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 부는 스포츠 바람, 왜?

 

스포츠는 연예인 예능의 극점인가. 최근 예능에 부는 스포츠 바람이 심상찮다. 강호동은 자신의 장기인 스포츠로 특화되는 양상이다. <우리 동네 예체능>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탁구로 시작했던 종목은 볼링을 거쳐 배드민턴으로 접어들었다. 또 <맨발의 친구들>이 ‘단점 극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이빙을 아이템으로 잡는 바람에 강호동은 다이빙도 하게 되었다. 그것도 그저 흉내 내는 정도가 아니라 김천시에서 벌어지는 국제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까지 했다. 아마도 최근 강호동의 일주일은 스포츠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맨발의 친구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은 작년에 이어 박지성과 함께 하는 자선축구대회인 ‘아시안 드림컵’에 출전했다. 이 대회에는 박지성은 물론이고 그의 절친인 세계적인 축구선수 에브라도 참여했다. 유재석은 페널티 킥을 차는 기회를 얻었지만 골대를 맞추는 아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예능에서 축구를 다룬 것은 여러 번이지만 이처럼 해외에서 국제적인 스타들과 함께 하는 축구대회는 이례적인 일로 기록된다.

 

<정글의 법칙> 히말라야 편은 사실상 ‘등정’이라는 스포츠의 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김병만을 위시한 병만족들은 고산병과 사투를 벌여야 했고, 고산지대에 살아가는 부족들과 즉석에서 축구대회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안정환이 게스트로 히말라야 편에 투입된 것은 여러모로 효과적이었다 여겨진다. 폐활량이 좋은 안정환에게 고산지대 적응은 훨씬 용이했을 수 있고 또 축구라는 아이템에 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파이널 어드벤처>는 최근 들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와 서바이벌을 엮은 프로그램이다. 물론 우리 식으로 유화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카약이나 암벽등반 같은 스포츠가 주요 아이템이다. 또 <맨발의 친구들>이 일회적인 아이템으로 보여줬던 다이빙의 매력은 8월 정도에 MBC에서 <파이널 어드벤처>의 후속으로 편성이 잡힌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인 인기의 다이빙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셀러브리티 스플래시>의 포맷을 수입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야외에서 주로 벌어지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시도하는 소재가 스포츠다. 마라톤에서부터 사이클, 야구 등등. 심지어 <진짜사나이> 같은 군 소재 예능 프로그램도 체육대회를 통해 씨름과 군장달리기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의식해서 바라보면 스포츠 없는 예능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포츠를 주요 소재로 예능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는 단계다.

 

예능이 스포츠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것이 특별한 장치 없이도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조미료 없는’ 예능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스포츠만큼 적합한 소재가 없는 셈이다. 어디로 튈지 그 결과를 전혀 알 수 없는데다가 그 과정 역시 대단히 역동적인 장면들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도전이 주는 용기가 있고 과정이 주는 땀의 가치가 있으며 결과가 주는 보람이 있다.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스포츠가 예능의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스포츠 스타들을 예능에서 발견하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아빠 어디가>의 송종국, <정글의 법칙>의 안정환, <런닝맨>의 박지성과 구자철, 그리고 <파이널 어드벤처>의 유상철. 이 정도면 월드컵 대표팀을 꾸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은퇴시기가 빠른 스포츠선수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해보면 앞으로 이들의 예능 진출은 훨씬 더 본격화될 거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예능이 스포츠(혹은 거의 스포츠에 가까운 게임이나 경기)를 다루면서 예능인들은 거의 운동선수화 되어가고 있다. 물론 요즘처럼 체력을 요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환경 상 몸 관리는 필수지만 여기에 예능인들은 이제 운동선수들의 기술을 익히는 단계까지 이른 것. 기존 스포츠 스타의 예능 진출이 본격화되고 예능의 리얼리티화가 더 진행된다면 앞으로 예능과 스포츠는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이미 서구에서 익스트림 스포츠가 예능의 주류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처럼.

