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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남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미우새'가 나갈 방향

“다시 못 와도 괜찮으니까 건강하고 착하게 살아.” 20년 만에 찾아간 범내골에서 어린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할머니는 배정남이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에 그렇게 답했다. 그 말 속에는 할머니들이 배정남을 지금도 그 어린 시절의 아이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11살의 나이에 혼자 2층 다락방에서 하숙을 했던 아이. 그 아이에게 그 골목의 할머니들이 바란 건 큰 게 아니었다. 그저 건강했으면 했고 착하게 살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가 마치 <TV는 사랑을 싣고>처럼 담아낸, 배정남이 어린 시절 자신을 엄마처럼 키워준 차순남 할머니를 찾는 이야기는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20년의 세월이다. 그 긴 시간이 흐른 후, 잊지 않고 어린 시절 자신을 잘 키워줬던 할머니를 찾아가려는 배정남의 마음이 그렇고, 거기서 만나게 된 할머니들이 지금도 배정남을 그 때의 아이처럼 바라보며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읽어내게 되는 대목이 그렇다.

범내골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차순남 할머니가 얼마나 배정남을 아들처럼 보살폈는가는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친구와 싸웠는데 혼자만 벌을 서고 있는 배정남을 보고는 그 친구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없다고 괄시 하냐”며 싸웠다는 할머니. 한낮에도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으슥해 보이는 다락방에서 혼자 자기 무섭다며 찾아가면 꼭 안아주셨다는 할머니. 어찌 보면 그 어린 시절 쉽지 않았던 배정남의 삶을 엇나가지 않게 보듬어준 할머니가 있어 지금의 그가 있을 법 했다.

차순남 할머니와 그 곳에서 오래 함께 살았던 할머니의 친구들은 사실상 배정남의 가족이나 다를 바 없었다. 운동회 때나 졸업식 때도 혼자였던 배정남과 함께 했던 건 바로 그들이니 말이다. 배정남을 홀로 두지 않고 졸업식에도 찾아와 사진을 찍어주었던 할머니들. 배정남의 그 때 기억이 선명할 수밖에 없는 건 알게 모르게 느꼈던 따뜻함으로 그 때가 기억되기 때문이 아닐까.

몸이 불편해 아들이 있는 진해의 병원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 달음에 달려간 배정남은 면회를 위한 대기실에서 차순남 할머니를 기다리며 벌써부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이미 찡해오는 코끝의 감각을 애써 누르려 코끝을 자꾸만 만졌지만 붉어지는 목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그가 추스르기 어렵다는 걸 보여줬다.

휠체어를 타고 오신 차순남 할머니를 보자마자 터져 나온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자꾸만 “기억하냐”고 묻는 배정남은 너무 늦게 와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쏟아냈다. 그건 마치 오랜만에 엄마를 찾아온 아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 배정남에게 할머니는 “이렇게 다시 보는 것만도 좋다”며 엄마들이 늘 하는 말을 그대로 해줬다.

배정남의 이야기가 특히 감동으로 다가왔던 건 그것이 친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아닌, <미운 우리 새끼>가 그간 담아왔던 모자 간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제 가족의 개념도 혈연 그 이상을 넘어 확장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감되는 현실이다. 그만큼 온 가족이 함께 사는 삶의 형태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우리에게 가까운 이웃이나 동료, 친구들이 새로운 가족의 범주로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주의가 갖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이 아니라, 타인끼리도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정남과 차순남 할머니 그리고 그 범내골의 이웃들이 전해주고 있어 <미운 우리 새끼>의 따뜻한 감동은 더 커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도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이 더 큰 공감대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가족주의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족의 양태를 그려내는 것으로.(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씬스틸러> 김신영, 할머니 연기에 담긴 진심

 

예능 프로그램이 이렇게 울려도 되나. 연기자인 이한위는 마치 코미디언처럼 웃기는 반면, 웃길 것 같던 개그우먼 김신영이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울리다니. SBS <씬스틸러>에서 김신영이 하는 할머니 연기를 보던 출연자들은 그 뭉클함에 눈물을 흘렸다. 대본 없이 만들어진 즉석 연기에서 생겨난 돌발 상황이다.

 

'씬스틸러(사진출처:SBS)'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상황을 슬쩍 가져온 이 즉석 연기에서 김신영은 진짜 할머니에 빙의된 듯, 상대역인 이준혁을 살뜰히도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 앞에서 여전히 수줍은 듯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힘겨웠던 젊은 날들을 회고했다. 연실 입에 붙은 듯한 죄송합니다미안합니다라는 습관적인 말 속에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그녀의 살아온 삶들의 고단함이 묻어났다.

