여는 사람은 없었어요. 전 30호님이 그런 장르의 음악을 열어가는 사람이 돼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전달해드립니다. 꼭 그런 가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김이나 심사위원의 말은 그간 자신을 애써 부정해오곤 했던 이승윤의 마음을 후벼팠다. "스스로가 자꾸 나한테 왜 이런 평가하지? 나 왜 좋아하지? 난 애매해. 그렇게 하는 게 아마 마인드 콘트롤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30호님이 자연스럽게 애정이나 사랑이나 인정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훨씬 더 멋있어지실 것 같아요." 그 말에 결국 이승윤은 눈물을 보였다. 그는 자존심 강한 가수였다. 자존심이 너무 강해 자기 색깔의 음악을 고집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선 또한 적지 않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는 않았을 게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자신에 대한 칭찬 또한 인정하지 않게 됐던 게 아니었을까. 그가 스스로를 "애매하다" 표현한 이유는 그것이었다. 

 

<싱어게인>은 사실 이승윤 같은 '애매한' 경계에 서 있다 스스로를 치부하며 그러면서도 자기 음악에 대한 자존심으로 버텨내고 있는 무수한 무명가수들에게 크나 큰 위로와 가능성을 알려준 게 되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이 어느 하나의 잣대로 평가받기 보다는 저마다의 개성에 맞는 평가와 조언으로 한 걸음씩 성장해갈 수 있게 해주는 무대. 찐무명 63호 이무진이 그렇고, 연어장인 이정권이나 천상 헤비메탈 가수 정홍일, 팔색조의 다채로운 재능을 보여주는 11호 레이디스 코드 소정 같은 이들이 저마다의 색깔이 개성이자 매력일 수 있는 무대를 <싱어게인>은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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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29호 정홍일에 심사위원도 시청자도 매료됐다는 건

 

"내한공연인 줄 알았어요." JTBC 오디션 <싱어게인>의 4라운드 톱10 결정전에 나와 김수철의 '못다핀 꽃 한 송이'를 부른 29호가수의 무대에 대해 이해리 심사위원은 그렇게 말했다. 그건 실제로 오랜만에 보는 록 공연 같았다. 어찌 보면 뻔한 무대가 아닐까 싶은 선곡이었다. '못다핀 꽃 한 송이'는 종종 록커들이 특유의 에너지를 쏟아내는 무대에서 선곡되던 곡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소 평범해 보였던 도입부분을 지나 중간에서 변주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록 스피릿이 더해지자 29호가수 특유의 절절함이 곡에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 절절함에는 그가 그간 음악을 하며 살아왔던 쉽지 않은 삶이 고스란히 겹쳐졌다. 록을 고집하고 그 길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못다핀 가수로서의 삶. 그래서 <싱어게인>이라는 무명가수 오디션을 선택해 나온 그가 아니었던가. 그 꽃 한 송이 피워내겠다는 그의 절규가 심사위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다. 

 

특히 마지막 엔딩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예수처럼 손을 펼치고 노래를 불러 마이크 없이 불렀던 대목은 그의 말대로 '실수'였지만 오히려 의도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소름 돋게 만들었다. 과거 마이크 없이 엄청난 성량으로 노래를 불러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록 가수들의 '전설처럼' 내려오는 그런 무대들을 그 짧은 장면이 보여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극강의 고음이라고 하지만, 사실 과거 헤비메탈의 샤우팅 창법이 유행했던 시절만 보면 그런 고음은 익숙한 것이었다. 다만 지금 헤비메탈이나 록을 내세우며 노래하는 이들이 적어져 그런 고음이 귀하게 여겨질 뿐이었다. 그래서 사자 갈기처럼 치렁치렁한 머리를 늘어뜨리고 첫 등장에 자신을 '헤비메탈 가수'라고 소개했을 때부터 29호가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었다. 유희열은 그의 외관만 보고도 "딱 봐도 록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을 그는 임재범의 '그대는 어디에'를 통해 채워줬다.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을 꾹꾹 눌러 부르다 클라이맥스에서 폭발적으로 터트리는 29호가수의 무대는 간만에 록이 주는 에너지를 제대로 전해주었고, 심사위원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엔 거의 사라진 창법과 스타일의 음악"이라고 유희열 심사위원이 표현했던 것처럼, 그의 록 스피릿은 그렇게 아련한 향수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예수님들'이라고 표현됐던 10호가수와 함께 29호가수가 선보였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가수들이 오히려 절제된 목소리로 부를 때 그 깊이가 더 깊어진다는 걸 느끼게 해줬고, 홀로 부른 들국화의 '제발'은 김종진 심사위원이 말했듯, 오랜만에 속이 다 시원해지는 무대의 묘미를 선사했다. 

