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는 설레는 일, '스타트업' 배수지와 남주혁의 선택

 

샌드박스의 한쪽 벽을 가득 채워놓은 포스트잇에는 저마다의 소망들이 적혀 있다. 누군가는 고층엘리베이터를 타는 삶을 살고 싶다 적고, 누군가는 씹다버린 껌이 되지 않겠다고 적는다. 또 누군가는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몰라도 '복수하겠다'는 의지를 적어 두기도 한다. 샌드박스의 대표 윤선학(서이숙)은 자신이 멘토를 맡은 원인재(강한나)가 알아서 척척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자신이 할 일이 없다며 한지평(김선호)에게 "근데 왜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는 거 같아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결국 돈이 아니겠냐는 한지평의 말에 윤선학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쵸. 돈도 좋은 이유고 솔직한 이유죠. 근데 이 꼬마는 좀 다를 줄 알았어요. 돈 말고 다른 이유를 찾을까 했는데." 윤석학이 말하는 꼬마는 샌드박스의 기업이념을 담은 로고에 들어간 그네를 타는 꼬마를 지칭한다. 윤석학이 원인재라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서달미(배수지)인 그 꼬마. 그의 아버지 서청명(김주헌)이 마음껏 그네를 탈 수 있게 모래를 깔아줬던 꼬마다.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은 이제 샌드박스에 입주하게 된 삼산텍 서달미와 남도산(남주혁)이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초기 투자금으로 받은 1억을 경비 계산해보니 버틸 수 있는 시간은 6개월. 그 안에 무언가 돈이 되는 사업을 펼치지 않으면 삼산텍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서달미는 원두정(엄효섭) 회장의 모닝그룹에 제안서를 넣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제안서를 들고 찾아간 서달미와 남도산은 모닝그룹이 원한 것이 솔루션이 아니라 일종의 하청이자 알바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당혹스러워한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꾹꾹 참아내려던 서달미와 남도산을 분노하게 만든 건, 서달미의 엄마와 재혼한 원두정이 서달미 역시 자신의 딸이 될 수 있었다며 엄마를 선택하지 않고 아빠를 선택해 힘겨웠을 거라는 말이었다. 결국 듣다못해 판을 깬 건 남도산이었다.

 

남도산을 뒤쫓아간 서달미는 자신을 지켜주려 했던 남도산에게 키스를 함으로써 마음을 전하고 사업에 대한 마음 역시 남도산의 아이템을 하자고 고쳐먹는다. 그런데 그 사업 아이템은 다름 아닌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서달미의 할머니 최원덕(김해숙)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사물을 인식해주는 자신의 솔루션에 음성인식 기술을 더하자는 것이 그것이었다.

 

<스타트업>에서 서달미와 남도산이 함께 해가는 창업 이야기와 사랑 이야기는 '설렘'이라는 하나의 귀결을 보여준다. 서달미는 15년 전 남도산(사실은 한지평)과 현재의 남도산 사이에서 여전히 15년전의 남도산 쪽이 더 좋다고 이야기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남도산에게 새로운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또 사업에 있어서도 돈이 될 것 같진 않지만 남다른 설렘을 주는 남도산의 사업 아이템을 선택한다.

 

물론 <스타트업>이 보여주는 이런 선택들이 다소 낭만적인 면은 있지만 그래도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창업에 있어서 돈보다는 그 일이 갖는 남다른 의미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어떤 가치가 부여되어 그것이 주는 설렘이 없다면 돈만 추구하는 원두정의 길을 가게 될 것이었다. 대신 <스타트업>은 사업에 있어서도 사회의 누군가에게 샌드박스가 되어줄 수 있었던 서청명이나 최원덕 그리고 윤석학 대표 같은 이들의 길을 제안하고 있다. 사랑에 있어서도 사업에 있어서도 설렘이 있는.(사진:tvN)

당신에게도 '도도솔솔라라솔'이 있나요?

