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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 즐거운 현장, 좋은 작품은 이런 데서 나온다

 

"친구들 만나고 또 좋은 분들 만나고 감독님, 작가님 만나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게,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감사했어요." 양석형 산부인과 의사 역할을 한 김대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난 인연들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말했다. 그런데 이건 그만 그런 건 아니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즌1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마련된 스페셜 방송에 나온 많은 배우들은 대부분 이번 작품에 함께 한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표했다.

 

스페셜 방송을 통해 들여다 본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촬영현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처음 대본 리딩을 위해 만난 배우들은 서먹서먹해서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촬영을 하며 진짜 친구들이 되어 있었다. 분위기 메이커로 늘 웃음을 주는 조정석이 촬영 현장을 즐겁게 만들고 있었고, 너무 서로가 재밌어서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NG가 나기도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도적으로 극화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보다 일상에 닿아있는 자잘한 이야기들로 채워졌고, 그 안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절망감, 소소하지만 버릴 수 없는 기쁨, 돈이나 지위하고도 바꿀 수 없는 소신과 환자를 위한 헌신 등등을 전하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장에서의 배우들과 제작진들 사이의 즐거운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그 즐거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작품에 묻어나왔던 것 같다. 그러니 시청자들도 저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고.

 

"사실은 주변 분들한테 우리 드라마 보면서 힐링이 많이 됐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우리가 참 의미 있는 드라마를 하고 있고 정말 뿌듯하고.. 정말 여러분들이랑 같이 할 수 있어서 그랬던 거 같고.. 이분들이 아니었으면 이러지 못했을 거 같아요. 이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유연석이 전하는 고마움에도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묻어났다. 실제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가장 강력한 힘은 인물들의 매력에서 비롯하는 것이었다. 이야기의 극적 구성이나 그런 것보다 율제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그 매력. 그래서 시청자들은 어떤 사건을 기대하기보다는 그 사람들을 보고 싶어 목요일 밤을 기다렸다.

 

이제 시즌1을 마치지만 시즌2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는 다행이라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다시 돌아올 시즌2에서 이들은 또 어떤 성장과 관계의 진전을 보여줄까. 이 드라마에 의학 자문을 해준 의사들은 모두 이 드라마가 가진 선한 힘에 대해 감동을 표하고 있었다. 자신의 의사생활을 돌아보게 됐다고도 했고 환자들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드라마가 그려낸 선한 판타지가 만들어내는 선한 영향력이 아닐 수 없다.

 

"제가 아무래도 의사역할을 하다 보니 너무나도 고생하고 계시는 의사선생님들에 대해서 좀.. 옛날하고는 확실히 감정이 달라진 것 같아요. 얼마나 사명감을 가지고 그 일을 하고 계시는 지를 깊이 깨달은 것 같아요. 느끼게 됐어요. 이 기회를 통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채송화 역할을 연기한 전미도는 의사 분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갖게 된 고마움을 표현했다.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좋은 의사 분들에 대한 고마움.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선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그런 즐거운 현장이니 좋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이 드라마가 남달리 따뜻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내년에도 시즌2로 그 행복감을 또다시 전해주기를.(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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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의 착한 판타지, 좋은 사람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세상에 이런 의사들만 있는 병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다보면 드는 생각이다.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갖가지 수술을 받으며 버텨온 아기. 하지만 이젠 이식수술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걸 알게 된 김준완(정경호)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공여자가 나타나기를 애타게 바란다. 그리고 결국 나타난 공여자를 통해 이식수술을 제대로 해내고 싶어 노심초사한다.

 

이토록 환자를 위해 제 일처럼 마음을 쓰는 김준완은 여자친구 익순(곽선영)에게도 '착한 남친'이다. 그는 유학을 떠나게 된 익순이 준완을 기다리게 하는 게 싫다는 말에 이렇게 답한다. "아니 넌 네가 원하면 5년이든 10년이든 이렇게 지낼 수 있어. 난 다 괜찮아. 내가 하고 싶은 건 결혼이 아니라 너랑 오래 함께 있는 거야. 뭐 물론 결혼도 하고 싶지 당연히. 근데 네가 싫으면 안해도 돼. 지금도 난 너무 좋아."

