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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프락치 지진희의 비애, 그리고 국가의 야만적 폭력

 

199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가짜 신분으로 접근했다 사랑에 빠진 안기부 요원. JT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는 한정현(지진희)은 이석규라는 자신의 이름을 지운 채 사랑하게 된 최연수(김현주)와 가정을 꾸려 단란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 한정현이 가진 '거짓 신분'은 언제고 터질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이었다.

 

인권변호사가 된 최연수가 공수처장으로 지목되자, 국정원 도영걸(정만식) 팀장은 한정현을 협박한다. 최연수가 공수처장이 되는 걸 막지 않으면, 그의 가족을 파탄 내겠다는 것. 한정현은 아내의 앞길을 막을 수도, 그렇다고 가족이 파탄 나는 걸 볼 수도 없는 곤경에 빠진다. 다행스럽게도 최연수가 스스로 공수처장을 수락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이런 선택은 그가 30년 넘게 재심 변론을 해왔던 황정호(최광일)의 간절한 부탁으로 흔들린다.

 

<언더커버>는 BBC 동명의 원작 리메이크 드라마지만, 우리 식의 해석이 담겨 있다. 90년대 학생운동과 당시 안기부의 공작들이 그 밑그림으로 들어가 있어서다. 이석규는 바로 당시의 안기부 요원 중 능력을 인정받아, 한정현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채 최연수에게 접근하는 인물이다. 프락치 활동을 하는 것이지만, 한정현은 점점 최연수에게 빠져들고 그래서 조직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며 사직서를 쓴다. 하지만 이런 한정현을 그냥 놔둘 리가 없는 안기부다.

 

안기부는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한정현이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아직 드라마가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그 삶이 얼마나 비극적이었을 지는 그가 아버지를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하는 장면에 들어 있다. 임무 때문에 자식이 해외에 나갔다 믿었던 아버지는 최연수와 가정을 꾸린 채 나타난 한정현이 아들이 아님을 부인하자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한참 후에 한정현이 요양원에서 마주한 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아들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한정현은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바로 달려갈 수 없는 처지다.

 

한정현은 국가 기관이 만든 시대의 비극을 담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그 비극 속에서 쓸쓸하게 죽어간 아버지를 경험하면서도, 애써 지키려 한 건 바로 자신의 가족이다. 과거를 애써 잊으며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려던 그지만, 그 과거가 갑자기 그의 앞으로 다시 툭 튀어나온다. 한정현은 이제 현재를 위해 과거와 싸워야하고, 가족을 위해 저 거대한 조직과 싸워야 한다.

 

궁금해지는 건 최연수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정의를 위해 거의 한 평생을 살아왔던 인권변호사다. 그런데 공수처장 수락을 앞두고 가족이 파탄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그는 과연 남편의 거짓 신분을 알고도 그를 받아들일까. 가족이 위기에 처하는 상황 속에서도 정의를 위한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갈까. 그런 최연수를 바라보는 한정현은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언더커버>는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남편의 실체가 드러나는 스릴러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법 정의나 진실과 거짓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국가 기관이 만든 개인의 비극과 그래서 개인이 저 거대한 국가 기관과 마주해 싸우는 이야기. 특히 <언더커버>가 리메이크 되면서 강화한 부분은 가족이다. 결국 한정현도 최연수도 이 위기 속에서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리메이크작이지만 이 드라마가 꽤 우리네 드라마 같은 정서적 공감대를 갖게 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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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지진희처럼 연예인 출연에도 진심을 담는다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93화의 주제는 '○○'에 진심인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소개된 이들은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제설제를 만든 양승찬 대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놀랍게 빠른 속주를 보여준 리코더 그랜드마스터 남형주, 손님에게 진심인 명품 택시기사 권오길, 우리네 토종 괴물을 발굴하는 곽재식 박사이자 작가 그리고 셀카에 진심인 지진희였다.

 

이번 편에 출연한 모두가 흥미로웠지만 특히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분은 명품 택시기사 권오길님의 사연이었다. 울산에서 유명하다는 권오길 기사님은 타는 손님들에게 껌을 제공하고 쿠션을 놓는 등 최상의 편의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진심어린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는 분이었다. 택시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그런 권오길 기사님에 대한 손님들의 고마운 마음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매일 같이 채워 넣는 껌 비용만으로도 지금껏 700만 원 넘게 썼다는 권오길 기사님은 손님들에게 맞는 덕담을 해주고, 재치 있는 농담으로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는 등 택시에도 진심이 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진심은 손님들이 남긴 방명록에도 담겨 있었다. '센스쟁이 기사님- 늦은 새벽 집안일로 먼 길 다녀오다가 터미널에서 마주친 기사님- 피로가 풀리는 껌 그리고 친절 감사합니다-', '명품과 함께 시작하는 2020년 휴가 첫 발걸음에 다소 인연이 놀랍고 감사하다. 이 기사님의 마인드야말로 명품 중에 명품이 아닐까 싶다.'

