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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 포기한 '펜트하우스', 시즌2로 돌아온 부메랑의 결과

 

미친 듯이 달려 나가던 폭주기관차가 어째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2>의 이야기 전개는 여전히 속도감이 있고, 스토리도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동력이 시즌1처럼 힘을 갖지 못하는 건 시청자들이 김순옥 작가의 패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오윤희(유진)는 복수를 꿈꾸며 로건리(박은석)와 모종의 계획을 꾸미고, 천서진(김소연)은 청아재단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엄마와 동생과 싸우면서 딸 하은별(최예빈)이 배로나(김현수)를 죽인 사실을 약점으로 잡은 주단태(엄기준)의 요구대로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천서진은 독한 척하지만 늘 울고 있고 그의 딸 하은별은 홀로 사이코드라마를 찍고 있으며 주단태는 이들의 약점을 이용해 늘 승리한다.

 

그나마 시즌2에서 변화를 몰고 온 인물은 하윤철(윤종훈)이다. 그는 오윤희와 함께 위장결혼을 한 부부처럼 다시 헤라펠리스로 돌아오지만, 자신의 딸 하은별이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는 오윤희를 배신하고 천서진을 도우며 주단태와 맞선다. 물론 여기서도 주단태는 역시 승리한다. 그들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색다른 관전 포인트로 유제니(진지희)의 엄마 강마리(신은경)가 목욕탕에서 거물 마마님들의 때를 밀어주며 갖게 된 친분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야기가 들어 있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펜트하우스2>의 메인은 아니다. 메인 스토리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일종의 감초 역할이 더 큰 이야기다.

 

결국 <펜트하우스2>의 메인 스토리이면서 이 시즌의 주요 동력이 되는 건 죽은 심수련(이지아)의 쌍둥이로 등장한 나애교(이지아)다. 그는 주단태와 딱 맞아 떨어지는 사업파트너이자 주석훈(김영대), 주석경(한지현)의 친모다. 그런데 그의 정체가 애매모호하다. 처음에는 등 뒤에 나비문신을 한 나애교로 늘 심수련의 뒤편에 숨겨져 있던 인물이 전면에 나온 것처럼 보였지만, 갈수록 그가 심수련이라는 심증이 생기고, 급기야 가발을 벗고 문신이 지워지는 목욕신이 등장함으로써 그가 심수련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일 그가 나애교가 아닌 심수련이라면 그가 돌아온 목적도 주단태에 대한 복수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이른바 '정체의 비밀'이라는 드라마의 공식적인 코드가 이 인물을 통해 그려진다. 그의 정체가 누구냐에 따라 향후 이야기 전개가 급반전을 이룰 수 있다. 이미 시즌1 엔딩에 심수련이 사망하는 장면이 나올 때부터 많은 시청자들은 분명 시즌2에 그가 점 하나를 찍고라도 돌아올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김순옥 작가는 이런 예측에 돌아온 인물이 나애교인가 심수련인가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떡밥을 더해 넣었다.

 

게다가 이 인물을 통해 주단태 밑에서 학대받으며 살아온 석훈, 석경의 '출생의 비밀' 코드도 등장하게 됐다. 만일 그가 석훈, 석경의 친모라면 이들 사이에 놓인 애증의 문제들이 드라마의 감정 수위를 높여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이지아가 연기하는 인물이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정체의 비밀과, 이로써 함께 등장할 출생의 비밀 코드는 <펜타하우스2>의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기획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정체가 하나둘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어딘가 드라마의 힘은 예전만큼 생겨나지 않는 모양새다. 이는 시청률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19.1%로 시작한 <펜트하우스2>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며 6회에 26.9%를 찍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30%를 돌파할 것 같았던 파죽지세는 정체기로 접어든 양상이다. 이지아가 가발을 벗고 나비문신이 지운 회심의 충격 엔딩장면이 나온 최근 방영분에서는 되레 시청률이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시청자들이 패턴을 읽고 있다는 것이고, 시즌1에 사이다 전개를 위해 쉽게 무너뜨린 개연성이 오히려 드라마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힘을 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벌어질 것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벌어졌으면 하는 이야기를 개연성을 다소 포기하며 전개한 결과 시청자들은 이제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다지 놀라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돌아온 이지아가 나애교든 심수련이든 별 상관없다 여기게 된 것. 개연성을 던져버리고 달려온 시즌1의 폭주가 가져온 부메랑 효과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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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2' 처음엔 자극적이던 마라맛, 갈수록 둔감해지는 이유

 

정신없이 달리는 폭주기관차에 동력이 서서히 떨어져 가는 걸까.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2>의 펄펄 날던 이야기가 어딘지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배로나(김현수)의 죽음으로 최고조에 올랐던 이야기의 극성은, 그 후 진범이 하은별(최예빈)이고 믿었던 하윤철(윤종훈)마저 자신을 속였다는 걸 알게 된 오윤희(유진)의 본격적인 복수의 시작과, 주단태(엄기준)가 자신이 아니라 청아재단을 노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천서진(김소연)이 파혼을 하려 하지만, 하은별이 범인이라는 사실로 협박하는 주단태 앞에 속수무책이 되어버린 천서진의 이야기로 다소 소강상태가 되었다.

