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한 마디에 밈 조짐, 이준기라서 ‘아라문’에 빠져든다

아라문의 검

“세상 참 재밌네. 이거 무슨 병인가 봐.” tvN 토일드라마 <아라문의 검>에서 은섬(이준기)이 던진 그 한 마디에 탄야(신세경)는 깜짝 놀란다. 그 말은 은섬이 자주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탄야는 눈앞에 서서 그 말을 건네는 이가 사야(이준기)가 아닌 은섬이라는 걸 알아챈다. 오랜 세월을 건너 드디어 마주한 두 사람의 드라마틱한 재회. 대놓고 반가워할 수 없어 더 애틋한 재회가 아닐 수 없다. 

 

은섬과 사야가 만나는 자리를 급습한 샤하티의 아이들. 태알하의 명으로 움직이는 이 아이들은 지명한 자를 죽일 때까지 덤벼드는 자객들이다. 아이라는 점 때문에 방심했던 무백(박해준)이 죽고, 은섬은 아스달의 병사들에 의해 또 사야는 약바치인 채은(하승리)과 뇌안탈들에 의해 구조됨으로써 그 위치가 뒤바뀐 상황. 사야로 오인된 은섬은 그렇게 아스달의 궁에서 깨어나게 됐다. 

 

배냇벗(쌍둥이)이라는 점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사야인 척 해야 되는 은섬.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그토록 그리워했던 탄야를 눈앞에 보고도 반갑게 만날 수 없는 그 애틋함이 얼마나 크겠는가. 참다 못 참은 은섬은 결국 탄야를 껴안고 눈물을 쏟아낸다. 주변 사람들이 이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탄야 역시 그가 은섬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사야야 이러지 마”라고 그를 제지한다. 

 

그러자 탄야로부터 떨어져 계단을 오르던 은섬이 뒤를 돌아보며 던진 말이 어려서 탄야에게 은섬이 자주 했던 그 말이다. “이거 무슨 병인가 봐.” 그 말에는 병처럼 아프고 설렜던 탄야에 대한 마음 또한 담겨 있을 터다. 이 짧은 순간에 은섬의 감정은 복잡하게 변화한다. 참아내야 한다는 마음과 참을 수 없는 마음이 교차되고 탄야에 대한 그리움과 반가움과 더불어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탄야에 대한 미움 같은 것들도 뒤섞인다. 그러면서도 희미하게 웃어 보이는 모습에서는 은섬 특유의 여유 또한 엿보인다. 

 

이 대사가 워낙 임팩트 있게 다가와서인지 시청자들 중에는 이 대사를 따서 “아라문의 검 참 재미있네. 이거 무슨 병인가 봐”라는 재치 있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임팩트에는 이준기라는 배우의 지분이 상당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스달 연대기>의 시즌2에 해당하는 <아라문의 검>이 주연 배우를 바꿔놓았는데, 이물감이 아닌 몰입감을 주는 건 다름 아닌 이준기의 연기 덕분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라문의 검>에서 이준기는 부족 연맹을 이끄는 재림 이나이신기로서 전쟁의 선봉에 서는 은섬의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탄야와의 애틋한 사랑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전투 장면에서는 시원시원한 액션 신을 선사하고, 적과 대치할 때는 눈에 핏발이 설 정도로 강렬한 눈빛을 보내지만, 탄야와 오랜만에 다시 재회한 순간에는 애절한 사랑이 담긴 눈을 보여준다. 그러니 이런 감정 변화를 어느 쪽으로든 몰입감 넘치게 만들어주는 이준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드라마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아라문의 검>은 종족의 이름부터 낯선 고어들이 사용되고,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상상으로 조영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결코 쉬울 수는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복잡해 보이는 세계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이준기가 아닐까 싶다. 그의 연기를 따라 은섬이라는 인물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이 세계를 여행하는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시청자들의 손을 잡고 이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길잡이 역할이랄까. 이 낯선 세계가 이토록 흥미롭게 전개되다니, 이거 무슨 병인가 싶다. (사진:tvN)

 

‘어게인 마이 라이프’, 검사 미화? 검찰개혁에 칼 들었나

어게인 마이 라이프

세상에 이런 검사가 있나. SBS 금토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초반 김희우(이준기)라는 검사 영웅을 그린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검사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온 바 있다. 실제고 김희우는 대통령도 쥐고 흔드는 조태섭 의원(이경영)에게 칼을 들었다가 오히려 죽음을 맞이했던 검사다. 

