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운다’, 기꺼이 김나영의 엄마가 되어준 양희은이 감동적인 건

내가 키운다

“조금 있으면 어린이날이다. 네 안에 있는 상처받은 어린이를 위해서 준비했어.” 양희은이 써준 카드 속 글귀를 읽는 순간 김나영은 토닥토닥 해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양희은은 김나영의 상황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연예계에서 어른 없이 혼자 버티고 살아남는다는 게 너무나 힘들 수밖에 없다는 걸. 

 

“나는 아이가 없으니까 나영이한테 어른이 필요할 때는 내가 그 노릇을 해주마. 누구한테 마음이 간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거든요. 그냥 마음이 가는 거죠. 내 딸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죠.” 양희은의 그 말에는 진심이 가득했다. 마치 모녀지간을 보는 듯한 김나영과 양희은. 이들 사이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JTBC <용감한 솔로육아-내가 키운다(이하 내가 키운다)>가 보여준 김나영과 양희은의 특별한 관계는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연이 되면서 시작됐다고 했다. 김나영의 어머니는 그가 초등학교 입학식 전에 돌아가셨다. 어려서부터 홀로된 김나영은 그래서 학급 선생님을 ‘선생님 엄마’리고 하면서 지냈다고 했다. 그 사실을 양희은은 김나영이 쓴 책을 통해 읽었고 그래서 그 속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내가 특히나 가깝게 느낀 것 같아요. 쟤 엄마가 돼주고 싶다. 이렇게.”

 

김나영의 집을 방문한 양희은과 그를 따르는 김나영의 아이들은 마치 할머니와 손자들 같은 친근함이 묻어났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 모습이나, 스스럼없이 양희은의 품에 안기는 아이들. 그리고 양희은 역시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평범한 가족의 풍경이었다. 그런 양희은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챙겨주는 김나영에게서도 딸 같은 모습이 느껴졌다. 

 

잠시 아이들끼리 놀고 있는 동안 양희은과 김나영이 나누는 대화도 모녀지간의 정이 느껴졌다. 양희은은 함께 밥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꿈을 물었을 때 너무 웃겼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동생 이준에게 꿈이 뭐냐 물어보니 형 신우라고 답했는데, 형 신우에게 꿈이 뭐냐고 묻자 동생 이준이라고 답했던 것. 김나영은 힘들 때 의외로 신우가 의지가 되어준다고 말하고, 양희은은 그게 기특하면서도 “철 들어가는 게 속상하다”는 할머니의 마음을 꺼내놓는다. 

 

<내가 키운다>가 보여주는 김나영과 양희은의 특별한 관계는 훈훈한 감동을 주면서도 그 자체로 이른바 ‘정상가족’ 신화를 깨준다. 이른바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이라는 가족을 ‘정상가족’이라고 세워둠으로써 그 바깥의 다양한 가족들을 소외시키고 차별하곤 했던 그 사고방식을 이들의 관계는 그 어떤 모녀보다 끈끈한 모습으로 깨주고 있는 것. 

 

프로그램 제목에 굳이 ‘용감한 솔로 육아’라는 부제를 담아놓은 <내가 키운다>는 최근 삶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다양해지고 있는 가족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담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 많은 육아예능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지만, 잠시 ‘육아를 체험해주는’ 것으로서 일상적인 육아와의 괴리감을 드러냈던 일들이 적지 않았다. 또 관찰카메라가 연예인 가족들을 등장시켜 보여주는 것들 역시 심지어 이혼한 이들조차 다시 엮어내려는 ‘정상가족’ 신화를 재현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내가 키운다>가 단연 주목되는 건, 이혼 후 솔로 육아를 선택한 연예인들이 용감하게 방송에 출연한다는 그 사실만이 아니라, 거기 담겨진 ‘대안 가족’이 정상 가족 신화를 깨주는 점 때문이다. 솔로 육아를 엄마와 재혼한 새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도와주는 김현숙네 가족이나, 언니의 도움을 받는 조윤희네 가족을 보면 ‘솔로 육아’라고는 해도 그들을 돕는 가족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이런 혈연과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더라도 진짜 모녀 같은 관계를 보여준 김나영과 양희은의 특별한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가족이 얼마나 다른 의미일 수 있는가를 말해준다. 가까이서 “엄마가 돼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이들과, “엄마 같이 의지돼요”라고 말하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가족의 범주가 그것이다. 

