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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이식당'을 보면 나영석 PD의 놀라운 예능감이 보인다

 

애초에 나영석 PD가 tvN 예능 <나홀로 이식당>을 기획한 건 일당백으로 불리며 주어진 일들을 척척 해내는 이수근의 그간 캐릭터 때문이었다. 이른바 '31수근'이라 불릴 정도였고, 어느 프로그램에서든 '일꾼'이라는 캐릭터가 딱 어울리던 이수근이었다. 그러니 이제 혼자 음식도 준비하고 손님도 응대하는 식당을 해보라 했던 것.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는 이수근이 맞닥뜨릴 멘붕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 음식 레시피를 준비하기 위해 백종원을 찾았을 때도 나영석 PD는 강원도의 특색에 맞는 밑반찬들과 밥을 해도 옥수수나 감자를 넣은 솥밥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조언에 반색한 바 있다. 그것이 이수근의 일거리를 늘려 줄 것이고 그것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재료들을 손질하는 데만도 하루를 훌쩍 보내고 막상 손님들이 찾아오자 혼자 1인당 한 상씩인 요리를 준비해 내가는 일은 제아무리 일꾼이라고 불리는 이수근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특유의 너스레와 순발력 넘치는 말주변으로 위기상황을 근근이 넘기고 있었지만 너무나 과하게 몰린 일거리들이 멀리서 찾아와주신 손님들에게 이수근이 얼굴을 내밀 여유조차 없게 되자 이제 속이 타는 건 나영석 PD였다.

 

결국 상황은 역전되었다. 나영석 PD는 이수근의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고, 그에게 밖에 나가서 손님들과 재밌는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불러주라고 했다. 그래서 마지못해(?) 등 떠밀리듯 주방 밖으로 나와 이수근은 손님들과 소통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 나영석 PD는 후배인 양정우 PD와 함께 거꾸로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나홀로 이식당>이 '다함께 이식당'으로 바뀌고, 이수근 대신 나영석 PD가 일꾼이 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상황은 그 자체로 반전의 재미를 만들었다. 나중에는 나영석 PD가 알아서 요리도 척척 해내고 부족한 반찬을 채우기 위해 계란프라이를 제안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나영석 사단이 그간 이수근과 함께 해온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이 역전된 상황이 주는 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늘 나영석 PD는 시키는 입장이었고, 이수근은 투덜대면서도 그걸 척척 해내 '일꾼'이라는 캐릭터까지 생긴 상황이었다. 나영석 PD는 이번에도 그렇게 하려다 '제 꾀에 자신이 넘어가는' 광경을 만들었다.

 

여기서 다시 보이는 건 나영석 PD의 예능감이다. 그간 무수히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만들었고 나아가 그 프로그램들의 한 부분을 맡아 출연하며 그만의 캐릭터를 쌓았던 나영석 PD답게 그는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재미있는가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혼자 멘붕 상태에 있던 이수근을 돕다가 점점 그의 일꾼이자 노예가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 지를 말이다.

 

그간 여러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나영석 PD는 주로 출연자들을 골탕 먹이거나 힘들게 만드는 그런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에 나서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삼시세끼> 어촌편처럼 유해진과 차승원 그리고 손호준의 케미만으로도 재밌는 상황이라면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서진이나 이수근처럼 어딘지 시켰을 때 투덜대면서도 해내는 그런 캐릭터에는 자신의 역할이 분명 필요하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번 <나홀로 이식당>에서 보여준 역전된 관계처럼, 그 역할을 뒤집는 재미조차 나영석 PD는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연출자이자 기획자로서의 나영석 PD만큼 이제는 그의 프로그램에서의 한 출연자로서도 확실한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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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와 유산슬, 같은 듯 다른 신드롬의 주역들

 

펭수의 존재감은 역시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 시상자로 참석한 펭수와 유산슬(유재석)의 만남은 2019년을 들썩거리게 만든 신드롬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천하의 김태호 PD가 펭수의 대기실을 찾아 공손하게 유산슬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이에 설렌다는 듯 ‘합정역 5번출구’를 흥얼거리며 유산슬의 대기실을 찾는 모습부터 펭수의 예능감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포토라인에서 기자들을 만나는 사이 유산슬을 기다리는 펭수는 “유산슬 왜 안와!”하고 소리치며 다소 긴장과 설렘이 오가는 모습으로도 웃음을 줬다.