 

하지만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던 김희우가 저승사자의 도움으로 또 한 번의 생을 얻게 되고,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 인생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한 그가 검사가 되어 펼쳐가는 복수극은 어쩐지 검사 미화가 아니라 검찰개혁에 칼을 드는 모양새다. 조태섭 의원의 라인을 잡은 김석훈(최광일) 중앙지검장과 그 측근들인 장일현(김형묵) 검사 그리고 최강진(김진우) 검사를 김희우가 하나하나 날려버리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의도적으로 김석훈 중앙지검장의 눈에 들고 그 라인에 들어간 것처럼 꾸몄던 김희우는, 함께 뜻을 합친 전석규(김철기)와 함께 검찰의 비리들을 척결해 나간다. 장일현 검사는 그 첫 번째 타깃이 된다. ‘스폰서 검사’로 기업의 상납을 받아온 데다, 사귀고 있던 국대예술재단 성진미(박나은) 이사장의 비리를 덮어줘 온 일로 장일현 검사는 사면초가에 이르게 된다. 

 

결국 위기에 몰린 장일현 검사는 살아남기 위해 최강진 검사의 성상납 비리를 물고 늘어진다. 하지만 김희우는 최강진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SHC 엔터의 비리를 캐고 소속 연예인들의 성상남 비리는 물론이고 조직적인 병역비리 또한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즉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그리고 있는 검찰은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갖가지 비리검사와 정치검사들이 판을 치는 곳이다. 김희우나 전석규 같은 인물만이 예외적일 뿐.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로 보면 김희우는 ‘판타지’를 캐릭터화한 인물이다. 그는 한 번 죽었고 되살아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죽은 이유는 조태섭 의원의 비리를 캐려 했지만 검찰 내부까지 다 손이 닿아 있는 영향력 때문이다. 이미 검찰은 썩어 있었고 김희우의 죽음은 그래서 일개 한 검사의 의지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검찰 개혁이나 사회 정의의 현실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드라마가 판타지로서 다시 살려낸 김희우가 긴 세월 동안 차근차근 힘을 키우고 자기편을 만들어가며 검찰로 돌아와 드디어 하나하나 비리 검사들을 척결해나가는 과정은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는 사이다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현실에서 벌어지기 힘든 일들을 말 그대로 판타지로 그려내고 있어서다. 

 

그래서 <어게인 마이 라이프>의 이야기는 때론 결코 일어나기 어려운 우연과 기연들이 주인공 김희우에게는 벌어진다. 조태섭 의원과 맞서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황진용 의원(유동근)의 등장과 그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 그렇다. 우연히 길을 가다 마침 조태섭의 추종자에 의해 테러를 당하는 여자를 구해주는데 하필이면 그가 황진용 의원의 딸이었던 것. 

 

‘하늘의 뜻인가 이렇게 황의원과 연결되다니!’ 김희우는 이런 우연이 스스로 놀랍다는 듯 그렇게 생각한다. ‘하늘의 뜻’. 사실은 작가의 뜻이다. 이처럼 이런 우연이 개연성이 없다는 걸 작가도 알고 시청자들도 알지만, 이 이야기 자체가 일어나기 어려운 판타지고 무엇보다 김희우라는 인물 자체가 판타지적 존재라는 점에서 하늘도 돕는 이야기는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되돌아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가 드러내는 현실에 대한 날선 비판의식이 새삼스럽다. 결국 검찰개혁을 하고 이를 통해 조태섭 같은 비리 정치인을 척결하는 일을 하려면 이런 판타지와 우연까지 더해진 말 그대로 ‘하늘이 도와야’ 가능할 정도라는 걸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다. 애초 검사 미화가 아닐까 생각됐던 이야기가 김희우 같은 검사는 판타지에나 존재한다는 이야기로 분명히 드러나면서 오히려 이토록 어려워진 검찰개혁에 대한 작가의 열망을 읽어낼 수 있게 해주는 것. 실로 드라마 속은 시원시원한 사이다지만 현실은 퍽퍽한 고구마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사진:SBS)

