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힘들어.” 류승완 ‘베테랑2’

베테랑2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이 명대사로 기억되는 ‘베테랑’이 시즌2로 돌아왔다. 그 대사에 담긴 뉘앙스처럼 서도철(황정민) 형사는 서민들을 대변한다. 가난해도 지킬 건 지키며 살려는 서민들의 마음이 그것이다. 그래서 천인공노할 죄를 짓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풀려나는 자들 앞에서 서도철은 분노한다. ‘베테랑’ 시즌1은 막강한 돈과 권력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를 끈질기게 추적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이야기로 서민들의 답답한 속을 풀어줬다. 그런데 시즌2는 이야기의 결이 조금 다르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도 법망을 빠져나가며 제대로된 처벌을 받지 않은 범죄자들에게 사적 제재를 가하는 해치(정해인)라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형사가 아닌 보통 서민들의 입장에서 서도철의 마음은 그 해치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 특히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형사가 아닌가. 

 

‘사적 제재’는 어쩌다 보니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정서로 떠올랐다. 법 정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민심이 불러일으킨 공분은 ‘모범택시’부터 ‘비질란테’, ‘국민사형투표’, ‘노웨이 아웃’ 등등 다양한 사적 제재를 소재로하는 콘텐츠들을 양산했다. 그리고 이 사적 제재는 실제로 범죄자의 사적 정보를 마음대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현실에서도 벌어지는 일이 됐다. 하지만 정의가 어찌 간단할까. “살인은 살인이야”라며 “사람 죽이는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냐”고 묻는 서도철은 해치의 엇나간 정의를 바로잡는다. 만신창이가 되어 사건을 마무리한 후 서도철이 넋두리처럼 하는 “아이고 힘들어”라는 대사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분노와 처단 같은 단순한 선택만으로 얘기될 수 없어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 그것이 진짜 정의가 아닐까.(글:동아일보, 사진:영화 '베테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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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친구아들’, 친구, 가족, 사랑, 휴먼까지 다 담은 종합선물세트

엄마 친구 아들

정해인과 정소민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tvN 새 토일드라마 ‘엄마친구아들’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커진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으로 멜로의 결을 제대로 보여줬던 정해인이고 ‘이번 생은 처음이라’부터 ‘간 떨어지는 동거’ 그리고 ‘환혼’에서 무덕이 역할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정소민이다. ‘엄마친구아들’은 캐스팅부터 제대로 힘을 줬다. 

 

그래서인지 첫 회는 사실상 이 두 배우가 입은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온전히 채워졌다. 잘 나가는 젊은 건축가인 최승효(정해인)와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글로벌 대기업에 입사해 이제 결혼식까지 앞둔 탄탄대로의 배석류(정소민)가 그들이다. 어려서 같은 목욕탕 그것도 같은 탕에서 목욕까지 같이 했던 소꿉친구지만, 이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결혼식을 앞두고 청첩장까지 찍었던 석류가 미국에서 돌아온 것. 게다가 폭탄 발언까지 한다. 회사도 그만 뒀다고. 그 사실을 알고는 너무나 황당해 화가 잔뜩 난 석류의 엄마 미숙(박지영)이 대파로 딸을 때릴 때 그걸 온전히 다 맞은 건 다름 아닌 승효다. 미국에서 돌아온 석류와 승효가 진짜 엄친아, 엄친딸처럼 티격태격하며 보여주는 그 친밀함으로 가득 채워진 첫 회. 두 사람이 연애 감정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서 오히려 그들이 앞으로 펼쳐나갈 로맨스가 더더욱 기대된다. 

 

드라마는 신하은 작가의 전작이었던 ‘갯마을 차차차’가 그랬던 것처럼, 인물들 간의 다양한 관계성들이 담는 재미들로 포진되어 있다. 시작부분에 승효의 엄마 혜숙(장영남)과 석류의 엄마 미숙, 또 모음(김지은)의 엄마 재숙(김금순)과 이들 4인방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한 인숙(한예주)이 함께 등산을 하며 자식 자랑으로 늘어놓는 이야기는 마치 가족드라마의 도입부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이 ‘가족’이라는 소재를 먼저 밑그림으로 깔고 있다는 걸 그 도입이 보여준다. 

