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청춘>, 뜬금없이 떠난 여행의 패닉? 혹은 즐거움!

 

<꽃보다 청춘>. 이것이 청춘의 여행이다. 갑자기 떠날 수 있다는 것. 현실의 족쇄들이 점점 견고하게 우리의 발목을 잡아채는 중년이라면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뜬금없이 떠나는 여행이다. 특히 해야 될 일이 있고 만나야 될 사람들이 있고 게다가 가족까지 있다면 이런 여행은 심지어 무책임한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청춘이야 치기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중년이란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내야 하는 어떤 시간이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그런데 이 아무 준비도 없이 미팅을 한다며 모인 윤상, 유희열, 이적이 그 날 바로 갑자기 페루로 떠나는 여행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그들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러고 가란 말야?”하고 맨발을 내밀며 웃는 유희열처럼 약간은 즐겁고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패닉과 설렘. 중년이라는 견고한 책임감과 그걸 살짝 벗어버린다는 데서 오는 들뜸.

 

공항패션은커녕 거지꼴을 하고 출국하는 공항에서 이적은 어 이상해 왜 자꾸 웃음이 나지?”하고 말했다. 아마도 그런 치기어린 여행을 했던 청춘에서 이제 꽤 멀리 걸어온 중년이 갑자기 떠나면서 느끼는 현실과의 거리감이 그런 이상한 웃음을 만들어냈을 게다. 프로그램이 자막을 통해 보여주듯, 그들은 나이 들었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소년이 살아있었다. 다만 숨겨져 있었을 뿐.

 

혼자가 아닌 마음 맞는 친구와 떠나는 여행은 더더욱 그 소년의 치기를 밖으로 끌어낸다. 일종의 공모의식. 다 같이 업계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료이자 친구이자 선후배지만 그걸 다 뒤로 남겨두고 훌쩍 떠난다는 그 같은 마음에서 생겨나는 공범(?)의식이 그들을 더욱 현실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그들은 현실의 관계에서는 드러내지 않았던 의외의 능력과 개성들을 발견한다.

 

비행기에서 잠도 자지 않고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고 여행을 준비하는 유희열은 의외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그런 형이 믿음직스런 이적은 이 형이 이런 형이라니까하고 든든해하며, 윤상은 희열이만 믿어하고 신뢰를 보낸다. 장소 찾는데 능력을 보이는 지리맨 유희열은 돈데 에스타...’라는 한 마디 할 줄 아는 스페인어로 시장을 찾아낸다.

 

꼼꼼하게 경비를 하나하나 체크하는 이적은 페루라고 새겨진 작은 지갑 하나를 사고는 어린애처럼 즐거워한다. 유희열은 작은 지갑 하나의 의미를 되새긴다. “카드가 없는 삶은 이걸로 되더라구... 가죽지갑을 사면 신분증이니... 뭐든 꽂아야 되잖아. 다 필요 없던 거야.” 좁은 공간에서 수건 하나로 함께 샤워를 하는 경험이나 미처 챙겨가지 못한 속옷을 현지에서 사고, 혼성 도미토리에서 다양한 인종과 함께 혼숙을 하는 체험은 아마도 갑자기 떠나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었을 것이다.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의 여행을 통해 우리가 발견한 건 오히려 청춘이었다. 할배 신구는 유럽까지 날아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청춘을 찬양했고, 누나들은 크로아티아까지 날아가 여전히 젊고 소녀 같은 감성이 그 속에 살아있다는 걸 발견했다. <꽃보다 청춘>은 그래서 이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일관된 메시지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마지막 프로젝트다. 그건 바로 청춘이다. 여행을 통해 다시 찾는 청춘의 나. 언제든 무작정 떠날 수 있는 소년, 소녀가 여전히 우리 마음 한 구석에는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이 특별한 여행은 보여주고 있다.

