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게스트 없어도 보여줄 건 많다

 

모두가 잠든 <삼시세끼> 옥순봉의 새벽. 카메라는 뜬금없이 부지런한 꿀벌 치타와 함께 여름꽃 탐방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양봉을 위해 만들어 놓은 벌집이 그저 꿀만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건 그 많은 꿀벌들에게 치타라는 이름을 지어줄 때부터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카메라는 먼저 벌집을 부지런히 드나드는 치타를 보여준 후, 옥순봉을 부감으로 찍어 곳곳에 자라나 있는 다양한 야생화들의 분포를 CG로 그려 넣는다. 그리고 소개되는 꽃들. 계란프라이 모양이라 계란꽃이라고도 불린다는 개망초를 보여주며, ‘옹심이 꽃다발의 주역이라는 자막이 추가된다. 뒤뜰에 핀 봉선화, 앞문에 핀 홑왕원추리. 홑왕원추리는 밤에 잎을 움츠렸다 새벽에 다시 피는 부지런한 친구.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란다.

 

꿀벌 치타의 시선은 좀 더 먼 곳까지 날아간다. 윗마을에 핀 여름 꽃들. 왕관을 닮은 베르가못이 카메라로 비춰질 때 꿀벌 하나가 꽃잎 옆으로 쑥 나온다. 그리고 붙여진 자막, ‘제가 한 번 먹어 보겠습니다는 지금 치타가 시청자들에게 옥순봉에 자라나는 여름 꽃들을 가이드하고 있다는 착시를 일으킨다. 치타에게는 꿀맛이라는 접시꽃 장면이 이어지고 얇디얇은 개양귀비와 초여름 딱 100일만 핀다는 백일홍이 소개된다.

 

개울가로 내려가면 꽃반지 만들기에 딱인 토끼풀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엉겅퀴, 강아지풀, 흰전동싸리, 코스모스들이 만발했다. 자막이 말해주듯 부지런한 꿀벌 치타의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면 게으름뱅이들은 자다 깨도 못 볼여름 풍경들이다.

 

꿀벌을 의인화하고, 그 시선을 따라가 소개되는 옥순봉의 야생화들. 이것은 우리가 주의 깊게 들여다보거나 관심을 주지 않았다면 아무런 의미도 주지 않는 배경에 불과했을 생명들이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만 보이는 자연이 꿈틀대고,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마도 그렇게 꿀벌이 야생화로부터 얻어온 꿀들은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의 입안을 달콤하게 적셔줄 것이다. 그러니 새삼 꿀벌들과 야생화들이 새롭게 보일 밖에.

 

하루 동안 게스트도 없고 미션도 없이 지내며 이서진과 옥택연은 이상한 금단현상을 일으킨다. 즉 늘 게스트들이 와서 무언가를 만들고, 나영석 PD가 다음 끼니를 지시하는 것이 사라지자 이서진이 말하듯 저 <쇼생크탈출>의 모건 프리먼이 겪은 감옥 밖의 낯설음을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은 그만큼 <삼시세끼>가 꽤 많은 것들을 겪으며 이제는 그 첫 발에서 한참 멀리 떠나와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본래 그들에게는 그렇게 덩그라니 집 한 채에 두 사람 그리고 넉넉한 시간만이 있지 않았던가.

 

깜짝 등장한 최지우가 게스트가 아닌 안방마님으로서 들어온 건 오히려 그렇게 멀리 온 그들을 일깨우기 위함처럼 보인다. 최지우는 대놓고 프로그램을 모니터하며 느꼈던 것들을 쏟아내며 초심을 잃었다는 둥, ‘너무 게스트에 의존한다는 둥의 귀여운 핀잔을 준다. 그리고 술 한 잔을 함께 하며 이서진에게 오빠 일 좀 해라며 맨날 게스트 시키고 택연이만 시킨다고 몰아세운다.

 

그러자 이서진의 본래 모습이 슬쩍 비춰진다. 일을 할 줄 몰라서 그렇지 할 줄 알면 자기도 열심히 한다는 것. 택연이 노력해서 요리가 많이 늘지 않았냐고 최지우가 말하자 자기만 아는 거라며 하나도 안 늘었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이서진의 본래 모습이다. 좀 더 그럴듯한 음식을 해내려고 고민하는 모습보다는 대충대충 하며 투덜대기 좋아하는 귀차니스트의 모습.