 

권오길 기사님이 들려준 단골손님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는 실로 감동적이었다. 한 2-3년 연락이 없다가 받은 단골손님은 문자로 '연락이 안 됐던 3년 동안 암 수술을 12번을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고 했다. 이 전화를 하기 위해 1년을 망설였다는 손님에게 권오길 기사는 어떤 일이든 돕기 위해 모닝콜을 해주고 병원을 데려다 주고 화장실 변기가 막힌 것까지 뚫어줬다는 사연까지 들려줬다. 그 손님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친구도 부모님도 다 떠났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권오길 기사님은 자신이 더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어 마음 아팠다고 했다.

 

<유퀴즈>는 코로나19 때문에 길거리로 나서서 그 곳에서 만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주제에 맞는 인물들을 섭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리운 건 그 보통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권오길 기사님의 이야기는 <유퀴즈>가 길거리로 나서던 때의 한 풍경을 다시금 보는 듯한 감동을 줬다.

 

중요한 건 이 날 같은 주제로 출연한 지진희에게서도 그 섭외 자체에서 진심이 느꼈다는 점이다. 보통 연예인들의 출연은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위한 선택이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유퀴즈>에 출연하는 것이 주목받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를 듣는 이 프로그램과는 어울리지 않을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아무런 홍보 이슈 없이 출연한 지진희는 이번 주제가 내세운 '진심'이라는 코드에 딱 맞는 인물이었다. 연예인이라는 사실보다 모든 것에 진지함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그 때문에 유재석을 빵빵 터지게 만들었고, 그런 진지함이 그가 지금껏 살아왔던 연기 인생에도 묻어나 있었다는 걸 보여줬다.

 

연예인이 출연해도 특별한 홍보 이슈가 아니라 주제에 걸맞는 인물이고 또 그 목적에 어울리게 섭외된다면 그것이 <유퀴즈>에는 의외로 괜찮을 수 있다는 걸 이번 편은 보여준 면이 있다. 즉 지진희처럼 유명한 연예인과 더불어 권오길 기사님처럼 보통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인물이 나란히 한 자리에 앉는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갖는 진심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우리와 별 다를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이 나와 그들의 평범하지만 위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유퀴즈>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이번 지진희처럼 연예인 출연에도 진심을 담는다면 시청자들 역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걸 이번 편은 보여줬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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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지정생존자’, 이준혁 같은 인물의 권력이 위험한 이유

 

저런 인물이 권력을 잡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원작과는 달리 이런 관점에 더 집중한 건 아닐까. <60일, 지정생존자>는 박무진(지진희)이라는 하루아침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에 오르게 된 인물이 그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대처하며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이 부각된 건 오영석(이준혁)이라는 국회의사당 테러범들과 연결되어 있는 인물이 권력을 농단하는 모습이다.

 

몇 회에 걸쳐 박무진은 오영석의 배후세력들에게 철저히 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무진은 무너진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관임명식을 하다 총격당하고, 배후세력을 은밀히 추적하던 국정원 요원 한나경(강한나)과 정한모(김주헌) 역시 수세에 몰린다. 정한모는 아이가 납치당하자 생포한 전직 북한 장성인 명예준을 자신이 죽였다 거짓 증언한다. 한나경도 국정원에 체포되어 심문을 받다 박무진의 도움으로 풀려나 은밀하게 배후세력들을 수사한다.

 

수술을 받게 된 박무진이 권한대행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공백을 국방부장관이 된 오영석이 채우게 된다. 그런데 오영석이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그는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박무진을 총격한 테러범을 포획하지 않고 사살하라 명령하고, 양진만 전 대통령(김갑수)이 추진하려다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된 해군기지사업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켜 진행한다.

 

그런데 그것은 오영석의 결정이라기보다는 그의 배후세력을 이끄는 ‘어르신’과의 결탁에 의한 것이다. 해군기지사업을 그들은 비즈니스로서 재개하고, 그것을 통해 양진만 전 정권이 만들어놓았던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깨버리려 한다. 국민들을 불안 속에 몰아넣고 그것으로 권력을 공고하게 하며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 함이다.

