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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 그 괴력은 어디서 나온걸까 핏줄 의식의 힘, 그 힘을 넘어서 내세울만한 톱스타도 없고, 눈을 잡아끄는 스펙터클도 없다. 중견연기자들이 보여주는 탄탄한 연기가 드라마의 허리를 지탱해주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제빵왕 김탁구'가 보여준 괴력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연출이 실험적이거나 빼어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스토리에 답이 있다는 것인데, 완성도로만 놓고 보면 '제빵왕 김탁구'는 과장이 많고 개연성도 많이 떨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까. '제빵왕 김탁구'의 그 무엇이 대중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한 것일까. 스토리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이 드라마는 이른바 시청률이 된다는 검증된(?) 소재들이 넘쳐난다. 출생의 비밀, 불륜, 부모와 자식 간의 상봉, 복수, 경합, 가족애, 미션이 주어지는 성장드라마, 형제.. 더보기
김탁구는 왜 천재적인 후각을 가졌을까 감각이 드라마에 미치는 영향 '제빵왕 김탁구'에서 주인공 김탁구(윤시윤)는 천재적인 후각을 갖고 있다. 너무나 미세해 구분이 어려운 냄새도 구별해내고, 뭐든 한 번 맡은 빵 냄새는 잊지 않아 그 빵을 다시 재현내는 데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어린 시절 탁구가 맛보았던 팔봉 선생의 봉빵을 재현해내는 에피소드는 바로 이 김탁구의 남다른 후각에 기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다른 감각도 아닌 후각일까. 그것은 음식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이 후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각이라는 감각이 드라마에 미치는 특별함 때문이기도 하다. 김탁구가 오븐에서 빵을 꺼내면 제일 먼저 우리의 눈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빵이다. 그리고 탁구가 거의 습관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은 그 빵의 냄.. 더보기
김탁구라는 빵에는 시대의 맛이 난다 '제빵왕 김탁구', 빵으로 시대를 풀어내다 굶주린 아이가 빵집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배고팠던 70년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에 씹을수록 말랑말랑한 질감의 기억은 당대의 가난을 향수할 수 있을 만큼 아련하게 다가온다. '제빵왕 김탁구'가 처음 그려낸 정서는 바로 이 가난한 시대에 맡았던 빵의 향기처럼 유혹적이면서도 처절하다. 가난은 폭력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김탁구(아역 오재무) 모자를 삶의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런 탁구를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 배고팠던 시절에 코를 자극했던 빵의 기억이다. 그가 팔봉빵집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세월은 가난이 몸에 배어 배고픔을 잊기 위해서는 뭐든 했던(그래서 그것이 심지어 '생활의 달인'을 만들었던) 시대를 함축한다. 김탁구.. 더보기
'제빵왕 김탁구', 이것이 중견의 힘이다! '제빵왕 김탁구', 중견의 힘이 40%대의 시청률을 낳았다 "삶이란 겪는 것이다." 이 말을 남기고 팔봉선생(장항선)은 눈을 감는다. 삶이란 힘겨운 일도 있고 즐거운 일도 있지만 그저 그렇게 겪어내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뜻. 파란만장한 삶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김탁구(윤시윤)에게 자신을 힘겹게 하는 동생 구마준(주원) 역시 평생 함께 가야할 동반자라는 것을 일깨워준 말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에 팔봉선생은 자신의 경험을 덧붙인다. 즉 자신과 경쟁했던 춘배(최일화)와 함께하지 못했던 자신을 한탄한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제빵왕 김탁구'의 특징이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는 이처럼 이전 세대와 현 세대가 중첩되며 이어진다. 김탁구와 구마준의 제빵을 두고 벌어지는 경합은 그 세대의 경쟁으로 그려지는 것처럼 보이.. 더보기
모든 악역들은 말한다, "네까짓 게 감히!" 사회의 양극화를 잘 드러내는 대사, "네까짓 게" "네가 뭔데. 네까짓 게 뭔데 내 자존심을 건드려!" 이 대사는 '나는 전설이다'에서 차지욱(김승수)이 그 아내 전설희(김정은)에게 던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사는 화를 못 참아 돌발적으로 나온 그런 것이 아니다. 그는 습관적으로 아내를 이런 식으로 부르곤 한다. 이 상류층 집안사람들도 전설희를 늘 이런 식으로 대한다. 뭐 하나 가진 것 없고 그저 그런 집안에서 태어난 전설희가 언감생심 이 좋은 집안에 시집왔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식이다. 전설희의 시어머니는 입에 '네까짓 게'를 달고 산다. 결국 이혼을 결심한 전설희는 그런 시어머니에게 말한다. "결혼 내내 어머니께 수도 없이 들었던 네까짓 거라는 말 더 이상 듣기 싫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