 

여기서 가장 강력한 떡밥은 단연 새로 나타난 심수련(이지아)의 쌍둥이라는 나애교(이지아)의 정체다. 그는 일찍부터 주단태와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2년 전부터 그를 피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심수련 사망 후 다시 나타난 나애교는 주단태가 꾸미고 있는 사업에 참여해 자신의 지분을 요구한다. 중요한 건 나애교가 진짜 나애교인지 아니면 심수련이 나애교인 척 꾸미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펜트하우스>는 그 이야기 구조가 끝없는 동력을 요구한다. 즉 매회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상황과 스토리가 채워지며 지금껏 달려오는 힘을 얻었던 <펜트하우스>이기 때문에 잠시 멈칫 하거나 속도가 느려지면 이 드라마는 다소 조악한 개연성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게 된다. 시청자들의 보다 강한 자극에 대한 요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금세 시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펜트하우스2>에서는 가장 강력한 떡밥일 수 있는 '나애교의 정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일 나애교가 사실 죽은 줄 알았던 심수련의 부활이라면 그가 갑자기 주단태 앞에 나타난 건 '처절한 복수'의 서막일 수 있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인터넷의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나애교가 사실 심수련이라는 추측들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굳이 나애교라는 인물을 다시 등장시킨 건, 사실상 '복수'가 그 목적이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는 설정이다. 시즌1에서 심수련이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을 때 시청자들이 김순옥 월드라면 그가 점을 하나 찍고서라도 부활될 거라고 믿었던 건 그의 부활을 그만큼 원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김순옥 월드는 늘 시청자들의 요구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포기된 개연성의 빈자리를 메우곤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런 김순옥 월드의 특징을 너무나 잘 알게 된 시청자들은 나애교의 등장이라는 떡밥을 생각만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 그만큼 과한 설정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런 일조차 이미 시즌1이 끝나고 나서 모두가 예상했고, 결과적으로는 그 예상대로 나애교가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아예술제의 경연상황과 배로나의 죽음으로 26.9%(닐슨 코리아)까지 '떡상'하던 시청률은 나애교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에도 불구하고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 <펜트하우스2>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이 세계를 어느 정도 알게 됐고, 다양한 자극적 설정들을 경험한 터라 웬만한 파격이 아니면 그다지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설정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예상되기도 하니, 그 기대치는 나날이 높아가고 거기에 맞춰지지 않으면 어딘지 심심해지는 딜레마가 생긴 것.

 

마라맛이 본래 그렇다. 처음 입에 댈 때는 혀가 얼얼할 정도의 강렬한 자극으로 미각을 사로잡지만, 조금 지나서 반복되면 그만한 자극도 마비되는 단계를 맞이하게 되는 게 자극적인 맛의 본질이니 말이다. <펜트하우스2>는 더 상상을 초월하는 어떤 자극을 끌어들여야 그 맛이 느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게 아니라면 어딘지 심심해지는.(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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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2', 유진의 살인누명 벗는 과정 어째서 설득력 없을까

 

오윤희(유진)가 살인 누명을 벗고 하윤철(윤종훈)의 아내가 되어 돌아왔다? SBS <펜트하우스2> 첫 회는 말 그대로 폭풍전개라는 표현이 실감나는 상황을 보여줬다. 시즌1에서 심수련(이지아)의 살인범으로 감옥으로 이송되던 중 로건 리(박은석)의 도움으로 탈주했던 오윤희였다. 그런데 단 한 회 만에 탈주범이 살인 누명을 벗고 재심으로 무죄가 되어 풀려난 것도 모자라, 갑자기 천서진(김소연)의 전 남편인 하윤철의 아내가 되어 돌아오다니.

 

역시 김순옥 작가다운 '몰아치기'였지만, 개연성 부족을 '몰아가기'로 채우는 대본은 여전했다. 오윤희가 누명을 벗게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주단태(엄기준)의 집에서 일하는 양집사(김로사)였다. 천서진을 스토킹하다 주단태의 집에서 쫓겨난 양집사의 죽음과 그가 남긴 유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서에는 심수련을 죽인 범인이 주단태이고, 누명을 쓴 오윤희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

 

그 유서는 로건 리가 조작해 놓은 것이었다. 폭주하던 양집사가 오윤희와 드잡이를 하다 결국 자살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로건 리가 이를 역이용한 것. 결국 오윤희는 자수를 했고, 유서의 내용이 주단태를 범인으로 몰아가자, 그는 변호사와 상의 끝에 양집사가 심수련을 죽인 진범이라 조작한다.

 

그런데 이 전개 과정은 너무나 허술하다. 즉 정신 병력이 있는 자의 유서 하나로 돈과 권력으로 법조차 쥐락펴락 해온 주단태가 궁지에 몰린다는 상황이 그렇다. 또한 양집사가 심수련을 죽였다고 조작할 정도로 힘을 가진 주단태가 그 유서가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는 걸 입증시키는 건 더 간단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굳이 궁지에 몰린 주단태가 어쩔 수 없이 양집사를 희생양으로 내세운 건, 다분히 오윤희가 누명을 벗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김순옥 작가 특유의 '몰아가기' 전개가 등장한다. 즉 양집사의 죽음과 유서가 등장했을 때, 강마리(신은경)와 고상아(윤주희) 그리고 이규진(봉태규)이 나누는 대화가 그렇다. 그들은 그런 뉴스를 접하며 주단태가 심수련을 죽인 게 분명하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곧바로 주단태 역시 곤혹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면서, 양집사를 살인범으로 내모는 결정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개연성은 없고 대신 작가가 원하는 오윤희의 누명 벗기를 위한 '몰아가기' 전개다.

