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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서커스’, ‘우리 결혼했어요’의 ‘화분’

예능 프로그램이 점점 드라마화 되어가고 있다. ‘무한도전’이 포문을 연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리얼리티 상황극으로 시작됐지만, 이를 벤치마킹하면서 등장한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은 차츰 스토리를 쌓아 가는 드라마 형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특정한 소재에 천착하지 않는 ‘무한도전’과는 달리, 여행이나 결혼 같은 한 가지 소재를 통해 이야기의 일관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로드무비 ‘1박2일’, 로맨틱 코미디 ‘우리 결혼했어요’
여행이라는 소재로 구성되어 있는 ‘1박2일’을 하나의 드라마로 본다면 로드무비에 해당될 것이다. 로드무비란 여행을 통해 인물들이 예측 불허의 사건들을 만나고 거기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게 하는 형식의 영화(이 형식은 드라마에서도 활용된다)다. 1박2일 동안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겪는 야생의 추억은 회를 거듭할수록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한다. 처음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을 듯 보였던 그루밍족의 표상이었던 이승기는 차츰 야생에 익숙해지면서 지금은 어엿한 허당으로서의 캐릭터를 구축해냈다. 이것은 은지원이 가진 초딩 캐릭터나, MC몽이 가진 야생 원숭이 캐릭터와 마찬가지다. 이제 허당이나 은초딩, 야생원숭이 하면 그 캐릭터 이면에 있었던 어떤 사건과 그 스토리를 떠올리게 된다.

‘1박2일’보다 더 드라마적 요소를 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건 ‘우리 결혼했어요’다. 이 프로그램은 결혼이라는 설정을 통해 네 쌍의 알콩달콩한 신혼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형식은 로맨틱 코미디와 거의 같다. 알렉스가 뭇여성들의 로망이 된 것은 그의 상대방이었던 신애에 대한 배려와 풋풋하면서도 성실한 사랑의 모습이 많은 여성들의 환타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어떤 환타지를 주지 못한 정형돈이 하차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진영을 완전히 갖추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크라운제이-서인영은 싸워가면서 정이 들어가는 커플을, 김현중-황보는 엉뚱한 연하와 누나 같은 연상 커플을, 앤디-솔비는 귀엽고 예쁘게 살아가는 커플을, 이휘재-조여정은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연상연하 커플을 캐릭터로 보여주면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간다.

드라마화된 예능을 통해 부각되는 노래들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드라마처럼 스토리를 만들어가면서 그 안에서 불려지거나 OST처럼 활용된 노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물론 이 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가수인데서 비롯된다. ‘1박2일’의 이승기나 은지원, MC몽이 그렇고, ‘우리 결혼했어요’의 알렉스, 크라운 제이, 서인영, 김현중 등이 모두 가수들이다. 이렇게 된 것은 노래만 가지고는 성공하기 어려운 가수들의 현실적인 상황과, 상대적으로 배우들보다는 보여줄 게 많고(즉각적인 노래나 댄스 같은) 개그맨들보다는 신선한 가수들에 호감을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의 입장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1박2일’을 통해서 이승기는 리메이크 앨범으로 발표된 ‘다 줄거야’나 ‘추억 속의 그대’같은 노래가 자주 소개되었다. 때론 배경음악으로 깔렸고, 때론 형들의 요청(복불복 게임의 벌칙 같은)으로 즉석에서 불려졌으며, 때론 갑자기 이루어진 게릴라 콘서트에서 불려지기도 했다. 이것은 은지원의 ‘ADIOS’도 마찬가지다. 각종 순위 차트에 이들의 노래들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것은 노래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1박2일’의 OST(?)로서 얻은 프리미엄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폭발력을 얻은 것은 MC몽의 ‘서커스’다. 이 노래는 게릴라 콘서트에서 불려진 날, 이원 생방송으로 ‘1박2일’에 ‘뮤직뱅크’ 1위 소식을 전했다.