 

그러면서 혜숙과 미숙이 자식 자랑 배틀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승효와 석류로 옮겨가고 석류의 귀국으로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석류의 둘도 없는 친구 모음의 이야기도 슬쩍 들어가 있다. 119 구급대원으로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그의 매력을 우연히 보고 겪게 된 청우일보 기자 단호(윤지온)와의 심상찮은 멜로가 벌써부터 예고된다. 또 119 구급대원인 모음이 술 취해 쓰러진 당뇨 노숙인을 도와주는 이야기에서는 이 작품이 뻗어놓은 이야기가 휴먼드라마적인 부분까지 나아갈 거라는 걸 기대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 작품은 엄친아, 엄친딸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가족드라마적 서사와 더불어, 승효와 석류 그리고 모음과 단호의 멜로가 더해져 있고 그들 간의 끈끈한 우정 또한 빠지지 않는다. 나아가 각각의 인물들이 숨겨온 서사들이 등장하면서 아마도 이 작품은 휴먼드라마의 결까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의 묘미를 종합선물세트처럼 담아내는 작품이 될 거라는 것.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관계에 있어서 없는 게 없는 ‘엄친아’ 같은 드라마랄까. 

 

어찌 보면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는 게 아니어서 슴슴한 맛으로 시작되지만 인물 간의 관계성이라는 건 차곡차곡 쌓여서 결국은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삶이 팍팍해 더더욱 웃음이 간절해지는 시기에 이 드라마가 가진 코미디의 밀도는 승효와 석류가 주고받는 대사의 말맛에서부터 느껴진다. 

 

끝없이 티격태격 말장난을 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무심한 척 가장하지만 승효와 석류가 던지는 몇 마디는 두 사람의 진심을 슬쩍 꺼내보인다. “인생에서 큰 결정을 한꺼번에 둘이나 내렸잖아. 타격이 없으면 그게 사람이냐? 인형이지.” 석류에 대한 승효의 걱정이 담긴 말이다. 그런데 그 잘나가던 석류는 왜 퇴사에 파혼까지 하고 귀국하게 된 걸까. 석류 또한 승효에게 그 이유를 차분히 꺼내놓는다. 

 

“그냥 내 인생이 너무 과열됐던 것 같아. 나 엄청 빡세게 살았잖아. 한국에서 학교 다니다가 갑자기 미국으로 유학가고 거기서 또 적응하고 취직하고 결혼까지 그렇게 내내 풀가동을 돌리니까 CPU가 멈춰버린 거지. 화면도 멎고 아무 키도 안 먹고 별 수 없더라. 그냥 전원을 껐다 켜는 수밖에.” ‘갯마을 차차차’에서부터 일관된 주제의식이지만 ‘엄마친구아들’ 역시 치열한 삶에 방전된 이들이 잠시 멈춰 서서 삶을 되돌아보는 그런 이야기를 그려나갈 거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른바 ‘엄친아’, ‘엄친딸’을 이야기할 때 그 의미에 담겨 있는 건 ‘비교’이고 마치 성공의 지표처럼 내세워지는 어떤 삶이다. 그래서 그 삶 바깥으로 나오면 마치 실패한 것처럼 여기는 사회가 꺼내놓은 게 바로 ‘엄친아’라는 단어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보면 이걸 제목으로 세워놓은 이 작품은 그런 비교와 경쟁 사회의 강박관념을 잠시 벗어던지게 해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치열한 성공이 아니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우리 주변에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사랑이 있고 사람이 있으니. (사진:tvN)

‘D.P.2’, 사병이 죽어도 은폐만 하려는 군 시스템과의 전쟁

D.P.2

“그러면 그 개인은 무엇 때문에 함께 모여 있습니까? 무엇을 위해서 군대에 왔습니까? 그들은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군대에 왔습니다. 같이 생활을 하다가 누가 누구를 죽이는 일이 발생을 했는데 ‘나라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증거가 없다’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아니, 그러면 그런 나라를 위해서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군인이 되었습니까?” 법정에 증인으로 선 임지섭(손석구) 대위는 총기난사사건의 원인을 개인으로 몰아가려는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 준장에게 그렇게 일갈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2>가 돌아왔다. 시즌1에서 조석봉(조현철)이 제 얼굴에 권총을 쏘면서 했던 이야기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는 말을 남겼지만 그가 끝내 버텨내지 못하고 벌인 일탈은 과연 고질적인 군 문화를 바꿔놓았을까. 안타깝지만 아니다. 시즌2는 조석봉에 이은 김루리(문상훈) 일병의 총기 난사사건으로 문을 연다. 조석봉의 절친이기도 했던 김루리 일병이 함께 생활하던 사병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은 왜 벌어지게 된 걸까. 