 

물론 오윤희가 이렇게 단 한 회 만에 자유의 몸이 되게 한 건, 모든 시청자들이 원하는 처절한 복수극을 위한 밑그림이다. 어찌 된 일인지, 천서진이 뉴욕에서 공연을 한 후 다시 만나 하룻밤을 보냈던 하윤철이 오윤희의 남편이 되어 돌아온다. 이들의 관계는 아무래도 주단태와 천서진에 대한 복수를 공동의 목표로 세우며 생긴 관계가 아닐까 싶다.

 

<펜트하우스> 시즌1에서도 지적된 바지만, 이 드라마의 개연성 부족은 작품 뒤로 숨겨져야 할 작가의 의도가 작품 앞으로 자꾸만 나오는데서 비롯한다. 오윤희가 풀려나야 하고, 복수를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못하는 건 치밀한 개연성을 만드는 노력 대신 성급한 결과만을 내놓기 때문이다. 과연 시청자들은 시즌2에서도 계속되는 이러한 허술한 개연성을 '마라맛'이라며 용인할까. 황당한 전개마저 '재미'라며 받아들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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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시즌2에서 이지아는 과연 예상대로 재등장 할까

 

무언가 시원한 사이다 복수극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시즌1 마지막에 고구마 만 개는 먹은 듯한 결말에 뒷목을 잡았을 법하다. 그토록 매회 매분 소리를 지르고 악다구니를 쓰며 머리채를 잡고 싸우고, 심지어 칼로 찌르고 불을 지르고 시체를 유기하는 등 별의 별 사건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악마 같던 헤라팰리스 사람들은 모두가 건재했다. 다만 그들과 대항하거나, 복수를 꿈꿨거나 혹은 약간의 양심의 가책으로 흔들렸던 이들만 무너졌다.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던 학생 민설아(조수민)가 일찌감치 죽었고, 그가 자신의 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복수를 꿈꿨던 심수련(이지아)도 주단태(엄기준)의 손에 칼을 맞았다. 

 

젊은 날 돈과 권력의 힘으로 모든 걸 앗아가 버렸던 천서진(김소연)에 대한 복수를 꿈꿨던 오윤희(유진)는 자신이 민설아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주단태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한때 믿고 따랐던 언니 심수련을 자신이 살했다는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죽은 민설아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국내로 들어와 주단태를 무너뜨리려 했던 로건 리(박은석) 역시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결국 <펜트하우스> 시즌1은 이 드라마가 처음 시작했던 헤라팰리스의 그 풍경으로 돌아갔다. 오윤희의 공판이 있던 날, 이들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파티를 즐겼다. 애초 이들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꿈꿨던 시청자들은 작가가 후려친 뒤통수에 얼얼함을 느끼며 시즌2를 봐야할지 아니면 더 이상 작가의 영악한 놀이에 휘둘리는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김순옥 작가는 마지막에 이르러 갑자기 할리우드 탈옥 범죄물을 연상시키는 너무나 작위적인 설정으로 시즌2에 대한 떡밥을 던졌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이송되던 오윤희를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로건 리가 구해내 납치하고, 심수련을 죽인 죄를 물었던 것. 오윤희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는 걸 강변하며, 로건 리가 든 날카로운 송곳을 자신의 목에 스스로 찍었다. 

 

물론 이런 장면으로 오윤희가 사망했다고는 이제 시청자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당연히 그는 죽지 않고 시즌2로 돌아와 못다한 복수극을 이어갈 것일 테니 말이다. 여기에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 심수련 또한 시즌2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그것은 기대감이 아니라, 김순옥 월드라면 그럴 거라는 허탈감과 조롱이 섞인 시청자들의 갖가지 상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펜트하우스> 시즌1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이제 개연성 없는 이 세계에서는 작가의 의지에 따라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보여준 어떤 내용들이 그렇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을 거라는 어떤 결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대신 김순옥 작가가 이전에 해왔던 막장드라마들 속의 기상천외하고 작위적인 방식들을 떠올리며 시즌2를 예상한다. 

 

죽은 심수련이 다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갖가지 시청자들의 예상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심수련이 아예 죽지 않았거나(그렇게 꾸며졌을 뿐), 심수련을 닮은 쌍둥이가 있거나, 심지어 점 하나 찍고 돌아올 것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예상들을 내놓는다. 

 

그래서 만일 이런 예상대로 시즌2에 심수련이 어떤 방식으로든 부활한다면 그건 <펜트하우스>라는 드라마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개연성이 없어 작가 마음대로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작위적인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세계. 그 민낯을 과연 시즌2는 예상대로 드러낼 것인가. 또한 그런 민낯을 이미 다 알고 있고 심지어 시즌1의 마무리를 통해 허탈하게 확인했음에도 시청자들은 이제 김순옥이니까 가능한 무개연성의 세계를 인정하며 받아들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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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가 불쾌한 건, 가난 혐오가 도를 넘어서다

 

"저게 얼마짜리 조각상인데 왜 하필 저기 떨어져 죽느냐고 왜?"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민설아(조수민)는 헤라펠리스 고층 건물에서 누군가에게 밀쳐져 추락했고 조각상 위에 떨어져 사망한다. 그런데 조각상 위에서 사망한 민설아를 올려다보며 이 헤라펠리스에 살고 있는 이른바 0.1% 상류층이라는 이들은 한 생명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 건물을 세운 주단테(엄기준)는 조각상 걱정이 먼저고, 강마리(신은경)는 이런 사건이 집값을 떨어뜨릴까 걱정한다.