 

놀라운 건 유산슬과 마주하면서 펭수가 맞받아치며 하는 토크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짜 올 줄 몰랐다”는 유산슬의 말에 “PD가 오라고 하던데.”라고 응수하고, “올해의 인물” 선정을 축하하자 “유산슬도 올해의 인물 됐다”고 했다. 또 유산슬이 펭수의 랩을 재밌게 봤다고 하자 펭수 역시 유산슬의 트로트를 재밌게 봤다 응수했다. 유산슬이 “내 말 따라하는 거 같은데”라고 하자 “일절 아니다”라며 “마음이 겹친 것”이라고 말해 만만찮은 토크 실력을 보여줬다.

 

펭수는 유산슬의 요구에 댄스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유산슬과 함께 ‘사랑의 재개발’ 춤을 배워 함께 추기도 했다. 우연히 참석하게 된 ‘프로불참러’ 조세호는 펭수와 유산슬의 놀라운 토크와 예능감을 보며 놀라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야기를 끼워 넣으려 휴가 받아 “부모님 뵈러 안가냐?”고 했다가 남극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멍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컷컷. 촬영 그만해”라고 외치는 펭수의 응수에 당황했다.

 

<놀면 뭐하니?>는 지금 대세라고 할 수 있는 펭수와 유산슬을 통해 ‘성공시대’의 비법을 담아내는 연출을 더했다. 올해 계획을 묻는 유산슬에게 “그런 거 없다”며 “그냥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펭수. 그러자 유산슬 역시 자신도 그렇다고 말했고, 쉬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도 “지금이 휴가”라고 말해 큰 계획을 세우기도보다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 성공의 비법이라는 걸 드러냈다.

 

신드롬의 주역이 된 유산슬과 펭수는 비슷한 점이 많은 인물들이다. 둘 다 캐릭터라는 점이 그렇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주목을 끌었다는 점이 그렇다. 또 방송사를 넘나들며 ‘대통합’을 이룬 캐릭터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게다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일들을 즐겁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성공 비결도 비슷했던 것.

 

하지만 두 인물의 다른 점도 뚜렷했다. 그것은 펭수가 “매니저!”라고 부르며 이것저것 PD들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며 주도적으로 하고픈 일들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유산슬은 김태호 PD가 깔아놓은 판 위에 어쩌다 보니 일을 하게 되고 또 성장하게 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펭수는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고, 유산슬은 김태호 PD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특정 분야에 뛰어들어 일하는 것.

 

유산슬의 굿바이 콘서트 말미에도 김태호 PD는 향후 유산슬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하게 될 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 넣었다. 라면집 할머니는 어서 와서 라면 끓이라고 했고, 하프 도전을 종용하는 영상은 물론이고 엑소가 제안하는 아이돌그룹 활동, 송가인이 제안하는 듀엣 콘서트 등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어디로 튈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었다. 결국 유산슬은 무대를 내려가며 “아 정말 싫다 김태호 정말 싫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펭수와 유산슬이 다른 행보를 보이는 건 두 인물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펭수는 신인으로서의 패기를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주는 것이고, 유산슬은 이미 최고의 예능인이 오히려 겪는 황당하고 당황스런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주는 것이니 말이다. 결국 이렇게 쌓인 유산슬의 울분은 펭수가 풀어주었다. 김태호 PD에게 유산슬의 EBS 프로그램 출연이 가능하냐고 물으면서 “PD님도 출연해!”라고 소리친 것. 머뭇거리는 김태호 PD에게 펭수는 “해!”라고 쐐기를 박음으로써 유산슬을 통쾌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스태프나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은 펭수나 유산슬이나 똑같이 닮은 점이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가며 펭수는 일일이 스탭들과 고생했다며 악수를 나눴고 유산슬 팬이라는 <자이언트펭TV> 편집감독을 데려와 유산슬과 사진을 찍게 배려해주기도 했다. 역시 신드롬의 주역들은 뭔가 비슷하게 통하는 면들이 있어 보였다. 남다른 토크 능력에 끼, 순발력 게다가 배려심까지.(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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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방’과 찰떡궁합 이루는 헨리의 유쾌한 열정