 

이가 시원찮다며 거부하는 오돌뼈를 짓궂게도 이준혁이 씹어서 수저에 담아 건네자 김신영은 진짜 그 상황에 몰입한 듯 그걸 받아 씹었다. 그건 이준혁이 즉석 연기를 통해 그녀를 당황시키려 했던 것이지만 김신영의 스스럼없는 모습은 오히려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웃음을 기대하던 장면들은 차츰 진지해져갔고, 이준혁의 프로포즈는 이규한이 아들로 깜짝 등장해 사실은 치매를 앓는 김신영에게 수천 번 반복해왔던 것으로 드러나며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즉석연기가 끝나고 나서도 김신영은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이규한은 꼭 안아주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김신영으로 하여금 이토록 이 할머니 연기에 몰입하게 한 것일까. 그녀는 분장을 할 때 문득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이 점점 자신의 할머니의 모습과 겹쳐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연기를 통해 자신의 할머니에 더더욱 몰입하게 됐던 것. 김신영의 이 즉석연기는 연기가 흉내 내기의 차원을 넘어서 진심을 담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씬스틸러>가 연기라는 영역을 예능으로 가져올 때 먼저 떠올리게 된 건 과거 <헤이 헤이 헤이> 같은 콩트 코미디의 부활이었다. 그래서 여기 출연하는 연기자들은 어떤 면에서는 즉석 연기 상황을 통해 웃음을 전달하려는 강박이 있는 게 사실이다. 파일럿 때부터 출연했던 황석정이나 이번에 출연한 이한위도 순간적으로 던지는 애드립을 통해 웃음을 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점이 그렇다. 이건 물론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웃음을 주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씬스틸러><헤이 헤이 헤이> 같은 콩트 코미디와 다른 점은 그 연기가 단지 웃음만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김신영이 보여준 것처럼 진심을 담은 즉석 연기는 웃음의 차원을 뛰어넘어 어떤 감동까지도 선사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웃음에만 포인트를 맞춤으로써 자칫 축소될 수 있던 다양한 연기의 세계를 좀 더 열어 놓을 수 있는 지점이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 역시 웃음에 대한 강박을 버린 지 오래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신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보면 <씬스틸러>에서 시청자들을 울리는 김신영의 연기와 시청자들을 웃기는 이한위의 연기가 동시에 보여질 수 있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할머니 연기에 담긴 진심으로 그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 김신영. <씬스틸러>에 이만큼 고마운 존재가 있을까.

Posted by 더키앙

<닥터스>, 한 명의 좋은 사람은 어떻게 탄생하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 혜정(박신혜)은 길거리에서 갑자기 쓰러진 임산부를 돕는 지홍(김래원)을 보며 속으로 그런 결심을 하게 된다. 불우한 가정사 속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자신을 망가뜨리며 살아가던 그녀였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홍을 만난 후 자신도 세상에 좋은 사람으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닥터스(사진출처:SBS)'

좋은 기억과 좋은 사람을 만나면 변화될 수 있다.’ <닥터스>는 의학드라마가 가진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오히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우리네 삶의 문제로 고개를 돌린다. 돈의 논리에 의해 사람이 억울하게 죽어도 돈 몇 푼으로 합의되고 덮어지는 세상이고, 사고로 불이 나도 집안 좋은 아이들은 피해자가 되고 가난한 아이는 가해자가 되는 세상이다. 이런 비정한 세상에서 희망을 갖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혜정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좋은 사람좋은 기억이 있다. 아버지에게 버려지다시피 할머니 댁에 맡겨지지만, 그 할머니 강말순(김영애)은 상처 입은 그녀를 꼭 껴안아준다. 퉁명스럽기 이를 데 없지만 밖에서 사고를 치고 들어와도 일단 집에 오면 밥부터 챙겨 먹이는 그런 할머니. 그 툭 던져놓는 국밥 한 그릇에 할머니의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화재사고로 모든 걸 뒤집어쓰고 구치소에 들어간 혜정에게 강말순은 도시락을 싸와 먹고 힘내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재수 없는 년으로 치부하며 살아가는 혜정은 할머니에게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라고 말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살뜰히 도시락을 챙겨와 먹이며 정작 자신의 위암 수술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는 할머니. 할머니는 죽을 수도 있는 위암 수술을 밝히는 것조차 혜정이 어떤 의지를 갖게 하려는 의도로 이야기한다.

 

혜정의 친구 순희(문지인)는 경찰서를 찾아와 자신이 진짜 방화범이라고 밝힌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모든 걸 뒤집어쓴 혜정을 그녀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끝내 혜정 대신 구치소로 들어가는 순희는 자신도 그녀를 두고 도망치지 않았다며 그걸 기억해달라고 말한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혜정의 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좋은 사람이 되려는 순희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그것은 또한 혜정에게 꺼져가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다시금 피울 수 있게 해준다.