 

이렇게 익순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준완은 그러나 속내를 숨기고 있다. 익순에게 줄 것이 있다며 손을 내밀어 보라는 말에 익순이 반지, 목걸이 이런 거 싫다고 하자 그는 그런 게 아니라며 이어폰을 꺼내 함께 나눠 낀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나중에 드러난 것이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커플링이 있었다. 전하지 못했을 뿐.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완벽한 의사지만 개인으로 돌아와서는 저마다 숨겨놓은 아픈 개인사들이 있는 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인물들이 가진 특징이다. 익준(조정석)은 남편의 간 이식을 해줄 공여자로 시댁 식구들이 은근히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아내에게 식구들이 없는 자리에서 원치 않으면 자신이 대신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남편을 위한 마음도 있지만 남은 아들을 위해서 자신 또한 위험에 처하는 걸 원치 않는 아내였다. 결국 익준은 식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아내분의 간이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고, 남편은 그 말에 오히려 안도하며 슬퍼하는 아내를 다독여준다.

 

이렇게 수술 실력은 물론이고 환자에 대한 배려심까지 가득한 익준이지만 정작 홀로 대학시절부터 줄곧 좋아해왔던 채송화(전미도)에게는 그 속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주변만 빙빙 돈다. 안치홍(김준한)이 채송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걸 보면서도 뭐라 말하지 못한다. 그는 안타깝게도 술기운을 빌려 농담처럼 진심을 꺼내고, 그 속마음을 노래를 통해 전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의사들이 특히 매력적이고, 그래서 매 주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건 ,바로 이런 일의 세계와 사적인 삶에서 모두 완벽한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한 구석에 전하지 못하는 말을 꾹꾹 눌러두고 있는 그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이제는 그 속내를 드러내주기를 기대한다.

 

익준은 과연 송화에 대한 마음을 전하게 될까. 준완은 익순과 그렇게 떨어져 지내면서도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장겨울(신현빈)은 과연 안정원(유연석)의 어머니 정로사(김해숙)의 바람처럼 정원의 마음을 잡아 신부가 되려는 걸 꺾을 수 있을까. 멀리서 바라보며 발발 동동 구르고 있는 추민하(안은진)는 양석형(김대명)에게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세상 따뜻하고 배려 깊고 좋은 의사이자 친구들이라 모두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가진 판타지의 힘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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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 이번에도 빛난 조정석 특유의 웃음과 페이소스

 

조정석 아니면 이런 느낌의 연기를 누가 소화해낼까. 늘 유쾌하고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지만, 그 웃음의 끝에는 어딘가 쓸쓸함 같은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조정석의 코미디 연기가 남다른 지점이다. 처음 대중들에게 그 존재를 알렸던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때부터 남달랐던 그의 코미디 연기가 정점을 찍었던 건 SBS <질투의 화신>에서였다. 물론 SBS <녹두꽃>에서 절절한 정극 연기도 잘 소화해냈던 조정석이지만, 역시 그의 연기 맛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보여주고 있는 바로 그 우습고 유쾌하면서도 페이소스가 가득한 역할에서 빛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그가 연기하는 이익준의 첫 등장은 얼굴에 다스베이더 헬멧을 쓰고 아들 우주(김준)와 함께 병원에 들어온 모습이었다. 우주가 본드를 헬멧에 발랐는데 그걸 모르고 뒤집어써서 헬멧이 머리에 붙어버린 것. 결국 익준은 다스베이더 헬멧을 쓴 채 응급을 요하는 환자를 수술하러 들어가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익준이라는 캐릭터가 독특한 건 굉장히 심각한 일 앞에서도 좀체 화를 내는 법이 없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받아들이는 면이다. 오래도록 떨어져 지냈던 아내가 외도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혼을 했지만 그게 별 일도 아니라는 듯 병원에서 그의 모습은 예전 모습 그대로 유쾌하기 이를 데 없다. 그 속이 어찌 괜찮을까 싶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늘 웃음과 농담이 넘치는 유쾌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에게 벌어진 많은 일들과 홀로 아이를 양육하며 살아가는 그 삶을 알고 있는 절친들로서는 그런 유쾌함의 이면에 드리워진 상처 같은 걸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절친의 시선이 바로 시청자들의 시선이기 때문에 익준이라는 캐릭터는 눈물 흘리는 인물보다 더 짠하게 다가오게 된다.

 

익준의 이런 캐릭터는 대학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채송화(전미도)에게 좀체 다가가지 못하고 짐짓 친구처럼 늘 옆에만 있는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는 채송화가 후배 의사인 안치홍(김준한)에 대해 좋게 말하고 같이 밥을 먹자고 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걸 받아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그가 말하지 않고 티내지 않아도 속으로 얼마나 마음을 끓일지를.

