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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 싹수부터 남달랐던 전무후무한 방송인

 

사실 우리네 방송가에 전현무라는 엔터테이너의 탄생과정은 전무후무하다. 물론 아나테이터들이 과거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이미 전현무 이전에 강수정이나 김성주 같은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의 길을 활짝 열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현무의 행보가 전무후무라 말할 수 있는 건 프리선언을 하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 그가 가진 독특한 자기만의 영역을 특화시킨 면이 있기 때문이다.

 


'히든싱어(사진출처:JTBC)'

그는 KBS 아나운서 시절부터 <해피투게더>에 게스트로 나와 샤이니의 루시퍼를 싼 티 가득한 춤과 함께 보여주었고, 아이유의 좋은 날’ 3단 고음을 선보임으로써 확실한 자기 존재감을 만든 인물이다. 물론 뉴스 브리핑도 했었고 라디오 방송도 했던 그였지만 아나운서로서는 이례적으로 <남자의 자격>에 고정으로 투입되어 예능감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였다. “진정성이란 게 없다는 이경규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것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사실 KBS를 퇴사하고 프리선언을 한 후 전현무가 과연 엔터테이너로서 자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아나운서 출신이기 때문에 때로는 바닥을 보여줘야 하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이미지가 부딪치는 면이 있었고, 이경규가 지적한 진정성문제에 있어서도 분명 어떤 한계를 드러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현무는 자신의 이런 문제들을 인지하면서도 차근 차근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서부터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갔다.

 

역시 자신이 잘 하는 분야는 MC로서의 진행이었다. 그는 몇몇 스튜디오형 예능 프로그램에 MC로 모습을 보이더니 JTBC <히든싱어>에서 그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전현무의 특징은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얄밉게 느껴질 정도로 밀고 당기는 진행능력에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찾는 프로그램이 가진 호기심을 그는 적절히 드러내고 숨기면서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히든싱어>에서 진행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SBS <K팝스타>의 라이브 진행을 맡으면서 김성주와 오디션 진행의 양대 산맥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 바탕 위에서 그는 MC로서의 자기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 영역은 엉뚱하게도 교양과 접목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현무의 자리로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비정상회담>이나 <문제적 남자> 같은 프로그램은 교양과 같은 지적 영역을 겸비한 전현무에게 최적의 프로그램이 되어주었다. 아나운서로서 갖고 있던 교양 프로그램에서의 역량에 그것을 살짝 비틀어 웃음으로 만들곤 했던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은 전현무의 장기 중 하나였다.

 

즉 결과적으로 보면 전현무라는 전무후무한 엔터테이너의 탄생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된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 첫 번째는 트렌드는 교양의 영역이 예능의 영역으로 편입되어가는 방송 트렌드다. 이제 교양은 점점 더 인포테인먼트의 양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거꾸로 예능의 교양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다. 이제는 예능이 그저 웃고 지나가는 신변잡기가 아니라 어떤 정보적인 교양적 측면들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전현무는 이제 자신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KBS에서도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인 <전무후무 전현무쇼>를 진행하고 <해피투게더3>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제 그는 지상파에서부터 종편 케이블까지 거칠 곳 없는 영역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어찌 보면 전현무의 이런 급성장은 교양과 예능이 접목되어가는 방송 환경의 영향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런 면이 있지만 그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영역 확장을 도전해온 그의 남다른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싹수부터 남달랐지만 변화를 그저 바라보기보다는 그 속에 직접 뛰어든 도전정신. 그것이 지금의 전현무를 만들어냈다



Posted by 더키앙

우리시대 아나운서란 어떤 존재인가

'전현무'(사진출처:KBS)

10년 전만 해도 아나운서는 어딘지 늘 조신한 존재였다. 허리를 똑바로 펴고 앉거나 서서 손에 마이크 하나를 들고 오로지 입으로만 드러나는 존재. 심지어 뉴스 도중 누군가 난입해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소리를 치더라도 짐짓 당황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보도를 하는 그런 존재. 물론 지금도 아나운서에 대한 이런 덕목이 달라진 건 아니다. 또 엄밀히 따져서 한참 과거로 올라가도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있었다. '명랑운동회'의 변웅전 아나운서가 그런 존재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 때 예능 프로그램의 한 복판에서도 늘 단정하게 서서 말 그대로 진행만 했던 변웅전 아나운서와,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한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나운서는 확실히 다르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아나운서는 과연 어떤 존재들일까.