 

혼자 아이 둘을 기르면서 제일 힘겨웠던 기억이 무어냐는 양희은의 질문에 김나영은 “맨 처음”이 가장 겁나고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양희은을 찾아갔는데 따뜻한 국수를 해주시면서 너무 겁난다는 자신에게 양희은은 이 말을 했다고 한다. “고요하게 너의 마음속의 말을 듣고 있어. 그러면 하나도 무서울 게 없어.” 김나영은 그 말을 듣고 정말 무서움이 없어졌다고 했다.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더 힘든 건 어쩌면 세상의 왜곡되고 편견 가득한 시선이었을 지도 모른다. 양희은의 그 말은 바깥의 시선 따위는 내버려두고 내 마음에 더 집중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저들이 뭐라 떠들 건 “그러라 그래”라고 말하곤 하던 양희은의 말처럼. 

 

<내가 키운다>는 이러한 솔로 육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들이 구성해가는 다양한 가족과 관계의 양태를 꺼내놓은 후, 이를 관찰카메라로 보며 공감해주는 그 구성 자체가 가치가 있다. 김나영과 양희은의 이야기를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로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채림은 김나영에 대한 깊은 공감을 전했다. “애기를 낳으니까 엄마의 존재가 너무 커요. 우리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의 시간이 있잖아요, 응원한다 너의 길을. 그건 가족밖에 없잖아요. 근데 (김나영은) 그 길이 너무 외로웠을 것 같아요. 혼자서 오롯이 꿋꿋이 그걸 이겨냈다는 게 너무 대단해요. 너무 멋진 사람이에요.” 

 

그 누가 결혼할 줄 알았고 또 이혼할 줄 알았으며 그 과정에 아이가 생길 줄 알았을까. 살다보면 마치 사고가 나듯 여러 일들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삶은 늘 어떤 ‘가야만 할 것 같은 길’로만 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게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건 그래서 중요한 일이다. <내가 키운다>는 그들을 “너무 멋진 사람”이라고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를 더해준다.(사진:JTBC)

‘가시나들’, 박무순 할머니의 사연에 담긴 이 프로그램의 진심

 

사실 이제 누구나 글을 쓰고 읽는 세대들에게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는 그다지 실감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게다. 읽고 쓰는 일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로 다가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보면 그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을 못한다는 건 얼마나 답답한 일일까. MBC <가시나들>이 경남 함양군의 문해학교 할머니들을 통해 느껴지는 건 글을 몰라 힘겨웠던 그분들의 삶과, 지금이라도 글을 배우겠다는 절실함, 노력해도 쉽게 늘지 않는 공부의 어려움, 그럼에도 배워 조금씩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즐거움이다.

 

“나는 한글을 못배웠습니다.” 박무순 할머니가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보낸 사연은 첫 문장부터 듣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마을에 한글을 알려주는 분이 있어서 당신도 한글을 배우러 찾아갔는데 “가시나가 글은 배워서 뭐할라꼬”하며 쫓겨났단다. 그래도 자꾸 찾아가니 이름만 알려주더란다. 그래서 할머니가 알고 있는 한글은 ‘박무순’ 석자였다는 것.

 

하지만 글을 모른다는 건 생활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걸 박무순 할머니는 서울 지하철에서 헤맸던 사연을 통해 적었다. “영감님 만나 서울로 시집을 갔습니다. 처음 지하철이 생기고 탔는데 글을 모르니 못 내렸습니다. 몇 번을 타고 내리고 타고 내리고 했는지 모릅니다. 하루 종일 지하철만 타다가 파출소에 갔습니다. 많이 창피했습니다.”

 

또 글을 모른다는 건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속상한 일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해서 책가방 챙길 때도 글을 알면 챙겨줄 텐데 모르니까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어린 애들이 밤늦게까지 가방을 못 싸면 눈치로 어림잡아서 이거 아닌가 하고 골라줄 때 속상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제 그 나이에 배워서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고 하지만, 이분들에게 글을 배운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할머니 대신 글을 읽어주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향 마을로 돌아온 박무순 할머니가 한글을 알려준다는 문해학교를 일주일에 한 번씩 공부하러 찾는 이유다.