 

게다가 익준은 자신의 사랑은 서툴면서도 안정원(유연석)과 장겨울(신현빈)이 서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만 잘 엮어지지 않은 걸 도우려 애쓴다. 안정원에게는 은근히 장겨울에 마음이 있는 걸 알고 있다며 머리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해주고, 장겨울에게는 그의 남동생을 남자친구로 알고 있는 안정원에게 당분간도 그렇게 하라고 조언해준다.

 

열이 나 아픈 우주를 돌보려 잠을 설치고, 갑자기 병원에서 온 콜에 채송화를 불러 우주를 돌보게 한 후 병원까지 갖다 오느라 한 숨도 잠을 자지 못했지만, 돌아와 잠든 채송화를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익준. 그런 익준이 채송화는 마음 한 편이 무겁다. 그래서 묻는다. "익준아. 넌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 그 질문에 익준이 답변에 담은 채송화에 대한 마음이 짠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너랑 같이 밥 먹는 거? 너랑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난 나한테 그거 해줘." 실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조정석이 있어서 더욱 유쾌해졌고 더욱 짠해졌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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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 5인방의 사랑받아 무럭무럭 크고 있는 캐릭터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이야기는 율제병원의 이른바 5인방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유쾌한 이익준(조정석)과 따뜻한 안정원(유연석), 까칠해도 설렘을 주는 김준완(정경호)과 곰 같지만 속이 깊은 양석형(김대명) 그리고 뭐든 똑부러지게 잘 하는 채송화(전미도)가 그들이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율제병원에서 벌어지는 자잘해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일상적 사건들의 이야기는 점점 시청자들을 빨아들여 이 드라마는 이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시청률이 12%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극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은 벌어지지 않지만 5인방이 일상으로 겪는 일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5인방만큼 조금씩 존재감을 높여가는 캐릭터들도 이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안정원을 짝사랑하지만 신부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한 그의 원천봉쇄(?) 앞에서 우울해하는 장겨울(신현빈)은 무뚝뚝하고 차가운 표정이 외려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차가워 보이는 인물이 혼자 안정원을 향한 짝사랑을 끙끙 앓는 모습이 너무나 풋풋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장겨울을 소화하는 신현빈은 이전에도 <자백>이나 <미스트리스> 같은 작품에서 시크한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바로 이런 시크한 매력에 상반되는 인간미를 더해줌으로써 이 연기자가 가진 진가를 끄집어내고 있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매력이랄까.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 차로 양석형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어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추민하(안은진) 역시 이 작품이 끄집어낸 매력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병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 잠수 탄 동료 때문에 혼자 독박 노동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해주지 않는 양석형에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추민하는 결국 위급한 산모와 아기를 모두 살 수 있는 처치를 해냄으로써 양석형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 능력 있는 의사보다 그 같은 책임 있는 의사가 더 좋다는 말을 들은 것.

 

추민하를 연기하는 안은진의 매력은 JTBC <검사내전>과 OCN <타인은 지옥이다>를 통해 최근 들어 주목받은 바 있다. <검사내전>에서는 게임의 세계에서 전설적인 존재인 성미란 역할을 통해 반전 매력을 선보인 바 있고,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이상한 고시원을 포기하지 않고 수사하는 지구대 순경 역할을 소화했다.

 

김준완에게 매일 같이 구박을 당하는 흉부외과 레지던트 도재학을 연기하는 정문성은 최근 몇 년 간 굵직한 존재감을 그려내는 연기자다. <라이프>에서 화정그룹 회장으로서 또 사극 <해치>에서는 밀풍군 역할로 남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인 바 있고 최근에는 <방법>에서 강력팀 팀장 역할을 소화했다. 다소 강한 캐릭터들을 주로 선보였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그가 연기하는 도재학은 너무나 허술한 인간미를 드러내는 캐릭터다. 전세 사기를 당한 데다 환자의 딸에게 엄한 소리를 해 징계를 맞을 위기에도 처하는 인물. 하지만 구박하는 김준완이 의외로 아끼는 인물로서 짠내와 더불어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바로 도재학이다.

 

장겨울도 추민하도 또 도재학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그들을 지지해주는 5인방의 햇살과 물을 받아 무럭무럭 크는 캐릭터들이다. 장겨울의 존재감은 그의 짝사랑 대상인 안정원의 햇살을 받고 있고, 추민하의 존재감은 양석형이 주는 물에 키를 키우고 있다. 또 도재학의 짠내 풀풀 나는 웃음은 김준완과의 케미에서 비롯된다.

