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장혁의 영화 찍기와 그 역효과

 

<진짜사나이> 수방사편에서 특임대에 들어간 장혁은 매번 모의 훈련 때마다 거의 한 편의 영화를 찍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절권도로 무장한 장혁은 버스에서의 대테러진압훈련에서도 총을 내려놓고 맨손으로 테러범을 제압하는 모습을 연출해 보여주었고, 인질을 구출하는 훈련에서도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창밖에서 진압 도중 생겨날 만일의 사태를 위해 적을 조준하는 자세를 진짜 영화처럼 보여주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훈련 과정에서 장혁의 모습은 조금 과한 느낌을 주었다. 맨손으로 적을 제압하는 훈련에서도 장혁의 동작은 다른 병사들과는 달리 한 편의 영화였다. 그 때마다 훈련교관들은 당황하는 모습으로 연출되었다. 한 마디로 ‘너무 잘 해서’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통해 예능적인 연출을 보여준 것. 하지만 장혁의 조금은 과한 동작들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너무 영화나 드라마 같은 느낌을 준 것도 사실이다. <진짜사나이>를 보면서 <아이리스>를 떠올리게 된 것.

 

이것은 영화만큼 장혁이 잘 한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영화처럼 너무 짜여진 각본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들 일어나는 것조차 천근만근인 상황이지만 장혁은 그 와중에 스트레칭과 운동을 한다. 그의 모습에 일반병사들은 뜨악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군 생활에 잘 적응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실제 병사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은 연예인과 군인들이 뒤바뀐 느낌을 준다.

 

물론 이것은 부대의 성격 탓이기도 하다. 청룡대대나 이기자 부대처럼 체력적 부담을 느낄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곳에서 장혁의 모습은 FM병사의 그것처럼 보이면서도 어떤 인간적인 허술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뭐든 말로는 최고처럼 얘기하지만 실제 경기에 나가 한 방에 모래판에 꽂혀버리는 모습은 장혁의 액션(?)에 실감을 만들어주었다. 즉 폼은 멋있고 또 체력적으로도 대단하지만 실전은 역시 실전이라는 것.

 

하지만 수방사 특임대에서 장혁이 보여주는 액션은 심지어 교관들조차 압도되는 모습으로 연출되었다. 이것은 수방사 특임대가 다른 부대에 비해 훈련 강도가 약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장혁이 너무 잘 하고 있기 때문일까. 물론 실제야 어디 그리 쉽겠냐마는 방송으로 나오는 장면만을 두고 보면 장혁이 잘 하면 잘 할수록 특임대의 훈련이 너무 쉽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진짜사나이>의 존재이유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진짜사나이>의 주인공들은 힘들게 군복무를 하는 일반사병들이지 여기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역할은 사병들이 얼마나 열심히 군복무를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또 공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수방사 편에서는 연예인 출연자들이 계급과 상관없이 일반병사들에게 마치 선배로서의 조언을 해주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장혁이 내무반에서 사병들에게 하는 이른바 ‘연애 특강’은 인생 선배로서는 이해되는 일이지만 진짜 군대 생활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수방사편의 훈련내용이 지금껏 나온 다른 부대들에 비해서 너무 약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방사편에서 일반사병 중 가장 많은 방송분량을 만들고 있는 ‘특별한 선임’ 손지민 일병은 연예인 구멍병사보다 더 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다. 심지어 손지민 일병이 받쳐주지 못해 서경석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빗속에서 땀에 범벅이 되어 치르는 유격훈련이나 잠을 자지 않고 훈련을 버텨내는 고강도 무박훈련을 봐왔던 시청자들로서는 수방사가 보여주는 테러진압 훈련이 너무 짜여져 있어 약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부대마다 특성이 있기 마련이고 또 훈련강도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어느 한 부대에 전입되면 거기에 맞춰 생활하는 군인들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것이 방송을 통해 나가게 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부대 간의 비교점이 생긴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이때 그 균형을 방송 제작진과 출연진이 잡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출연진은 이전에 다른 부대를 경험하고 온 터이기 때문에 새로운 부대와 부대원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주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열심히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시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수방사편은 특히 류수영 같은 <진짜사나이>에 걸맞는 ‘힘겨워도 긍정하는’ 인물이 스케줄 때문에 중도에 부대를 빠져나갔고, 목 부상을 당한 샘 해밍턴이 훈련의 중심에 들어오지 못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의 균형이 깨진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장혁의 영화 같은 액션은 너무 튀는 인상만 남기게 되었다. 연예인들이 일반인들과 사병들 사이에 어떤 소통의 고리를 만들어주는 것. 수방사편은 <진짜사나이>의 그 진면목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진짜사나이>, 왜 손진영만 뜨지 못할까

