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과는 사뭇 달랐던 이은우의 만재도

 

지금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PD는 깜짝 놀라 베니스 영화제까지 초청받아 갔다 오신 분이 아르바이트를 하냐며 되물었다. 그녀는 어색하게 시급을 받는데 조금 올랐다며 웃었다. 그녀는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로 주목받았던 여배우 이은우다. <SBS스페셜> ‘여배우와 만재도 여자편에서 이은우는 우리에게 <삼시세끼>로 잘 알려진 그 섬, 만재도로 들어갔다. 돌아올 기약도 없이.

 


'SBS스페셜(사진출처:SBS)'

그녀는 왜 목포에서도 뱃길로 다섯 시간 넘게 들어가야 하는 그 외딴 섬으로 들어갔을까. 아니 <SBS스페셜>은 왜 만재도에 굳이 여배우를 대동하고 들어갔을까. 그것은 만재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의 그 삶을 그저 보여주기보다는 제대로 공감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은우라는 낯선 이방인이 들어서자 몇 안 되는 마을 주민들은 그녀를 신기하게 바라봤고 하다못해 마을의 개도 이방인을 향해 짖어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점점 섬사람들을 닮아갔다. 그들이 살아온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 신산한 삶을 들으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술 때문에 남편을 먼저 보냈다는 부녀회장님과 소주 한 잔을 하며 역시 술 때문에 아버지를 먼저 보낸 이은우는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비오는 날 비를 피하기는커녕 때맞춰 해야 할 밭일을 하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난 그녀는 할머니의 흙투성이 장화를 씻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물고기 맛을 들이면서 통발로 물고기를 잡고 그걸 척척 회를 떠먹는 모습은 영락없는 섬 여자처럼 보였다. 섬 여자들이 하는 주낙 작업을 하면서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밥을 먹고 살갑게 딸처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는 낯선 섬에 동화되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섬에서 수십 년을 끝없는 노동 속에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낸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그녀는 깊은 공감을 했다. 비바람에 파도가 몰아치고 때로는 바다가, 술이 남자들을 먼저 떠나보내도 그녀들은 거기 굳건히 서 있는 만재도처럼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여배우 이은우에게 그녀들의 삶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10년 동안 해온 여배우로서의 삶. 열심히 해왔지만 아직도 잘 보이지 않는 그 삶 속에서 이걸 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그녀.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까지 받았지만 제대로 상영도 되지 않은 영화. 그 복잡한 심사는 그 섬 마을에 사는 여자들의 삶 앞에서 조금은 위로받지 않았을까. 거센 파도 속에서도 물질을 하는 그분들을 통해 어떤 용기를 갖지 않았을까.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이 밟았던 만재도가 하나의 놀이터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SBS스페셜>이 이은우를 통해 들여다본 만재도의 삶은 거세고 억센 파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힘겨운 삶 앞에서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여자들의 강인한 얼굴과, 오히려 힘겹기 때문에 더 피어나는 미소들은 그래서 이은우에게는 더 포근한 엄마의 품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섬을 빠져나오는 날, 이은우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이면서 동시에 힘겨운 자신의 삶에 대해 더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신 만재도 여자들이 전하는 위로이자 격려였을 것이다. 바리바리 챙겨주는 만재도 엄마들의 정은 이은우에 한껏 빙의될 수밖에 없었던 도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해주었다. 섬에 들어갔다 나오는 이은우는 마치 작품에 들어갔다 나오는 여배우를 닮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이은우에게서 꽤 괜찮은 여배우의 느낌을 갖게 된 건 그 섬 여자들과의 교감에서 어떤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일 게다



클라라는 왜 협박에 마녀사냥까지 당했나

 

검찰은 클라라의 손을 들어줬다.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클라라와 그녀의 아버지 이승규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대신 이규태 회장은 오히려 클라라를 협박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수됐다. 이규태 회장은 클라라의 아버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그녀에게 막말로 너한테 무서운 얘기다만 한 순간에 보내버릴 수 있다”, “불구자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걸 왜 모르느냐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SBS스페셜(사진출처;SBS)'