 

이들 캐릭터들이 이처럼 그 매력을 키워가게 된 건 이 작품이 하려는 메시지와도 잘 어우러져 있다. 즉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우리가 어떤 힘겨운 현실을 마주하게 될 때에도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있어 그걸 이겨내게 하고 또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5인방은 서로에게 그런 존재이면서 동시에 동료 후배 의사들에게도 그런 존재인 셈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손길을 받고 자라난 이들 후배들 역시 나중에는 또 다른 이들에게 그 따뜻함을 전하지 않을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처럼 따뜻한 캐릭터들을 통해 매력적인 연기자들을 무럭무럭 키워내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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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은 어떻게 자극 없이 시청자들을 주목시킬까

 

마치 평양냉면 같은 맛이다.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심심한 맛이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또 생각나는 그런 맛.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는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같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은 별로 없다. 그래서 드라마가 너무 갈등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갈등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 갈등들이 일상 속에 담겨져 있어 자잘하게 느껴질 뿐이다. 예를 들어 경찰이 꿈이었지만 뇌수술을 받게 되어 더 이상 그 꿈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며 자조하는 환자에게 수술 중 안치홍(김준한)이 자신 역시 육사에 들어갔지만 훈련하다 마비가 와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놓는 장면 같은 게 그렇다.

 

자잘한 이야기지만, 그간 그가 육사를 그만둔 이유를 동료들에게 굳이 밝히지 않으려 했던 터라 그의 고백에 담겨진 환자를 위로하려는 마음이 더더욱 절절하게 느껴졌다. 또 남편의 간 이식을 받았지만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투약을 거부하며 좌절하는 환자에게 이익준(조정석)이 자신 역시 아내의 외도로 이혼했다는 사실을 들려주는 장면도 그렇다. 늘 밝게만 보이던 익준의 속엣 이야기가 슬쩍 드러나고, 마침 그 옆 병상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택이 아버지’(응팔에 나왔던)가 그 환자를 챙겨주는 훈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 속에 연애가 빠질 수 없다.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짝사랑을 하던 장겨울(신현빈)이 안정원(유연석)에게 용기를 내서 저녁을 사달라고 말하는 에피소드가 그렇고, 여전히 속앓이만 하는 추민하(안은진)의 양석형(김대명)에 대한 짝사랑도 그렇다. 물론 이제 익준의 여동생 익순(곽선영)과 연인으로 발전해 달달한 관계를 이어가는 김준완이 이를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에 그 흔한 빌런 하나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드라마지만, 정반대로 이 드라마는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인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특징 때문에 환자의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들과, 때론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마치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처럼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이런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줄줄이 나열해 이 드라마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매 회 의대 5인방이 밴드로 모여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들어가는 건 그래서 자칫 흩어져 있는 에피소드들을 그 노래를 통해 묶어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갈등이나 아픔, 기쁨 같은 것들은 굉장히 극적인 어떤 사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잘한 일상들 속에 담기기 마련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외도나 배신 같은 커다란 아픔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일상은 그런 극적인 사건들조차 서서히 덮어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나간다. 놀랍게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래서 배우자의 불륜 같은 사건이 벌어져도 <부부의 세계> 같은 파국을 그리지는 않는다. 물론 분노하지만 그래도 다시 일상을 살아내는 익준처럼, 힘들어도 숨쉬고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웃고 우는 그 과정들을 통해 그래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담는 건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삶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똑같이 하루하루의 일상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만한 위로가 있을까. 슴슴해도 자꾸만 생각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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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4.28 22:55 blue0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새 자택근무/사회적거리 두기 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밖은 봄인데 흉흉한 소식들 ...
    목요일에 산책 하고 슬의생 보면 행복해진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계속 보고 싶네요. 프렌즈처럼 시즌제 꼭!