 

<7인의 식객>에 필요한 것, 지식과 음식의 조화

 

MBC <7인의 식객>은 중국에 이어 에티오피아로 가면서 약간의 변화를 꾀했다. 배낭팀과 테마팀으로 나눠 마치 비교체험 극과 극을 보여주던 중국편과 달리, 에티오피아편은 커피팀과 와인팀, 소금팀과 닭팀처럼 좀 더 구체적인 음식이나 재료로 팀을 나누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7인의 식객>이 좀 더 음식에 집중하겠다는 뜻처럼 보였다.

 

'7인의 식객(사진출처:MBC)'

하지만 첫 회에서 커피팀과 와인팀으로 나뉘어 여정을 보여준 후 다시 합류해 소금팀과 닭팀으로 나누어 각각 떠난 여행에서 음식은 좀체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음식보다는 에티오피아의 역사와 문명, 그리고 지리적인 지식 전달이 더 많았다.

 

물론 에티오피아에서 사용한다는 게즈력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나 고대문명 악숨에서 보여준 칼렙왕의 무덤, 9세기경 지진으로 무너졌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오벨리스크, 단 한번의 전투로 이탈리아의 침략을 막아낸 아두와 전투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 지식이다. 아마도 여행자들이라면 누구나 그 현지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나면 비로소 그 체험의 묘미가 다르다는 걸 느껴봤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러한 지식이 과연 <7인의 식객>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와 잘 맞아떨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지식 자체가 있고 없고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다만 중요한 건 그 지식이 이 여행의 목적이기도 한 음식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가 하는 점이다. <7인의 식객>을 보는 시청자라면 당연히 다른 방식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아는 경험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지식 따로 음식 따로의 병렬적 이야기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상당 부분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

 

소금사막 다나킬에서의 여정 역시 소금이 그 특정한 지리적 환경 때문에 어떻게 생겨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것이 음식문화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가는 잘 보여지지 않았다. 60도에 가까운 폭염 속에 탈진해 쓰러진 PD의 이야기가 다나킬에서의 주요한 이야기가 되는 건 어딘지 아쉬운 대목이다. 그나마 김경식이 소금을 먹고 오한이 사라졌다는 체험을 들려주며 다나킬은 죽음의 사막이자 생명의 사막이구나.”라고 하는 대목이 여행의 기획의도를 살짝 보여줬을 뿐이다.

 

<7인의 식객>이 예능보다는 다큐적인 성격을 보이는 건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칭 스타강사고종훈씨가 뜬금없이 중간 중간 등장해 지식을 전해주는 장면 역시 이물감이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다만 중요한 것은 예능이든 다큐든 또 지식여행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핵심인 음식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음식은 물론 지식으로 채워질 수 있는 욕망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직접 먹고 맛보는 그 감각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무리 지식여행을 강조한다고 해도 음식이 주는 이 체감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해주는 건 <7인의 식객>의 책무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에티오피아까지 가서 다룬 첫 회의 와인과 커피 이야기는 너무 단선적이고 표피적이다.

 

에티오피아의 커피나 와인 맛이 타국과 어떻게 다르고, 그것은 왜 그런가에 대한 지리적이고 역사적인 과정들을 프로그램이 추적해나갔다면 어땠을까. 사실 커피 하나만을 온전히 체험하기 위해 에티오피아까지 날아가는 관광객들도 많지 않은가. 지식을 다루더라도 음식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해야 프로그램에 일관성이 생기고 또 보는 맛도 생기기 마련이다.

 

음식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조화다.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도 가장 필요한 것이 중심과 부수적인 것을 잘 엮어내는 그 균형감각이다. 지식을 염두에 두더라도 음식을 다루기 때문에 감각과 감성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이성적인 지식과 감각적인 음식이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이 둘은 실로 잘 어울린다.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은 결국 지식을 통한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통해 넘어설 수 있는 일이다. 낯선 이국의 음식에 대한 편견을 바꿔주는 지식. <7인의 식객>이 그런 걸 보여줄 순 없는 걸까.

