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생고생 하는 <맨친>, 왜 안볼까

 

<맨발의 친구들>은 생고생 버라이어티를 자처하며 시작했다. 해외에 나가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그들과 소통하겠다는 좋은 의도가 있었지만 그것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일단 해외라는 공간이 우리네 서민들에게는 그다지 정서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 <런닝맨>이 아주 가끔씩 이벤트 성격으로 해외에 나가 한류 팬들을 확인하고 올 때만 해도 뿌듯했던 그 느낌은 <맨발의 친구들>에서 느끼기가 어려웠다. 마치 한류를 의도한 듯한 출연진과 연출이 의외성과 반전의 효과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맨발의 친구들(사진출처:SBS)'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까지 간 <맨발의 친구들>이 숨고르기를 하며, 이효리와 함께하는 엠티 특집을 한 것 역시 그다지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고정 멤버가 아닌 이효리 혼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려 멤버들과 좌충우돌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강호동이 하는 <패밀리가 떴다>를 다시 보는 듯한 인상이 강했다. 아침에 갑자기 산행을 하면서 폭포의 물을 맞고 입수하는 장면들은 영락없는 <1박2일>이었다. 그리고 또 엉뚱하게도 이번에는 다이빙 대회 참가라는 전혀 새로운 소재가 시작되었다. 그러자 이제는 <출발 드림팀>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맨발의 친구들>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 콘셉트를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외 체험에서 엠티를 가고 다시 다이빙을 하는 일련의 과정에는 물론 나름의 이유가 붙여져 있다. 즉 엠티는 <맨발의 친구들>이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해 하는 일종의 단합대회인 셈이고, 다이빙도 애초에 ‘단점 극복 프로젝트’라고 제목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이 일련의 과정의 이유가 개연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관성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맨발의 친구들>이 무슨 프로그램이냐고 물어보면 이제는 한 마디로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문화 소통인지, 멤버들 간의 여행인지, 아니면 스포츠 버라이어티인지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아이템이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이 프로그램의 이득으로 돌아오기가 어렵다. 이번 다이빙 프로젝트가 성공한다고 해도 다이빙을 주제로 계속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다른 스포츠에 도전을 한다면 그것은 너무 기존 프로그램과 유사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출발 드림팀> 같은.

 

<일요일이 좋다>의 다른 짝인 <런닝맨>이 초창기 부진을 딛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려움 속에서도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한 가지 콘셉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특히 주말 예능은 그 걸어온 길이 하나의 자산이 되는 셈이다. <런닝맨>은 단순한 게임에서부터 시작해 차츰 스파이가 투입되고 제작진과의 심리게임이 부가되면서 흥미로워졌다. 이제는 박지성이나 에브라 같은 세계적인 축구선수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차근 차근 하나의 콘셉트를 일관되게 밀어붙인 덕이다.

 

<맨발의 친구들>의 멤버들이나 제작진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저 맨발로 땀만 열심히 흘린다고 프로그램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맨발의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관되고 줄기차게 밀어붙일 수 있는 한 가지 콘셉트를 정하는 일이다. <무한도전>도 <1박2일>도 첫술에 배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도전과 여행이라는 분명한 색깔이 있었다. <맨발의 친구들>의 색깔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이 먼저 고민되어야 맨발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

퍼포먼서에서 아티스트로 돌아온 이효리

 

노래를 잘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 목소리가 남다르다고도 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춤은? 물론 퍼포먼스는 화려하다. 하지만 춤만 놓고 봤을 때 굉장한 춤꾼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효리가 하면 먼저 시선이 가고 귀가 열린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그녀의 말 한 마디나 행동 하나가 대중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이건 능력이 아니라 매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이효리니까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이효리의 모노크롬(사진출처:B2M엔터테인먼트)

3년 만에 돌아온 5집 ‘모노크롬’이 발표되기 전 선 공개된 ‘미스코리아’는 이효리니까 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응축되어 있다. 그것은 첫 무대에서 과거 미스코리아 수영복 차림으로 나와 노래 불러도 여전히 아름답게 여겨지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 노래에서 반복되는 가사는 ‘Because I'm a Miss Korea’다. 아마도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이들이라면(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이 후렴구가 자못 도발적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 그리 중요한가요. 망쳐가는 것들 내 잘못 같나요. 그렇지 않아요. 이리 와 봐요 다 괜찮아요. 넌 Miss Korea” 마지막 가사가 전하는 것처럼 이 노래는 외부의 시선으로 뽑혀지는 미스코리아 타이틀 같은 ‘신기루’에 미혹될 게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을 ‘멋진 Girl'이라 여기라는 전언이다. 이 가사의 이야기는 이효리 자신의 이야기면서 미의 타이틀로 재단되고 가늠되는 세태에 대한 사회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수영복 차림을 하나의 패션으로 소화해내는 ‘미스코리아’는 여전히 섹시한 이효리를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 자신의 이야기와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담아낸다. 음악적으로도 레트로풍의 복고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됨을 잃지 않고 있다. 마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고풍스러운 세련됨이랄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섹시미와 지성적인 면모가 공존하며, 음악과 자신의 삶이 하나로 통과하는 듯한 ‘미스코리아’는 그래서 강렬한 사운드를 구사하지는 않지만 담담해서 오히려 진솔한 이효리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5집을 통해 이효리가 어떤 변신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일들(이를테면 작곡가의 표절로 피해를 본 4집이나, 연인 이상순과의 만남 혹은 소셜테이너로서의 사회적인 활동들)의 영향이 크겠지만, 끊임없이 어떤 변신을 시도해온 그 과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핑클에서 이효리는 그저 요정이었지만, <해피투게더>나 <패밀리가 떴다> 같은 예능에서 이효리는 털털한 언니였고, 2003년 1집 <스타일리시 이효리>로 발표한 ‘10 Minutes’부터 이후 ‘U-Go-Girl’ 같은 일련의 곡들에서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장한 섹시아이콘이었다.

