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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이어 초능력 ‘염력’, 연상호 감독이 더한 한국적인 맛

뭐 이렇게 소시민적인 슈퍼히어로가 있을까. 아마도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염력>을 본 관객은 조금 당황했을 지도 모르겠다. 흔히 슈퍼히어로라고 하면 멋진 슈트를 차려입고 액션 또한 화려하다고 여기겠지만 <염력>의 석헌(류승룡)은 그런 슈퍼히어로하고는 거리가 멀다. 평범한 은행 경비원 차림 그대로이고, 몸이 붕 떠서 날아오를 때보면 엉거주춤한 자세가 영 슈퍼히어로의 그것과는 딴판이다. 

그가 염력으로 거대한 차를 공중에 떠올릴 때 보면 그 동작은 마치 차력사의 그것처럼 보인다. 입으로는 연실 기합을 집어넣고 양손을 허공에 내젓는 슈퍼히어로의 면면이라니. 그래서 그의 이런 초능력은 놀라움이나 스펙터클을 보여주기보다는 웃음을 준다. <염력>은 그래서 슈퍼히어로 무비라기보다는 사회극적인 요소들을 담아낸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이 더 하다. 

물론 슈퍼히어로의 면면만 다른 게 아니다. 석헌이 맞서게 되는 적들도 우리가 봐왔던 그런 초능력을 가진 적들이 아니다. 그들은 재개발을 하기 위해 철거민들을 몰아내려 하는 용역업체 사장이고, 그를 고용한 건설업체 상무다.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라 말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악역으로 등장한 홍상무(정유미)의 대사가 압권이다. “진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기도록 태어난 사람들이라고요. 에네르기파? 그거 아니에요. 대한민국! 국가 그 자체가 능력인 사람들이라고요."

바로 이 대사는 이 영화가 슈퍼히어로라는 색다른 존재를 끄집어내 하려는 이야기를 명백하게 드러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지구 혹은 나아가 우주를 지켜내는 그런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당장 생계가 막막하지만 권력을 가진 기득권자들에 의해 삶의 터전까지 빼앗기는 서민들을 지켜주는 그런 인물이라는 것. 

당연히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물이 가진 스펙터클과 반전의 반전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염력>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적으로 상정된 존재들이 우리에게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재개발의 폭력들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염력>의 지극히 소시민적인 슈퍼히어로가 주는 유쾌함은 충분히 즐길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도 이런 슈퍼히어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렇고, 또 그 슈퍼히어로의 면면이 할리우드를 카피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식으로 해석됐다는 면이 그렇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염력>을 통해 확실한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외국의 장르물에서나 등장했던 좀비나 초능력자 같은 존재들을 우리 식의 토속적인 색깔을 덧씌워 풀어낼 줄 아는 감독이 된 것. 그의 작품이 오히려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그들에게 좀비나 초능력자는 더 익숙한 존재지만, 우리 식으로 해석된 영화가 주는 묘미는 독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펙터클의 함량이 적다는 건 약점이다. 하지만 이건 어쩌면 투입된 자본의 문제일 수 있다. 한정된 물량으로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하고 이런 성취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상찬받을 만한 일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들의 화려하지만 황당하기 만한 스펙터클에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의 블랙코미디적인 서민영웅의 면면이 참신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게다.(사진:영화'염력')

Posted by 더키앙

<아수라>의 호와 불호를 나눈 것들

 

영화 <아수라>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안남시의 집들을 부감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 집들에는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는 물러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리고 카메라는 곧바로 이 안남시장 박성배의 가 되어 일하고 있는 형사 도경(정우성)으로 옮겨간다. 재개발, 시장, 비리형사, 조폭. 시작 부분의 몇 장면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어떤 것이 될 것이라는 걸 대부분 이야기해준다. 재개발을 하기 위해 조폭들과 비리형사들까지 싸그리 제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대는 절대 악 박성배의 갖가지 비리들을 덥기 위해 도경은 손에 피를 묻힌다.

 

사진출처:영화<아수라>

그런데 그의 앞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성배를 끌어내리려는 검사 김차인(곽도원)이 나타나면서 그는 박성배와 김차인 양자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꼬여버린다. 도경은 회복되기 어려운 병으로 병원생활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아내를 위해 박성배의 손을 잡고 있지만, 그의 비리를 꿰고 점점 압박해 들어오는 김차인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그가 시키는 일들을 한다. 결국 중간에 끼어 양쪽에서 두들겨 맞는 도경의 얼굴은 갈수록 망가져간다.

 

<아수라>가 보여주려는 건 그래서 명확하다. 시장도 깡패도 검사도 형사조차도 믿을 수 없는 아수라판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정치와 손을 대고 있는 시장과 검사의 권력 다툼 사이에 끼어 새우등이 터지는 도경의 현실은 아마도 우리네 현실의 극화된 상징을 보여주는 것일 게다. 흔히들 말하는 하라는 민생은 안하고 쌈질들이나 하고 서민들만 죽어나가...”는 현실.