‘슬의생’, 조정석과 정경호 같은 슬기로운 의사들이 있어

 

“오늘이 어린이날이라 그래요. 이 분 아들이 다섯 살인데 이름은 원준이고, 오늘 어린이날이라 아빠랑 짜장면 먹기로 했거든요... 근데 원준이 앞으로 평생 못하게 됐어요 그거. 우리 딱 10분만 기다려요. 10분만 있다가 시작해요. 애가 매년 어린이날마다 돌아가신 아빠 때문에 울면서 보낼 수는 없잖아요.”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익준(조정석)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뇌사한 장기기증자의 수술을 10분만 있다가 하자고 말한다. 전날 퇴원한 환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날이 마침 어린이날이었고 10분만 지나면 5월 6일이었다. 그래서 10분을 기다리자고 한 건 어린이날을 원준이에게 기일로 만들고 싶지 않은 익준의 배려였다.

 

사실 보통의 경우 10분은 그리 대단한 시간이 아닐 수 있다.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도 안되는 그런 시간이 아닌가.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소소한 10분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가 되는가를 익준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아마도 이건 이 드라마가 포착하고 있는 새로운 지점일 게다.

 

물론 병원은 삶과 죽음이 오가는 극적인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는 거대한 극적 사건들을 그리려 하지는 않는다. 대신 사람에 한 걸음 다가가 누군가에는 자잘해 보일 수 있는 일들이 가진 의외로 큰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이런 사례는 의사들에게나 환자들에게나 까칠하기 그지없는 준완(정경호)의 이야기에서도 등장한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 때문에 일주일만 수술을 미뤄달라는 아버지에게 냉정하게 안된다고 선을 긋고 심지어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준완. 그건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이지만 후배 의사들이나 환자가족들에게 모두 매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매정함이란 의사로서의 본분일 뿐, 그는 따뜻한 배려가 넘치는 진짜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재학(정문성)에게 양복을 빌려 입고 아무도 모르게 그 환자의 결혼식을 찾아가 나름의 축하를 해줬던 것. 이 드라마는 준완을 그려내는 것처럼 겉보기에 냉정해보여도 사람은 저마다 따뜻한 내면을 갖고 있다는 걸 포기하지 않는다.

 

심장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기의 젊은 부부가 너무나 쿨하고 세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재학이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자, 준완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 재학을 나무라는 대목이 그렇다. 결국 아기 엄마는 준완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일부러 센 척했다고 토로했고, 준완은 아기 엄마에게 평소와 달리 “수술이 잘 될 것”이라며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건 거대한 사건들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병원에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자잘한 사건들 속에서 여기 등장하는 의사들이 어떤 ‘슬기로운’ 선택을 하고 있느냐에 집중한다. 그저 까불이처럼 보였던 익준의 ‘10분’이나, 매정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던 준완의 ‘배려’, 후배들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 다소 혹독하게 질문 세례를 하는 송화(전미도)의 진심이나 병원의 후계자 자리 대신 VIP 병동의 수익을 통해 남모르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는 정원(유연석)의 마음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흉부외과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가 누군 줄 아냐고 묻는 재학에게 이제 새내기들은 “지성(드라마 <뉴하트>에 나오는)”과 “낭만닥터 김사부”를 말한다. 그러자 재학은 말한다. “그런 훌륭한 의사들은 이 병원에는 없어” 그리고 이 대사는 이우정 작가가 이 드라마를 통해 그리려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가를 분명하게 해준다. 소박하고 소소해보이지만 슬기로운 의사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래서 그 일련의 소박해도 슬기로운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나름의 행복감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시청자들이 매료되는 이유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이유가 그런 ‘슬기로운 이들’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코로나19 같은 거대한 재난 속에서도 우리가 이를 이겨내고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건 그런 분들이 있기 때문일 테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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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에서 ‘감빵생활’과 ‘응답하라’가 모두 보인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캐릭터 맛집은 명불허전이다. 이미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정평이 나있던 것처럼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여러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며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은 이번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첫 회에 중심에 선 인물은 ‘알고 보니 율제병원 회장 아들 안정원(유연석)이었다. 물론 그와 함께 5인방으로 오랜 친구로 지내온 이익준(조정석), 김준완(정경호), 양석형(김대명) 그리고 채송화(전미도)가 소개됐지만, 회장 아들이면서 병원을 물려받기보다는 숨어서 어려운 환자를 돕는 키다리아저씨면서 동시에 친구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안정원의 이야기가 메인이었다.

 

사실상 안정원의 이런 남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이자 색깔이라는 걸 첫 회는 충분히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진 2회에서는 율제병원의 에이스인 채송화의 면면이 보다 자세히 소개됐다. 환자를 위해서는 자신이 집도를 하는 게 맞지만, 그 집도를 먼저 맡게 된 상사의 위신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채송화라는 의사의 인물됨과 함께 소개됐다.