헨리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MBC 예능 프로그램 <세모방>이 도전한 덴탈TV의 ‘덴탈 스토리’에서 헨리는 의외의 수확이었다. 국내 유일의 치아 전문 채널에서 만드는 이 드라마는 사실 치과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위한 취지로 사비를 털어 만들어지는 방송인지라 여기에 김구라, 김재원, 이수경, 헨리 같은 연예인이 출연하는 건 어딘지 과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조악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프로 연기자들과 그 속에서 누구보다 열정을 다하는 헨리의 모습은 그 진지함 때문에 큰 웃음을 주었다. 

'세모방(사진출처:MBC)'

치과를 빌려서 찍는 촬영인지라(그것도 두 편이나!) 밤 10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찍어야 하는 상황. 콩트가 낯선 김재원이 그 우스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때, 오히려 연기 초보 헨리는 그에게 조언(?)과 격려를 해주는 역전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줬다. 과장된 연기가 정극 배우인 김재원에게는 힘들었지만 헨리는 오히려 더 편했던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로 찍은 드라마 ‘그녀의 향기’에서 1인3역에 도전한 김재원은 역시 연기 베테랑답게 적응해가며 과한 상황들도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녀의 입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졸도하는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는 장면은 그 과도한 ‘진지함’ 때문에 오히려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여기서 헨리의 애드리브에 의해 의외의 명장면이 탄생했다. 굳이 바닥에 넘어진 김재원의 엉덩이를 밀고 밖으로 끌어내는 모습이 모두를 포복절도하게 만든 것. 

김재원 바라기로 그의 옆에 딱 붙어서 그만을 바라보던 헨리가 갑자기 콧구멍의 털이 보인다고 말하고, 그 안에 있는 걸 봤다며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여기저기 떠벌이는 장면도 웃음을 주었다. 마치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있었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행동이 의외의 재미를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세모방>에서 지금껏 알게 모르게 해온 헨리의 지분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첫 방에 화제가 되었던 ‘형제꽝조사’ 편에서 물론 주목받았던 건 꽝PD와 박명수였지만 그들만큼 자기 만의 역할을 해준 인물이 역시 헨리였다. 특히 갑자기 제트스키에 타라고 시키는 꽝PD의 요구에 어떻게든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헨리의 모습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 두 번째로 방영됐던 ‘한다맨’에서도 헨리는 아이들과의 대결에서도 어떻게든 이겨먹으려는 과한 열정(?)으로 웃음을 준 바 있다. 조금 민망할 수 있는 한다맨 복장에도 전혀 창피해하지 않고 오히려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가 ‘뭐 저렇게까지 열심히 할까’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던 것. 

<세모방>이 헨리의 예능감을 발견하게 한 건 그가 의도한 것도 그렇다고 그저 우연히 생긴 일도 아니다. 그것은 그의 캐릭터가 <세모방>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과 딱 맞아 떨어져 생긴 결과다. 즉 외국인으로서 모든 게 새롭고 또 그것이 좀 황당하더라도 누구보다 진지하게 방송에 임하는 그의 유쾌한 열정이 <세모방>이라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방송들 속에서 빛나게 된 것이다. 

<세모방>은 물론 그 주인공이 바로 그 ‘세상의 모든 방송들’이다. 그래서 여기 출연하는 박명수나 헨리 같은 출연자들은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방송’을 조명한다는 취지만큼 중요해지는 건 예능 프로그램의 본분일 수 있는 재미다. 그런 점에서 보면 헨리는 <세모방>이 발굴해낸 의외의 수확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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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로 돌아온 이효리, 보기만 해도 힐링 됐던 까닭

