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국적을 넘어 우리는 과연 소통할 수 있을까

연일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로 연예계가 들썩거린다.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사실은 전 세계의 유력 매체들에 의해 긴급 타전되었고,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 역시 빌보드의 뉴스에서 다뤄졌다. 게다가 모두가 기대하던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K팝 그룹 최초로 10위로 진입한 사실 역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빌보드의 뉴스는 이들이 보여주는 행보를 ‘현상(Phenimenon)’이라고 표현한다. 즉 단순한 음악적 성취 그 이상의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영어권의 음악으로서 방탄소년단이 만들어낸 전 세계적인 열광은 ‘신드롬’이라고 불러야 비로소 합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의 무대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관객들이 보인 반응은 실로 과거 영국의 비틀즈가 미국을 ‘침공’했을 때 벌어졌던 열광적인 모습들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는 영어권이라는 공통의 바운더리가 있었다면, 이번 방탄소년단은 국적은 물론이고 언어까지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현상이라 부를 만했다. 

생각해보면 이미 새로운 시대는 인터넷이라는 전 세계를 엮어낸 네트워크를 통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 같은 공간을 통해 조금씩 글로벌 문화를 공유해왔다. 거기에 국가나 언어는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해외에서 올려진 어떤 영상들도 우리는 그 공간 속에서 동일하게 누리기 시작했다. 마찬가지의 흐름은 정반대로도 이어졌다. 싸이가 ‘강남스타일’이라는 곡으로 보여준 건 미국 시장으로 강제진출하게 된 것만이 아니라, 국적과 언어를 뛰어넘는 글로벌 문화의 가능성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소거된 이 네트워크 공간의 빠른 소통과 전파 속에서 방탄소년단이 이번 빌보드 차트 입성으로 보여준 것 역시 글로벌 문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다. 그간 문화란 국적, 언어와 떼놓을 수 없는 한계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한류’니 ‘K팝“이니 하는 용어 속에 국적의 의미들이 담기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문화적 교류의 단계는 이제 국적과 언어의 차원을 넘어서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이 보여주는 음악의 특징은 이런 경계를 넘어선 요소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거기에는 K팝 특유의 색깔(아이돌이니 군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힙합, 댄스, EDM 심지어 라틴 음악까지 공존하고 있다. 이것은 이제 이미 보편화된 음악적 장르가 사실상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새로운 ‘글로벌 언어’로서 자리하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방탄소년단의 성취를 보면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그간 시간과 공간(국적과 언어를 포함한)의 제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문화가 이제는 디지털에 의해 융합되는 ‘글로벌 문화’로 나아가고 있는 그 흐름이다.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또 20세기적인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적 틀에 얽매여 있을 일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지구촌이라는 새로운 글로벌 문화지대에 걸맞는 관점과 문화적 콘텐츠들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방탄소년단 ‘현상’은 그 새로운 세계를 음악이라는 ‘글로벌 언어’를 통해 우리 앞에 증거해 보이고 있다. 그러니 물론 자랑스럽고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단지 그 놀라운 성취에 도취될 것만이 아니라, 이제 그 세계에 어떻게 모두가 동참하고 공감해갈 것인가를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다.(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한 번은 겪어야할 중국의 한류 차단, 체질 강화 기회로 삼아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류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공공연히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아예 내 놓고 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한류가 흘러가는 물꼬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들에서 이제 한류 콘텐츠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최근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도깨비>가 사드 보복으로 인해 공식적인 루트를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터넷 사이트로 흘러들어가던 그 흐름조차 막혀버렸다. 중국의 대표적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유쿠(優酷)와 투더우(土豆), 아이치이(愛奇藝), 큐큐(QQ) 사이트 등에서는 <도깨비>는 물론이고 <런닝맨> 같은 인기 한류 콘텐츠도 사라졌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한 때 차이나 드림을 꿈꾸던 시각은 이제 냉정한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 본래 이처럼 중국에 거의 올인하는 듯한 한류의 흐름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 큰 시장이 열렸고 양국의 콘텐츠 종사자들이 글로벌 콘텐츠를 지향하며 협력하려는 모습이 강했기 때문에 중국 시장은 미래를 위한 괜찮은 비전이 되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국익에 대한 적절한 대책 없이 사드를 도입하고 그것을 이유로 중국 당국이 금한령을 내리는 20세기에나 어울릴 법한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그 비전만을 따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뒤집어 생각하면 이번 사드 보복 조치는 그것이 본래 차이나 드림이라는 가면에 가려진 중국 시장의 실체를 보게 만든 계기라고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도 광전총국에 의해 그 때 그 때 한류의 흐름에 제동이 걸려왔던 게 실제 벌어져온 일들이다. 그러면서도 이처럼 전면적인 제재까지 벌어지리라고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제는 냉정하게 중국시장의 진면목을 바라봐야할 시점이다. 