클라라를 둘러싼 사건들은 이제 그녀의 무죄로 가닥을 잡는 형국이다. 그녀가 주장한대로 충분히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대목이 있었다는 것이고, 나아가 그녀는 이규태 회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협박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연예인 지망생과 기획사 사이의 구태에 가까운 갑을관계의 프레임으로 다시 다가오고 있다. 띄워주겠다는 기획사와 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요구들을 따라야 하는 연예인 지망생의 갑을관계.

 

그렇다면 이제 시간을 되돌려 그녀가 어째서 협박까지 당하고도 오히려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되었는가 하는 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 순간에 보내버릴 수 있다는 이규태 회장의 말은 그의 영향력이 연예계 전반에 걸쳐 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진정 그가 말한 대로 한 순간에 보내버릴 수 있는그의 힘 때문에 벌어진 일일까.

 

이번 사태가 터졌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그다지 클라라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즉 사안의 진위와 상관없이 그녀의 이미지는 너무 섹시 이미지쪽으로만 편향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대중들에게 그녀는 그렇게 섹시 이미지를 내세워 스타가 되려는 인물로만 보였다. 실제로 그녀는 시구를 한 것 이외에는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낸 적이 없었다. 연기도 노래도 나아가 예능에서도 그다지 주목할 만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이런 상황에서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은 부메랑처럼 클라라에게 오히려 날아왔다. 대중들은 지금껏 성적 이미지로만 노출된 그녀에게 성적 수치심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언론도 이 대중들의 정서를 상당부분 동조했다. 다른 연예인 지망생과 기획사 사이에 벌어지는 성폭력이나 성추행, 성희롱에 대해서 늘 대중이나 언론이 을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연예인 지망생 편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었다. 이렇게 된 건 그녀의 연예계 입성 전략이 너무 성적 이미지로만 맞춰져 있었던 탓이다.

 

결정적인 한 방은 한 매체의 이규태 회장과 클라라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 공개에서 비롯됐다. 이 매체는 문자 메시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거기에 주석을 달았다. 그러면서 성적 수치심을 주장한 클라라가 오히려 이규태 회장에게 비키니와 란제리를 입은 사진을 보낸 사실을 고스란히 보도했다. 그것은 클라라의 화보촬영에 대한 보고사항이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이런 사진을 게재하면서 오히려 성적 매력을 어필한 건 클라라였다고 못을 박았다.

 

이 보도는 클라라에 대한 그나마 남아있던 동정까지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가 되었다. 하지만 사안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SBS스페셜>이 이규태 회장의 방산비리 문제를 다루면서 클라라에게 했던 협박 내용이 육성으로 공개된 것이다. 그 목소리와 내용은 실로 한 사람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클라라가 피해자일 수 있겠다는 심증이 생겨난 건 이규태 회장이 저 보도매체가 문자 메시지까지 공개하며 어찌 보면 신사적으로 그려낸 이미지에 균열이 생기면서부터였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클라라가 협박도 당했고 충분히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 했다는 걸 확인시켜주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일종의 마녀사냥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녀의 연예인 입성 전략이 콘텐츠는 없고 섹시 이미지로만 남아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 섹시 이미지로만 몰아붙여 사생활까지 끄집어내 가십 장사에 일관한 일부 언론매체의 폭로다. 사안은 일단락됐지만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철거왕, 영화 같은 이야기? 끔찍한 현실이다

 

‘철거왕’. 마치 조폭영화 제목 같다. 실제로 무수한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재개발 현장에서 이른바 ‘용역’으로 활동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다지 낯선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 현실로 실감하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각목과 쇠파이프와 화염방사기, 물대포차, 포크 레인 앞에서 뼈가 부서지고 살이 타면서도 터전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던 주민들의 고통을 어찌 전부 알 수 있단 말인가.

