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혼', 결혼도 이혼도 결국 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다

 

"너무 쉽게 얘기하는 거야."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에서 이하늘은 이 방송에서 나온 '재결합'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방송에서 좋은 모습을 본 이들이 "재결합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들이 그들에게는 부담과 불편함으로 다가왔다는 걸 그는 솔직히 말했다. 아마도 이건 이 방송이 보여줬던 한계를 잘 짚어낸 부분이었을 게다. 이하늘은 사람들이 관계를 너무 '이분법'적으로 본다며, 0과 1만 있는 게 아니라 '0.5'도 있다는 말로 그들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하늘과 박유선의 이 대화를 보던 스튜디오의 신동엽, 김원희 그리고 김새롬도 새삼 자신들의 '재결합' 발언이 그 장면을 보는 애틋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긴 했지만 섣부른 것이었다는 걸 인정하며 사과했다. 이제 <우리 이혼했어요>가 시즌1을 마무리 하는 시간, 이 부분은 그간 이 낯선 시도를 한 프로그램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혼 역시 행복을 위한 또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취지로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선이 '결혼'에 맞춰져 있고 그래서 자꾸만 '재결합'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걸 드러낸 면이 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이혼했어요>는 애초 첫 만남에서 '다시 함께 살아본다'는 그 설정을 통해 이혼한 부부의 더 나은 관계를 지향한 점이 있었다. 물론 첫 만남에 다소 냉랭했던 이영하, 선우은숙 같은 이혼 부부가 있었지만, 최고기, 유깻잎 같은 여전히 달달한 느낌을 주는 이혼 부부도 있었다. 물론 이하늘, 박유선처럼 세상 쿨한 이혼 부부도 있었고.

 

이 관찰카메라가 완전한 리얼일 수 없는 건 바로 이 첫 설정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이혼한 부부가 '다시 함께 살아보는' 일을 시도할까. 그건 방송이 인위적으로 마련한 것이고, 그 설정은 어떤 방향성 또한 그 자체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방송을 탄다는 사실은 다시 만난 이혼부부들의 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최고기와 유깻잎은 '재결합' 이야기가 나옴으로 해서 두 사람과 주변 가족까지도 영향을 받기도 했다. 어떤 압력 같은 게 느껴질 수 있게 됐고, 그 흐름을 따르지 않으면 악플이 달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이건 <우리 이혼했어요>의 제작진, MC들도 또 이 방송을 보는 일부 시청자들도 여전히 관계를 결혼(재결합) 아니면 이혼의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시즌1의 마무리에 이르러 이런 시각이 당사자들에게 어떤 심적 부담을 주는 지를 이제 인지하게 됐고, 이혼과 결혼이라는 양극단 이외에도 관계에는 다른 선택들도 가능하다는 걸 이 방송이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조심스럽게 '재혼' 이야기를 꺼내는 이영하 앞에서 "심도 있게 고민해 보겠다"고 말하는 선우은숙도 있지만, 재결합은 아니어도 딸 솔잎이를 위해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는 최고기와 유깻잎도 있었다. 방송이 어쩌다 자꾸 등 떠밀게 된 '재결합'의 분위기지만, 당사자들은 오히려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방송이 출연자들에게 미친 좋은 영향은 뭐가 있었을까. 그건 만일 방송이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진지한 이야기들을 이 프로그램 때문에 하게 됐다는 이하늘의 말 속에 담겨 있다. 이혼하면 끝이 아니라 그 후에도 이어지는 새로운 관계 속에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줬다는 것. 실제로 출연자들은 방송이 아니었다면 속에 꾹꾹 눌러두고 꺼내지 않았을 이야기들을 털어 놓음으로써 오해를 풀었다.

 

이 지점은 이 프로그램이 시즌2로 돌아오게 될 때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재결합'을 운운하는 건 당장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 수는 있지만, 그것이 출연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재결합'이 아니어도 제3의 관계가 가능하다는 걸 전제하며, 그런 의미에서의 이혼 후 '좋은 관계'를 모색하는 게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결혼도 이혼도 결국 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다.(사진:TV조선)

'우이혼', 섣부른 재결합 요구보다 그들에게 더 필요한 건

 