한 때 아나운서지만 특유의 끼를 보여주었던 김성주 아나운서나 강수정 아나운서 같은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들이 속속 등장했지만 이제 이 말조차 식상해져버렸다. 지금은 아나운서를 뽑는 오디션을 쇼 프로그램화 하는 시대이고, 그 쇼 무대 위에서 개그맨 뺨치는 만담으로 빵빵 터트린 지원자가 주목받는 시대다. '신입사원'에서 아나운서계의 방시혁으로 불리는 방현주 아나운서는 특유의 독설을 날려 주목받고, 아나운서계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전현무 아나운서는 특유의 깝으로 개그맨들마저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뉴스 보도, 사회, 실황 중계의 방송을 맡아 하는 사람. 또는 그런 직책'을 지칭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정의는 이제 변해야 될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이른바 7단 고음을 선보이며 '개그맨 웃기는 아나운서'로 등극한 전현무 아나운서. 신입시절부터 특유의 끼를 주체할 수 없어 벌어진 해프닝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아 듣는 이들을 빵 터뜨린 그는 골반을 흔들어대며 샤이니 댄스를 추고 어딘지 성역처럼 보이는 KBS 아나운서실의 뒷얘기를 마구 풀어놓는다. 한 때 아나운서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던 전현무는 대중들의 호감을 얻기 시작하면서 KBS의 보배 같은 존재가 되었다. 약 5개 정도의 고정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게스트로도 섭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전현무를 모시기 위해서 줄을 서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진행도 깔끔하게 하면서 특유의 예능감과 끼가 넘치니 예능의 블루칩이 될 만하다.

그런데 이 전현무로 인해 생겨난 아나운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전현무를 넘어서 타 동료 아나운서들에게까지 전이되고 있다. '해피투게더'에 전현무와 함께 출연한 박은영 아나운서는 평소 모습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웃음을 주려 노력하며 마치 '여자 전현무' 같은 인상을 주었다. 자신이 박명수와 닮았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 하고 마치 전현무가 툭하면 동료 아나운서들을 폭로(?)하는 것처럼 오정연 아나운서가 짝짝이 하이힐을 신고 제주도까지 왔던 사연을 폭로하기도 했다. 심지어 코를 후비다가 들킨 사연을 들려주기도 하고, 콧구멍이 크다며 50원짜리 동전을 넣어 보이기도 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전현무가 일찍이 깔아놓은 멍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나운서라도 예능에 나와서는 웃음을 주기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낮추는 자세로 호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현무를 통해 이미 알게 된 것이다.

이른바 '전현무 효과'를 통해 보여지듯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재정의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방송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방향적 소통 시대에 방송사가 가진 입은 권위 그 자체였다. 그러니 방송사의 얼굴은 단연 아나운서였다.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세상의 의심할 여지없는 정보들이었고,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매체 시대로 접어들고, 쌍방향 미디어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나르는 시대에 방송의 권위는 무너져 내렸다. 대중들 스스로가 미디어라 믿어지는 시대에 방송의 정보들은 때론 대중들과 시각차를 보이고 부딪치기도 하고, 때론 오보에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일단 뉴스나 시사 같은 중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방송 말고도 너무나 많아졌다. 심지어 이제는 대중들이 포착한 뉴스를 받아서 방송하는 시대가 아닌가. 방송의 가장 큰 힘인 권위가 해체되면서 방송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연성화의 길이다. 이것은 다만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보다 대중의 눈높이로 낮춰진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담겨있다.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들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전반에 깔리게 되고, 이제는 주말 MBC 뉴스데스크를 이끄는 최일구 앵커로 대변되는 것처럼 뉴스에도 스며들기 마련이다.

