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이토록 따뜻한 미래의 의사들이라니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아니라 한편의 휴먼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토록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료인과 미래의 의사들이 있을까. 흔히 병원과 의사라고 하면 느껴지던 차갑고 돈만 잘 버는 그런 이미지들이 선입견과 편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혜화동에 간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이런 병원의 의료진과 미래의 의사들을 담게 된 건 거기 있는 서울대 의대가 있어서다. 그 병원과 캠퍼스를 찾아가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난 직원과 미래의 의사들은 놀라울 정도로 반듯하고 따뜻한 면모들을 보여줬다.

 

이 날의 공식 질문으로 “무엇이든 치료할 수 있다면 어떤 걸 치료하고 싶냐”는 질문에 심장 초음파 검사실에서 일하고 있는 윤혜린양은 “저는 다리를 완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생각보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진짜 많으셔서요.”라고 말했다. 평소 넓은 병원에서 이동이 불편하신 환자들이 못내 눈에 밟혔던 모양이다. 그는 “얼른 익숙해져서 다른 사람들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얼른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의사가 아니라고 해도 또 의사라고 해도 아픈 이들을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신아영양은 이 질문에 “엄마의 수술로 인한 림프 부종을 낫게 해드리고 싶고 아버지가 택배 일을 하셔서 허리를 요새 다치셨나 봐요. 그래서 그런 허리를 낫게 해드리고 싶어요”라고 답했고, 최은진 양은 “저는 아빠요. 요즘에 일이 힘드셔 가지고 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셔서 그거를 치료해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문원숙씨는 “우연찮게 내가 2017년도에 암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그래서 “누구라도 암 환자들을 다 고쳐주고 싶다”는 얘기를 내놨다. 암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걸 실감하게 된 것이다. 한편 어머니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아들 유경현씨는 바로 옆에 앉은 어머니를 치료해주고 싶다고 말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최근 들어 옆에서 아들로서 계속 봤을 때 굉장히... 힘들어하시는 걸 옆에서 봐왔고 동생이랑 제가 있는데 저희라도 신경을 덜 쓰시게 해드려야 하는데 그것도 잘 못한 것 같고..”

 

가슴 아픈 사연을 내놓은 손훤영씨는 동갑인 사촌이 지적장애인데 그 장애를 고쳐주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저랑 나이는 동갑인데 지능은 여덟살이어서 사실 대화 자체가 좀 안되는 부분이 많아요. 이 친구의 장애를 고쳐주고 싶어요.” 또 의대생인 송해수양은 최근 벌어졌던 강원도 산불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에 강원도 가족여행을 갔는데 거기 아직 산불 피해 부분이 아직 남아있더라고요. 까맣게. 그것 때문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아직까지 치유가 안되고 그 산을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실까 생각했어요. 아픈 사람들이 많을 텐데 그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면 치료해주고 싶어요.”

 

바람일 뿐이지만, 거기에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치료해주고픈 마음이 담겼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건 세상이 그래도 아직 살만하다는 이야기이고,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 곳에서 만난 미래의 의사가 될 학생들의 포부도 남다른 것이었다. 성공이 아닌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본과에 편입한 김건호 학생은 “순위를 매기지 않는 미국과 달리 성적마다 순위가 떠서 당황했다”며 그럼에도 소신있는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무슨 과 이런 거는 크게 상관은 없고 의사 생활하면서 나름대로 여기저기 베풀면서 살 수 있는 그런 의사... 여러 의사 중의 하나는 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없어도 충분히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치료만 해주고,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고요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나름 내 삶을 살 수 있는 것 하고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본과 4학년 학생인 이현지양은 “차트로만 계속 환자를 확인하는 게 아니고 자주 얼굴 보면서 어떤지 물어보고 직접 얘기도 나누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는 병만 잘 치료해주면 되지 아마 환자들도 빠른 시간에 딱딱 해결해주는 의사를 좋아할 거야 이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그건 당연한 거고 나는 어떻게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했을 때 병 얘기 말고 일상생활에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류현보군은 “공부량에 치여서 살다보니까 그런 생각을 자주 못하긴 한다”며 “못하긴 하는데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했고, 이준현씨는 “매정하면서도 실력있는 의사가 될까 아니면 조금 실력은 부족해도 따뜻한 의사가 좋을까 이런 것을 많이 생각해봤는데 저는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 보니까 따뜻한 의사 쪽으로 계발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라고 겸손한 바람을 전했다.