이하늘의 집, 그것도 이하늘의 방을 떡하니 차지하고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전 아내 박유선이 아침을 차리는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들은 이혼했고 그래서 더 이상 부부가 아니지만, 마치 친구처럼 편해 보인다. 연애 시절 함께 들었던 노래를 들으며 그 때 이야기를 하는데도 그다지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모습이지만, 이들은 이혼한 부부로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에서 이들의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관찰하는 신동엽과 김원희는 이혼한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혹여나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박유선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는 이하늘은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고 한다. "너무 가까워지면 또 상처 받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심지어 이하늘은 자신이 최근 쓴 노래의 가사에 '이별 노래'가 많은데 한창 힘들 때 쓴 노래라 가사가 세다며 걱정해도, 박유선은 "뭐가 어때"라고 쿨하게 받아준다. 이하늘은 그 힘들 때 쓴 가사라 "과대 포장한 거"라고 말한다. 박유선은 이하늘이 이혼하고 많이 변했다며 그것이 "이렇게 지내서" 변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알고 있다. 서로 무언가 맞지 않아 이혼을 했지만, 그 이혼을 통해 갖게 된 '적당한 거리두기'가 이들이 이제 편안히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이유라는 걸. 

 

이혼은 이처럼 서로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하는 것만큼 선택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걸 이하늘과 박유선은 부지불식간에 드러낸다. 어쩌면 이건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이혼을 바라보는 마땅한 시선처럼 보인다. 어떤 이들의 엇나간 관계와 어쩌면 헤어진 이후에도 느껴지는 애틋함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MC들이나 제작진은 섣불리 재결합을 운운하지만, 그런 애틋함 또한 이혼이라는 '적당한 거리'에서 가능해진 거라는 걸 적어도 이하늘과 박유선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이혼했어요>에서 최고기와 유깻잎의 이야기가 프로그램 바깥에서도 시끌시끌했고,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시아버지, 장모까지 악플의 상처를 겪게 된 건, 이 프로그램이 유지했어야 할 적당한 거리가 지켜지지 않아서였다. 이혼한 후 생겨난 거리를 두고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가는 모습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선을 넘어 '재결합'까지 부추기는 분위기는 관계를 오히려 엇나가게 만든다. 어느 한 사람에 집중해 그 이야기를 들으면, 이혼이라는 파경의 이유가 다른 사람 때문인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그것이 방송에 나가는 상황은 그들의 관계를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진짜 리얼 상황을 담은 관찰카메라라고 이야기되지만, 사실 엄밀히 들여다보면 완전한 리얼이라 볼 수는 없다.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 2박3일 간 같이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상황은 리얼일 수 없다. 그건 이 프로그램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설정이고, 거기서 보이는 영상들은 세간의 입에 오르면서 이들 관계에 개입하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이혼한 부부가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얼마나 일어나겠나. 

 

그래서 중요한 건 프로그램이 출연한 이들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들이 이혼을 선택하게 된 걸 존중하는 일이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서로 좋은 감정을 갖게 될 수는 있지만, 그것과 재결합은 또 다른 문제 아닌가. 분명 어떤 문제가 있어 그것이 갈등이 되어 헤어졌던 이들이 다시 만나 함께 시간을 가지면서 소통하고 그래서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거기까지가 이 프로그램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 투입된 아이돌 박세혁과 김유민의 첫 등장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출연자들에 깊이 관여하는가를 잘 드러낸다. 즉 예고편에 들어간 사전 인터뷰에서 다소 센 이야기들이 나왔고 그걸 가감 없이 방송에 내보냈다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처가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박세혁의 이야기가 예고편에 나온 걸 본 김유민의 어머니는 화를 낼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 모습은 방송에도 보였다. 

 

김유민과 그의 부모가 함께 차를 타고 박세혁과 2박3일을 지낼 장소로 가는 과정은 그래서 마치 '4자대면'의 폭풍전야를 예고하는 듯한 장면으로 연출됐다. 하지만 정작 도착해서는 김유민만 차에서 내려 들어가는 상황이었고, 예고편 때문에 만나자마자 싸울 것처럼 보였던 그들은 의외로 툭탁대며 대화를 해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김유민이 겪은 산후조리의 힘겨움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박세혁이 이혼의 빌미를 준 것처럼 보였지만, 박세혁 역시 그 시기 처가살이에서 느낀 소외감 같은 것들이 토로되면서 서로 각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이렇게 소통이 되지 않아 서로에 대한 서운함만 있던 이들이 대화를 통해 조금씩 그 때의 상황을 이해해가는 과정은 <우리 이혼했어요>가 이혼이라는 소재를 과감히 가져와 보여주는 괜찮은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도 또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 보인다. 결혼 3개월 후 별거하고 또 3개월 후 이혼에 이른 두 사람의 관계에 섣부른 개입이나 예단은 자극적일지는 몰라도 출연자들에게는 불편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으니. 결혼만큼 이혼도 당사자들에게는 행복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걸 존중해야 한다.(사진:TV조선)

