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수들에서 이젠 배우들로 채워진 속사정

 

박보검에 이어 유지태 그리고 이젠 김유정이다. 최근 정준영이 나가고 난 빈 자리 때문일까. KBS <12>의 게스트 출연이 부쩍 잦아졌다. 그게 특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순 없다. <12>처럼 오래도록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이 게스트를 활용하는 건 비슷비슷한 패턴을 벗어나는 데는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런 사정은 간단하게 시청률이 반증한다. 박보검이 나왔을 때 <12>은 무려 19.9%(닐슨 코리아)의 대박 시청률을 기록했고 유지태도 17.4%를 찍었다. 그러니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유정의 출연 역시 기대되는 대목인 건 사실이다.

 

흥미로운 건 <12>의 구성원들이 초창기 가수들 중심으로 채워졌던 것과 비교해 지금은 배우들 구성이 훨씬 많아졌다는 점이다. <12> 초창기를 이끌었던 출연자들을 떠올려 보라. 웃음을 담당하던 강호동과 이수근을 빼놓고 나면 이승기, C, MC, 은지원, 김종민이 모두 가수들이었다.

 

이렇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어쨌든 리얼 버라이어티가 가진 리얼한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예능인이 아닌 다른 직업군의 출연자들이 필요했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연기를 직업으로 가진 배우들보다는 노래라는 또 다른 예능의 동력을 갖고 있는 가수가 훨씬 더 자연스러우면서도 다채로운 재미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만 해도 여전히 배우들은 가수들보다 예능 출연하는 것 자체가 낯설고 꺼려지는 어떤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12>의 공기를 만드는 건 차태현이나 윤시윤 같은 배우들이다. 물론 웃음은 데프콘이나 김준호, 김종민에서 나오지만 프로그램의 색깔은 이들 배우들에게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전 구탱이형 김주혁이나 잠깐 출연하기도 했었던 유해진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이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진솔한 모습은 오히려 더 시선을 잡아끌게 되었다. 가수들보다 훨씬 더 감춰져 있었기에 오히려 반전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건 나영석 PD의 영향이 크다. 그는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를 통해 일련의 배우들을 예능의 스타로 만들어낸 바 있다.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그렇고, <꽃보다 누나>에 나온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이 그러하며, <삼시세끼>의 이서진과 차승원 그리고 최근 에릭까지 연달아 배우들을 성공적으로 예능 스타로 등극시켰다. 물론 이것은 tvN의 전략적 선택으로 드라마와 연계하는 예능의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늘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야 하는 예능의 특성상 배우군이 그 신천지가 된 이유도 있다.

 

<12>이 한 때 가수들에서 이제는 배우들로 채워지게 된 건 이런 예능 전체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최근 <무한도전>에 출연한 아수라 출연진들이나, <시그널> 김은희 작가가 합류해 만든 무한상사<곡성>의 쿠니무라 준이 등장하는 등 배우들의 예능 출연은 이제 낯선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영화나 드라마 홍보가 아니라고 해도 배우들 스스로도 선호하게 된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능 출연은 배우들의 활동에 장애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걸 유해진 같은 배우는 확실히 보여준 바 있다. 물론 자기만의 연기 영역이 확실한 배우지만 유해진이 <삼시세끼> 어촌편에 출연하면서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것이 영화 <럭키>의 대박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일이다. 물론 차승원의 <고산자>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건 차승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작품 자체가 대중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소재였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차승원은 <삼시세끼>의 이미지를 <고산자>로 가져와 자칫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경쾌함을 부여한 바 있다.

 

한 때는 왜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는가 하고 고개를 저었던 배우들이 이제는 예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지금껏 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능성의 지대이면서, 동시에 본업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에 연이어 출연하는 배우들은 바로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1>유지태, 안 웃기면 어떠리, 출연만으로 고마

 

KBS <12>에 박보검이 출연했을 때 시청률은 무려 19.9%(닐슨 코리아)까지 치솟았다. 이 시청률은 그 전 주인 14.7%에서 5.2%나 상승한 결과였다. 이번 동거인 특집으로 등장한 유지태 출연의 효과 역시 예사롭지 않다. 그 유지태 출연의 오프닝만을 보여준 23일 자 <12>의 시청률은 17.4%. 지난 주 16.5%보다 0.9% 포인트 상승했다. 오프닝으로 이 정도니 다음 주에 대한 기대감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박2일(사진출처:KBS)'

물론 유지태는 예능 출연 자체가 처음이라 오프닝에서 모든 게 어색한 예능 초보의 모습을 보여줬다. 즉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실 유지태 같은 배우에게 애초부터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건 그런 웃음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는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그 배우로서의 모습이 아닌 그저 평범한 한 남자이자 아빠, 그리고 김준호와 차태현의 절친인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으로 보면 유지태가 어색해하고, 하다못해 코끼리 코 10바퀴 도는 것 자체가 어려워 다 돌고는 맨바닥에 쓰러지며, 지는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연거푸 지면서 괜한 승부욕을 꺼내는 그런 모습이 주는 솔직한 모습이 훨씬 자연스러웠다고 보인다. 그런 유지태를 절친인 김준호는 배우 불러다 놓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라고 호통을 치기도 하고, 함께 동거하며 지냈떤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 웃음을 주기도 하며 감싸주었고, 차태현은 그의 행동에 리액션을 척척 붙여 그의 캐릭터를 세워주려 노력했다.