 

지속적이고 집단적인 가혹행위 때문이다. 하지만 김루리 일병이 저지른 이 사건에 대해 군 수뇌부는 그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려 하기보다는 교묘하게 그 책임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작업을 한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만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김루리 일병을 악마화하려 한다. 피해자 가족들은 김루리 일병의 엄마가 운영하는 식당까지 찾아와 항의를 하는데 오로지 엄마만이 아들을 걱정한다. “근데요. 우리 루리가 잘못한 건 맞는데 루리를 그렇게 만든 건 애한테 돼지 새끼라 그러고 애 얼굴에 살충제 뿌리고! 맨날 욕하고! 때리고!” 

 

<D.P.> 시즌1이 폭력이 일상화된 군 문화의 병폐가 만들어낸 비극을 그렸다면, 시즌2는 이런 중대한 사건들이 벌어졌음에도 변화하지 않는 군대와 그렇게 된 이유를 제공하는 군대의 조직적인 은폐 시스템을 저격한다.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 준장은 이를 진두지휘하는 인물로 등장하고, 국군본부 고등검찰부 군수사관 오민우(정석용)는 이를 현실화시키는 행동대장으로 맹활약한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들은 군대 내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덮기 위해 무장한 사병들을 동원하기도 하고, 때론 지휘 체계 앞에서도 물러나지 않는다. 

 

은폐 시스템을 운용하는 고위급 간부들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어, 이들과 대결하는 서사의 중심축도 <D.P.> 시즌1의 안준호(정해인), 한호열(구교환)만이 아니라 그 상급자들인 임지섭 대위, 박범구(김성균) 중사 같은 간부들의 활약으로까지 넓혀진다. 서사는 훨씬 장르화된다. 군 수뇌부가 그간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해왔던 정황이 담긴 USB를 둘러싼 추격전과 쟁탈전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안준호와 그를 잡기 위해 동원된 수십 명의 군인들이 전쟁에 가까운 사투를 벌이는 장면들도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은 법정물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장르물의 색깔이 짙어지면서 다소 슈퍼히어로화 된 안준호의 맹활약이 펼쳐지고 상대적으로 한호열과 함께 티키타카를 만들던 버디물의 색깔이 줄어들었다. 정해인의 액션과 더불어 손석구, 김성균의 내면 연기와 무엇보다 악역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진희, 정석용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물론 처절한 상황에 놓인 사병들의 역할을 미친 연기로 펼쳐낸 문상훈, 최현욱, 배나라 같은 배우들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D.P.> 시즌1이 갖고 있던 버디물과 사회극적인 색깔을 좋아했던 시청자라면 살짝 아쉬움이 남는 대목일 수 있다. 하지만 <D.P.2>는 시즌1과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시즌1 엔딩에서 안준호가 고 신우석의 납골당을 찾아왔다가 그 누나를 만나는 장면은 그가 왜 그토록 시즌2에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맹렬히 군 비리와 맞서게 됐는가로 이어진다. 탈영한 그를 체포하려 나왔다가 우연히 라이터를 건넸는데 그걸로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던 그가 아니었던가. 

 

무엇보다 시즌2는 군대 안에서 이런 사건들이 반복해서 벌어지는 이유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핵심을 향해 달려간다. 진상 규명 없이 은폐하려고만 하는 군대가 그 이유이고, 그래서 시즌2는 그걸 바꾸려 안간힘을 쓰는 이들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진다. 그래서 절망의 끝에 작지만 분명한 희망의 메시지도 담긴다. 보다 장르화된 맛으로 돌아왔지만 <D.P.2>가 남기는 일갈과 여운은 여전히 날카롭고 길다. (사진:넷플릭스)

디즈니+ ‘커넥트’, 멜로 대신 판타지 스릴러로 돌아온 정해인

커넥트

정해인은 자신에게 오래도록 드리워져 있는 멜로의 이미지를 떨궈버리고 싶었던 걸까. 만일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그가 디즈니+ <커넥트>를 선택한 건 좋은 시도였다고 보인다. 멜로와는 거리가 먼 살풍경한 이 판타지 스릴러는 먼저 ‘멜로 눈’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정해인의 그 눈부터 뽑아버리고 시작하니 말이다. 

 