'우이혼'의 호불호는 엇나간 관점에서 생긴다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는 첫 회를 시작하며 스튜디오에서 이를 관찰하는 MC들인 신동엽과 김원희의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을 먼저 보여준다. '할리우드'에서나 나올 법한 이혼이라는 소재를 우리도 하게 됐다는 사실에 적이 놀라는 신동엽의 반응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관찰의 시선을 어느 정도는 예감하게 만든다.

 

이혼이라는 소재를 과감히 끌어왔다는 사실은 <우리 이혼했어요>가 가진 파격을 드러내지만, 어쩐지 계속 들여다보며 시청자들은 이것이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혼 커플이 다시 만나 느끼는 감정(그것이 연애감정이든, 아니면 전 부부였던 관계가 남긴 감정이든)에 대한 이야기이고 나아가 '재결합'을 원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영하와 선우은숙은 어딘지 어색하고 냉랭한 관계가 여전하다. 그래서 함께 뱅쇼를 마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이다가도 과거 남편이 내 편이 아닌 남의 편처럼 느껴졌던 일들을 꺼내놓으며 다시 관계는 원상태로 돌아간다. 이런 분위기를 풀어주는 건 손녀와 아들, 며느리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다. 그런 자리에서 선우은숙은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를 잘했다며 이러한 소통과정을 통해 자신이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며느리가 시부모의 이혼에 대해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이다. 며느리의 이런 모습은 이혼에 대해 그다지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는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영상 속 등장하는 며느리의 쿨한 태도를 스튜디오에서 관찰하는 신동엽이나 김원희는 보여주지 못한다. 이들의 관점은 여전히 이혼을 삶의 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어쩌다 저런 이유로 이혼까지 하게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신동엽도 김원희도 그 보수적인 관점 속에서 이영하가 음식을 며느리와 선우은숙에게 나눠주는 장면을 그저 평범한 인간적인 매너로 보지 않는다. 그것이 애정이 담긴 사랑의 마음으로만 보려하고, 그래서 이영하와 선우은숙의 어색한 관계를 풀어주는 손녀의 등장을 '큐피드'에 비유한다. 자꾸만 그 손녀가 '뽀뽀해'를 요구하라 이야기하는 신동엽의 멘트는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여전히 이혼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이들에게는 미소지으며 볼 수 있겠지만 이혼도 하나의 선택이라 보는 관점에서는 그런 관점이 불편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고기와 유깻잎의 영상물 앞에서 신동엽과 김원희의 보수적인 관점은 더더욱 호불호를 극명하게 만들어낸다. 이들은 너무 일찍 결혼해 아이까지 가졌지만 양가의 갈등이 커지고, 유깻잎이 독박육아를 하며 힘겨워했던 시기에 최고기가 사실상 방임을 했다는 사실에 이혼을 하게 됐다. 아이를 홀로 키우며 전처이자 아이 엄마의 빈자리를 실감하는 최고기는 조금씩 '재결합'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지만 유깻잎은 여전히 최고기에 대한 신뢰가 없다. 그래서 철벽을 치고 선을 긋는다.

 

사실 최고기와 유깻잎의 이혼은 당사자들의 현실 때문에 그들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그래서 아마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재결합'을 운운하는 일이 생겼을 리가 없을 게다. 당사자들의 문제도 문제지만, 너무나 완강한 가부장적 사고관을 가진 최고기의 아버지나 결코 그것이 바뀌지 않을 거라며 재결합을 반대하는 유깻잎의 어머니 같은 양가의 문제는 쉽게 넘을 수 있는 장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방송에 등장하면서 이들의 '재결합'을 바라는 관점들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물론 재결합을 하던 안하던 그건 제3자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만, 프로그램에서 신동엽과 김원희는 대놓고 이들의 재결합을 간절히 바라는 관점을 드러낸다. 그것은 전혀 이 프로그램이 애초에 기대하게 만들었던 이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아니다.