<가족오락관>을 통해 보여준 <12> 예능의 성격

 

<12><가족오락관>을 만난다? <12>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 프로그램의 뼈대를 만든 이명한 PD<6시 내 고향>에 가깝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것은 그 여행이 갖는 특유의 시골스런 정서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12>의 복불복 게임은 야외에서 하는 <가족오락관>에 가까울 것이다. 실제로 <12>이 했던 상당한 복불복 게임이 <가족오락관>에서 선보였던 것들이기도 하다.

 

'1박2일(사진출처:KBS)'

서울 시간여행편이 서울여행을 통해 과거의 흔적이 남겨진 서울을 여행하고 굳이 KBS를 베이스캠프로 삼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날 찍은 사진들과 부모님들이 과거에 그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병치함으로써 시간과 여행의 의미를 되새겼던 것이 새로운 <12> 여행의 출사표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KBS라는 공간에서의 하룻밤은 <12> 예능의 출사표 같은 느낌을 주었다.

 

처음부터 특별한 장소는 없다. 추억이 그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뿐.’ 자막으로 강조된 것처럼 지난 회에서 보여준 것이 여행지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대신 추억이 될 특별한 여행이야기에 주목하겠다는 <12>의 의지를 드러냈다면, KBS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가족오락관>을 함께 한 이번 회는 세대와 성별을 떠나 온가족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예능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

 

<12><가족오락관>의 만남은 그래서 각별하게 다가온다. 1984년부터 시작해 2009년 종영할 때까지 무려 25여년을 장수한 프로그램. 허참은 그래서 <가족오락관>의 대명사처럼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조금은 세련되지 않게 여겨지지만 한때 잘 나간다는 연예인치고 이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레전드가 된 예능 프로그램이다.

 

허참이 MC를 맡아 진행하는 <가족오락관><12> 멤버들이 투입되어 벌이는 게임 대결은 그래서 순간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겹쳐지는 착시현상을 만들었다. 아마도 이 장면에 대해서 나이든 세대는 과거를 회상했을 것이고, 젊은 세대들은 지금도 여전히 재밌는 그 게임에 빠져들었을 게다. 예능 프로그램의 게임 하나에도 이처럼 면면히 깔려 있는 시간의 더깨는 세대를 하나로 묶어내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예능국장의 방에서 야외 취침을 놓고 벌어진 주문 대결(?)은 웃음을 위해서는 국장의 방까지도 털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일찍이 까나리를 넣은 아메리카노를 원샷했던 예능 국장의 방에서 그 방 냉장고의 음료수에 까나리를 집어넣으며 낄낄대는 멤버들의 모습은 그래서 권위를 해체하는 웃음의 힘을 드러내주기도 했다.

 

한편 배우 유인나가 진행하는 라디오 <볼륨을 높여요> 스튜디오에 깜짝 난입(?)<12>은 과거 경북 문경 편에서 우연히 들르게 된 충추대에서 이뤄졌던 게릴라 콘서트 같은 무대를 떠올리게 했다. 이미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했던 <12> 특유의 노래가 주는 정서는 아마도 앞으로 이 프로그램의 주요한 재미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새해를 맞아 특집으로 선 보인 서울 시간 여행은 그래서 <12>의 여행과 예능 두 분야에서의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여행지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그곳이 어디든 추억이 될 만한 여행을 하겠다는 것. 그리고 똑같은 복불복 게임이라도 <가족오락관>이나 <전국노래자랑> 같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세대 통합적인 정서까지 끌어안겠다는 것. 실로 유호진 PD의 여행과 예능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이 특집 속에는 담겨져 있었다.

