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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로맨틱 코미디의 또 다른 진화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둘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가 등장한다. 그 장애는 연적이 되기도 하고 부모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너무 다른 빈부 격차가 되기도 하고 아주 가끔씩은 사회적 편견이 되기도 한다. 달달하고 웃긴 코미디로 시작하지만 중반 이후로 흘러가면서 조금씩 무거워지고 심지어 비극을 향해 달려가기도 하는 흐름을 보인다.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에 대한 논의들이 오갈 때 드라마는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며 끝을 마무리한다.

 

'또 오해영(사진출처:tvN)'

그 많은 로맨틱 코미디들이 보여줬던 공식들이다. tvN <또 오해영> 역시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전개과정은 사뭇 다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지만 그것은 인연이 아닌 악연으로 시작하고 그 악연이 다름 아닌 같은 이름때문에 빚어진 오해로부터 비롯된다는 건 그 많던 공식들과 비교해보면 새롭게 다가온다.

 

그렇게 꼬이며 만나게 된 남녀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하며 벌이는 알콩 달콩한 시트콤적 상황들은 여지없이 로맨틱 코미디의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소리를 채취하고 만들어내기도 하는 음향 감독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이 전형적 상황들을 변주시킴으로써 드라마를 새롭게 만든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살짝 보인 직업의 세계지만, <또 오해영>의 도경(에릭)이 들려준 창문을 열면 들려오는 햇볕의 소리같은 건 확실히 참신한 소재들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시도한 새로움은 도경이 갖고 있는 독특한 능력(혹은 병)을 통한 것들이다. 다름 아닌 오해영(서현진)과 관련되어 미래를 보는 능력은 이 로맨틱 코미디의 갈등 양상을 독특하게 만들었다. 벌어지지 않은 미래의 일들이 도경의 눈에 비춰지면서 드라마는 굉장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즉 자꾸만 보이는 도경의 죽음을 암시하는 미래의 풍경들은 드라마 속에서 도경이 해영과 거리를 두려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하자는 의지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물론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더 간절해진다. 혹여나 이 달달한 커플이 새드엔딩을 맞이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마지막회까지도 이어진다.

 

로맨틱 코미디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대를 뛰어넘는 이야기의 소재로 기능할 수 있었지만, 너무 많이 다뤄지면서 식상해지고 긴장감도 흐트러진 면이 있다. <또 오해영>이 흥미로운 건 이렇게 흐트러진 긴장감을 미래를 보는 능력이라는 정신 병리학적 상황을 투입함으로서 다시 팽팽하게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오해라는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사건이 수많은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는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인간이 얼마나 가녀린 존재인가를 부지불식간에 드러낸다. 사랑은 굉장한 운명적 사건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사소한 실수와 오해가 만들어낸 신의 장난같은 것이다. 도경과 해영의 만남이 그렇고, 수경(예지원)과 진상(김지석)이 관계를 맺는 과정이 그렇다.

 

비극이 운명 앞에 그 가녀린 존재로서의 인간을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보게 만들어내는 것처럼 <또 오해영>은 그 사소한 부딪침들에 대해 웃음이 나다가도 어느 순간 그것들이 엮어내는 무거운 삶 앞에서 그들을 연민과 동정의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아마도 도경이 가진 미래를 보는 일은 그래서 그것이 능력이라기보다는 극복해야할 질병처럼 느껴지는 것일 게다.

 

그렇게 모든 게 꼬일 대로 꼬인 사소한 오해를 통해 우리는 만나게 되지만 그 운명을 뛰어넘는 건 두 사람의 의지라는 점에서 사랑은 위대하다. <또 오해영>에서 도경이 보던 미래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가 해영을 더 깊게 사랑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다른 미래를 선택하는 것으로 미래를 바꾸게 된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정해진 운명과 그걸 뛰어넘는 의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또 오해영>이 로맨틱 코미디라는 가벼울 수 있는 장르를 가져와 얻어낸 적지 않은 성취다. 사실 어찌 보면 로맨틱 코미디는 그 장르 자체가 식상해진 게 아니라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줬다. 그 틀이 마치 운명처럼 정해진 노선으로만 달렸던 것이 그 흔한 로맨틱 코미디들이 가진 한계였다면, 그 노선 바깥으로 슬쩍 방향을 돌려놓음으로써 그 밖에도 무한한 가능성의 로맨틱 코미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건 <또 오해영>이라는 드라마의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마치 도경이 정해진 미래를 벗어난 선택으로 미래를 바꾸었던 것처럼.

