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 논란, 무엇이 불씨를 키웠을까

 

<슈퍼스타K>의 최고 전성기는 허각이 배출됐던 시즌2다. 당시 친숙한(?) 외모에 환풍기 수리공으로 생활하며 노래를 부른 허각은 <슈퍼스타K>, 아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이콘이 되었다. 단지 오디션 우승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

 

'로이킴(사진출처:CJE&M)'

그로부터 2년 후 <슈퍼스타K> 시즌4가 배출한 로이킴은 여러모로 허각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잘 생긴 외모에 모 주류업체 대표 아들이라는 배경, 유학파에 누가 봐도 매너있어 보이는 신사 이미지 그리고 심지어 노래까지. 게다가 로이킴은 작사 작곡 능력까지 선보이며 작년 오디션 프로그램의 화두라고도 할 수 있었던 아티스트 이미지까지 갖고 있었다. 허각이 서민들의 동일시 대상이었다면 로이킴은 로망이었던 셈.

 

실제로 로이킴은 ‘봄봄봄’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이 곡은 컨트리풍에 ‘-소’로 끝나는 옛 어투를 구사하는 것으로 그가 갖고 있는 폭넓은 세대에 걸친 팬덤을 겨냥하고 있었다. ‘봄봄봄’은 싸이와 조용필이 본격 활동을 벌이던 시기에 음원차트와 각종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발표와 동시에 표절 논란의 불씨가 생겨났던 것도 사실이다. 도입 부분은 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후렴구는 노르웨이 밴드 아하의 ‘테이크 온 미’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로이킴측은 ‘고 김광석을 가장 좋아했던 로이킴이 그분 음악을 베낄 수 있겠느냐’며 ‘공식대응이랄 것도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사실 이 초창기 불씨에 대해서 로이킴측이 조금 더 신중하게 대처를 했다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까지 불거지지는 않았을 수 있다. 너무 쉽고 단순한 일로 치부했던 것. 하지만 이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로이킴이 콘서트에서 언급한 장범준 코멘트로 인해 다시 불이 붙었다.

 

“버스커 버스커 장범준이 곡 중간에 '빰바바밤'이라는 결혼식 축가 멜로디를 넣어 부른 걸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했는데 비난을 많이 받았다. '축가'는 내가 작곡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장범준을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 코멘트는 아마도 표절이 아니라는 자신감의 표명이었을 것이지만 과한 발언이었고 결국 도화선이 되어버렸다.

 

어쿠스틱레인의 ‘Love is cannon’ 표절 논란으로까지 확산된 건 분명 이 장범준 코멘트가 만들어낸 후폭풍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에 어쿠스틱레인이 블로그에 적은 글이 안티 팬들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 하지만 일련의 논란에 대한 로이킴측의 대응도 적절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싱어 송 라이터로 로이킴을 이미지 메이킹하던 차에 표절 논란이 나오자 공동작곡가 배영경씨가 언급되는 대목이 그렇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로이킴측의 대응이 지나치게 논리적인 주장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즉 누가 먼저 발표했느냐는 선후관계를 따지거나 전문가 의견을 덧붙여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식은, 이 문제의 핵심인 ‘대중들의 정서적인 부분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이다. 마치 표절이냐 아니냐가 핵심인 것 같지만 이 문제는 이미 그 진위공방의 사안을 넘어서 로이킴에 대한 정서적 반감의 문제로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만일 허각 같은 서민들과 동일시되는 인물이었다면 설혹 표절 논란이 나왔다고 해도 이 정도로 문제가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엄친아 이미지의 로이킴은 그것이 잘 유지될 때는 반짝반짝 빛나지만 어떤 작은 틈이라도 보일 때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것을 타블로의 사례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의 화려한 스펙이 모두 사실이지만 대중들이 믿지 않게 된 건, 정서의 문제를 팩트의 문제로 풀려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표절 논란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로이킴측은 아마도 이 문제가 거기에서 그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로이킴은 이 대중들의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표절 논란이 해결된다고 해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허각과는 정반대 이미지의 소유자, 로이킴에게 벌어지는 논란은 그래서 타블로의 경우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

표절시비부터 강제 천만 영화 만들기 논란까지

 

영화 <광해>가 31일 만에 9백만 관객을 돌파함으로써 천만 관객 동원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CJ E&M이 추석 시즌을 목표로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것이 되었다. 마치 예상한 시나리오대로의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는 <광해>. 하지만 여기에 대해 대중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국내에서 천만 관객 영화라면 사실상 신드롬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텐데, 어째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사진출처: 영화 '광해'