<12>의 여행, 무엇이 달라진 걸까

 

과거 <12> 시즌2는 복불복 게임만을 반복하는 것 때문에 줄곧 비판을 받아왔다. <12>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결국 여행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시즌3는 복불복 게임이 아닌 여행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1박2일(사진출처:KBS)'

여행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12> 시즌3에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풍광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신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여전히 복불복 게임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시즌2에서 여행은 없고 게임만 있다 비판받던 것들이 시즌3에서 반복되는 복불복 게임에서는 사뭇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은커녕 오히려 호평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

 

일단 복불복 게임의 양상 자체가 달라졌다. 유호진 PD가 전면에 나서면서 새롭게 투입된 멤버들로 재구성된 출연진들과 흥미로운 대립관계가 형성되었다. 첫 복불복 게임으로 땅을 파고 물을 채우고 얼음 채운 물에 등목을 시키는 등 이른바 야생5덕 테스트로 유호진 PD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면모가 드러나면서, 여기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김주혁이나 놀라운 임기웅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정준영, 특유의 현실 멘트로 큰 웃음을 주는 데프콘, 그리고 역시 개그의 달인답게 놀라운 리액션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김준호가 모두 살아나게 되었다.

 

이러니 게임 하나를 하더라도 캐릭터 하나하나의 리액션이 모두 쓸 만한 방송 분량으로 나오게 된 셈이다. 여기에 유호진 PD나 막내 작가인 슬기 작가까지 캐릭터가 생기다 보니 관계가 만들어내는 스토리는 더 풍부해졌다. 슬기 작가를 놓고 출연자들이 서로 그녀와 파트너가 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나, 그녀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독설을 날리는 모습은 그간 <12>에서 빠져 있었던 알콩달콩한 스토리라인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결국 복불복 게임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게임을 누가 어떤 심리 상태로 하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그러니 이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확실한 캐릭터와 그들 사이의 팽팽한 대립각 혹은 두근두근한 관계를 세운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게임의 성패가 아니라 그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그것은 향후에도 계속 발전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필요하다면 스텝까지도 캐릭터로 만드는 열정적인 자세는 시청자들에게 그 재미에 대한 제작진의 진정성을 전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복불복 게임의 이런 다른 접근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여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다. 시즌2에서 여행은 없고 복불복 게임만 있다 비판받았을 때 그 여행이란 도대체 뭘까. 그것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더 소개하는 것일까. 멋진 풍광을 찍어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을 체험해보는 것일까. 사실 이런 정보들은 이제 너무 흔해져버렸다. 인터넷만 열면 누구나 쉽게 얻어갈 수 있는 여행에 대한 정보들이 아닌가.

 

유호진 PD<12>의 새 메가폰을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필자를 만나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유호진 PD나영석 PD와 자신은 다르다며 자신은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훨씬 더 여행의 본질에 다가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여행의 본질이란 뭘까. 그것은 여행지가 아니라 그 때 그 때 여행을 떠날 때마다 느껴지는 독특한 감성이나 체험을 말한다.

 

즉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막연히 느끼는 설렘이나, 어느 비오는 날 오도가도 못 하게 된 섬 마을 외딴 집 처마 밑에서 느끼는 처연한 느낌, 화창한 봄날 어디든 떠나고 싶어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갑자기 맞닥뜨린 숨 막힐 듯 흐드러진 꽃들을 마주할 때의 그 정서, 혹은 여행 중 아주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게임을 하다가 하루를 꼴딱 보내고 난 후의 허전함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여행지와 여행 그 자체가 주는 감흥은 이렇게 다르다.

 

현재 <12>이 복불복 게임만 하는 것 같아도 거기에는 이들의 여행이 만들어가는 독특한 감흥과 정서가 깔려 있다. 게임을 해도 거기서 만들어지는 긴장감과 대립이 그 감흥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여행이 주는 수많은 감흥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먼저 캐릭터가 확고해지고 나면 더 많은 여행의 본질에 다가가는 이야기들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것이 지금 복불복 게임만 해도 호평이 쏟아지는 <12>의 달라진 점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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