 

전공의 때부터 신던 신발을 10년 간이나 계속 신고 다녔다는 채송화. 실습 나온 쌍둥이 전공의들이 의사가 된 사연은 묘하게 그 신발과 함께 채송화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쌍둥이 전공의들은 어머니가 병원에서 돌아가셨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한 의사 때문에 자신들도 그런 의사가 되려 이 길을 택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쌍둥이가 기억하는 건 그 의사의 신발이었다. 그 때 그 의사는 펑펑 울면서 “자신이 꼭 좋은 의사가 되겠다”고 그들에게 말했다는 것.

 

물론 드라마는 쌍둥이가 말한 그 의사가 채송화인지 아닌지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10년 간이나 그 신발을 신고 다닌 채송화가 그 의사라는 심증을 갖게 되고, 그가 그 신발을 그렇게 오래 신은 것이 그 때의 그 다짐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병원 내 에이스로 환자들을 세심하게 살피면서도 동시에 조직생활에도 지혜롭게 대처하는 인물이 바로 채송화였다.

 

안정원에 이어 채송화의 이야기를 중심에 세웠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엉뚱하고 유쾌한 이익준과 후배의사들에게 까칠하지만 친구들을 남달리 챙기는 김준완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처럼 보이지만 먼저 채송화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내보일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적극적인 양석형의 이야기들을 깨알같이 채워 넣는다. 여기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지만 전이되어 다시 병원을 찾은 채송화의 친구 같은 환자들의 에피소드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더 풍성해진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신원호 PD의 전작인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응답하라> 시리즈가 모두 보인다. 병원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만나는 무수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는 저 감방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그러면서도 5인방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어찌 보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늘 추구해왔던 세계를 이번에는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건 어쩌면 이들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믿게 만드는 이유일 게다. 색다른 공간의 색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그들을 다루는 방식은 이른바 신원호-이우정 표라고 해도 좋을 법한 일관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원호-이우정 표 드라마의 핵심적인 힘은 결국 캐릭터에서 나온다. 한 인물만 봐도 매력적인데, 그런 인물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또 이들이 엮어가는 관계의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면서 감옥, 병원 같은 특정 공간을 통해 그려내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와 새롭게 제시되는 가치관이 커다란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마법처럼 그 세계에 매번 빠져드는 이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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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유연석의 일상선택, 기대감 커진 이유

 

또 다른 의학드라마인가?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제목을 통해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율제병원이라는 종합병원이 등장하고 주인공들도 의사들이며 환자들과 얽힌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그러니 의학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신원호 PD의 전작이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감옥 소재의 장르물처럼 보이면서도 전혀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첫 회부터 그 색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율제병원 회장 아들인 정원(유연석)이다. 여러모로 이 드라마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정원은 첫 회에 부친상으로 자신이 병원 회장 막내라는 사실이 장례식장에 모인 친구들에게 드러난다. 병원에서는 회장을 대신할 인물로 줄줄이 신부, 수녀의 길을 간 형들 누나 대신 5남매 중 막내인 정원을 꼽지만, 그의 선택은 의외다. 그는 그 자리를 주종수(김갑수)에게 선선이 내주며 대신 VIP 병동의 운영과 관리를 맡겨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정원이 그렇게 한 건 VIP 병동에서 막대한 수익이 나온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수익은 이미 키다리아저씨로 병원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굴리는 환자를 돕고 있는 데 보태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VIP 병동을 위한 의사들로 의대 동기들인 익준(조정석), 준완(정경호), 석형(김대명), 송화(전미도)를 거액의 연봉을 주고 채용한다. 즉 정원은 병원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이나 부 같은 거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애초 신부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줄줄이 형과 누나가 신부, 수녀가 되면서 자신은 의사가 됐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환자의 사정에 몰입하는 자신이 의사와는 맞지 않는다 한탄하고 매해 신부인 맏형(성동일)을 찾아와 “때려 치우겠다”고 선언한다. 그럴 때마다 형은 듣는 둥 마는 둥 음식에만 관심을 쏟으며 심드렁하게 말해준다. “1년만 더 해보라”고.

 

정원의 이런 성향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그려나갈 이야기가 흔한 의학드라마들의 클리셰와는 다르다는 걸 말해준다. 우리네 의학드라마들은 크게 두 가지 사안들을 소재로 다룬 바 있다. 그 하나는 <하얀거탑>처럼 병원 내 권력 구도의 대결을 다루는 소재이고, 다른 하나는 <뉴하트>나 <닥터스>처럼 환자들과의 사연을 중심으로 다루는 휴먼드라마적인 의학드라마 소재이다.