아나운서가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또박또박 언어를 구사하며 심지어 대외적인 활동까지 반듯해야 했던 것은 그 말의 힘이 권위로 작용하던 시대의 방송의 잔재다. 여전히 아나운서들은 이 틀을 고수하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바뀌었다. 정형돈과 게임을 하며 종이를 놓고 얼굴을 맞대는 민망한 장면을 문지애 아나운서가 연출하고, 그 장면은 '신입사원'의 오디션 후보가 패러디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물론 그 후에 문지애 아나운서가 뉴스나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브리핑을 하는 것에 대해 대중들은 그다지 이물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대중들이 뉴스나 시사 정보 프로그램과 연예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그다지 다르게 여기지 않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생생정보통'이다. 이 정보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프로그램에는 저녁 시간대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전국 먹거리 이야기에서부터 연예 정보, 때론 미니 다큐가 들어가고 심지어 생뚱맞아 보일 수 있는 뉴스가 배치되지만 그것에 어떤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의 얼굴로서 전현무 아나운서가 서 있다는 것은 현 달라져있는 아나운서라는 존재를 가늠하게 한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에 아나운서들이 방송국을 뛰쳐나와 프리선언을 하는 상황은 당연할 것이다. 즉 과거 아나운서들이 방송의 얼굴이었을 때는 방송사들이 이들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제 아나운서들은 방송 전부를 대표하는 얼굴은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인이 되어 있고 또 그래야 살아남는다. '신입사원'의 방현주와 '생생정보통'과 각종 예능을 휩쓸고 있는 전현무는 이 달라져 가는 아나운서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징후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그것은 지원자뿐만 아니라 심사자도 스타로 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아나운서 방현주가 앉아있고, 전현무라는 대체 불가능한 깝의 아나운서가 각광받을 수 있는 정보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시대라는 이야기도 되기 때문이다. 아나운서계의 방시혁과 유재석은 어쩌면 앞으로 아나운서들의 새로운 정체성이 될 지도 모른다.

전현무 효과, 타 방송사에까지 미치다
이른바 '전현무 효과'는 타 방송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MBC에서 아나운서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신입사원'의 지망생들 중에는 전현무 아나운서를 롤 모델로 삼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자 MBC 최재혁 국장이 "전현무 같은 스타일은 뽑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의식이 된다는 얘기. 하지만 이 '신입사원'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전현무 같은 친근한 이미지의 아나운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즉 아나운서 지망생이 만담을 해서 웃음을 주는데 그것을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자질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나운서들은 여전히 '방송사의 자존심'이라 불리지만 그 자존심은 대중들의 공감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달라진 시대에 달라진 자질을 요구받고 있다.
(이 글은 시사저널에 게재된 글입니다)

Posted by 더키앙

달라지는 방송환경, 아나운서도 달라져야 한다

뉴스의 시그널송과 함께 등장한 앵커. 앵커로서의 권위는커녕 심지어 싼티마저 나보이는데, 거기에 부응이라도 하듯 한 바퀴 턴을 하고는 오프닝 멘트를 던진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장 궁금한 건강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5분간 전해드리는 비타5분의 전현무 앵커입니다. 뉴스 못해본 아나운서가 전해드리는 알짜배기 건강뉴스 비타5분 건강뉴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린 동작, 몸을 날려 데스크 위에 털썩 앉는데 이건 또 웬 일? 거짓말처럼 데스크가 반 토막으로 부서져 버린다. 100% 실제상황. 그러나 뉴스 프로그램이라면 엄청난 방송사고일 이 상황은 오히려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비타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타5분'이라는 코너를 진행하는 전현무 아나운서가 보여준 해프닝의 한 장면이다.

전현무 아나운서의 이 '비타5분'이라는 코너는 실로 독특하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 말 그대로 '알짜배기 정보'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면서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하는 인상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숙면의 방법을 전달하면서 코고리(코에 고리를 끼워 코골이를 예방해주는 기구)를 설명하기 위해 전현무 아나운서는 짧은 상황극을 보여준다. 즉 코를 골다가 코고리를 끼우는 순간 코를 골지 않는 모습을 연출한 것. 그 과장된 동작은 예능처럼 웃음을 주지만 코고리가 어떻게 사용되는 것인지를 정확히 전달해준다.

