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페이커의 말이 이 프로그램의 가야할 길처럼 들린 이유

유 퀴즈 온 더 블럭

“우승컵을 따겠다는 목표보다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결승 끝나고 인터뷰에서도 3대0으로 졌어도 웃는 모습으로 그만큼 경기를 즐기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말씀 드렸는데 그런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우승은 사실 뭐 팬분들이 원하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 저는 좀 기뻤죠.” 

 

페이커(이상혁)가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왔다. 3년 전에도 출연한 적이 있었지만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또 달라졌다.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 우승. 누적 시청자가 4억명이고 마지막 결승에는 전 세계 1억명 시청자가 동시 접속을 했을 정도로 세상이 집중했던 그 경기에서 그가 이끈 T1이 우승을 차지했다. 롤을 잘 모르는 이들조차 응원전에 참여했고, 광화문광장에는 월드컵도 아닌데 1만5천명이 모여 야외에서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니 이 엄청난 관심이 집중됐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돌아온 페이커의 3년 만의 재출연이 각별할 수밖에. 

 

페이커는 그러나 게임에서만 빛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가 그렇게 게임을 잘하게 된 데는 단단한 마인드와 생각들이 존재한다는 걸 <유퀴즈>에서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카메라 감독님이 패배한 상대팀을 향해 엄지를 내리는 포즈를 해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는데 페이커가 정반대로 ‘엄지척’을 했던 상황에 대해 유재석이 묻자 내놓은 답변에서부터 그가 얼마나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하는가가 묻어났다.  

 

아마도 자신이 엄지척했던 이유만 얘기했다면, 자칫 엄지를 내리는 주문을 했던 카메라 감독님이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페이커는 “사실 엄지 내리는 포즈는 스포츠에서 자주 쓰는 포즈”라며 그래서 해도 괜찮았다고 먼저 전제함으로써 카메라 감독님의 의도를 오해받지 않게 한 후, “경기 자체가 재밌어서” 굿 게임의 의미로 엄지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게이머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모습이지만 그것이 편견이라는 것도 그는 알려줬다. ‘평정심’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게임을 마인드 스포츠라 불렀다. 그래서 롤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는 질문에 자신은 책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는 거였다. 

 

그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이번에 손목 부상으로 한 달 간 쉬게 됐던 상황에 대해 물어봤을 때 했던 답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팀의 문제점이나 개선점을 제 부상으로 인해서 많이 볼 수 있어서 그런 것들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많이 된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자신은 물론이고 팀의 위기일 수 있는 그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점. 그것은 아마도 책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 여겨져서다. 

 

이 날 페이커의 <유퀴즈> 출연이 특별하게 느껴진 건 ‘최고의 위치’에 선 이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가 어떤 품격을 만드는가를 그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하게 어렸을 때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게임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는 명예가 목표가 됐다고 했다. 그렇지만 커리어도 쌓이자 동기부여를 위해 새로운 목표가 필요해졌는데 그래서 세운 목표가 ‘팀을 위한 우승’이었다고 했다. “저 스스로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한 목표가 있으면 계속해서 내가 그 목표를 따라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 말은 <유퀴즈>나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유재석에게도 인사이트를 주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어찌 보면 <유퀴즈>라는 프로그램도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유재석도 예능에 있어서 가장 높은 위치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게다. 일반인도 유명해질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프로그램이고, 유재석이야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자타공인 유느님이니 말이다.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목표를 세운다는 페이커의 말은 그래서 하나의 삶의 지혜처럼 들렸다. 

 

또 책을 보는 것만큼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더라며 “사람도 책과 비슷하다”고 한 페이커의 말 역시 <유퀴즈>와 너무나 어울리는 말이다. 사람을 만나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나의 책을 들려주듯, 어떤 책을 들려줄 것인가를 심사숙고하고 그 책을 어떤 자세로 읽을 것인가를 고민해온 것이 이 프로그램이 걸어왔던 길이다. 물론 초창기의 모습에서 조금은 빗겨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많아진 아쉬움이 있지만. 

