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 일병 사건, 분노 이해되지만 방향은 틀렸다

 

지난 4월에 경기도 연천 28사단 소속의 윤모 일병이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폭력과 가혹행위 끝에 숨진 사실은 온 국민을 공분하게 만들었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됐다는 것에 대해 고인에 대해 애도하는 것과 동시에 가해병사들과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인간 이하의 짓들이었으니 말이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그런데 엉뚱하게도 잘못된 군대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그 불똥이 <진짜사나이>라는 병영 체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떨어졌다. 군대가 이토록 썩어가고 있는데 화기애애한 내무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군대를 미화하고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이른바 리얼에 대한 지나친 오해가 깔려 있다.

 

<진짜사나이>는 진짜 군대의 모습을 100% 리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또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군 기밀 유출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만일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진짜 심각한 상황들을 모두 끄집어내 보여준다면 그건 예능이 아니라 르뽀성 시사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그건 <진짜사나이>가 지향하는 바도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할 일도 아니다.

 

<진짜사나이>가 진짜 보여주려는 리얼은 다른 곳에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군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니라 병영 체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즉 일반인(연예인)이 군대 체험을 해보는 것이다. 군대를 실제로 가는 것과 해병대 체험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진짜사나이>의 리얼이란 군대 자체를 보여주는 리얼이 아니라, 일반인이 일정한 군대 체험을 하는 것의 리얼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진짜사나이>가 군대를 미화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진짜사나이>가 일반 사병들과 함께 군대 체험을 하는 모습을 리얼로 보여주는 것은 군대의 실상과 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좀 더 바람직한 군대의 모습을 그려보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또한 일반인들로 하여금 군인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가를 이해시키기 위함이기도 하다.

 

<진짜사나이>라는 군대 체험은 그래서 군대와 일반인 양자 사이에서 어떤 소통의 물꼬를 여는 역할로서 기능한다. 군대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좀 더 바람직한 군대문화를 프로그램을 통해 듣게 되고, 일반인들은 흔히들 군바리라고 폄하되곤 하는 군인들이 사실은 우리들의 소중한 자식들이고 오빠들이며 형이자 친구라는 걸 이해하게 된다. 딱 거기까지다. <진짜사나이>는 그 선을 넘은 적도 없고 넘어설 수도 없으며 넘어서도 안 되는 그 위치에 서 있다.

 

윤모 일병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은 당연히 분노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원시적으로 퇴화된 군대문화에 대해 비판하고 이를 바꿔나가기 위해 국민들도 나서야 한다. 하지만 그 분노가 크다고 엉뚱한 곳으로 불씨를 옮겨서는 안 된다. 지금 분노가 집중되어야 할 곳은 정부와 군 당국이지 <진짜사나이>라는 일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잘못된 군대문화를 방치하고 있는 정부와 군 당국에 대해 분노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진짜사나이> 같은 그나마 바람직한 군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분노로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추궁하는 것만이 군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길은 아니다. 폐쇄적인 군대라는 집단을 좀 더 일반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이끌어내는 일. 어쩌면 그것은 더욱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진짜사나이> 논란, 그러면 100% 리얼이어야 한단 말인가

 

<진짜사나이>가 새해 벽두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리얼리티 논란이다. 한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진짜사나이>의 일반병사들이 오디션으로 뽑혀 한 내무반 소속인 것처럼 거짓 촬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분대장이 아닌 병사를 분대장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이 보도에는 자극적인 단어들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오디션이라는 단어와 거짓 촬영’, ‘둔갑같은 단어들이다. 이 자극적인 단어들에 경도되어 기사를 읽어보면 마치 <진짜사나이>가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다르고 다르다고 했다. <진짜사나이>에 출연하는 병사를 선발하는 것을 오디션이라고 표현하면 거기에는 제작진의 권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의미가 덧붙여진다. 하지만 이것을 왜 굳이 제작진의 권력이 들어간 행위로 몰아가는 것일까.

 

여기 출연한 일반병사들이 주목받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스타가 되거나 준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것은 오디션이라기보다는 군대라면 늘 있기 마련인 일종의 차출이고 지원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육본측이 밝힌 말 잘하고 재기 있는 10명쯤을 뽑았다는 얘기나, “면접에서 외모나 체격, 학력, 장기, 가족사 등을 고려했다는 얘기 역시 예능 프로그램의 연출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어쨌든 군과 대중들 사이의 소통과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그것을 최적화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인 일이 아닌가.

