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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유재석, 강호동은 언제 나올까

연예대상에 올해도 역시 변화는 없었다. 강호동과 유재석의 아성은 굳건했다. 2005년 유재석이 KBS와 MBC의 연예대상을 거머쥐면서 유재석의 시대가 열렸고, 2007년 MBC 연예대상을 '무한도전' 팀원으로 유재석이, 그리고 SBS 연예대상을 강호동이 양분하면서 유재석-강호동의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2008년과 2009년은 아예 연예대상이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강호동, 유재석 둘 중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에 관심이 쏠릴 정도가 되었다.

사실이 그렇다. 현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강호동과 유재석만큼의 맨파워를 갖고 있는 인물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지상파 방송3사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은 모두 이들의 마력적인 손아귀 안에 들어가 있다. MBC의 대표 버라이어티인 '무한도전'과 대표 토크쇼인 '황금어장'에 각각 유재석과 강호동이 포진해 있고, KBS의 대표 버라이어티인 '1박2일'과 대표 토크쇼인 '해피투게더'에 각각 강호동과 유재석이, 또 SBS의 대표 버라이어티인 '패밀리가 떴다'와 '스타킹'에 유재석과 강호동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이건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이들이 대표 예능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이들 예능 프로그램들을 대표로 만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능 PD들이 밝히듯 유재석과 강호동은 예능 프로그램의 '희망이자 절망'이다. 그들이 있어야 예능이 빛을 발한다는 현실은 PD 입장에서는 희망이면서 절망인 셈이다. 이들의 맨파워는 방송3사의 주말 버라이어티 대전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는 '일밤'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물론 프로그램의 성패가 모두 MC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말 버라이어티에서 이 양대산맥이 경쟁자로 있다는 것은 분명 넘기 어려운 산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실이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스타일은 다르지만 모두 상대방의 끼와 재능을 끄집어내는 재주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리얼화되어가는 예능에 가장 필요한 존재들이다. 이들의 연예대상 독식이 시작된 시점이 리얼 예능이 막 태동하던 시점과 맞닿는다는 점은, 이들이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얼마나 부응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들은 때로는 경쟁구도로 때로는 친형제처럼 서로를 지지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철옹성 같은 굳건한 아성을 구축했다.

"재석아. 이 상 내가 받아도 되나?" 이런 강호동의 멘트에 "상은 방송국에서 주는데 왜 유재석씨에게 그걸 묻느냐"는 한 개그맨의 질문에는 묘한 뉘앙스가 깔려있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이미 서로가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이며, 자신 아니면 상대방이 연예대상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전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연말이 되기 시작하면 우리는 응당 그런 것인 양, 강호동과 유재석 둘 중 한 명이 선택되는 것을 보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것은 예능의 체질에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다. 한두 명에게만 집중되는 구조는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과도한 노동의 집중은 당사자들에게도 육체적, 정신적 소비를 빠르게 가져와 결국 예능인으로서의 수명 또한 단축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렇게 몇 년이 지속되다보면 새로운 예능인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적체되는 현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도 몇몇 예능인에 집중되는 구조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것은 또한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다양성을 제한한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분명 유재석과 강호동은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로 발군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니 이들이 상을 모두 가져간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연말 방송3사 연예대상 시상식을 통해서 우리네 방송 환경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다. 제2의 유재석, 제2의 강호동은 언제 나타날까. 2010년에는 좀 더 다양한 예능인들이 다양한 캐릭터로 군웅할거하는 시대가 되길...

Posted by 더키앙
토크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요. 물론 시각에 따라 여러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토크쇼의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토크쇼의 일반적 구성이 MC와 게스트의 만남이라고 할 때, 그 특정한 형식 속에는 사실 그 토크쇼가 가진 개성적인 면이 집약되어 있죠. '무릎팍 도사'는 점집이라는 상황 설정이 그 개성적인 형식을 만듭니다. 고민을 상담하러온 게스트와 고민을 해결해주기위해 게스트의 속내를 낱낱이 들어보는 도사의 심리적 대결구도가 그 형식에서 나오죠.