MC몽의 ‘서커스’나 이승기가 리메이크해 부르는 ‘여행을 떠나요’가 ‘1박2일’의 성격 상 그 OST의 메인 타이틀에 해당한다면, 알렉스가 역시 리메이크해 부른 ‘화분’은 ‘우리 결혼했어요’의 메인 타이틀이 될 것이다. 프로그램을 하차하게 된 알렉스가 신애 앞에서 마지막이라며 부른 이 노래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그네들 커플의 이야기와 맞아떨어지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로맨틱 코미디의 라스트 신을 보는 듯한 극적인 효과를 주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그 강화된 드라마적 구성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출연한 가수들의 새로운 입지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노래는 예능을 타고 온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예능과 가수들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이것은 한 때 드라마 형식의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었던 현상과 유사하다. 같은 노래라도 어떤 설정이나 스토리가 가미된 영상과 함께 불려진다면 그 감흥은 배가 된다. 게다가 이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스토리는 뮤직비디오가 가졌던 짜여진 것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이 있다. 물론 그것은 가상이고 설정이겠지만, 그것을 보는 이들은 가짜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 허구이지만 기꺼이 시청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드라마적 설정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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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족, 성별구분 없는 사회의 징후

본격야생버라이어티쇼 ‘1박2일’의 한 장면. 야생과는 어울리지 않을 곱상한 외모의 이승기가 한 겨울 손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 정도의 물을 받아놓고 머리를 감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촬영 동안은 세수조차 하지 않는 부스스한 얼굴의 다른 멤버들은 감탄사를 늘어놓는다. 이 추운 날씨에 머리까지 감을 마음이 나느냐는 것. 처음 이승기가 이 야생에서의 하룻밤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의아해했던 대중이라면 차츰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트렌드였고 이승기라는 캐릭터는 그 트렌드가 아무리 야생이라 해도 지켜질 만큼 이제 일상이 되었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승기는 여성 못지 않게 몸을 가꾸고 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남성들, 즉 그루밍족들의 표상으로서 이 걸맞지 않을 것 같은 프로그램 속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어냈다. 그것은 남성들에게는 공감이었고, 여성들에게는 기호였다.

예쁜 남자, 강한 여자 신드롬
예쁜 남자, 즉 꽃미남 신드롬이 솔솔 불어오는 와중에 몸짱 아줌마가 등장한 사실은 사회적으로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왕의 남자’에서 동성애자 역할을 했던 이준기가 꽃미남 열풍을 이끌면서 여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CF(예를 들면 화장품 같은)에 남성들이 속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이 운동으로 다져진 몸짱 아줌마의 출연은 여성들의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이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이어트 비디오를 찍어왔던 그간의 연예인들이 주로 요가 같은 부드러움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운동을 했다면, 몸짱 아줌마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져 왔던 헬스클럽에서 근육으로 다져진 몸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과거 미스코리아는 미용실로 가고 미스터코리아는 헬스클럽에 모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남녀가 모두 헬스클럽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똑같은 덤벨과 벤치프레스로 근육을 만드는 시대로의 이행을 표상하는 인물이 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중년이라는 나이마저 거꾸러뜨림으로서 이 시대의 변화 속도를 종과 횡으로 뛰어넘었다. 즉 수명연장으로 인해 고령화되어 가는 사회의 속도를 그 문화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는데서 생겨나는 충돌과 함께, 성별의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속도를 거꾸로 몸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데서 생기는 충돌을 모두 극복해냈다는 것이다. 이로써 그녀는 강한 여자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른바 미중년은 바로 이 두 속도 즉 달라진 나이와 성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교차점에서 등장한 새로운 종족이다.

동성애 코드 속에 숨겨진 성별의식의 변화
이러한 남성과 여성의 성별의식의 변화는 어떤 중간지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양상이다. 그리고 바로 그 중간지대에서 발견되는 것은 동성애 코드 컨텐츠들에 대한 달라진 시선이다.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지지층을 얻은 이안 감독의 동성애 영화, ‘브로크백마운틴’은 사실상 마초적인 남성성의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대표적인 영화였다. 마초의 상징이었던 카우보이들의 동성애를 다룸으로써 그 마초 이미지가 사실은 조작된 것이라는 걸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동성애 영화들에 대한 지지가 동성애 자체에 대한 시각의 수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며 따라서 본격적인 동성애 컨텐츠는 대중적인 기호와는 거리가 멀다. ‘브로크백마운틴’이 호평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국내에서 동성애 코드(동성애를 직접 다룬 것이 아닌 그걸 차용한) 컨텐츠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분명하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동성애 컨텐츠는 아니지만 동성애 코드를 잘 활용해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발견되는 것은 역시 예쁜 남자들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말 그대로 프린스들이 커피를 파는(전적으로 여성들을 위해!) 공간 속에 여성을 포진시키기 위해 남장을 시킨 드라마다. 하나도 아닌 여럿의 프린스들과 동료로서 연인으로서 일한다는 이 설정이 수많은 이 땅의 달라진 성별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것이다.