 

물론 미드 원작에서도 전복을 꿈꾸는 배후세력들이 등장하지만, <60일, 지정생존자>의 오영석이나 그 배후세력들의 이야기는 어딘지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에 겪었던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가 떠오르고, 또 이명박 정부 시절에 겪었던 4대강 사업 같은 국가 재난급의 사업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60일, 지정생존자>는 그래서 박무진이 위기 상황 속에서 선한 선택을 하고, 그것이 이기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것이 궁극적인 이야기의 메시지지만, 오영석 같은 자격 없는 인물이 권력을 갖게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려는 이야기도 상당히 부각되어 있다. 드라마가 다소 지지부진하고 고구마 가득한 상황들이 전개됐던 건 바로 이런 오영석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가 부각되게 되면서 생겨난 일이다.

 

드라마는 오영석과 박무진을 그래서 극적으로 비교해 놓는다. 이를테면 킹메이커를 꿈꾸는 차영진(손석구)의 시선으로 권한대행을 맡게 된 박무진과 오영석의 다른 자세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차영진은 그간 박무진이 단 한 번도 대통령의 책상에 앉지 않았다는 걸 되새기며 그와 정반대로 들어오자마자 그 자리에 앉아 집무를 보는 오영석과 비교한다.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그 자리에 앉으면”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걸 보여주는 것.

 

<60일, 지정생존자>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건 바람직한 리더상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박무진처럼 타협하려 하지 않고 항상 곧게 진실만을 향해 나가는 인물을 그 누구도 정치에 적합하다 여기진 않는다. 반면 오영석처럼 권력을 위해서는 엄청난 짓까지 서슴없이 하고 연기를 하는 인물이 오히려 정치에 더 잘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차영진은 오영석이 아닌 박무진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선이 이기는 걸 보고 싶어서”다. 우리네 정치도 이런 게 가능할 수 있을까.

 

물론 그건 요원한 일이고 순진한 판타지일 게다. 대신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대중들이 생각하게 된 건 선은 아니더라도 부적절한 악이 그 자리에 앉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는 점이다. <60일, 지정생존자>가 박무진의 선만큼 오영석의 악에 시간을 할애한 건 이런 반면교사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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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지정생존자’에서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사건 전개가 지나치게 느리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를 보다보면 어째서 이렇게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이야기에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이 드라마는 미드 원작과 달리 우리네 헌법에 맞게 ‘60일’이라는 시간제한을 뒀다. 그래서 드라마의 연출에서도 시작과 함께 자막으로 ‘○○일’ 같은 시간의 흐름을 적시해 놓았다.

 

보통 이런 구조의 시간제한은 마치 시한폭탄 같은 장치를 만들어 드라마를 긴박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여기서 60일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게 되기까지의 시간이다.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지진희)은 그 60일의 국정운영을 대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60일 후 대통령 선거에서 박무진이 대행이 아닌 진짜 대통령이 되는 그 과정까지 담아낼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시간제한이 갖는 긴박감을 살리지 못하고 자잘한 에피소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난회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한껏 증폭되어 있던 인물은 바로 오영석(이준혁) 의원이었다. 그가 사실상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고, 그 진실에 다가가려는 한나경(강한나)과 정한모(김주헌) 국정원 요원들이 오히려 누군가에 공격을 받고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시청자들로서는 오영석 의원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갑자기 ‘스캔들’이라는 부제로 박무진 권한대행과 아내 최강연(김규리)이 어떻게 만났고 친부로부터 버려진 박시완(남우현)을 박무진이 어떻게 친자식으로 끌어안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드라마의 흐름을 꺾어버린 전개고, 어떤 면에서는 시간 끌기를 함으로써 맥을 풀리게 만드는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박무진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려는 이 에피소드가 그리 대단히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도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다 예상할 수 있는 전개 안에 머물고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 박무진이 유부녀였던 최강연과 불륜을 통해 박시완을 갖게 됐다는 식의 제보가 등장하고, 차마 박시완을 친자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박무진이 그 거짓 제보를 그대로 인정하는 대목에서 이미 시청자들은 그 사건의 전말을 어느 정도는 예상했을 게다.

 

나아가 이 이야기 자체도 허점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박시완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라면, 아들에게 아빠가 불륜남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괜찮은 걸까. 이런 논리적인 허점들이 있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는 과도하게 박무진의 인간적 캐릭터를 짜내서 만들어낸 듯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피소드의 허점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지지부진한 전개가 만들어내는 피로감이다. 빠른 전개를 해도 시청자들이 채널을 유지할까 말까 한 상황이다. 정공법으로 이야기의 속도를 내지 않고 자잘한 에피소드로 변죽만 울리다 시청자들이 다 떠나버릴까 우려되는 지점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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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생존자’, 정치드라마일까 또 다른 액션 스릴러일까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과연 정치드라마일까 아니면 액션 스릴러일까.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라는 국가 위기 상황을 상정하고 있으니 액션 스릴러적 장르의 색깔이 묻어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국가 위기 상황에서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지진희)의 국정 수행에 관한 이야기는 정치드라마적 색채를 띤다.