'해피투게더'는 여러 번 형식을 바꾸었는데, 처음 주목되었던 것은 노래방 형식(노래도 하고 게임도 하며 토크도 하는)이었고, 다음에 나온 것이 동창회 형식(동기동창 모임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 목욕탕 형식(좀더 편안한 장소에서의 토크, 혹은 사우나에서의 게임 같은)이었죠. 각각 그 형식들은 '해피투게더'만이 갖는 함께 모여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형식이 제시된 후에 주목되는 것은 그 형식을 더욱 빛내주는 MC들의 존재입니다. 강호동은 특유의 기선제압으로 '무릎팍 도사'에서 게스트를 쥐락펴락하는 도사의 역할을 120% 하고 있죠. 유재석은 특유의 포용력으로 세대와 장르를 넘어선 게스트들 조차 편안하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산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MC들이 있고, 뛰어난 형식이 구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빠지게 되는 매너리즘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무릎팍 도사'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황금어장' 이선희편 시청률은 13%(AGB 닐슨)였죠. 연초에 고현정이 나왔을 때 17.7%에서 김승우(15.1%), 이미숙(15.4%) 그리고 권상우(13.5%)로 하락하다가 장서희가 나왔을 때 예외적으로 17.4%를 기록했지만, 다시 본래의 시청률로 돌아간 것입니다.

'무릎팍 도사'의 형식상 게스트에 따라 그 편차가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널띄기 시청률이 말해주는 것은 지나친 게스트 의존도이기도 합니다. 다른 한 편으로 이것은 올 들어 거의 연예인 중심으로 게스트를 구성하면서 서서히 토크쇼가 가지기 마련인 홍보의 매너리즘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강호동이 혼자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넘어지는 리액션을 보여줘도 소소한 게스트로는 이 형식이 가진 매너리즘을 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과거처럼 참신한 비연예인 게스트를 출연시키거나 형식상의 변화가 필요해진 시점입니다.

한편 '해피투게더'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대체로 14%에서 15% 정도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 토크쇼는 비슷한 형식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해피투게더'가 목욕탕 형식을 처음 가져왔을 때 했던 도전 암기송은 사라진 지 오래고, 노래를 통한 새로운 게임(그것이 무슨 게임인지 제목조차 기억이 나지 않네요)이 시도됐지만 그것 역시 코너 뒤로 밀리더니 거의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제 '해피투게더'는 오로지 토크쇼의 기본형식만 남게 된 셈이죠. 역시 새로운 형식이 필요해진 시점이죠.

이런 형식이 피곤해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들 프로그램들이 15%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것은 아마도 유재석과 강호동의 능력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그들이라도 변화없는 매너리즘에 빠진 토크쇼를 짊어지고 나갈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Posted by 더키앙

'라디오스타'의 멤버들은 서로 한 마디라도 더 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심지어 남의 말허리를 자르고 들어와 자기 얘기를 하거나, 상대방의 얘기를 재미없다며 면박을 줘 말 꺼내기가 무색하게 만들어버리죠.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은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가며 게스트의 혼을 빼고, 어리둥절한 틈을 건방진 도사 유세윤이 차고 들어와 연실 깐죽대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토크를 끌어갑니다.

리얼 바람을 타고온 강호동의 입
이것은 작년 리얼 바람을 타고 온 토크쇼의 새로운 경향이죠. 토크쇼가 가진 홍보적 성향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게스트가 하고픈 얘기를 하는 걸 보는 것보다는 시청자들이 듣고싶은 걸 얘기해주는 토크쇼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토크쇼에서 MC는 그냥 듣는 귀로만 앉아있어서는 안되었죠. 게스트가 하려는 말을 막거나 시청자들이 듣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트는 임무가 부여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토크쇼의 본질이랄 수 있는 '듣는 귀'가 사라졌을까요. 게스트와 MC의 관계가 달라졌다 뿐이지, 게스트는 얘기하고 MC는 듣는 이 토크쇼의 기본 형태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가끔 '무릎팍 도사'에서 홍보 논란이 나오는 것은 이 토크쇼가 포장하고 있는 '상대방의 치부 드러내기'의 천막이 들쳐지고 그 안에 결국 보여지는 토크쇼의 속살(홍보 성향)이 간간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게스트를 발가벗기는 토크쇼라도 그 속에는 여전히 듣는 귀가 있게 마련입니다.