 

29호가수는 결국 자신이 바랐던 톱10에 오른 것이 오롯이 록을 고집하며 살았고 그래서 생계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자신에게 뭐라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응원해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 말을 전하며 슬쩍 비쳐진 눈물은 마치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자의 눈물처럼 보여 더욱 묵직한 여운으로 남겨졌다. 

 

이제 톱10에 들어간 29호가수는 그의 이름 정홍일로 무대에 서게 됐다. 향후 그가 <싱어게인>에서 어떤 위치에까지 오를 지는 아무도 모르고, 어쩌면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게 됐다.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의 취지에 걸맞게 그는 요즘엔 거의 사라진 스타일이 되어버린 록으로 '다시 노래 부르게' 됐고 그렇게 대중들을 빠져들게 했으니 말이다. 그는 어쩌면 이 오디션이 추구했던 기획의도를 삶 전체를 끌고 와 무대에서 보여준 인물이 아닐까 싶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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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무명마저 뚫고 나오는 노래의 힘이란

 

JTBC 오디션 <싱어게인> 3라운드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잔인한' 매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그건 2라운드로 진행됐던 팀 대결에서 한 팀이었던 이들을 고스란히 대결상대로 세워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잔인한' 대진표는 팀으로 뭉쳤을 때부터 예고된 면이 있었다. 왜냐하면 비슷한 장르나 성향을 가진 이들이 2라운드 팀 미션에서 팀으로 묶였기 때문에, 1대1 대결 역시 그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을 세워 비교하는 것이 공정(?)할 수 있어서다. 

 

지난 회에서 이문세의 '휘파람'을 자신만의 감성적인 발라드로 소화해내 주목을 받았던 63호 가수와, 이효리의 'Chitty Chitty Bang Bang'을 선곡해 서태지를 소환시킬 정도의 파격으로 '족보 없는 무대'의 매력을 보여줬던 30호 가수의 대결은 그래서 잔인함 그 이상이었다. 둘 중 누군가를 떨어뜨린다는 게 시청자들에게는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어서였다. 

 

이런 대진의 잔인함은 이번 회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연어장인 20호 가수와 거의 CD를 튼 것 같은 완벽한 가창력을 구사하는 19호 가수의 대결이 그랬고, 무엇보다 '장발 라인'으로 거칠지만 깊은 감성을 노래에 담는 10호 가수와 헤비메탈의 극강 고음으로 소름 돋는 무대를 선보인 29호 가수의 대결이 그랬다. 또한 2라운드에서 묶여진 팀 그대로 팀 대결을 벌인 '아담스'와 '너도 나도 너드'의 대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싱어게인>은 기묘한 관전 포인트가 생겨나고 있다. 애초 '○호 가수'라 부름으로써 '무명가수'로서의 탈출을 목표로 하던 프로그램에 이제 시청자들은 이름 대신 그들의 무대를 원하고 있어서다. 사실 '무명가수'라는 타이틀은 이미 무색해진 상황이다. '○호 가수'라 방송에서는 소개되지만, 그 순간 인터넷에는 그의 실명이 거론되며 그가 어떤 가수였던가에 대한 이력들이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가리면 가릴수록 더 궁금해지고, 그래서 시청자들이 알아서 검색하고 찾아보면서 이 무명가수들의 실체는 더더욱 그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제 '○호 가수'라 불리던 이들의 이름이 공개되는 순간을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 그건 그 가수가 이제 진짜로 탈락하는 순간이고, 그 가수의 또 다른 무대를 볼 수 없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슈퍼어게인'으로 탈락의 위기에 처한 가수가 '이름을 겨우 밝히지 않고' 구제되는 순간 시청자들이 안도감을 느끼게 된 건 그래서다. 29호 가수가 탈락 위기에 놓였을 때 이선희 심사위원이 슈퍼어게인 카드를 썼을 때가 그렇고, 그와 대결해 졌지만 역시 다음 무대를 계속 보고프게 만들었던 10호 가수가 이름을 밝히고 탈락할 위기 상황에 처하자 이혜리가 슈퍼어게인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가 그렇다. 