 

이렇게 일련의 성장과정을 거친 이효리는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노래는 편안해졌고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주는 스토리텔러의 면모가 생겼다. ‘미스코리아’나 이번 5집의 타이틀곡인 ‘배드 걸스’는 그 자체로 음악과 퍼포먼스의 즐거움을 주면서도, 그 안에 이효리의 이야기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번 5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이효리가 너무나 다양한 면들을(때로는 이질적인 것조차도),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가수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여전히 섹시하지만 한편으로 소탈하고, 스스로를 ‘배드걸’이라고 도발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악녀가 될 수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비판의식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디부터 해외의 작곡가까지 또 심지어는 순심이 같은 동물까지 한없이 여유로워진 그녀의 세계 속에 자연스럽게 안겨 있다는 점이 놀랍다.

 

‘이효리니까 할 수 있는 것’을 이제는 ‘당신도 할 수 있다’ 말해주는 이번 5집은 그래서 아티스트 이효리의 시작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녀는 남이 해준 옷을 억지로 꿰어 입기보다는 이제 자신의 솔직한 삶이 만들어내는 실로 직조된 음악의 옷을 입으려 하고 있다.

꼬꼬면에서 짜파구리까지 예능에 푹 빠진 라면업계

 

꼬꼬면에 이어 이제 짜파구리다. 2011년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가 선보여 화제가 되었던 꼬꼬면은 한국야쿠르트가 그 해 8월 시판에 나서면서 라면업계를 뒤흔들었다. 이른바 ‘하얀 국물’ 라면의 공습. 덩달아 기스면과 나가사키 짬뽕까지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라면시장은 한동안 하얀 국물 열풍에 빠져들었다. 그 열풍은 물론 그다지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파장은 라면업계로 하여금 방송, 특히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힘을 확인시켜주기에는 충분했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그리고 이번엔 <아빠 어디가>에서 김성주가 만들고 먹방의 지존 윤후가 먹으면서 화제가 된 짜파구리 열풍이다. 짜파구리는 심지어 꼬꼬면 열풍 시절에도 그 아성을 넘보지 못했던 신라면의 벽마저 무너뜨렸다고 한다. 지난 3월 매출 상위 3개 라면인 신라면, 짜파게티, 너구리의 판매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것. 3월에는 짜파게티(37.4%), 신라면(32.0%), 너구리(30.6%), 4월에는 너구리(37.4%), 짜파게티(33.2%), 신라면(29.4%) 순으로 팔렸다는 것이다. 그 순위가 무엇이든 농심으로서는 꼬꼬면 열풍과 신라면 블랙의 부진으로 궂긴 자존심을 제대로 세운 셈이 되었다.

 

만일 라면업계가 방송을 활용한 것이었다면 아마도 그 논란은 클 수밖에 없었을 게다. 하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으로 우연히 방송을 통해 화제가 된 이후에 그것은 해당 라면업계의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꼬꼬면은 이경규를 광고모델로 전면에 내세웠고, 짜파구리 역시 김성주와 윤후를 모델로 세워 그 방송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진 방송과 라면의 조합은 기막힌 시너지로 이어졌다. 꼬꼬면이나 짜파구리는 물론 애초부터 짜여진대로 방송과 마케팅이 이어지지 않았겠지만 이러다 보면 향후에는 아예 짜고 치는 고스톱에 대한 유혹이 생길 법도 하다. 이만한 열풍을 만들어낼 마케팅이 어디에 있겠는가.

 

도대체 라면의 무엇이 이런 예능 프로그램과의 행복한 동거를 만들었을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한 젓가락 집어 후후 불며 먹고 뜨끈한 국물을 마시며 좋아하는 모습은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하디흔한 장면이 되었다. 라면 스프는 <패밀리가 떴다>에서 윤종신의 ‘기적의 레시피’로 국물 요리에 투하되었고, 이제 <정글의 법칙>에서는 살짝 맛만 봐도 정신이 돌아오는 충격적인 맛의 결정체로 그려진다. 또 <진짜 사나이> 같은 군대 소재 예능에서는 ‘뽀글이’ 같은 형태로 군대 시절의 추억을 자극한다.