 

하지만 정원은 권력에도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엄청난 수술 능력을 가진 채 환자의 생명을 구해내는 그런 의사도 아니다. 그는 다소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의사들과 달리 타인의 아픔을 제 일처럼 공감하는 보통 사람의 따뜻한 심장을 갖고 있고, 그러면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좋은 평범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성향은 끼리끼리 모이게 된 정원의 친구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보이는 면들이다. 즉 VIP 병동에 의사로 스카우트 하려는 정원의 제안에 대해 ‘밴드를 다시 하자’고 한다거나, 그 밴드에서 보컬을 하게 해준다면 합류하겠다는 이들의 조건이 그렇다. 이들은 연봉 같은 현실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아주 일상적인 자신들의 취미나 자잘한 생활에서 오는 즐거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신원호 PD는 감방이라는 낯선 공간에서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 역시 일상을 살아간다는 걸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 바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공간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마찬가지의 시선이 느껴진다.

 

삶이 치열해질수록 우리는 왜 이렇게 경쟁적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그래서 굉장한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가는 일이 결코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걸 실감하곤 한다. 이 드라마 속 5인방 절친들이 그려나갈, 때론 쉽지 않은 병원생활 속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고, 때론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모습은 그래서 그 어떤 거창한 성공과 성장드라마보다 기대가 큰 면이 있다. 병원 밖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잔잔하지만 묵직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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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눈물과 웃음의 롤러코스터가 있다

 

이 영화 심상찮다. 재난과 코미디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싶지만, 의외로 웃음과 눈물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엑시트>다. 그 중심에는 역시 울면서 웃기는데 이보다 잘 할 수 없는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있다. 그는 영화 내내 뛰어다니고 억울해하고 두려워 떨고 심지어 울지만, 그걸 보는 관객들에게는 시종일관 웃음을 안긴다. 바로 이 눈물과 웃음이 자연스럽게 교차되는 지점이 바로 <엑시트>가 가진 가장 큰 묘미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서 조정석이 얼마나 큰 위치를 차지하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시를 탈출한다는 그 상황은 전형적인 재난영화의 틀을 갖고 오지만, 그 속의 인물들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지극히 우리식의 공감대를 한껏 머금고 있다는 건 한편의 가족드라마 혹은 멜로드라마 같은 느낌을 준다. 게다가 영화는 재난영화가 갖고 있는 그 무거움만큼 이 상황을 살짝 비틀어 만들어내는 웃음의 지점들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은 너무나 공감 가는 용남(조정석)네 가족 구성원이 쏟아내는 대사 하나에도, 이들이 칠순잔치를 하며 보이는 풍경 하나에도 웃음이 터진다.

 

하지만 그 웃음은 청년 백수로 구박받으며 살아온 용남이 재난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용기와 인간애 앞에 뭉클한 감동으로 바뀐다. 게다가 그와 함께 하는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는 용남이 짝사랑했던 여인으로 그가 두려워 눈물까지 흘리면서도 바른 선택을 하게 만든다. 산악동아리를 하며 몸에 익은 클라이밍 기술은 유독가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위로 오르고 또 올라야 하는 용남과 의주의 유일한 생존방법이 된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아슬아슬한 밧줄 하나로 넘어가고, 마치 절벽을 오르듯 건물을 맨 손으로 오르는 과정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또한 용남이라는 청춘이 보여주는 짠내와 웃음은 그가 보여주는 용기 있는 행동들로 반전을 보이며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잉여로 취급받는 이 청춘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가능성의 존재인가를 드러내준다. 도시를 가득 채운 유독가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위로 오르고 또 오르기 위해 상처투성이가 되는 그의 손은 그래서 마치 지금의 청춘들의 단상을 담아내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물론 <엑시트>는 저 드웨인 존슨이 출연했던 <스카이스크래퍼>식의 스펙터클과 폼나는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친숙한 공간과 인물들과 상황들이 너무나 우리 식으로 맞춰져 있어서인지 <스카이스크래퍼>보다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스카이스크래퍼>가 가짜 이야기 같다면 <엑시트>는 바로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현실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물 하나 넘어가는 일이나, 한 층 위로 올라가는 일 하나만으로도 <엑시트>는 <스카이스크래퍼>가 주지 못하는 흥미진진함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이 긴박하고 아슬아슬한 순간들은 마치 남사당패 줄타기가 그러하듯이 그 긴박한 상황을 슬쩍슬쩍 무너뜨림으로써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물론 조정석과 임윤아는 내내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의 진지한 연기를 선보이지만, 그것이 웃음으로 전화된다는 점에서 기막힌 희비극의 묘미를 선사한다.