그 발목을 잡고 있는 첫 번째는 표절 시비다. <광해>는 할리우드 영화 <데이브>를 표절했다는 논란을 받아왔다. 동아일보는 <광해>와 <데이브>의 18가지 유사점을 조목조목 짚어낸 기사를 내기도 했다. 그 내용들을 보면 대통령 대신 왕이, 대역 직장인 대신 대역 만담꾼이, 비서실장 대신 도승지 허균이, 대통령 부인 대신 중전이, 각료들 대신 신하들이, 흑인 어린이 대신 어린 나인이, 경호원 대신 호위무사가... 등등. 대구를 이루는 것들이 너무 많을 정도로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데이브>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광해>가 꽤 괜찮은 작품이라 여길 만하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이병헌의 1인2역도 단단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왕이라는 항상 서민들의 판타지가 투영되기 마련인 존재의 이야기를 왕이 된 평범한 민초의 시각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공감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것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해 같은 상황을 두고 보면 기획적으로도 적절했다 여겨진다. 하지만 <데이브>와의 유사성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이 괜찮은 완성도가 오히려 너무 심했다고 생각될 수 있다. 표절을 했건 안했건 영화로서 너무 비슷한 것만은 사실이니까.

 

여기에 천 만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각종 마케팅과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까지 겹쳐지면 <광해>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를 가늠할 수 있다. 자사 계열 배급사의 영화에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스크린 수 밀어주기를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특히 그 불공정성이 노골화되는 양상이다. <광해>는 개봉일에 상영관 689개를 확보하며 시작했지만 반달 만에 1000개가 넘는 상영관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무료 26%가 넘는 스크린 수 점유율이다. 이 정도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볼 게 없어 <광해>를 본다는 볼멘소리가 이해될 법 하다.

 

또한 <광해>의 관객 수가 마케팅에 의해 강제로 만들어진 허수라는 논란도 있다. <광해>는 CGV에서 이른바 ‘1+1’이라는 한 명이 보면 다른 한 명은 공짜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되면 관객 수의 수치는 천 만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짜 유효 관객 수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애매해진다. 결국 천 만 관객 마케팅을 위해 그 수치를 강제로 뽑아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고 있다는 얘기다.

 

<광해>는 콘텐츠적으로 괜찮은 완성도를 가진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작품의 표절 시비나 배급과 마케팅 문제에 있어서 꽤 시끄러운 잡음을 내고 있는 영화인 것도 분명하다. 소급해서 생각해보면 <도둑들>이 올 여름 최고의 기록을 낸 데도 결국 대형 배급사의 마케팅 수완이 한몫을 했을 거라는 심증이 짙다. 이제 천 만 관객도 마케팅으로 만들어내는 시대가 된 것일까. 또 그렇게 영화가 작품보다는 상품에 더 골몰하는 처지가 된 것일까. 거대 자본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그림자는 국내 영화 산업 전체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표절, 폭행, 거짓말... 연예계 끝없는 사건사고, 왜?

이건 우연히 겹쳐서 일어나는 악재일 뿐일까. 연예계가 휘청하고 있다. 거의 한 주가 멀다하고 사건사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연예계.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혹자들은 이것이 인터넷 같은 매체가 양산해내는 소문 탓으로 돌린다. 과거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들이 이제 낱낱이 드러나 문제가 되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환경이 그렇게 바뀌었다고 해서 문제가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다.

가요계의 고질병인 표절에 대한 무신경함은 현 대중문화에서의 키워드가 된 이효리를 통해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한 앨범에 무려 여섯 곡이 표절. 물론 이효리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밝혔지만 과거라면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티스트의 도의적 책임으로 한 동안은 자숙의 기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의 쏟아져 나온 표절 논란으로 표절에 대한 예방주사를 잔뜩 맞아온 탓인지, 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차질 없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그 자체보다 이런 불감증이 더 심각해 보인다.

한창 잘 나가던 배우를 단 한 순간에 추락시켜버린 최철호의 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음주 후 자제력을 잃고 벌어진 사건이라지만, 그 사건 자체보다 더 상황을 어렵게 만든 것은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했던 거짓말이다.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실수를 덮기 위한 고의적인 거짓말은 당사자에 대한 신뢰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뭐든 유리병처럼 투명하게 비치는 세상 속에서 언젠가는 드러날 거짓말을 그는 왜 했을까.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MC몽의 병역기피 의혹이나 타블로의 학력 의혹 역시 그저 인터넷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낸 구설수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만일 그것이 그저 구설수라면 왜 당사자들은 속 시원히 의혹을 걷어내려 하지 않을까. 병역문제나 국적문제가 특히 뜨겁게 되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함의가 대중들의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이들로서 그 마음을 헤아리고 확실한 진실을 제대로 드러내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드라마를 찍는 중간에 갑자기 군 입대를 발표하는 상황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지난 5월 갑작스럽게 군 입대 발표를 한 이준기는 당시 영화 '그랑프리'와 SBS 드라마 '신의'에 캐스팅된 상태였다. 최근 '나쁜 남자'에 출연하고 있는 김남길은 입대 3일 전인 12일 군입대를 발표했다. 이로써 드라마는 애초 20부작에서 17회로 조기종영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론 소속사측은 본래 16부작이었으며 오히려 1회 연장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 과정이 석연찮은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연예인의 개인적인 과욕이 드라마나 영화 자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잘 말해주는 사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중들에게 전가된다.

