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의 꼼수가 '아빠 어디가'에 미친 영향

 

프로그램 편성 시간은 유동적일 수 있다. 만나자는 시도조차 듣지 못 했고, 만난다고 해도 프로그램 런닝타임을 협의할 생각은 없다. 좋은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새로 만든 프로그램을 길게 보여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재방송을 편성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입장이다.” 한 매체와 인터뷰를 가진 KBS 박태호 예능국장의 말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지금 현재 일요일 저녁은 예능의 격전지가 되었다. 지상파 3사의 격차가 겨우 1,2% 차이로 1,2위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 문제는 KBS가 방송시간을 조금씩 늘림으로써 방송3사 간의 편성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KBS<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시작 시간대를 지난해 121일 편성 고지보다 13분 빠른 오후 442분에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조금씩 점점 앞당겨 방송이 시작되더니 지난 1월부터는 아예 430분에 방송이 시작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MBCSBS가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방송을 먼저 시작한다는 것은 시청자들을 선점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시청률로 이어지고 광고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MBCSBS가 울며 겨자먹기로 방송 시간대를 앞당기기 시작했고 편성 과잉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KBS는 아예 지난 달 30일부터 오후 420분으로, MBCSBS는 같은 달 23일과 16일부터 오후 430분으로 방송시간을 변경 고지했다.

 

사실 5시부터 시작해 8시에 끝나는 일요예능 3시간도 적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 과열 경쟁된 편성 시간으로 인해 420분부터 방영된다면 거의 4시간 가까이 예능이 편성되는 셈이다. 제 아무리 집중도가 높은 시청자라도 이런 양적인 편성은 버텨낼 재간이 없게 된다. 제작진도 마찬가지다. 10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 3,40분 분량을 늘린다는 건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경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간다.

 

결국 방송3사가 제살 깎아 먹기 하는 출혈경쟁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의 경우 방송분량을 늘리는 꼼수 편성이 경쟁적으로 이뤄지자 방송3사가 모여 어떤 나름의 규칙을 정하는 노력을 보여 왔다. 따라서 이번 문제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방송3사가 모이려 했지만 KBS 측에서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KBS는 이런 꼼수편성을 앞세우고, 출혈경쟁을 하면서도 조정을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꼼수편성으로 실제적인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져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배치된 이후 <아빠 어디가>는 그 자체로 커다란 불이익을 맛봤다. KBS<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으로 한 일은 물론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방송사들의 윤리적인 차원에서 보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특히 공영방송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아빠 어디가>가 작년 한 해 큰 인기를 끌자 생겨난 프로그램이다. 소재와 형식이 거의 같은데다 그것도 같은 시간대에 편성했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아빠 어디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작년 새로운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아빠 어디가>가 난항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유사 프로그램이 같은 시간대에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출연자들 입장에서도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아빠 어디가>의 침체는 근본적으로 이 캐스팅 문제와의 관련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새로운 것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기보다는 잘 된다 싶으면 우선 베끼고 보는 이런 식의 방송 제작 행태가 가져온 영향도 적지 않다. <아빠 어디가> 같은 프로그램은 그 특성상 내용 그 자체보다 어떤 아이가 등장하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주목받게 된 것은 추사랑의 영향이 크다. 결국 내용이나 기획적인 노력보다 캐스팅 하나의 성공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성공이라면 제작 일선에서 일하는 PD들은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고생해서 만들어내면 뭐 하겠는가. 유사 프로그램이 아무런 윤리적인 고민 없이 버젓이 만들어져 같은 시간대에 세워짐으로써 그 노력이 순식간에 허사가 되어버리는 상황에 창조 경제는 물 건너간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같은 시간대 편성 자체도 꼼수로 보이지만, 그 시간대를 한없이 늘려 당장의 시청률과 시청자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다 같이 죽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청자들도 이렇게 한없이 늘어나는 편성시간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좋은 콘텐츠도 양적으로 늘리다 보면 긴장감 없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제 아무리 재밌는 프로그램이라도 네 시간 가까이 되는 양이라면 시청자도 지칠 수밖에 없다. 결국 시청자도 현장 PD도 원치 않는 일을 오로지 시청률을 위해 강행함으로써 방송 질서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KBS라는 공영방송은 이토록 시청률에 목을 매는 것일까. 공영방송이라면 공영방송에 걸맞는 좋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방영해야 맞는 게 아닐까. 누군가 만들어놓은 걸 아무렇지도 않게 베끼다시피 가져온 것도 공영방송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을 꼼수 편성으로 늘려 효과를 보려는 심산은 더더욱 공영방송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수신료를 내는 대중들을 어떻게 공감시킬 수 있을 것인가.