 

사실 최지우가 오기 전까지 게스트도 없고 특별한 미션도 없는 하루 동안 프로그램은 의외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줬다. 밍키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살뜰하게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은 이서진과 옥택연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들었고, 답답해하는 잭슨을 풀밭으로 데려가 잠시 쉬게 하는 모습이나, 우연히 이서진이 발견한 지렁이 한 마리를 마틸다의 특식으로 넣어주는 장면들은 소소해 보여도 <삼시세끼>가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들이었다.

 

<삼시세끼>에서도 게스트는 필요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게스트들에 너무 집중하고, 그들 역시 카메라를 너무 의식하게 된다거나 그래서 음식 만들기에 너무 골몰하기 시작하면 <삼시세끼>는 그 이외에도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보여줄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손님이 찾아오거나 그렇게 한때는 손님으로 왔다가 이제는 안주인처럼 친해진 최지우 같은 인물이 찾아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시세끼>만이 보여주곤 했던 그 특별한 일상의 면면들을 놓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꿀벌 치타의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야생화들처럼.



<삼시세끼>의 한 끼가 그저 재미에 머물지 않는 까닭

 

<삼시세끼>의 오프닝은 여지없이 세끼 하우스에 푸릇푸릇 올라오는 청보리에서부터 시작한다. 올봄 그 텅 빈 밭을 갈아 업고 뿌려놓은 청보리는 이제 훌쩍 자라서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며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만든다. 꽃을 열심히 기어오르는 개미 한 마리를 따라가면서 카메라는 묻는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오르고 있냐고. 카메라가 다시 답한다. 그것은 아마도 삼시세끼때문일 거라고.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지난 가을에서 겨울까지 <삼시세끼>가 좀체 보여주지 못했던 장면들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며 보여지고 있다. 이 장면들은 <삼시세끼>가 진짜 보여주고픈 것들이었을 것이다. <12> 같은 여행 버라이어티들이 결코 잡을 수 없었던 장면들. 그저 지나치는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 자연과 생명이 가진 힘. 시간의 흐름에 담겨진 마법 같은 순간들이다.

 

<삼시세끼>가 그저 시골에 내려가 한 끼의 요리를 해 먹는 그런 예능에 머물지 않게 된 것은 바로 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변화들을 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무수한 야외 예능 프로그램의 밥 해먹기와 뭐가 다르겠는가. 하지만 <삼시세끼>는 강원도 정선의 한 집에 오래도록 카메라를 세워두고 그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우리가 지나칠 때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 같은 자연의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다.

 

훌쩍 자란 청보리와 불쑥불쑥 자라 올라 풍성한 텃밭을 이루고 있는 이른 봄에 심어 두었던 갖가지 야채와 채소들. 한 때는 이서진 바라기로만 보였던 잭슨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어느 날 불쑥 세끼 하우스로 들어왔던 그 작고 귀여운 밍키가 어느새 훌쩍 자라 새끼들을 낳았다.

 

이런 자연과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도 변화한다. 이서진은 시골 살이의 모든 게 귀찮았던 투덜이 차도남에서 이제는 제법 시골에 정착한 사람마냥 익숙하게 일을 해낸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귀찮아도 챙겨야할 식구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만 놔두면 잡초들이 지배하는 밭도 돌봐야 하고, 찾아오는 손님들 대접을 위해 음식도 그럴 듯하게 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꼬인 줄 때문에 메에- 하고 울어대는 잭슨의 아이들을 살펴야 하고 아기를 가진 밍키를 위해서는 기꺼이 집을 사주고 울타리도 쳐주어야 한다.

 

밍키가 그 누구보다 각별한 옥택연은 입맛을 통 잃어버린 밍키를 위해 닭 가슴살을 삶아 먹여주고, 요리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서는 김하늘 같은 게스트들을 위해 때로는 충실한 주방 보조가 되어주기도 한다. 도시를 벗어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삼시세끼 챙겨먹겠다는 마음으로 세끼 하우스로 들어왔지만 차츰 일은 늘어난다. 그런데 그 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했던 도시에서의 일과는 사뭇 다르다. 일은 일인데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일이다.