이효리가 돌아왔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는 3년 만이지만 사실 대중들이 느끼는 체감은 더 길다. 물론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도 그녀의 제주에서의 삶이나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들로 그녀가 그리 멀리 떠나 있다고 느끼는 대중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말만 해도 촛불집회에 전인권, 이승환과 함께 ‘길가에 버려지다’를 불러 대중들의 입가에서 맴돌던 이효리가 아니었던가. 너무 멀리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항상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닌 그 자리에 있어서일 게다. 이효리가 복귀하기까지 기간이 길게 느껴지고 또 그만큼 반가운 까닭은.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에서 이효리는 스스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과거에 보였던 독보적인 예능감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해야 할까. 솔직함이야 예나 지금이나 그녀가 가진 매력의 원천이지만, 어떤 무거움을 조금은 내려놓고 편안해졌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이효리가 만나는 그 광경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멤버들은 그녀의 강한 캐릭터 앞에 주눅 드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고 이효리 역시 특유의 시원시원한 모습으로 그 웃음에 호응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달랐던 점은 줄곧 예전처럼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모습을 보이며 합장을 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장면을 보여줬던 점이다.

물론 그런 장면 역시 간간히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욱하는 모습으로 인해 웃음이 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진정으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요가 동작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일이었다. 요가가 그저 몸의 유연성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이라며, 아픔을 피하지 않고 견딤으로써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으로서 요가를 설명했다. 

그녀의 진심이 가장 느껴진 대목은 “천천히 내려가는 것도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톱스타로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걸 접고 사라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렇게 내려오는 과정들을 하나하나 겪는 것이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것. 과거에도 또 현재도 여전히 톱스타의 위치에 있는 그녀지만 이제 내려가는 일을 선선히 받아들인다는 그 말은 아마도 누구나 나이 들어가는 우리들 모두를 공감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효리는 스스로도 그걸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실은 “잊혀질까봐 무서웠다”고 말하기도 했고, 때론 욱하는 옛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만큼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다만 그녀는 그것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이런 부분은 득도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더 현실감 있게 우리를 공감시키는 면이 있었다. 

이효리는 나이 들었고 또 나이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웃을 때 눈가의 잔주름도 보이지만, 그런 것들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기보다는 순순히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사실 빵빵 터지는 예능감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그녀가 <무한도전>에서 시청자들에게 전한 진짜 선물은 그렇게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그녀 자신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힐링을 받는 느낌의 이유였다.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걸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걸 인정하는 데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 그런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젊은 연예인에게보다도 오히려 찬란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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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에 이은 추신수, <12>만 나오면 펄펄 나는 메이저리거

 

KBS 주말예능 <12>은 메이저리거들과 인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 과거 박찬호가 <12>에 출연했을 때 주었던 의외의 예능감과 진지함에 시청자들이 느꼈던 그 감흥을 이제 차세대 메이저리거인 추신수가 이어받았다. 그는 <12> 특유의 놀라운 야생 적응력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는가 하면 삶의 경험이 묻어나는 진솔한 이야기로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마침 맏형이었던 김주혁이 하차한 시점이라 새 멤버를 뽑는다는 설정으로 출연한 추신수는 전현무 아니냐는 얘기를 세 번이나 듣고는 발끈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마치 새 선수를 입단시키는 듯한 상황을 설정하고, 일종의 입단테스트를 기성 출연자들에게 시켰지만 차태현이 말한 대로 그 상황 자체가 웃길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꼭 출연시키고픈 인물이 추신수라는 스포츠스타가 아닌가.

 

압박면접에서 오히려 압박을 당하는 건 기성 출연자들이었다. 김준호는 짐짓 자신이 형이라며 반말을 하겠다고 하고는 뒤에 가서는 어쩔 수 없이 존칭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출연자들은 압박면접이 아닌 추신수의 팬임을 인증하는 모습을 통해 역전된 상황의 웃음을 뽑아냈다. 특히 올 초에 겪었던 슬럼프에 대한 질문에 그는 삶의 경험이 묻어나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사람은 없다. 시험지 답이 있는 게 아니다. 그때 당시는 뭘 해도 안됐다. 제가 느낀 거는 안 될 때 매듭을 굳이 풀려고 하지 말고 그냥 묶인 대로 놔두자. 그걸 인정하면 어느 순간에 (매듭이) 풀리더라.” 슬럼프에 대한 집착은 더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는 것. 오히려 그 슬럼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메이저리거들의 무엇이 이토록 <12>과 잘 어우러지게 하는 걸까. 메이저리거로서 살아온 이들이 갖기 마련인 승부욕은 <12>의 치기어린 대결구도와 만나게 될 때 빛을 발하곤 한다. 과거 박찬호가 출연했을 때 강호동과 묘한 긴장감을 이루던 그 장면들을 떠올려 보라. 두 사람은 이 대겨루도를 통해 결국 한 겨울 계곡 얼음을 깨고 입수하는 모습을 연출해보여주기도 했다.