여성들에게 간택받는 남자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남성들을 이렇게 변화시켜 놓았을까. 그 변화의 요인은 육체노동이 점점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정보화 시대 속에서 달라진 남녀의 위상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찰스 다윈은 성 선택 이론을 말하면서 ‘남자는 과시하고, 여자는 선택한다’는 말로 인류 진화의 비밀을 소개한 바 있다. 흔히 마초적인 사회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선택하는 것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여성은 늘 남성을 선택해왔고 단지 그 기호가 마초적인 강한 남성에서 부드럽고 아름다운 남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덜 문명화되어 자연적인 위협 요소들이 많았던 과거에는 여러모로 여성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강한 힘의 남성이 선택되었지만, 이제 문명화된 사회에서 강한 남성은 시대착오적 유물이 되었다. 누군가에 의해 보호받을 필요가 없어진 여성들은 남성의 존재가치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거나 아니면 유희의 대상이거나 심지어는 종족보존의 대상 정도로까지 축소시킨다. 최근에는 배우자 없는 출산을 하는 비혼모(결혼은 원치 않지만 아이를 원하는 미스맘)가 등장하면서 종족보존에 있어서조차도 남성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의 기호에 맞춰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 여성들이 원하는 모습으로의 변화는 이 상황에서는 거의 생존이 되기 때문이다.

미디어에 의해 교육되는 성별 없는 사회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지나치게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본 결과일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속박하는 관계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이라는 공평한 눈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는(혹은 바라보길 원하는) 존재가 맞을 것이다. 지금까지 외적인 야생조건 속에서 그 균형이 깨져 있었다면 지금은 바로 그 균형이 맞춰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엘리자베스 바댕테르는 그녀의 ‘남성의 여성성에 대한 편견의 역사’에서 “남성이 된다거나 여성이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일종의 지위, 사회적 위치, 문화적 역할에 의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성별의식이란 사회적인 교육의 산물이지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 미디어들이 보여주는 달라진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들은 그 자체가 성별 없는 사회를 향한 교육적 기능을 어느 정도는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카우보이들의 상징이자 전유물이었던 청바지가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 되었듯이, 이제 성별 의식이란 점점 과거의 유물이 되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루밍족은 바로 그 성별구분 없는 사회로 가는 변화의 징후를 보여준다.
<본 원고는 삼성홈페이지(www.samsung.co.kr) 미디어 삼성에 게재되었던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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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이 보여준 가수의 생존법

가수가 노래만 해서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은 예능 프로그램에 대거 진출해 있는 가수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적확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1박2일’이다. 강호동과 이수근을 빼고, 은지원, 김C, MC몽, 이승기가 모두 가수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가수들은 ‘1박2일’이라는 예능의 한 배를 타면서 그 주가 또한 급상승했다. 은지원은 은초딩이란 별명을 얻으면서 동시에 “밤에 비와-”로 더 알려진 ‘ADIOS’도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승기는 ‘다 줄거야’, ‘추억 속의 그대’등 리메이크곡을 수록한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앨범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편 MC몽은 최근 발표한 ‘서커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호응은 음으로 양으로 ‘1박2일’과 떼어놓고 보기가 어려워졌다. 도대체 ‘1박2일’의 어떤 점들이 이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 것일까.