 

'SBS스페셜(사진출처:SBS)'

<SBS스페셜>이 다룬 철거왕 이금열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마치 조폭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라마 타이즈된 연출로 시작된다. 성공에 대한 욕망과 가진 것은 몸뚱어리 하나밖에 없는 청년의 비뚤어진 야망 같은 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갖고 있는 막연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다큐가 다루려는 것은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그 이미지 밑에 숨겨져 있는 추악한 폭력의 실체를 끄집어내 보여주고 그 밑바탕에 깔린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말하기 위함이다.

 

1998년 천주교 인권위원회가 펴낸 ‘다원건설 철거범죄 보고서’에는 당시 적준이라 불렸던 철거업체의 끔찍한 폭력의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임신 5개월 된 임산모를 때리고... 아주머니들에게 강제로 똥물을 먹이는 폭행”을 저지르기도 했으며, 심지어 “부녀자의 국부를 발로 밟는 성추행”도 빈번하게 했다고 한다. 방송에 나간 내용을 보면 한 여성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서 반 실신시킨 사례까지 들어 있었다.

 

당시 전농동 주민이었던 피해자 송경란씨는 당시 적준이 아이가 혼자 있는 집에 불을 지르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자 “아이는 어떻게 하냐”며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기도 했다. 그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적준은 사람 죽이는 거 우습게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이 사람 다칠 거라는 생각 안하고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철거를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 때 참 많이 죽었어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김현욱 군은 누가 제일 보고 싶냐는 질문에 “엄마 아빠”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 엄마 아빠는 적준아저씨들하고 싸우고 있다는 것을 김현욱 군을 알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적준아저씨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 아이가 담고 있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적준아저씨들이 포클레인 갖다요. 막 뭐라고 하면서 집 부수려고 막 그러는데 한 사람은 막 쇠파이프로 갖다 막 때리고 그랬는데, 어떤 사람은 불 갖다 지르고..”

 

도대체 국가가 있고 시가 있고 경찰이 있는데 왜 이런 살인 방화가 자행되는 것을 먼 산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었을까. 여기에도 역시 우리가 그간 조폭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정치권이나 공권력과의 커넥션이 제기된다. 15년 전에 보고서가 나오고 다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장이 제출되었을 때 실무를 주도한 박래군 소장에 따르면 “수사가 될 것 같더니 다원이 여당 실세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흐지부지 됐다”고 한다.

 

다원이나 철거왕 같은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범법자들이 버젓이 벼락부자가 되어 살아가게 된 데는 그만한 우리사회의 아픈 현대사가 작용하고 있다. 중동경기가 끝나고 들어온 중장비들이 88서울올림픽을 명분으로 재개발쪽으로 이동했다는 것. 재개발을 국가가 민간으로 넘김으로써 폭력적인 철거를 사실상 방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최근 철거왕 이금열이 구속 기소됨으로써 그 이면에 놓여진 커넥션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억대 로비를 했다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윗선에서 수사에 개입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영화 같은 이야기로 치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부끄러운 우리네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서민들이 가진 아파트에 대한 소박한 꿈들은 어쩌면 그 밑에 이처럼 피와 눈물을 흘리며 쫓겨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묻혀졌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끔찍한 건 사실상 철거왕이라는 괴물의 탄생을 국가가 만들어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실로 너무나 살벌한 별명이 아닌가. ‘철거왕’이라니.