 

게다가 60일 이후의 선거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한대행으로 왔지만 북한 관련 이슈가 터지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반등한 박무진이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다, 야권 주자인 윤찬경(배종옥)은 애초에 그 싹을 잘라버리려 갖가지 정치적 포석을 두고 있다. 여기에 여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서울시장 강상구(안내상)가 만만찮은 야심을 드러내니 정치드라마로서의 치열한 복마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런 정치드라마적 색깔보다 더 액션 스릴러에 가까운 색깔을 만드는 인물은 오영석(이준혁) 의원이다. 무너진 국회 건물 더미에서 유일한 생존자로 구조된 오영석 의원은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국민적인 영웅이 된다. 박무진은 정치적인 포석으로 오영석 의원을 끌어들여 국방부장관에까지 임명시키려 하지만, 그는 국정원 한나경(강한나) 요원에게 국회의사당 테러의 주범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에 의구심을 가진 한나경은 폭탄이 터질 당시 오영석 의원이 자리를 비웠다는 걸 알게 되고, 누군가의 제보에 의해 그가 국회 내에 은밀하게 만들어진 방공호에 들어갔다는 사실까지 증거로 확보하게 된다. 결국 국회의사당 테러는 오영석 의원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자행한 사건이었다는 것. 하지만 그 증거를 갖고 오던 한나경은 교통사고로 위장된 사고를 당한다. 즉 오영석 의원을 의심하고 그 행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 장르로 <60일, 지정생존자>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테러범이라 주장하며 캄보디아에 숨어 지내는 북측의 명해준(이도국) 고위 장교를 검거해오기 위해 특수부대가 투입되는 장면 역시 정치드라마의 틀에서 훌쩍 벗어난 전쟁 액션 장르 같은 느낌을 더한다. 그렇게 잡혀와 국정원에서 심문을 받던 중 누군가에 의해 명해준이 살해되고, 한나경이 찾은 증거를 공유했던 정한모(김주헌) 국정원 대테러팀장이 갑자기 자신이 명해준을 살해했다고 자백하는 장면 역시 이 드라마가 흘러갈 스릴러적 장치들을 예감하게 한다.

 

이처럼 <60일, 지정생존자>는 정치드라마와 액션 스릴러의 중간 지점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애매함을 만드는 중요한 인물이 바로 오영석이다. 그의 정체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정치드라마로서의 이야기보다 음모가 숨겨진 액션 스릴러적 이야기가 더 전면에 등장하는 것. 게다가 이 오영석 의원의 정체를 이제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드라마 속 인물들은 그걸 모르고 있는 지점은 드라마를 조금 답답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오영석 의원의 실체가 빨리 드러나야 <60일, 지정생존자>가 가진 정치드라마적 요소들이 좀 더 전면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위기 상황에서 국정운영을 맡게 된 인물이 어떻게 그 현실 정치에서 살아남는가가 이 드라마가 가진 백미라고 볼 때, 지나치게 오영석 의원이 만들어내는 스릴러적이고 음모론적인 색채는 정치드라마가 가진 현실 공감을 흐리는 부분이 아닐까. 정치드라마든 액션 스릴러든 좀 더 분명한 색깔로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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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지정생존자’, 지진희가 보여주는 성장하는 강력한 리더십

 

어설픈 이상이 아니다. 뼈 때리는 현실감이다. 최근 정치를 다루는 드라마가 내세우는 리더십의 조건은 이렇게 바뀌었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얼떨결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지진희)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 그렇다.

 

그는 환경부장관으로 있을 때도 자신을 ‘과학자’라고 불렀다.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계산을 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러한 팩트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는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그런 권력을 기반으로 해야 비로소 이상도 추구될 수 있는 것이다.

 

야당 대표 윤찬경(배종옥)이 박무진 권한대행이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 해임됐었다는 사실을 약점으로 잡아 언론 인터뷰에서 기습적으로 그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을 때, 그는 정치적 선택이 아닌 ‘진실’을 이야기하는 쪽을 선택했다. 사실 그대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던 것. 결국 그 한 마디는 박무진 대행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을 만든다.