가수들, 살아있는 무대를 만나다
만약 이들이 가수들이 아니었다면 ‘1박2일’의 재미는 분명 반감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적어도 경남 거창 편에서 갑작스레 결정된 ‘전국노래자랑’ 출전(?)에 이어, 경북 문경 편에서 우연히 들르게 된 충주대에서 이루어진 게릴라 콘서트 같은 독특한 살아있는 재미는 주지 못했을 테니까. 가수들이지만 예능을 하게된 그들이 그 속에서 무대를 만났을 때 주는 감흥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무대가 그들이 늘 노래부르던 화려한 무대와는 거리가 먼 지극히 서민적인 무대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낮은 무대는 단지 ‘1박2일’에게만 수혜를 준 것이 아니다. 늘 정해진 안무와 정해진 계획대로 짜여진 틀 속에서 노래하던 그들이, 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무대에서 발견하는 것은 진짜 ‘라이브’라는 말에 걸맞는 살아있는 무대다. 충주대에서 즉각적으로 이루어진 게릴라 콘서트는 바로 그 우연성으로 인해 더 빛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새로운 무대이다. 늘 보던 스튜디오와 조명들과 안무들을 모조리 떼어낸 자리에 남는 것은 마치 연예인들의 맨 얼굴 같은 가수들의 날 것의 모습이다.

가수들, 맨 얼굴을 드러내다
‘1박2일’이 보여준 가수들의 얼굴은 실제로도 맨 얼굴이었다. 추운 야생에서의 하룻밤을 지내고 난 그들의 부스스한 얼굴들에서 과거 가수들이 써왔던 신비주의 전략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그 언저리에 새롭게 지지대를 형성하는 것은 바로 친근한 가수들의 얼굴이다. 은지원이나 김C, 그리고 MC몽이 이 예능 프로그램을 만나 시너지를 이룰 수 있었던 원인은 그들의 전략이 신비주의와는 거리가 먼 친근함에 있었기 때문이다. 은지원의 악동 같은 이미지, 김C는 보헤미안적 이미지, MC몽의 거침없는 자유로움의 이미지는 ‘1박2일’이 주창하는 야생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맨 얼굴 전략’이 주효했던 가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승기다. 이승기는 은지원이나 김C, 그리고 MC몽과는 다른 이미지, 즉 귀공자 이미지를 가진 가수이지만 과감히 전략을 수정하면서 오히려 친근한 이미지까지 얻어냈다. ‘내 여자라니까’를 부르며 ‘누나들 사이에서’ 머물렀던 이승기가 ‘1박2일’에 합류함으로써 바뀌어진 것은 이제 ‘형들 사이에서도’ 귀여운 이미지를 얻어냈다는 점이다. 이로써 이승기의 팬층은 좀더 폭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그의 리메이크 앨범인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가 중년층까지를 소화할 수 있는 옛 노래들을 가지고, 여자가수들의 노래와 남자가수들의 노래를 차례로 부르면서 호응을 얻어낸 팬층과 잘 맞아떨어지는 결과다.

가수들, 가능성을 만나다
무엇보다 ‘1박2일’이 가져온 가장 큰 효과는 이들이 팀을 이루면서 서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강호동을 맏형으로 유사가족을 형성한 이 가수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동시에 상대방의 캐릭터를 서로 강화해주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가수들은 ‘1박2일’을 떠나서는 저마다 각자의 가수의 영역 속에서 활동하면서, 동시에 이 프로그램 속에서는 강력한 팀으로서 활약한다. ‘1박2일’이 리얼 버라이어티로서 애초부터 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가수들의 외적인 활동은 고스란히 ‘1박2일’의 확장으로도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가수들의 외적 활동이 ‘1박2일’의 확장된 형태가 되면, 거꾸로 ‘1박2일’은 마치 가수들의 이미지를 매주 제고시켜주는 프로그램으로서도 기능하게 된다. 프로그램 측이나 가수들이나 모두 바람직한 지점을 찾게 되는 것이다.

정해진 안무대로 인형처럼 움직이는(인간이 아닌 듯한 존재) 가수들은, 이제 어떤 식으로든 ‘1박2일’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낼 필요를 느낄 지도 모른다. 물론 가수는 노래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지만 이제 더 이상 노래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가수가 되기는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연기자가 연기를 통해 리얼한 모습(멋지게 보이는 모습이 아닌)을 보여주고, 개그맨들이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통해 그 리얼리티를 드러내는 사이, 늘 똑같은 순위 프로그램의 형식 속에서(그것마저도 거의 사라졌다) 얼굴을 드러내야했던 가수들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점은 바로 그 리얼한 모습이었다. 그런 면에서 ‘1박2일’의 기획되지 않은 맨 얼굴, 기획되지 않은 무대를 통해 가수들이 만난 것은 이 시대 가수들의 새로운 생존법이면서 동시에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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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무한도전’ VS 배고픈 ‘1박2일’