 

카메라가 켜져 있을 때보다 꺼져 있을 때 찍혀진 유지태의 말과 행동은 훨씬 자연스러워보였다. 코끼리 코 도는 걸 잘 못한 자신이 마음에 걸리는 듯 잘 하고 싶다며 연습을 하는 모습이라니. 영화 <봄날은 간다>의 그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말하던 순수남의 모습과,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쓰랑꾼(쓰레기+사랑꾼)으로 불리던 그 카리스마는 온 데 간 데 없고 예능의 세계에 조금씩 빠져드는 그런 모습이 주는 기분 좋은 느낌.

 

사실 박보검이 나왔을 때도 그가 대단히 웃음을 빵빵 터트린 그런 게스트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저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그런 느낌. 그래서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김종민마저 박보검의 요청에 선선히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즉 박보검도 그렇고 유지태도 <12>의 섭외가 요구하는 건 폭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보다는 웃기는 그 예능판에 들어온 그들의 예능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모습이 만들어내는 미소다.

 

때때로 <12>은 웃음에 대한 강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 본질인 여행 그 자체보다 복불복이 프로그램의 전반을 가득 채우는 경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예능인들의 본능일 수 있는 이 강박은 필요한 긴장이지만 그것이 너무 반복되다보면 비슷한 패턴의 늪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박보검이나 유지태 같은 게스트의 출연은 그래서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한다. 거기에는 웃기려는 강박이 살짝 사라진 지대에 만들어지는 새로움이 이들 게스트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다.

 

<12>의 빵빵 터지는 웃음은 물론 김준호나 김종민 같은 베테랑들의 몫이다. 그들은 사실 어떤 상황에 던져놔도 누구와 함께 해도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들이다. 그러니 웃음과 상관없이 예능판에 참신한 게스트의 섭외는 <12>에는 괜찮은 결과로 이어진다. 좀 안 웃기면 어떤가. 출연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데.

<12>, 정준영 빈자리 보단 남은 자산 돌아보길

 

KBS <12>에서 정준영은 결국 하차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그 빈 자리가 아무렇지도 않을 리는 없다. 한글날 570주년을 맞아 특집으로 마련된 <12>은 그래서 그 오프닝 자리에 정준영의 빈자리를 에둘러 표현했다. 마치 사죄를 하고 있는 듯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의식했고, 어쩌다 삭발을 하고 온 김준호에게 마치 <12>이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의지를 다진 것 같은 뉘앙스를 덧씌웠다.

 

'1박2일(사진출처:KBS)'

판교역에서 출발해 여주까지 가는 경강선에서 게임을 시작하려 할 때 출연자들은 그 동생의 빈자리를 언급했고 목적지인 세종대왕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을 때도 그 동생을 이야기하며 아쉬움과 그리움을 표했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꽤 오랫동안 함께 여행하며 동고동락했던 동생의 빈자리를 단번에 떨쳐낸다는 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12>의 출연자들은 저마다 정준영의 빈자리를 얘기했지만 실제로 그 빈자리는 그만큼 크게 다가왔을까? 이번 한글날 특집으로 마련된 여행이 워낙 잘 꾸려져서인지 그 빈자리는 33으로 하던 게임을 이제는 못하게 된 것 정도로 소소하게 느껴졌다. 이 점은 출연자들이 아쉬워하고 있지만 <12>만의 저력은 여전하다는 걸 말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특집은 기획적으로 적확했다고 볼 수 있다. 한글날을 맞아 기획된 특집으로 새로 개통된 경강선을 타고 세종대왕릉역까지 가는 여정도 여행정보로서는 괜찮은 선택이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게임들, 이를테면 만 원 권의 틀린 그림 찾기 같은 게임을 통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하거나 그 외에 여러 발명품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 것들이 <12> 특유의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보해주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릉에서 벌어진 복불복 게임으로 승패에 따라 자음과 모음을 나눠줘 그걸 조합해 음식을 얻는 게임은 <12>의 게임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것 역시 게임의 재미와 더불어 한글이 얼마나 우수한가를 그 조합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KBS라는 공영방송에서 <12>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가치들, 즉 숨겨진 우리네 여행지 소개나 역사적 사실을 재미있게 알려주는 이런 시도들이 이번 특집에서는 잘 구현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김준호 같은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만들어낼 줄 아는 프로 예능인이 있고, 바른 이미지에 뭐든 적극적으로 임하며 때론 놀라운 지식을 보이면서도 때론 허당의 면면으로 웃음을 주는 동구 윤시윤이 있으며, 오래도록 <12>의 신바(신나는 바보)로서 기상천외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김종민과 프로그램에 따뜻한 정 같은 걸 느끼게 해주는 차태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웃기는 먹방러 데프콘은 <12>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는 자산들이다.