 

임윤아는 이 작품을 통해 확실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지금껏 가녀린 선을 통한 멜로 연기 등을 주로 보여 왔던 임윤아는 <엑시트>를 통해 액션 또한 가능하고 나아가 코미디 연기도 조정석 못지않게 해낼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조정석이야 이미 <질투의 화신> 같은 작품을 통해서 울면서 웃기는 연기의 정점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임윤아에게는 <엑시트>가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비약적으로 넓혀준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이번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엑시트>는 분명 일을 낼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웃을 일 없는 지금의 현실에 잠시 시원하게 웃을 수 있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따뜻하고 훈훈한 기분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그 어떤 화려한 블록버스터보다 확실히 <엑시트>는 우리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거기에는 눈물과 웃음의 롤러코스터가 있으니.(사진:영화'엑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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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아베정권에게 전봉준 사진의 의미를 전해주고 싶다

 

“모두 고개를 드시오! 고개를 들고 우리를 똑바로 쳐다보시오. 그대들 눈에 눈물 대신 우리를 담으란 말이오.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란 말이외다. 우리를 기억하는 한 두 번 지진 않을 것이요!”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에서 전봉준(최무성)은 슬퍼하는 민초들에게 그렇게 외쳤다. 이제 죽어야할 길을 걸어가는 그는 끝까지 의연했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했다.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라’는 그 말은 어쩌면 <녹두꽃>이라는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였을 게다. 이미 역사 속에서 실패한 혁명으로 알고 있는 이 이야기를 굳이 드라마로 재연하려 했던 뜻이 그것이었다. 그 슬픈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시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 말이다.

 

전봉준은 우금티 전투에서의 참패에 대해서도 “실패했지만 틀리진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미 문명이라는 화려한 가면을 쓴 야만의 실체를 가진 일제를 꿰뚫어보고 있었고, 끝까지 자신을 회유하려던 매국노 백이현(윤시윤)에게 오히려 “넌 속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일제의 행보를 ‘개항’이라 생각했던 백이현에게 다케다(이기찬)는 “왜 그리 순진하냐”며 그것이 결국은 영토 확장이었다는 걸 털어놓았다.

 

또한 전봉준이 백이강(조정석)을 만나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도 그는 자신이나 백이강 나아가 동학군들 모두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시켰다. “장군헌티 녹두꽃이 만개한 시상을 보여드려야 허는디...”라는 백이강의 안타까운 이야기에 전봉준은 이렇게 말했다. “녹두꽃은 내 이미 숱하게 보았다”고. 고부서부터 우금티까지 함께 했던 민초들이 이미 활짝 피어났던 녹두꽃이었다는 걸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녹두꽃>으로 다뤄지기 전까지 동학농민혁명에 대해서 우리네 드라마들은 그다지 깊게 들여다본 적이 별로 없었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역사책에 살짝 언급되어 있었지만 그 몇 줄의 기록이 어떤 의미들인지를 실감하게 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동학농민혁명을 떠올리게 하는 건 역사책에 담긴 한 장의 사진이었다. 결박되어 끌려가면서 찍은 사진. 죽음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어보이던 그 의연하고 결연한 전봉준의 모습.

 

<녹두꽃>은 그 사진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사형 판결을 받고 돌아가는 전봉준의 모습을 송자인(한예인)이 사진 한 장으로 남기는 대목을 통해서였다. “전주에서 그러셨지요.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라고요. 이제 모두가 장군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저것을 똑바로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것은 백성이고 후손으로 태어날 자들이다.” 그 사진 한 장은 그래서 슬픔의 역사를 기록을 통해 기억하게 하는 역사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일관계 속에서 보여주는 아베정권의 행태는 이런 포장된 야만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걸 말해준다. <녹두꽃>이 재연해낸 전봉준의 말과 사진 한 장의 의미가 더 남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이유다. 물론 근대로 회귀하려는 듯한 시대착오적 야만의 행태들은 역사가 말해주듯이 결국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스스로의 목을 죄게 될 것이지만.(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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