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와 분석, 예측이 만든 이영표 해설의 묘미

 

브라질 월드컵 우리 대표팀의 러시아와의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교체 투입된 이근호 선수가 한 골을 먼저 넣었지만 단 몇 분만에 아쉽게도 러시아에 골을 내주면서 무승부가 됐던 것. 하지만 첫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은 평가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알제리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KBS월드컵중계(사진출처:KBS)'

한편 경기만큼 관심을 끈 것이 지상파 3사가 벌인 월드컵 중계전쟁이다. 러시아와의 경기에서도 방송사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중계를 보여주었다. MBC<아빠 어디가>의 아빠들이 팀을 이뤄 중계팀을 꾸렸다는 점을 강조했고, 실제 해설에서도 그 친근감을 활용하는 중계가 엿보였다. 안정환의 직설화법은 공격적인 느낌의 해설로 주목을 끈 게 사실이다.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지금껏 해설이라고 하면 감싸주기가 대부분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MBC 중계방송의 전체적인 느낌이 감정적으로 토로되는 듯한 인상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물론 대표팀으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하는 코멘트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상대적으로 냉철하게 경기를 분석하는 식의 전문성은 잘 엿보이지 않았다.

 

반면 KBS는 이런 MBC와는 정반대의 중계방송을 선보였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활약은 예상 외의 안정감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전을 해설하면서 꼼꼼하게 러시아팀이 첫 골을 넣은 경기와 첫 골을 먹은 경기의 승률을 분석하거나, 대부분의 골이 후반 경기 종반에 몰려 있다는 점 등을 예시로 드는 모습은 이영표가 그간 꽤 많은 준비를 해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경기 해설에 있어서도 이영표는 선수들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모습이었다. 또한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장단점 분석을 통해 향후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짚어주는 대목도 시청자들로서는 경기를 보는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한 지점이다. 무엇보다 꽤 열심히 준비한 듯 해설의 단어 선택 또한 전문가들만큼의 안정감을 보여준다는 것은 이영표 해설이 왜 빛을 발하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예능을 끌어와 그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운 직설화법의 MBC 중계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중계에 있어서 안정감과, 분석을 통한 적절한 예측 해설이 주는 재미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고 있는 건 이영표가 이끌고 있는 KBS 중계다. 안타깝게도 SBS 중계방송은 차범근 차두리 부자와 배성재 아나운서의 깔끔하고도 노련한 중계가 빛을 보고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그 색깔을 확실히 어필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사전 홍보에서 예능을 앞세운 MBC와 예측을 앞세운 KBS가 양대 대결구도를 만들면서 생겨난 결과다. 물론 향후 차범근과 차두리 부자의 해설이 가진 잠재력을 무시할 순 없다.

 

예능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MBC 중계에 대한 관심은 다름 아닌 거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중계는 그만한 철저한 준비와 분석을 통해서 깊이가 생긴다는 것을 이영표는 보여주었다. 물론 차두리의 말대로 함께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이영표나 안정환, 송종국 그리고 차두리가 각각 방송사를 대표해 해설경쟁을 벌이는 것은 불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만담중계든 예측중계든 노련미를 보여주는 중계든 시청자들로서는 그 경쟁이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 치열해진 월드컵 중계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어쨌든 시청자들로서는 그만큼 선택이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니까.

'아빠' 업은 MBC 월드컵 중계, 승승장구하는 까닭

 

지상파 3사의 월드컵 중계 경쟁은 어느덧 예능경쟁이 되어버렸다. 과거 <이경규가 간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월드컵과 접목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적이 있지만 최근의 양상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이경규가 간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월드컵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주목을 받던 것과는 정반대로,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주목이 월드컵 중계방송의 관심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MBC 월드컵 중계(사진출처:MBC)'

MBC <아빠 어디가>는 그런 점에서 월드컵 중계 경쟁의 신호탄을 올린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민국이 아빠 김성주가 보인 성과는 방송사들에게는 일종의 교육효과를 가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드컵 중계 경쟁에서 방송3사는 너나 할 것 없이 예능 프로그램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MBC<아빠 어디가>에 출연하고 있는 김성주와 안정환을 전면에 내세웠고, 여기에 시즌1에 참여했던 송종국을 참여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스포츠 중계와 예능을 연계시켰다. <라디오스타>에 나란히 출연한 이들은 특유의 예능감을 선보이며 보다 친근하고 재밌는 스포츠 중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SBS<정글의 법칙>을 통해 배성재 아나운서와 차범근 해설위원을 선보이고, <런닝맨>을 통해 차범근과 박지성 해설위원을 띄운 것도 같은 맥락이며, KBS<우리동네 예체능>에 이영표 해설위원과 조우종 캐스터를 참여시킨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월드컵을 지원하는 예능 경쟁에서 단연 MBC가 우위를 보이게 된 것은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의 존재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는 주말 예능의 선두를 이끄는 프로그램인데다 단지 이번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타 방송사들의 월드컵 지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이미 작년에 런칭하면서 김성주와 송종국을 투입시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2년 가까이 월드컵 중계전을 준비해온 셈이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이 브라질편을 기획하고 배성재 아나운서를 투입시킨다거나, <런닝맨>이 특집으로 차범근과 박지성을 게스트로 초대하는 것, 또는 <우리동네 예체능>이 축구편을 만들어 이영표와 조우종을 출연시킨 것은 홍보를 통한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 스포츠 중계를 하는 이들의 친근한 이미지도 자연스러운 방송 흐름 속에서 만들어져야 더 효과를 발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빠 어디가>MBC 월드컵 중계의 신의 한수임에 틀림없다.