 

민설아가 떨어져 죽는 그 순간, <펜트하우스>는 1주년 파티를 하고 있는 헤라펠리스 사람들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마치 베르사이유 궁정의 파티를 연상시키는 의상에 가발까지 쓴 이들이 무도회를 즐기고, 불꽃놀이 폭죽까지 터트려 올릴 때 민설아는 그 꼭대기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다 밀쳐져 추락해 사망한다. 이런 교차 편집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사이코패스나 다름없는 헤라팰리스 사람들의 악마 같은 욕망들을 드러내고 그들에 의해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되는 가난한 한 인물의 비극을 부각시킴으로써 시청자들의 공분을 일으키려는 의도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여기서 더 나아가 민설아의 사체를 끌어내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꼭대기에서 홀로 비관해 자살한 것처럼 꾸미고, 심지어 집에 불을 지른다. 한 생명이 살해당했고 그 사체가 유기됐으며 심지어 그가 살던 집에 방화까지 벌어졌지만, 헤라펠리스의 파티는 계속된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 유기를 도운 이들의 몸에는 저마다 민설아의 피가 흔적처럼 묻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 심지어 그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파티에 참석한 시의원 조상헌(변우민)은 화재 소식을 듣고도 "내가 소방관이야" 라며 가난한 이들이 사는 곳의 화재 따위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펜트하우스>가 시청자들의 공분을 끄집어내 불편하고 불쾌하지만 계속 보게 만드는 방식은 끊임없이 '가난 혐오'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민설아라는 캐릭터는 사실상 '가난 혐오'의 대상으로 등장해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살해되고 사체마저 유기되는 것으로 그 공분을 끌어내기 위해 탄생한 인물이다. 게다가 드라마는 이 인물이 주단테에 의해 바뀐 심수련(이지아)의 친 딸이라는 걸 드러낸다. 눈앞에서 자신의 딸이 떨어져 죽는 걸 목격한 심수련의 피의 복수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펜트하우스>에 대한 논란이 시작부터 거셌던 건, 여기 등장하는 중학생 아이들이 민설아에게 저지르는 폭력만큼, 이들이 갖고 있는 '가난 혐오'가 보기 불편할 정도로 시청자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부자라는 이유로 선민의식까지 가진 이들은 자식의 미래까지 돈으로 척척 결정해버리지만, 없는 자가 실력으로 그 곳에 오르려하면 "어디서 감히"라며 짓밟는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래서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명백하다. '가난 혐오'의 막장을 보여주는 인물들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처절한 복수가 그것이다. 화려해 보이지만 천박하고 더럽기 그지없는 그들의 민낯을 끄집어내 폭로하고, 헤라펠리스의 추악함을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드라마가 취하는 방식은 너무나 작위적이고 의도적이다. 민설아라는 한 인물을 마음껏 유린하다 버리는 그 방식은 이 작가가 갖고 있는 작품에 대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목적을 위해서는 뭐든 있는 대로 끄집어내는 것.

 

문제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목적만을 위해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주는 납득할만한 공감대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으면 목적을 이룬다한들 그 과정이 보여준 불편함을 지워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 한 순간의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불편함과 불쾌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 이것이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를 보는 시청자들이 겪는 일이다.

 

드라마의 목적은 바로 그 '가난 혐오'에 대한 복수를 담는 것이지만, 너무나 자극적인 과정들은 오히려 '가난 혐오'의 시각을 드라마가 드러내고 있다는 인상을 만든다. 본말이 전도됨으로써 생겨나는 일이다. 다소 뻔한 틀을 가져오고, 상투적 상황들을 반복하지만 불편함과 불쾌함이 주는 자극의 강도는 더 세진 <펜트하우스>를 보며 느끼게 되는 우려도 그 자극만큼 더 커졌다. 과연 이래도 괜찮은 걸까.(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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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탐정’, 귀신은 어떻게 스릴러로 부활했을까

KBS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은 문제작이다. 너무나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줘 막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반전소름을 일으키는 새로움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시청률이 2%대로 떨어지는 건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2회 만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다일(최다니엘) 사망하는 이야기가 담겨진 드라마다. 주인공의 죽음. 그래서 유령이 된 자가 사건을 수사해간다는 이야기. 이만큼 파격적인 드라마가 있을까.

하지만 이 전개는 일종의 트릭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에 충격적이면서도 당혹스럽다. 1회 첫 장면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질척한 땅을 뚫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이다일의 모습은 누군가 생매장시키려 했으나 가까스로 살아나온 자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2회에 가면 그렇게 빠져나온 이다일이 자신이 나온 흙더미 속에 제 손이 삐죽 나와 있는 걸 바라보며 경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그건 살아나온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었고, 그가 이제 유령이 되었다는 걸 드러내주는 장면이었다. 

