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누나’, 갑질 세상 이 작은 드라마가 바꾸고 있는 것들

“어떤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서요. 그동안 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모르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나보다 더 날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주기 위해서 애쓰는 어떤 사람을 보면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사람이 덜 걱정하게. 안심할 수 있게. 내가 내 자신을 더 지켜나가야겠다.”

왜 갑자기 예전과 달라졌냐고 묻는 직장 상사 공철구(이화룡)의 물음에 윤진아(손예진)는 그렇게 말했다. 툭하면 회식자리에서 성차별과 성희롱, 성추행까지 하던 공철구는 갑자기 회사대표가 여직원들의 불만수리를 한다는 소식에 겁먹고 윤진아를 회유하려 저녁을 사주는 자리였다. ‘윤탬버린’이라고 불리던 윤진아는 회사대표가 여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예쁜 누나 윤진아와 밥 사주고픈 동생 서준희(정해인)의 풋풋한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흥미롭다. 그건 하도 갑질이 일반화되어버려 심지어 자신이 “소중한 존재인지 모르고 살았던” 윤진아가 바로 그 사랑을 통해 변화하게 됐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서다. 

웬 사랑이야기에 이런 시퀀스와 대사가 들어갔을까 싶지만, 잘 들여다보면 윤진아의 변화는 어쩌면 지금 우리 시대의 대중들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사람의 변화와 그 변화가 만들어내는 (작은) 사회의 변화가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시대의 변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사랑이야기에 사회적 사안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절묘하게 엮어 놓았다고 보인다. 

사실 최근 들어 사회적 이슈가 된 일이지만, 권력에 의한 갑질 행태들은 아주 오래된 것들이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그런 갑질은 아무런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게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세상이 그렇다”며 “간 쓸개 다 빼놓고” 일터로 나가는 이들은 그걸 그냥 수용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 내재화는 결국 갑질 아래서도 탬버린을 들고 맞춰주는 자기 포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몇몇 사건들을 보면 세상이 놀랍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물 컵을 던지고 욕설을 하는 일이 늘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일파만파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을들이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는 잘 들여다보면 저 윤진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게다. 그간은 그 누구도 그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지지해주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에 대중들이 귀를 기울인다. 대중들은 그 상처 입은 분들에게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윤진아와 서준희의 사랑이 더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들의 사랑은 그들만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넘어서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에 의해 작은 사회가 변화하는 그 과정까지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상처 주는 세상에 서로가 상처를 껴안아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윤진아가 서준희에게 녹음 파일로 보내는 마음은 그래서 더더욱 뭉클하게 다가온다. 

“준희야 나야. 고마워. 나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줘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게 될 줄 몰랐어. 너는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많이 배우고도 있어. 사랑은 한없이 아낌없이 한 사람만을 위해서 모든 걸 쏟아내는 마음이라는 걸. 그래서 사랑을 할 때는 서준희처럼. 준희야. 사랑해. 아주 많이. 아주 오래오래 사랑할게.”(사진:JTBC)

사이다 <욱씨남정기>, 대중은 무엇에 열광했을까

 

사실 갑과 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2013년에 쏟아져 나와 이슈화되었다. 땅콩 회항 사건이 한참 전이지만 당시에는 이른바 라면 상무빵 회장그리고 조폭우유가 있었다. 대중들이 갑질에 대한 문제들에 민감해 할 때 <직장의 신>의 미스 김은 통쾌한 을의 반란을 일찍이 보여준 바 있고, <그것이 알고싶다>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갑질 세상을 낱낱이 폭로한 바 있다.

 


'욱씨남정기(사진출처:JTBC)'

그리고 3년이 지난 2016. <시그널>의 과거 인물인 이재한(조진웅) 형사가 현재 인물인 박해영(이제훈) 경위에게 그토록 세월이 흘러도 달라진 게 없다는 걸 알고 절망했던 것처럼,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갑과 을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욱씨남정기>는 바로 이 정서를 빙빙 돌지 않고 정공법으로 건드려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한 드라마다.

 

사실 이 드라마가 이 정도까지 신선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저 소소한 직장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의 신>의 미스 김 캐릭터 이후 <욱씨남정기>의 옥다정(이요원)만큼 시원한 캐릭터는 없었다. 갑질하는 직장 상사에게 물 싸대기를 날리고 사표를 던지고 나와 을의 입장에서 좀 더 당당하게 갑과 대적하는 인물로서 옥다정은 단박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하청업체로서 늘 황급화학의 을이었던 러블리 코스메틱이 자체 브랜드를 런칭하고 성공해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는 현실에서 좀체 느낄 수 없는 통쾌함을 선사했다. 황금화학의 김상무(손종학)는 급기야 기업사냥꾼까지 손잡고 러블리 코스메틱을 인수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 무릎을 꿇고 말았다.