일본 한류가 엄청난 기세로 번져가다가 한일 양국의 관계가 차갑게 식어버리면서 주춤하게 됐던 상황을 다시금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일본 한류는 혐한 정서가 생겨나고 지금도 그런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일정부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당시 일본 한류가 주춤할 때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을 상기해보면 이번 중국 한류에 낀 먹구름은 또 다른 시장을 찾아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번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일본 시장으로 그 주 목표를 바꾸는 대형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동시에 한류의 신흥 개척지로 떠오르고 있는 남미나 중동,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싱가폴 등으로 한류 다각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일 간의 정치외교적 갈등들이 여전하다고 해도 대중문화 교류는 끊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중국이 이런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마치 강물의 흐름을 막겠다는 식의 시대에 역행하는 흐름으로서 ‘고립’의 길을 자초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콘텐츠 생산국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래서 시장이다. 당연히 중국이 막힌다면 다양한 시장을 찾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늘 해외 시장에만 의존해야 하는 콘텐츠 사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작은 땅덩이로 수출에 의존해온 것이 우리네 산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콘텐츠 산업의 구조는 과거 삼각무역에 의존했던 물질적인 상품 무역의 구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에 상륙을 준비하고 있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서비스 업체의 흐름을 본다면 이제 콘텐츠 산업에서 국내와 국외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금껏 콘텐츠 산업, 특히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주로 그 플랫폼 기반이 지상파 TV나 케이블 같은 곳에 맞춰져 있었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거기에 맞춰진 콘텐츠는 사실상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즉 이 인터넷 플랫폼의 개발은 향후 우리 콘텐츠가 굳이 중국이나 일본, 미국 등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도 글로벌 사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열심히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마켓에서 그것이 사고 팔리는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지속적인 한류의 성장을 가능하게 해줄 청사진이 아닐까. 사드 보복 같은 일들이 우리에게 지금 촉구하는 건 이런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의 시대에 맞는 콘텐츠 산업의 체질개선이다. 치졸한 일이지만 중국의 이런 보복조치는 어차피 언젠간 일어날 일이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콘텐츠 산업 자체에 스스로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뇌관을 심는 자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이아바>, 불륜보다 흥미로운 다양한 관점들

 

결혼생활이..... 어느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봐라.. 안 힘들고 안 버거운 사람 있나... 그만큼.. 책임이 따르고...무게가 있기에 결혼서약을하고, 하는거지.. 버겁고. 힘들다고.. 조그만한.. 바람에 흔들리면.. 세상사람 다 흔들리고 쓰러지지...... 나쁜 ×.. 진짜 힘들었을 때.. 말했어야지.. 다른 사람한테 말고.. 그게 예의지.. 나쁜..’ - 한은정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사진출처:JTBC)'

종종 별 보러 오자던 남편은 어디로 가고~~ 그 남편에게 다른 여자들과 둘이서 영화 보고 차 마시고 술 마실 여유는 있었어도, 독박가사에 독박 육아 하는 맞벌이 아내 마음 헤아릴 여유는 없었던 거지... 이 드라마가 위기를 외면하는 부부에게 예방주사가 되면 좋겠다. 이미 일 벌어지고 수습하기엔 상처가 너무 크잖아...’ - 차연

 

이 드라마를 단지 바람 폈다는 사실만 주목하면 안돼지. 이선균과 송지효가 살면서 서로에게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먼저 따져야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정말 결혼한 다음 서로에게 충실한 것하고는 거리가 먼 사회이지. 잡은 물고기에게 왜 먹이를 주냐 식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 드라마 보지마라. 그런 사람들은 욕밖에 할 게 더 있냐?’ - anjfqhkf

 