‘뽑아버린다’는 살벌한 표현으로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커넥트>는 신체 훼손과 장기 적출 등의 폭력 수위가 상당히 높은 18세 이상 시청가 콘텐츠다. 여기에 판타지가 섞였다. 신체가 잘리거나 장기가 손상되는 심각한 상해를 입어도 다시 잘라진 신체가 달라붙어 이어지고 원상 복귀되는 불사의 몸을 갖게 된 ‘커넥트’라는 존재가 바로 주인공 동수(정해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수는 이러한 불사의 몸을 능력이 아니라 ‘천형’으로 여기며 살았다. 어려서 나무에서 떨어져 뼈가 뒤틀어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곧바로 회복되는 모습을 본 친구들이 “괴물”이라고 부르는 걸 경험한 후 그는 세상에 없는 존재인 것처럼 살았다. 하지만 장기밀매 조직에 의해 납치되어 장기가 적출되는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그의 이런 능력이 조직에 알려지고 조직은 동수의 몸이 ‘돈’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흥미롭게 이어지는 또 한 가지 사건은 장기밀매 조직으로부터 도망치는 와중에 한 쪽 눈을 챙기지 못했고, 그 눈이 회복능력을 갖고 있는 걸 알게 된 불법 시술을 하는 의사가 마침 자신에게 시술을 받은 연쇄살인마 진섭(고경표)에게 그 눈을 이식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이로써 동수와 진섭은 그 눈을 통해 연결된다. 

 

그런데 동수와 진섭이 눈을 통해 연결되는 과정이 의미심장하다. 그건 동수가 만든 노래 ‘나의 노래’라는 곡을 통해서다. 그 노래가 들리면 진섭에게 이식된 눈이 반응을 하고 동시에 동수의 눈도 반응을 한다. 동수는 노래가 들리는 동안 고통스럽게 진섭이 하는 살인행각들을 보게 되고, 그 연쇄살인을 막고 자신의 눈을 되찾기 위해 진섭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신체가 절단되어도 다시 연결되고, 장기 이식을 통해 동수와 진섭이 연결된다는 설정은 섬뜩하면서도 신박한 판타지 스릴러의 양상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단지 피가 튀고 살이 잘려나가는 자극적인 스릴러에 ‘연결’ 즉 ‘커넥트’라는 은유적인 의미망이 더해지면서 생겨나는 신박함이다. 도대체 이 살벌한 소재는 어떻게 ‘커넥트’라는 은유와 연결되는 것일까. 

 

그것은 동수가 몸이 부러져도 금세 원상태로 돌아가는 특별한 몸을 가진 이유로 친구들에게 ‘괴물’이라 불렸던 것과 관련이 있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상 바깥으로 밀려났고 스스로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삶에 그가 유일하게 세상과 연결되는 건 자신이 만든 노래를 통해서다. ‘나의 노래’는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유명해지고 결국 유명 음악인인 Z(양동근)에 의해 리메이크되어 더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동수는 Z와 음악적 교감을 나누고 그를 통해 자신의 노래가 세상과 연결된 것에 감사해한다. 

 

이것은 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면서 삶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 진섭이 연쇄살인마가 되는 선택과는 사뭇 다르다. 진섭은 결국 누구나 죽게 되고 그래서 그 죽음을 ‘아름답게’ 전시한다는 명목으로 연쇄살인을 벌인다. 사람을 죽여 그 신체를 활용해 조각 같은 작품들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다 보이는 곳에 전시하는 것. 그 역시 자신이 만든 작품(사실은 잔혹한 살인일 뿐이지만)을 통해 그렇게 세상과 연결되려 한다. 

 

동수와 진섭은 그래서 닮은 듯 다르다. 그들은 모두 괴물 같은 존재이고, 모두 세상과 단절되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연결되고 싶어 한다. 그 매개는 둘 다 ‘예술’을 통해서다. 동수는 음악을 통해 진섭은 미술 전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물론 보는 것과 듣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단적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 속에서 보는 것은 폭력적인 것으로 묘사되는 반면, 듣는 것은 상대의 마음과 연결되는 공감으로 표현된다. 

 

보는 것에 의해 다른 존재임을 알게 된 이들은 심지어 그간 가족, 친구처럼 지내온 이들조차 “괴물”이라고 피하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다시 연결시키는 건 그들이 살아온 삶의 아픔과 상처를 들어주려는 누군가의 마음이다. <커넥트>는 그래서 단지 눈에 보이는 살풍경한 스릴러의 자극으로만 얘기될 수 없는 작품이다. 뒤로 갈수록 동수와 이렇게 살아가게 된 이들의 아픔이 느껴지고 그들을 향한 폭력적인 시선과는 정반대의 따뜻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이들의 마음 또한 느껴진다. 

 

다시 정해인 이야기로 돌아오면 <커넥트>는 그런 점에서 정해인이 기존의 이미지와의 절단과 동시에 다시 연결되어 또 다른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보인다. 일단 정해인 하면 늘 따라붙던 ‘멜로 눈’부터 떼놓고(?) 시작하는 점이 그렇고, 그렇게 치열한 내면의 아픔을 안대를 찬 채 벌이는 스릴러를 통해 보여주면서 그 상처에 공감하게 만드는 연기의 과정이 그렇다. <커넥트>는 그래서 정해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대중들에게 연결해준 작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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