 

KBS 수목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은 누구나 한 번쯤을 들어봤을 '반짝반짝 작은 별'에서 따왔다. 아기에게 불러주기도 하고 때로는 장난감 같은 데서 흘러나오기도 하는 그 곡은 바로 그런 점 때문인지 어딘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면이 있다. 아마도 그 곡이 떠올리게 하는 어떤 기억이 정서적으로 우리를 그 시간대의 평온으로 인도하기 때문일 게다.

 

<도도솔솔라라솔>의 주인공 구라라(고아라)에게 이 곡은 아빠 구만수(엄효섭)와 각별한 사연이 있다. 피아노에 그다지 재능이 없어서 어린 나이에 첫 무대에 선 그가 '도도솔솔라라솔'만 반복하다 내려오게 됐을 때 홀로 아빠가 일어나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치고 엄지를 척 추켜올려 줬던 기억. 어쩌면 구라라에게는 가장 힘겨운 순간에도 그걸 버티게 해주는 위로와 힘이 바로 그 곡의 의미일 게다. 그래서 졸업연주에서도 그는 아빠만을 위한 그 곡을 연주한다.

 

바로 이 부분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의 대부분을 전해준다.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게 해주는 힘. 그것은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해주는 따뜻한 말이나 위로, 응원의 목소리라는 것. 아빠의 그늘 아래서 아무런 현실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성장한 구라라는 아빠의 사업이 망하고 아빠마저 돌아가시게 되자 바로 그 절망적인 현실 앞에 서게 된다.

 

마지막으로 문비서(안내상)가 남겨준 돈으로 집을 전세 계약해 얻지만 그마저 사기를 당해 날려버린 구라라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묻혀있는 아빠의 무덤가에서 막막해하다 문득 자신의 SNS에 올라온 '도도솔솔라라솔'이라는 닉네임의 글을 보고는 그가 있는 곳으로 무작정 가기로 한다.

 

과연 '도도솔솔라라솔'은 누구일까. 드라마는 갖가지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선우준(이재욱)과 구라라가 인연을 반복하며 관계가 이어지는 걸 보여주지만, 또한 차은석(김주헌)이라는 이혼한 의사와도 맺게 되는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졸업연주에서 구라라가 치던 '도도솔솔라라솔'을 들으며 미소 짓던 인물 중 또 다른 한 명이 차은석이었던 것.

 

최근 들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좀체 성장 서사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추락하는 인물을 보여준다. 물론 성장드라마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런 인물의 성공기가 주는 공감대는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것은 대단한 성공이라는 것이 성장의 사다리가 끊겨버린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그다지 공감되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대단한 성공보다는 평범해도 가질 수 있는 행복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많아졌다.

 

<도도솔솔라라솔>도 그런 드라마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부유하게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살아왔던 구라라가 아빠의 사망과 함께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하게 되는 이야기로 드라마가 시작한다는 점이 그렇다. 무작정 목포의 어느 곳으로 달려간 구라라가 거기서 마주하게 될 인연들과 엮어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궁금하다. 구라라가 거기서 만나는 인연은 힘겨운 시기에 그래도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줄 또 다른 '도도솔솔라라솔'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도솔솔라라솔>은 거창한 대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소박함이 마음을 끄는 드라마다. 늘 많이 봐왔던 사랑을 담은 청춘 멜로드라마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삶이 잔잔하게 여운을 남기는 그런 드라마. 마치 힘겨울 때 '반짝반짝 작은 별'을 들으면 잠시 모든 걸 잊고 좋았던 기억의 편안함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작품이다.(사진:KBS)

‘라이프’에서 멜로 코드는 어딘지 뜬금없다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도 어쩔 수 없이 멜로의 달달한 조미료가 필요했었나. 지난 회 이노을(원진아)에게 자신의 연정을 고백하는 예선우(이규형)의 이야기가 슬쩍 등장하더니, 이제는 예진우(이동욱)와 최서현(최유화)의 관계가 심상찮다. 최서현은 새글21 기자로서 영리를 추구하기 시작한 상국대학병원을 취재하다 예진우를 만나게 됐지만, 그를 바라보는 예진우의 시선은 설렘이 가득하다. 