 

경주에 도착해 이동차량을 놓고 벌이는 복불복 게임에서 추신수 역시 스포츠선수다운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준호의 머리 위에 캔을 올려놓고 공으로 맞추는 미션에서 여러 차례 실패한 그는 얼굴에 잔뜩 낙서를 하는 대가로 결국은 미션에 성공하는 승부근성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거라는 위치는 우리에게 심정적인 지지를 갖게 만들기도 한다. 과거 박찬호은 IMF 시절의 어려운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희망이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선전하는 모습은 그래서 마치 우리 일이나 되는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을 위로해주는 면이 있었다. 추신수 역시 올 초에 있었던 슬럼프를 극복하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주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 지점은 왜 메이저리거들이 <12>에 나왔을 때 더 환영받는가를 잘 말해준다. <12>이라는 서민적 예능 속에서 메이저리거들이 보여주는 서민적인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복불복게임을 통해 추신수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승부욕을 보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입단테스트? 고정해도 될 법한 <12> 특유의 훈훈함이 추신수에게서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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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살린 송일국, 굳이 웃길 필요 있나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강봉규 PD는 프로그램이 시작되던 때부터 송일국과 세쌍둥이 삼둥이 부자 섭외를 해왔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삼고초려다. 연예인 중에 삼둥이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보다 더 중요한 섭외의 포인트는 그 삼둥이의 아버지가 송일국이라는 지금껏 예능에는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던 배우라는 것이다. 결국 송일국이 출연을 결심했을 때 그는 웃으며 강봉규 PD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저 예능감 없는 건 아시죠?”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사실이다. 송일국은 예능감이 없다. 그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는 것은 그래서 예능이 아니다. 그것은 진짜 송일국이 삼둥이와 함께 겪어가는 일상들이다. 강봉규 PD는 갯벌 체험 같은 걸 하러 가는 것도 제작진이 먼저 제안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모가 먼저 이런 걸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제작진은 그것을 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준다고 했다. 그래야 부모가 진짜 원하는 체험이 나올 수 있고, 그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송일국이 삼둥이를 데리고 갯벌 체험으로 하러가고 끝나고 나서 장어를 먹으러 가거나, 로보카 폴리를 좋아하는 삼둥이를 위해 테마파크를 찾는 건 전적으로 송일국과 아이들(?)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어떤 공감대를 주는 것은 바로 그런 데서 나온다. 여기서 송일국이 하는 것은 삼둥이와 진정으로 애정 어린 관계와 체험을 해주는 것뿐이다.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없을수록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의 진정성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아빠의 행동 하나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장어를 익혀 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아뜨야 식혀먹어라고 말해 주자 나중에 집에서 핫도그를 먹던 아이가 아뜨를 연발한다. 만세가 급하게 장어를 먹다가 목에 걸리자 사려 깊은 민국이가 그 사실을 아빠에게 알려주고 동생을 챙겨주는 모습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서로 등을 두드려주는 민국이와 만세의 모습은 아빠가 평상시에 그렇게 아이들에게 했던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것이다.

 

로보카 폴리를 좋아해 테마파크에 온 삼둥이 부자가 재난 구조 체험을 하는 모습에서도 아빠와 아이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처음 하는 체험에 두려워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손을 잡아주고 또 달래주면서 결국 체험을 시키는 송일국에게서는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려는 그의 마음이 묻어난다. “남자애들인데 강하게 키워야죠. 어차피 다 안전한 건데요 뭐. 아 그 정도는 괜찮아요.”