 

아이를 낳은 잭슨과 아기를 가진 밍키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재게 손발을 놀리는 이서진이나 옥택연을 보다보면 우리가 바쁜 도시의 삶을 살면서 잊고 있던 삶의 비밀 같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어쩌면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그 마음들이 이끄는 것이 아닐까.

 

삼시세끼는 그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들을 자라나게 하고 변화하게 하는 힘이다. 잭슨과 밍키를 자라게 한 것도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게스트들이 모여 관계를 맺으며 살게 하는 것도 바로 삼시세끼가 부린 마법이 아닌가. 그래서 한 때 삼시세끼를 같이 해먹으며 기분 좋은 기억을 공유했던 최지우가 다시 찾아오면 반가운 일일 게다. 그것은 관계의 성장이고 축적인 삶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니 말이다.

 

사람에게서 시간의 변화를 우리는 잘 감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훌쩍 자란 밍키와 잭슨을 보면서 우리는 시간과 삼시세끼가 빚어내는 그 놀라운 힘들을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고 있다. 게스트들의 왁자지껄한 한 때나 또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 장면들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저 그런 재밋거리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그것은 우리도 모르게 자라난 청보리와 밍키와 잭슨처럼 그들을 성장시킬 소중한 삼시세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삼시세끼>, 너무 많은 손님은 본질을 흐린다

 

tvN <삼시세끼>는 누가 뭐래도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이 되었다. 케이블 채널에서도 무려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다가 화제성 또한 매회 끊이질 않는다. <삼시세끼>가 가진 위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건 게스트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이서진과 옥택연이 강원도 정선의 이 집에 와서 불 피우고 밥 해먹던 그 소소한 첫 회를 떠올려 보라. 물론 그 때도 윤여정과 최화정이 게스트로 찾아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서진과 함께 했던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의 인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이 산골에 콕 박혀 아무 것도 안할 것만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최지우, 박신혜가 온데 이어 지성, 보아 그리고 김하늘까지 찾아왔다. <삼시세끼>는 이제 연예인이라면 꼭 한 번 출연하고픈 그런 프로그램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서 부작용도 생겨난다. 물론 이들 게스트들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도대체 시골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연예인들이 이곳에만 오면 모든 걸 내려놓고 진솔한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준다. 그건 아마도 <삼시세끼>의 환경이 늘상 경험하던 방송 환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곳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턱 내려놓고 진솔해지지 않을까.

 

게다가 나영석 PD는 연출자라기보다는 마치 이 땅의 지주나 마름처럼 때론 심술궂게 이 일 저 일을 시키기도 하고 때론 마음 좋은 선심을 쓰기도 한다. 그러니 게스트들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별한 걸 하는 것보다는 안하는 것이 더 콘셉트인 <삼시세끼>는 지금껏 개인기를 보이거나 춤을 추던가 누군가를 웃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 예능에 출연하곤 했던 연예인들에게는 신세계나 다름없다.

 

그러니 게스트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해되지 않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본래 <삼시세끼>가 하려던 이야기로 되돌아가보자. 이 프로그램은 그저 며칠쯤 산골에 콕 박혀 아무 것도 안하면서 삼시세끼 챙겨먹는 걸 해보고픈 도시인들의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손님들로 넘쳐나기 시작하면 그 여유로움과 고적함 같은 <삼시세끼> 특유의 정서는 아무래도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유해진이 보여준 모습은 <삼시세끼>가 한번쯤 참조해봐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유해진은 지금껏 이 집을 찾아온 손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누구든 오기만 하면 열심히 일을 하는 개미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만 유해진은 정반대로 베짱이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남들이 다 미션으로 떨어진 한 끼 밥을 짓기 위해 총력(?)을 다할 때, 유해진은 유유자적 집을 빠져나와 개울을 산책하고 거기서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며, 그 개울가에 누군가 던져놓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가 여기 일하러 왔어?”하고 한 마디를 던진다.