일 때문에 약속을 깜박한 예진우에게 “그러니 여자친구에게 잘 하라”고 최서현이 말하자, 대뜸 “여자친구 없다”며 반색하는 모습이 그렇다. 이 정도의 멜로 코드는 사실 여타의 드라마라면 그다지 주목되지도 않았을 내용들이다. 하지만 워낙 밀도 있게 병원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욕망을 들여다보던 드라마여서인지 이 작은 멜로 코드도 어딘가 긴장감을 흩트리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도 관계의 구도 안에 멜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예진우와 이노을 그리고 구승효(조승우) 사장 사이의 관계가 그렇다. 예진우와 이노을은 친구사이로 스스럼없이 지내는 관계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역시 구승효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 그 단단한 경영적인 마인드를 부드럽게 건드리는 이노을의 속내도 언제 어떻게 변화될지 알 수 없다. 구도로만 보면 이노을을 좋아하는 예선우와 최서현에 호감을 느끼는 예진우, 그리고 예선우와 구승효 그리고 예진우 사이에 서 있는 이노을의 관계는 멜로적 변화가 언제든 가능하다. 

그런데 아마도 이런 멜로는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숨 쉴 틈 없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멜로의 틀로 슬쩍 들어오면서 긴장이 풀리고 너무 평이해지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멜로 코드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애초에 <라이프>가 그려나가려던 병원 내의 욕망과 욕망이 부딪치며 일으키는 항원-항체 반응의 예측 불가능한 전개에는 다소 뜬금없는 면이 있다. 

살짝 흩어지려는 긴장감을 다시 만들어낸 건 상국대학병원의 원장 투표를 두고 벌어지는 여러 인물들 간의 대결구도 덕분이다. 자신이 원장이 될 거라 자신했던 김태상(문성근) 부원장은 심평원 심사에 의해 과잉진료는 물론이고 비자격자에게 환자의 수술을 시킨 일이 드러나면서 추락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를 따르는 듯 했던 이상엽(엄효섭) 암센터장과 오세화(문소리) 신경외과 센터장이 원장 자리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며 출마한다. 이들은 병원 복도에서 서로의 허물을 들춰내며 한바탕 말싸움을 벌인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여긴 예진우가 주경문(유재명) 흉부외과 센터장을 찾아가 원장 출마에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그렇게 시작된 투표에서 오세화와 주경문이 동표를 얻어 재투표에 들어가게 된다. 그 순간 구승효는 투표장을 찾아 주경문에게 악수를 건네며 은근슬쩍 그가 상국대병원을 그만 두려 했다는 사실을 흘린다. 말 한 마디를 던진 것이지만, 그 한 마디는 주경문에게 제대로 물을 먹인 결과가 된다. 

<라이프>가 가진 드라마적 묘미는 바로 이런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구도와 팽팽한 대결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 대결이 사실상 우리네 사회의 축소판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그것은 재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함의까지도 담겨진다. 그러니 괜스레 멜로 코드 같은 곁길에 눈길을 주기 보다는 꿋꿋이 이 가려던 길을 가는 드라마가 되어야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라이프>의 멜로 코드는 어딘지 뜬금없게 느껴진다.(사진:JTBC)

‘라이프’, 조승우의 진짜 얼굴은 도대체 어떤 걸까

도대체 구승효 총괄사장(조승우)의 진짜 얼굴은 뭘까. 경영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된 응급센터,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지방병원으로 파견 보내겠다는 방침으로 의사들의 반발과 파업 결의까지 일으켰던 그는 돌연 그 방침을 뒤집었다. 지방병원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한 것. 그렇게 쉽게 결정을 번복할 거였다면 왜 그토록 강경하게 의사들을 몰아세웠던 걸까.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의 구승효 사장이 가진 오리무중의 행보를 보다 보면 새삼 자본주의의 두 얼굴이 느껴진다. 그가 의사들을 몰아붙였던 건 실제로 지방 파견을 보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숨겨진 노림수들이 들어 있었다. 첫째는 상국대학병원이 의사들만의 힘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니고 이제 화정그룹의 경영 하에 움직인다는 걸 실력행사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지방 파견이라는 한 마디에 병원 전체가 시끌시끌해지는 그 상황을 통해 의사들이 경영진의 존재를 확실히 느끼게 됐던 것.