 

결국 <싱어게인>이 보여주는 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는 그 자체로 무명까지 뚫고 나오는 노래의 힘을 말해주고 있다. 시청자들은 어느새 이들의 이름이 밝혀지기보다는 좀더 그들의 무대를 보고 싶어 하게 됐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무명가수들이 진짜 원했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단지 이름이 아니라, 어떤 노래와 무대로 기억되는 이름으로 남는 것.(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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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와 63호 가수, 이것이 '싱어게인'만의 오디션의 매력

 

"누가 이기든 지든 패배자를 심사위원분들로 만들자." JTBC 오디션 <싱어게인> 3라운드인 라이벌전에서 가장 관심을 집중시킨 63호 가수와 30호 가수의 대결무대에서 30호 가수는 무대를 시작하기 전 그렇게 호기롭게 각오를 밝혔다. 그 말은 둘 다 잘 해서 이런 대결을 하게 만든 심사위원들을 오히려 더 곤혹스럽게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3라운드의 대진은 이승기가 한 마디로 표현한 것처럼 '잔인'했다. 2라운드에서 팀을 이뤄 함께 했던 이들을 이제는 라이벌 대결 구도로 세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싱어게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63호 가수와 30호 가수는 2라운드에서 남다른 우정과 팀워크로 모두를 감탄하게 만든 팀이었다. 그러니 이 대결이 잔인하게 느껴질 밖에.

 

하지만 심사위원을 패배자로 만들겠다는 30호 가수의 말처럼, 이들의 대결은 두 사람의 대결이 아니었다. 이문세의 '휘파람'을 선곡해온 63호 가수는 자신이 항상 감성적인 발라드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왔고 피해왔다며 이번 무대가 30호 가수와의 라이벌전이 아니라 자신 안의 두려움과 싸우는 무대라고 말했다. 

 

63호 가수는 마치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듯 '휘파람'에 특별한 편곡을 더하기보다는 정공법으로 불러내는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담담하게 불렀지만 갈수록 고조되는 감성들이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고, 그것은 김이나 심사위원의 표현대로 "아름다운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유희열 심사위원의 말처럼 원곡의 향기 그대로 불렀지만 오롯이 그의 노래처럼 들렸다. 

 

이 정도로 좋은 무대를 앞서 선보였으니 그와 대결하는 30호 가수는 긴장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63호 가수와의 대결이 아니라 자신과의 대결을 선택했다. 1,2라운드에서처럼 기타를 갖고 나오지 않은 데다 선곡이 심지어 이효리의 'Chitty Chitty Bang Bang'이었다. 그는 자신이 포크 가수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가수라며 공식에 따른 음악보다 자기 색깔을 담아보겠다고 했다. 과연 이 곡을 그가 어떻게 자기만의 스타일로 풀어낼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선곡이 아닐 수 없었다. 

 

음악 시작과 함께 30호 가수는 자유롭게 리듬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 곳이 오디션 무대라는 게 무색한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심사위원들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듣도 보도 못한 그 무대는 강렬한 록비트에 강약을 조절해가며 시원스럽게 내지르는 30호 가수만의 그루브가 매력적이었고, 유희열이 "족보 없는 무대"라는 표현이 딱 맞는 그만의 텐션을 보여준 무대였다. 

 

굉장히 정제된 음악도 아니고 그렇다고 멋진 퍼포먼스라 하기도 애매한 동작들이었지만 몰입해서 부르는 30호 가수만의 집중력은 그 모든 것들을 매력으로 바꿔 놓았다. 김이나는 "나 안해"라고 외쳤고 유희열은 "재 뭐야?"하고 신기해했다. 심지어 서태지와 아이들,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이 처음 나왔던 것처럼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결국 호불호가 갈린 심사위원 때문에 30호 가수가 지고 63호 가수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지만, 승패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이긴 63호 가수보다 진 30호 가수의 잔상이 더 강렬하게 남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싱어게인>만이 가진 오디션의 특별한 매력이 아닐 수 없었다. 승패가 취향에 따라 갈리긴 하지만 그것보다 다시 무대에 선다는 그 각오가 만들어내는 승패와 상관없는 무대들의 향연. 그것만으로도 <싱어게인> 무명가수들의 참가의 의미가 충분한.(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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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완벽한 무대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건