 

무엇보다 <유퀴즈>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덕담처럼 들린 페이커의 말은 ‘겸손’에 대한 이야기였다. “겸손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게 겸손한 자세로 저 사람이 어떤 의도로 말을 하는 구나를 거름없이 들을 수 있어야지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물병이 있는데 이렇게 반 정도가 차 있으면 반 밖에 못 담잖아요. 근데 내가 비어있는 물병이고 그거를 다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하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느껴서 겸손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미 가득 채워진 잔은 더 이상 채워질 수 없다. 화려하게 채우려 하기보다 오히려 비워내고 맞아들이려 하는 자세가 더 많은 걸 담아낼 수 있다는 페이커의 말을 <유퀴즈>는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사진:tvN)

'골목식당', 준비된 자 돕는 백종원과 태도까지 고치는 백종원

 

"이런 쌀국수가 어딨어요? 고기를.. 야 씹을수록 맛있잖아요. 이렇게 고기를 삶자마자 쌀국수를 말아주는데 없어요. 고기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는 맛이 그리웠거든. 와 이러면 뭐 천하무적이지." 백종원의 그 말을 들은 베트남 쌀국수집 사장님은 울컥했다.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져 있었지만 그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3년 3개월 동안이나 매일 12시간 뼈를 고아가며 정성스레 만들었던 국물이 사실은 불필요한 일이었다는 걸 백종원의 그 "맛있다"는 한 마디가 증명해줬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김성주와 정인선을 쌀국수집으로 보내, 다른 가게에서 공수한 곰탕과 설렁탕 국물을 쌀국수집 국물과 비교하게 했고, 결국 3시간 정도를 우려도 국물 맛은 괜찮을 수 있다는 솔루션을 줬다.

 

백종원은 매일 12시간씩 뼈를 고아가며 했던 사장님의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라 '정성'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런 정성은 이제 그 시간을 줄여 다른 쪽으로 더 들일 수 있게 됐다는 것.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강서구 등촌동 골목에서 베트남 쌀국수집의 사례는 시청자들이 응원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는 훈훈함을 전해줬다. 이런 준비된 집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지금 식당에서 열 몇 시간씩 일을 해야 돼. 그래서 나가서 회사 가서 8시간 정도 일을 하면, 일용직을 뛰더라도 8시간 일을 하면 돼. 그러면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100만 원도 못 벌어. 그래도 나는 이게 너무 좋아서 하고 싶어 이런 의지가 있어야지. 그래도 할 거예요?"

 

반면 연어새우덮밥집 사장님에게 백종원이 하는 말은 잘 안 되는 가게의 솔루션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건 그 사장님의 마음가짐과 의지를 묻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3주 동안 이 가게는 청소를 다시 하고 안 나오던 온수를 나오게 설치하고 배수관도 새로 만드는 등 아예 처음 가게를 오픈하는 것과 같은 과정들을 보여줬다. 심지어 시장을 함께 가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구매하는 것까지 백종원이 동행했다.

 

그리고 겨우 3주가 흐른 후에야 달라진 가게에서 사장님이 내놓은 돼지고기조림 덮밥에 대한 이야기가 비로소 시작됐다. 물론 백종원은 이 가게사장님이 젊은 창업인들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의지는 있지만 제대로 배울 길이 없어 주먹구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이 가게를 염두에 두고 초보사장님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하지만 베트남 쌀국수집처럼 어느 정도 노력을 해왔고 그래서 준비가 된 가게에 솔루션을 주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처럼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떠먹여주고 나아가 의지나 태도, 마음가짐까지 고치는 건 프로그램의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물론 백종원이 이렇게까지 하게 된 건, 그런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장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그 전에 이런 가게를 굳이 솔루션 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백종원이 인성까지 거론하게 된 것이 아닐까. 먼저 이런 가게 선정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가끔씩 나눠지는 호불호는 바로 이런 출연 가게 선정에서부터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사진:SBS)

‘골목식당’, 백종원 황당하게 만든 팥칼국숫집 사장님의 불통

 

말끝마다 핑계다. 게다가 마치 맡겨놓은 거라도 있다는 듯 팥 좀 구해 달라, 비법을 달란다. 백종원으로서는 황당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아간 홍제동 문화촌에 있는 팥칼국숫집 사장님은 백종원도 또 그걸 보는 시청자들도 황당하게 만들었다.

 

애초 물을 부어서 끓이는 방식이 팥을 너무 묽게 만든다는 걸 백종원은 실제로 물을 넣지 않고 옹심이가 익혀 팥 베이스에 넣어 끓인 걸 비교하게 함으로써 확인시킨 바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팥칼국숫집 사장님은 원래 조리법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물을 좀 붓는다고. 대표님이 하는 거는 너무 되서 안돼. 끓이지도 못해.” 그러면서 엄마의 말이라며 “팥만 끓이면 맛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옹심이 찹쌀에서 우러나오는 물하고 같이 끓여야 걸쭉해진다는 것. 사장님은 남편 말도 잘 듣지 않는 눈치였다. 끓여낸 걸 먹어본 남편이 “아까보다 더 묽다”고 말하자 “이게 뭘 또 묽어. 되구만 이 정도면.”이라고 툭 쏘아붙였다.

