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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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와 삼성전자가 만났을 때

D.H.Jung 2011. 1. 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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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에서 과정으로, 특별함에서 일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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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 탭송'을 들고온 슈퍼스타K 4인방.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2010년 대중문화에서 가장 큰 사건은 뭘까. 많은 이들이 '슈퍼스타K2'를 꼽는다.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시청률이다.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1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2%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하는 케이블 프로그램에서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시청률 차이는 지상파와 케이블의 다른 시청 패턴에서 비롯된다. 지상파가 일상이라면, 케이블은 선택이다. 우리는 심리적으로 6번에서부터 넓게 보아 13번이라는 숫자 안에 들어오는 방송들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데 길들여져 있다. 그 바깥으로 리모콘을 돌리는 건, 꽤 '선택적인 행동'이다. 따라서 '슈퍼스타K2'가 기록한 15%는 대단히 선택적이고 능동적인 대중들의 구매행위(?)가 만들어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대중들을 이토록 능동적으로 선택하게 했을까.

그 첫 번째 이유로 '슈퍼스타K2'가 방영되던 금요일이라는 특정한 시간대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지상파들에게 이 시간대는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일상적인 시청패턴으로 굴러가기 마련인 지상파에게 있어, 잠재적인 고객인 시청자들을 TV 멀리 떨어뜨리는 주5일 근무제는 시청률 최대의 적이었다. 하지만 케이블은 사정이 달랐다. 좀 더 선택적이고 능동적인 취향을 가진 시청층을 포획하고 있는 케이블로서는 금요일이 '기회의 시간'이었다. 지금도 대체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케이블 프로그램들이 금요일에 편성된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아무리 기회의 시간이라도 그걸 채워줄 핫(hot)한 아이템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슈퍼스타K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특성들이 그 놀라운 성공의 두 번째 이유가 되어 주었다. 같은 시간대에 KBS에서 방영된 ‘청춘불패’가 ‘슈퍼스타K2'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가장 케이블적인 아이템으로서 일반인들이 출연해 경합을 벌이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성 아이돌들이 등장하는 ’청춘불패‘를 압도했다. 물론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달라진 대중들의 취향들이 어른거린다. 스타와 일반인이라는 이 대결구도 속에서 중요한 점은 '만들어진 것'과 '만들어져 가는 것'의 차이다. 아이돌 스타가 전자라면 오디션 과정을 거치는 일반인들은 후자다. 결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공유하는 것. 게다가 이 과정에는 바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의 선택이 포함된다. 그래서 허각 같은 대중들에 의한, 대중들을 위한, 대중들의 스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대중문화의 트렌드에 민감한 마케터라면 이 일련의 과정들을 매혹적으로 바라봤을 지도 모른다. 이것은 작금의 상품구매 패턴에도 어쩌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단서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삼성전자가 갤럭시 탭 브랜드 이미지 모델로서 ‘슈퍼스타K' 4인방을 세운 것은 조금은 놀라운 일이다.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이 지금 가장 대중문화에서 뜨거운 인물 중 하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금껏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 주모델들은 당대의 톱 셀러브리티들이었기 때문이다. 이효리나 김연아, 손담비 같은 이미 대중들에게 확고한 이미지로 자리한 스타들과 ’슈퍼스타K' 4인방은 여러모로 다르다. 여기에는 갤럭시 탭이라는 상품이 기존의 핸드폰들과는 다른 이미지 전략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기존 핸드폰들은 늘 셀러브리티를 추구했다. 최고로 만들어진 상품으로 제시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갤럭시 탭처럼 이제 스마트하고 보다 능동적인 대중들의 활용에 의해 가치가 덧붙여지는 상품은 ‘최고로 만들어진 상품이미지’보다는 ‘최고가 되어가는 상품의 과정’이 더 중요해진다.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거기서 배출된 4인방은 이 이미지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

갤럭시 탭의 캠페인송인 이른바 '슈스케 탭송'의 뮤직비디오는, '슈퍼스타K'의 스토리를 그대로 재연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은 어느 날 갤럭시 탭의 미션을 받게 된다. 허각은 파트를 나누고 편곡을 하고, 존박은 랩을 만들고, 장재인은 무대의상을 그리고 강승윤은 안무를 구상해서 콘서트를 준비하라는 미션이다. 이 미션 수행 과정에서 갤럭시 탭이 도구로 사용된다. HD화상통화로 서로의 의견을 듣고, 길을 찾고, 피아노를 치고, 패션 매거진을 검색하고, 동영상으로 춤을 분석하고, 사전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미션을 완수하고 콘서트를 끝낸다. 갤럭시 탭의 다양한 기능들과 일상에서의 활용을 미션 형식으로 짧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화룡점정으로 깔리는 내레이션, "우리의 미션은 끝났지만 우리의 꿈은 지금부터다"와 캐치프레이즈 '이제 새로운 꿈을 탭하다.' 즉 '꿈'이라는 키워드로 '슈퍼스타K' 4인방과 갤럭시 탭을 연결시키고, 무료한 일상을 탈출해 꿈을 실현시켜주는 도구로서 갤럭시 탭을 부각시킨 것.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슈스케 탭송'이 4인방의 음색에 맞춰 네 가지 버전으로 불려진다는 점이다. 속 시원하게 질러주는 창법의 허각은 록 버전을, 감미로운 선율로 녹여내는 존박은 R&B 버전으로, 상큼하고 발랄한 목소리의 장재인은 경쾌한 스윙 재즈 버전으로 그리고 톡톡 튀는 강승윤은 일렉트로닉 댄스 버전으로 탭송을 부른다. 그리고 이 네 버전은 온라인상에서 투표 이벤트를 통해 최고를 가리게 된다. '슈퍼스타K'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나 네 가지 버전을 통해 경합을 벌이는 '슈스케 탭송'의 소비과정은 전체적으로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이전 삼성전자의 캠페인송과는 차별화된다. 이효리나 손담비가 불렀던 애니모션이나 아몰레드송 같은 노래들은 캠페인송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적으로도 사랑을 받았던 노래들이다. 즉 가수들의 활동을 그대로 재연했던 것. 그런 점으로 보면 '슈스케 탭송'은 '슈퍼스타K'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수 활동을 재연해내고 있다.

'Life is Tab'. 갤럭시 탭의 이 슬로건은 여러모로 '슈퍼스타K'가 지향하는 '낮은 시선'을 닮아있다. 탭과 일상을 같은 위치에 놓는다는 것.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늘 옆에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탭. 그러니 이 슬로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로 왜 '슈퍼스타K' 4인방이 선택되었는지는 자명해진다. 그들은 일상적인 삶 속에서 노래하다가 꿈을 키웠고 그 꿈이 자라 슈퍼스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를 꿈꾸는 4인방과 슈퍼미디어를 꿈꾸는 갤럭시 탭. 어딘지 잘 맞는 조합이 아닌가. 상품과 톱스타가 선망의 대상으로 이미지화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 좀 더 대중 가까이 내려와 일상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랄까.

'슈스케 탭송'으로 만나게 된 '슈퍼스타K' 4인방과 슈퍼미디어를 꿈꾸는 갤럭시 탭은 이 이벤트처럼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과연 '슈퍼스타K' 4인방은 '슈스케 탭송'으로 세간의 뜨거운 반응을 다시 얻게 될까. 갤럭시 탭은 이 노래를 통해 대중들의 꿈을 이뤄주는 슈퍼미디어로 우뚝 설 수 있을까. 4인방이든 탭이든, 이들의 '슈퍼스타K'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글은 'Chief Executive'에 연재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