 

이전에도 박무진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역할이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초유의 국회의사당 폭탄테러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강경론자들의 주장과 마침 사라진 북한 잠수함으로 인해 데프콘 2호를 발령하라는 목소리들이 높았지만, 그는 데이터 분석으로 그것이 북한 잠수함의 침투가 아닌 표류라는 걸 밝혀냄으로써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칫 더 심각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탈북자들에 대한 보복성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이를 통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하려는 강상구(안내상) 서울시장이 ‘특별감찰구역 선포’를 했을 때도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선택들을 해야 하는 박무진은 여전히 60일을 지키다 돌아가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을 규정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결국 박무진은 한주승(허준호) 비서실장을 해임하면서까지 대통령령을 발령함으로써 자신이 권력 행사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북한의 전직 고위급 인사가 스스로를 테러범이라 주장하는 동영상으로 이관묵(최재성) 합참의장이 박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전을 수행하려 하자, 박무진은 그를 해임시키는 명령을 내렸다. 지금껏 수동적이 위치에만 서 있던 그가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그 역시 이제 점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가를 깨닫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차영진(손석구) 선임 행정관이 국가 기밀에 해당되던 북한 전직 고위급 인사의 동영상을 공개함으로써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게 되자, 박무진이 차영진을 해임이 아닌 비서실장에 앉히는 대목은 박무진 권한대행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항상 이상적인 바른 길만을 고집하던 그가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60일, 지정생존자>의 박무진 대통령 권한대행을 통해 요구하는 리더십은 지금의 대중들의 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한때 정치 드라마에서도 종종 보였던 이상적인 인물들에 대한 공감보다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리더십을 보이는 인물에 대한 공감이 더 크다는 것이다. 대의명분이나 소신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대중들은 말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소신은 분명히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순진해서는 안 되는.(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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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생존자', 정치인의 권력의지와 유권자의 권리

 

“권력이라고 하셨습니까? 저하곤 관계없는 이야기인데요. 전 그저 이 자리에서 시민의 책무를 다하고 60일 뒤엔 학교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예전처럼.”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지진희)은 비서실장 한주승(허준호)에게 그렇게 말했다. 초유의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 사건으로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게 된 박무진. 하지만 국민들도 청와대 수석보좌관들 같은 실무진들도 그를 믿지 못했다. 불신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한주승은 박무진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청와대 스텝의 신뢰와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라”고 조언했다.

 

신뢰와 지지 그것이 바로 권력이라는 한주승의 조언을 그러나 박무진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권력이라는 것과 자신은 아무 관계도 없다 여겼던 것. 그는 어쩌다 등 떠밀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었지만 그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니 권력을 행사한다는 건 자신과는 먼 일이라고 여길 밖에.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자리에서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국정 공백’을 의미했다. 그건 즉각적인 폭력사태로까지 이어졌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 탈북민들이 이 테러를 주도했다는 가짜 뉴스가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급기야 극우단체들이 탈북민들이 장사하는 시장에 난입해 폭력을 저지르는 사건이 터졌다.

 

‘국정공백’을 기회로 삼으려는 정치인도 등장했다. 여권의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강상구(안내상) 서울시장은 폭력사태가 벌어진 보길 모현 지구를 특별감찰구역으로 선포하고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몇몇 탈북민들을 입건했다. 권력의 빈 자리를 차고 들어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정치적 행보였다.

 

그렇게 입건된 탈북민 중에는 아내 최강연(김규리) 변호사의 의뢰인도 있었다. 지병을 앓고 있어 주사를 맞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인 걸 알고 있는 최강연은 남편 박무진에게 힘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강상구를 불러 보길 모현 지구 특별감찰구역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코웃음을 치며 거절했다. 결국 박무진은 권력행사를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한주승의 이야기를 실감하게 됐다.

 

박무진은 입건된 탈북민이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통령령 발령’을 결심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난관이 있었다. 권한대행의 권한은 기존질서, 현상유지에 준해야 한다는 헌법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헌법 조항의 해석을 달리한다 하더라도 그의 이런 선택은 그의 ‘정치적 행보’를 의미했다. 국민의 책무를 다하고 돌아가겠다며 권력은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여겼던 그가 이 선택 하나로 이제는 권력의지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한주승이 대통령령을 발령하면 자신을 해임해야 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그런데 그건 어쩌면 권력의지가 없다고 얘기한 박무진에게 ‘권력 행사’를 하는 경험을 제대로 해주기 위한 것일 수 있었다. 잠시 주춤했지만 박무진은 한주승을 해임했고 한주승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권력은 이렇게 쓰는 겁니다. 아직도 권력의지가 없다고 생각합니까?”