JTBC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 대한 기사에는 이런 댓글들이 빼곡하게 달려있다. 드라마에서는 마침 불륜을 저지른 정수연(송지효)이 자신이 왜 그렇게 됐는가에 대해 힘들었던 자신의 심사를 눈물을 흘리며 남편 도현우(이선균)에게 말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맞벌이 하는 워킹우먼으로서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잘 하기 위해 뛰고 또 뛰었고 그게 누구에게나 있는 일로 치부하던 차에 그 사람이 보여주는 친절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갔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정을 가진 워킹우먼들의 입장에서 그녀의 말이 공감 가는 쪽도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하나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는 시청자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도현우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가끔 애 데리러 가줬고 또 쓰레기도 치워줬다며 자기도 할 만큼 했다고 말하는 도현우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며 도현우의 입장을 지지하는 분들도.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가 그 내용 안에 이 불륜에 처한 정수연과 도현우의 상황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을 담아놨다는 점이다. 게시판에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제목으로 도현우가 글을 올려놓자 거기에 대한 익명의 여러 사람들이 의견들을 계속 덧붙인다. 당장 이혼하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참치마요처럼 차분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대처해나가라는 조언도 있다. 그 참치마요에게 너무 자기 입장에서 입바른 소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고, 그가 쓴 한 줄 한 줄의 진심에 감동하는 입장이 올라오기도 한다.

 

즉 드라마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륜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이 있고, 그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또한 다양한 입장들을 내보이고 있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사실 이렇게 되면서 드라마는 단순히 불륜이 갖고 있는 자극적인 상황들이 무한 전개되는 것을 벗어나 좀 더 결혼이라든가 부부관계라든가 혹은 일과 가정에 대한 이야기들 같은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이 서로 개진되는 장을 마련해준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그 드라마 속 정수연과 도현우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여러 의견을 달고 때로는 격론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어쩌면 그간 당연히 생각해왔던 결혼과 부부관계 같은 것들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가진 독특함이 드러난다. 드라마적 상황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그 일종의 상황극을 통해 저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 이것은 우리가 단순히 이 드라마를 불륜극이다 말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스포츠에 모두가 열광하던 시대 저물고 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그리고 2002월드컵까지 국가스포츠를 지상파가 일제히 방영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처럼 여겨진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리우 올림픽을 하는 현재는 어떨까. 올림픽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입장은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시대가 어느 땐데 여전히 국가스포츠냐는 이야기부터, TV를 켜면 지상파 방송3사가 똑같은 중계를 갖고 경쟁하는 것이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W(사진출처:MBC)'

이런 불만이 표면적으로 터져 나오는 가장 흔한 사례는 드라마 결방이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이 논란은 특히 잘 나가는 드라마들의 경우 심지어 방송사가 시청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리기도 한다. 월화드라마에서는 <닥터스>가 그렇고, 수목드라마에서는 <W>가 그렇다. 올림픽 중계 때문에 이들 드라마를 결방하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번 리우 올림픽이 시차 때문에 새벽 중계가 많아진 탓도 있지만 올림픽 중계방송 자체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도 과거만 하지 못한 면은 분명히 있다. 밤 시간대에 하는 올림픽 중계방송도 10% 시청률을 넘기는 건 어렵게 되었다. 겨우 7,8%에 머물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엔 거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렇게 된 건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 패턴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금의 시청자들은 굳이 지상파에서 본방을 통해 중계방송 시청을 하기 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하이라이트시청이 익숙하다. 사실 방송 프로그램 자체도 본방보다 인터넷을 통해 이른바 짤방을 보는 것이 익숙해진 세대들이 아닌가.

 

게다가 국가스포츠라고 하면 무조건 봐야 한다는 생각도 이제는 과거의 유물처럼 되어 있다. 과거 88올림픽 같은 국가적 제전에 국민 모두가 참여해 응원하던 풍경은 요즘처럼 취향이 다양해진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건 선진국들의 올림픽 같은 국가스포츠에 대한 태도와 유사하다. 미국의 경우 올림픽을 해도 대중들이 더 관심을 갖는 건 개인적 취향이 뚜렷한 저마다의 프로스포츠들이다.

 

무엇보다 지상파의 올림픽 중계방송이 과거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건, 단적으로 올림픽 중계방송을 하지 않는 tvN 같은 케이블 채널의 방송 프로그램들이 이 시즌에도 여전히 괜찮은 시청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올림픽이 한창이던 월요일 tvN에서 방영된 <싸우자 귀신아>3%대의 정상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집밥 백선생>의 경우는 오히려 시청률이 3% 이상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이제 올림픽 중계를 해도 각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올림픽 중계와 본방 사이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른바 보편적인 시청을 염두에 둔다면 올림픽 중계를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결방은 의외로 강한 반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제 지상파들이 올림픽 같은 국가스포츠 제전에 모두 뛰어들어 같은 중계를 두고 방송 경쟁을 하는 건 어딘지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3사에 올림픽 방송에 있어서 순차방송을 권고한 건 그나마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위한 최소한의 지침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이렇게 방송3사가 모두 올림픽 중계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은 그다지 탐탁해하지 않는 눈치다. 국가스포츠의 시대는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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