'악의 꽃', 스릴러에 사랑의 위대함 담은 명품 드라마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이 종영했다. 이미 지난주 15회에서 이 작품 최고의 악역 백희성(김지훈)이 죽음으로써 이야기는 그것으로 종결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회는 총에 맞아 기억상실이 된 도현수(이준기)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채워지면서 이 드라마가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담아내려던 사랑의 위대함을 보다 완벽하게 그려냈다.

 

이게 가능해진 건 깨어난 도현수가 과거 백희성의 차에 치었던 시절로 기억이 돌아가 차지원(문채원)과 지낸 15년의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15년 전의 백희성은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의 학대를 받아 스스로도 귀신이 씌였다 믿던 상태였다. 자신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거짓으로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 이용하는데 능숙했다고 여겼다.

 

결국 도현수가 15년 전으로 돌아간 이 상황은 거꾸로 말해 차지원과의 15년이 그를 얼마나 크게 변화시켰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스스로를 감정 없는 괴물로 여기던 도현수를 가족을 사랑하는 인물로 바꿔 놓은 건 바로 차지원과 그의 딸 백은하(정서연)의 따뜻한 사랑이었다. 심지어 차지원은 15년 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도현수를 자유롭게 놓아주려 할 정도로 사랑이 깊었다. 도현수는 차지원의 이 깊은 사랑을 알아가면서 없다 생각했던 감정이 차 오르는 걸 느꼈고 결국 차지원과 백은하를 끌어안았다.

 

<악의 꽃>은 이처럼 스릴러와 멜로라는 이질적인 장르를 흔적 없이 봉합해내는데 성공했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도현수에게 악영향을 끼쳐온 범죄들(아버지, 마을 사람들)과 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차지원의 사랑이 첨예한 대결구도로 서 있어서다. 드라마는 악이 어떻게 탄생하고 이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스릴러로 풀어내면서, 그 속에서도 어떻게 악을 무너뜨리고 사랑이라는 꽃이 피어나는가를 멜로로 담아냈다. 이 절묘한 구도가 이 작품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준 이유였다.

 

먼저 이 야심찬 작품이 <맨몸의 소방관>이라는 4부작 드라마를 썼던 작가의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유정희 작가의 이 만만찮은 필력은 향후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역시 <공항 가는 길>부터 <마더>까지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을 균형있게 연출해낸 김철규 감독의 공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드라마의 완성도는 대본만큼 연출력이 중요해졌다는 걸 김철규 감독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섬세한 심리까지를 담아낸 연출로 보여줬다.

 

좋은 작품은 좋은 배우들을 탄생시킨다고 했던가. 이토록 모두가 인생캐가 된 작품이 있을까 싶다. 달콤과 살벌을 마음껏 오가는 모습으로 이준기는 이 작품의 중심을 세워주었고, 문채원은 그 어느 작품보다 놀라운 몰입으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했다. 김무진 역할로 확고한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꺼내놓은 서현우나 비운의 인물을 소화해냄으로써 색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장희진도 빼놓을 수 없다.

 

차지원의 동료형사 역할로 주목받은 최재섭 역할의 최영준이나 백희성의 부모 역할로 소름돋는 스릴러의 긴장감을 만들어낸 남기애, 손종학, 도현수의 딸로서 끝까지 이 이중적인 인물을 신뢰하게 해줬던 정서연 역시 이 작품이 발견해낸 연기자들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에 강렬한 힘을 부여한 건 게임체인저 백희성 역할을 연기한 김지훈이었다. 주말드라마의 황태자 딱지를 확실하게 떼어낸 김지훈은 이제 미니시리즈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연기영역을 갖게 됐다. 그가 있어 스릴러가 가능했고, 그와 대적하는 멜로 역시 가능해졌다.