 

<60일, 지정생존자>가 박무진이라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첫 번째 행보에서 ‘권력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은 건 무얼 의미할까. 그것은 정치라는 것이 권력의지의 소산이라는 걸 명확히 하기 위함일 게다. 우리는 흔히 정치에 있어서 권력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상을 갖는다. 그것은 아마도 독재 시절을 거쳐 오며 정치권력의 부정적인 면들을 많이 겪어서일 게다. 그래서 심지어 권력행사에 해당하는 정치 자체를 혐오하고 무관심하게 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무관심은 더 나쁜 정국을 야기한다. 그 빈자리를 차고 들어와 엉뚱한 권력을 행사하려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대통령 권한대행 같은 정치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그저 어쩔 수 없는 책무로서 발만 담그려 했던 박무진이 그로 인해 야기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은,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인 국민들 역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저마다의 위치에서 권리와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 <60일, 지정생존자>에서 권력의지를 깨운 박무진이라는 인물이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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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완성된 ‘거기가 어딘데’ 시즌2로 빨리 돌아오길

KBS 예능 <거기가 어딘데??>가 시즌 종영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시즌2를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오만의 사막과 스코트랜드 스카이섬의 습지를 간 시즌1으로 <거기가 어딘데>는 이미 그 새로운 세계를 열었고, 어느 정도는 완성한 면이 있다. 그러니 그 구성으로 또 다른 낯선 곳으로의 탐험을 기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거기가 어딘데>가 갖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의미는 먼저 그 소재의 확장을 빼놓을 수 없다. 여행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니 해외의 어떤 지역이든 카메라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심지어 정글까지 찾아들어가는 상황이 아닌가. <거기가 어딘데>가 시도한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은 그런 점에서는 과거 교양 프로그램들의 전유물처럼 여기던 공간을 예능 또한 갈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시킨 면이 있다.

사막이라고 하면 막연히 끊임없이 펼쳐지는 모래만이 있어 그 스토리가 단순할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들어가 보니 거기에는 또 다른 스토리들이 무궁무진했다. 50도까지 작열하는 태양 속에서 그나마 햇볕을 피하며 갈 수 있는 나무들을 중심으로 루트를 개척해가며 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했고, 걷고 또 걷는 그 단순한 풍경 속에서도 저마다 갖게 되는 소회와 느낌들이 있어 생각할 여지를 더 많이 주었다. 특히 우리에게 물 한 모금, 맥주 한 캔처럼 너무나 흔해 별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새삼스레 소중한 행복이라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면도 있었다. 

중요한 건 <거기가 어딘데>의 인물 구성이 거의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저마다의 캐릭터가 살아났다는 점이다. 오만편에서부터 대장 역할을 톡톡히 한 지진희는 <거기가 어딘데>만이 갖는 ‘탐험 예능’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실제로 탐험을 즐기고, 동료들을 챙기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다.

조세호는 자칫 고행이 될 수 있는 탐험 예능에 ‘웃음’이 가진 힘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 인물로, <거기가 어딘데>가 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색깔을 더해준 인물이다. 자신 역시 힘겨운 도전이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함께 하는 이들에게 웃음을 주려 노력했다. 그 웃음이 있어 고행은 즐거운 도전이 될 수 있었다. 

배정남은 오지에서도 낭만을 찾는 인물로서 조금 현실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즐기려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조세호와 합을 맞춰 개그 듀오가 된 그는 ‘의욕’과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탐험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그는 충실하게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차태현은 ‘보통의 기준점’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오지 탐험이 문제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장시간 이동하는 것 자체가 도전으로 다가올 정도였던 그는 이번 탐험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기회를 얻었다. 그 보통의 기준점이 있어 시청자들은 그 곳이 오지라는 걸 실감하게 되고 그걸 넘어서는 모습에 감동 같은 걸 느낄 수 있게 된다. 

탐험예능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고, 거기에 인물 구성까지 완성된 상황이니 이제 좀 더 새로운 세계로의 탐험을 떠날 일만 남았다. 물론 탐험이라는 특성이 ‘한계상황’과 ‘안전’ 사이의 균형을 맞춰줘야 하는 중요한 숙제를 남기고 있지만, 바로 그런 경계들이 예능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도 사실이다. 교양과 예능의 경계 사이에 뛰어들어 탐험예능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듯이. 그 의미 깊었고 재미있었던 기억들이 지속될 수 있게 어서 시즌2로 돌아오길...(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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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캔 나눠 마시는 짜릿함, '거기가'가 발견한 소확행