복고바람을 타고 다시 뜨는 유재석의 귀
강호동이 무릎팍 도사의 밀어부치기식, 혹은 씨름의 변용 같은 대결구도식으로 토크쇼가 가진 홍보의 식상함을 넘어서려했다면, 유재석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합니다. 굳이 상대방의 치부를 파헤치려 하지 않고 철저히 귀를 열어둔 상태에서 그 얘기를 듣는 귀가 되어주죠. 게스트는 그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드러내게 되죠.

'놀러와'와 '해피투게더'에는 유재석 자신을 비롯해 입을 다물고 철저히 게스트들을 위한 귀가 되어주는 MC들이 존재합니다. '놀러와'의 은지원이나 노홍철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보여주던 수다스런 모습이 아닌 기꺼이 게스트의 병풍이 되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해피투게더'의 박명수가 당하는 캐릭터로 말수가 적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죠.

'놀러와'가 취하고 있는 게스트의 카테고리화는 게스트들이 더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양희은, 김장훈, 컬투 같은 라이브의 제왕들이 모인 자리라면 자연스럽게 그 라이브 하며 겪었었던 저마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가 용이해집니다. 게스트들은 그 주제 하에 나와 있는 것이기에(그것이 토크의 주종목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폭도 넓어지게 마련이죠.

토크쇼의 두 입장, 힘을 발하는 게스트들
강호동과 유재석은 토크쇼의 두 입장을 잘 보여줍니다. 강호동이 이야기를 주도하는 입의 역할을 자임한다면 유재석은 이야기를 듣고 끌어내는 귀의 역할을 담당하죠. 따라서 이 두 가지 다른 스타일이 강점을 발하게 되는 게스트들도 다릅니다. 강호동은 상대적으로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톱스타들이나 신비주의가 여전한 스타들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 힘을 발합니다. 강호동의 강한 스타일이 강한 카리스마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어떤 대결구도를 이룰 때 토크쇼는 흥미진진해집니다.

반면 유재석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게스트나, 그다지 화려함에서는 멀어진(물론 과거에는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겠죠) 게스트들이 출연했을 때 힘을 발합니다. 유재석의 토크쇼에서 유난히 줌마테이너나 저씨돌이 많이 나왔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수많은 경륜과 경험을 가진 그들의 화수분처럼 넘치는 이야깃거리들은 유재석을 만나자 비로소 듣는 귀를 얻게 된 것이죠. 잘 듣는 귀는 말하는 입을 더욱 주목시키게 하죠. 유재석의 귀는 최근 복고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등장하는 옛스타들과 잘 어우러집니다.

강호동의 입과 유재석의 귀. 지금 우리네 토크쇼가 보여주는 두 가지 특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Posted by 더키앙