바야흐로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 소위 말해 캐릭터가 잡히면 프로그램은 뜬다. 이것은 진행형 스토리를 갖춘 리얼리티쇼에서 이제는 드라마나 시트콤만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캐릭터가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중 ‘캐릭터가 잡힌’ 프로그램은 그 캐릭터라이즈드 쇼(Characterized Show)의 선구자인 ‘무한도전’이 될 것이며, 후발주자로서 급속히 ‘캐릭터가 잡혀가고 있는’ 프로그램은 ‘1박2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캐릭터들은 어떤 특징들을 갖고 있을까.

마이너리티 캐릭터들의 집합, ‘무한도전’
‘무한도전’을 이끄는 수장인 유반장(유재석)은 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들이대는 캐릭터들을 배려하고 조절하는 캐릭터다. 올 들어 새로 한 반장선거에서 거성 박명수가 반장에 당선됐어도 여전히 유반장의 실질적인 반장 역할을 기대하게 되는 것은 이 팀에서 유반장이 가진 이 캐릭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유반장이 ‘무한도전’ 외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이른바 리얼리티쇼 시대에 그 균형과 수위를 조절하는 유반장 캐릭터는 어디서든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가되는 유재석만의 장점은 반장 역할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팀원들과 동등한 눈높이에서 놀아준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자칫 방관자 혹은 외부자 역할이 될 수 있는 그를 프로그램 속으로 안착시키는 힘이 된다.

그런 유반장이 이끌어가는 팀원들은 전체적으로 마이너리티 캐릭터들이다. 정형돈은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 캐릭터이며, 뚱뚱보 정준하는 식신에서 점점 ‘노브레인 서바이벌’의 바보 캐릭터로 변신해가고 있다. 꼬마 하하는 키가 작은 신체적 결함을 극대화한 캐릭터이며, 퀵 마우스 노홍철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소심한 수다쟁이에 저질댄스로 일관하는 캐릭터이다. 거성 박명수 역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지만 사실상 힘은 없는 아버지 캐릭터이다. 무언가 사회적으로 보면 이들 캐릭터들은 나사 하나씩이 풀려 있거나 비하되는 입장에 서 있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거성 박명수 캐릭터다. 박명수는 자칫 이 ‘하향평준화된’ 쇼의 팀원들 속에서 자칫 당연한 것으로 매몰될 수 있는 바보스러움이나 마이너리티한 부분들을 다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야 그것밖에 못해!”하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은 상대방의 마이너리티를 부각시키는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시킨다. 이러한 박명수 캐릭터의 효용성은 리얼리티쇼 시대에 유재석이 그러한 것처럼 타 프로그램 속에서 자연스럽게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캐릭터가 버럭 댈 때 그 자칫 싸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유화시키는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유재석과 박명수 캐릭터가 특유의 콤비를 이루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해피투게더’의 인기에는 이 명콤비의 역할이 그만큼 큰 자리를 차지한다.

이렇게 ‘무한도전’ 팀의 캐릭터가 구축된 것은 그 프로그램의 성격이 크게 좌우한 것이 사실이다. 때론 과장된 느낌의 도전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웃음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모자란 캐릭터이다. 따라서 부족한 이들이 무언가에 도전을 하면서 실패하고 때론 이루기도 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재미를 준다. 그리고 이것은 캐릭터의 성장드라마를 만든다. 초반부 ‘무모한 도전’과 ‘무리한 도전’에서 말도 안 되는 도전을 하던 캐릭터들은 이제 스포츠댄스나 드라마 단역 같은 제대로 도전이 될 만한 일에 도전을 한다. 초반부 반 막노동 같은 몸 개그에서 시작한 쇼는 이제 점차 몸치에서 유발되는 몸 개그로 바뀌고 있으며, 이제는 구축된 캐릭터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으로 나가고 있다.