 

한 내무반 소속인 것처럼 거짓촬영을 해왔다는 얘기는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오보다. 이미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특별 내무반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왔다. 그렇게 특별 내무반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분대장이 아닌 병사가 분대장 역할을 하게 된 것을 둔갑이라고 표현한 것도 지나친 해석이다. 내무반 구성에 따라 고참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별 내무반을 굳이 구성하는 건 군 부대로서 당연한 안전장치다. 만일 기존 내무반에 연예인들을 투입시킨다고 생각해보라. 자칫 사고가 날 가능성도 농후하고, 심지어는 군 내부의 정보들이 가감 없이 외부에 보여지는 군 기밀 유출의 위험성도 있다. 그러니 특별 내무반은 군대라는 특수한 장소의 촬영이 가능하기 위해 군과 방송 양측에서 만들어낸 하나의 합의점인 셈이다.

 

그냥 일반 병사를 우연히 한 내무반에서 만난 것이 아니고, 또 있는 그대로의 내무반이 아니며 그래서 분대장이 아닌 병사가 분대장이 된 것을 문제 삼는다면 사실상 이 방송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 도처에 방송사고와 군 사고의 위험성이 즐비한 상황에서 어떻게 방송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100% 리얼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대중을 기만했다는 논리는 얼핏 그럴 듯해 보여도 사실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이며, 또한 방송의 목적을 엉뚱하게 본 데서 생겨난 억측이다. <진짜사나이>의 목적은 100% 리얼의 군 내부 상황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진짜사나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르뽀가 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대신 <진짜사나이>100% 리얼이 아니라 100%에 가까운 리얼리티 상황을 통해 그간 부정적으로만 그려지던 군대와 대중들 사이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즉 연예인이 실제로 군 입대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것을 방송으로 찍을 수도 없는 일이다. 대신 연예인이 재입대를 한다는 가정을 통해 거기서 발견하는 병사들과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는 교감은 거짓이 아니다. 리얼과 리얼리티는 이렇게 다르다.

 

군대 내부의 모습을 왜 100% 리얼로 예능이 찍어야 하는가.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대신 군과 대중을 이어주는 방식으로서 그 사이에 벌어지는 화학작용을 100% 리얼리티를 잡아내는 건 가능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니 도대체 왜 이런 의미없는 논란을 그 누가 어떤 목적으로 부추기는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설마 군대와 대중 간의 소통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건 아닐는지.

<진짜사나이>, 군대가 아닌 군인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

 

배달의 기수가 된 샘 해밍턴.’ <진짜사나이> 백골부대 GOP편에서 샘 해밍턴이 GOP 근무를 서는 병사들에게 따뜻한 꿀물을 배달하기 위해 살인적인 경사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에 쓰인 배달의 기수라는 자막에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고충과 위트가 동시에 묻어난다. 항간에는 군 홍보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시선에 의해 <배달의 기수>라는 비아냥 섞인 말까지 나왔었다. 배달의 기수라는 의미를 샘 해밍턴이 꿀물 배달하는 장면으로 뒤틀어 위트 있는 웃음을 주었던 것.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여기에는 <진짜사나이>만의 고충이 들어가 있다. 어쨌든 군 부대가 소재가 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그 군대를 소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예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군 홍보에 대한 대중들의 관점은 민감하다. 남북 대치상황의 긴장감이 때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었다는 것을 대중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사나이> 해군편에서 NLL 관련 장면들이 나오면서 생겨난 비판적인 시선들은 바로 그런 정서에서 비롯된다.

 

<푸른거탑>이나 레밀리터리블같은 군대 소재 콘텐츠들이 화제가 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군 소재는 분명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어떤 것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굉장히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관건이 된다는 점이다. 지난 해군편이 부진했던 것은 단순히 NLL 관련 정치적인 논란 때문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일련의 육군부대들을 다뤘던 콘텐츠 속에 담겨져 있는 호감 가는 정서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다시 육군으로 돌아온 백골부대 GOP편이 해군편과 비교되는 지점은 생활관 장면이 주는 정서다. 매일 몇 차례씩 공포의 까치계단과 독수리계단을 오르내리는 고행을 해야 하고 끝없이 내리는 눈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병사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생활관의 모습은 <진짜사나이>의 핵심적인 재미가 거기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래를 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생활관의 풍경과 그 속에서 짓궂은 선임들에게 활력소 같은 웃음을 전해주는 김형환 이병의 어리버리함은 대표적인 사례다.

 

신병으로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할 수밖에 없는 김형환 이병이 한때 트로트 앨범을 내기도 했던 김정준 상병의 노래를 듣고 눈치 없는 평가를 냈다가 쩔쩔매는 장면은 아마도 군대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아니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구축함이 바다를 달리고 헬기가 날아오르는, 마치 적과 대치하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블록버스터급 훈련보다 더 대중들을 주목시키는 건 거기서 살아가는 우리네 아들이자 동생이자 오빠인 군인들의 애환이다.

