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긴장감을 살릴 캐릭터는 누구?

'1박2일'(사진출처:KBS)

새로 시작한 '1박2일'은 우려했던 것보다 괜찮은 결과를 냈다. 차태현은 '불운의 캐릭터'로 무려 7가지의 불운을 겪으며 "1박2일과 자신은 안 맞는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김승우는 예민한 성격을 드러내며 복불복 게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성시경은 아직 프로그램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주원은 그런대로 막내로서 열심히 하는 모습 자체가 풋풋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기존 멤버로서 이수근이 전체 흐름을 이끌고, 김종민이 선배랍시고 나서면서 특유의 엉뚱함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첫 촬영치고 이 정도면 괜찮은 셈이다. 하지만 어딘지 기존 '1박2일'과 비교하면 조금은 밋밋하고 심심한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1박2일'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이 많이 흐트러져 있다. 이것은 대결구도가 없기 때문이다. 초창기 '1박2일'이 시청자들을 몰입시킬 수 있었던 것은 강호동 같은 강한 캐릭터가 도처에(?) 대결구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출연진들과 대결하면서 각자의 캐릭터를 세우게 했고, 또 제작진과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복불복 게임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강호동의 야생적인 느낌이 조금은 이완될 수 있는 '1박2일' 간의 여행을 팽팽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 그가 세워지면 그에게 반항하는 출연진들이 가능해지고, 또 그와 복불복으로 대결하는 제작진들의 캐릭터마저 세워지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심지어 막내 작가나 막내 PD들까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대결구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을 하고나서 그 바톤을 이어받은 것은 다름 아닌 나영석 PD였다. 강호동이 강하게 밀어붙인 것처럼, 강호동 없는 '1박2일'에 나영석 PD가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그 긴장감은 유지될 수 있었던 것.

새롭게 시작한 '1박2일'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강한 긴장감과 대립구도다. 물론 첫 촬영이라 그럴 것이지만, 출연진들은 너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본래 신입(?)이 들어오면 기존 멤버들과의 대립을 기대하게 되기 마련이지만, 아직까지 그런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또 제작진 역시 복불복 게임에 있어서 출연진들의 요구를 "첫 촬영이니까" 들어주는 호의(?)를 베풀고 있는 단계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출연진도 달라지고 제작진마저 달라졌으니 모두가 낯설 수밖에. 하지만 좀더 '1박2일'이 나아지려면 분명 긴장할 수 있게 하는 캐릭터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출연진이든 아니면 제작진이든.

또 한 가지 새로 시작한 '1박2일'에 필요한 것은 돌발 상황에 대한 순발력이다. 이번 '1박2일' 백아도 여행은 두 가지 대어를 낚을 수 있는 돌발 상황이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섬으로 들어갈 때 본래 새 멤버들을 각각 주변 섬에서 데려가려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배가 회항해 새 멤버들을 모두 태우고 간 상황이었다. 이것은 제작진의 실수지만, 첫 촬영의 실수이기 때문에 거꾸로 보면 그만한 '리얼리티'를 끄집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만일 강호동 같은 인물이 거기 있었다고 생각해보라. 새 제작진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했다면 그 감정선(?)은 그대로 복불복 같은 게임의 대결구도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섬에서 빠져나올 때 갑자기 생긴 풍랑주의보로 갇히게 된 돌발 상황 역시 아까운 기회라고 생각된다.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에 의해 본래 가려던 길 바깥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야말로 '여행'이라는 아이템의 가장 매력적인 소재가 되는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억지로 그런 상황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돌발 상황이 나왔을 때 당황할 것이 아니라 역으로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향으로 틀어놓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이 자연스러우려면 좀 더 최재형 PD가 프로그램 전면에 드러날 필요가 있다. 촬영 상황 자체 역시 흥미로운 리얼리티가 되는 게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제 첫 술일 뿐이다. 그러니 어찌 배부르기를 기대할까. 그리고 그 첫 술도 그다지 빈약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앞으로 프로그램이 진화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는 팽팽한 대결구도이고, 또 하나는 여행의 야생성을 드러내는 돌발 상황마저 예능으로 만들어내는 유연함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출연진이나 제작진 모두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포진은 나쁘지 않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존 '1박2일'이 내 놓은 길 위를 열심히 달리는 일만 남았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1박2일'만의 길이 열릴 것이다. 여행이란 본래 길 위에서 길을 찾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기대감의 차이가 만든 다른 결과