<진짜사나이>의 가치, 군대와 일반인의 소통에 있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진짜사나이>는 진짜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중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은 이미 군대를 다녀왔거나 아직 군대에 가보지 않았던 사나이들이고(심지어 외국인도 있다) 군부대에서 일반사병들과 실제로 일주일씩 머물며 병영을 체험한다. 방송은 그 체험을 포착해 예능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진짜 날 것의 군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된다. 군 기밀이라도 유출된다면 큰 일이지 않은가.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진짜사나이>의 내무반은 그래서 특별히 방송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김수로와 샘 해밍턴, 류수영, 서경석, 손진영, 그리고 장혁과 박형식이 일반사병들과 함께 일주일 간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특별한 내무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거기서 함께 일주일을 지내는 일반사병들도 선별된 병사들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특별하게 마련되고 통제되지 않는다면, 방송은 그 자체로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진짜 군인이 아니고, 내무반이 실제 내무반이 아니며, 일반사병들도 선별된 병사라고 해서 이것이 전부 가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이 함께 유격훈련을 뛰면서 헬기 레펠을 하고 화생방 훈련을 하거나 행군을 하면서 흘린 땀과 눈물을 어찌 가짜라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진짜 군인들과는 다소 다른 체험일 수 있다는 것일 뿐, 일반인들에게 그것은 짧게나마 군대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진짜 체험일 것이다. 군 소재 예능을 하기 위해 연예인이 실제로 군대를 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것은 <진짜사나이>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그것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다큐는(실제로는 르뽀에 가깝겠지만) 아마도 비방용이 더 많을 수밖에 없을 게다. 군 기밀에 가까운 장면들도 많을 테고, 때로는 군대의 내밀한 사병들 간의 마찰과 충돌도 적지 않을 게다. 그것을 방송으로 다 내보내다보면 그것은 리얼리티를 빙자한 막장 방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진짜사나이>가 보여주려는 것은 도대체 뭘까. <진짜사나이>는 예능이라는 본분에 맞게 적절한 선까지의 ‘군대 체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체험에 들어간 연예인들의 소임은 자신이 진짜 군인임을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처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이며 때로는 그 와중에도 어떤 보람과 가슴 뭉클함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진짜 군인일 수는 없다. 일반인으로서 군대 체험을 하는 것일 뿐.

 

<진짜사나이>의 방송 프로그램적인 가치는 바로 이 일반인과 사병들이 한 막사에 들어가 일주일을 함께 생활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군인과 일반인들을 한 곳에 넣고 벌어지는 화학작용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너무 다른 존재처럼 여기며 심지어 군바리라고 비아냥대던 그들이 사실은 우리의 동생들이고 아들들이며 오빠들이라는 사실이다. <진짜사나이>를 통해서 군대는 그래서 좀 더 우리에게 가까운 곳이 된다.

 

군대가 비리나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게 터지는 곳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 폐쇄적인 집단으로서만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모두가 가기 싫은 곳이지만 의무이기 때문에 억지로 가야하는 곳. 그래서 간 사람은 마치 다른 세계로 간 듯이 치부하며 그 속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일들도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그저 수긍하던 그런 곳이 군대가 아니었던가. 물론 군 당국이 개입하기 때문에 좋은 면만을 끄집어내고 그것이 전부인 양 호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믿어줄 만큼 대중들은 바보가 아니다.

 

국가 안보와 밀접한 군 기밀이 아니라면 이제는 군대도 좀 더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 그것을 위한 첫 발은 군대를 좀 더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곳으로 인식시키는 일이다. 이것이 <진짜사나이>가 가진 목적이며 의도이고 가치다. 따라서 <진짜사나이>는 실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본래 바람직한 진짜 군인의 위상과 이미지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인 것만은 분명하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주고, 그래서 대중들이 좀 더 군대에 관심을 갖게 되며 그로 인해 군대 문화에도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면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꽃보다 할배>와 <아빠 어디가>는 은근 닮은꼴

 