 

물론 얻어먹는 밥 끝에는 설거지는 내가 할게하는 배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유해진은 자신이 나온 광고의 한 구절처럼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은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건 바로 <삼시세끼>가 본래 갖고 있던 모습이다. 이서진과 옥택연이 언젠가부터 요리에 너무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살짝 잊고 있던 것.

 

<삼시세끼>는 물론 지금도 훌륭하다. 하지만 더 격렬하게 훌륭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상황에서도 늘 첫 번째 방송의 그 정서를 다시금 떠올려봐야 한다.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이다. 그 시작점을 잊지 않는 노력을 계속 한다면 <삼시세끼>는 앞으로도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삼시세끼>의 건강한 공기, 그 반은 옥빙구 덕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유해진이 나온 한 광고 카피는 <삼시세끼>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선의 세끼 집은 그래서 어린 나이에 데뷔해 쉴 새 없이 뛰어온 아이돌 조상인 보아 같은 인물에게는 그 자체로 휴식이 된다. 그 흔한 콩나물국 하나를 끓여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고, 몇 주간 벌들이 모아온 꿀을 채취하면 마음마저 달달하게 녹아내린다. 밥 한 끼 지어 먹는 일이 이토록 즐거운 일이었던가.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곳. 세끼 집이 도시인들에게 로망이 되는 이유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런데 아무 것도 안하고 생활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누구든 조금씩 일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뿐. 때로는 커다란 얼음을 간이 냉장고에 담아 옮겨 놓는 힘든 일도 해야 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벌꿀 채취에 손을 걷어 부치고 나서기도 해야 하며, 넓디넓은 옥수수밭에 가득 자란 잡초도 제거해야 한다. 또 매 끼니 그럭저럭 밥을 챙겨 먹는 일도 빠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시세끼>가 그 한가함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옥택연이라는 기분 좋고 활력 넘치는 청년이 있기 때문이다. “빙구 빙구 빙구-”하고 노래를 하며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빙구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이 청년은 사실 꽤 고된 일들을 거의 도맡아 하고 있다. 매 끼니마다 불을 피우고 무거운 솥단지를 옮겨놓는 일도 그의 몫이고, 매 끼니 미션처럼 주어지는 메뉴를 어머니에게 물어물어 하나씩 해보는 아마추어 셰프 일도 그의 몫이다.

 

가끔은 비주얼이 이상한 괴식을 내놓기도 하고 정작 요리는 잘 해놓고도 마지막 플레이팅에서는 전혀 미적 감각을 보여주지 못해 이서진에게 지청구를 듣는 그는 그래도 늘 해맑은 웃음을 보여주는 옥빙구다. 기분 좋을 땐 저도 모르게 춤을 춰 그걸 본 김광규와 보아에게 정신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괴력을 발휘하다가다도 누가 자기를 부르면 갑자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자 목소리를 내는 다중인격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혼자 밥을 짓거나 일을 할 때 그는 마치 식재료가 하는 말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중얼거린다. 그 때 보이는 건 일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세끼 집도 누군가 계속 힘쓰는 일을 해야 하지만 그런 힘겨운 느낌을 별로 나지 않게 해주는 인물이 알고 보면 옥빙구다. 그는 바보처럼 즐거워하며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어 그게 일처럼 보이지 않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발휘한다.

 

옥빙구가 세끼 집에 긍정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는 건 그의 진짜 밝은 마음이 늘 솔직하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90년대 동년생 여자들이 왔을 때 그의 반응이 폭발했던 건 그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 고스란히 밖으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고아라와 박신혜가 왔을 때 그래서 그는 풀 파워로 즐겁게 일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참 선배인 보아 앞에서 속내 그대로 약간의 긴장감을 갖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금세 누나 같은 친근함을 보이는 모습 역시 그의 솔직하고 순수한 면을 잘 드러내줬다.

 

<삼시세끼> 옥순봉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활력이 있다. 그건 바로 옥빙구 바이러스. 그 활력 넘치고 기분 좋은 바이러스는 아무 것도 안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든든한 편안함을 준다. 가끔 너무 좋아 바보처럼 헤벌쭉 웃기도 하지만 그렇게 모든 도시의 긴장이 풀어지는 순간들을 옥빙구는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