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변화로 보는 예능의 진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흔한 풍경 중 하나가 MC들이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다. <1박2일>은 대표적이다. 메인 MC가 “1박!”하고 외치면 다른 멤버들이 “2일”하고 외친다. 그들은 모두 화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일렬로 서서 이 구호를 외친다. 흔한 풍경이지만 바로 이 장면에는 흔히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하는 예능 형식의 단면이 들어 있다.

 

'1박2일(사진출처:KBS)'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서 이렇게 MC들이 일렬로 서고 한 명의 MC가 메인으로 나서는 이유는 카메라 때문이다. 카메라가 한 방향을 향해 일렬로 늘어서 있고 그 카메라들이 한 캐릭터씩을 커버하는 식으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MC들은 그 카메라 앞에 일렬로 늘어설 수밖에 없다. 또한 이렇게 일렬로 늘어선 상황에서는 그 중 한 명이 메인을 맡아야 프로그램 진행의 혼동이 없다.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서 이런 카메라들의 배열은 그나마 진일보한 것이었다. 즉 과거의 예능에서는 똑같이 정면에 카메라가 놓여있긴 했지만 여러 명이 나왔을 때 각각을 포착하는 카메라는 없었다. 리얼을 강조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은 따라서 카메라를 좀 더 많이 세워 각각의 캐릭터들의 디테일한 리액션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많아진 녹화분량은 좀 더 압축적이고 디테일한 편집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른바 관찰 예능으로 불리는 새로운 트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과는 사뭇 다른 카메라 배열을 보여준다. 즉 <진짜 사나이>나 <아빠 어디가> 같은 경우에(물론 도입부에 일부 도열한 인물들이 서는 장면이 들어갈 때도 있지만) MC들이 일렬로 죽 서서 어떤 진행을 하는 듯한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물론 메인 MC가 있을 수도 없다. 메인 MC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을 진짜 리얼이 아닌 쇼가 되게 하기 때문이다.

 

<진짜 사나이>의 핵심적인 카메라의 묘미를 볼 수 있는 것은 생활관 장면이다. 여기서 카메라는 출연자들에게서 숨겨져 있고 따라서 출연자들은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좀 더 자연스러운 대화와 행동들을 보여준다. <아빠 어디가>의 핵심은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VJ의 시선이다. 어느 한 곳에 고정된 시선이 아니라 각각의 출연자들에게 맞춰진 시선은 좀 더 다채로운 동선과 다양한 관점들을 포착해낸다.

 

카메라의 이런 다른 배치와 시선들이 별거 아니라 여겨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상에 이미 익숙해진 대중들에게 카메라의 시선은 그 자체로 어떤 특별한 느낌을 제공한다. 즉 일렬로 늘어선 카메라와 메인 MC가 나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은 어딘지 자연스럽지 못하고 또한 위계적인 느낌마저 준다는 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늘 1인자, 2인자 캐릭터가 등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가 각각의 캐릭터를 따라 다니며 그들의 시선대로 스토리를 잡아내거나 아예 숨겨져 있어 출연자들이 의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관찰 카메라의 방식은 이런 중심과 변방의 구분을 없애버린다. 따라서 리얼 버라이어티가 주는 위계적 느낌과 관찰 카메라가 주는 수평적인 느낌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미묘한 감성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즉 카메라의 시선 변화는 그 자체로 변화된 시청자들의 정서와 관련해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까지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유재석과 강호동이 양강체제로 이끌어오던 리얼 버라이어티 체제가 가고 이제 일반인이든 주목받지 못했던 연예인이든 새로운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관찰 예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한 트렌드 형식의 변화가 아니다. 최근까지 예능의 흐름은 카메라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발전해 왔다. 최근 들어 예능이 리얼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카메라는 아예 숨거나(몰래카메라), 양을 늘리거나(리얼 버라이어티), 현장 속으로 더 뛰어들거나(관찰카메라) 하면서 그 위치를 바꿔왔다.

 

또한 달라진 카메라의 위치는 그 안에 서게 되는 MC들의 성패 요인까지도 좌우해 왔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서 최고의 MC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카메라가 리더를 요구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타인의 캐릭터를 부각시켜주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주었고 강호동은 전면에서 팀을 이끌어가는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던 것. 하지만 관찰 카메라 형식에서는 리더로 나서는 순간 자칫 비호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나서서 전체를 이끌어가기보다는 각각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관찰 카메라 시대가 필요로 하는 MC의 새로운 자질이다.