배고픈 캐릭터들의 야생, ‘1박2일’
유재석이 쇼의 구성원이면서도 조절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1박2일’의 강호동도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그 역할 수행에 있어서의 성격은 다르다. 유재석은 한껏 몸을 낮춰 구성원과 거의 같은 위치에서 진행을 하는 반면, 강호동은 맏형 같은 캐릭터로 철저하게 쇼를 이끌어간다. 이것은 강호동 특유의 뚝심과 순발력으로 가능한 것이지만 ‘1박2일’의 성격과도 관계가 있다. 여행이라는 야생의 도전 상황 속에서 수평적인 눈높이보다 때로는 보호해주고 때로는 재미있게 상황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요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복불복 게임 등을 통해 야생버라이어티의 재미를 부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그가 모든 것을 조절하는 것은 리얼리티쇼를 그르친다. 그렇기에 필요한 캐릭터가 아무리 강압적으로 밀어붙여도 안 되는 캐릭터다. 바로 초딩 은지원이다. 그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초딩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는 한 그의 어떠한 야생 속에서의 행동도 초딩이란 아이의 정서적 본능으로 인정된다. 여기에 합세한 캐릭터가 야생몽키 MC몽이다. 은지원이 아이의 본능을 앞세워 강호동을 무력화시킨다면 MC몽은 말 그대로 야생의 본능에 충실한 그 자체로 강호동을 무력화시킨다.

‘1박2일’의 캐릭터 조합이 재미있는 것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쇼의 부품처럼 잘 구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MC몽의 야생이 무적일 것 같지만 그에게 대항하는 자는 도시의 샌님 역할을 하는 허당 이승기다. 그는 야생 속에서도 늘 외모를 관리하고 좀 더 편안한 것을 찾으려는 본능적인 몸부림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두 번의 에피소드로 연결된 MC몽과 이승기의 탁구대회와 배드민턴 대회는 대결구도를 통해 두 캐릭터를 순식간에 강화시켰다.

여기에 나머지 두 캐릭터인 김C와 이수근의 역할도 구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다. 김C는 야생을 야생처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는 진짜로 늘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치 고행을 하는 사람처럼. 여기에 이수근은 정반대다. 그 역시 힘든 것은 분명하지만 그는 너무나 야생에 적응을 잘한다. 시골생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 일꾼의 캐릭터가 되는 것은 이 여행이라는 컨셉트의 베이스를 형성한다. 이 둘은 상반되면서도 비슷하다. 둘다 야생에서 잘 버틴다는 점이다. 김C는 마치 삶은 고행이라는 것 같은 달관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이수근은 실제 생존능력을 갖춘 것으로.

이렇게 구성된 ‘1박2일’ 팀원들의 전체 캐릭터는 배고프고 고달픈 자의 본능으로 대변된다. ‘만성피로 프로젝트’라 강호동이 스스로 일컫는 것은 이런 본능적 캐릭터들을 강화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야생 속에서의 투쟁(?)이 아귀다툼으로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맏형 강호동이나 인생 다 산 것 같은 김C, 무언가 어려운 일이 있어도 다 해결해줄 것 같은 이수근 같은 캐릭터들이 아이들처럼 노는 다른 캐릭터들 간의 끈끈한 정을 늘 유지해준다는 데 있다.

캐릭터가 중요해진 리얼 버라이어티쇼 시대에 이제 쇼는 하나의 시트콤이나 드라마처럼 되고 있다. 따라서 캐릭터는 그냥 그 자체가 재미있어서 구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기능으로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이것은 시트콤이나 드라마 속에서 캐릭터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웃음과 유사하다.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점점 캐릭터들의 살아있는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고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캐릭터들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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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9 14:37 BlogIcon 영경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부터 무한도전을 봐왔는데요.
    시간이 흘러 당연할 수 있지만 요즘은 재미가 덜 한것 같네요.
    최근에 1박2일을 재밌게 보고 있어요.

    • 2008.01.29 19:01 BlogIcon 더키앙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무래도 오래 하다보니 좀 관성적인 부분이 생긴 거겠죠. 1박2일은 확실히 여행이란 컨셉이 정말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전 뭐 둘 다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2. 2008.01.30 05:15 BlogIcon BrightListe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는 진짜로 늘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치 고행을 하는 사람처럼.' 이부분에서 푸훅- 했습니다. 김C가 떠오르긴 처음이네요.ㅎㅎㅎ

  3. 2008.02.10 09:45 BlogIcon 아크몬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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