이것은 '비타민'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성격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과거라면 아마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능으로 분류된 이 프로그램은 정보에 즐거움을 더해 전해주는 형식을 보여주었다. 즉 인포테인먼트 시대에 정보 프로그램들이 걸어갈 길을 예시해 보여준 것이다. 즉 정보 프로그램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은 이제 과거처럼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머물지 않는다. 정보가 쏟아져 나와 도무지 주목할 수 없는 이 시대는 무엇을 전달하는 것만큼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펀(fun)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겼다. '자체발광' 같은 프로그램은 하나의 리얼 버라이어티쇼 형식을 정보와 연결시켰다. 한편 예능 프로그램은 그저 웃음만이 아닌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하면서 리얼 버라이어티쇼 형식을 취하는 '괜찮아U'나, 아예 정보 자체를 즐거움의 소재로 삼은 '스펀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사실 최근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정보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은 구분이 어려워졌다. '신동엽의 300'이나 '위기탈출 넘버원'은 그 형식이 비슷해 보이지만 전자는 교양이고 후자는 예능으로 분류된다. '비타민'이 예능 프로그램이고, '자체발광'이 교양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은 분류표를 봐야 인식될 수 있을 정도다.

한때는 아나테이너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아나운서의 예능 외유가 하나의 트렌드인 적이 있지만 그 상황은 어느덧 저물어버렸고 아나운서들은 다시 본업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아나운서들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의 경계가 희미해지게 된 것. 최근에는 그것이 예능인지 교양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그런 하이브리드된 프로그램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아나운서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과거처럼 정확한 정보 전달에만 집중해야 할까. 아니면 추세에 맞게 즐거운 진행을 연출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정보가 즐거움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시대에 아나운서가 엄격한 신뢰성의 틀 안에만 안주하는 것은 어딘지 부족한 인상을 준다. 정확한 정보만큼 중요한 것이 즐거운 정보가 된 세상이다. 즐거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아낌없이 망가져주는 아나운서 전현무는 어쩌면 이렇게 달라져가고 있는 방송환경을 징후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독설의 홍수, 내우외환 겪고 있는 ‘상상플러스’

처음 ‘상상플러스’가 시작되었을 때 그 제목에는 당대 인터넷의 언어문화를 TV 프로그램으로 껴안겠다는 기획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즉 상상을 덧붙인다는 그 의미 속에는 이른바 댓글 문화에 대한 이 프로그램의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것을 하나의 코너로 만든 것이 댓글방의 활용이었다. 스타들에 대한 재치 넘치는 댓글들을 포스트잇으로 방 한 가득 붙여놓고 거기서 몇 개를 골라 그걸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은, 자연스레 네티즌들의 참여를 이끌었고, 이로써 ‘저들끼리의 이야기’로만 치닫던 당대의 토크쇼에 참신한 변화를 제공했다.

뉴미디어의 등장과 그로 인해 변해 가는 언어에 대한 ‘상상플러스’의 관심은 곧바로 ‘세대공감 올드 앤 뉴’로 이어졌다. 당시 건전한 KBS의 방송이미지에 걸맞는 이 프로그램은 기성세대의 언어와 신세대의 언어 사이에 교량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찬(?) 의도를 갖고 있었다. 이것은 또한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인포테인먼트에도 잘 편승하는 형식이었다. 세대 간의 공감대를 넓힌다는 좋은 취지 하에 출연진들은 맘껏 놀 수 있는 멍석이 마련되었다. 노현정 아나운서를 중심에 세워 유지한 말에 대한 엄정함은 몸 개그와 부적절한 언어가 난무하는 출연진들의 경박함에 어떤 긴장관계를 만들며 균형을 잡히게 했다.

하지만 ‘상상플러스’의 추락은 바로 그 엄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투여된 노현정 아나운서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연예인화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인포테인먼트로서의 정보와 재미 중에 점점 재미에 경도되게 되면서 ‘상상플러스’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그것은 또한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흔들어 만들어낸 인기일 뿐이었다. 긴장감은 흐트러졌고 노현정 아나운서가 빠지자, 상황은 급변했다. 인기가 급하락하면서 ‘상상플러스’는 말에 대한 관심을 버렸고, 그러자 과거 그 프로그램이 벗어나고자 했던 말장난으로 회귀했다.