 

그 가게를 찾은 백종원에게 사장님 내외는 국내산이 확실히 구수하고 맛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다. 그런데 백종원이 그럼 국내산으로 하면 되지 않냐고 하자 대뜸 사장님은 “그럼 팥 좀 어디서 해줘 봐요. 팥 어디서 국내산 좀 해달라고요...”라고 황당한 요구를 했다. 백종원은 그 요구에 당황한 얼굴이 역력했다. 그런 요구를 당연시하는 것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게 진짜 오해하시는 게 식당을 많이 해서 싸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발품팔고 알아보시고 돌아다니시면 되는 거예요. 내가 골목식당 하면서 답답한 게 돌아다녀야 돼요 많이.” 그러자 사장님은 처음에는 많이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런데 비쌌고 시장에 차 댈 데도 없고 그래서 “편안하게 그냥 동네에서 갖다 주는 걸 써야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백종원은 당연히 비싸지만 그래도 계속 발품을 팔아야지 그냥 앉아서 편하게 싸게 사는데 없냐고 묻는 건 아니라고 했다. 장사를 너무 안일하게 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사장님은 한 달 내내 쫓아다녔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만 뒀다고 했고, 백종원은 한 달이 아니라 1년 내내 쫓아다녀야 한다고 했다. 보통 1년 10년씩 쫓아다니는 게 정상이라며 그런 노력 없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게 잘못된 거라고 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그것도 수긍하지 못했다. “잘만 됐으면 그렇게 했을 텐데..”라고 하자 결국 백종원은 “사장님은 말끝마다 다 핑계”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뭘 핑계야 말을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자신이라면 팥이 잘 먹혔을 때 더 좋은 팥을 구하려고 돌아다녔을 거라고 했다. 그런 지적에서야 겨우 사장님은 “알았어요”라고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리고 가격을 알아본 결과 실제로 팥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중국산이라고 해도 40킬로그램에 18만원 하는 걸 이 가게는 14만원에 받고 있었다는 것. 그건 묵은 팥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국내산과 중국산 팥이 40킬로를 기준으로 했을 때 12만원 차이가 나 국내산이 엄청 비싸 보이지만 한 그릇 당 원가계산을 해보니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걸 백종원은 계산을 통해 설득시켰다.

 

하지만 사장님의 불통은 팥을 어떤 걸 쓰느냐는 문제만이 아니었다. 조리방식에서도 엄마가 그랬다며 본래 방법을 고집했다. 물을 넣고 옹심이를 끓인 후 거기에 팥을 넣어 끓이라고 했다는 것. 지난 번 백종원이 물을 섞지 않고 끓인 걸 먹어보고 인정했던 걸 또 다시 뒤집은 것. 의미가 없다는 백종원에게 사장님은 엄마를 얘기하며 굳이 기존 방식을 고집했다.

 

그러면서 사장님은 엉뚱하게도 국산 팥을 쓰지 않아 그 맛이 안나는 것으로 이야기했다. 조리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이야기해도 자꾸 국산을 이야기했다. 결국 마지못해 수긍을 했지만 백종원이 다음 주 숙제를 내줄 때 또 엉뚱한 요구를 했다. “비법을 가르쳐 줘야지.”라고 한 것. 백종원은 또 황당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비법이 어디 있어요? 비법은 지금 제가 다 가르쳐 드린 거예요. 여태까지 몰랐던 거 원가 계산 하는 거 왜 지금 쓴 맛이 나는지.. 이거 원래대로라면 두 분이 발품 팔아서 몇 년 동안 배워야 하는 건데 지금 다 가르쳐드린 거야.”

 

팥칼국숫집 사장님이 가진 문제는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데다 너무 장사를 쉽게 생각한다는 점에 있었다. 직접 시연까지 해서 맛의 문제를 알게 됐음에도 팥도 조리법도 그대로 유지한 채 엄마가 그랬다는 이야기만 내놨다. 그러면서 팥 구해 달라 비법을 가르쳐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솔루션을 준 들 잘 될 턱이 있을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오해가 아닐까 싶다. 출연하면 뭐든 요구하는 대로 원하는 것만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착각.(사진:SBS)

‘골목식당’, 냉면집처럼 도와주고픈 식당을 도와줘야

43년 동안 냉면 외길을 걸어왔단다. 하루에 꼭 한 번씩 자신이 직접 만든 냉면을 먹고, 그럼에도 그게 물리지 않는 맛이라는 자부심까지 있는 냉면 장인. 하지만 겨울이면 메뉴의 특성상 손님이 뚝 끊겨 갈비탕을 대체메뉴로 내놓고 냉면을 겨울에도 해야 하나를 두고 고민에 빠진 그 집에 백종원은 ‘온면’이라는 솔루션을 내놓았다. 갈비탕처럼 손이 많이 가지 않고, 냉면을 위해 만들어놓은 깊은 맛의 육수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온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솔루션 주는 일이 백종원도 시청자도 즐거워지는 순간이다. 