 

물론 예능의 이미지나 예능감이 스포츠 중계를 보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스포츠 중계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전문적인 해설위원들이 투입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이 하는 MBC 월드컵 중계에 대해 만담 중계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안정환 특유의 톡톡 쏘는 멘트와 김성주의 노련한 진행 그리고 안정적인 송종국의 합은 잘 맞아떨어지며 재미를 주지만, 스포츠 중계가 예능 같다는 뉘앙스도 들어있다.

 

하지만 월드컵 중계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 또한 많이 달라진 것이 현실이다. 중계방송의 정확한 정보 전달은 이제 방송3사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좀 더 특징 있는 개성을 가진 중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시청자들로서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범근 해설위원을 통한 관록의 해설이 안정환이나 이영표 같은 재미를 주는 해설에 어딘지 밀리고 있는 인상은 전체적으로 예능화 되어가는 방송경향이 이제는 스포츠 영역에도 밀어닥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분명 우려스러운 점은 있다. 월드컵 중계방송과 월드컵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바로 그래서인지 정작 월드컵 경기는 소외되는 인상이다. 월드컵 예능이 월드컵 자체를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어쩌랴. 방송의 흐름이 이제는 정보에서 재미로 바뀌고 있는 것을. <아빠 어디가>가 만들어낸 MBC 월드컵 중계의 승승장구는 그래서 지금 달라지고 있는 스포테인먼트의 징후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빠 어디가> 배낭여행, 뉴질랜드와는 다른 까닭

 

상하이의 한 시장에서 중국소녀 쩡쯔린은 왜 빈이를 따라왔을까. 그리고 쩡쯔린과 빈이가 같이 손을 잡고 친해진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물론 아이들 특유의 친화력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어른들이라면 그렇게 다가오는 누군가를 의심부터하고 봤을 테니 말이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하지만 여기에는 또한 <아빠 어디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들이 있다. 성동일과 빈이는 중국에서도 낯선 얼굴이 아닐 것이다. 이미 중국판 <아빠 어디가>가 중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우리의 <아빠 어디가> 역시 인터넷 등을 통해 중국에 충분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성동일은 시즌1에서부터 계속 출연했기 때문에 더더욱 중국인들에게 익숙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여행하는 아빠의 모습이 흔하지 않은데다 그것을 카메라로 찍고 있으니 중국인들의 시선에도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방송은 그 부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카메라에 포착된 중국인들은 이들 부녀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성동일과 빈이가 함께 공항에서 시내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는 장면이 우리에게는 그저 재미로 다가왔을지 모르지만 중국인들이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졸린 빈이가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기대서 조는 장면은 우습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사랑스럽게 다가갈 것이다. 거기에는 국가 간의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아이의 순수함이 묻어난다.

 

홍콩에 간 김성주와 민율이가 규정을 잘 몰라 지하철에서 빵을 사서 먹으려다가 경찰에 의해 제지당한 장면도 홍콩인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거기에는 문화적 차이가 가져오는 웃음이 자연스럽게 묻어있고 또한 아빠와 아이가 낯선 해외에 뚝 떨어졌을 때 느낄 수 있는 국가를 초월한 공감대가 들어 있다.

 

한편 자신이 예약한 호텔 직원들에게 환대를 받는 모습도 <아빠 어디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던 직원들에게 영어로 더듬더듬 <아빠 어디가>를 찍고 있다고 알려주자 팬이라며 반색하는 모습이 그렇다. 규정상 어린 아이가 여러 명이 함께 자는 도미토리에서 잘 수 없다며 같은 가격으로 2인실을 제공해주는 호텔 직원들의 모습에서는 팬심이 느껴졌다.

 

뒤늦게 홍콩행에 합류한 윤민수와 윤후가 공항으로 가며 서로 중국어를 뽐내는 모습은 아마도 중국에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다면 꽤 흥미로운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발음하기가 쉽지 않은 중국어를 곧잘 발음하는 윤후가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에게 중국말을 해보는 장면은 중국인들에게 윤후의 매력을 십분 보여줄 것이다.

 

홍콩에서도 김성주와 달리 척척 일사천리로 유쾌한 여행을 하는 윤민수의 모습 역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윤민수 부자와 김성주 부자의 홍콩에서의 만남과 그렇게 이어질 함께하는 홍콩 여행은 그 서로 다른 두 부자의 모습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여러모로 <아빠 어디가>의 이번 배낭여행은 지난 뉴질랜드 여행과는 사뭇 다른 목적과 느낌을 갖고 있다. 뉴질랜드 여행이 그간 수고한 출연자들에 대한 방송사 차원에서의 포상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배낭여행은 이미 <아빠 어디가>의 인기로 실감하고 있는 아시아권 예능 한류에 대한 교감의 차원이 더 크다는 점이다.