개인 브랜드화 되어가는 예능인들, 그 숙제

올해 방송3사의 연예대상은 강호동 유재석 투맨쇼의 연속이었다. 비록 강호동은 KBS와 MBC, 두 방송사에서 대상을 받았고, 유재석은 SBS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이 두 인물은 방송3사 연예대상에서 늘 중심에 앉아 있었다. 시상식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마지막 대상 시상을 할 때면 누가 상을 타게 되든 서로 박수를 쳐주고 상대방이 상을 타는 것을 진정으로 기뻐해 주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경쟁자이면서 진정한 동료였고, 친구이자 스스로 말하듯 스승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올해 연예대상을 거머쥔 강호동, 유재석의 투맨쇼는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이제 예능의 트렌드에 있어서 방송사가 가지던 변별력을 이제는 한 개그맨에 의해 나눠질 수도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매년 각 방송사마다 흔히 말해 미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올해도 다르지 않다. 방송3사가 강호동과 유재석을 연예대상에 앉힌 것은 각 방송사들의 미는 프로그램을 이들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MBC의 ‘황금어장’, KBS의 ‘1박2일’, SBS의 ‘패밀리가 떴다’가 그것.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과연 강호동과 유재석 없이 가능했을까 하는 점이다. ‘무릎팍 도사’는 면전에서도 상대방의 곤란한 질문을 천연덕스레 던질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강호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그램이었고, ‘1박2일’ 역시 강호동의 강한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패밀리가 떴다’는 모든 제작진들이 인정하듯이 늘 든든한 유재석이라는 개그맨이 있어 비로소 빛을 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황은 이제 거꾸로 되었다. 한 개그맨의 능력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고 때론 한 방송사의 예능을 웃기고 울리기도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유재석과 강호동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방송3사의 연예대상을 통해 볼 수 있었듯이 이제 한 방송사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예능인들은 바로 다른 방송사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개인기량이 뛰어난 예능인들, 예를 들면 유재석, 강호동을 비롯한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 박미선, 신봉선 등등은 방송사를 넘나들며 활약을 했다. 예능인 개개인들의 브랜드가 방송사의 차원을 넘어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프로그램이든 이들이 투여되면 모두 성공을 장담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연예대상을 탄 ‘1박2일’, ‘무릎팍 도사’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는 모두 형식실험이 가지는 파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프로그램들이다. ‘1박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여행이라는 코드를 가져와 야생 버라이어티로 거듭나게 한 프로그램이며, ‘무릎팍 도사’는 리얼 토크쇼로서 게스트의 지평을 넓혔으며, ‘패밀리가 떴다’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여행이라는 코드에 판타지 설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쇼를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실험적인 형식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전적으로 유재석, 강호동 같은 스스로를 브랜드화 시킬 정도의 능력을 가진 예능인들의 기량에 힘입은 바가 크다. 프로그램들은 점점 캐릭터쇼와 리얼리티쇼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캐릭터를 프로그램마다 바꾸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고정된 캐릭터 속에서 조금씩의 변주가 가능할 뿐이다. 따라서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예능인 개개인의 브랜드는 그만큼 중요해졌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방송사의 차원을 넘어서 올 한 해 예능의 트렌드이자, 지표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함께 한 인물들을 새로운 브랜드가 되게 끌어준 것은 더 중요한 공로가 될 것이다. 그러니 이 걸출한 두 예능 영웅들의 연예대상 수상은 반갑고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로 한 예능인의 기량이 한 프로그램, 나아가 한 방송사의 예능을 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연예대상을 통해 보여준 이들의 수상은 하나의 숙제를 던져준다.

유재석과 강호동만큼 그 뒤를 이어줄 새 예능인들의 발굴이 그것이다. 당장의 유재석과 강호동이 그렇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역시 언젠가는 이경규의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브랜드화된 예능인들의 방송사를 넘나드는 활약은 그만큼 캐릭터 소비를 빠르게 만든다. 따라서 그들은 지금 이 최정상에 섰을 때가 오히려 위기가 될 위험성도 있다. 새로운 모습을 늘 준비해야 할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올해를 빛내주었던 가수들이나 배우들 같은 새로운 예능인들을 끄집어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것이다. 최고의 순간에 이 같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이들의 롱런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드는 기우다.

Posted by 더키앙

그들은 어떻게 방송3사 모두의 대표MC가 됐을까

현재 예능 프로그램의 대표MC를 말하라면 누구나 유재석과 강호동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이미 방송3사의 대표적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했다. 강호동이 MBC ‘무릎팍 도사’, KBS ‘1박2일’, SBS ‘스타킹’의 메인MC라면,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 KBS ‘해피투게더’ 그리고 SBS ‘패밀리가 떴다’의 메인MC로 둘 다 방송3사 예능의 그랜드 슬럼을 달성한 셈이다. 이들의 이런 놀라운 성공비결을 알고싶다면 먼저 이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 별로 이들의 캐릭터 설정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

뚝심의 강호동, 까칠하게, 친형처럼, 머슴처럼
강호동이 가진 기본 캐릭터는 거의 대개가 씨름선수 시절에서부터 가져온 것들로 그것은 힘과 순발력이다. 때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힘의 승부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단히 섬세한 순발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무릎팍 도사’가 극대화시킨 부분은 ‘까칠함’이다. 이 도발적인 토크쇼에서 강호동은 특유의 힘있는 말을 구사하면서 섬세하게 상대방의 허점(?)을 노리는 캐릭터로 자신을 설정한다.

