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 모든 게 진심인 차태현, 진짜 슈퍼해도 될 듯

 

아기가 보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차태현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고 은근슬쩍 아기를 안아 식사할 동안이라도 아기를 봐주려 한다. 척 봐도 아이 아빠의 경력이 묻어나는 모습이다.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손을 다치셨다는 어르신이 식사가 끝난 후 나가실 때 차태현은 슬쩍 다가가 어르신의 손을 잡아준다. 그 손길에 진심이 묻어난다. 마치 어머니의 손을 잡아주는 듯한.

 

그런데 이 손을 다치신 어르신이 가게 옆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끌고 가려 하자, 차태현은 그를 따라 나선다. 집까지 자전거를 가져다주겠다는 차태현에게 미안해하며 그럴 필요 없다고 어르신이 만류하자, 차태현은 "할 일도 없다"며 끝내 자전거를 끌고 나선다. 어르신의 댁으로 가는 길, 면사무소에 갈 일이 있다는 어르신의 말을 들은 차태현은 자신이 댁에다 자전거를 갖다 놓을 테니 면사무소 들러서 가시라고 한다. 어르신의 집까지 자전거를 가져다 세워 놓은 차태현은 슈퍼 반려견 검둥이와 함께 슈퍼로 돌아온다.

 

tvN 예능 <어쩌다 사장>에서 제일 먼저 주목을 끈 건 조인성이었다. 예능 출연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먼저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어서다. 아마도 이건 이곳 슈퍼가 있는 원천리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그가 던지는 미소 하나, 말 한 마디에도 슈퍼 분위기가 훈훈해졌던 게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뒤로 갈수록 조인성만큼 차태현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차태현이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에 진심이 점점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한 번 찾아왔던 손님들은 기막히게 기억해내며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차태현이다. 식사를 하러 오신 손님들에게 마치 그 슈퍼에서 오래도록 일했던 사람처럼 그는 편안하게 말을 건다. 시간 날 때마다 동네를 산책하며 길가에서 만나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8일차 정도가 되니 슈퍼 일도 이제 매일의 루틴처럼 척척 돌아간다. 눈을 뜨고 가게에 빈 상품들을 채워 넣고, 동네 사람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제공하는 자판기에 물을 채우고 동전까지 챙겨 놓는다. 새로 찾아온 알바생들에게 일처리 방식을 알려주는 것도 이젠 능숙하다. 그래서 알바생들에게 슈퍼를 맡겨두고 차태현과 조인성은 행동반경은 조금씩 넓어진다. 나무 공예를 하시는 분의 공방에 들러 차를 마시고, 근처 터널 공사 현장의 식당을 찾아 슈퍼에서 친해진 어머님이 차려주신 밥을 맛있게 챙겨먹는다.

 

또 가게를 찾은 아이가 다래끼가 난 지 좀 됐지만 아버지가 시간이 통 나지 않아 춘천까지 가지 못해 째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차태현은 그냥 넘기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지난 후 그래서 차태현과 조인성은 아이와 병원에 다녀온다며 드라이브를 나간다. 잘 모르는 동네 어르신이 무거운 걸 들고 오는 걸 보고는 대뜸 달려가 도와주는 아이를 보며 흐뭇해하는 차태현은 그 아이와 함께 춘천까지 다녀오는 길이 마냥 즐겁다.

 

슈퍼를 찾는 마을 사람들도 이제 차태현과 조인성을 이웃처럼 대한다. 맛난 음식을 가져다 주고 식사를 하면서도 두런두런 수다를 나눈다. 아주머니들은 차태현이 이제 너무나 편안해졌다. "차태현씨는 완전 본토사람 같아"라고 말할 정도다. 잡화를 정기적으로 가져다주는 아저씨와도 이제 살가운 사이가 됐다. 이틀 후 떠난다는 소식에 아쉬워하는 아저씨에게 차태현은 내일 눈이 온다며 쉬시라 하고 운전 조심하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어쩌다 사장>이 특별한 프로그램인 건, 시골 슈퍼라는 공간에서 어쩌다 사장을 하게 된 그 경험의 과정을 담고 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10일 간의 슈퍼 운영을 해가며, 그 곳을 찾는 분들과 점점 알아가는 과정이 더욱 특별하다. 그래서 슈퍼를 기점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차츰 원천리 전체로 확장되어 나간다. 그곳을 찾았던 보건소 직원들, 학교 선생님들, 공사장 사람들, 예술가분들, 공기관 직원들 등등. 슈퍼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원천리라는 마을 전체를 가늠하게 만들어줄 정도로 점점 풍부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빛나는 것이 차태현의 진심이다.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가 말을 걸어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며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선다.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 놓고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들이대는 건 아니다.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친근해질 수 있게 그저 '슬쩍' 다가가는 모습, 거기에 차태현의 진심이 묻어난다. 그래서 이런 시골 슈퍼를 실제로 차태현이 해도 잘 할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시골 슈퍼는 물건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정도 마음도 나누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처음 조인성에 눈멀고 이제는 차태현에 마음이 멀게 되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어쩌다 사장', 우리도 점점 원천리 사람들에 익숙해진다는 건