<꽃보다 할배>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이른바 ‘일섭다방’에는 우리가 막연히 생각했던 어른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귀여운 할배들의 ‘서열놀이’가 들어있다. ‘젠장 나이 70에 막내라니...’라는 자막과 함께 투덜대는 백일섭과 그 놀이가 재미있다는 듯 장난기 어린 얼굴로 뒤에서 웃고 있는 이순재, 그리고 백일섭에게 커피 타라고 시키는 신구는 나이만 쏙 빼놓으면 영락없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꽃보다 할배(사진출처:tvN)'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고 했던가. <꽃보다 할배>의 할배들이 그렇다. 그들에게 주어진 ‘배낭여행’이라는 중차대한 미션은 그들을 순식간에 아이들로 만들어버린다. 파리에 내려 숙소까지 찾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마치 <아빠 어디가>에서 아이들이 시장에서 저녁거리를 사오는 장면처럼 흥미진진한 모험의 연속이다.

 

누가 뭐라 해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직진하는 이순재와, 무거운 짐 때문에 따라가지 못하자 아내가 정성스럽게 챙겨준 장조림통을 바닥에 내팽개치는 백일섭이 그렇다. 또 그 투덜대는 막내(?)를 살뜰하게 지켜주고 그가 버리고 간 꽃다발을 챙겨 그의 가방에 꽂아주는 바르고 착한 어린이 같은 신구와, 드라마 속에서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멋진 스타일에 여전히 소년처럼 보는 이를 설레게 만드는 미소를 짓는 박근형이 그렇다. 이들은 적어도 <꽃보다 할배>에서는 소싯적의 아이들로 돌아간 모습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여행이 주는 힘 덕분이다. 일상과 일 속에서는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이자 후배들이 우러러보는 국민배우들이지만, 여행은 그런 무거운 타이틀들을 모두 벗어버리게 만든다. 그들은 그저 오래도록 함께 같은 길을 걸어온 형 동생 사이일 뿐이다. 나영석 PD는 아마도 <1박2일>을 통해 이미 여행이 주는 감성이 때 묻은 어른의 껍질을 벗어내고 대신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게다. 중년의 어른들도 계곡 앞에 서면 입수를 걸고 목숨 걸듯 복불복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이렇게 보면 <꽃보다 할배>와 <아빠 어디가>가 전혀 다른 소재를 갖고 있으면서도 비슷한 맥락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쪽이 이제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할배들을 조명한다면, 다른 한쪽은 실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으로 무장된 밝은 웃음을 선사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두 프로그램 모두 여행이라는 일상과는 다른 시공간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할배와 아이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보통의 성인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어떤 경우에는 보호자(?)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약자의 위치는 예능이 주는 간단한 미션조차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만들어준다. 아이들에게 시골이라는 낯선 공간이 하나의 도전이라면, 할배들에게는 배낭여행으로 가게 되는 외국의 낯선 공간이 도전이 되는 셈이다. 낯선 환경 속에서 아이들에게 아빠들이 보호자로 서 있다면, 할배들에게는 이서진이라는 젊은이가 보호자가 되는 셈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기호가 점점 ‘조미료 없는 예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할배와 아이라는 약자의 지점은 중요하다. 성인이라면 훨씬 강도 높은 미션이 주어져야 그만한 효과를 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다이빙을 한다든지 군에 재입대를 한다든지 해야 그만한 효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하지만 할배와 아이처럼 출연진 자체를 약자로 두게 되면 단순한 일조차 미션이 된다. <꽃보다 할배>의 파리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 찾는 첫 번째 미션이 별다른 조미료(설정) 없이도 그토록 흥미진진하게 되는 이유다.

 

<꽃보다 할배>와 <아빠 어디가>가 보여주는 지금 현재의 예능 트렌드는 현실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서 자신의 순수했던 모습을 다시 찾는 지점에서 발견된다. <진짜사나이>가 다 큰 장정들의 아이 같은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혹독한 군대로 들어가야 하는 반면, 할배들과 아이들은 이 순수함을 그 자체로 보여줄 수 있는 인물군들이다. 어쩌면 향후의 새로운 예능 트렌드는 <꽃보다 할배>와 <아빠 어디가>가 보여준 그 순수의 지대에서 새롭게 피어날 지도 모르겠다.