반면 ‘1박2일’에서 극대화된 것은 ‘친형 같은’ 이미지다. 여기서는 순발력보다는 힘이 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활용된다. 때론 무모하리 만치 바보스럽게 고집을 피우지만 그로 인해 저 스스로 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직하게 동생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스타킹’에서는 노련하지만 ‘머슴처럼’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이미지를 구사한다.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한 일반인들의 재미요소를 순발력 있게 잡아내면서, 그 재미요소에 대해 힘있는 리액션을 보여주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에서의 강호동의 입지를 공고히 하게 만든다.

균형감각의 유재석, 1인자, 2인자, 3인자
탁월한 순발력의 소유자이자 프로그램 전체를 조율하는 특별한 균형감각을 지닌 유재석은 바로 그 빠른 상황판단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특징을 잘 살리는 MC다. ‘무한도전’에서 그가 구축한 이미지는 1인자다. 물론 여기서 이 1인자는 흔히 생각하는 수직적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1인자가 아니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보여준 탁월한 점은 수평적 카리스마를 구사하면서 1인자 같지 않은 1인자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해피투게더’에서의 유재석은 2인자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출연진들의 재미요소를 잡아내고 극대화시키는 버팀목 역할에 더 치중한다. ‘해피투게더’가 한때 고전하다 최근 다시 정상의 궤도에 오른 것은 바로 이 유재석의 버팀목 역할로 주변인물들, 예를 들면 박미선이나 신봉선 같은 고정 출연자나 게스트들의 캐릭터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반면 새로 시작한 ‘패밀리가 떴다’에서 유재석은 3인자의 이미지를 자처한다. 늘 지고 깨지는 역할을 자청하는 이유는 대개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초반부가 그러하듯이 그 힘든 과정 속에서 캐릭터가 더 잘 구축된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라고 해도 방송3사의 그것도 대표 예능 프로그램을 동시다발적으로 해나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중 가장 어려운 점은 아마도 이미지 관리일 것이다. 같은 이미지를 반복해서 활용한다면 그만큼 빠르게 캐릭터가 소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니 이 도전에 맞서 이들이 구사하는 것은 프로그램 성격에 맞는 캐릭터의 변신이다. 이제 우후죽순 많아지는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 연기자의 연기변신처럼 예능인의 캐릭터변신(혹은 설정 변신)은 필수적인 것이 될 지도 모른다.

Posted by 더키앙

수평적 대화의 시대, 토크쇼에서 살아남기

‘투나잇쇼’로 잘 알려진 자니 카슨이나, 그 계보를 이어받은 제이 레노, 그리고 역시 토크쇼의 귀재로 동명의 쇼를 진행하는 데이비드 레터맨 같은 이들은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1인 MC 체제를 꽤 오랜 세월 동안(‘투나잇쇼’는 거의 50년 가까운 전통이 있다) 유지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1인 MC체제의 쇼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자니윤쇼’, ‘주병진쇼’, ‘이홍렬쇼’, ‘이주일쇼’, ‘서세원쇼’, ‘김형곤쇼’ 등등이 그것이다. 그 이름만 봐도 한 시대를 풍미한 개그맨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토크쇼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이제 대세는 집단 토크쇼다. 한 명의 MC가 아닌 여러 MC들이 나와 말들을 쏟아낸다.

인터넷 환경을 닮은 집단 토크쇼
이것은 정확히 쏟아낸다는 표현이 맞다. 과거의 1인 MC 체제의 토크쇼에는 기본적으로 질문-답변이라는 순서가 있었다. 하지만 집단 MC 체제에는 이러한 순서는 거의 무시된다. ‘명랑히어로’에서 김성주가 좀 진지하게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할 때, 김구라는 아예 그 이야기 자체를 끊어버리고 자신의 이야기로 방향을 돌린다. 그리고 김구라의 이야기 도중에도 신정환은 계속 엉뚱한 이야기로 맥을 끊으려 노력한다. 심지어 카메라가 신정환을 잡고 있는 와중에도 말들을 계속 튀어나온다. 그것은 자막의 형태로 마치 만화를 보는 것처럼 화면 속에 들어온다.