KBS 예능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에는 자막에도 그림자를 만들어 넣는다. 사실 처음 이 그림자가 들어간 자막을 봤을 때는 그저 디자인적인 표현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사막 횡단이 본격화되면서 그것이 그저 디자인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제작진도 똑같이 경험했던 그 사막의 땡볕 속에서 한 자락의 그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시청자들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막을 걸어서 횡단하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해 보이는 ‘탐험’이고,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도 특별한 재미요소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가 어딘데??>는 그 단순함 속에 담겨진 의외의 관전 포인트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한낮이면 심지어 50도까지 올라가는 사막의 기후 때문이다. 사실상 그 온도에 사막을 걷는다는 건 생존이 위험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햇볕을 최대한 피해서 걸어야 하고, 작은 그늘이라도 찾아야만 비로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건 단순해 보이는 사막 탐험의 명제지만, 그것을 실행해가는 탐험대에게는 매 순간의 작은 선택들 하나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대장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지진희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무지를 해가 떠오르기 전에 주파해 가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강행군을 펼치지만, 언덕을 넘으면 나타날 거라 기대했던 나무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멘붕에 빠진다. 기대와 실망의 반복은 자칫 의지 자체를 꺾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그걸 버티게 해주는 건 다름 아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지진희 옆에는 계속해서 웃을 수 있게 농담을 던지는 조세호와, 어딘지 힘에 부쳐 보이지만 그래도 끝없이 허세를 부리는 배정남과 묵묵히 동생들을 챙기는 차태현이 있었다. 게다가 이들을 찍는 제작진도 어찌 보면 대장의 책임이기도 했다. 

그 책임감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힘든 길을 앞장서 나가 그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지진희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지진희가 이렇게 길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은 <거기가 어딘데??>가 가진 독특한 재미 포인트이기도 했다. 사막 탐험의 어려운 조건들을 하나씩 뛰어넘어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보여주는 흥미로움이다.

특히 사막은 작은 것들도 더 큰 울림으로 돌아오는 특유한 환경일 수 있었다. 도시에서라면 별로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나무 한 그루, 그늘 한 자락이 사막에서는 엄청난 의미로 다가왔다. 일종의 거점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그 나무 그늘이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편집에서조차 자막에 그늘을 넣어준 건 그런 의미였다.

또 1등으로 들어온 멤버에게 특혜를 주겠다고 선언한 제작진에게 지진희와 차태현이 각각 요구한 시원한 맥주와 콜라는 사막에서 마시니 그 시원함이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한 모금씩을 나눠 마시면서도 도시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소중함이 느껴졌던 것. 이른바 ‘소확행’이라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멀리 있는 큰 행복이 아니라 작아도 가까이 있는 확실한 행복.

이것은 웃음에 있어서도 똑같이 작용했다. 결코 웃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고, 심지어 ‘죽는다’는 얘기가 너무 많이 나오게 되는 그런 환경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그 곳에서 조세호와 배정남이 나누는 작은 농담들도 더 큰 웃음으로 돌아왔다. 

왜 이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됐냐는 지진희의 질문에 조세호는 자신이 가진 고민이 있는데 거기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사막은 어쩌면 그 답을 전해주고 있는지 모른다. 당장 생존하기 위해 그늘을 찾는 일에 열중하면서 도시에서 가졌던 그 많은 고민들은 조금씩 지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게 따로 있을까. <거기가 어딘데??>가 사막에서 찾아낸 행복은 이런 자막으로 정리된다. ‘행복은 결핍을 통해 선명해진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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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가 어딘데??’, 황량한 사막? 가득 채워진 사색거리들

사막하면 떠오르는 건 아마도 ‘황량함’이 아닐까. 아무 것도 없고 버석버석한 모래만 밟히고 씹히는 그 곳을 횡단한다는 KBS 예능 <거기가 어딘데??>의 도전은 그래서 무모해 보인다. 제아무리 뭔가를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예능의 새 트렌드라고 하지만 사막이라는 황량한 곳을, 그것도 폭염 속에서 걸어 나가는 과정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담는다는 게 무리하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유호진 PD가 굳이 사막을 선택한 건 그 비워진 만큼 채워지는 것 또한 넉넉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누는 대화라면 그다지 주목되지 않을 이야기도 사막에서 걸으며 나누니 남다른 의미가 더해진다. 물론 이 곳에서 나누는 농담은 툭하면 나오는 ‘죽음’이야기와 더해져 웃음 또한 커진다. 희비극은 마치 동전의 양면 같아서 서로 가까이 붙어 있을 때 그 이면을 더 도드라지게 하는 법이다. 사막은 그 희비극이 교차하는 공간이 되어준다. 

비워진 만큼 채워지는 것 역시 넉넉하다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이 프로그램의 자막이다. 사막이 배경이기 때문에 유독 잘 보이는 자막들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치 있는 유머도 깔려 있지만, 사막이라는 환경 속에서 누구나 사색적일 수 있는 의미 있는 글귀들이 만들어내는 울림도 들어 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마치 사막이라는 빈 원고지에 하나하나 사색의 글을 적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스로 번지점프 티켓을 샀어도 뛸 차례가 다가오는 건 달갑지 않다.’ 이런 공감 가는 문구로 시작한 3회 분은 ‘왜 굳이 황량한 땡볕을 걸으러 온 걸까’ 같은 질문을 더하고, ‘이제 도로를 벗어나 이름 없는 땅으로 들어갈 시간’을 적어 넣은 후, ‘이제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음’이란 글귀로 이들이 드디어 사막횡단의 시작점에 들어서 있다는 걸 알린다. 