Posted by 더키앙

<무도>, 무엇이 광희를 청춘들의 판타지로 만들었나

 

목숨 걸고 하고 있어요.” 지난 1224. 크리스마스이브 새벽에 촬영된 MBC <무한도전> ‘예능총회에 갔다가 만난 광희는 <무한도전>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불쑥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반 농담처럼 한 얘기였다. 하지만 느낌은 농담처럼만 들리지는 않았다. 그 날은 하루 종일 화성에서 우주특집을 찍고 돌아온 날이었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새벽에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는 촬영에 왜 <무한도전>이 그 오랜 시간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는가가 새삼 느껴졌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건 부지불식간에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땀의 흔적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껏 달려온 다른 멤버들의 땀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게다. 삼십 대에 시작했던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제 사십 대를 넘기고 있다. 그래서일까. 식스맨 프로젝트로 뽑혀 뒤늦게 막내로 합류한 광희는 특유의 에너지를 <무한도전>에 더해주고 있었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광희는 그날 앞으로 <무한도전>을 자신이 일으키겠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공언하기도 했다. 그 날 광희에게서 느낀 것은 농담처럼 유쾌하게 떠벌리듯 말하지만 의외로 단단한 의지였다.

 

그런 느낌을 받아서였을까. 부산에서 형사들과 함께 했던 추격전 공개수배에서의 광희의 모습은 뭉클하게까지 다가왔다. 형사의 추격을 받아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물가로 뛰어들고 좁은 공간에서 비를 맞으며 한참 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심지어 VJ마저 따돌리고(?) 도망쳐버리는 모습에서는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재석을 만나러 약속장소를 가서도 길 건너편 이층에 숨어 동정을 살피는 치밀함이나, 그렇게 아무 장소나 들어가 시민들과 친밀해지고 도움을 얻는 모습은 그것이 그의 강점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광희의 이 필사적인 모습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 헬기에서 체포(?)되는 결과로 끝났지만 끝까지 시민과 공조해 도망치려는 그 치밀함 속에서 저 목숨 걸고 하고 있다는 그 진정성이 느껴진 건 필자만이 아니었을 게다. 이 추격전을 계기로 그간 <무한도전>에서 광희가 자기 자리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는 상당히 수그러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추격전하면 늘 떠오르던 그 녀석조차 이 광희의 맹활약으로 지워져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 행운의 편지특집에서도 광희는 특유의 노력을 보여줬다. 그가 편지에 쓴 내용은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유재석이 엑소와 콜라보 무대를 갖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아니던가. 광희가 소속된 제국의 아이들과 하는 콜라보 무대가 아니다. 사심이 빠져 있는 이러한 광희의 선택은 그가 그 바람을 성사시키기 위해 유재석이 우체통을 설치해 놓은 암벽 위를 끝까지 타고 오르는 모습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심지어 엑소가 광희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무한도전>에서 마치 깍두기처럼 막내로 들어왔던 광희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심상찮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꿈에도 그리던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합류하고 그 안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것이 마치 막막한 현실 앞에 놓인 청춘들에게는 하나의 판타지로 다가오는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광희의 노력에 쏟아지는 아낌없는 박수의 의미는 그래서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그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광희는 행운의 편지우체통을 들고 우체국을 찾았다가 1년 후의 자신에게 스스로 편지를 썼다. <무한도전>에 잘 적응해 있는 자신을 미리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지금처럼 땀으로 한 땀 한 땀 나아간다면 그 편지의 내용대로 성장한 광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른 멤버들이 10년 간 해왔던 것처럼.


Posted by 더키앙

<3대천왕>, 백설명과 먹선수는 알겠는데 캐스터 리는?

 

이휘재의 역할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전국 곳곳에 숨겨진 맛집을 찾아내 그 맛을 알려주고, 그들 중 3대천왕(?)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직접 요리를 선보이고 그 맛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 형식을 갖고 있다. 백종원, 이휘재, 김준현이 MC를 맡은 이 프로그램에서 백설명백종원과 먹선수김준현의 역할은 알겠는데 도무지 캐스터 리로 불리는 이휘재는 무슨 역할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사진출처:SBS)'

<백종원의 3대천왕>이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프로그램은 백종원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그는 백설명이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그 음식 먹는 노하우까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또 스튜디오에서도 끊임없이 음식에 관련된 노하우(먹는 방법부터 만드는 방법까지)를 꿀팁으로 알려준다. 최근에는 시침 뚝 하는 특유의 표정이나 마치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얼굴 등으로 특유의 연기력까지 더해 백종원의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다.