 

사실 JTBC 오디션 <싱어게인> 팀 대항전에서 1호 가수 벤티와 45호 가수 윤설하가 한 팀이 됐다는 사실은 기대와 더불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무려 30년의 나이 차가 나는 데다 두 사람의 음악적 성향도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벤티가 걸 그룹의 곡들까지 망라해 춤과 노래가 가능한 끼를 가진 아이돌의 색깔이 짙다면, 윤설하는 과거 김창완과 꾸러기들에서 활동했던 모습 그대로 포크 가수의 면모를 갖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합을 맞출 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생길밖에.

 

게다가 이들이 뽑은 카드는 2010년대 곡이었다. 윤설하에게는 더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벤티의 아이디어는 돋보였다. 첫 무대에서 외모 차별을 겪은 일화를 들려준 윤설하의 이야기를 떠올린 그는 2NE1의 '어글리'를 선곡했다. 윤설하 역시 젊은 세대들의 노래라고 해도 자신이 몰입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곡이라면 소화할 수 있을 거라 했다.

 

실제로 이 선곡은 주효했다. 송민호 심사위원의 말대로 윤설하의 목소리로 다시 들려지는 '어글리'는 2NE1이 부르던 노래와는 다른 느낌으로 전달됐다. 오롯이 윤설하의 이야기로 재해석되었던 것. 음정이나 박자 같은 노래의 기술적인 측면들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는 그런 기술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윤설하는 실제로 증명해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중간에 박자를 놓쳐 노래가 잠시 이어지지 못하는 큰 실수가 벌어졌지만, 벤티가 옆에서 도와주는 모습조차 무대를 더욱 감동으로 만들어줄 정도였다.

 

이런 일은 이들 팀과 대결한 '여자 양준일'로 자신을 소개했던 50호 가수 윤영아와 양준일의 '리베카'를 재해석한 무대로 호평 받았던 37호 가수 임팩트 태호 팀에서도 벌어졌다. 역시 나이 차이가 나는 이 팀은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를 선곡했지만 빠른 노래의 템포를 따라가기 힘들어했던 윤영아를 태호가 도와줌으로써 노래는 물론이고 춤까지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본 무대에서 가사를 놓치는 실수를 했지만 윤영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대를 마무리 짓는 모습으로 감동을 줬다.

 

두 팀 모두 완벽한 무대라고 할 수는 없었다. 실수가 있었고 노래도 완벽하다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완벽하지 않은 무대가 주는 감동은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의 진정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국 윤설하와 벤티 팀이 대항전에서 졌고 두 사람 모두 탈락하게 됐지만 그들의 무대는 이 날 최고의 무대로 기억됐다.

 

물론 팀 조합을 심사위원들이 함으로써 다소 무리한 방식으로 팀이 이뤄졌다는 비판은 공감 가는 면이 있다. 윤설하와 벤티의 조합도 그랬지만, 이날 방송에 나온 러브홀릭 지선과 유미 팀은 19년 지기 우정을 이어온 친구였지만 음악적인 성향은 너무나 달라 두 사람이 모두 돋보이는 무대를 보이기가 어려웠다. 이선희의 '불꽃처럼'을 선곡했지만 초고음을 뽑아내야 하는 그 곡은 감성보컬 지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지선의 탈락은 그래서 조합과 선곡에서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일 수 있었다.

 

<싱어게인>은 이처럼 다소 이질적인 팀 조합으로 보다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기 어려운 팀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거나, 완전히 색다른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했고, 나아가 본 무대에서 실수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쉽지 않은 무대가 주는 감동은 분명히 있었다.

 

한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실수는 곧바로 탈락으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특히 팀 대항전에서 한 팀원의 실수는 모두에게 민폐가 되는 일로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실수를 해도 또 탈락을 해도 어딘가 훈훈한 감동을 주는 이상한 오디션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혹 우리는 완벽한 무대만이 최고의 무대라고 착각했던 건 아닐까. 완벽하지 않아도 그 노래하는 이들의 진정성이 묻어난 그런 무대가 최고의 무대라는 것. <싱어게인>은 그걸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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