 

라면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처럼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그 조합이 찰떡궁합이기 때문이다. 서민에게 있어 예능프로그램이나 라면은 닮은 구석이 많다. 모두 적은 돈으로 행복감을 주는 존재들이 아닌가. 예능프로그램이 공감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라면처럼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기억과 향취를 가진 소재는 그 어떤 음식보다 훌륭한 소재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라면이 주는 포만감과 공복감의 기억은 서민을 지향하는 예능으로서는 맞춤의 감성을 제공한다.

 

특히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점점 야외로 나가게 되면서 라면은 더 훌륭한 감각적인 소재가 되었다. 야외에서 벌이는 버라이어티에서 음식을 활용하는 것은 프로그램이 단지 시청각의 감각을 넘어서 입안에 침이 고이게 되는 미각과 나아가 공복감이 주는 촉각까지를 자극하기 위함이다. 야외에서 고생하며 배고픈 이들에게 라면 한 그릇이 주는 포만감은 보는 이들마저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꼬꼬면에서부터 짜파구리까지 예능과 만난 라면의 열풍은 물론 방송 프로그램을 활용한 새로운 마케팅의 한 방식일 수 있다. 따라서 본말이 전도되어 방송이 특정 상품을 위해 활용된다면 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라면이란 존재가 환기시켜주는 기억들은 저마다 소중할 수밖에 없을게다. 그것이 부자이든 가난한 자이든, 나이든 분이든 어린 아이든, 남자건 여자건... 그래서 특정 상품의 방송 활용은 곤란하겠지만, 라면과 예능 프로그램의 행복한 동거는 한동안 계속될 듯싶다.

어른들과 똑같은 아이들 예능 전쟁

 

<아빠 어디가>가 뜨니 <붕어빵>이 정글로 간다? 이제는 아이들 예능 전쟁이다. 주말 예능을 잡아야 전체 예능의 기선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한 예능 프로그램이 부상하면 타 방송국에서 비슷한 형식을 차용하는 건 이제 보통의 일이 되어버렸다. 사실상 <아빠 어디가>가 나왔을 때에도 많은 이들이 <붕어빵>과 <1박2일>을 퓨전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으니까.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1박2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갔을 때, <무한도전>이 원조라는 얘기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한도전>이 이미 미션의 하나로서 했던 부분을 <1박2일>이 가져와 한 분야로 만들어낸 셈이다. 이것은 비판할 일이 아니다. 창조적 수용과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1박2일>의 공적은 분명하다.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분파를 확고히 만들어 <무한도전>과는 또 다른 영토를 넓혀놓은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박2일>이 주말 예능의 장기집권으로 들어가면서 SBS가 내놓았던 <패밀리가 떴다>는 초창기 <1박2일>과 비교되며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는 여행이라는 아이템만 같았지 방향성은 전혀 달랐다. 즉 <패밀리가 떴다>는 차라리 <X맨>의 시골 버전에 가까운 게임 버라이어티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결국 무대를 시골로만 바꾸고 게임을 반복하는 그 패턴에 빠지면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생겨난 <런닝맨>은 스튜디오에 있던 <X맨>이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시골로 나온 후, 이제는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 게임 버라이어티로 진화한 경우다. 물론 그 바탕에는 <무한도전>의 추격전 미션 모티브가 깔려 있다. 하지만 <1박2일>이 그러했던 것처럼 <런닝맨> 역시 게임 버라이어티의 한 부분을 가져와 특화시키고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진화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1박2일>이 <런닝맨>처럼 되어간다는 얘기는 이 진화의 방향이 한 방향으로만 나가지 않는다는 걸 잘 보여준다. <1박2일>에 많아진 게임 요소들은 본래 이 여행 버라이어티가 갖고 있던 여행에 대한 판타지를 상당 부분 희석시키면서 게임을 오히려 부각시켜 마치 <런닝맨>의 미션을 <1박2일> 멤버들이 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렇게 보면 <1박2일>은 진화의 극단에서 주춤하고 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1박2일>의 야생성을 한 방에 눌러 버린 것은 <정글의 법칙>이다. 혹독한 정글이라는 환경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시베리아에서 얼음 물을 맨몸으로 건너는 김병만을 보다 보면 <1박2일>이 한 겨울에 계곡물에 입수하는 장면이 너무 약하게 여겨진다. <1박2일>이 언젠가부터 야생을 강조하지 않게 된 것은 아마도 <정글의 법칙>의 영향 때문일 게다.

 

이런 주말 버라이어티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변화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치열한 경쟁이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을 성장시켜왔는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번 아이들 예능 전쟁을 이 맥락에서 보면 <붕어빵>이 정글로 떠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정글의 법칙>이 <1박2일>을 약화(?)시킨 것처럼 <붕어빵>판 <정글의 법칙> 키즈편은 아이들의 <1박2일> 같은 <아빠 어디가>와 비교될 것이 뻔하다.

 

실로 원본 없는 복제의 세상이다. 이제 무엇이 원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어쩌면 바로 그 접합을 통해 진화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치열한 경쟁으로 되는 아이템을 반복 복제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남는 것도 사실이다. 아빠와 함께 시골에 가서 하루를 지내고 오던 아이들이 이제는 정글로 가서 며칠을 지내게 된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만큼 치열해진 예능 경쟁의 씁쓸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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