물론 모든 연예인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대중문화라는 영역을 넘어서 사회에까지 귀감이 되는 행동을 보여주는 연예인들도 많다. 그렇다고 대중들이 이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기본적인 것을 지켜달라는 것뿐이다. 아티스트로서 표절하지 말라는 것이고, 표절을 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며, 사건을 저질렀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못을 빌라는 것이고, 군대에 가는 시점이 되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군대를 가라는 얘기다. 하지만 작금의 연예계는 이런 기본적인 것이 기본이 아닌 것이 된 느낌이다.

팬덤 문화 논란에 가려지는 실체, 표절 논란

‘MBC 가요대제전’의 오프닝 컨셉트가 스마프의 공연 컨셉트와 같다는 데서 불거져 나온 표절 논란은 MBC측의 “표절이 아닌 패러디였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유야무야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봐도 이해될 수 없는 패러디라는 면죄부는 결국 스스로가 자신에게 준 셈이다.

게다가 연달아 터져 나온 ‘무한도전’의 표절 논란으로 슬그머니 화제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표절논란도 금세 방향을 틀어 ‘라인업’ 표절 논란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또한 잘못된 팬덤 문화와 결합하면서 ‘라인업’ 조작방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치 정치적 사건들이 연달아 터질 때, 점점 본질이 흐려지고 정치적 무관심을 가져오는 것처럼 이 논란도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란 속에서 정작 논란을 제공한 제작진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느냐는 점이다. ‘가요대제전’의 담당PD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말로 침묵하고 있고, ‘무한도전’의 김태호PD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며 그 불똥을 경쟁 프로그램인 ‘라인업’으로 날렸다. “‘무한도전’ 컨셉트 자체를 따라하는 국내 프로그램은 ‘무한도전’과 경쟁한다고 하면서, 단지 몇몇 장면이 비슷하다고 ‘무한도전’은 표절이라고 말한다”고 했던 것.

이 인터뷰 내용은 ‘김태호PD 발끈, 무한도전은 표절이고 라인업은 경쟁인가’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 기사에 대해 ‘라인업’의 박상혁PD는 자신의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의 어디를 따라했는지를 해명하라고 하면서 “‘무한도전’의 표절 시비에 대한 해명을 하는데 왜 상대 프로그램을 걸고넘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방의 양상을 보면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은 모두 표절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왜 표절을 하지 않았다는 이들 프로그램들에 대한 표절 논란이 인터넷을 들쑤시고 있는 것일까. 때지도 않은 굴뚝에 왜 연기가 나느냐는 말이다. 경쟁 프로그램을 무조건 비하하고 욕하는 일부 잘못된 팬덤 문화에서 나온 억울한 누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수긍할만한 이야기다. 현재 지나친 프로그램에 대한 비방이 오가는 이른바 '빠 문화’는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대한 제작진들의 대응은 그다지 시청자들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표절이 아닌 우연의 일치라고 할지라도 거기에 대한 분명한 해명을 하는 것이 그저 억울하고 화가 난다는 식의 감정적 대응보다는 납득할만한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런 대응은 표절 논란을 뒤로 밀어버리고 문제를 잘못된 팬덤 문화로만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리얼리티쇼 전성시대에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보다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똑 부러지는 명료함이 있어야 비로소 의혹을 벗어내고 리얼리티쇼로서의 신뢰성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오락 프로그램들이 버젓이 해외의 프로그램들을 노골적으로 베껴올 수 있었던 것은 지금 같은 공론과 검증의 장으로서의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진 환경을 너무나 잘 알고, 오히려 그런 환경을 적극 활용하여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PD들이 이런 정도의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그것이 실제 표절이든 아니든 제작진들이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여전히 과거의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한편 네티즌들은 수없이 쏟아지는 영상의 홍수 속에서 끝없이 유사한 영상들을 찾아낸다. 그것은 때론 실제 표절의 징후를 포착해내는 훌륭한 장치가 되기도 한다. 물론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훌륭하고 놀라운 능력은 때론 비뚤어진 팬덤 문화와 만나면서 눈에 불을 켜고 경쟁 프로그램의 흠집을 찾아내는데 활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모든 것의 진위가 드러나는 인터넷 환경 속에서 리얼리티쇼 전성시대를 요구했던 네티즌들이 영상의 신뢰성에 극도로 민감한 반면, 표절이 나와도 패러디라 변명하며 덮어버리는 제작진들의 마인드는 상대적으로 둔감해 보인다. 이 간극이 결국 표절과 조작 공방의 밑그림을 제공한 셈이다. 모든 문제가 잘못된 팬덤 문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