 

이처럼 <아수라>가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하지만 영화는 스토리적인 개연성에 있어서는 많은 허점을 보인다. 즉 액션이 보여주는 막연한 현실 환기는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갖는 좀 더 구체적인 이유나 근거 같은 것들이 별로 제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성배는 왜 재개발을 하기 위해 그토록 극악한 짓을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고, 이는 또한 김차인이 그토록 박성배를 잡으려고 하는 이유 또한 구체적이지 않다. 그나마 구체성을 띤 인물은 도경이다. 그는 병으로 죽어가는 아내 때문에 모든 것들이 절실해진 캐릭터다.

 

이렇게 좀 더 확실하고 구체적인 개연성들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을 이 영화는 이러한 누아르가 가진 클리셰로 넘어가고 있다. 첫 장면에 등장한 재개발, 시장, 조폭, 형사 같은 누아르물이 으레 우리에게 전하는 클리셰들. 대신 영화는 그 클리셰들을 김성수 감독 특유의 피가 철철 흐르는 잔혹함과 동시에 미학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상 연출을 통해 넘어서려 한다.

 

실제로 이번 <아수라>에서 김성수 감독이 보여준 액션 연출은 독보적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추격신에서 카메라가 차에서 차로 넘나드는 장면은 지금껏 우리네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액션 연출이었다. 하지만 개연성이 잘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 겹쳐지는 과할 정도로 피가 튀는 살벌한 장면들은 영화에 빠져들게 하기 보다는 어떤 불편함을 만들어낸다.

 

그나마 이러한 빈약한 개연성을 온전히 채워주는 건 연기자들의 명연기다. 황정민, 정우성,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김원해... 한 명만 데리고도 티켓파워가 어마어마할 그들은 <아수라>에서 한 마디로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줬다. 보는 이들을 치가 떨리게 만드는 악역을 완성한 황정민, 어설픈 형사에서 점점 조폭의 잔인함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제대로 연기한 주지훈, 황정민과 대응해 전혀 밀리지 않고 압도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 곽도원이나 마치 마동석 같은 단단한 액션을 보여준 정만식, 그리고 이 영화의 작대기라는 캐릭터로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원해가 그렇다. 물론 주인공인 정우성의 미친 듯한 신들린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즉 영화는 호불호의 요소들이 분명하다. 김성수 감독 특유의 누아르 연출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 끝점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피가 철철 흐르는 영화가 제 취향이 아닌 분들이라면 그 액션들이 너무 과하다 여겨질 수 있다. 영화가 말하려는 서민들만 등터지는현실 이야기에 대한 공감이 있고 무엇보다 명배우들의 명연기는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남는 구체성이 결여된 개연성의 부족은 아쉬움으로 남는 작품이다. <아수라>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수밖에 없는 영화다.

Posted by 더키앙

철거왕, 영화 같은 이야기? 끔찍한 현실이다

 

‘철거왕’. 마치 조폭영화 제목 같다. 실제로 무수한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재개발 현장에서 이른바 ‘용역’으로 활동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다지 낯선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 현실로 실감하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각목과 쇠파이프와 화염방사기, 물대포차, 포크 레인 앞에서 뼈가 부서지고 살이 타면서도 터전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던 주민들의 고통을 어찌 전부 알 수 있단 말인가.

 

'SBS스페셜(사진출처:SBS)'

<SBS스페셜>이 다룬 철거왕 이금열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마치 조폭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라마 타이즈된 연출로 시작된다. 성공에 대한 욕망과 가진 것은 몸뚱어리 하나밖에 없는 청년의 비뚤어진 야망 같은 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갖고 있는 막연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다큐가 다루려는 것은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그 이미지 밑에 숨겨져 있는 추악한 폭력의 실체를 끄집어내 보여주고 그 밑바탕에 깔린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말하기 위함이다.

 

1998년 천주교 인권위원회가 펴낸 ‘다원건설 철거범죄 보고서’에는 당시 적준이라 불렸던 철거업체의 끔찍한 폭력의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임신 5개월 된 임산모를 때리고... 아주머니들에게 강제로 똥물을 먹이는 폭행”을 저지르기도 했으며, 심지어 “부녀자의 국부를 발로 밟는 성추행”도 빈번하게 했다고 한다. 방송에 나간 내용을 보면 한 여성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서 반 실신시킨 사례까지 들어 있었다.

 

당시 전농동 주민이었던 피해자 송경란씨는 당시 적준이 아이가 혼자 있는 집에 불을 지르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자 “아이는 어떻게 하냐”며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기도 했다. 그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적준은 사람 죽이는 거 우습게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이 사람 다칠 거라는 생각 안하고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철거를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 때 참 많이 죽었어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김현욱 군은 누가 제일 보고 싶냐는 질문에 “엄마 아빠”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 엄마 아빠는 적준아저씨들하고 싸우고 있다는 것을 김현욱 군을 알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적준아저씨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 아이가 담고 있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적준아저씨들이 포클레인 갖다요. 막 뭐라고 하면서 집 부수려고 막 그러는데 한 사람은 막 쇠파이프로 갖다 막 때리고 그랬는데, 어떤 사람은 불 갖다 지르고..”