집단 토크쇼의 묘미는 비록 글자로서라도 화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고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말의 상찬에 있다. 아마도 과거의 토크쇼에 더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 정신산란한 말과 글자가 범람하는 화면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들의 홍수와 그 홍수 속에서의 순간적인 집중에 대한 훈련을 늘 디지털 사회 속에서 해오고 있는 요즘의 시청자들이라면 말이 다르다. 그것은 너무나 익숙한 풍경일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정보가 너무나 일목요연한 1인 체제의 토크쇼를 보며 그 단순함에 하품을 할 지도 모른다.

과거의 중앙 집중식 토크쇼 형식이 점점 사라지고, 중앙이 없이 서로 주장들이 난무하는 집단 토크쇼로의 변화는 작금의 인터넷 환경을 닮아있다. ‘라디오스타’에서 서로 자신이 메인 MC라고 주장하는 것은 고스란히 인터넷에서의 대화방식을 닮았다. 인터넷에서의 대화 방식이란 중앙이 없고 대신 무수한 중앙들이 서로의 주장을 하며 부딪치는 형태다. 이처럼 수직적인 대화구조가 수평적인 형태로 변모하면서, 어느 한 사람의 주도 하에 끌려가는 1인 MC체제의 토크쇼는 점점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집단 토크쇼, 달라지는 MC들
이렇게 대화방식이 달라지고 그 방식을 수용한 집단 토크쇼들이 등장하자 MC들도 달라졌다. 물론 집단 토크쇼에서도 메인 MC는 존재하지만 그 힘은 현저하게 약화되었다.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은 메인 MC임이 분명하지만, 프로그램에서 너무 전면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적당한 선에서 그 날 출연한 게스트들의 웃음 포인트를 콕콕 집어내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이것은 유재석이 이 시대에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 MC 0순위의 자리에 올랐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것은 최근 주목받는 MC로서 강호동도 마찬가지다. 강호동의 스타일이 좀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유재석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 역할은 그렇지 않다. 강호동은 좀 공격적인 방법으로 게스트들의 웃음 포인트를 끄집어 내주고 있을 뿐이다. 공격적인 질문만큼 답변에 대한 과장된 리액션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것은, 씨름을 했던 선수라면 당연할 ‘천부적인 균형감각’을 토크쇼에 있어서도 강호동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호동의 장점은 좀더 강한 토크의 세계 속에서도 유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초창기 ‘무릎팍 도사’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원인이다.

집단 MC 체제는 그 형태가 기본적으로 이야기 배틀의 구조를 가져가기 때문에 그 상황 속에서 특유의 재능을 가진 MC들을 주목시킨다. 그 대표적인 MC가 신정환이다. 신정환은 특유의 순발력과 재치로 TV에 등장하자마자 토크쇼의 강자로 떠오른 인물이다. 물론 탁재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탁재훈은 메인 MC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생기면서 오히려 초창기의 이미지를 아쉽게 만들고 있다. 지금은 옆자리에 앉아서 툭툭 던지는 촌철살인의 말들이 가장 중심에 서서 하는 말보다 더 주목받게 되는 시대다.

옆자리 토크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바로 이 ‘옆자리 토크’가 우세한 시대가 낳은 스타가 김구라다. 그는 누군가 하는 말을 받아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세울 수 있었다. 받아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강렬한 인상을 줘 독한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지만 김구라는 그 부분을 솔직함과 공감으로 넘어선다. 실제로 가끔씩 던지는 사회에 대한 쓴 소리는 그것이 의미가 있든 없든 간에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구석이 있다.