'1박2일'(사진출처:KBS)

새 '1박2일'이 시작되기 전, 가장 주목받은 새 멤버는 단연 차태현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차태현은 말 그대로 예능 고수니까. 무언가를 억지로 짜거나, 만들려고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름에 내맡기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차태현은 귀찮으면 귀찮다고 얘기하고,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또 맘에 안 들면 그게 PD라도 대놓고 맘에 안 든다고 말하는 캐릭터다. 그 자연스러움은 리얼 예능에서의 그의 기대감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로도 차태현은 새 '1박2일'의 첫 방에서부터 거의 이물감이 없는 새 멤버로 자리했다. 그 스스로도 말했지만 어느 프로든 늘 함께 했던 멤버 같은 느낌을 '1박2일'에서도 보여줬던 것. 오프닝을 찍으러 여의도로 갈 줄 알고 일찍부터 머리를 하고 나름 코디(어린이 같은)를 한 그가 엉뚱하게도 인천 여객선 터미널로 가는 상황에서부터 차태현의 진가가 드러났다. 그는 끊임없이 투덜대면서 어딘지 억지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1박2일'과 나는 잘 안 맞아" 하고 천연덕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게임조차 귀찮아하다가도 자기가 이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벌칙 주는 일에 즐거워하는 모습은 그가 특유의 솔직함을 반전(?)으로 활용하며 웃음을 자가 발전시킬 수 있는 캐릭터라는 걸 보여주었다. 하지만 차태현이 이처럼 발군의 예능감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더 주목받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새로운 '1박2일'이 첫 여행을 떠나기 전, 새 멤버들 중에서 가장 걱정과 우려를 많이 갖게 했던 김승우다. 김승우는 배 안에서 '서서 가기, 앉아 가기, 누워 가기'를 놓고 벌인 게임에서 의외의 열성을 보이다 천정에 머리를 부딪치는 몸 개그(?)를 보여줬고, 도시락을 놓고 벌인 닭싸움에서도 은근 의욕 과잉의 캐릭터를 드러내기도 했다.

차태현보다 김승우가 더 주목된 이유는 기대감의 차이 때문이다. 차태현은 그 기대한 만큼의 예능감을 보여주었지만, 김승우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캐릭터를 드러냄으로써 더 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것은 물론 몇몇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지만, '1박2일'의 다른 멤버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기대감과 반전은 반비례한다. 즉 기대감이 높을수록 반전효과는 적고, 기대감이 낮을수록 반전효과는 크다. 따라서 이수근처럼 기대감이 높은 개그맨이 빵빵 터트리는 것보다, 전혀 기대하지 않던 김승우가 한 번 터트리는 의외의 웃음이 파급효과가 더 크기 마련이다.

이렇게 보면 새 멤버들은 자신들의 '1박2일' 부적응이 오히려 하나의 기회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성시경이나 주원에 거는 기대감은 우리가 이수근이 김종민에 거는 것보다 그다지 크지 않다. 따라서 이 빈 기대감을 어느 순간 채워준다면 오히려 더 주목받는 상황으로 역전시킬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억지로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스스로를 적응시키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진정성이 결국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1박2일'을 '발견의 예능'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자연스러우면서도 반전을 주는 캐릭터의 발견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작한 '1박2일'은 그런 면에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1박2일'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여겨지지 않는다. 게임을 하고 그걸 통해 멤버들이 친해지며 그 안에서 캐릭터를 발견하려는 건 나쁘지 않은 시도지만, 그것이 너무 뜬금없이 진행되는 건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것은 게임을 하기 전, 일종의 캐릭터들 간의 관계(이를테면 갈등 같은)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어색함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어색함이 차츰 사라지게 된다면, 의외의 캐릭터와 그로 인한 스토리들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인 것처럼, 현재 새롭게 시작한 '1박2일'에 대한 반응 역시 극과 극인 것도 어찌 보면 이 시청자들마다 다른 기대감의 차이 때문이다. 어떤 시청자들은 그저 편안하게 이전의 '1박2일'을 그대로 반복해서 보고 싶어 하고, 또 어떤 시청자들은 무언가 이전과는 달라진 '1박2일'을 보고 싶어 한다. 한쪽은 그대로였으면 좋겠고, 다른 한쪽은 달라졌으면 한다. 따라서 어떤 길을 가든 반응은 갈라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기대감을 모두 저버리지 않고 적절한 선을 밟아가며, 차츰 이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차태현에 대한 기대감을 넘어 김승우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처럼, 그것은 또 성시경과 주원으로 이어져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결국 '1박2일'의 기대감을 높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대감의 반전과 자연스러움은 '1박2일'이 순항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1박' 새 멤버, 기대감 차이 진짜 이유

