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형 예능 '놀면 뭐하니'에 담긴 김태호PD의 새로운 도전

 

과거 MBC <무한도전>이 시작됐을 때 김태호 PD가 바꾸려한 건 소재가 아니라 형식이었다. 즉 어떤 아이템을 할 것인가 보다 카메라를 출연자 개개인에 맞춰 늘리고 마이크도 늘려 좀 더 디테일한 출연자들의 이야기와 행동들을 포착해냄으로써 같은 걸 찍어도 다른 영상의 재미를 만들려 했던 것. 그것이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이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들어올 수 있었던 진짜 이유였다. 이로써 ‘깨알 같은’ 예능의 영상과 자막, 편집의 재미들이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후 영상의 트렌드는 바뀌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를 이끈 여러 대의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그걸 찍는 촬영자와 찍히는 출연자가 다르다는 점에서 리얼리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촬영자와 출연자가 같은 이른바 1인 미디어 시대로 들어섰다. 더 높은 영상의 리얼리티를 추구하게 된 지금,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카메라 형식은 너무 인위적이고 자연스러움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놀면 뭐하니?>로 돌아온 김태호 PD는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카메라 형식 실험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 카메라 한 대를 유재석에게 넘기고 찍어오라고 한 후 아무런 제작진의 개입이 없는 영상물이 편집과 자막을 거쳐 만들어낸 이른바 ‘릴레이 카메라’는 아이템이 아니라 카메라 형식 실험이라는 점을 주목해 봐야 한다.

 

한 대가 두 대가 되고 두 대가 네 대가 되는 그 과정들을 통해 이제 출연자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찍는 영상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릴레이’라는 개념이 더해졌고, 그것은 1인 미디어 시대에 저마다의 개인적인 취향들이 묻어난 영상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무언가를 공유하고픈 우리 시대의 ‘따로 또 같이’에 대한 욕망을 담아냈다.

 

그래서 릴레이 역시 또 하나의 카메라 형식으로 추가되었다. 영상만이 릴레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유재석의 이른바 음악 제작 릴레이 프로젝트인 ‘유플래쉬’는 시도했다. 유재석이 짧게 드럼을 배워 친 비트는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릴레이를 거쳐 보다 완성된 어떤 곡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결과를 알 수 없고 그 과정들이 애초의 소소한 시도에 어떤 놀라운 변화들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이 프로젝트가 가진 힘이다. 그건 또한 1인 미디어 시대의 개인취향과 더불어 ‘협업’에 대한 욕망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선보인 ‘대한민국 라이브’는 새벽부터 하루 내내 대한민국 전역을 달리는 교통수단을 타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릴레이 카메라’ 실험이다. 태안의 시골버스에서 유재석은 카메라를 들고 할머니들을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봉화에서 태항호와 이규형은 집배원의 오토바이를 따라가며 마치 가족 같은 그 분들의 삶을 공유한다. 또 유노윤호와 조세호, 양세형은 수원, 부산, 부천의 소방차를 타고 그들의 긴급하지만 숭고하기까지 한 일과를 담아낸다.

 

어찌 보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닮았고 더 나가보면 KBS <다큐 3일>을 닮은 이 프로젝트 실험은 릴레이 카메라가 어떻게 동시간대에 서로 다른 풍경들을 병치함으로써 거대한 의미망을 만들어내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고, 예능 프로그램이 이제는 다큐와 그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담아낸다. 무엇보다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이제는 이 땅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예능에 놀라울 정도로 기분좋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물론 ‘대한민국 라이브’ 같은 시도는 아직까지 완성된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시작은 전국의 이동수단을 쫓아간다는 거대한 포부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소방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식으로 끝난 아쉬움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김태호 PD가 릴레이 카메라라는 새로운 카메라 형식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걸 감안하고 보면 의미 있는 시도라 볼 수 있다.

