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이 명절 할머니집에 온 것 같다고 한 원주 칼국숫집

 

제작진이 오기도 전에 테이블마다 떡이며 과일이며 분주하게 준비해놓고, 먼저 도착한 촬영팀과 작가들에게 "얼른 드시고 하세요"라고 재차 말하는 할머니. 그 풍경은 마치 고향 떠난 자식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음식을 차리는 할머니의 모습 같았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힘내요 소상공인 특집'으로 찾은 원주 칼국숫집. 백종원과 김성주, 정인선 그리고 제작진이 코로나19로 힘겨운 소상공인들을 위해 힘을 주겠다 마련한 이 특집에서, 원주 할머니는 그 곳을 찾은 출연자와 제작진들에게 오히려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 광경은 시청자들에게도 남다른 위로로 다가왔다.

 

정인선을 "인선 언니"라 부르며 반기는 할머니는 그 반가운 마음이 얼굴 한 가득이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 작은 마스크는 그 따뜻한 마음을 가리지 못했다. 으레 고향집을 방문하면 먼저 앉아 먹을 것부터 권하는 할머니들처럼, 손을 잡아끌고 준비한 음식들을 이것저것 권하는 어르신. 백종원은 "얼굴이 좋아지신" 할머니를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던졌다.

 

그럴 만했다. 처음 이 원주미로시장에서 칼국숫집 할머니를 만났을 때의 기억들이 소록소록 피어올랐을 테니 말이다. 화재로 터전을 모두 잃고 비닐하우스로 마련한 가게에서 장사를 이어가던 할머니. 백종원이 나서서 가게를 그나마 가게답게 바꿔 주었고 그렇게 칼국숫집은 자리를 잡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 후로 들려온 할머니의 암 투병 소식. 김성주와 정인선이 방문했을 때 항암치료 중이던 할머니는 모자를 눌러쓴 모습으로도 그들을 반겼고, 화상 통화로 연결됐던 백종원은 그 소식에 좀체 보이지 않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니 할머니가 건강해진 모습으로 환하게 웃고 반기는 모습에 어찌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건 시청자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었던 모양이었다. 그 소식이 방영된 후 칼국숫집을 찾는 손님들은 단지 음식 맛 때문에 그곳을 온 것이 아니었다. 할머니의 건강을 걱정했고, 심지어 너무 힘들게 일하시지 말라고 적은 편지들을 전하기도 했다. 또 마음이 힘들어 찾아오시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 할머니를 통해 느껴지는 따뜻함은 음식 그 이상의 위로를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마치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지친 이들이 할머니 집을 찾아오는 그 마음처럼.

 

팥 가격이 올랐음에도 여전히 6천원을 고집하시는 할머니의 모습과 그래도 한 2천원은 올려받으라 거꾸로 요구하는 백종원의 실랑이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서는 드문 광경이면서 시청자들을 훈훈하게 만드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백종원의 강권에 1천원만 올리겠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마음은 그 가게가 단지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백종원과 김성주 그리고 정인선이 뜨끈한 팥죽을 먹으며 몸이 스르르 녹는다 말한 건, 음식 때문만은 아니었을 게다. 그 먹는 모습을 옆에 앉아 미소 지으며 바라보시는 할머니가 옆에 있어서였다. 뭔 말만 하면 다 드리겠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에게서 배부름과 함께 마음의 포만감 또한 가득 채워질 테니 말이다.

 

식사를 하는 와중에 할머니가 말씀해주시는 훈훈한 미담은 이 식당의 진짜 맛난 반찬이 무엇인가를 잘 드러내줬다.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은 옆에 군인 아저씨나 같이 앉으시잖아요. 그러면은 그 앞에 사람이 (돈을) 내주고 가." 어째서 이런 일이 이 칼국숫집에서는 벌어지는 걸까. 김성주의 말대로 그건 손님들도 할머니를 닮아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또한 그 곳을 찾는 손님들이 단지 칼국수 한 그릇, 팥죽 한 그릇을 먹기 위함이 아니고,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나누기 위함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손님들이 나를 너무 사랑해주시는 거야. 진짜로." 할머니의 말대로 손님들의 사랑이 넘치는 건 방문 후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리에 앉으니 할머니께서 아침에 생선을 구워서 가게에 냄새가 좀 남아있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전 그런 거 신경 안씁니다 ㅎㅎ 할머니가 건강하게 계신 거 하나만으로 이미 행복한걸요?^^'