김성주는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았나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시즌 중 가장 바쁜 사람은 누굴까. 김성주다. 지난 15일 오전 9시 그는 소치에서 귀국했다. MBC 소치 동계 올림픽 중계의 캐스터로 그는 소치에서 맹활약했다.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 그가 한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의 열정적인 중계는 대중들의 가슴에 와 닿았다. ‘역시 스포츠 중계는 김성주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사진출처:MBC'

그런 그가 올림픽 중간에 귀국한 이유는 <아빠 어디가> 촬영 때문이다. 그는 <아빠 어디가>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멤버가 되었다. 올해 초부터 사실상 시즌2의 성격을 갖는 새로운 멤버 구성을 할 때도 김성주는 민율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멤버로서 거론되었고 결과도 그렇게 되었다. 사실 <아빠 어디가> 첫 방송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 김성주와 민국이였다. 이른바 나쁜 집에 걸려 펑펑 우는 민국이와 어쩔 줄 몰라 하는 김성주의 모습은 단박에 <아빠 어디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사실 한 회분 정도는 빠질 수도 있을 법하지만 그래도 굳이 <아빠 어디가> 촬영을 위해 귀국할 정도로 김성주와 제작진은 상호간의 신뢰가 다져져 있다.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오기도 했고 민국이가 민율이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 초반 분위기를 만드는데 있어서 김성주가 빠지는 건 어딘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김성주는 <아빠 어디가>에서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다른 아빠들과 적당한 밀당을 하면서 소소한 재미들을 잘 만들어내는 없어서는 안될 멤버가 되었다.

 

그는 <아빠 어디가> 촬영을 마치고 18일에는 다시 소치로 날아간다.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 중계를 하기 위해서다. 본래는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김연아 선수 경기 같은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서다시 소치로 가 중계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물론 그런 사명감도 있겠지만 사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워낙 주목받은 것도 또 다른 이유가 될 것이다. 그는 이번 동계 올림픽을 통해서 믿고 보는 캐스터의 이미지를 확실히 다지게 되었다. 그러니 그가 중계하는 것만으로도 MBC로서는 든든해질 수밖에 없다.

 

김성주가 이처럼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유독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아빠 어디가>를 통해 갖게 된 친근한 이미지가 그의 중계를 기대하게 만들었고, 두 번째는 그렇게 보게 된 중계에서 그의 남다른 캐스터로서의 안정된 능력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예능 프로그램과 스포츠 중계라는 두 분야가 제대로 시너지를 만들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그가 얻은 언론의 반사이익도 만만찮다. 올림픽 시즌인지라 온통 관심이 올림픽에 가 있어 상대적으로 이슈가 없는 연예언론에서 주목된 인물이 김성주와 강호동이다. 물론 강호동은 해설자가 아니라 응원자로 나선 것이었지만, 두 사람이 단순 비교되면서 김성주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는 것. 사실 김성주가 공항에서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이 두 사람은 김성주가 강호동에게 조언을 해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귀추가 주목되는 건 김연아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 중계에서도 김성주가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강호동은 이미 귀국해서 중계에 참여하진 않지만, 피겨 스케이팅은 꽤 오랫동안 SBS가 중계에 있어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다.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생생하게 중계했던 배기완-방상아 콤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어쨌든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김성주는 확실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만은 분명하다. 예능에서의 민국이 민율이 아빠가 스포츠 캐스터로서의 확고한 능력까지 인정받았으니 말이다. 이제 이 스포츠 캐스터로서 맹활약한 이번 동계 올림픽의 모습은 예능을 통해서도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 공산이 커졌다.