해가 중천에 떠 있어 그림자조차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 여정의 시작에 월프레드 세시저가 쓴 아라비아 사막 횡단기 ‘절대를 찾아서’의 한 대목이 소개된다. ‘우리 주위로는 훤히 드러난 지구의 뼈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모래에 씻겨지고 있었다’ 사막이 어떤 곳인가를 잘 드러내는 그 글귀를 통해 ‘모든 안락함’이 40킬로 저편에 있는 여정이 드디어 시작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러한 사막횡단이 갖는 진중한 무게감은 살짝만 뒤틀어내면 웃음으로 바뀌기도 한다. 걷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자신의 지병을 토로하는 조세호의 모습이 그렇다. 그는 자신이 ‘평발’이라고 털어놓고 이어 ‘햇볕 알레르기’가 있다는 두 번째 지병을 고백(?)한다. 걸어가야 할 길이 한참 남은 이제 시작점이기 때문에 그런 갑작스런 지병 고백은 웃음을 준다. 말하는 걸 좋아하고 힘들 때도 긍정적인 걸 먼저 떠올린다고 말하는 조세호가 잠시 후 급격히 말이 줄어든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깨알 같은 웃음을 만든다. 짐짓 비장하게 “탐험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정해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름대로 목표를(말을 못 맺음)..”이라며 무언가 명언을 할 것처럼 하다 결론을 못 맺는 조세호의 모습은 사막이 주는 진지함과 그럼에도 보여지는 현실 사이의 괴리를 드러냄으로써 사색과 웃음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사막 횡단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가 지나자 모두 그 혹독한 환경에 지쳐간다. 차태현은 일행을 살짝 벗어나 모래를 피해 걷기 시작하고 배정남은 동행하는 베두인에게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를 하소연을 하고 베두인은 노래를 부르며 그 지친 환경 속에서 버텨내려 한다. 그 때 붙은 ‘사막 횡단 1시간 저마다의 방식을 찾아간다’라는 자막은 그 풍경을 설명하는 것이면서 마치 우리가 사는 삶의 이야기를 은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사는 모습도 저렇지 않을까.

베두인이 사막 한 가운데서 기도를 하는 장면에 더해지는 ‘베두인의 삶은 무척 고되다. 이방인은 물론 그 곳에서 자란 사람에게도 무시무시할 정도이다. 그것은 삶 속의 죽음과 같다.’ 같은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말이 들어간 자막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삶 속의 죽음’. 우리는 인정하지 않고 마치 없는 듯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껴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그것이 죽음이 아니던가.

뱀이 새를 잡아먹는 기이한 장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장면을 덧붙이기 위해 유호진 PD가 요청해 즉석에서 보여주는 조세호의 과장된 연기는 사막 한 가운데서도 유쾌한 웃음을 만든다. 해가 살짝 저물어 온도가 38도로 떨어지자 “감기 들겠다”고 말하는 지진희의 한 마디가 만드는 웃음은 ‘삶 속의 죽음’이 있지만 ‘죽음 속에 삶’ 역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비로소 보이는 사막의 절경에 감탄하는 출연자들과 함께 ‘사막은 가혹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이라 더해진 자막 역시 저 아이러니한 희비극의 공존을 잘 표현한다. 이런 곳이라면 어떤 이야기도 ‘사색적’이 될 수밖에 없다. 문득 지진희가 “우리가 탐험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을 때 차태현과 조세호가 내놓은 이야기가 너무나 철학적으로 다가온 건 그래서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잖아. 항상 사람은 생각한대로 하고 싶잖아. 계획대로 되고 싶고. 근데 계획대로 된 건 진짜 별로 없는 것 같아. 그렇게 했을 때(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좀 더 기분이 좋은?” 그러자 그 이야기에 조세호가 자신의 경험을 덧붙인다. “태현이 형 얘기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신인 개그맨 때는 욕심이 많았는데 일이 없으니까 자꾸 포기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순간 욕심을 안내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기회들이 또 오더라고요. 희한하게.” 

사막은 ‘평범한 사람도 사색을 하게 하는 땅’이다. 또 ‘익숙한 것들로부터 멀리 떠나온 대신 신비로운 오후가 자리를 채우는’ 곳이다. “당연히 모래밭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이 있고 풀이 있고 나무도 있었다”며 놀랍다는 지진희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느끼는 대목 그대로다. 사막은 황량하고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그 곳은 더 많은 사색거리와 이야기들을 채워주고 있으니.(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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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6.10 11:05 신고 BlogIcon *lovem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들긴해도 돈벌면서 체험한다는 점은 너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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