 

혜정의 담임선생님인 지홍은 교사로서 그녀를 자극하고 보듬으며 인생의 목표 같은 걸 갖게 만드는 인물이다. 그와 혜정의 좋은 관계를 보고 질투한 서우(이성경)가 루머를 만들어내자, 그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가장 피해를 입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선생보다는 학생이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피해를 입을 것이라 말하며 그는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된다.

 

다행히 화재사건이 해결되고 구치소에서 나오게 되지만 위암 수술을 받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자 혜정은 다시 절망한다. 그런 그녀에게 지홍이 찾아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지홍이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애써 그를 밀어낸다. 결국 그녀가 괜찮은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그녀를 둘러싼 많은 이들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사랑과 아픈 죽음 그리고 지홍에 대한 존경과 연정, 친구의 의리 같은 것들이 아무 희망 없이 살아가던 그녀를 성장시킨 자양분이 되었던 것.

 

<닥터스>는 이처럼 한 사람의 좋은 변화와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물론 혜정과 대비되는 금수저들이 만들어내는 극적 갈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드라마는 그들과의 직접적인 대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좋은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그녀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갖게 만든다. 갈등이 만들어내는 힘보다는 한 사람의 성장을 보는 그 흐뭇함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

 

실로 한 명의 좋은 사람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좋은 관계와 영향이 필요하다. 그것은 결코 돈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고 또 누군가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다. 영화 <변호인>의 인권변호사 송변의 경우처럼, 때로는 국밥 한 그릇의 온기가 그 사람을 변화시키게도 만든다. <닥터스>는 이런 선의들의 가치가 그 많은 허울 좋은 스펙들과 환경들의 힘보다 훨씬 더 세다고 말하는 드라마다. 그래서 그 어떤 드라마보다 <닥터스>가 강력해지는 건, 선의의 가치가 무시되는 우리네 현실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이젠 <헬로 이방인>같은 외국인 예능도 농촌으로

 

이젠 외국인들도 농촌으로 간다? 2% 시청률에서 허덕이는 MBC <헬로 이방인>이 꺼낸 카드는 농촌이다. <헬로 이방인>은 강원도 모운동 마을을 방문해 현지 주민들과의 12일을 보내는 장면을 내보냈다. 워낙 침체의 늪이 깊어 그다지 큰 효과가 즉각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껏 나왔던 <헬로 이방인>의 그 어떤 장면들보다 이 시골 어르신들과 외국인들의 만남은 각별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몇 안 되는 집들에 홀로 살아가시는 어르신들과 외국인들의 만남. 그 장면 자체로도 왠지 모를 뭉클함을 전해주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르신들과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준 강남이나, 첫 출연이지만 정이 느껴지는 터키의 핫산, 어르신들 앞에서 곰 세 마리를 부르며 재롱잔치를 한 후지이 미나, 할머니를 쉬게 해주려고 열심히 콩 타작을 한 제이크... 별 것 아닌 장면처럼 보였지만 시골 어르신들과 이방인들의 교감은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농촌이 어느새 예능의 텃밭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헬로 이방인>은 프로그램의 형식적 한계 때문에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12>이나 <삼시세끼>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김제 신덕마을로 내려가 할머니들과의 하룻밤으로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던 <12>은 왜 농촌이 그 공간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지를 잘 보여주었다. 어딘지 소외된 공간으로서의 농촌은 프로그램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인 공감을 만들어낸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하룻밤도 특별해지는 이유다.

 

나영석 PD<삼시세끼>는 농촌의 라이프 스타일을 하나의 예능으로 끌어안은 프로그램이다. 어찌 보면 고립되고, 또 고된 노동의 현장으로 피하게 되는 그 시골이란 공간을 이 프로그램은 즐기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문명의 이기가 전혀 없는 이 곳에서는 난방조차 직접 장작을 패 때워야 하고, 한 끼 먹기 위해 한 나절을 준비하거나, 텃밭을 키우고 수수를 거둬들이기 위해 힘겨운 노동을 해야 하지만, 그것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들여다보면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변모한다.

 

불 피우고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는 게 하나의 로망으로 다가오고, 깜깜절벽에 올려다 보면 지천으로 떨어지는 별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설렘을 만드는 이 곳에서는 떨어지는 빗물 소리 하나, 소소한 읍내 나들이 하나마저 하나의 사건처럼 다가온다. 그러다 가끔 찾아오는 누군가의 방문은 그래서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별 특별할 것이 없어 더 특별해지는 <삼시세끼>라는 시골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마법이다.