오랫동안 메인 MC로서의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해온 이경규는 이렇게 달라진 환경 속에 스스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랑히어로’에 나온 이경규가 박미선에게 “너랑 같이 했어야 했다”고 말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박미선은 메인의 입장에서 한참 동안의 공백을 통해 변방으로 내려와 집단 토크쇼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가 제일 먼저 한 것은 ‘해피투게더’에서 후배 박명수를 웃기기 위해 굴욕을 거듭하며 한없이 낮아지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박미선은 편안한 아줌마의 이미지로 집단 토크쇼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 돌아온 김국진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시대의 대화방식을 차용한 집단 토크쇼는 거기에 걸맞은 MC들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 변화는 바로 수직적 체계에서 수평적 체계로의 이행이다. 라인 문화가 공공연히 프로그램 속에서 회자되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실제로 수직적인 체계인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라인 문화(일단 이 용어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보다는 팀 문화가 더 어울리는 시대다. 옆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이 변화된 토크쇼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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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더키앙
모자란 ‘무한도전’ VS 배고픈 ‘1박2일’

바야흐로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 소위 말해 캐릭터가 잡히면 프로그램은 뜬다. 이것은 진행형 스토리를 갖춘 리얼리티쇼에서 이제는 드라마나 시트콤만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캐릭터가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중 ‘캐릭터가 잡힌’ 프로그램은 그 캐릭터라이즈드 쇼(Characterized Show)의 선구자인 ‘무한도전’이 될 것이며, 후발주자로서 급속히 ‘캐릭터가 잡혀가고 있는’ 프로그램은 ‘1박2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캐릭터들은 어떤 특징들을 갖고 있을까.

마이너리티 캐릭터들의 집합, ‘무한도전’
‘무한도전’을 이끄는 수장인 유반장(유재석)은 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들이대는 캐릭터들을 배려하고 조절하는 캐릭터다. 올 들어 새로 한 반장선거에서 거성 박명수가 반장에 당선됐어도 여전히 유반장의 실질적인 반장 역할을 기대하게 되는 것은 이 팀에서 유반장이 가진 이 캐릭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유반장이 ‘무한도전’ 외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이른바 리얼리티쇼 시대에 그 균형과 수위를 조절하는 유반장 캐릭터는 어디서든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가되는 유재석만의 장점은 반장 역할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팀원들과 동등한 눈높이에서 놀아준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자칫 방관자 혹은 외부자 역할이 될 수 있는 그를 프로그램 속으로 안착시키는 힘이 된다.

그런 유반장이 이끌어가는 팀원들은 전체적으로 마이너리티 캐릭터들이다. 정형돈은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 캐릭터이며, 뚱뚱보 정준하는 식신에서 점점 ‘노브레인 서바이벌’의 바보 캐릭터로 변신해가고 있다. 꼬마 하하는 키가 작은 신체적 결함을 극대화한 캐릭터이며, 퀵 마우스 노홍철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소심한 수다쟁이에 저질댄스로 일관하는 캐릭터이다. 거성 박명수 역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지만 사실상 힘은 없는 아버지 캐릭터이다. 무언가 사회적으로 보면 이들 캐릭터들은 나사 하나씩이 풀려 있거나 비하되는 입장에 서 있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거성 박명수 캐릭터다. 박명수는 자칫 이 ‘하향평준화된’ 쇼의 팀원들 속에서 자칫 당연한 것으로 매몰될 수 있는 바보스러움이나 마이너리티한 부분들을 다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야 그것밖에 못해!”하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은 상대방의 마이너리티를 부각시키는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시킨다. 이러한 박명수 캐릭터의 효용성은 리얼리티쇼 시대에 유재석이 그러한 것처럼 타 프로그램 속에서 자연스럽게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캐릭터가 버럭 댈 때 그 자칫 싸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유화시키는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유재석과 박명수 캐릭터가 특유의 콤비를 이루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해피투게더’의 인기에는 이 명콤비의 역할이 그만큼 큰 자리를 차지한다.

이렇게 ‘무한도전’ 팀의 캐릭터가 구축된 것은 그 프로그램의 성격이 크게 좌우한 것이 사실이다. 때론 과장된 느낌의 도전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웃음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모자란 캐릭터이다. 따라서 부족한 이들이 무언가에 도전을 하면서 실패하고 때론 이루기도 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재미를 준다. 그리고 이것은 캐릭터의 성장드라마를 만든다. 초반부 ‘무모한 도전’과 ‘무리한 도전’에서 말도 안 되는 도전을 하던 캐릭터들은 이제 스포츠댄스나 드라마 단역 같은 제대로 도전이 될 만한 일에 도전을 한다. 초반부 반 막노동 같은 몸 개그에서 시작한 쇼는 이제 점차 몸치에서 유발되는 몸 개그로 바뀌고 있으며, 이제는 구축된 캐릭터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으로 나가고 있다.