 

김준현의 역할 또한 확실하게 드러난다. 아는 맛이 최고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의 기치처럼 그는 맛을 아는 자로서의 자세한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나 느낌 등을 표현해준다. 그만큼 연기력이 좋은 개그맨도 없다. “그래?”라는 대사를 고뤠?!”로 발음해 유행어로 만든 연기력이다. 그러니 자신의 주종목(?)인 음식 먹기에서 관객과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 건 일도 아닐 터이다. <맛있는 녀석들>에서 여러 음식점의 음식들을 맛보며 보여준 그 특유의 먹방은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 백종원의 지식과 김준현의 먹방 연기력 사이에서 이휘재는 그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애초에 캐스터 리라고 닉네임이 붙여진 건 이른바 3대천왕을 모셔놓고 하는 음식 대결을 하나의 스포츠 중계처럼 하려는 프로그램의 의욕이 들어가 있는 것일 게다. 하지만 이휘재의 요리 중계는 저 <냉장고를 부탁해><한식대첩>의 김성주만큼 맛깔스럽지는 않다.

 

그것은 그가 실제로 음식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종원과 김준현이 음식을 놓고 서로 얼굴만 봐도 염화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 속에서 이휘재는 그게 뭔 의미인지 알아채지 못하고 겉돌 수밖에 없다. 칼국수의 어원이 칼칼해서칼국수인 줄 알았다는 이휘재의 멘트는 그의 음식 지식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게 해준다. 보통 사람들도 칼국수가 칼로 반죽을 잘라 국수를 만들어 먹어 생긴 이름이라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점들은 하나의 캐릭터가 될 수 있다. 김준현이 맛을 아는 자라면 이휘재가 맛을 모르는 자라는 식으로 캐릭터가 덧붙여지는 건 그래서다. ‘음식 무식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즉 음식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잘 모르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대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이휘재를 그런 캐릭터로 세우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휘재의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건 왜일까. 그건 음식 무식자라고 해도 그 전제조건으로서 하나씩 알아가려는 의지와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저 음식을 놓고 침을 꼴깍 삼키는 리액션은 관객들도 똑같이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휘재는 그런 리액션 이상의 자신만의 역할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캐스터 리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음식 캐스터를 하기에는 이휘재의 음식 지식이 너무 일천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음식을 잘 몰라도 알고자 하는 열망이 남달라 좌충우돌하는 캐스터 캐릭터를 새로운 역할로 만들어내는 건 어떨까. 물론 그것도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어야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지만



Posted by 더키앙

그것이 알고 싶다도 울고 갈 개과천선의 디테일

 

살릴 수 있습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저는 대학 4학년 때 백두그룹을 물려받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그룹을 물려받았지만 한국 소주시장의 마켓 쉐어를 40에서 60% 늘렸습니다. 판사님도 백두소주 드시죠? 그게 바로 제 작품입니다. 하하하. 백두소주와 그룹 살려내겠습니다. 백두그룹은 민족기업입니다. 잠시 외세 투기자본과 악덕로펌이 결탁한 농간에 시달리는 것뿐입니다. 국내 채권단의 90%와 전체 평균 60%가 저 진진호가 단독 경영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개과천선(사진출처:MBC)'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에 짧게 등장한 이 법원의 장면은 여러 모로 진로그룹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진술한 백두그룹 진진호 회장(이병준)은 당시 진로그룹을 이끌었던 장진호 회장을 모델로 한 듯하다. 이야기의 소재도 그렇지만 심지어 외모까지도 비슷하게 연출되어 있다. 드라마에서 진진호 회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제금융위기 때문에 국내의 그룹들이 휘청했던 건 사실이지만 소주 매출을 통해 진로만큼 현금보유고가 높았던 회사가 무너진 건 외세 투기자본인 골드만삭스의 작업(?)과 법정싸움에서 졌던 점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김석주(김명민) 변호사의 마지막 의뢰인으로 등장할 이 진진호 회장의 이야기는 진로그룹이 겪은 과정을 재현할 것으로 보인다.

 

<개과천선>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이처럼 거의 실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를 낸 기업의 편에 서서 생업이 달린 어부들의 보상을 막는 차영우펌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재벌의 부실 사채 판매를 한 유림그룹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부실사채를 떠넘기고 돈을 챙긴 후 회사를 법정관리로 넘겨 채무를 청산한 다음, 그렇게 번 돈으로 다시 부실을 털어낸 회사를 다시 장악하는 대기업의 행태는 실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대형 은행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벌인 파생상품 영업 문제는 키코사태를 다루었다. 드라마로도 이 파생상품이 갖고 있는 복잡한 금융의 문제는 결코 쉽게 전달되지 못했다. 그것은 이 사태 자체가 전문가들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복잡한 금융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양산되었지만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사태를 드라마가 정면에서 다룬다는 건 놀라운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디테일은 세세한 취재와 조사가 아니라면 도무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일 것이다