 

사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이영하, 선우은숙이나 최고기, 유깻잎이 이혼 후에도 다시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고 하는 모습들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이혼이 모든 관계의 끝을 얘기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혼하고도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부모로서 보다 쿨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어야 바람직한 관계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 이혼 후에도 만나서 서로 간의 애정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그런 과정들을, 스튜디오에서 '재결합' 운운하며 설레발을 치는 건 그들이 선택한 삶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아닐까. 관찰카메라는 그걸 관찰하는 주체가 어떤 관점을 드러내느냐가 그 프로그램의 시각을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과연 이런 시각으로 봤을 때 신동엽과 김원희의 관점은 <우리 이혼했어요>가 애초 기획하려 했던 이혼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겠다는 취지에 부합한다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이혼했어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관점으로 이 프로그램이 이혼을 다루길 바란다. '하지만 재결합을 원해요'라는 엇나간 관점을 보태기보다는.(사진:TV조선)

'같이 살래요' 뻔한 상투성, 유동근·장미희 연기까지 이상하다

주말극은 이 상투성을 벗어날 수 없는 걸까. 또 결혼반대 코드에 뻔하디 뻔한 뒷목 잡게 만드는 악역 캐릭터다. 다만 KBS 주말극 <같이 살래요>가 다른 게 있다면 그 결혼 반대하는 대상이 부모가 아니라 자식이라는 점이다. 효섭(유동근)과 미연(장미희), 둘 사이는 핑크빛이고 그래서 결혼까지 오가고 있지만, 이 둘을 미연의 아들 문식(김권)은 대놓고 반대하고 나섰다. 

그런데 그 반대하는 이유가 황당하다. 결국 미연의 재산 때문이라는 것. 문식은 그래서 몰래 친부를 만나고 미연과의 재결합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보통의 주말극에서 늘상 나오던 상투적인 장면인 부모가 자식 결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설정을 거꾸로 뒤집어 자식이 부모 결혼에 간섭하는 이야기. 

이렇게 되자 보통의 주말극에서 악역을 자처하던 시부모는 이 드라마에서는 문식이라는 자식으로 바뀌었다. 빌딩주인 미연의 금수저 아들로 절대 갑으로서 살아온 철없는 이 인물은 이미 회사 내에서도 효섭의 아들인 재형(여회현)에게 대놓고 갑질을 하는 악역이다. 문식은 그래서 결혼반대에 갑질 상사라는 ‘욕받이’ 역할을 자처하게 됐다.

이후의 이야기는 아마도 이제 시청자들이 대충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문식 같은 절대 악역이 세워지고 나면 그 악행으로 인해 시청자들을 공분시키는 몇 가지 사건들이 더 벌어질 것이고, 결국 그 악행을 알게 된 부모는 갈등할 수밖에 없을 게다. 극중에서 효섭이 말하듯, 자식의 허물은 없는 것처럼 치부하는 게 부모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등을 겪다 결국은 문식이 무너지거나 혹은 개과천선하는 이야기에 효섭과 미연이 우여곡절 끝에 이뤄지는 과정이 담겨지지 않을까.

물론 <같이 살래요>가 애초에 보여주려 한 것이 무엇이었는가는 분명하다. 그것은 엄마 혹은 아빠로만 살아왔던 노년 세대의 재결합이라는 새로운 가족형태 속에서 빚어지는 자식들과의 갈등이다. 실제로 이런 문제가 현실에서 벌어질 때 가장 갈등을 만드는 건 역시 재산 문제다. 자식들은 부모의 결혼으로 들어온 배우자가 재산이 목적이 아닌가를 의심하게 되고, 결혼하려는 당사자들은 자식들의 그런 의심을 상처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이가 들어 같이 산다는 문제는 단순히 사랑의 문제만이 아닌 현실적인 일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그려나감에 있어서 위아래도 없이 폭주하는 문식이라는 캐릭터는 전형적인 상투적 악역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폭주할수록 시청률은 올라가지만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해간다. 결국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를 발견하게 되는 그 캐릭터와 이야기의 뻔한 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상투적인 이야기 구조 때문일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효섭과 미연 역할의 유동근과 장미희의 연기조차 어딘가 옛날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저마다의 개성과 아우라가 넘치던 이 배우들의 연기에서 마치 옛 멜로 속 신파적인 연기 톤까지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야기의 상투성이 연기까지도 전형적으로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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