 

여기에 유호진 PD 이후 새로 자리해 무도리로 불리는 유일용PD와 최근 무인도 낙오에서 의외의 존재감을 드러낸 새내기 주종현 PD 같은 연출자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제작진이 있다. 물론 프로그램 이면에서 이런 갖가지 게임을 개발하고 여행지와 여행의 방식 등을 기획하는 작가들도 존재한다.

 

그러니 정준영이 하차한 지금, 그의 빈자리를 아쉬워하기보다는 이제 <12>이 충분히 갖고 있는 자산들을 돌아볼 때다. 물론 필요하면 새 멤버를 충원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제작진과 출연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껏 <12>이라는 브랜드가 쌓아놓은 가치들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빈자리가 주는 아쉬움이 있는 건 당연하겠지만.

<12>, 박보검이 보여준 매력 그리고 매직

 

박보검 효과일까. KBS <12>의 시청률은 무려 19.9%로 뛰어올랐다. 지난 주 14.7%에서 5% 이상이 오른 것. 물론 이번 자유여행대첩특집에는 박보검과 함께 김준현도 게스트로 출연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등장만으로도 어떤 설렘을 만들어준 박보검의 존재감은 확실히 빛났다.

 

'1박2일(사진출처:KBS)'

박보검이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건 차태현 덕분이다. 친한 선후배 사이기도 하지만 박보검과 차태현은 같은 소속사다. 게다가 박보검은 이제 새로 KBS 월화에 방영되는 <구르미 그린 달빛>의 남자주인공이다. 그러니 KBS로서는 그가 <12>에 출연하는 것이 사전홍보에도 톡톡한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홍보적 목적을 차치하고라도 박보검은 확실히 <12>에서 제 역할 이상을 해내는 매력 아니 나아가 매직(?)을 보여줬다. 특유의 환한 웃음과 긍정에너지는 짜증을 유발하는 폭염 속에서도 보는 이들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고, 그것은 또한 출연자들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보여줬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높은 곳을 영 싫어하고 그래서 이전에 놀이기구를 타다 욕을 해 자체 심의로 편집된 경험이 있는 김종민에게 추억이라며 네 명이 함께 타는 놀이기구를 타게 하는 과정은 박보검이 아니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박보검의 설득에 김종민은 저도 모르게 놀이기구에 타고 있는 자신을 뒤늦게 발견하고는 화를 내다가 또 놀라워하다가 했다.

 

차태현이 박보검을 게스트로 데려와 굳이 자유여행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여행을 하려한 건 그런 점에서 보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기분 좋은 웃음을 만들어 낸 것만은 분명하다. 예고편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러간 김종민을 박보검이 또 설득하는 장면은 이번 자유여행의 콘셉트를 확실히 보여준다. 놀이기구가 무서운 김종민이지만 박보검이 함께 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그걸 타는 모습을 통해 웃음을 준다는 것.

 

이것은 <12>이 게스트를 출연시켰을 때 그 게스트가 가진 특징과 개성을 활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김준현이 게스트로 들어오자 먹는 양만큼 자동차 기름을 넣어주는 미션이 들어간 건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김준현은 결국 무려 500ml 열 잔에 해당하는 냉차를 마시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그가 김준호와 오리배를 타는 미션 또한 그 몸무게 때문에 기울어지는 오리배만으로도 큰 웃음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본격적인 먹방이 시작될 예정이다.

 

박보검은 그 긍정에너지의 캐릭터가 이번 게스트 출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힘겨워하고 또 피하려는 출연자들을 나서서 설득하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그 긍정적인 모습은 이온 음료를 벌칙처럼 마시는 장면마저 CF로 만들고,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마저 즐거운 미션으로 바꿔놓고 있다.

 

물론 드라마의 성패를 한 연기자가 가진 이미지만으로 섣불리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구르미 그린 달빛>에 채널을 고정시키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박보검의 기분 좋은 이미지가 아닐까. 그는 <12>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드라마 또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나갈까. 못내 그 결과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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