 

<1박2일>이 힘겨워진 것은 전성기 때의 MC들이 교체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달라진 예능 환경 속에서 여전히 비슷한 시선만을 보여주는 카메라와 그것이 보여주는 여전히 똑같은 캐릭터들에 대중들이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하게 된 것도 중요한 이유로 작용한다. 같은 형식을 갖고 있는 <무한도전>도 비슷한 도전을 맞고 있지만 그나마 이 예능은 일정 팬덤을 확보하고 있고 또 새로운 형식 실험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1박2일>처럼 전형적인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선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앞으로 이 변화에 어떤 식으로든 적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기다.

스타 MC 없는 <일밤>, 그 부활의 비결은?

 

<일밤>은 그간 스타 MC를 거의 쓰지 않았다. 물론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였던 몇 년 전, 강호동이 <1박2일>에, 유재석이 <패밀리가 떴다>에 이어 <런닝맨>에 연달아 출연했을 때까지, <일밤>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여기에 <일밤>의 간판스타였던 이경규가 SBS <라인업>을 거쳐 KBS <남자의 자격>으로 합류하면서 <일밤>은 더 어려워졌다. <일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타PD인 김영희 PD를 내세워 <나는 가수다> 같은 새로운 예능을 실험하는 일이었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스타급 MC가 프로그램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그 누구도 잡지 못한 <일밤>은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트렌드도 서서히 바뀌었다. 먼저 바뀐 트렌드는 연예인 프리미엄이 점점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 징후가 먼저 보인 곳은 토크쇼였다. 한때 연예인들의 은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청률을 끌어 모았던 토크쇼들은 점점 추락했다. 오히려 비연예인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 시청자들은 반색하는 분위기였고, 차라리 일반인이 게스트로 나오는 프로그램을 더 애호하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가 식상해진 탓이다.

 

<1박2일>이 무려 40%의 시청률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연예인 프리미엄이 분명했던 시절에 그들이 혹한기에도 야외에서 자고 일어나는 극단의 맨얼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야생’이라고까지 표현했던 <1박2일>이지만 그것도 <정글의 법칙> 같은 더 강한 야생이 나타나자 고개를 숙였다. 연예인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몇 명의 연예인 MC가 고정으로 출연해 유사가족을 형성하고 캐릭터쇼를 반복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더 이상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중들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했다.

 

이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비연예인이 나오거나 연예인이 나오더라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거나(캐릭터가 아니라). 알다시피 전자가 <일밤>을 구원한 <아빠 어디가>이고, 후자가 <진짜 사나이>다. 결국 <일밤>이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트렌드가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스타 MC가 없는 관계로 연예인 프리미엄을 제외하고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계속 실험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 프로그램은 단연 <아빠 어디가>다. 물론 연예인이 등장하지만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또 연예인이라는 위치가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성주는 아나운서 김성주가 아니고, 성동일은 미친 존재감의 배우 성동일이 아니다. 그들은 민국이 아빠이고 준이 아빠일 뿐이다.

 

<아빠 어디가>의 성공은 다큐 예능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계기이기도 했다. 물론 KBS에서 <인간의 조건>을 통해 다큐 예능은 그 가능성을 먼저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처럼 그것이 일요일 저녁 예능의 격전지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은 미지수였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설정 없이 다큐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제작과 편집은 바로 그 연출의 조미료를 뺀 점 때문에 각광받는 의외의 수익을 얻었다.

 

<나 혼자 산다> 같은 독신 혹은 독거남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큐적으로 담는 예능이 호평을 얻게 된 것이나, <일밤>에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투입한 데는 바로 이 다큐 예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큐 예능이 보여주는 것은 연예인으로서의 모습이나 캐릭터가 아니다. <진짜 사나이>에서 김수로보다 샘 해밍턴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것은 다큐 예능이라는 형식이 연예인을 어떻게 비추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마치 군대 들어가면 사회에서의 지위나 명성과는 상관없이 다 똑같이 시작하는 것처럼, 다큐 예능은 연예인이라고 하더라도 그간의 캐릭터와 무관하게 진짜 모습을 포착해낸다.