백종원이 온면을 솔루션으로 내놓자, 이 냉면 장인은 별로 어렵지도 않게 뚝딱뚝딱 밀가루 반죽에 면을 뽑아 육수를 부어 온면을 내놓는다. 그리고 먹어 본 맛은 백종원도 냉면 장인도 또 그 옆에서 항상 같이 해온 사모님도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는 맛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백종원은 이미 육수 맛과 냉면 장인 아저씨가 국수를 뽑는 솜씨를 보며 그 조합만으로 온면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걸 간파했을 뿐이다. 사실은 냉면 장인 아저씨가 다 갖고 있는 걸 조합만 살짝 바꿔 새 메뉴로 내놓게 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솔루션이라고 하면 이게 맞는 일일 게다. 아무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 노력도 별로 기울이지 않은 이들에게 백종원이 일일이 메뉴를 정해주고 답을 알려주는 건 솔루션이 아니라 지나친 수혜가 아닐까. 그것도 잘 나가기만 하면 화제가 되어 손님이 줄을 서는 방송까지 더해준다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심지어 특혜로까지 보인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음식점들이 있고, 피땀 어린 노력을 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사장님들이 많은가. 그런데 음식 맛은 고사하고 손님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사장을 무엇 하러 돕는다는 말인가. 이러니 갖가지 구설수와 논란에 휘말리게 되는 게다. 

피자집이 바로 그 잘못된 섭외의 대표적인 사례다. 면 하나를 뽑기 위해 손으로 치대기를 여러 번 반복해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내는 일이 손에 익어버린 냉면 장인과 비교해보면, 피자집에서 내놓은 국수는 휘젓지도 않아 뭉쳐진 채 떡이 되어 있었다. 그걸 먹으라고 시식단에게 내놓고, 손님이 지적하자 “남기실래요?”라고 말하는 이런 사장에게 솔루션이 가당키나 한 얘기일까. 그런 지적에 “이거야말로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엉뚱한 이 사장에게 백종원이 중단하고 싶다고 말하는 건 당연한 일일게다. 시청자도 더 이상은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으니.

논란이 워낙 거센지라 이번 주에는 아예 나오지 않은 고로케집도 마찬가지다. 장사 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은 사장이 ‘반죽의 자존심’이니 뭐니 하며 손에 익지 않아 손님이 제아무리 많이 와도 감당해낼 기술도 없는 이에게 무슨 솔루션인가. 냉면집 사장님은 백종원이 온면을 만들어보라고 제안만 했을 뿐인데, 이미 손에 다 익은 기술이 있어 5분 만에 몇 그릇씩 내놓는 놀라운 광경을 보여줬다. 

줄 선 손님들을 받아 온면을 내놓고, 손수 서빙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테이블 정리까지 하는 그 모습에는 43년 간 몸에 익어버린 일의 공력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이런 분도 새로운 메뉴 하나를 내기 위해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이런 저런 고명을 얹어보며 먹어보고 버리기를 반복하는데, 이제 몇 개월 장사를 한 사람이 ‘자존심’ 운운하고 심지어 ‘프랜차이즈’의 꿈까지 꾸고 있다는 게 백종원도 또 시청자들도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포방터 시장의 돈가스집이나, 이번 청파동의 냉면집, 햄버거집처럼 준비된 이들이라면 백종원도 기꺼이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을 것이고, 시청자들도 즐겁게 그 과정을 볼 수 있을 게다. 물론 이들처럼 완벽하진 않다고 해도 최소한 장사의 기본이나 손님을 대하는 태도 정도는 갖춘 이여야 심정적인 지지의 마음이 생길 테니 말이다. 

우리는 한 때 음식점을 소개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비판적인 관점으로 바라봤던 적이 있다. 그것이 돈 받고 하는 음식점 홍보 프로그램의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음식점 정보를 알려준다는 명분이 사실은 장사를 위해 방송을 활용했고 그래서 시청자도 거기에 동원되었다는 사실이 주는 불편함이 들어 있다. 즉 음식점이 직접 소개되는 방송은 그 자체로 수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집이 방송에 등장하는가는 중요하다. 납득되지 않고 충분히 공감가지 않는다면 논란과 구설수는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반면 냉면집 같다면 얼마든지 그 솔루션의 과정이 즐거울 수 있다. 백종원도 시청자들도.(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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