열심히만 하면 될까? 자숙이 필요한 이유

 

비는 월드스타라는 호칭에 걸맞지 않게 꽤 많은 논란을 갖고 있다. 워낙 인기가 있던 스타였기 때문에 그 논란의 후폭풍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월드투어와 주식 관련한 구설수는 그 첫 번째 논란의 시작이었고 이후 할리우드 진출과 군 입대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터진 김태희와의 열애설 보도로 인해 엉뚱하게도 군 복무 태만 논란이 불거졌다. 군 당국의 신속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이내 잠잠해질 즈음, SBS <현장21>에서 밀착 취재한 연예병사 복무실태가 방영된 후 비에 대한 논란은 다시 떠올랐다.

 

사진출처:큐브엔터테인먼트

군대 문제만큼 대중들에게 민감한 부분이 있을까. 대중들은 제대로 된 군 복무를 요구했지만 비는 아무런 제재 없이 전역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노래를 발표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비는 과거 자신이 최고의 스타로 올라갈 때 그러했던 것처럼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잘 노는 오빠콘셉트로 무대에 올라 건들대며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폼 잡지 않는 엔터테이너라는 이미지를 그려냈다. 그가 발표한 라송이 태진아가 부르는 것 같다는 비아냥에 이른바 비진아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논란에 대한 정면 돌파. 열심히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는 떨궈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논란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정서 속에 잠복되어 있었다. 무대 위에서의 노력이 무대 바깥에서 벌어졌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은 요즘처럼 연예인의 일상이 활동과 구분 없이 일어나는 일상화된 방송 트렌드 속에서는 거의 착각에 가깝다. 그래서 비 역시 엠넷의 <레인이펙트> 같은 자신의 일상을 꺼내놓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것일 게다. 하지만 대중들의 마음 속에 복무 태만의 연예병사 이미지가 남아있는 한 비호감이 호감으로 둔갑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많은 이들이 논란 연예인에 대해 용서를 말한다. 끝없는 논란이 가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는 그들의 몫이 분명 존재한다. 상처 입은 대중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않는데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란 연예인들이 일종의 자숙기간을 갖는 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뉘우침의 의미를 보여주고, 그것으로 대중들의 마음이 진정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일이다. 물론 본인은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사죄의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대중들의 정서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빠 어디가> 시즌2에 출연한 김진표에 대한 논란 역시 그 대처방식이 안이하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방송에서 일베를 연상케 하는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서 김진표 스스로 사과를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들끓는 대중 정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하필이면 <아빠 어디가>가 대중들에게는 일종의 유사가족을 형성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가 일종의 유사가족 판타지를 제공한다면 그 속에 있는 김진표는 논란으로 인해 그 판타지를 일시에 깨는 존재가 된다. 대중들은 바로 그 점이 불편한 것이고 따라서 그에 대한 반감도 더 커진 것이다.

 

항간에는 이것이 너무 지나친 마녀사냥식논란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논란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일정한 진심어린 자숙의 모습을 보였거나 그 대중들의 마음이 누그러지기까지 방송이나 활동을 강행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논란이 불거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방송은 면죄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나 김진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서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그들이 대중들의 정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위무하며 함께 움직이기보다는 마치 그 정서와 대결하는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대중들의 정서와 함께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싸울 것인가 함께 할 것인가. 대중들과 같이 걸어가야 할 직업이라면 어떤 선택이 현명할 것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김영희 PD가 전하는 중국판 <아빠 어디가>의 인기비결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는 요즘 중국 방송사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한국인 중 한 명이다. 중국 후난TV<나는 가수다> 포맷이 수출되면서 생긴 일이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 지도와 자문역을 맡아 이른바 플라잉 디렉터(FD·Flying Director)로 활약하게 되면서 그는 마치 한류 예능 콘텐츠를 대변해주는 인물로 부상했다. 지난 9월 그는 북경TV제작자협회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고 12월에는 광저우 난방TV에서 초청 강연을 했다. 내년 2월에도 후난TV 초청 강연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의 강연료는 국내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높은 수치라고 한다. 그만큼 그의 말 한 마디에 대한 중국 방송사들의 갈증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중국에서 유명인사 된 김영희PD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가수다>가 국내 가요계 전반에 미친 영향이 실로 지대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 흔치 않은 오디션은 운용에 있어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끝없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대중들의 기대치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인물과 스토리를 다양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이것은 결국 시즌제가 아닌 매주 편성으로 프로그램이 운용되면서 생긴 문제다. 적절히 끊어주고 휴지기를 만들어주는 시즌제는 대중들의 기대감을 조절하고 다양한 가수군과 그들이 전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필수적인 형식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결국 김영희 PD<나는 가수다> 형식의 완성은 국내가 아닌 중국이 되었다. 국내에서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나는 가수다> 중국판을 시즌제로 만들었고, 거기에 중국인들의 정서적인 면을 고려한 그들의 영웅상을 무대 형식으로 재현했다. 즉 실력은 출중하지만 메인에서 멀어져버린 가수들을 끄집어내 무대에 올림으로써 중국 대중들의 억눌린 정서를 그 소영웅들을 통해 풀어냈다는 점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즌1의 마지막 시청률이 3% (중국에서는 1%가 성공 시청률이라고 한다)에 육박했던 것.

