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매울 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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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스산해진 가을이 오면 그가 떠오른다이주의 인물 2024. 11. 3. 13:53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로 돌아온 한석규, 그 인간적인 얼굴“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에서 정원(한석규)은 그렇게 조용히 다림(심은하)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한다. 어려서 하나 둘 아이들이 돌아간 텅 빈 운동장에 앉아 모두 그렇게 떠나갈 것이라는 걸 묵묵히 받아들이던 정원은 시한부 인생이라는 판정도 그렇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담담한 체념을 뚫고 어느 날 갑자기 다림이 그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평온했던 일상은 흔들린다. 더 그와 함께 웃고, 떠들고, 살고 싶어지는 것. 하지만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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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가 말한다, 음식, 삶에 대한 예의는 이런 거라고동그란 세상 2023. 1. 19. 15:23
‘오늘은 좀 매울 지도 몰라’가 먹방, 쿡방 시대에 던지는 질문 아마도 요리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프로그램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는 낯설 수 있다. 탕수육 하나를 만드는데 이틀이 넘게 걸린다면 그 누가 그 과정을 보려 할 것이며, 그러한 레시피를 따라하려 할 것인가.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과정을 촘촘히 따라가며 보여주고, 시청자들은 그 과정을 보는 내내 먹먹해진다. 도대체 이러한 마법의 레시피는 어떻게 가능해진걸까.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가 그 드라마다. 6회에 등장한 ‘띄엄띄엄 탕수육’을 보면 이 드라마가 어떻게 이 지리한 과정조차 먹먹한 감동으로 만드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말기암 환자인 아내 다정(김서형)을 위해 매일 건강식을 차려 내주는 남편 창욱(한석규). 그런데 갈수록 입맛이 없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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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의 중저음 목소리가 주는 차분한 위로동그란 세상 2022. 12. 21. 11:22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매운 드라마에 지쳤다면 “아이를 키울 때 보리차를 다시 만났다. 열이 나고 많이 아프면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갓 지은 밥에 보리차를 잔뜩 붓고 두 시간 약한 불에 끓였다. 그 밥물을 먹였다. 하루나 이틀 그러고 나면 다시 식욕이 도는 지 제대로 먹기 시작했다. 곁에서 기다리고 서 있어야 한다. 넘치면 안 되니까....” 한석규의 담담하고 낮은 목소리가 먼저 마음을 잡아 끈다. 너무 담담해서 레시피를 설명하는 것처럼 들릴 정도지만, 그가 정성을 들이며 이렇게 만드는 음식에는 아내에 대한 깊은 마음이 담겨있다. 창욱(한석규)의 아내 다정(김서형)은 대장암 말기다. 수술을 원치 않는 다정은 창욱에게 자신을 챙겨달라고 요청한다. 두 사람은 별거 중이었지만, 사정을 듣게 된 창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