 

<무한도전>도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했던 것처럼, 만일 이 카메라 형식 실험이 어느 정도 정착하기 시작한다면 <놀면 뭐하니?>는 의외로 괜찮은 다양한 시도와 도전들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낯선 도전들도 있을 것이고, 때론 실패도 있을 것이지만 그런 것들이 모두 자영분이 되었던 <무한도전>의 경험들을 생각해보면 <놀면 뭐하니?>가 향후 걸어 나갈 길이 사뭇 기대되는 면이 있다. 과연 이 프로그램은 어떤 예능의 확장을 보여줄 수 있을까.(사진:MBC)

'일로' 이효리에게 한 수 배운 유재석, 이 기묘한 힐링의 실체

 

마치 유재석이 이효리에게 한 수 배우는 느낌이다. tvN <일로 만난 사이>에서 유재석은 그간 방송에서 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른바 스타 MC로서 끝없이 ‘토크’에 ‘토크’를 이어가고, 틈만 나면 웃음을 주기 위해 갖가지 게임을 진행하던 유재석이 아니었던가. 물론 그 습관은 하루 종일 녹차 밭에서 일하는 이 프로그램에서도 여전하지만, 이효리는 그런 그의 진행병을 잔가지 치듯 툭툭 잘라내며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 그대로인 일에 집중하려는 상반된 모습으로 의외의 케미를 만들었다.

 

제주도의 녹차밭에서 이효리와 그녀의 남편 이상순과 함께 하루 동안 일하게 된 유재석은, 7년 동안 방치되어 키 높이 이상으로 자란 녹차밭의 잡초와 넝쿨 그리고 풀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토크를 이어가려는 유재석과, 그런 그를 지적하며 일에 집중하라는 이효리. 하지만 단 10분 정도 일하고도 허리가 아파오는 결코 쉽지 않은 그 노동 속에서 유재석이 나누는 대화는 ‘근황 토크’나 재미난 이야기가 아니라 일 자체의 고단함과 가끔 느껴지는 즐거움 같은 것들로 채워졌다.

 

역시 늘 예능프로그램 첫 번째 게스트를 전담한다는 이효리는 유재석마저 당황스럽게 만드는 만만찮은 센 기운의 출연자였다. 과거 SBS <패밀리가 떴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티격태격하는 오누이 케미를 선보인 바 있던 두 사람은 여기서도 깨알 같은 관계의 재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일로 만난 사이>의 재미는 이효리와 유재석의 그런 케미 만큼 그 일에 몰입하는 것과 그 일터 자체가 주는 기묘한 힐링이 적지 않았다.

 

제주의 오름이 보이는 푸르른 녹차 밭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줬고, 그 풀숲에서 그들이 힘겨운 노동을 하는 그 모습은 ‘단순 반복 작업’의 연속이 주는 몰입감이 있었다. 녹색을 계속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시원함과 풀을 먹는 말이 내는 ASMR이 주는 단순함이 만들어내는 몰입감. 도시의 삶이 주는 그 복잡함이 그 단순하지만 눈과 귀를 열어주는 영상과 소리 속에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장면 자체가 주는 자극적인 재미가 아니라, 멍하게 자연과 단순한 노동을 바라볼 때 얻어지는 편안한 즐거움이 거기에 있었다.

 

그 힘겨운 녹차 밭에 길을 내는 작업을 하며 괜스레 ‘살아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힘들게 단순 작업만 반복한 것 같지만, 어느덧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면 훤하게 나있는 길을 보며 기분 좋아지는 시간. 그건 우리가 컴퓨터 앞에 앉아 주로 일을 하면서 종종 잊고 있었던 육체노동이 주는 단순한 몰입감과 성취감 그리고 힐링 같은 것들이 되살아나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 단순해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을 흥미진진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유재석과 이효리, 이상순 같은 그 인물들만으로도 주목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나와 보여준 건 사뭇 다른 것이었다. 특히 유재석과 이효리가 과거 <패밀리가 떴다> 시절에는 이런 녹차 밭에 와서 일이 아닌 게임을 했었다는 이야기는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이 얼마나 달라져 있는가를 실감하게 했다. 이제는 게임 같은 설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진짜의 모습을 시청자들이 더 원하게 됐다.

 

유재석과 그 시대를 함께 풍미했지만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이나 <캠핑클럽> 등을 통해 지금의 달라진 예능 프로그램에 더 최적화된 자신을 발견해낸 바 있다. 그래서일까. <일로 만난 사이>의 첫 게스트로 나온 이효리는 유재석에게 마치 한 수 가르쳐주는 느낌을 줬다. 그리고 그것이 진행과 게임을 내려놓고 일에만 좀 더 몰두하는 유재석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했다.