 

<욱씨남정기>는 직장에서 드러나는 갑과 을의 관계들을 디테일한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그려냈다는 점에서 <미생>과 유사한 지점을 갖는다. <미생>이 이제 갓 입사한 인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뤄졌다면 <욱씨남정기>는 하청업체에서 벗어나 버젓한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는 회사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욱씨남정기><미생>은 확연히 다른 지점이 있었다. 그것은 <미생>이 좀체 웃기 힘든 비극을 기조로 깔아놓았다면 <욱씨남정기>는 코미디를 장르로 삼아 훨씬 더 경쾌하게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미생> 나왔던 2014년과 <욱씨남정기>가 방영된 2016년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2014년만 해도 당대 현실에 대한 공감만으로 충분히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면 이제 2016년에는 현실 공감을 넘어서 일종의 판타지가 있어야 드라마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실이 그만큼 더 어려워져 똑같은 현실을 드라마에서조차 보기 힘겨워진 탓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했다는 건 아니다. <욱씨남정기>는 남정기(윤상현) 과장이라는 현실을 바탕으로 세워진 판타지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늘 자신을 희생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남정기 과장은 그래서 늘 당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옥다정이라는 인물이 하나의 판타지로 들어서게 되는 것. 이 남정기와 옥다정, 현실과 판타지의 균형 감각이 <욱씨남정기>에 대중들이 열광한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이토록 혹독한 갑을 관계를 보여주는 드라마에 대중들이 열광한다는 건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얼마나 힘겨우면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숨통을 트려 했던 걸까. 하지만 <욱씨남정기>의 남정기 과장이 옥다정을 통해 조금씩 보여준 을의 각성은 저 <미생>의 장그래나 <송곳>의 이수인의 현실 인식만큼 소중한 면이 있다. 어느덧 종영이지만 <직장의 신>부터 <미생>, <송곳> 그리고 <욱씨남정기>를 잇는 샐러리맨들의 현실공감 드라마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욱씨남정기> 윤상현, 찌질하다고? 인간적이다!

 

처음에는 그저 찌질한 하청업체 샐러리맨처럼 보였다. 사장과 함께 영원한 갑인 황금화학 김상무(손종학)의 접대를 나가고, 필요하다면 무릎이라도 꿇을 것처럼 조아리면서 헛된 접대성 웃음을 날리는 그가 아니었나. JTBC <욱씨남정기>의 남정기(윤상현) 과장은 그런 사람이었다. 적어도 옥다정(이요원)이라는 본부장이 새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욱씨남정기(사진출처:JTBC)'

하지만 옥다정이 오면서 그는 조금씩 각성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자체 브랜드 생산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았을 그다. 영원히 황금화학의 을로서 하청업체가 해야될 일들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을 그다. 하지만 러블리 코스메틱이 늘 취하고 있던 을의 입장을 옥다정이 과감하게 내팽개쳐버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청이 끊어지는 것이 회사가 망하는 길이라고 여겼던 그지만 이제는 자신의 주 업무인 자체 브랜드 개발에서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는 그가 되어가고 있다. 그는 옥다정의 지휘아래 토닥토닥세럼을 개발해 히트 상품으로 만들었고 이어 색조화장 세트, 립스틱까지 만들어내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다.

 

사실 애초에 옥다정이 러블리 코스메틱 본부장으로 오겠다고 마음 먹게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그건 바로 러블리 코스메틱의 제품의 질이 우수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러블리 코스메틱의 가장 큰 경쟁력이란 남정기 과장 같은 어찌 보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직하지만 고집스럽게 제품의 질을 위해서만 노력하는 인물에서 나온 것이었다. 다만 하청업체라는 입지 때문에 그 가치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을 뿐.

 

게다가 그는 자신이 망가질지라도 자신의 부하직원들을 가족처럼 챙기는 따뜻한 상사다. 새로운 제품 콘셉트 기획안이 유출된 것에 대해 박현우(권현상) 대리가 그런 것 아니냐며 몰아세우는 신팀장(안상우)에게 소심한 그가 책임을 져도 제가 질 테니까 함부로 제 부하 직원한테 손대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사실 남정기 같은 과장은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크게 비전은 보이지 않는 그런 인물. 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야망은 아니고, 성공하고픈 욕구가 있지만 그렇다고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도 아니다. 또 갑질하는 회사의 접대가 죽을 듯이 싫지만, 그것이 회사의 입장이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해내는 인물.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샐러리맨의 전형처럼 보이는 인물이 남정기 과장이다.

 

하지만 <욱씨남정기>는 이렇게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가 꿈꾸지 못하고 비전을 보이지 않았던 건 그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걸 발현시킬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힘겨운 접대도 감수했지만 사실 그가 진정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일은 혼자 다 해도 티는 잘 나지 않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곳이었다.