 

사실 아이들만큼 국가를 초월해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존재들도 없을 게다. 상하이에서 빈이가 우연히 만난 중국소녀 쩡쯔린의 그 짧은 출연에도 우리네 시청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컸다. 물론 <아빠 어디가>가 갖는 특유의 소박함을 잃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닫아버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행복이고, 그것이 방송에 담겨졌을 때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다. <아빠 어디가> 배낭여행은 그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일요예능, 늘어지는 4시간보다 촘촘한 3시간을

 

이러다 4시부터 시작하는 거 아냐. 이런 예감을 가졌던 분이라면 지금 현재 실제로 4시에 거의 가까워진 일요 예능 시작 시간대가 놀랍기만 할 것이다. 본래 두 시간 방송의 일요 예능은 이로써 거의 4시간 방송으로 확대됐다. 420분 시작 공지를 먼저 내버린 KBS <해피선데이> 때문에 MBCSBS도 방송시간을 앞당기기 시작했고, 지난주에는 방송3사가 모두 420분 편성을 공지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점입가경인 것은 이런 공지조차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KBS17분이나 앞당긴 43분에 방송을 내보냈고, SBS412, MBC418분에 방송을 내보냈다. 10분 정도야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17분이라는 시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이렇게 되자 이번 주 SBS45, MBC410분 편성 공지를 내보냈다. KBS420분으로 시작 시간을 공지했지만 지금껏 해온 행태를 통해 보면 이것이 지켜질지는 실로 믿기 어려운 부분이다.

 

처음 이 편성전쟁의 시작은 KBS<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시작 시간대를 지난해 121일 편성 고지보다 13분 빠른 오후 442분에 방송하면서 시작됐다. 이후에도 조금씩 점점 시간대가 앞당겨지더니 지난 1월에는 아예 430분에 방송이 시작되었다. MBCSBS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방송 시작이 앞선다는 건 시청자들을 선점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과 광고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MBCSBS도 방송 시간대를 앞당기기 시작했다.

 

편성 경쟁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생기자 KBS는 아예 지난 달 30일부터 오후 420분으로 또 MBCSBS는 같은 달 23일과 16일부터 오후 430분으로 방송시간을 변경 고지했다. 그리고 이 시간 역시 점점 앞으로 당겨지더니 420분으로 결국에는 45분으로까지 당겨지게 됐던 것. 이렇게 된 데는 KBS의 책임이 크다. 이 편성 꼼수 전쟁을 촉발시킨 것도 KBS이고, 3사가 합의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그것이 결렬된 것은 KBS측의 거부 때문이며, 최근에는 아예 공지된 편성시간까지 지키지 않고 있는 것 역시 KBS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PD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MBC 예능국에서는 지금이라도 방송3사가 모여 몇 가지를 합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하나는 지금처럼 예능 두 편을 한 프로그램으로 묶어놓은 것을 이제는 각각 나눠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방송 분량이나 시작 시간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SBS <일요일이 좋다> 제작진은 점점 늘어나는 방송 분량이 주는 압박감을 토로했다. 이것은 제작도 제작이지만 시청자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했다.

 

5시부터 8시까지 하던 3시간도 사실 적은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 거의 4시간이라는 것은 지나친 양적인 팽창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4시간 동안 집중해서 예능 프로그램을 쳐다볼 수 있는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주는 몰입감은 따라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화관에 가도 겨우 두 시간 남짓이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제작진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니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똑같은 분량을 찍어와 방송을 한 시간 가까이 더 만든다는 건 아무래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된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간다. 고무줄처럼 늘리면 늘리는 대로 왜 시청자가 봐야 하는가.

 

드라마의 경우 72분 룰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사실 방송 분량은 광고를 넣을 수 있는 편수와 비례하기 마련이다. 시간을 늘리면 광고도 더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방송 분량을 조금씩 늘리는 편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것은 시청률에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조금씩 시간을 늘리다보면 결국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방송3사에서 머리를 맞대고 일종의 협의를 한 것이 ‘72분 룰이라는 것. 물론 가끔 이 룰도 깨져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드라마판은 어느 정도 이 룰을 지키는 편이다.

 

이번 일요 예능 편성 전쟁 역시 그 해법은 드라마처럼 방송3사가 머리를 맞대고 어떤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것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동을 원하는 MBC, SBS와 달리 KBS는 협의 자체를 거부했다. 공영방송인 KBS에서 이런 독불장군식의 행보는 좋게 보일 수 없는 일이다. 시청자들에게도 일요 예능 4시간은 너무 피곤한 일이다. 시간은 줄여야 하고 또 두 개의 프로그램이니 각각 나누어 방영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토록 시청자를 위한 방송을 강조하는 지상파3사가 아니던가.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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