 

예능을 위한 무언가를 해야만 하던 예능의 시대가 지나갔다. 대신 뭘 해도 보다 진정성을 갖고 제대로 하는 걸 보여주는 데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내는 예능의 시대가 왔다. 노동 자체가 주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이며 나아가 촉각적이기까지 한 즐거움을 찾으려 하는 <일로 만난 사이>. 특히 유재석이 이런 새로운 예능의 시대에 맞는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는 걸 보는 건 실로 반가운 일이다.(사진:tvN)

‘유퀴즈’, 선뜻 길거리로 나선 유재석의 용기가 준 선물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서울 독서당로에서 만난 중3 준혁군은 성적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밝게 웃는 얼굴에 무슨 그림자가 있을까 싶었지만 준혁군에게도 남다른 아픔이 있었다는 게 슬쩍 드러났다. 본래 축구를 하고 싶었는데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겨 포기했다는 것.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하긴 하지만 성적은 바닥권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방학이라 학원에 다니는데, 공부가 잘 되지 않아도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란다.

 

이 날의 공식 질문은 ‘자신이 많이 하는 척’이 무엇이냐는 것. “숙제하는 척을 많이 한다”는 준혁군은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공부 이야기를 꺼내려다 말을 바꿔 “많이 사랑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준혁군의 착한 심성이 엿보였다. 공부만 잘 하면 뭐할까. 저런 심성이 없다면 별 소용도 없을 텐데. 유재석과 조세호는 오랜만에 조언을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며 자신들이 언제 펜을 놓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경쟁하듯 털어놨다. 유재석은 공부만이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건 아니라고 조언해줬다. 그 자신이 증명하고 있듯이.

 

준혁군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글라라씨와 임진희씨가 다음 토크 상대로 섭외되었다. 그런데 이 누나들은 준혁군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던 모양이었다. 토크를 마치고 가는 준혁군에게 마치 친누나들처럼 손을 흔들어주었다. 타인이지만 한 발짝 안으로 들어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마치 친 동생이나 된 것처럼 정이 느껴지고 새삼 그 사람의 가치가 들여다보이기 마련. 정글라라씨와 임진희씨는 바로 현장에서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가진 힘을 경험했다고 보인다.

 

너무나 친한 절친으로 눈빛만 봐도 친자매처럼 친하다는 걸 알겠는 정글라라씨와 임진희씨의 이야기도 보석 같았다. 어머니가 요양원을 하고 있어 요양사 자격증을 따 그 곳에서 함께 일한다는 정글라라씨는 그 곳에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분들을 떠나보낼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고 그럴 때면 “좀 더 자세히 살피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

 

대만에서 4년째 유학중이라는 임진희씨는 제일 힘든 게 엄마 요리가 생각날 때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먹먹해졌다. 대만에도 명절이 있는데 대만 친구들이 다 집으로 갈 때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는 것.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항상 잘 있는 척, 아무 걱정이 없는 척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화상통화를 할 때는 항상 좋은 곳, 즐거운 곳에서 한다고. 그 마음이 또 반짝반짝 빛났다.

 

한남동 테일러샵에서 만난 최용국 사장은 범상치 않은 창업의 과정을 털어놨다. 본래는 직업군인이었는데, 어느 날 패션에 관심을 갖고는 본격적으로 테일러 일을 배웠다는 것. 아마도 총을 더 많이 들었을 그는 그 후로 바느질을 하는 걸 그토록 즐기고 있는 자신이 놀라웠다고 한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동호회 활동을 한다는 그는 모임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바로 그 부분이 가장 큰 장점처럼 보였다. 평탄한 어떤 삶은 아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자신이 하고픈 일을 찾아 제 궤도에 올라 있는 최용국 사장 같은 인물을 본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시즌1을 할 때만 해도 퀴즈를 내고 맞히면 100만 원을 타가는 그 형식이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 프로그램의 본래 목적과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유퀴즈 온 더 블럭>을 계속 보다 보니 이런 퀴즈 형식이라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길거리에서 만나 스스럼없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주고 눈물을 흘려주고 누군가를 걱정해주기도 하는 보석 같은 분들에게 100만 원을 드리는 게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제발 퀴즈 좀 맞춰라 하며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고마운 건 세상에 이토록 많은 좋은 사람들과 위대한 분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방송이 포착해온 건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다. 삶의 시간들은 저마다 그만한 무게와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누구나 만나 조금 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나눠보면 놀라운 특별함이 발견된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유재석과 조세호가 선뜻 길거리로 나서고 낯선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던 그 용기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의외로 크게 돌아오고 있다. 100만 원으로 값어치를 모두 말할 수 없는 보석 같은 사람들.(사진:tvN)