 

도대체 국가가 있고 시가 있고 경찰이 있는데 왜 이런 살인 방화가 자행되는 것을 먼 산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었을까. 여기에도 역시 우리가 그간 조폭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정치권이나 공권력과의 커넥션이 제기된다. 15년 전에 보고서가 나오고 다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장이 제출되었을 때 실무를 주도한 박래군 소장에 따르면 “수사가 될 것 같더니 다원이 여당 실세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흐지부지 됐다”고 한다.

 

다원이나 철거왕 같은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범법자들이 버젓이 벼락부자가 되어 살아가게 된 데는 그만한 우리사회의 아픈 현대사가 작용하고 있다. 중동경기가 끝나고 들어온 중장비들이 88서울올림픽을 명분으로 재개발쪽으로 이동했다는 것. 재개발을 국가가 민간으로 넘김으로써 폭력적인 철거를 사실상 방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최근 철거왕 이금열이 구속 기소됨으로써 그 이면에 놓여진 커넥션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억대 로비를 했다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윗선에서 수사에 개입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영화 같은 이야기로 치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부끄러운 우리네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서민들이 가진 아파트에 대한 소박한 꿈들은 어쩌면 그 밑에 이처럼 피와 눈물을 흘리며 쫓겨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묻혀졌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끔찍한 건 사실상 철거왕이라는 괴물의 탄생을 국가가 만들어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실로 너무나 살벌한 별명이 아닌가. ‘철거왕’이라니.

Posted by 더키앙

메시지를 뉘앙스로 전하는 방식이 가진 힘

'무한도전-여드름 브레이크'라는 추격전의 시작은 박명수의 등에 그려진 7개의 그림에서부터 시작된다. 거기에는 남대문-산삼-시계-민들레-아령-파리-트럭이 차례로 그려져 있었다. 그 그림이 뜻하는 것은 그 첫 글자를 따서 '남산시민아파트'로 가라는 것. 이 첫 장면은 '무한도전-여드름 브레이크'를 읽는 하나의 독법을 제시한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연결시키면 의미를 형성하는 단어들처럼, 앞으로 벌어질 일련의 사건들이 주는 키워드가 하나의 의미망을 형성할 거라는 것이다.

'무한도전-여드름 브레이크'의 배경이 된 시민아파트, 연예인아파트, 오쇠동 철거지는 모두 철거 혹은 재개발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한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서울의 공간들이 낯설게도 허름하고 낡은 아파트들이라는 점, 그리고 비행기가 내릴 때 찍혀진 오쇠동의 철거 전 사진은 건물들이 사라진 현재와 오버랩되면서 이 키워드를 공고하게 한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김태호 PD는 자막을 통해 키워드를 박아 넣는다. '몸싸움'이니 '철거'니 하는 단어들이 그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이제는 자막이 보여주는 단어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을 보는 독법은 처음에 제시되었고, 그 다음에는 차례로 그 배경을 제시했으며, 그 위에 구체적인 단어들을 보여주었다. 시청자들이 이들이 찾기 위해 달리고 달리는 그 3백만 원이 오쇠동 세입자들의 이주보상비 액수였다는 것을 찾아내고, 또 2부에 등장한 소래 생태공원과 만석부두에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가는 것들'의 의미를 읽어내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왜 하필이면 마지막에 탈주범들이 타고 도주한 배의 이름이 '황천길호'였을까. 길로 대변되는 빡빡이들은 이 철거 혹은 재개발이라는 의미 속에서 어떤 존재들을 패러디한 것일까. 마지막에 결국 이들이 도망쳤을 때 나온 '해경에게 맡긴다'는 자막은 또 어떤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의미 부여에 대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청자들은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이 그 의미 찾기에 골몰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여드름 브레이크'는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철거와 재개발 문제를 거론한 것이 없다. 이것은 '프리즌 브레이크'의 패러디로서 쫒는 자와 쫒기는 자를 세워 리얼 타임 액션이 주는 재미를 리얼 버라이어티 속에 녹여냈을 뿐이다. 실제로 '무한도전-여드름 브레이크'를 통해 우리가 갖는 재미의 본질은 그 흥미진진한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상황전개에 있다. 즉 재미와 의미의 요소들은 하나로 엮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따로 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이것은 '무한도전'이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김태호 PD만의 독특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은 그 첫째가 웃음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 웃음 속에 어떤 사회적 메시지가 요구될 때, 때론 그것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무한도전'이 취하는 방식은 의미를 숨겨놓는 것이다. 그것은 숨겨져 있기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발견되었을 때, 그 의미는 직접적인 전달보다 더 무게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숨겨진 의미는 늘 열혈 시청자들의 눈에 의해 발견되고 조명된다. 즉 이 방식은 일방적인 제시가 아니라 쌍방적인 소통에 의해 메시지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메시지를 뉘앙스로 전하는 '무한도전'의 방식이 가지는 진정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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