 

이들은 자신의 성취나 성공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환자들에게 보다 좋은 의사가 되고픈 열망을 이야기했다. 그것 모습만으로도 어떤 희망 같은 게 느껴졌다. 특히 이현지양이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며 들려준 당뇨병 환자의 이야기는 이들의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아버지랑 딸이랑 병원을 같이 왔는데 당뇨병 때문이었어요. 당뇨병 때문에 아버지가 한쪽 눈을 잃으셨는데 반대쪽까지 실명 위기가 온 거에요. 딸은 수술하면 시력이 돌아오나요 하고 묻는데 의사는 안돌아와요 하고 말하는 거예요. 딸은 안 돌아오면 왜 수술을 해요 라고 말하면 또 의사는 더 안 나빠지게 하는 거예요. 수술을 안 받으면 무조건 실명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환자는 이해가 안 간다고 똑같은 질문을 하고 의사는 같은 대답만 하는 거예요. 결국에 그 두 분이 나갔는데 평소에는 울음을 잘 참겠는데 그 때는 못 참겠는 거예요. 매번 증상이 안 좋은 환자를 만나게 됐을 때 그렇게 매번 감정이입을 해서 나도 울고 그렇게 하면 오래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슴 속에는 냉정함이 있지만 환자를 대할 때는 공감을 표현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죠.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입니다.”(사진:tvN)

‘유퀴즈’와 ‘일로 만난 사이’, 유재석의 다른 토크 방식

 

유재석은 바른 이미지를 벗으려 하는 걸까. 최근 유재석의 토크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 징조를 가장 먼저 보여줬던 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다. 조세호와 함께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유재석은 조세호와 이야기할 때와 보통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의 톤이 다르다. “자기야-”하고 조세호가 하는 말을 툭 자르기도 하고, 대놓고 구박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보통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우리가 늘 봐왔던 그 바른 유재석으로 돌아간다. 지적하고 구박하는 모습과 경청하고 공감하는 모습이 수시로 바뀌는 것.

 

김태호 PD와 함께 시작한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훨씬 더 직설적이다. 김태호 PD와 툭탁대거나 유희열, 이적과 서로의 공이 크다고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물론 캐릭터의 냄새가 나지만 유재석의 토크는 확실히 전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물론 여기서 유재석의 변화는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강도가 높아졌을 뿐 그건 <무한도전> 시절에도 자주 보였던 캐릭터의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tvN <일로 만난 사이>에서 유재석은 좀 다르다. 여전히 ‘투 머치 토커’의 면모를 보이지만 그가 처한 상황이 달라서다. 첫 회에 제주의 녹차밭에서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고된 일을 하게 된 유재석은 말 그대로 투덜이의 면면을 드러낸다. 그건 의외로 이런 일들이 익숙한 이효리, 이상순과 달리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재석의 모습이 극명히 대비되면서 그가 연실 힘겨움을 토로하는 대목에서 보여진다.

 

일 자체의 노동 강도가 높다보니 괜한 웃음을 만들기 위한 캐릭터 설정 같은 것들은 보여질 여유도 없다. 대신 노동 자체가 주는 힘겨움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차승원과 함께 고구마밭에 대기 위한 해수를 퍼 담는 장면은 마치 과거 <무한도전> 초창기 시절의 연탄 나르던 모습을 연상케 하지만 확연히 다른 건 이것이 게임이나 미션이 아니라 진짜 일이라는 점이다.

 

강도 높은 노동 후에 잠시 갖는 휴식 시간에 유재석과 차승원은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50줄에 들어선 차승원에게 그 나이가 실감 되냐고 묻고, 차승원은 몸에서부터 느껴진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대화는 유재석이 토크쇼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출연자와 나누는 대화와는 살짝 다르다. 그건 아마도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힘겨운 노동을 함께 한 사람들이 갖게 되는 남다른 유대감이 더해지기 때문일 게다.