 

이것은 캐릭터의 문제인가 아니면 태도의 문제인가. 최고의 화제 예능 <진짜사나이>의 모든 출연자들이 저마다 펄펄 날고 있는 반면, 구멍병사 손진영만 유독 주목받지 못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최근에는 그저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밉상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상대적인 이미지를 만들었을까.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체력에서나 생활 습관 등에서 군대와 영 어울리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찌감치 샘 해밍턴과 함께 그는 구멍 병사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샘 해밍턴이 외국인이라는 사실과 저질 체력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오히려 구멍 이미지를 반전시켰던 데 반해, 손진영은 체력도 약한데다 훈련에 임하는 자세 또한 장난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 밉상이 되었다.

 

체력의 문제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경석처럼 나이가 지긋한 병사에게서 청춘의 열혈 체력을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고, 샘 해밍턴이나 손진영처럼 젊다고 해도 군대가 요구하는 체력은 늘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자세다. 제 아무리 체력이 못 따라간다고 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오히려 박수 받을 일이다. 구보를 하다가 심지어 넘어지기까지 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샘 해밍턴이 박수 받은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기자 부대에서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보여준 손진영의 모습에서는 도에 지나친 장난스러움이 엿보였다. 스쿼트를 하면서 연거푸 방귀를 뀌고, 윗몸 일으키기를 장난처럼 하더니 심지어 선임의 기록을 세지 않고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팔굽혀펴기 운동을 하면서도 그의 장난기는 멈추지 않았다. 선임들은 손진영의 진지하지 못한 모습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그저 미안하다고 할뿐 아랑곳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진짜사나이>가 진짜 FM 군대생활은 아닌 만큼 약간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일반병사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만큼 최소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나 진지한 자세는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군대에서 고생하는 일반병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기 때문이다. 그 넘어설 수 있는 여지와 넘어서는 안되는 영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때 연예인과 일반병사들이 함께 하는 <진짜사나이>는 어떤 소통의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손진영의 캐릭터일 수 있다. 손진영은 <세바퀴>에 나와 자신이 전역 7년차이고 당시에는 A급 병사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이것 역시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진술이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현역을 다녀온 손진영이 이런 군대의 분위기를 모를 리가 없을 게다. 따라서 예능적으로 보면 샘 해밍턴과 겹치는 구멍 병사의 캐릭터에서 조금은 차별점을 찾으려 했을 지도 모른다. 구멍 병사에서 밉상 병사로.

 

하지만 이것은 방송에 도움이 될 지는 몰라도 손진영의 이미지에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뭐든 긍정적인 이미지로 활력을 만들어내는 류수영, 새내기지만 풋풋한 청춘을 보여주는 박형식, 두 말할 필요 없는 열혈병사 장혁, 최고참이지만 분위기를 선도하는 김수로, 저질체력에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일반병사들과의 소통을 이끄는 서경석 그리고 외국인이지만 군대 체험을 하며 군인들의 대단함을 온몸으로 공감해주는 샘 해밍턴. 이렇게 어느 한 구석의 호감을 먼저 만들어놓아야 가끔 하는 밉상 짓도 용인이 되는 법이다.