 

따라서 <진짜사나이>가 집중해야 하는 건 군대 그 자체보다는 한 사람으로서의 군인이 될 것이다. 군대가 중심이 서게 되면 말 그대로 배달의 기수가 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오가는 군인들의 이야기가 중심에 서게 되면 샘 해밍턴이 동료 병사를 위해 순례자(?)가 되어 꿀물을 날라주는 그런 따뜻한 의미에서의 배달의 기수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번 백골부대 GOP편이 집중적으로 생활관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병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정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군대라는 소재는 자칫 스펙터클이 될 수 있다. 군대의 위용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급의 화려한 장면들은 물론 방송에 참여한 해당 부대의 욕구일 수 있지만 그 부대에 대한 스펙터클이 대중들의 박수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소소히 살아가는 군인들의 이야기가 훈훈하게 살아날 때 대중들은 더 공감하게 될 것이다. <진짜사나이> 백골부대 GOP편은 그 가능성을 다시 보여주었다.

천안함 이슈,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MBC는 결국 <진짜사나이>의 이외수 강연 녹화 분량을 통편집 하기로 했다. 방송이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준다면 심지어 자그마한 피해라고 하더라도 이를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건 방송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어찌 됐건 천안함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그 아픔을 다시 끄집어내는 건 온당치 않은 일일 테니 말이다. 즉 방송이 유가족을 위해 통편집을 하는 건 방송 윤리로서 당연한 일이란 얘기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이 남는 건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번 논란이 마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어떠한 의혹 제기도 마치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가 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아예 이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폭침에 의한 것이라는 걸 기정사실로 못 박고 얘기하면서 유족을 내세워 감정적인 설득을 하려 했다. 하지만 이외수 작가가 당시 의문을 제기한 것처럼 아직도 국민들은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인지 아니면 사고였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미심쩍은 정부의 공식발표는 신뢰받지 못했고 국민들을 오히려 더 깊은 혼돈 속에 빠뜨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니 이 의문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다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나온 것도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의혹들을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하나하나 제기하는 형식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성급히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의문이 소통의 시작이라는 의미심장한 주제의식을 던졌다. 이외수 작가의 소설이라는 표현이 과격한 느낌은 있어도 그 역시 사안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문을 제기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을 조롱이라고 표현한 하태경 의원의 진술 또한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선을 끄는 대목은 <천안함 프로젝트>처럼 훨씬 더 심도 있고 파괴력 있는 문제제기가 나왔을 때와 이번 <진짜사나이> 논란의 전개 양상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멀티플렉스 상영 중단 결정이 나왔을 때 야권에서는 여기에 대한 거센 반발을 드러냈다. 심지어 대중들은 공안 정국을 운운하면서 영화 한 편 볼 수 없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사나이>는 천안함을 전면에서 다룬 것도 아니고 단지 과거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이외수 작가가 해군에서 강연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방송 불가 운운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반발은 <천안함 프로젝트>만큼 거세지 않다.

 

이것은 어쩌면 이외수 작가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해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자택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자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하신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내용은 당시 박 후보의 선거 공보물에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니 트통령으로 불리며 정부와 집권 여당에 쓴 소리를 하던 이외수 작가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생기게 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어쨌든 이외수 작가의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왜 현재의 <진짜사나이>의 이외수는 안되고 지난 해 대선 정국에서 박근혜 후보 선거 공보물에 사용된 이외수는 허용되는 것일까. 혹시 이 두 인물은 전혀 다른 인물일까. 결국 이것은 정치적으로 끊임없이 이외수 작가가 이리저리 이용되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대선 당시에는 그가 가진 트통령으로서의 엄청난 영향력이 필요했던 것이고, 현재는 천안함 사건이라는 바다 밑에 잠재워진 듯 보이던 초대형 이슈를 끄집어내는데 필요했던 셈이다.

 

아직까지 명쾌하게 그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천안함 사건이라는 민감한 이슈가 이외수나 <진짜사나이>가 연루되어 마치 북의 소행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호도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또 반드시 북한의 소행이어야만 안타까운 젊은 순국장병들의 명예가 지켜지는 식으로 전개되는 논리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들은 어쨌든 모두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안타깝게 희생된 우리네 자식들이다. 그러니 어쩌면 명명백백한 사건의 진실을 찾는 것은 먼저 간 분들의 인권이기도 할 것이다.

 

<진짜사나이>의 이외수 강연 녹화 분량 통편집은 그래서 천안함 사건의 진실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것은 방송이 단 한 사람의 불편함도 수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의 통편집이지,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확증한다는 의미에서의 통편집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방송사의 이 같은 결정은 잘못된 것이 없다 여겨진다. 다만 씁쓸함이 남는 것은 이번 사안이 정부의 공식 발표에 대한 어떠한 의문 제기조차 허락되지 않는 한 사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