4대강 살린다더니 흐르지 않는 강이 강인가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일까.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검토되던 단계부터 재앙을 예고하는 목소리들이 많았지만 그 소리들은 거대한 포크레인 소리에 덮여버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보를 만들었다고 해서 물이 썩느냐. 물이 썩도록 보를 만들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라며 TV에 나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지만 <SBS스페셜>이 취재한 4대강의 현실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SBS스페셜(사진출처:SBS)'

물론 전부터 녹조 현상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낙동강 곳곳의 녹조는 더 오래 더 넓게 퍼져 있었다. ‘녹조라떼’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 자연재해를 대비하고 수질을 개선하며 기후환경 변화에 대비한다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시작된 사업이지만, 상식적으로 흐르는 물을 막고 모래를 퍼내 거대한 물그릇을 만드는 것이 이런 명분을 현실화해줄 거라 믿기는 어려운 일이다. 강은 흘러야 강이고 고이면 썩게 된다는 것은 어린 아이도 알 일이 아닌가.

 

이 녹조의 주범은 남조류로 치명적인 독성을 지녔지만 아직까지 해독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996년 2월 브라질에서는 한 병원에서 이 남조류 때문에 무려 5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많은 조사와 자료에 의해 4대강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여기에 대해 “썩고 있다 라는 거는 근거를 가지고 얘기해야지 우리가 지금 확인한 바로는 전혀, 수질이 좋아지고 있는데”라며 이를 부인했다.

 

<SBS스페셜>이 입수한 금강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수질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1년 중 다섯 달이 암모니아 기준치를 넘어섰고 발암물질 및 청색증 발생 우려가 있어 상수원수로 사용이 곤란하다고 한다. 실제로 금강은 4대강 사업 이후 세 차례나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벌어져 문제가 됐던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강에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강의 흐름을 막고 물의 양이 많아지자 인근 농지에도 그 영향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 수박재배로 유명한 경북 고령에서는 물이 농지로 차올라 수박농사를 망쳤다고 한다. 농민 곽상수씨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인디언들은 조그마한 변화가 있는 의사결정을 할 때는 애들한테 물어본다 하잖아요. 일은 우리가 추진하더라도 결국 앞으로 감내해야할 당사자들은 애들이잖아요.”

 

상식적으로 강물 수위를 높여 홍수 조절을 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고, 수질을 깨끗하게 하겠다면서 강물의 흐름을 막는다는 게 상식적인가. 문제는 이렇게 비상식적인 대규모 사업이(수십 년이 걸려도 모자랄 판이다) 거의 3년이 채 안된 기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법은 무시되었다. 사전환경성 검토, 환경영향평가 심의, 문화재지표조사와 심의, 국책사업 예비타당성 검토, 하천법에 의거한 중앙하천관리위원회 심의 등이 거의 하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소위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정부의 시녀로 전락했고 그 와중에 올바른 목소리를 내려는 이들은 조직에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3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40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낼 수 있다 공언하던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강을 망가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 불필요한 토목공사들은 결국 4대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토목사업 그 자체를 위한 것일 뿐이었다. 마치 연말만 되면 예산을 쓰기 위해 멀쩡한 아스팔트를 벗겨내고 다시 씌우는 것처럼.

 

여기 들어간 돈이 무려 22조2천억 원이다. 4개의 해군기동단을 만들 수 있고, 나로호 44개를 발사시킬 수 있으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두 번 치를 수 있는 돈이다. 또 비정규직 전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고, 4년간 모든 3-5세 유아의 무상교육도 가능하다. 반값등록금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돈이다. 김정욱 서울대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4대강 사업을 한 마디로 “총체적 사기”라고 정의했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4대강 사업이 “국토환경에 대한 반역”으로 “내란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낙동강 인근의 아이들이 그린 낙동강의 그림은 충격적이었다. 유려히 굽이굽이 흐르던 강은 사라지고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구획된 강의 모습들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때론 에둘러 돌아가는 그 자연의 아름다운 흐름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고 그만한 역사와 삶의 흔적들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그 땅을 살아온 우리네 국민들과 동격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그 강에 기대어 살아온 것이 아닌가. 결국 포크 레인이 남긴 깊은 상처는 강만이 아니라 국민들을 향해 있었던 것.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을 파괴시키고 있었다는 것. 이것이 대중들이 공분하는 이유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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