 

흥미로운 건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과 달리 <일로 만난 사이>에서는 그런 시도를 좀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승원과 함께 한 고구마 밭 사장님이 일일이 지적하는 통에 유재석은 자신들끼리 일하게 좀 놔두라는 요구까지 한다. 그건 그 일이 너무 힘들다는 표현이지만 유재석이 늘 보여 왔던 ‘바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로 만난 사이>의 유재석이 그렇다고 일터에서 만난 보통 사람들을 도외시하거나 소외시키는 건 아니다. 즉 <일로 만난 사이>에서 유재석이 그 분들의 노동에 경의를 표하는 방식은 그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스스로 체험해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으로 보여주는 방식. 이것이 <유퀴즈 온 더 블럭>과 다른 방식으로 <일로 만난 사이>에서 유재석이 진심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노동 깊숙이 들어가게 되자 유재석의 바르기만 하게 느껴지던 이미지는 살짝 벗겨져 나간다. 물론 여전히 그의 배려는 몸에 배어있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어 투덜대거나, 남 탓을 하거나 하는 자신의 감정들이 조금씩 바깥으로 나온다. 이런 변화된 면모를 보다보면 최근 유재석이 자신을 새로운 환경 속에 집어넣어 바른 이미지로 꼭꼭 잠가두었던 솔직한 감정들을 끄집어내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과연 바른 이미지를 벗어버리려는 것일까.(사진:tvN)

‘놀면 뭐하니?’, 음알못 유재석이 경험하는 놀라운 창작의 세계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MBC <놀면 뭐하니?>의 릴레이 음악 프로젝트 ‘유플래쉬’는 유재석이 쏘아올린 작은 비트가 아티스트들의 손을 거쳐 얼마나 놀라운 음악으로 바뀌어가는가를 보여준다. 김태호 PD의 난데없는 요구에 체리필터 드러머 손스타가 가르쳐주는 드럼을 영문도 모른 채 배워 ‘두드린’ 비트. 하지만 김태호 PD는 이 ‘음알못(음악을 알지 못하는)’ 유재석의 아기 걸음마 같은 비트를 갖고 어엿한 시그널 송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결코 쉬울 리 없는 일이지만, 유희열과 이적의 손에 넘어간 이 비트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음악으로의 변신을 시작한다. 유희열은 비트에 피아노 선율을 얹었고, 윤상은 베이스를 이상순과 적재는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 선율을 더했다. 또 이적이 얹은 기타 코드에 선우정아가 목소리로 멜로디를 넣고 멜로망스 정동환이 다양한 장르로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소소한 하나의 비트가 심지어 아름답기까지한 음악으로 변신해가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유플래쉬’를 통해 <놀면 뭐하니?>는 음악 창작 과정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놀라운가를 잘 보여줬다. 4년 만에 베이스 기타를 다시 든 윤상의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는 유희열과 이적의 반응에 유재석은 자신의 작은 비트 하나가 음악계에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득의만만해 했다. 늘 뒤편에서 음악 전체를 껴안고 있지만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는 베이스의 매력이 새삼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상순이 치는 어쿠스틱 기타와 적재가 더하는 일렉트릭 기타 반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악기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다르고, 그 주법이 달라짐에 따라 느낌도 달라지는 그 변화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음알못 유재석은 자칭 ‘지니어스 드러머’라는 캐릭터 설정으로 기고만장한 모습을 통해 진짜 음악 천재들과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만들었지만, 그러면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이 비트에 이런 걸 만들지?” 이상순에 적재의 기타까지 얹어진 비트는 이제 좀더 힙합적인 색깔을 더하기 위해 그레이로 전달될 것임을 알리며 기대를 모았다.

 

한편 이적에서 선우정아로 넘어가면서 그가 작업실에서 목소리 하나로 음악에 옷을 입히는 과정 역시 놀라운 것이었다. 비트를 들으며 허밍하듯 목소리로 멜로디를 더하는 것으로 뚝딱 비트를 음악으로 바꿔놓은 것. 정동환은 유재석의 비트에 비틀즈부터 장윤정, 오케스트라까지 여러 음악들을 얹어 줌으로써 이 비트로 보다 다채로운 음악이 가능하다는 걸 실례로 보여줬다.