 

이제는 지하철도 잘 탄다는 할머니는 자신 같은 처지의 할머니가 주변에 많다는 걸 알고는 그 분들도 글을 배우기에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만 힘들고 불행하게 살았다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고생한 사람이 있습니다. 옆집 사는 웅양댁 이남순이입니다. 한번은 이남순이가 시계를 차고 있어서 시간을 물었는데 못 들은 척 안 알려줬습니다. 진짜 얄미웠습니다. 알고보니 이남순이가 시계를 볼 줄 몰랐다고 합니다. 한글을 나보다 몰라서 같이 학교도 다니자 했습니다.”

 

안 간다는 걸 3년 내 “꼬셔“ 지금은 자기 이름 ‘이남순’은 잘 쓴다는 할머니. 이름을 쓴다는 건 마치 자기 존재를 드디어 제대로 드러낸다는 의미가 아니겠나. 그것만으로도 이 할머니들이 즐거울 수 있는 이유다. 물론 이렇게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들리게 되는 건 더더욱 즐거운 일일 테고.

 

라디오의 사연을 양희은이 읽어주는 내내 박무순 할머니는 무엇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계셨다. 조금은 속상했던 때의 일들이 떠올랐는지 모른다. 할머니의 진심이 묻어나는 한 줄 한 줄이 읽혀질 때마다 할머니도 듣는 이들도 숙연해졌다. 부끄러워할 필요도 또 고개를 숙일 이유도 없어보였다. 이토록 담담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내고,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것. 이보다 좋은 글이 있을까. <가시나들>에 담긴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는 의미가 박무순 할머니의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사진:MBC)

아이유의 무엇이 대선배들을 극찬하게 하는가

 

서태지는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발매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아이유 덕분에 잘됐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자신을 보컬리스트라기보다는 싱어송라이터면서 프로듀서라 생각한다며 내 노래를 남이 부르면 어떨까를 항상 생각하고 아이유를 떠올렸다고 했다. “10대들에게 영향 미친 건 아이유 덕을 많이 봤다. 아이유를 업고가고 싶다. 나는 아이유 초기 음악을 많이 들었다. ‘’, ‘마시멜로는 댄스가 아니라, 락킹하다고 생각했다. 아이유의 보이스 컬러는 보물이다. 여자싱어에서 기적이다. 나보다 아내가 더 팬이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아이유(사진출처:서태지 컴퍼니)'

아이유는 김창완의 너의 의미를 되살려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즉 본래 김창완의 곡인 너의 의미를 아이유가 리메이크해서 불렀는데 거기에 김창완이 자청해 피처링을 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그만큼 아이유가 재해석해놓은 너의 의미가 김창완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 너의 의미를 부르기도 했는데, 한 인터뷰에서 서로에게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 김창완은 아이유를 나의 청춘이라고, 또 아이유는 김창완을 나의 미래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제 가요계는 아이유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성공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이미 정규3모던 타임즈에서 최백호, 양희은 등과 작업하면서 수십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는 신구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기묘한 감성의 가능성을 우리는 이미 느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아이유의 목소리는 서태지의 표현대로 보물이다. 통기타 하나 들고 목소리로만 승부해도 충분할 만큼 깊고도 잔잔한 아날로그적 정서가 그녀에게서는 묻어난다. 물론 그녀의 스펙트럼은 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까지 훨씬 폭이 넓지만.

 

김창완의 너의 의미를 비롯해, ‘꽃갈피앨범에 수록된 리메이크곡 거의 대부분이 부활된 것은 마치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공존시키는 그녀의 마법 같은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나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또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은 그렇게 흘러간 노래에서 소환되어 우리 앞에 다시 그 명곡의 얼굴을 드러냈다.

 

아이유는 초창기 시절부터 지켜주고픈 아저씨 팬들을 양산했던 가수였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단단한 가창력은 아저씨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적으로 어떤 이미지적인 효과 덕분이었다면 지금은 가수라는 본분으로서 아저씨들의 감성을 파고들고 있다. 그녀를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 확인하지 않아도, 그 목소리만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는 것.

 

무엇이 이 어린 소녀에게 이토록 원숙하면서도 단단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능하게 만든 걸까. 영락없는 소녀의 톡톡 튀고 밝은 모습 이면에서 느껴지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은 아마도 그녀가 살아낸 현실의 무게감을 말해주는 것일 게다. 그래서일까. 김창완이 너의 의미의 말미에 도대체 넌 나한테 누구니?”라고 피처링한 것처럼, 그녀의 노래를 들은 이들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 넌 도대체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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