실종된 어린 아이들을 추적하던 이다일이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감금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 일을 저지른 자가 그 집에서 일하던 유치원 교사 찬미(미람)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이다일은 결국 찬미가 휘두른 망치에 맞고 쓰러지고 땅에 묻혀 죽음을 맞이하고 찬미 역시 스스로 목매단 시체로 발견된다. 이야기의 겉면은 그래서 우리가 신문 사회면에서 자주 보며 공분하기도 하는 ‘악마 같은 어린이집 교사, 원장’ 이야기를 그대로 닮았다. 도대체 저게 사람이냐고 우리가 분노했던 그런 뉴스의 이야기. 

하지만 <오늘의 탐정>은 그것이 단지 이야기의 겉면일 뿐이라고 다시 이야기를 반전시킨다. 결국 찬미를 조종하는 미스터리한 귀신 선우혜(이지아)가 있었다는 것.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도 또 스스로 자살을 한 것도 모두 선우혜의 조종이 배후에 있었다. 이것은 <오늘의 탐정>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다일은 군인이었을 때 군 내부에 있었던 자살 사건이 자살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끝까지 진실을 밝히려 했던 인물이었다. 게다가 이다일의 모친 역시 집 욕조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지만 알고 보면 그 뒤에도 조종자 선우혜가 있었다. 

드라마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그들 스스로 벌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뒤에 그들의 마음은 건드리고 움직이게 만드는 귀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귀신 선우혜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그 방식이 주목된다. 그것은 선우혜가 주는 두려움이 사실은 그들 각자가 갖고 있던 죄의식이나 꾹꾹 눌러둔 분노의 감정 같은 것들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이다일의 모친에게 나타난 선우혜는 그가 이다일의 짐이 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자살을 선택하게 만들려한다. 물론 모친은 그 사실을 부정했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건, 선우혜라는 귀신의 조종이란 어찌 보면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저마다의 죄의식이나 분노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 안의 죄의식, 분노 같은 걸 상징하는 선우혜 같은 귀신이 저지르는 범죄(?)를 가정해서 이 드라마가 단 2회 만에 이다일을 죽은 귀신으로 만든 이유가 납득된다. 선우혜 같은 귀신을 막을 존재는 결국 귀신이 된 이다일 같은 존재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다일은 그래서 역시 동생을 잃게 된(그 역시 자살했지만 그 뒤에는 선우혜의 조종이 있었다) 정여울(박은빈)과 손을 잡고 선우혜가 벌이는 사건들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즉 이다일과 선우혜라는 두 명의 귀신이 있는 것이고, 이다일과 소통하는 정여울과 선우혜를 돌보는 남자간호사(전배수)가 있다. 귀신의 존재를 빼고 나면, 정여울이 탐정 한상섭(김원해), 형사 박정대(이재균) 그리고 법의관 길채원(이주영) 같은 인물들과 함께 자살로 위장된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이야기가 된다. 드라마적 상상력은 이 사건들 이면에 귀신들이 있었다 상정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 자살사건들은 이다일과 선우혜의 대결구도로 그려진다.

<오늘의 탐정>은 결코 대중적인 드라마라 보긴 어렵다. 일단 그 현실과 비현실이 뒤얽혀 반전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컬트적이기 때문이다. 소름은 돋는데 도대체 저게 무슨 이야기지 하며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워낙 사회에 벌어지는 흉흉한 사건들이 많아서 더 이상은 공포가 되지 못했던 귀신의 존재를 스릴러 장르와 엮어내며 부활시켰다는 점이다. 살인사건 이면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게다가 이런 설정은 우리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에둘러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저히 사람이라면 저런 짓은 할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그런 사건들이 너무 자주 뉴스로 등장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를 이 드라마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분노나 죄책감, 미움, 혐오 같은 것들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귀신이 저지를 법한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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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저씨가’ 던진 화두, 당신은 편안한가 괜찮은 사람인가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오랜 만에 서울에서 다시 이지안(이지은)을 만난 박동훈(이선균)은 그렇게 물었다. 그건 마치 선문선답 같았고, 이 드라마가 질문하려 했던 화두 같았다. 많은 드라마들이 그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해피엔딩을 그려내듯, <나의 아저씨>도 그 절절함이 늘 어두운 밤거리와 골목길로 그려질 만큼 어두웠지만 그 끝은 ‘편안함’에 이르렀다. 

박동훈은 회사를 차려 대표가 됐고, 이지안은 장회장(신구)의 소개로 부산에서 취업한 회사에서 인정받아 다시 서울 본사로 오게 됐다. 박상훈(박호산)은 이지안의 할머니 봉애(손숙)의 장례식을 통해 자신이 하려던 ‘기똥찬’ 계획들을 실행할 수 있었고 별거했던 아내 조애련(정영주)과 다시 합치려 하고 있었고, 박기훈(송새벽)은 진짜로 유명해져 이제는 영화 <노팅힐>의 줄리아 로버츠 같은 배우가 된 최유라(나라)와 헤어졌지만 포기했던 영화 시나리오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도준영(김영민)과 윤상무(정재성)는 회사를 떠났고, 그 빈자리에 박상무(정해균)가 복귀했다. 정희(오나라)는 이지안과 상처를 나누고 또 출가한 겸덕(박해준)이 찾아와 꽃을 선물해주면서 그간 마음에 쌓였던 아픔들을 치유해나갔고, 박동훈의 아내 강윤희(이지아)는 유학하고 있는 아들에게 가 자신도 공부를 했고 그렇게 떨어져 지내며 부서질 뻔 했던 가족의 고리를 다시 붙여나갔다.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편안함’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러한 편안함은 과연 드라마가 엔딩에 이르러 늘상 하던 그 방식 때문에 그렇게 그려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죽을 것처럼 아프던 상처들도 시간이 흐르고 지나다 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라지는 게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많은 욕망들이 스스로를 들볶아 상처를 더 긁게 만들고 그래서 가만 내버려두었다면 더 빨리 아물었을 상처가 계속 덧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회에 <나의 아저씨>가 봉애의 장례식을 담은 장면은 그래서 꽤 의미심장하고 인상적이다. 그것은 끝이지만 그 끝에서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여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삶을 기뻐한다. 우리네 장례식의 특징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은 그 곳에서도 축구를 한다. 죽음은 완전한 ‘편안함’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니 아파할 일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일이다. 