 

이처럼 비트가 음악이 되는 그 창작의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지만, 유재석은 특유의 ‘깐족’과 ‘허세’를 더해 이 다큐 같은 과정을 예능으로 만들었다. 같이 그 과정을 모니터로 들여다본 유희열과 이적과 팽팽한 치고받는 대결구도처럼 이야기를 끌고 갔고, 음알못이 굉장한 지니어스 드러머인 양 허세를 떠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지금껏 가요계가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릴레이 협업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슬금슬금 장난처럼 시작한 프로젝트가 점점 진지해지고 그래서 진짜 괜찮은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것. 예술이라는 것이 굉장한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어쩌면 그 시작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됐을 거라는 걸 그 과정은 드러내준다. 어쩌면 협업의 과정을 거치면 예술이란 그리 먼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 있는 것이란 사실도.(사진:MBC)

‘유퀴즈’, 보통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저 평범한 일상인데

 

“해방되던 날은 동네사람들이 다 나와서 춤추고 그랬어요..” 어느덧 1주년이 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신당동에서 만난 오갑수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연세가 무려 90세였지만 정정한 모습에 귀엽기까지 한 미소를 던지며 “수박이라도 갖고 올까?” 할 정도로 따뜻함이 묻어나는 어르신. 같이 앉아 있는 장남 69세 임공혁씨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결혼하고 지금까지 40년 동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고 했다. 정작 시어머니는 방값을 마련해 분가하라 했지만 며느리가 같이 산다 했다고 한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지만 부모 자식 그리고 며느리 사이에도 끈끈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유재석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할머니는 자식 자랑하기에 바빴다. 특히 미국 사는 둘째 아들이 용돈을 붙인 이야기나 또 오라고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를 질문과 달리 엉뚱하게 계속 얘기하셨다. 얼마나 자랑스러우면 그럴까. 하지만 할머니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장남에 대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놓으셨다. 무일푼으로 분가를 나와 학교 보낼 형편도 안돼 첫째를 제대로 공부시키지 못했다는 것. 둘째는 대학에 유학까지 보내고 미국에 살고 있지만.

 

그게 항상 마음이 아프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아들은 애써 고개를 숙이며 겸연쩍어 하셨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시대의 흐름인데...”라며 오히려 “그건 내 복이에요. 내 복”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것 때문에 “섭섭하거나 서운해 한 적 없다”며 “어려서부터 일을 해서 살아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휴일도 없이 일한다는 미용실 원장님은 13년 전에 큰 수술을 받았고 그 때 이웃분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수술 이후로 단 한 번도 휴가를 못 갔다는 원장님은 아들이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어 일을 해야 한다며,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꺼내놓았다. 수술 당시 챙겨주지 못해 돌아왔을 때보니 초등학생 아들의 얼굴이 제대로 못 챙겨먹어 버짐이 막 폈었다며 그게 잊히지 않는다고 하셨다.

 

엄마가 쉬지도 않고 일하는 걸 안쓰럽게 여기는 아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려 한다고 했지만 엄마는 그것도 가슴이 아리다고 했다. 대신 아들이 밖에 나가서 즐겁게 지내고 왔다고 할 때가 가장 좋다고 했다. 아들을 자신의 심장이라고까지 표현한 원장님에게 아들은 진짜 ‘보물’이었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그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 어떤 토크쇼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몰입감. 이러니 퀴즈를 맞춰 100만원을 탄 원장님에게 내 일처럼 즐거워질 수밖에.

 

퇴근길에 유재석과 조세호를 만나게 되어 자리를 하게 된 류근오씨는 대표로 있다가 은퇴해 지금은 가끔 자문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대표 시절에는 주로 사무실에서 일하고 현장에 나가도 차로 이동을 했었지만 이제 시장조사를 위해 직접 돌아다닌다는 류근오씨는 더운 날씨에 땀을 너무 흘려 쉰내가 난다는 이야기가 남이야기가 아니라고 했다.

 

올라갔으면 내려오기 마련이라며 퇴근 후 휴가 나온 아들과 시원한 소맥 한 잔을 할 거라며 환하게 웃는 류근오씨는 하지만 지금도 체력이 되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놨다. 어찌 보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고, 그 일상 또한 소중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아직도 일할 수 있다는 마음 또한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그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할 때 은퇴를 맞게 돼서 다행”이라고 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보다보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 한 분 한 분에게서 배울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공부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분들이 선택해서 살아온 삶의 무게감이 그대로 느껴져서다. 게다가 이 분들이 그렇게 걸어온 길이 대단한 걸 원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었을 뿐이라는 이야기는 우리를 먹먹하게 만든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 평범함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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