 

손님들을 한꺼번에 받으시고 다 먹고 나가면 또 한꺼번에 손님을 받는 할머니의 독특한 접객 시스템도 백종원은 곧바로 이해했다. 찾으시는 분들과 일일이 소통하고 대화하고픈 할머니의 마음이 거기에 담겨 있었던 것. 그건 이 칼국숫집을 찾는 이들의 특별한 마음이었고, 그래서 그런 시스템은 바꾸지 않기를 백종원도 바랐다.

 

"젊은 사람이 할머니 손 한 번 잡아보면 자기가 행복할 거 같대. 아 그래? 그럼 내 손 만져보고 내 행복 다 가져가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할머니는 음식이 장사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워하는 소상공인들에게 할머니의 미소가 하나의 희망처럼 느껴질 정도. 마치 외지에 나간 자식 걱정하는 고향의 부모님들처럼 할머니는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든지 힘들면 찾아오라고.(사진:SBS)

‘골목’ 백종원 울컥하게 한 모금 75만원 고맙다는 칼국숫집 할머니

 

“2남1녀인데 한 놈이 저 싫다고 갔어요.” 백종원은 갔다는 말을 어딘가로 떠났다는 이야기로 들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다음 이야기에 화들짝 놀랐다. “사고로...” 큰 아들이 5년 전 사고로 세상을 등졌다는 이야기였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분위기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지금껏 백종원이 식당을 찾아가면 늘 생겨나던 긴장감 따위는 사라지고 괜스레 먹먹한 분위기가 화면 가득 채워졌다.

 

화재가 나 터전을 잃고는 비닐로 대충 만들어 창조차 나 있지 않은 곳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던 원주미로예술시장의 칼국숫집. 지난 방송에서 김성주는 할머니에게 자제 분들은 무얼 하시냐고 여쭤본 바 있다. 백종원에게 담담히 애써 웃으며 먼저 간 첫째 아들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모니터로 들여다보던 김성주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정인선에게 그는 사실 지난 번 할머니를 뵈었을 때 오해한 게 있다고 솔직히 속내를 털어놨다. 화재까지 당했는데 굳이 그 연세에 가게를 하시는 게 혹여나 자식들이 신경을 쓰지 않아서인가 생각했다는 거였다. 그 때 할머니는 속사정을 얘기하지 않고 “일 하는 게 좋다”고만 말씀하셨다.

 

하지만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둘째 아들도 그 곳에 전 재산을 투자해 떡집을 냈지만 3개월 만에 화재를 당해 모두 잿더미가 되어버렸다는 것. 오래도록 떡집에서 일하다 겨우 가게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화재는 결국 할머니의 터전도 또 둘째 아들의 꿈도 모두 태워버린 거였다. 그제야 할머니가 그 연세에 이런 허름한 가건물이나 다름없는 가게를 열고 일을 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딱한 사정을 들은 백종원은 그래도 이 가게에서 당분간이라도 일하기 위해서는 공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침 할머니도 생각을 하고는 계셨다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생각하는 공사 예산 35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화재 보상 문제는 받을 길이 거의 없다고 하셨다.

 

놀라웠던 건 그 와중에도 할머니가 가게복구를 위해 모금된 돈 75만원을 받은 걸 너무나 감사하게 여기고 계셨다는 거였다. “모금해온 돈 걷은 걸로 75만원을 받았어요. 너무나 고마워요. 누가 그렇게 도와주겠어요.” 사실 75만원이라는 모금액이 그리 큰 돈은 아니었다. 당한 피해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작은 액수에도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사실을 고마워하고 계셨다.