 

사실상 국내의 법조계를 거의 흔들고 있는 차영우펌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국내 굴지의 로펌들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다. “니네 차영우펌은 손이 안 닿는 데가 어디야 대체.” 이렇게 묻는 이선희 검사에게 김석주는 이렇게 줄줄이 관련 기관들을 늘어놓는다. “청와대, 내각, 법무부, 법원, 검찰청, 국세청, 금감원, 공정거래위원회 심지어 교정국 출신 고위간부들도 영입해 오는 거 알지? 회장님들 옥수발해야 하거든.” 중수부장 출신이나 대법원장 판사 출신들을 영입해 전관예우를 받는 차원을 넘어서 거의 모든 공공기관들에 손을 뻗고 있는 것. 이러니 사법정의가 제대로 이뤄질 까닭이 없다.

 

<개과천선>처럼 하나의 드라마가 이처럼 우리 사회를 강타한 금융과 법조 비리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낸 적이 있던가. 이것은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것만 같은 디테일들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말하는 개과천선이란 단지 김석주 변호사만의 이야기를 지목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거기에는 금융경제로 넘어오면서 대기업들에 의해 자행된 그 많은 잘못된 일들의 개과천선을 바라는 작가의 의지가 느껴진다. 그만한 의지와 뜻이 아니라면 이런 디테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나.

Posted by 더키앙

간만에 볼만한 <개과천선>, 왜 조기종영?

 

애초에 18부작이었던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16부로 조기종영 한다는 소식에 드라마 팬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간만에 볼만한 드라마가 아닌가. 지금껏 봐왔던 변호사 소재 드라마들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가 있고, 현실에 대한 냉엄한 비판정신이 살아있는데다, 김명민과 김상중의 명불허전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었다. 그런데 조기종영이라니.

 

'개과천선(사진출처:MBC)'

시청률이 과도하게 떨어진 것도 아니다. 중간에 두 차례 결방을 한 탓에 드라마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지면서 시청률이 조금 떨어진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완성도와 깊이를 가진 드라마가 9%대를 유지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개과천선>은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지금껏 다루지 않았던 금융 전문 변호사의 세계는 그 자체로 대단히 복잡하다.

 

복잡한 금융 전문 변호사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리얼하게 다루게 된 건 그것이 실제로 대중들을 눈속임하기 위한 금융의 술책이기 때문이다. 그 복잡한 금융의 세계는 일반 서민들이 모두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금융전문가들도 컴퓨터를 돌려봐야 그 결과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니까. 그러니 서민들은 전문가들을 말을 그저 신뢰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만일 믿어왔던 은행조차 복잡한 금융상품을 내놓으며 뒤통수를 치려한다면 어떨까.

 

<개과천선>이 다루는 이야기는 그래서 현실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문제들이다. 겉으로 보기엔 신뢰의 표상처럼 보이는 금융권이나 대기업의 이면을 슬쩍 드러내기 때문이다. 물론 초반에 다뤄진 몇몇 에피소드들도 우리네 현실에서 벌어졌던 사건사고들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이 드라마의 대본은 날카로웠다. 태안 기름 유출사고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에피소드도 있었고, 종금사태를 소재로 다룬 것도 있었다.

 

이렇게 완성도도 높고 메시지도 충분히 의미 있는 <개과천선>의 조기종영은 사실 이해하기가 어렵다. MBC측은 이것을 김명민의 스케줄 탓이라고 얘기했지만 한 드라마의 조기종영이 그저 배우의 스케줄 하나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건 어딘지 방송사의 책임회피 같은 느낌이 짙다.

 

김명민 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스케줄로 인해 그렇게 결정된 것 같지만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 김명민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미 오래 전부터 영화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고는 해도 결방만큼 촬영시간도 충분히 있었다는 걸 감안해보면 조기종영을 단지 스케줄 탓으로 돌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이미 3회부터 생방송 일정이었다는 드라마 제작현실은 결방에도 벌충을 하지 못한 속사정을 드러낸다.

 

즉 이 모든 책임을 김명민이라는 배우 한 사람의 스케줄 탓으로 돌리는 건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김명민 측에서 말하는 생방송 촬영의 힘겨움은 물론 배우의 어려운 입장을 전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직접적으로 조기종영의 이유로 제시되긴 어렵다. 그 많은 생방송 촬영이 드라마판에서 반복되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드라마가 조기 종영된 적이 있던가. 방송사는 김명민의 스케줄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김명민 측은 힘겨운 제작현실 때문이라고 얘기하지만 어딘지 그 두 가지 이유 모두 궁색한 변명처럼 들리는 건 왜일까.