 

땀을 뻘뻘 흘리며 삼둥이를 챙기는 송일국에게서 아이들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볼 수 있다면, 장애물 체험하는 민국이가 흔들리는 장애물에서 울려고 하자 대한이가 동생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에서는 이 아빠의 사랑을 아이들도 똑같이 따라한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관찰카메라의 정수는 바로 이처럼 어떤 무의식적인 행동이 카메라에 의해 포착되고 거기서 그 진짜 마음이 전달되는 순간이다.

 

예능감 없는 송일국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살리고 예능 대세로 떠오른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것은 관찰카메라 시대에 대중들이 예능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말해준다. 굳이 억지로 웃길 필요는 없다. 대신 진짜를 보여 달라는 것. 송일국의 진심이 담긴 삼둥이 사랑과 거기에 호응해주는 귀여운 삼둥이들의 성장은 그래서 그 어떤 예능감의 소유자들보다 더 강력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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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01 10:02 BlogIcon 사랑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송일국 진짜 화려하진 않아도 참 따뜻하구 때묻지 않은 모습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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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쇼>, 예능늦둥이 김응수 돋보인 이유

 

도대체 이런 끼를 어떻게 숨기고 살아왔을까. 이미 <라디오스타>를 통해 가능성을 보였던 김응수였다. <고쇼>에 출연한 그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특유의 예능감을 보여주었다. '감수성의 제왕'이라는 부제로 이종혁, 이경실, 조권이 함께 출연한 자리에서 김응수는 단연 발군이었다.

 

 

'고쇼'(사진출처:SBS)

사실 '감수성'이라는 키워드로 모아 놓긴 했지만 이들 네 사람은 서로를 어색해했다. 이경실과 조권은 같이 예능을 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예능 경험이 별로 없는 이종혁이나 김응수에게 이들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침묵하고 있던 이종혁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침묵을 깨려고 노력한 건 역시 예능이 익숙한 이경실이었다. 관계의 어색함을 풀기 위해서인 듯 그녀는 좀 더 공격적으로 다른 게스트들을 밀어 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약술을 많이 담근다는 김응수가 '약술'을 주지 않겠다고 하자, 이경실이 "인간성 더럽네"라고까지 쏘아부친 것은 사실 조금 불편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 김응수는 약술을 안주겠다는 이유가 대부분 남자들에게만 좋은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김응수는 어색함 때문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종혁을 '동문서답'의 캐릭터로 만들기도 했다. 질문과 상관없이 엉뚱한 답변을 한다는 것. 이런 캐릭터가 부여되자 이종혁은 더 편안하게 토크를 이어갈 수 있었고 내놓고 자기 자랑하는 모습으로 '자화자찬'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종혁과 김응수가 주말 저녁 동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신사의 품격>과 <닥터 진>을 놓고 자기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서로 낫다고 말하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김응수가 <신사의 품격>의 제목이 막연하다는 애매한 이유로 몰아붙이고, 여기에 대해 다른 MC들이 "<신사의 품격>에는 장동건이 출연한다"고 말하자, 김응수는 "<닥터 진>에는 내가 출연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또 그가 들려준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큰 웃음을 주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 이종혁이 캐스팅될 수 있게 감독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나, 복도를 내달리는 신을 찍으며 마신 오토바이 배기가스 때문에 폭삭 늙었다며 임상수 감독에게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눙치는 모습은 김응수라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물론 김응수가 '예능늦둥이'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것은 단지 그가 엉뚱한 발언이나 '개나리송' 같은 노래로 스튜디오를 발칵 뒤집어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을 캐릭터화 함으로써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 점이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상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그러면서도 조권이 특유의 깝으로 춤을 출 때면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는 그런 포용력이 그를 돋보이게 하는 이유다.

 

초반에 이경실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고쇼> '감수성의 제왕'편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김응수였다. 그리고 김응수의 때론 괴팍해보이고 때론 엉뚱하며 때론 공격적으로 보이는 모습 속에서도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면모는 이경실 같은 베테랑 개그우먼조차 배워야 할 덕목으로 보인다. 예사롭지 않은 예능늦둥이가 탄생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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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17 19:17 BlogIcon 유머나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응수, 예능감각에 있어선 최상위 레벨인 것 같더이다~
    연기도 짱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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