 

지금 손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캐릭터가 아니라 진정성이다. 그렇다고 그의 모습이 억지로 만들어진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군대와 군인에 대한 경의나 진지한 자세는 캐릭터 이전에 이 프로그램에서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물론 손진영이 본래 예의 없고 진지하지 못한 인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관찰예능이라는 틀에 아직 적응이 덜된 데서 비롯된 일일 게다. 대기만성이라고 했다. 구멍에서 밉상까지 간 손진영. 그가 어떤 반전을 보여준다면 그 감흥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장아론, 권효진, 김형근, 이토록 매력적인 군인이라니

 

“24번 교육생 졸립습니까?” “아닙니다! 아닙니다!” 갑자기 일어나 교관에게 악을 보이는 24번 교육생 장아론. 어딘지 보통내기는 아니라는 걸 감지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서경석이 졸다가 교관에게 걸려 팔굽혀펴기 얼차려를 받게 되자 장아론은 슬그머니 자진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그 기세에 눌린 듯 교관은 곧 얼차려를 끝냈지만 장아론 미스테리는 점점 커져갔다. 도대체 이 교육생은 누굴까.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방송이 끝나고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는 ‘장아론’이라는 이름이 올랐다.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밝혀진 장아론은 육사 69기이고 2010년도에 스페인 육군사관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엘리트 장교였다는 것. 그렇게 보니 그간 장아론이 같은 교육생들 앞에서 보여준 행동들이 그들을 버티게 해주는 노하우나 군인만의 자세였던 것을 알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토록 장아론이라는 군인에게 집중된 대중들의 시선이다. 왜 이런 관심이 쏟아진 걸까.

 

힘들 때마다 어떻게 버텨 내냐는 질문에 장아론은 자신만의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는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산악 뜀걸음을 할 때면 이것만 하고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오전만 하고 그만 둬야겠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하다보면 지나가게 됩니다.” 장교라고 해서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 역시 자신을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 장아론이 보여준 건 군인정신을 넘어서는 자신을 이겨내려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동료들과 함께.

 

남자들도 힘들어 포기하고 나간다는 이기자 부대 훈련 교육에 유일하게 여성으로 참여하고 있는 권효진 교육생은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에 “여성으로 대해주는 게 가장 불편하다”고 말했다. 박형식보다도 어린 권효진은 격투봉으로 대결할 때는 필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잠깐 휴식시간에는 22살 꽃 다운 나이의 소녀 웃음을 보여주었다. “8월 달에 유격 한 달이 있습니다.” 남아있는 끔찍한 훈련이지만 지지 않겠다는 다부진 모습은 남자들조차 숙연하게 만들었다.

 

한편 그 힘든 훈련 과정 속에서도 아기 웃음을 잃지 않아 화제가 된 김형근 교육생은 반전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격투봉 그거 나는 잘 못했는데 팀이 이겨서 전화할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엄마와 통화하는 김형근은 어김없이 아이 같은 모습이었지만 새벽에 치러진 체력훈련에서 턱걸이 끝판왕에 도전하는 의외의 모습을 통해 그에게 숨겨진 강한 면모를 발견하게 했다.

 

체대 출신이지만 전혀 체대 출신처럼 보이지 않는 온화한 미소는 같이 훈련을 받는 이들마저 편안하게 해주는 그만의 매력이자 능력. “전 제가 자는 줄도 몰랐습니다.” 한참 잠 많을 나이에 잠 안 자고 버텨내는 김형근의 이 엉뚱한 이야기는 그래서 우스우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해주었다.

 

사실 우리에게는 군인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있다. 모병제가 아니라 누구나 다 가야하는 의무라는 사실이 주는 막연한 거부감이 그것이고, 그간 비뚤어진 군 생활로 불거져 나오곤 했던 군 내부의 문제들로 인해 생겨난 부정적인 인식이 그것이다. 여기에 군대 가는 것에도 집안과 출신에 따라 차등이 생겨나는 이른바 갑을 정서까지 붙게 되면 군인에 대한 선입견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군인들이 그런 것이 아니고 대다수 일반 사병들은 모두 저마다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진짜사나이>는 장아론, 권효진, 김형근 같은 진짜 군인들을 통해 보여주었다. ‘장아론 미스테리’ 같은 사건(?)이 갑자기 부각된 것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했던 ‘군인정신’의 긍정적인 면이 거기서 보여졌기 때문일 게다. 군인도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진짜사나이>는 장아론, 권효진, 김형근을 통해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통제가 만든 갈망, <진짜사나이>의 동력