 

인테리어 전문가를 직접 만나 할머니 몰래 공사 견적을 내달라는 백종원은 제작진 도움이든 자신의 사비든 들여서라도 공사를 제대로 해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할머니에게는 비밀로 해달라며 350만원 예산에 맞춘 것처럼 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실 진짜 도움이 필요한 집을 도와야 한다는 건 이미 예전부터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대해 나왔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런 점을 두고 보면 이번 원주 미로 예술시장 칼국숫집은 역대급 미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걸 잃고도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든 제작진에게 다가와 “밥 먹었냐”고 묻고 요구르트라도 전해주는 할머니의 그 마음 씀씀이에 이미 백종원도, 제작진도 또 시청자들도 모두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으니.(사진:SBS)

‘눈이 부시게’, 웃다 울다 희비극에 안정감 주는 연기자들 호연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첫 회는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상큼 달달해지는 멜로였다. 삼겹살 먹는 게 꿈이라며 청테이프로 문틈을 모두 막아놓고 혼자 방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다 질식해 쓰러지는 김영수(손호준)가 실려 가기 전 고기를 뒤집어 달라고 하는 대목은 이 작품이 얼마나 코미디에 충실한가를 보여준다. 그가 계속 놀려대고 장난치는 동생 김혜자(한지민)에 술기운에 좋아하던 선배에게 고백하러 갔다가 분수처럼 토를 해버리는 장면도 그렇다. 

여기에 김혜자와 이준하(남주혁)가 여러 차례 우연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가까워지는 과정은 상큼 달달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동네주민들(주로 할머니들)과 요양원 시설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거기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가 마치 그 곳에 온 준하의 할머니라는 걸 알게 되는 에피소드는 참신했다. 동네 시위 현장에서 남녀가 만나는 설정은 어느 멜로에서도 보지 못했던 진풍경이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이 우동집에서 술에 취해 ‘불행 배틀’을 하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의 설렘을 주는 멜로의 풍경이었다. 

2회에 들어서면서 <눈이 부시게>는 이 드라마가 그저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상큼 달달한 멜로로만 가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를 되돌리기 위해 봉인해뒀던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꺼내 무한정 돌려 결국 아빠를 살려내지만 김혜자는 할머니가 되어버린다. 아빠를 되살리기 위해 시계를 돌리고 사고가 나는 걸 막으려 달리고 또 달리는 모습은 눈물겨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상큼 달달에서 눈물 철철로 바뀌는 대목. 배우 한지민의 만만찮은 연기 몰입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할머니가 되어버린 김혜자(김혜자)는 그 충격에 자기 방문을 걸어 닫았다. 그 변신(?)을 부정하다 포기하게 되는 그 과정은 어찌 보면 코미디가 될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연기자 김혜자는 이를 절절한 비극으로 소화해낸다.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실감나게 해주는 연기가 아닐 수 없다. 극의 장르적 특징이 급변하고 그 인물의 감정도 급변하기 때문에 다소 어색해보일 수 있는 대목이지만 김혜자는 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변환시키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남다른 불행을 안고 사는 이준하 역할을 한 남주혁의 연기까지 더해졌다. 없는 게 차라리 낫다 여겨지는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할머니와 의지하며 살아가던 이준하는,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를 떨쳐내기 위해 자해를 한 후 가정폭력 신고를 한다. 결국 아버지는 잡혀 들어가지만 그 아들을 두고 볼 수 없는 할머니는 경찰서를 찾아가 그것이 자해극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이준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둔다. 아무도 오지 않는 장례식장에서 풀려나온 아버지에게 두드려 맞으며 “이게 다 너 때문”이라는 질책을 듣는 이준하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눈이 부시게>는 타임리프 판타지가 섞여 있고 발랄한 코미디와 청춘 멜로가 더해져 있어 어찌 보면 가벼운 드라마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삶의 밝은 부분만큼 어두운 부분을 놓치지 않고 깊게 들여다보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특별한 지점이다. 희비극은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해주는 것만 같다. 