‘놀이의 탄생’같은 몸 개그로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역시 실패. ‘상상플러스’는 먼 길을 돌아 다시 말에 대한 관심으로 돌아왔다. 이것이 지금의 이지애 아나운서가 자리한 ‘상상우리말더하기’라는 코너다. 하지만 이 돌아온 탕아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그 동안 ‘상상플러스’가 내적으로 겪은 그 일련의 과정들, 즉 아나운서가 연예인화되고, 인포테인먼트가 엔터테인먼트로 변화하는 그 과정이 프로그램 외부에서도 진행되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세대공감 올드 앤 뉴’가 나왔던 그 시절만 해도 아나운서의 권위는 여전했고 따라서 그들이 구사하며 굳건히 지키고 있던 방송언어의 권위도 여전했다. 물론 방송사에서 독립해 연예활동을 하던 아나운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나테이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아나운서들의 변신이 일반화된 시점은 정확히 노현정 아나운서가 인기의 극점에 있었던 그 시기와 일치한다. 이 변화의 시기부터 아나운서들은 더 이상 우리 말의 최후의 보루를 잡고 있는 권위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 혹은 방송인의 하나로 그 존재를 낮춰오기 시작했다.

이 아나운서들의 변신이 말해주는 것은 그것을 용인해주는(혹은 권장하기까지 하는) 방송사의 달라진 말에 대한 태도를 말해주기도 한다. 아나테이너들은 보도와 뉴스 속에서 엄정함을 유지하기보다는 쇼 프로그램 속에서 춤을 추고 끼를 발휘하는 방송인으로 활약했고, 이렇게 달라진 방송사의 태도와 리얼리티가 강조되는 방송 환경이 만나자 권위를 포기한 방송언어는 막말과 독설로 변질되어 갔다. 아나운서의 변신은 그 자체가 방송언어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예고했던 징후들이다.

‘상상플러스’가 내우외환을 겪게 되는 것은, 이 외부적인 변화(독설의 트렌드화 같은) 속에서 어떤 적응점을 찾아내지 못하자, 결국 내부적인 문제까지 도출하게 되는 그 악순환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어를 다룬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 각종 막말 논란에 휩싸이게 되는 이 아이러니는, 이제는 권위를 잃어버린 아나운서와의 사라진 긴장감이 그 문제의 밑바탕을 제공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형식이 무의미해지면, 그 속의 인물들은 과도해지거나 무성의해지기 마련이다.

‘상상플러스’의 끝없는 추락은 한 토크쇼의 부적응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아나운서에 대한 인식의 변화, 나아가 방송사가 언어를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 같은 것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이제 막말까지 치닫는 방송언어 환경 속에서, 그저 부적응자처럼 보이는 ‘상상플러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할 위기에 직면해 있는 지도 모른다.

Posted by 더키앙

아나테이너 전성시대, 달라지는 TV의 입

‘라디오·텔레비전방송국에 속하여 뉴스 등을 고지 전달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는 사람 또는 그 직업.’ 아나운서의 사전적인 정의다. 하지만 이제 여기에 몇 가지를 더 추가시켜야 할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기를 보이거나 시청자들에게 웃음까지 전해주는 사람’이 그것이다. 이른바 아나운서가 엔터테이너가 되어 가는 아나테이너 전성시대. 아나운서들이 달라지면서 TV의 입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피지기, 아나운서의 리얼리티쇼
새로운 포맷으로 시작한 ‘지피지기’는 현재 달라지고 있는 아나운서들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 자리에 출연한 서현진, 최현정, 문지애, 손정은 네 명의 아나운서들은 4인4색의 짧은 치마를 차려입고 반듯한 얼굴보다는 늘씬한 다리를 뽐냈다. 뉴스를 할 때는 전혀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던 이들은 화면 속에서 활짝 웃었고, 담담한 톤으로만 얘기하던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심지어는 과거라면 아나운서실에 끌려가 혹독한 질책을 들을 일인 섹시 컨셉의 화보촬영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자리배치가 갖는 묘한 긴장감이다. MC가 총 일곱 명이나 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메인 MC 자리를 꿰차고 앉은 건 박명수. 그는 스스로도 자기가 앉아있는 곳이 편안하지 않은 듯, 보조자리인 정형돈 옆에 앉으며 “여기 오니까 마음이 다 놓이네”하고 말했다. 아나운서 넷이 다닥다닥 앉은 자리는 그들이 예능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도 여전히 무게감이 있었다. 긴장감 넘치는 자리배치는 말 그대로 개그맨과 아나운서의 자리가 역전된 작금의 상황을 그대로 재연해냈다.