장례식이라는 비극에 더해지는 희망 같은 걸 <나의 아저씨>는 그 엔딩에 담아 넣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지는 건 그 끝을 대하는 ‘괜찮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지나쳤을 수도 있는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모여 고인을 애도해주고 남은 이를 위로해주던 사람들. 그들을 스스로를 “그렇게 괜찮은 사람 아니야”라고 말하곤 했지만, 이지안이 박동훈에게 단호하게 말했듯, 그들은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엄청.

<나의 아저씨>는 굉장한 성공 혹은 굉장한 행복을 담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행한 이들을 담았고, 그 불행으로부터 ‘편안함’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아픈 그들에게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겸덕 같은 출가한 인물이 등장해 구도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어쩌면 이 드라마가 담으려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삶의 자세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굉장한 성취를 하려 애쓰거나, 그것을 하지 못해 좌절하는 그런 것은 진짜가 아니다. 그것보다 ‘편안해지는 것’이 진정한 삶의 행복이라는 것. 

늘 어두운 밤거리와 골목길만을 주로 보여준 드라마지만, 그 어둠 때문에 오히려 더 돋보인 건 그 안에서 힘겨워하면서도 따뜻한 온기를 보여준 사람의 흔적들이었다. 어느 햇볕 좋은 밝은 대낮에 우연히 도심의 카페에서 다시 만나 미소를 나누는 이지안과 박동훈처럼,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이들은 그렇게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충분함을 느낀다.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이 드라마의 질문은 이제 우리들에게 던져진다. 당신은 편안한가. 편안해질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사람인가. 아마도. 엄청.(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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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자들의 연대 ‘나저씨’, 괜찮다고 진짜 괜찮은 걸까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이선균) 앞에는 두 개의 세계가 병치되어 있다. 그 한 세계는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도 서슴없이 하는 회사. 왕전무(전국환) 측이 박동훈을 상무로 올리려는 것도 반대파인 도준영(김영민) 대표 측과 대결하기 위함이다. 심사를 대비해 왕전무의 측근들은 박동훈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이지안(이지은)과의 관계를 미리 추궁한다. 그들에게 사실관계 그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또 이지안을 잘라버리는 것은 당연하다고까지 생각한다. 그래서 그 관계를 설명할 그럴 듯한 스토리를 짜서 박동훈에게 대비하라고 한다. 

건물의 안전을 진단하고 대비하는 일을 하고 있는 회사지만, 이 회사의 내부는 무너질 듯 불안하다. 경영진들이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살길에만 더 몰두하고 있어서다. 도준영파와 왕전무파의 정치대결은 상대방에게 미행을 붙일 정도로 극에 달해있다. 죽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정치 싸움 속에서 회사가 하는 안전진단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다. 건물주들의 뒷돈을 받아 대충 안전하다 서류를 만들기도 하고, 제대로 안전진단을 한 박동훈 같은 사람을 앞뒤 꽉 막힌 인간이라며 손가락질을 한다. 이 세계에 가치 따위는 없다. 오로지 돈과 권력이 가치가 되는 세계다. 

하지만 박동훈의 앞에는 또 다른 한 세계가 있다. 그건 정희네 선술집이다. 그 곳에는 ‘망가진 자들’ 혹은 ‘끝난 자들’이 모여든다. 그 술집을 운영하는 정희(오나라)가 그렇다. 그는 스님이 된 겸덕(박해준)과 연인 사이였지만, 이젠 그렇게 홀로 남아 선술집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매일 술에 취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들고, 모두가 돌아갈 집이 있지만 자신은 그 일터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삶이다. 그래서 괜스레 퇴근을 해보기도 하고, 빨래와 세수를 하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아직은 “괜찮은 삶”이라고 말한다. 

그 곳을 찾는 아저씨들은 한 때 그래도 번듯한 직장에 지위까지 있었던 인물들이지만 지금은 한 마디로 ‘망가진 자’들이다. 그런데 그 망가진 자들이 함께 모여 술판을 벌이는 그 곳은 왠지 따뜻하고 훈훈하다. 세상에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 하나의 연대가 되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그런 세상 밖에 세상이다. 연기력이 없어 늘 구박받고 살아가는 최유라(나라)가 그 곳을 찾아 아저씨들이 “망가진 게 너무 좋다”거나 “끝난 사람들이라 부럽다”거나 하는 건 그래서다. 망가졌어도 끝났어도 그렇게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박동훈은 그 망가진 자들 중 한 명이면서 동시에 저 이전투구의 세상에 발을 디딘 자다. 세상의 더러운 일들이 벌어져도 ‘자기희생’을 미덕으로 삼아 살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도저히 희생이라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 일도 벌어진다. 아내 윤희(이지아)가 도준영 대표와 바람을 피운 일이다. 그는 친구인 겸덕을 찾아가 마음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겸덕은 말한다. 희생 말고 좀 이기적이라도 먼저 행복해지라고. 