중요한 건 이런 희비극이 우리네 삶의 정체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드라마로서 납득시키는 건 다른 이야기라는 거다. 그래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김혜자는 물론이고 한지민이나 남주혁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이들의 눈부신 연기가 있어 인생의 희비극을 우리는 웃고 울며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사진:JTBC)

배정남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미우새'가 나갈 방향

“다시 못 와도 괜찮으니까 건강하고 착하게 살아.” 20년 만에 찾아간 범내골에서 어린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할머니는 배정남이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에 그렇게 답했다. 그 말 속에는 할머니들이 배정남을 지금도 그 어린 시절의 아이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11살의 나이에 혼자 2층 다락방에서 하숙을 했던 아이. 그 아이에게 그 골목의 할머니들이 바란 건 큰 게 아니었다. 그저 건강했으면 했고 착하게 살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가 마치 <TV는 사랑을 싣고>처럼 담아낸, 배정남이 어린 시절 자신을 엄마처럼 키워준 차순남 할머니를 찾는 이야기는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20년의 세월이다. 그 긴 시간이 흐른 후, 잊지 않고 어린 시절 자신을 잘 키워줬던 할머니를 찾아가려는 배정남의 마음이 그렇고, 거기서 만나게 된 할머니들이 지금도 배정남을 그 때의 아이처럼 바라보며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읽어내게 되는 대목이 그렇다.

범내골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차순남 할머니가 얼마나 배정남을 아들처럼 보살폈는가는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친구와 싸웠는데 혼자만 벌을 서고 있는 배정남을 보고는 그 친구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없다고 괄시 하냐”며 싸웠다는 할머니. 한낮에도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으슥해 보이는 다락방에서 혼자 자기 무섭다며 찾아가면 꼭 안아주셨다는 할머니. 어찌 보면 그 어린 시절 쉽지 않았던 배정남의 삶을 엇나가지 않게 보듬어준 할머니가 있어 지금의 그가 있을 법 했다.

차순남 할머니와 그 곳에서 오래 함께 살았던 할머니의 친구들은 사실상 배정남의 가족이나 다를 바 없었다. 운동회 때나 졸업식 때도 혼자였던 배정남과 함께 했던 건 바로 그들이니 말이다. 배정남을 홀로 두지 않고 졸업식에도 찾아와 사진을 찍어주었던 할머니들. 배정남의 그 때 기억이 선명할 수밖에 없는 건 알게 모르게 느꼈던 따뜻함으로 그 때가 기억되기 때문이 아닐까.

몸이 불편해 아들이 있는 진해의 병원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 달음에 달려간 배정남은 면회를 위한 대기실에서 차순남 할머니를 기다리며 벌써부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이미 찡해오는 코끝의 감각을 애써 누르려 코끝을 자꾸만 만졌지만 붉어지는 목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그가 추스르기 어렵다는 걸 보여줬다.

휠체어를 타고 오신 차순남 할머니를 보자마자 터져 나온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자꾸만 “기억하냐”고 묻는 배정남은 너무 늦게 와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쏟아냈다. 그건 마치 오랜만에 엄마를 찾아온 아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 배정남에게 할머니는 “이렇게 다시 보는 것만도 좋다”며 엄마들이 늘 하는 말을 그대로 해줬다.

배정남의 이야기가 특히 감동으로 다가왔던 건 그것이 친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아닌, <미운 우리 새끼>가 그간 담아왔던 모자 간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제 가족의 개념도 혈연 그 이상을 넘어 확장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감되는 현실이다. 그만큼 온 가족이 함께 사는 삶의 형태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우리에게 가까운 이웃이나 동료, 친구들이 새로운 가족의 범주로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주의가 갖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이 아니라, 타인끼리도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정남과 차순남 할머니 그리고 그 범내골의 이웃들이 전해주고 있어 <미운 우리 새끼>의 따뜻한 감동은 더 커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도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이 더 큰 공감대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가족주의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족의 양태를 그려내는 것으로.(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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