 

오랜만에 보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다. 뭐 하나 뻔하게 다루지 않았고 그래서 클리셰를 벗어난 색다른 이야기가 주는 묘미가 있으면서도 공감가는 심리묘사 덕분에 낯설지 않았다. 보는 맛에 생각하는 맛도 있는 드라마였다. 스릴러를 보면서 사랑의 위대함을 새삼 생각해보게 되는 드라마라니. 종영이 벌써부터 아쉽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사진:tvN)

'악의 꽃'의 멜로 스릴러가 가능했던 건, 완벽한 인물 구성 덕

 

평범한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신분을 세탁하고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던 인물이 도현수(이준기)다. 그의 실체를 알게 된 아내 차지원(문채원)으로서는 그의 진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는 형사가 아닌가. 그런데 차지원은 남편 도현수가 연쇄살인범 도민석의 아들로 그 마을 이장을 살해한 용의자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거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것조차.

 

사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차지원 같은 인물의 감정 변화를 납득시키는 건 쉽지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연쇄살인범의 아들에 살인 용의자로 신분을 숨기며 살아온 남편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악의 꽃>은 이 부분을 선선히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킨다. 거기에는 물론 그 섬세한 감정 변화를 그 누구보다 잘 소화해내 연기한 문채원의 공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부분은 이 드라마가 애초에 인물 구성을 통해 도현수라는 인물이 가진 양면성의 균형을 잘 맞춰놓은 점이다. 예를 들어 이 작품에서 백희성의 딸 백은하(정서연)는 그다지 드라마에 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이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빠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준다.

 

이런 점들은 도현수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과는 사뭇 다른 지점이다. 도현수의 행동이나 말들은 극중 인물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극 초반부터 친구 김무진(서현우)을 작업실 지하에 감금하는 장면은 그가 진짜 연쇄살인범이 아닌가 의심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그리고 심지어 아내 차지원은 도현수에 대한 감정이 계속 신뢰와 의심을 오간다. 그의 정체를 알아채고 의심하게 되지만 괴로워하다 떠나라고 말하는 갈등 이후 이장을 죽인 게 도해수(장희진)이고 그걸 동생인 도현수가 뒤집어썼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시 신뢰를 회복한다. 하지만 깨어난 진짜 백희성(김지훈)이 도현수가 그 집의 가사도우미를 살해한 것처럼 꾸며놓자 차지원은 다시 도현수를 의심한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아빠를 "언제 오냐"고 애틋하게 부르는 백은하의 모습은 도현수에 대한 일말의 신뢰를 갖게 만든다. 수갑을 채우려는 차지원에게 오히려 칼을 들어 위협하며 CCTV화면을 끄게 만드는 장면으로 끝난 지난회에서도, 어떤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만드는 건 도현수 주변에서 변함없이 그를 믿어주고 신뢰해주는 백은하나 누나 도해수 같은 인물이 있어서다. 실제로 그 장면은 차지원을 공범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도현수가 꾸민 것이었다.

 

도현수에 대한 의심과 신뢰가 계속 오고가며 드라마는 스릴러와 멜로를 넘나들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의심보다는 신뢰가 커져간다. 그걸 만들어내는 건 깨어난 백희성(김지훈) 때문이다. 그의 치밀하지만 광기어린 살인 행각들은 이제 도현수가 그 피해자라는 걸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도현수가 진짜 공범(백희성)을 직접 대적하겠다고 나서는 순간은 그래서 차지원의 신뢰가 회복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악의 꽃>이 겹쳐 놓고 있는 멜로와 스릴러의 변주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게 한 건 도현수에 대한 신뢰와 의심이라는 양축을 오가는 차지원을 세우고, 그러면서도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도해수나 백은하 같은 인물들을 세워둠으로써 극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균형을 이루게 한 덕분이다. 물론 그 중심에 서서 그 다양한 감정 변화를 놀라울 정도로 잘 소화해내고 있는 이준기와 문채원의 공이 가장 크지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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