'1박2일' 시즌2 새 멤버(김승우, 차태현, 성시경, 주원)가 확정됐지만 그 멤버들에 대한 기대감의 차이는 큰 편이다. 차태현에 대한 기대감이 압도적인데 반해, 성시경이나 김승우에 대한 기대감은 낮다. 주원은 예능이 첫도전인데다 막내라는 위치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시경이나 김승우보다는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이런 기대감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사실 '1박2일'이라는 팀을 이들이 제대로 겪은 적은 없기 때문에(물론 성시경은 시청자 투어에 참여해 경험이 있지만 그런 이벤트적인 참여와 멤버로서의 참여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기대감이 실제 상황이 될 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이 기대감의 차이는 그간 이 새 멤버들이 타 방송 활동을 통해 보여주었던 이미지와, 그것이 기존 '1박2일'이라는 틀과 얼마나 어울릴 것인가의 조합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차태현에 대한 기대감이 압도적인 것은 그가 리얼 예능에서 보여주었던 방송 이미지 덕분이다. 그는 '무한도전'이나 '패밀리가 떴다' 그리고 '런닝맨' 등에 나와서 특유의 예능감을 보여주었다. 게스트로만 출연하고도 '차희빈'이라는 캐릭터를 가질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1박2일' 시즌2에서 차태현에 대한 기대감을 그저 '예능감'이란 한 마디로 표현하는 건 어딘지 부족하다. 어디까지나 게스트로서의 역할과 멤버로서의 역할은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태현이 그런 발군의 예능감을 보인 데는 유재석의 도움이 일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차태현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그 '가식 없는 솔직함'에서 찾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이것은 그가 '무한도전'이나 '패밀리가 떴다' 같은 리얼 예능에서 특유의 예능감을 선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입바른 소리를 하거나,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차태현은 조금은 악동 같고 때로는 게으름을 피우면서 필요하면 이간질도 하는 밉지 않은 솔직함을 보여주었다. 이 솔직함이 주는 진정성은 리얼 예능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차태현의 예능감이나, 그에 대한 '1박2일' 시즌2의 기대감이 큰 것은 모두 이 진정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상대적으로 김승우, 성시경이 기대감이 낮고, 주원은 그런대로 기대를 하게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김승우와 성시경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그들이 갖고 있는 방송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김승우는 꽤 오래도록 '승승장구'를 진행해오고 있지만, 특별한 자기 존재감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 그저 무난하게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이 그가 토크쇼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어딘지 진짜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은 것 같은 이미지는 그가 과연 리얼 예능에 적합한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한편 성시경은 그 이미지가 너무 복합적이다. 발라드 가수로서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때론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는 발언(서태지 발언이나 유승준 발언 같은)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이미지의 상충은 '1박2일' 시청자 투어 때 보여준 어르신들을 챙기는 모습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그것이 진심인가 아니면 가식인가에 대한)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일 뿐이지만, 이런 복합적인 이미지는 리얼 예능에서 특히 중요한 '진솔함'을 대중들에게 전하는 데는 분명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1박2일' 시즌 새 멤버에 대한 기대감의 차이는 기존 방송이미지가 갖고 있는 진정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실제라기보다는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일 뿐이다. 따라서 이런 기대감은 방송이 시작되면 반전될 가능성도 높다. 김승우나 성시경이 의외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기대감이 컸던 차태현이 오히려 기대감만큼의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주원 같은 새로운 인물은 마치 예전 '패밀리가 떴다'의 이천희처럼 의외의 엉뚱 캐릭터로 주목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반전을 가져온다고 해도 분명한 사실은 리얼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캐릭터의 '진정성'이라는 점이다. 과연 '1박2일'의 새 멤버들은 이 진정성을 통해 얼마나 많은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을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남은 건 이제 새 멤버들의 몫이다.