 

사실 농촌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간 건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이 그랬고, <12>은 초창기부터 시골과 오지를 텃밭으로 삼았으며 <패밀리가 떴다><청춘불패> 역시 시골의 라이프 스타일을 배경으로 삼아왔었다. 하지만 최근 예능이 다루는 시골의 풍경은 막연한 고립과 소외의 이미지에서 한 차원 더 나간 느낌이다. <삼시세끼>를 통해 보여지듯이 이제 그 시골은 도시인들이 가끔 꿈꾸는 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제주도에 내려간 이효리가 시골의 소소한 삶을 즐기며 콩 수확을 벌이는 모습이나 <삼시세끼>의 이서진과 옥택연이 티격태격하면서 즐기는 시골의 삶은 이제 복잡한 도시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잊고 있던 그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면이 있다. 그것은 삶의 본질이다. 모두가 바쁘게 저마다의 욕망을 안고 뛰고 또 뛰고 있지만, 삶은 오히려 가끔 그렇게 멈춰서는 곳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준다는 것. 요즘 농촌이 텃밭이 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훈훈함의 정체다.

 

Posted by 더키앙

웃긴데 왜 슬플까, <12>의 할머니들

 

일찍이 혼자된 할머니는 유난히 흥이 많아 보이셨다. 고추 수확 일을 하다 살짝 데프콘에게 한 눈을 팔던 김준호가 마치 도망친 것처럼 숨자 할머니는 갑자기 마음 약해서- 잡지 못했네- 떠나버린 그 사람-”을 불러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장면은 이상하게 마음이 짠했다. 그 할머니의 흥 속에 숨겨진 한 같은 것이 동시에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제로 떠난 <12>은 내내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너무너무 웃긴데 한없이 슬픈.

 

'1박2일(사진출처:KBS)'

김제 신덕마을에서 펼쳐진 전원일기특집의 주인공은 오롯이 할머니들이었다. <12> MC들은 그저 거들뿐, 사실상 이 방송의 웃음도 슬픔도 따뜻한 정도 할머니들이 만들어주셨다. 잔뜩 주름진 얼굴에 깃든 세월의 흔적은 할머니들의 삶에 드리워진 결코 쉽지 않았을 노동의 강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그럼에도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에서는 그렇게 해야 버텨낼 수 있었을 신산한 삶이 느껴진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고도 차린 게 없어 어떡하냐고 내주시는 밥상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뭉클하게 묻어나고, 촬영이고 뭐고 카메라 들고 있는 스텝이 눈에 밟혀 밥 먹고 하라시는 말씀에는 그 분들이 살아오셨을 그 정 가득한 삶이 그대로 느껴진다. 집안에 꺼져버린 형광등, 고장 난 노래방 기기 하나도 예사롭지 않았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그 꺼진 형광등을 다시 켜주는 멤버들의 모습을 통해 할머니들의 마음 한 구석이 환히 밝아지길 기원했을 것이다. 김준호가 고장 난 노래방 기기를 고쳐 할머니와 함께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은 그래서 마치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나 <모던 타임즈>의 찰리 채플린처럼 우스우면서도 슬펐다.

 

그들과 함께 울어주기보다는 오히려 한껏 웃게 함으로써 눈물을 웃음으로 전화시키는 모습들은 그것이 바로 코미디의 본령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그 와중에 가장 드러난 것은 김준호와 데프콘이다. 김준호는 그가 타고난 코미디언이라는 것을 이번 특집에서 발견하게 했다. 그는 <12>의 얍쓰 캐릭터 그대로 일은 안하고 할머니와 놀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바로 거기에서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너무 일만 하시고 사신 할머니들이 얼마나 눈에 밟혔을까.

 

데프콘은 일손이 없어 벌써 제거했어야 할 잡초가 무성한 논을 보며 젊은이들이 없는 농촌의 현실을 슬쩍 끄집어냈다. 그리고 힙합 비둘기다운 모습으로 할머니와 듀오(?)를 이뤄 힘겨운 노동을 힙합으로 풀어냈다. 할머니를 업어주고, 방에 잠시 뉘이게 한 후 자신은 다시 논으로 와 혼자 잡초를 뽑는 모습에서는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많은 프로그램들이 최근 들어 농촌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많은 프로그램들 속에서 <12>의 전원일기 특집은 최고의 훈훈함을 전해주었다. 과거 2009년도에 경북 영양 기산리에서 했던 집으로특집 이후 가장 훈훈하고 정이 넘치는 <12>을 보여주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은 눈물을 쏟아내던 출연진들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했던 그 기억을 이번 전원일기특집은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다.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은 이번 전원일기 특집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농촌에서 벌어진 12일 간의 풍경은 왁자한 웃음으로 먼저 다가오지만 그 안으로 점점 들어갈수록 먹먹한 슬픔을 보여준다. 마치 채플린처럼 김준호와 데프콘은 그 안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나눈 웃기면서도 슬픈 정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주었다. 2009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장면들은 또한 오랜 여운으로 두고두고 얘기될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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