둘째 노림수는 그 혼돈 과정을 통해 인물들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가 그 혼돈 속에서 드러나게 됐던 것. 예진우(이동욱) 응급의학센터 전문의는 조용히 지내던 모습에서 구승효와 대적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주경문(유재명)은 상국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병원 내부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의사라는 본분을 지키려 구승효와 맞서게 되었다. 

반면 김태상(문성근) 부원장은 간에도 붙었다가 쓸개에도 붙었다 하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구승효와의 독대를 통해 자신이 원장이 되려는 일에 서로가 도움이 된다는 걸 확인시키면서, 동시에 병원의 실세들인 오세화(문소리) 신경외과 센터장, 이상엽(엄효섭) 암센터장, 서지용(정희태) 안과 센터장을 만나 자신을 밀어달라고 요구한다. 자신이 원장이 되어 사장을 몰아내겠다는 것. 그는 과연 사장 편일까 아니면 의사들의 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원장이 되고픈 욕망을 위해 어느 쪽이든 활용하는 인물일까.

김태상과 손을 잡은 듯한(?) 구승효는 슬쩍 약품을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자회사를 설립할 거라는 걸 그에게 말한다. 사실상 불법이지만 비영리법인처럼 만드는 편법으로 그렇게 하면 화정그룹으로서는 큰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승효가 이 자회사를 통해 약품은 물론 건강보조식품까지 납품하게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순차적이다. 

먼저 병원 각 부서들의 감사를 통해 약물 투약이 잘못되어 사망한 환자의 기록을 찾아내 의사들을 압박한다. 그리고 그 사건을 언론에 알려 공론화함으로써 의사들 역시 저마다의 욕망을 가진 폐쇄적인 집단이라는 걸 드러내면서 궁지로 몰아넣는다. 의사들도 반발한다. 그것이 너무나 인력이 부족한 시스템 때문에 생겨난 문제라는 것. 구승효 사장은 그것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 다음 단계를 진행한다. 이른바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바코드로 찍기만 하면 환자가 어떤 약물을 투여받아야 하는지 또 약물 투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가 쉽게 확인된다. 

그런데 그 바코드 시스템에 의해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 편리함에 빠져들게 되자, 그 시스템을 제공한 제약회사의 약품과 건강보조식품이 들어온다. 의사들은 건강보조식품까지 영업해야 하는 상황에 반발하지만, 이미 바코드 시스템에 적응되어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구승효 사장은 반발하는 의사들에게 확실하게 자신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각인시킨다. 그저 병원의 의사가 아니라 화정그룹이라는 기업에 돈을 받고 일하는 의사들이라는 것. 

구승효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에 이노을(원진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그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궁금해한다. 소아병동에 데려갔을 때 아기들을 보던 그 모습이 진짜인지, 아니면 돈벌이를 하려 병원 내에서 벌인 일련의 조치들이 진짜인지 헷갈리는 것. 갑자기 유기견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는 일도 마찬가지다. 수행비서인 강경아(염혜란)가 우연히 반려견의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엄청났던 병원비용을 얘기한데서 구승효는 이것이 돈이 될 거라는 걸 직감했던 터다. 

구승효에게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그 하나는 무심한 듯 친절해 보이는 모습이다. 서산의 땅 주인을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마치 그 분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를 통해 얻어가려는 자신의 이익이 존재한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처해있는 자본주의의 두 얼굴이 아닐까. 편리함이라는 부드러움으로 다가오지만, 거기에 종속되고 나면 이익이라는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 <라이프>가 구승효를 통해 보여주는 놀라울 만큼 치밀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얼굴.(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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