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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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이 현 시국에 읽히는 방식대중문화 비평 2025. 1. 18. 11:08
“모든 걸 포기하고 죽으려 했습니다. 죽은 동지들의 참담한 비명이 귓가를 맴돌고 눈앞을 떠돌았습니다. 그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나는 죽은 동지들의 목숨을 대신하여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해야할 일을 알았습니다. 대한제국을 유린하는 일본 늑대의 우두머리, 늙은 늑대를 반드시 죽여 없애자고.” 우민호 감독의 영화 ‘하얼빈’은 이러한 내레이션과 함께 죽은 줄 알았던 안중근(현빈)이 꽁꽁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살아돌아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관에서 봐야 그 압도적인 스케일이 느껴질 법한 그 광경은 실제 두만강의 풍경은 아닐게다. 칼바람이 불어오는 얼음 위를 홀로 걸어나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오한이 들 것 같은 느낌으로, 그 곳을 걷는 이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마음은 지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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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의 냉정함과 로운의 따듯함, 이것이 ‘내일’의 메시지다동그란 세상 2022. 4. 20. 11:03
‘내일’, 뻔한 사이다 대신 사연을 들어주는 걸 선택한 이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을 막는 ‘위기관리팀’. 실제 현실에 있어야만 할 것 같은 팀이지만 사실 이런 팀은 불가능하다. 일일이 그런 위기 앞에 놓인 인물들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미리 찾아내 예방할 것인가. 그래서 MBC 금토드라마 은 망자를 인도하는 저승사자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그들로 하여금 이런 선택을 막는 역할을 부여한 판타지로서 풀어낸다. 그래서 에서나 보던 옥황(김해숙)은 저승독점기업 주마등의 회장으로 등장하고 저승사자들은 ‘인도관리팀’, ‘위기관리팀’ 같은 직장의 팀으로 그려진다. 위기관리를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기에 처한 이들의 과거나 기억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심지어 남은 자를 지켜달라는 망자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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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닮은 이정은, 차승원의 절망도 안아줄까(‘우리들의 블루스’)동그란 세상 2022. 4. 13. 11:07
이정은과 차승원으로 연 ‘우리들의 블루스’, 무슨 이야기를 건네고 있나 “성질 그 때 터프하고 어쩌다 웃을 때는 따뜻하고 밝고 뽀송뽀송 예뻤지개. 패기도 있고. 그 때 우리 다 그랬지개.” 깔깔 웃으며 바닷가에서 뛰놀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그 때 난 어떤 모습이었냐고 묻는 한수(차승원)에게 은희(이정은)는 그렇게 말한다. 은희의 그 말을 들으며 한수도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묻어난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그치? 가끔 너무 가난히 싫어서 괜히 울컥하긴 했어도 그 때 나 니들하고 놀 때 곧잘 웃기도 했어 그치? 지금처럼 재미없고 퍽퍽한 모습은 아니었어. 그치?” 하지만 이제 40대 후반, 오십 줄을 앞두고 있는 한수는 삶이 재미없고 퍽퍽하다. 빚에 허덕인다. 아내와 딸을 골프 유학을 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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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멀’의 절망, 그래도 우리가 희망하는 건옛글들/네모난 세상 2020. 1. 28. 16:27
'휴머니멀' 돈 욕심에 폭주하는 인간들,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아주 오래 전 인간은 시시각각 위협해오는 동물들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을 게다. 하지만 인간이 지배자가 된 지금은 거꾸로다. 인간에 의해 멸종 위기를 맞은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물론 그 동물들의 멸종은 고스란히 인간에게도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역시 그 생태계의 일원이지 않은가. MBC 은 지금껏 자연 환경을 다룬 다큐멘터리와는 사뭇 다른 지점을 드러내줬다.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을 보여주거나 파괴되어 가는 환경 속에서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동물들을 보여주던 정도에서, 은 생태를 파괴하고 종을 멸종시키고 있는 인간들의 ‘불편한 진실’을 꺼내놓았던 것이다. 가축들을 공격한 것에 대한 피의 보복이 이어져 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