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정경호 (25)
주간 정덕현
‘라이프 온 마스’에서 ‘수사반장’ 감성이 느껴진다는 건OCN 토일드라마 에 최불암이 등장했다. 그것도 과거 의 한 장면 속에서 TV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이다. 물론 그건 사고 이후 1988년으로 가게 된 한태주(정경호) 형사가 보는 환영 속에서다. 흑백화면의 에서 튀어나온 최불암은 한태주를 다독이며 “자넬 도와주러 왔네”라고 말했다. 아주 짧은 장면이지만 속 최불암이 이런 방식으로 에 들어왔다는 건 실로 의미심장한 까메오이자 오마주가 아닐 수 없다. 는 현재에서 과거로 가게 된 인물이 겪는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혼돈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1988년의 복고적 감성을 담고 있는 수사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수사물은 과연 지금의 수사물과 무엇이 다르고 또 달라야 하는 걸까. 지금의 수사물..
‘감빵생활’, 박해수에게 배우는 슬기로운 위기대처법주인공인데 이토록 무뚝뚝하기도 참 어려울 듯하다. tvN 수목드라마 의 주인공 김제혁(박해수)은 말보다는 행동을 더 많이 보여준다. 그래서 침묵 속에서 표정조차 잘 변하지 않는 이 인물은 평상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무뚝뚝하고 어떤 면에서는 무뎌 보이는 인물이 이토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김제혁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어쩌다 감옥까지 오게 됐지만 그는 마치 바보처럼 무덤덤해 하고 그다지 아픈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그건 그가 무감해서가 아니다. 다만 그런 아픔들이 있어도 그걸 버텨낼 만큼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라서다. 자신보다 ..
‘감빵생활’, 신원호 PD가 보여주는 인물에 대한 무한애정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경험이 있어서일까. tvN 수목드라마 에서 한 감방에서 지내던 고박사(정민성)가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어 가게 된 그 과정을 보면 신원호 PD가 얼마나 인물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는가가 느껴진다. 장기수(최무성)와 사실은 동갑이었던 고박사가 헤어지는 순간에 즈음에 서로 말을 놓으며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마치 장기수의 시선으로 다독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떠나는 고박사를 이송하는 팽부장(정웅인)이 가는 길에서나마 편하라고 수갑을 풀어주자 고박사가 법조항을 들먹이며 다시 수갑을 채우라 하는 장면도 훈훈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고박사의 캐릭터가 아닌가. 겉으로는 툴툴대고 거칠어 보이지만 수감자들에게..
신원호 PD의 마법, ‘감빵생활’이 주는 판타지라니도대체 이 따뜻함의 정체는 뭘까. tvN 수목드라마 을 보다보면 감방도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도소는 구치소와는 공기 자체가 다르다는 엄포에도 불구하고 제혁(박해수)이 지내게 된 감방 안 사람들은 의외로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감방에 처음 들어가게 된 제혁이 보게 되는 첫 번째 에피소드로 라면을 끓여먹는 이야기는 이들의 반전 매력을 드러낸다. 마치 탈옥이라도 할 것처럼 쉬쉬하며 무언가를 공모하던 이 감방사람들은 그러나 그것이 뜨끈한 물에 라면을 끓여먹으려는 ‘작전’이었다는 걸 보여주며 이들이 꿈꾸는 것들이 이런 소소한 것이 주는 행복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 감방의 방장격인 장기수(최무성)는 겉보기에 무시무시한 포스를 풍기지..
‘감빵생활’, 힘겨운 상황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방법왜 하필이면 감방생활이었을까. 그리고 거기에 ‘슬기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달아놓은 건 무슨 뜻이었을까. 시리즈로 우리에게 익숙한 신원호 PD의 작품 세계를 떠올려보면 tvN 수목드라마 은 이례적이다. 감방이라는 공간 자체가 어딘지 비일상적이고,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이 먼저 느껴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런 이질감을 신원호 PD는 단 첫 회만에 지워버렸다. 슈퍼스타 프로야구 선수 제혁(박해수)이 동생을 성폭행하려는 괴한과 격투를 벌이다 중상을 입혀 구치소에 수감되고, 그 곳에서 보내는 며칠간의 이야기가 의외로 일상적이고 심지어 따뜻한 느낌마저 줬기 때문이다. 물론 교도소와 구치소는 다를 수 있겠지만 구치소라고 해도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는 그런 곳은 아니라는 걸 보..
왜 사랑보다 우정이 더 소중해보일까 MBC 은 저 를 닮았다. 전직 걸 그룹 출신인 네 여자들이 함께 모여 신세한탄을 할 때면 더욱 그렇다. 한 때 누군가에게는 로망이었을 잘 나갔던 걸 그룹이지만 현재 나이 들어 살아가는 모습들은 하나 같이 쉽지 않다. 이혼 후 재혼 컨설팅 업체를 차려 일하는 한미모(장나라)는 오랜 만에 구해준(권율)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이 남자 결코 쉽지 않다. 어딘지 타인을 배려하기 보다는 자기 욕심이 강해보이는 남자. 친절해보이지만 그 이상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 듯한 모습에 한미모는 어딘지 이건 사랑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그에게 이혼한 전처가 자꾸 마음을 보낸다. 모태 솔로로 살아온 고동미(유인나)는 기껏 만난 남자가 사랑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기꾼이다. 한미모와 함..
, 빠른 전개에도 감정몰입 괜찮은 까닭 거칠 것이 없다. MBC 수목드라마 의 전개 속도는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보다 빠르다. 첫 회에 만난 한미모(장나라)와 송수혁(정경호)은 낯 술 한 잔으로 결혼 직전까지 달려간다. 결혼서약서에 친구인 구해준(권율)까지 동석시켜 사인까지 한다. 물론 서약서는 다행히(?) 접수되지 않았지만 만남에서 결혼까지 조금씩 진행해가는(심지어 어떤 로맨틱 코미디는 이 과정이 전부인 경우도 많다) 드라마와는 너무 다른 빠른 전개다. 2회에서는 술이 깬 한미모와 송수혁이 모든 게 술 때문이었다며 전 날 벌어진 일들을 그냥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한 밤 중에 어지럼증을 느껴 응급실로 실려온 한미모가 송수혁의 친구인 구해준을 만나 첫 눈에 빠져버리는 이야기까지 흘러간다. 한미모는 구해준을..
이 끔찍한 건 그것이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 의 배경은 강북의 한 마을이다. 어둑한 밤길 마치 공무원들처럼 복지부동하고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공권력 속에서 그나마 행인들을 지켜주는 것이라면 가로등과 CCTV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의 연쇄실종사건이 벌어지는 강북의 그 마을에는 그 가로등과 CCTV를 공권력이 아니라 살인자가 쥐고 있다. 가로등을 마음대로 꺼버리고 그 어둠 속에서 살인자는 일종의 ‘인간사냥’을 벌인다. CCTV? 그것은 범죄자들을 찍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아니라 사냥감이 어디로 움직이는가를 보여주는 범죄자의 ‘천리안’이다. 즉 에서 ‘본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적인 위치를 만들어낸다. 살인자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공권력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살아남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