 

뭐든 <진짜사나이>가 하면 다르다? 그토록 걸그룹들이 너도 나도 가요 프로그램에 나와 섹시경쟁을 벌여도 이만한 화제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이 화제는 자극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훈훈한 느낌마저 부여한다. <진짜사나이>에 잠깐 등장했던 걸스데이가 군통령의 위엄을 보여주며 샘 해밍턴의 가지 말라는 절규를 이끌어냈다면, 레인보우는 팬더 분장을 한 박형식으로 하여금 감격의 검은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걸그룹 앞에서 하나 되는 군 장병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흔히들 걸그룹의 노출에 대해 그토록 비판적인 이들도 군 부대에서의 공연이라면 적당한 노출을 해주는 것이 심지어 예의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사회와 격리되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잠시 접어두었던 욕망을 살짝 허용하는 그 시간에 대해 대중들이 그만큼 관대해지기 때문이다.

 

체육대회를 앞두고 폭염 아래서도 해야 하는 씨름장 정비 작업은 또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그 와중에 갑자기 벌어진 이른바 ‘삽콩콩’ 게임은 고된 시간에 한 때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삽 한 자루만 있어도 충분히 재밌어지는 <진짜사나이>가 보여주는 군대 놀이의 묘미는 어떻게 가능해지는 걸까.

 

응원전, 줄다리기, 장기자랑, 씨름, 이어달리기. 뭐 특별할 것도 없는 어린 시절부터 해왔음직한 ‘운동회’의 군대 버전이지만 <진짜사나이>가 보여준 체육대회는 마치 전쟁을 치르듯 치열하고 흥미진진해졌다. 응원전의 신경전은 대결구도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어떻게든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줄다리기는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다지 우습다고 할 수 없는 분장 개그가 난무하는 장기자랑은 또 어떤가. 특별할 것도 없지만 군대에서 하니 그 묘미는 몇 배가 되었다. 천하장사들이 나와서 벌여도 잘 보지 않던 씨름도 군대에서는 다르게 느껴진다. 열혈병사 장혁이 단 번에 메다 꽂히는 수모를 겪는 장면을 어디서 또 볼 수 있겠는가. 물론 군장달리기에서 그 열혈병사의 면모를 과시하며 1등을 선사한 장혁이지만.

 

그러고 보면 <진짜사나이>에서 벌어지는 군대의 일상은 그 하나하나가 사회에서 우리가 느꼈던 것의 몇 배의 체감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햄버거 빵에다 패티와 잼을 함께 발라 먹는 군대리아가 화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군대이기 때문이다. 화채나 군용 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이른바 <진짜사나이>의 먹방이 몇 배의 재미를 주는 것은 군대라는 공간이 주는 허기와 갈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군 생활을 해본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모두가 땡볕에서 훈련을 받을 때 잠시 그늘에서 열외를 하는 시간은 그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지만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하다는 것을. <진짜사나이>는 군대라는 통제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던 작은 것들마저 소중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래서 박형식 같은 젊은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의 신비감을 한껏 벗겨내고 일반사병들과 어우러져 “맛있습니다!”, “최고입니다!”를 연발할 때 우리는 어떤 공감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것은 <진짜사나이>가 일요일 밤을 평정한 새로운 예능의 포인트이다. 일상의 재발견은 리얼 예능이 트렌드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다. 지금은 힘이 빠져버렸지만 <1박2일>이 보여주었던 1박2일 간의 여행은 바로 그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알게 해주는 야외취침과 저녁 복불복의 연속이 아니었던가. <진짜사나이>는 이제 그 일상을 다시 찾기 위해 군대라는 통제의 공간으로 들어간 셈이다. 통제가 만들어내는 권태를 넘어서는 갈망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진짜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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