프로그램은 이들 아나운서들의 속살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쇼의 성격을 보여주었다. MC들의 멘트 속에는 뉴스로 대변되는 아나운서들의 이미지를 깨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아나운서라 그런지 노래를 해도 표정에는 변화가 없으시네요.” “(노래를 해도) 표정은 뉴스야.” 프로그램은 뉴스 속에서 경직된 모습으로 보이던 ‘아나운서의 얼굴’과 그 밖으로 나와 보이고 있는 ‘맨 얼굴’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거기서 웃음을 끄집어냈다.

‘예능프로에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의 순위를 뽑는 코너에서도 여전히 이 긴장과 이완을 통한 웃음을 의도한 것이 드러난다. 여기에는 “망가져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마세요.”, “지나치게 이미지가 신뢰감이 있어서 예능엔 어울리지 않는다” 같은 얘기들을 해주는 PD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아나운서가 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정확하게 표현해준다. 아나운서가 가진 신뢰감을 예능의 오락기능 속에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시청률 앞에 아나운서도 변해야 산다
이러한 아나운서들의 연예인화는 TV 자체의 용도가 급격하게 오락기능 속으로 기울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TV가 가진 보도기능은 급격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KBS 9시 뉴스를 빼고는 MBC, SBS의 뉴스 프로그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그것은 속보성에서 인터넷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TV가 보내는 뉴스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포털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연성화된 뉴스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뉴스 역시 오래 전부터 앵커라는 스타시스템을 활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 이상 신뢰성에 기반한 스타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제 뉴스도 오락화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황 속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견해가 등장한다. 하나는 시청률 지상주의 속에서 아나운서의 새로운 역할모델을 찾아내려는 방송사와, 방송의 신뢰성과 보도라는 책무에 기반한 아나운서실의 입장이다. 결과는 예정됐던 대로다. 한때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던 아나운서실들도 이번 가을 개편을 기점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 아나운서들의 변화를 수용하겠다는 자세다. ‘지피지기’가 보여준 아나운서의 연예인화는 이런 변화된 상황 속에서 가능해진 일이다.

‘상상플러스’를 통해 보여준 노현정의 성공은 아나운서의 새로운 역할 모델로서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나운서의 신뢰성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것으로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방송사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었고, 점점 입지가 묘연해지는 아나운서들에게는 새로운 활로가 되는 길이었다. 방송사 입자에서는 거의 몇 명의 MC가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을 잠식하는 상황 속에서 ‘그 얼굴이 그 얼굴’이 된 MC들을 아나운서라는 새로운 얼굴로 교체한다는 의미도 있다. 게다가 이들은 방송사 소속이기에 비용도 적게든다.

‘지피지기’가 가져올 파장
하지만 이것이 진정 방송사에 장기적으로도 이득이 될 지는 모르는 일이다. 아나운서들의 연예인화는 아나운서들의 방송사 탈출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스타가 된 아나운서들이 굳이 봉급쟁이로서 방송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속속 방송사를 빠져나오는 아나운서들에게 방송사가 좋지 않은 심사를 드러내는 건 그 때문이다. 이것으로 연예인처럼 아나운서들 역시 급격히 ‘소비’될 것이 자명하며, 한편 방송사의 보도기능 역시 아나운서들의 연예인화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아나운서들의 이런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우리에게 신뢰 있는 정보를 전하던 입이, 말재주와 입담으로 기능해야 살아남는 현실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의 지성적 모델로서 제시되던 여성 아나운서들조차 섹시컨셉의 상품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이 자칫 여성에 대한 방송의 왜곡된 이미지를 보는 것 같아 자못 안타깝기 때문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라는 의미의 ‘지피지기’는 과연 자신들의 시도가 TV라는 매체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네 명의 아나운서가 벌써부터 보이쉬한 캐릭터, 우아한 캐릭터, 귀여운 캐릭터, 도발적인 캐릭터로 구성된 하나의 아이들(Idol) 그룹처럼 보이는 건 왜일까. 이것은 혹시 방송사의 새로운 아나운서 스타시스템 전략의 하나일까. 모를 일이지만 이미 아나운서의 속살을 본 지금, 분명 이 흐름을 돌리기엔 이미 너무 멀리 온 느낌이라는 것이다. 실로 아나테이너 전성시대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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