‘과속스캔들’의 겸양어법 통했다

“좀 합디다.” ‘과속스캔들’에서 남현수(차태현)는 다 커서 애까지 딸린 미혼모로 찾아온 딸 황정남(박보영)이 노래하는 걸 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이 말의 뉘앙스는 보통의 아버지가 딸에게 하는 말과는 다르다. “잘했다”도 아니고 “아직 부족하다”도 아닌 그 중간쯤에 위치한 이 말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화법이기도 하다.

이 영화 속에서 차태현이 연기하는 남현수는 차태현이 그런 것처럼 더 이상 아이돌 스타가 아니다. 이제는 30대 중반의 연예인으로 그럭저럭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존재. 그런 그에게 갑자기 다 큰 딸이 애까지 데리고 찾아온다. 영화는 이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질적인 존재들이 한 집에서 살아가며 좌충우돌하는 코믹을 선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가족 드라마적인 요소 위에 다양한 재미의 지층들을 깔아두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늘 함께 있어서 발견하지 못했던 가족들의 놀라운 면면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그저 미혼모로만 생각되었던 황정남은 사실 노래에 재능을 갖고 있으며, 황정남의 아들 황기동(왕석현)은 피아노 천재다. 영화는 평범하게만 보였던 가족의 모습에서 비범함을 발견했을 때 느껴지는 그 기쁨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 때문에 가족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딸이 “왜 내가 없어야 하는데. 여기 있잖아 내가 여기 있는데 왜 내가 없어야 하냐고!”라고 외쳤을 때의 그 기분. 사실 늘 보석처럼 반짝이며 곁에 있었지만 그 존재를 무시해왔다는 자괴감. 그래서 잠시 사회라는 무대를 내려와 그 무대를 오롯이 가족을 위해 쓰고 싶은 이 영화의 마음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남현수가 건네는 “좀 합디다”라는 말 속에는 그 표현 자체가 어색해진 현대인들의 정서와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마음을 표현하고픈 욕구가 공존한다. 한때 잘나가던 아이돌이 이제는 아저씨돌로 돌아오는 이 영화가 포착한 문화현상은 사회경제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한다. 삶이 어려워지면 가족은 더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아이돌과 아저씨돌이 가진 이미지의 기본적인 차이는 가족의 유무에서 비롯된다.

이 영화는 또한 우리영화계가 한때 가졌었던 아이돌 시절의 화려함보다는, 이제 겸양 어린 마음을 담은 아저씨돌의 수수함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이 영화는 화려한 수식어로 과장 광고되던 여타의 한국영화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다. 그것은 오히려 3류의 냄새를 풍기면서 한껏 낮추었고, 그것은 거꾸로 의외의 재미를 통한 상승효과를 만들었다. 이것은 재미없을 것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토크쇼에서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좀 합디다.”라는 말로 대변되는 이 영화는 그러나 조금이 아닌 꽤 많은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차태현은 능수능란 한 코믹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박보영은 때론 귀엽고 때론 당차며 때론 성인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아역으로서 왕석현은 촌철살인의 웃음과 감동을 전달한다. 이렇다할 크리스마스 영화 한 편 개봉되지 않는 작금의 영화현실, 경제현실 속에서 이처럼 힘겨워진 가족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영화는 좀체 발견하기 힘들 것이다. ‘과속스캔들’은 ‘좀’이 아닌 ‘꽤’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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