'놀면 뭐하니' 김태호가 그토록 꿈꾸던 예능이 예술이 되는 세계

 

이번엔 음악 릴레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릴레이 카메라가 슬쩍 보여준 바 있던 체리필터 드러머인 손스타에게 드럼을 배우는 유재석의 얼떨떨한 모습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건 ‘유플래쉬’라는 <놀면 뭐하니?>의 또 다른 ‘확장 아이템’의 밑그림이었던 것.

 

그저 어린아이가 첫 걸음을 떼듯 처음 든 스틱으로 유재석이 어색하지만 만들어낸 몇 개의 비트를 노트북에 담아 유희열과 이적에게 들려준 김태호 PD는 그걸 바탕으로 음악을 제작했으면 한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다만 그 방식을 릴레이 카메라처럼 ‘릴레이 방식’으로 해달라는 것.

 

마치 <영재발굴단>처럼 유재석을 ‘드럼 지니어스’로 소개하고, 그가 만들어낸 초보적인 비트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곡가와 연주자 프로듀서의 손을 거쳐 음악을 만든다는 그 아이디어에서 역시 핵심은 ‘확장’이었다. 어찌 보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보잘 것 없는 소스로 시작하지만 어마어마한 아티스트들의 손을 거치며 그것이 어떤 놀라운 결과물로 변신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작게 시작한 소소한 일을 큰 일로 벌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태호 PD는 이 프로젝트를 유재석의 단독 연주회로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른 소스들은 영상으로 대치하고 유재석만 단독으로 무대에 올려 드럼을 치는 연주회를 시도하겠다는 것. 유재석은 그 의도에 당황하고 어이없어 했지만, 바로 그 지점은 이 예술적인 프로젝트가 예능과 만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애초 <놀면 뭐하니?>가 릴레이 카메라 형식의 실험적인 시도를 했던 의도에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확장’이었다. 유재석으로부터 시작되지만 다양한 사람들로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지금껏 예능이라는 영역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이 포착되게 하는 것. 그 거대한 그림은 하나의 예술 프로젝트처럼 보이는 면이 있었다. 이를테면 우리는 그렇게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지만 거대하게 연결된 관계들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랄까.

 

릴레이 카메라가 그 연결되어 확장 가능성이 충분한 세계에 대한 확인이라면, 이번 이른바 ‘유플래쉬’로 시도되는 음악 릴레이는 그 세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다. 예를 들어 음악을 그 위로 던져 넣으면 다양한 인물들이 개입되어 시작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웠던 ‘협업의 작품’이 가능하다는 것.

 

만일 ‘유플래쉬’의 음악 릴레이가 흥미로운 과정을 더해 놀라운 결과로 이어진다면, <놀면 뭐하니?>는 이 ‘확장시키는 세계’ 위에 뭐든 던져 넣고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로 나타나는지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게다. 때론 누군가를 돕기 위한 세계의 확장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는 실험이 될 수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우리 사회가 가진 진면목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게다.

 

또한 이 확장되고 연결된 세계가 결국은 자연스럽게 보여줄 ‘위계 없는 세상’의 풍경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음악이라고 하면 특정한 전문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지만, 유재석 같은 초보도 참여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걸 이번 ‘유플래쉬’가 보여주듯 말이다. 위계로 나눠지는 세상이 아니라 연결되고 확장되는 세상. 그것이 아마도 <놀면 뭐하니?>를 통해 김태호 PD가 실험해보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건 어쩌면 김태호 PD가 그토록 꿈꾸던 예능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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