 

결과적으로 <아빠 어디가>가 13%대 시청률로 SBS <일요일이 좋다>와 1,2위를 경쟁하는 것이나, 이제 2회에 불과하지만 무려 9% 대의 시청률과 화제를 몰고 있는 <진짜 사나이>의 선전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같은 스타 MC 없이도 <일밤>이 부활한 비결? 그 답은 질문 속에 이미 들어있다. 스타 MC에 기대지 않고 연예인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는 것. 그것이 비결이다.

<나가수2>의 박명수, <불후2>의 전현무

 

<나는 가수다2>의 박명수와 <불후의 명곡2>의 전현무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기성가수들이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MC라는 것이고, 안타깝게도 어느 정도 정착되어가고 있는 이 두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비판받는 이들이라는 점이다. 또한 내외적인 문제들과 겹쳐서 심지어 '위기'라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도 비슷한 점이다. 박명수는 그의 캐릭터의 근간을 세워주고 있는 <무한도전>이 장기 결방하면서 힘겨워졌고, 전현무는 초반 밉상 캐릭터가 캐릭터에 머물지 않고 비호감으로 돌아서고 있다는데서 어려워졌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박명수와 전현무는 모두 네거티브 이미지를 쓰는 예능인들이다. 박명수는 특유의 버럭 캐릭터를 구축하고 나이나 성별을 넘어서 전천후로 공격하는 특유의 개그 스타일을 갖고 있다. 전현무 역시 깐족을 넘어서 밉상 캐릭터를 통해 이른바 '미운 짓'으로 웃음을 주는 스타일이다. 네거티브 방식을 쓰는 개그는 그것이 캐릭터로 포장될 때 용인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실제 진심이라면(진심처럼 느껴진다면) 그 개그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박명수의 이 네거티브를 중화시켜주고 그것을 캐릭터화 해주는 존재는 유재석이다. 그래서 박명수는 유재석과 함께 콤비를 맞출 때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다. <무한도전>은 그런 점에서 박명수에게는 캐릭터 이미지의 텃밭과 같은 곳이다, 이 곳에서 생겨난 캐릭터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에서의 공격형 개그 역시 그의 독특한 캐릭터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최근 <무한도전> 장기 결방은 박명수의 이런 중화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아버렸다.

 

그런 그에게 <나는 가수다2>의 MC는 더 무거운 짐을 얹은 셈이다. 박명수가 버럭 캐릭터를 유지하려면 그것을 상대방이 받아주어야 하는데, 알다시피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수들은 그런 여유가 없다. 그들이 오로지 생각하는 건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자신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박명수가 툭툭 던지는 공격형 멘트는 호응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그렇게 뚝뚝 멘트가 끊기기 시작하면 토크는 썰렁해진다. 당연히 진행은 덜컥거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박명수의 이미지가 배려 없는 캐릭터가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특성 상 가수들이 최대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당연할 텐데, 박명수가 툭툭 던지는 멘트들은 몰입을 방해하는 인상을 준다(실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결국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에서 박명수는 도움을 주기보다는 방해꾼의 이미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방해꾼의 이미지는 <불후의 명곡2>의 전현무도 마찬가지다. 김구라가 잠정 은퇴한 그 빈 자리를 채우게 된 전현무는 출연한 가수들이나 음악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이야기를 툭툭 던지거나, 난데없는 자신의 개인기를 선보임으로써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즉 이 대기실에서 주목되어야 할 이들은 가수들이어야 하는데, 전현무 스스로 자신을 주목시켜려 노력하는 인상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것은 김구라가 하는 방식과는 정반대라는 점에서 전현무에게 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김구라는 토크쇼 같은 데서 개인기를 선보이는 MC들(여기에는 박명수도 들어있다)에게 "왜 그런 짓을 하는 지 모르겠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MC는 오로지 게스트와의 관계에서만 존재해야지 스스로 자신을 부각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당연한 얘기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가수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을 돋보이게 하고 그날의 노래를 더 기대하게 하는 방식으로 토크가 이어져야지 당장 개인기로 자신이 웃기려는 건 프로그램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나는 가수다2>의 박명수나 <불후의 명곡2>의 전현무, 두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말하는 입이 아니라 듣는 귀다. 자신의 멘트를 조금 더 하려는 욕심보다 게스트를 돋보이게 해주는 배려의 마음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이 두 프로그램에서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박명수나 전현무가 제 위치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치고 들어가는 공격형 멘트나 깐죽댐으로서 웃음을 주는 밉상 짓과 함께, 때론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이름 건 토크쇼, 왜 잘 안될까