 

하지만 중국에서의 김영희 PD 입지를 더 공고하게 해준 것은 <아빠 어디가> 중국판의 대성공이었다. 시즌1 중국 시청률이 5%대를 넘었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같은 대도시에서는 무려 8%대에 이르기도 했다. 이 수치는 중국 방송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적인 것이라고 한다.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PD는 국내에서 매주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판을 지도 감독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마침 중국에 있던 김영희 PD<아빠 어디가> 중국판의 지도와 자문을 맡게 됐던 것.

 

김영희 PD가 들려준 <아빠 어디가> 중국판을 처음 찍을 때 벌어진 에피소드는 대단히 흥미롭다. 처음 촬영 현장에 나가보니 아이들이 장난이 아니더라는 것. 아빠들이 있어도 도무지 통제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방송을 찍어야 하는데 모이라고 해도 모이지도 않는 상황. 결국 김영희 PD는 아빠들을 다 모아 놓고 이렇게 설득을 시켰다고 한다. “당신들의 아이들은 정말 예쁘다. 하지만 지금 이런 식이라면 결코 예쁘게 방송에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아빠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적인 면들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빠들이 아이들을 조금씩 변화시켜가는 모습이 방송에 잡히면서 <아빠 어디가>에 대한 중국 대중들의 열광이 생겨났다고 한다.

 

여기에는 중국만의 특수한 문화적 요인도 깔려 있다. 중국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추진했던 산아제한 정책(독생자녀제 獨生子女制)으로 1자녀 이상을 둘 수 없게 되면서 소황제(小皇帝), 소공주(小公主)라고 불리는 독특한 아이들 세대가 생겨났다. 외자녀들이 그러하듯이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이들 세대는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 혜택까지 누리게 되었다. 소황제라는 지칭이 말해주듯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칫 이기적이고 나약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문제였다. <아빠 어디가>가 바로 이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주었다는 것이다. 회를 거듭하면서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중국인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나는 가수다>에 이은 <아빠 어디가>가 만들어낸 중국에서의 대성공은 현재 중국의 예능 한류 포맷 러시를 만들어냈다. <12>, <불후의 명곡>, <슈퍼스타K>, <K팝스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뜨겁다 싶은 예능 프로그램 포맷들이 중국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포맷이 <아빠 어디가> 같은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12>은 큰 기대를 업고 지난 6월 쓰촨TV에 포맷 수출계약을 맺어 방영되기도 했는데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것은 여행에 대한 우리와 중국의 정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포맷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성패는 잘된 포맷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현지화하는가 하는 제작진의 파트너십과 노력이라는 것.

 

김영희 PD는 중국이 대단히 매력적인 예능 한류의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불안요소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즉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가진 노하우가 존재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국 중국의 방송사들은 지금 현재 우리네 방송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일종의 투자를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 투자가 성과를 보이는 프로그램이 바로 <아빠 어디가>. 이 프로그램은 지금껏 중국 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자막이 본격적으로 예능의 툴로 활용되면서 중국 방송 전체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지금껏 잘 보이려 하지 않던 중국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소재로서 떠오르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물론 사회주의 국가로서 중국 시장에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나는 가수다>에 이은 <아빠 어디가>의 성공에 대해 중국의 광전국(우리의 방통위에 해당>이 최근 한 방송사당 1년에 한 편만 포맷 수입을 허가하는 수입제한조치를 내리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는 관대하기 때문에 특히 중국의 예능 한류는 앞으로도 한동안 장밋빛 흐름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2의 쌀집아저씨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은 국내의 예능 제작진들에게도 고무적인 일이면서 동시에 예능이 한류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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