 

배우 한 사람의 힘이 언제부터 방송사의 편성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갖게 됐단 말인가. 만일 <개과천선>이 더 높은 시청률을 내는 드라마였다면 과연 MBC는 역시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현실적으로 말해 방송사의 의지가 있었다면 배우의 스케줄 조정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았을까. 혹여나 의심되는 부분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감 없는 현실비판이 누군가에게는 몹시 불편했을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과연 이 문제가 단지 스케줄 문제와 생방송 드라마 제작현실 때문 만이었을까. 좋은 드라마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없게 된 현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Posted by 더키앙

작가가 너무 많은 말을 하게 될 때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가. 이 질문은 모호하다. 작금의 현실적인 삶이 아름다운 것인가를 묻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은 관념적이지만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것인가를 묻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둘 중 어느 질문에 대한 답변일까.

매번 극중인물이 넘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엔딩이 의도하는 바는 명백하다. 삶은 늘 그렇게 우연찮게 넘어지고 다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는 것. 인생은 그래서 아름답다는 것. 하지만 매회 누군가가 넘어져야 끝나게 되는 이 ‘꽈당엔딩’은 말 그대로 작위적인 것이다. 그래서 이 엔딩의 의도 역시 50여회를 반복하면서 하나의 강령처럼 느껴진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표현이 그저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귀에 대고 계속 해서 그렇다고 얘기하고 있는 듯한 강박적인 느낌마저 들게 되는 건 그 때문일 게다.

이 강박적인 느낌은 다시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가 하는 질문의 두 가지 의미로 되돌아간다. 즉 ‘인생은 아름다워’는 저 ‘꽈당엔딩’처럼 이 두 의미의 질문을 하나로 엮는다. 현실적인 삶은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표현은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 한다는 작가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 배경이 굳이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는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제주도에 그것도 펜션이라는 공간으로 설정된 것에서도 작가의 의지가 느껴진다. 물론 작가는 늘 그래왔듯이 어떤 공간 속에서든 그 속에 있는 인물들의 다양한 부대낌을 그려낼 것이지만, 그 복작대는 삶을 마치 포근히 감싸 안는 제주도의 자연이나, 아무래도 보통사람들에게는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펜션이라는 설렘의 공간은 작가의 의지로 제공된 것이다.

이것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병태(김영철)네 가족들에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바깥으로 돌다가 돌아온 시부(최정훈), 병태와 민재(김해숙)의 재혼가족이라는 상황,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결혼을 못하고 있는 병준(김상중)과 병걸(윤다훈), 재혼한 엄마를 둔 지혜(우희진) 그리고 동성애자인 장손 태섭(송창의). 이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들은 꽤 복잡다단하지만 거기에 작가의 의지로 제공된 두 인물이 있어 이야기를 아름답게 만든다. 바로 병태와 민재다.

모든 힘겨움을 자신 속으로 숨긴 채, 가족들에게는 늘 웃는 얼굴로 그 어려움을 묵묵히 들어주는 병태나, 보다 능동적으로 가족들의 고통을 껴안고 이해해주는 민재는 판타지에 가깝다. 태섭이 커밍아웃을 할 때, 함께 울어주는 병태와 민재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한 것은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래야 한다는 부모 자식 간의 당위의 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김수현 작가가 의지를 갖고 있는 가족의 모습은 그것이 동성애라 해도 그저 가족으로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런 모습이다. 도대체 가족이 가족을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논쟁의 여지가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태섭과 상우(경수)가 성당에서 언약식을 치르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 이것 역시 (굳이 성당에서 하려는 것) 작가의 의지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여기에는 가족 바깥으로 나와 성당이라는 현실적인 실체와 부딪친다는 점이 다르다. 가족으로서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을 공적으로 승인하는 장면을 아직까지 우리네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은 성당이라는 더 복잡한 실체들과 맞물려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김수현 작가가 보여준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나 사회에 대한 열린 태도는 비판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본인의 의지를 작품 속에 직접적으로 담아내고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말하게 하는 방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아름답다고 강변한다고 해서 인생을 아름답다고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누군가의 주장을 통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색을 통해 의지적인 세계를 화려한 대사를 통해 엮어놓기보다는, 그것이 조금 거칠더라도 그저 담담하고도 리얼하게 상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오히려 그 아름다움을 눈치 채게 할 수는 없었을까. 작품이건 작품 외적이건 김수현 작가가 좀 더 말을 아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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