 

남정기 과장에게 박현우는 화가 나 남과장님 같은 꼴이 되기 싫다고 말한다. 그럴 법 하다. 회사에서 부하직원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미래란 바로 위 상사의 현재다. 남정기 과장의 드러나지 않는 가치에 박현우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런 얘기까지 듣는 남정기지만 그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혼자 밤샘근무를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내가 좀 더 잘할게. 선배로서, 어른으로서라며 부하직원인 박현우를 다독인다.

 

뒤에서 힘든 일 다 하는데 생색은 다른 사람이 내고. 화 안 나냐라고 묻는 박현우의 질문은 아마도 시청자들이 하고픈 말일 것이다. 여기에 대해 남정기 과장은 남이 날 알아주든 몰라주든 그건 중요한 게 아냐.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날 인정해주는 일 아닐까라고 답한다. 물론 이런 교과서적인 답변은 현실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 답변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왜 이런 지극히 당연해야할 답변이 비현실적인 답변처럼 여겨지게 된 걸까. 남정기 과장 같은 묵묵히 자기 일을 성실히 하며 부하직원들에게 인간적으로 대하는 샐러리맨들이 성공하는 그런 현실은 요원하기만 한 걸까.

현실보다 판타지, 드라마 속에서라도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는 대놓고 을의 판타지를 다룬다. 이 드라마에서 남정기(윤상현)란 인물은 을의 대명사격인 캐릭터. 러블리 코스메틱이라는 하청업체의 과장인 그는 일상이 갑질인 황금화학의 핍박을 받으며 살아간다. 주문을 해놓고는 일방적으로 철회하고 심지어 거래를 한 순간에 끊어버린다. 이유는 관행’. 하청업체 길들이기다.

 


'욱씨남정기(사진출처:JTBC)'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결코 웃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욱씨남정기>의 장르적 기조는 코미디다. 갑질에 한없이 망가지는 남정기 과장의 모습은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물론 그 밑바닥에는 깊은 슬픔이 깔려 있지만 드라마는 이를 우스운 캐릭터로 그려낸다. 따지고 보면 미생도 이런 미생이 없지만 <욱씨남정기><미생>이 그렸던 처절하기까지 한 직장 생존기를 눈물보다는 웃음의 방식으로 풍자해낸다.

 

게다가 <욱씨남정기>는 옥다정(이요원)이라는 판타지적인 인물을 통해 갑을 관계를 뒤집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갑의 위치에 있는 황금화학 김환규(손종학) 상무에게 사우나까지 찾아가 오히려 거래를 끊어버리는 그녀다. 이건 결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판타지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답답한 고구마 같은 세상에 잠시 동안이지만 느끼는 사이다 같은 통쾌함. 최근 드라마들은 <미생> 같은 처절한 현실을 담기보다는 잠시 동안의 판타지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역시 그 이야기의 액면만 놓고 보면 기막히게 슬픈 현실 정서가 깔려 있다. 죽어라 일만 하다 죽은 샐러리맨의 이야기다. 그가 죽지 못하고 다른 몸으로 역송하는 까닭은 그 죽음마저 자살로 덮어버리는 현실의 비정함 때문이다. 그는 돌아와 남은 가족들을 자신이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를 알려주려 한다. 이 얼마나 쓰디쓴 현실을 담아낸 비극인가.

 

하지만 <돌아와요 아저씨>는 그 죽었다 살아온다는 그 설정 자체가 희극이다. 다른 몸으로 살아난 인물들은 달라진 몸 때문에 한바탕 희극적인 상황들을 연출한다. 심지어 여자의 몸으로 되살아난 인물이 겪는 성 정체성의 혼돈은 웃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코미디 요소다. 게다가 이렇게 되살아난 아저씨의 몸은 다름 아닌 꽃미남에 조각 몸매에 심지어 회장 아들이다. 그가 남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나, 회사의 직원들을 챙기는 모습은 한 마디로 통쾌한 판타지다.

 

최근의 드라마들은 왜 비극적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이토록 판타지에 더 몰두하는 걸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것은 현실이 이제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무겁다는 반증이다. 적어도 드라마를 보면서까지 그 현실의 무게를 느끼고 싶지 않다는 것. 그래서 비극적 현실을 가져오지만 그것을 희극을 통해 풍자하거나 혹은 통쾌한 판타지로 그려내는 것일 게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태양의 후예>를 보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태양의 후예>는 전쟁과 재난과 전염병과 테러리즘 같은 심각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그 분량은 극히 적다. 위협적인 현실의 무게감에 매몰되기보다는 금세 문제를 해결해버리고 슈퍼히어로의 판타지와 달달한 멜로로 달려간다.

 

물론 그렇다고 대중들이 현실을 잊고 판타지에 빠져버린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떤 면으로 보면 더 처절하게 현실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잠시 동안의 위로나 위안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욱씨남정기>의 옥다정이나 <돌아와요 아저씨>의 이해준(정지훈) 같은 사이다 캐릭터에는 그래서 이 현실에 치인 대중들의 다친 마음들이 어른거린다. 잠시만이라도 그 현실을 탈출하고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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