배고픈 캐릭터들의 야생, ‘1박2일’
유재석이 쇼의 구성원이면서도 조절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1박2일’의 강호동도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그 역할 수행에 있어서의 성격은 다르다. 유재석은 한껏 몸을 낮춰 구성원과 거의 같은 위치에서 진행을 하는 반면, 강호동은 맏형 같은 캐릭터로 철저하게 쇼를 이끌어간다. 이것은 강호동 특유의 뚝심과 순발력으로 가능한 것이지만 ‘1박2일’의 성격과도 관계가 있다. 여행이라는 야생의 도전 상황 속에서 수평적인 눈높이보다 때로는 보호해주고 때로는 재미있게 상황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요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복불복 게임 등을 통해 야생버라이어티의 재미를 부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그가 모든 것을 조절하는 것은 리얼리티쇼를 그르친다. 그렇기에 필요한 캐릭터가 아무리 강압적으로 밀어붙여도 안 되는 캐릭터다. 바로 초딩 은지원이다. 그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초딩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는 한 그의 어떠한 야생 속에서의 행동도 초딩이란 아이의 정서적 본능으로 인정된다. 여기에 합세한 캐릭터가 야생몽키 MC몽이다. 은지원이 아이의 본능을 앞세워 강호동을 무력화시킨다면 MC몽은 말 그대로 야생의 본능에 충실한 그 자체로 강호동을 무력화시킨다.

‘1박2일’의 캐릭터 조합이 재미있는 것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쇼의 부품처럼 잘 구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MC몽의 야생이 무적일 것 같지만 그에게 대항하는 자는 도시의 샌님 역할을 하는 허당 이승기다. 그는 야생 속에서도 늘 외모를 관리하고 좀 더 편안한 것을 찾으려는 본능적인 몸부림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두 번의 에피소드로 연결된 MC몽과 이승기의 탁구대회와 배드민턴 대회는 대결구도를 통해 두 캐릭터를 순식간에 강화시켰다.

여기에 나머지 두 캐릭터인 김C와 이수근의 역할도 구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다. 김C는 야생을 야생처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는 진짜로 늘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치 고행을 하는 사람처럼. 여기에 이수근은 정반대다. 그 역시 힘든 것은 분명하지만 그는 너무나 야생에 적응을 잘한다. 시골생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 일꾼의 캐릭터가 되는 것은 이 여행이라는 컨셉트의 베이스를 형성한다. 이 둘은 상반되면서도 비슷하다. 둘다 야생에서 잘 버틴다는 점이다. 김C는 마치 삶은 고행이라는 것 같은 달관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이수근은 실제 생존능력을 갖춘 것으로.

이렇게 구성된 ‘1박2일’ 팀원들의 전체 캐릭터는 배고프고 고달픈 자의 본능으로 대변된다. ‘만성피로 프로젝트’라 강호동이 스스로 일컫는 것은 이런 본능적 캐릭터들을 강화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야생 속에서의 투쟁(?)이 아귀다툼으로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맏형 강호동이나 인생 다 산 것 같은 김C, 무언가 어려운 일이 있어도 다 해결해줄 것 같은 이수근 같은 캐릭터들이 아이들처럼 노는 다른 캐릭터들 간의 끈끈한 정을 늘 유지해준다는 데 있다.

캐릭터가 중요해진 리얼 버라이어티쇼 시대에 이제 쇼는 하나의 시트콤이나 드라마처럼 되고 있다. 따라서 캐릭터는 그냥 그 자체가 재미있어서 구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기능으로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이것은 시트콤이나 드라마 속에서 캐릭터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웃음과 유사하다.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점점 캐릭터들의 살아있는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고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캐릭터들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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