 

점심시간 슈퍼를 찾은 인근 초등학교의 선생님들. 아마도 조인성의 팬이라는 유치원 선생님이 앞장서며 교장선생님과 행정직원분들이 함께 찾아온 것이었을 게다. 유치원생들이 주는 선물이라며 사탕과 섞여 있는 아이들의 손 편지에는 학교를 찾아와 달라는, 역시 유치원 선생님의 사심이 가득 들어있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그 유치원 선생님은 이곳에 부임해 온지 3년 만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는 말로 조인성을 활짝 웃게 그리고 교장선생님을 난감하게 만든다.

 

차태현과 조인성이 열흘간 맡아서 하는 시골 슈퍼 체험, tvN 예능 <어쩌다 사장>은 이들 초보 사장들이 겪는 좌충우돌이 그 첫 번째 맛이었다면, 이제 차츰 익숙해지며 조금씩 보이는 그곳 원천리 주민들의 매력적인 모습이 두 번째 맛이다. 지난해 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는 그 학교가 슈퍼를 찾은 선생님들 덕분에 눈에 들어오고, 귀여운 아이들과 마음씨 좋아 보이는 선생님들의 학교에서의 모습이 보지 않고도 그려진다.

 

슈퍼를 찾은 그 곳 단골손님인 VVIP 할머니들은 술 한 잔 같이 하자는 말을 건강 때문에 안된다는 지인에게 "오래 살려구" 그런다며 거침없이 응징의 말을 쏟아낸다. 얼마나 친하면 그럴까 싶을 정도로 스스럼이 없는 이 할머니들은 자신들이 까불이, 짹짹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는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관광버스 타면 그렇게 까분다고 까불이고, 귀에 거슬리는 말하면 쪼아준다고 짹짹이란다. 시골마을에서 뭐 그리 바쁠 일이 없는 어르신들은 아마도 그렇게 슈퍼를 사랑방 삼아 찾아들어 소주 한 잔씩 하며 수다를 떠는 것이 일상의 낙이었을 듯싶다.

 

조인성은 할머니들에게 아침에 먹다 남겨놓은 미역국을 서비스 안주로 내주고 스스럼없이 그들과 섞여 이야기를 나눈다. 슈퍼에 온 지 겨우 이틀 정도 지났을 뿐이지만, 어느새 부쩍 이 할머니들조차 가깝게 느껴진다. 이건 <어쩌다 사장>을 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계속 그 슈퍼를 들여다보니 그곳을 찾는 주민들이 차태현과 조인성이 그러하듯 익숙해진다.

 

어색함을 한 번에 날려준 박보영이 첫 번째 아르바이트생으로 온 것도 이런 익숙해짐이 주는 친근한 즐거움을 만들어준 이유 중 하나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이미 있어서인지 뭐든 알려주지 않아도 척척 해내는 박보영은 이 시골슈퍼와 그곳을 맡게 된 조인성, 차태현의 어색함을 단번에 채워줬다. 슈퍼 사장님 밑에서 본래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람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로.

 

점심시간이 지나고 잠깐 짬을 내 전날 저녁 슈퍼를 찾았던 보건소의 한의사를 찾아가 침을 맞는 조인성의 모습은 제법 그곳 주민에 동화된 느낌을 선사한다. 그 한의사는 다시 저녁에 슈퍼를 찾고 조인성은 마치 답례라도 하듯 저녁 식사를 만들어준다. 그 한의사 옆자리에 앉은 다른 손님은 자신도 보건소에 찾아가 침을 맞은 적이 있다며 막걸리 한 잔을 권한다. 이런 훈훈한 풍경은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어린이집 하원하면 혼자 있을까봐 슈퍼를 찾아와 사장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옆집 아이는, 그 이야기만으로도 사장님이 어떤 분인가를 느끼게 만들고, 그런 아이에게 피자를 데워주고 말을 걸어주는 차태현과 박보영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그건 슈퍼에 익숙해지는 일이고, 나아가 슈퍼를 찾는 인근 주민들에 동화되는 일이며, 그 곳 원천리라는 작은 시골 마을을 마치 이웃처럼 느끼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어쩌다 사장>은 물론 그 곳을 떠맡은 차태현과 조인성 그리고 찾아온 박보영이나 윤경호, 김재화 같은 아르바이트생들이 겪는 과정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그들이 그 곳 사람들을 만나고 익숙해지며 나아기 친숙해지는 그 과정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무엇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시 보고플 정도로 매력적인 원천리 사람들이 아닌가. 자꾸만 이 시골 슈퍼를 들여다보고픈 마음이 생기는 건 이곳을 찾아주는 분들 때문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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