군대박사 심재빈 샘 해밍턴과 류수영 사이 

 

<진짜사나이>에 초반부터 관심을 집중시킨 건 구멍 병사 샘 해밍턴의 활약 덕분이었다. 네 자로 된 이름 때문에 관등성명을 대는 것조차 버벅대는 샘 해밍턴의 진땀은 군대가 가진 계급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큰 웃음을 주었다. 체력적으로도 떨어지고, 그 문화 자체가 낯설어 적응이 안되는 그 모습은 마치 코미디의 한 대목을 보는 것처럼 웃음을 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으로서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그 노력이 감동적이기도 했다. <진짜사나이>의 신의 한수는 외국인이라는 특별한 시각을 제공하는 인물, 샘 해밍턴이었던 셈이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하지만 샘 해밍턴에만 집중되다 보면 자칫 군 생활이 오롯이 짜증과 긴장, 실수의 연발로만 보여질 수도 있었다. 실제로 초반 <진짜사나이>가 그린 군 생활의 모습은 즐거움보다는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샘 해밍턴이 낯선 군 생활이 주는 멘탈붕괴로 짜증이 폭발하고 있는 사이, 김수로는 어깨의 통증을 호소했고, 미르는 허리 부상으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경석은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대대장의 명령에도 불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군 생활의 핵심이 이 낯선 곳에서의 부적응이 주는 힘겨움에 있는 것은 맞지만, <진짜사나이>는 또한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힘겨움이라는 한 면만 강조하는 것은 자칫 대중들에게 군 생활의 다양함을 보여주지 못하게 할뿐더러 재미적인 측면에서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여기서 새롭게 주목된 인물이 류수영이다. 미리 공부해온 사전지식으로 어려운 포병지식을 술술 암기해내고, 샘 해밍턴이 수기 신호에 버벅될 때 거의 완벽에 가깝게 신호를 수행하는 류수영은 그로써 ‘군대전문가’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았다.

 

사실 여기에는 약간의 연출적인 요소도 작용했다고 보여지지만, 그것이 군 생활의 리얼함을 오히려 드러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과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이른바 ‘군대 체질’이라는 말은 군대 내에서는 그 당사자에 대한 칭찬과 비아냥이 뒤섞여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군대 생활에 너무나 잘 적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군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늘 긍정적이고, 뭐든 처음 하는 데도 척척 해내는 류수영은 심지어 모두가 힘들어하는 군 생활을 즐기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야전에서 군대리아를 먹으며 너무 춥다고 투덜댈 때, 비닐에 계란과 샐러드를 넣어 으깬 후 빵에 넣어 먹는 이른바 ‘에그토핑 샐러드 군대리아’를 만들어먹는 류수영의 모습은 너무나 상반된 여유를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준다. ‘살벌한 군대 탁구’를 할 때 심판으로 나선 ‘평화주의자’ 류수영은 스코어를 포병 수기로 표현할 만큼 군 생활에 푹 빠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연 류수영 같은 심지어 군 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화룡대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실제 사병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바로 ‘군대 박사’ 심재빈 상병이다. 그는 물론 실전에서는 구멍병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군생활의 노하우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박사급(?)의 지식을 뽐냈다. PX에서 냉동음식 맛있게 먹는 법에 능통하고, 걸 그룹 동영상 전문가인데다, 각종 군 생활에 대해 마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식으로 척척 답변을 해주는 심재빈 상병. 그는 아마도 힘겨워도 긍정적으로 군 생활에 임하는 류수영 같은 캐릭터의 현실적 버전일 게다.

 

심재빈 상병 같은 인물이 주목되는 것은 실제 훈련에서는 구멍의 냄새를 느끼게 하면서도 특유의 긍정으로 적극적으로 군 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마도 처음 군대에 왔을 때는 샘 해밍턴 같은 낯설음에 버벅댔을 지도 모를 심재빈 상병은 그러나 이제는 PX에서 ‘PX학개론’을 할 정도로 류수영 같은 여유와 지식을 뽐낸다. 군대생활은 결코 쉽지 않지만 적응해내기 나름이다. 이것은 아마도 군대만이 아니라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군대박사 심재빈 상병에 특히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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