<고쇼>의 시청률을 갖고 벌써부터 난리들이다. 프로그램에서 시청률은 여러 가지 이유로 떨어질 수도 있고 올라갈 수도 있다. 나들이가 많아지는 봄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너무 많아진 토크쇼들로 인해 토크쇼 자체에 대한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또 이렇다 보니 생겨난 높아진 게스트 의존도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잘 나가는 <힐링캠프>도 게스트에 따라 어떨 때는 12% 이상의 시청률을 내다가도 단번에 7,8% 대의 시청률로 떨어지기도 했다.

 

 

'고쇼'(사진출처:SBS)

그러니 시청률 등락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시청률과 상관없이 <고쇼>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고쇼>는 그 이름으로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그 순간부터 어쩌면 어려운 길을 자초한 면이 있다. 본래 특정 인물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는 그만큼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인지도 있는 유명인이 MC로 자리한다는 것은 물론 큰 장점이지만, 그것을 간판에 버젓이 내거는 건 다른 문제다.

 

이것은 토크쇼에서 대중들이 어디를 먼저 집중하는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고쇼>를 예로 들어 얘기하면, 이 토크쇼가 고현정쇼로 인식되는 점 때문에 대중들의 시선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먼저 고현정이 토크쇼를 한다고 하니 얼마나 잘 하나 보자는 대중들의 시선이 있다. 그렇게 고현정에게 집중된 시선은 고현정 당사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제 아무리 편안하게 진행해보자 마음먹어도 그녀에게 떨어지는 다양한 시각들을 모두 받아들이는 건 정말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고현정으로 분산되는 시선 때문에 정작 주목되어야 할 그날의 게스트에 대한 집중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점은 치명적이다. 토크쇼는 기본적으로 MC라는 상수와 게스트라는 변수로 유지되는데, 변수에 대한 주목도가 사라지면 토크쇼는 매번 그게 그거인 비슷한 것으로 인지될 수밖에 없다. 결국 토크쇼라는 정체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박중훈쇼>나 <주병진 토크콘서트>가 모두 힘겨웠던 것은 물론 그 토크쇼들이 작금의 대중들의 화법을 따라가지 못한 점이 가장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거기에 이름을 걸었을 때 생겨나는 MC와 게스트로 분산되는 집중력이 작용한 탓이기도 하다. 결국 토크쇼에는 자기 이름을 걸 때 그만큼 불리한 지점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을 빗겨나간 지혜로운 토크쇼들도 있다. 예를 들어 <강심장>은 누가 봐도 강호동을 전면에 내세운 쇼였지만, 제작진은 한사코 강호동쇼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김승우의 승승장구>도 처음에는 김승우를 전면에 세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자 <승승장구>라고 이름을 바꾼 후 김승우를 MC들 중 한 명으로 위치시켰다. 어느 정도 부담감이 사라진 현재 김승우는 <승승장구>에서 과거와는 확실히 나아진 토크쇼 진행을 선보이고 있다. <무릎팍 도사>도 결국은 강호동 혼자 했던 것이지만 강호동쇼라 지칭하지 않았고 캐릭터를 사용했다. 이것은 사실상 유재석이 모든 걸 이끌고 있는 <놀러와>나 <해피투게더>도 마찬가지다.

 

실제적으로는 토크쇼 전체를 이끄는 MC라고 하더라도 그의 이름을 내걸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것은 단지 이름을 거는 문제가 아니다. <무릎팍 도사>를 굳이 강호동쇼라고 했을 때는 강호동이 뭔가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로 세우면 그의 역할이 달라진다. 그는 그를 찾아온 게스트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게스트를 중심에 세워두고 자신은 살짝 비껴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쇼>의 문제는 고현정에 너무 집중된 시선에서 생겨난다. 결국 토크쇼의 주인은 MC가 아니라 게스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고현정이 주인이라도 그녀의 역할은 게스트의 이야기를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 스스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토크쇼라는 형식에서 심지어 자신이 중심이라도 MC가 해야될 역할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고쇼>는 토크쇼 본질에 가깝게 고현정의 역할을 다시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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