박동훈이 힘겨운 건 모두가 포기하며 살아가는 가치를 지켜내며 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냥 쉽게 적당히 타협하고 가진 권력을 이용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면 쉽게 살 수 있는 길이 있지만, 그에게는 ‘정희네’ 사람들이 가진 그 ‘망가진 자들’을 이해하고 때론 존경하는 마음이 남아있다. 춘대(이영석)가 이지안을 보살펴온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존경합니다”라고 말하고, 이지안이 할머니 봉애(손숙)를 보살피며 사는 모습을 보고는 “착하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받는 불이익들을 그는 감수한다. 이지안은 박동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그가 그런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해고하라고 하지만 박동훈은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한다. 그런데 과연 현실에서 그 누가 이렇게 홀로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을 알아봐 줄까. 또 망가진 자들이 한 때는 저마다 빛나는 존재였다는 걸 그 누가 말해줄까. 

<나의 아저씨>는 그래서 세상이 버린 가치를 지키다 망가져간 이들을 위한 헌사를 담고 있다. 이지안에게 봉애가 박동훈은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그는 박동훈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윤희가 한 불륜이 “넌 이런 대접 받아도 싼 인간”이며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박동훈의 말을 떠올린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가치를 지키려 애쓰는 이들을 가치 없는 인간으로 치부하는 세상. 이지안의 눈물은 그들의 가치를 들여다보는 시선이 주는 따뜻한 위로를 담고 있다. 왜 우냐는 봉애의 질문에 이지안은 이렇게 말한다. “좋아서. 나랑 친한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인간의 가치가 무너진 갑질 세상 속에서 그 가치를 봐주는 이가 있다는 위로만큼 큰 게 있을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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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가 우리네 비틀어진 현실에 던지는 아픈 질문

어째서 바르고 착하게 살려고 하는 것뿐인데 이들은 이렇게 힘들까.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이선균)에게 이지안(아이유)이 함께 사는 봉애(손숙)는 “좋은 사람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도 그랬다. 최소한 바르게 살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건축구조기술사로서 건물의 위험을 미리 알아내고 건물주로 하여금 사고를 예방하는 일이 그의 일이지만, 회사는 고객이기도 한 건물주를 위해 문제를 눈감아주라고 강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본분을 벗어난 일이라며 자신의 일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박동훈의 ‘소신’은 그가 회사에서 성공가도를 달리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회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장인 도준영 대표(김영민)의 오른팔이 된 윤상무(정재성)처럼 “라인을 잘 타야” 한다. 갖가지 비리와 음모를 저지르며, 일보다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를 하는 것. 그것이 성공의 길이다. 그와 대립각을 세우던 왕전무(전국환)의 라인인 박상무(정해균)는 결국 저들의 계략에 빠져 강등 퇴출되어버린다. 어떻게든 자기 자리로 돌아오려고 도준영의 뒤를 캐는 박상무 역시 다른 인간이 아니다. 그 역시 라인을 타고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못 저지를 부정과 비리가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박동훈은 그러기에는 작은 것들에도 신경을 쓰는 세심한 인물이다. 드라마 첫 회 첫 시퀀스에서 사무실로 날아온 무당벌레 때문에 소동이 벌어졌을 때 이를 때려잡으려는 직원의 손을 제지하며 그 벌레를 잡아서 놔주려 했던 그 장면이 박동훈이라는 인물을 잘 말해준다. 그는 벌레 한 마리 쉽게 죽이지 못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렇게 살리는 벌레를 무심하게 툭 죽여 버리는 이지안도 삶이 그를 그렇게 내몰았을 뿐, 그 본심은 착한 인물이지만.

이지안은 그 첫 장면에 벌레를 죽이는 모습에서부터 어딘가 심상찮은 인물이라는 걸 드러냈고, 결국은 박동훈에게 잘못 배달되어온 뇌물을 훔치는 모습으로 그저 사무실 아르바이트 직원은 결코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또 도준영과 박동훈의 아내 강윤희(이지아)가 불륜관계인 것을 알아채고 그걸 은근히 협박하며 도준영에게 박동훈과 박상무를 모두 내보내게 해주겠다며 2천만원을 요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지안의 이런 행동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었다. 정의니 소신이니 진실이니 하는 것들은 그에게는 배부른 소리였다. 그래서 봉애가 박동훈이 “좋은 사람 같다”고 말했을 때 그가 “돈 많은 사람은 좋은 사람 되기 쉽다”고 한 말은 그의 심사를 잘 드러낸다. 그는 좋은 사람이 되는 일 같은 건 자신에게는 ‘배부른 사치’로 여긴다. 사채업자에게 빚 독촉을 당하고 말도 못하며 운신도 못하는 할머니 봉애를 건사해야 하는 삶. 눈앞에서 할머니가 당하는 폭력 앞에 결국 칼을 들어 살인자가 되어버린 삶. 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지만 그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할머니를 건사한다는 그 상황이 이지안의 숨겨진 실체를 드러낸다. 일하고 들어와 자신은 봉지커피 두 봉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도 할머니에게 홍시를 사다 주는 인물이다. 혹여나 추울까봐 할머니가 누운 이부자리를 이리 저리 옮겨주는 인물이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을 할머니가 달을 보고 싶어하자 마트의 카트를 훔쳐 할머니를 태우고 달을 보러 나가는 인물이다. 

그 누구도 바른 박동훈과 착한 이지안의 실체를 봐주지 않는 세상이지만, 그래서 어딘지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그것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실체를 보게 된다. 박동훈을 직장에서 쫓아내고 대표로부터 돈을 받아내려 그의 핸드폰에 도청장치를 한 이지안은 어쩌다 그의 퍽퍽한 삶과 그 속에서도 바르게 살려는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카트에서 떨어진 과일을 들고 이지안의 뒤를 쫓아갔다가 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 박동훈은 달구경을 하고 돌아온 할머니를 집까지 업어다 주고는 이지안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착하다.”

그런데 그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착하다”는 말 한 마디가 너무나 아프고 짠하게 다가온다. 그건 삶이 지독할 정도로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착하게 살아가는’ 그 어려운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다. 그 절벽처럼 어두운 현실에서 ‘착하고 바른 삶’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삶의 절망감 같은 것들이 거기서 느껴져서다. 

어쩌다 바르고 착하게 사는 이들은 이렇게 힘겹고 소외된 삶을 살아가게 된 걸까. 오히려 부정을 저지르고, 적당히 비겁하게 현실과 타협하고,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는 위악스런 행동들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 더 잘 살아가는 현실이 된 걸까. <나의 아저씨>가 우리네 비틀어진 현실에 던지고 있는 아픈 질문들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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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주도권 쥔 이지은이 주는 묘한 카타르시스

이 드라마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기대된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첫 회는 한 마디로 짠 내가 풀풀 진동했다. 이지안(이지은)은 사채업자에게 폭행까지 당하며 돈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고, 박동훈(이선균)은 엉뚱하게 상무와 이름이 비슷해 잘못 배달된 뇌물봉투로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아르바이트에서 손님이 남긴 음식을 싸와 배를 채우고, 운신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할머니(손숙)를 보살펴야 하는 이지안의 상황은 너무나 가혹해보였다.

하지만 단 2회 만에 이 모든 상황이 뒤집어졌다. 회사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관계를 눈치 채고 도준영 대표(김영민)가 박동운 상무(정해균)을 퇴출시키려 뇌물을 보냈으며, 박동훈의 아내 윤희(이지아)와 불륜 관계라는 것까지 알게 되면서 이지안이 모든 주도권을 쥐게 된 것. 이지안이 박동훈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책상 서랍에 넣었던 뇌물 봉투를 훔쳐간 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이지안이 그 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림으로써 박동훈이 뇌물을 거부한 모양새가 된 것. 

회사 내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아르바이트생이었던 이지안이 도준영과 마주하는 장면은 그래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대표이사지만 이지안은 그런 건 아랑곳없이 그에게 맹랑한 제안을 한다. 자신이 박동운 상무와 박동훈 부장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제안이다. 어찌 보면 황당할 수 있는 제안이지만 이지안이 보여준 때론 과감하고 때론 영악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들을 떠올려 보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제안이다. 그 순간 대표이사와 아르바이트생이라는 권력관계는 역전된다. 

<나의 아저씨>는 그래서 ‘아저씨’가 아닌 ‘나’ 즉 이지안이 모든 상황을 쥐고 흔드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여기서 아저씨에 해당되는 박동훈은 한 마디로 착해빠진 데다 어딘가 늘 억울한 일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뇌물 봉투를 받았을 때도 그냥 갖기보다는 양심 때문에 머뭇댔던 인물. 그냥 성실히 자기 하는 일을 해가며, 노모와 형제들을 부양하다시피 하는 가장이고, 아내가 도준영과 불륜관계이며 곧 이혼을 요구할 거라는 것도 까마득히 모르는 인물이다. 

그래서 부장 직책을 가지고 있지만 힘은 하나도 없어 보이는 아저씨 박동훈과 당장 돈 되는 일이면 뭐든 할 것 같은 영악한 청춘 이지안의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다. 박동훈이 이지안을 챙기거나 도와줘야 할 것 같은 위치로 보이지만, 이 관계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어딘지 불쌍하고 억울해 보이는 박동훈을 이 영악한 이지안이 도와주기를 시청자들이 오히려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나의 아저씨>는 우리 사회에서 밀려나거나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두 세대를 주인공을 내세웠다. 하나는 이제 곧 퇴출될 위기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아저씨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런 희망조차 찾기 힘든 삶을 버텨내며 그 살벌한 현실 속에서 단단해진 청춘이다. 과연 이 청춘은 아저씨를 구해주는 존재가 될까 아니면 그가 대표이사에게 제안한 것처럼 그를 퇴출시키는 존재가 될까. 그 모든 주도권이 이 작고 가녀리게 보이는 청춘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지금껏 봐왔던 대부분의 빈부와 세대와 성별의 구도를 훌쩍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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