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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바꿔놓은 산업의 지형도
'소녀시대'(사진출처:SM엔터테인먼트)
소셜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자 K-POP의 마케팅 방식도 달라졌다. 우선 전체적인 마케팅 비용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소셜 네트워크는 기획사가 직접 대중들에게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인들이 그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스스로 전파해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콘텐츠 자체가 가진 경쟁력이 한류로서 전 세계에 어필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콘텐츠가 좋다면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의 가능성을 미리 타진해 볼 수 있어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후에 방문해서 음반을 출시한다든지 하는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달라진 마케팅 방식의 변화는 이른바 지금껏 '해외진출'로 대변되는 현지화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 한때 박진영은 한류라는 말 자체가 한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이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한류'라고 우리가 아무리 외쳐봐야 궁극적으로 그것이 해외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미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미국시장을 뚫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철저한 '미국화'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비의 월드투어, 원더걸스의 미국진출 등은 그 대표적 사례.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주장은 K-POP의 한류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현재 K-POP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우리말로 된 노래 그 자체에 매료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한국의 가수들을 그대로 따라하는 커버 그룹들도 많이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그들이 경연해 보이는 K-POP의 춤과 노래를 다시 동영상으로 담아 유튜브 같은 곳에 다시 올림으로써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어설프게 한국가수가 미국가수들을 따라하기보다는 한국가수 그대로의 개성적인 모습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해외진출'이라는 말도 무색해지게 되었다. 이제 진출이 아니라, 방문하는 형식이 되는 것이다. 카라가 일본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음에도 그저 국내로 돌아와 신곡을 발표하고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 시공간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K-POP의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글로벌하게 움직이는 신한류에서 이제 국적 개념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되지 않는다. 대신 중요해지는 건, 신한류로 대변되는 그 문화의 차별성이다. 최근 일본의 아무로 나미에의 베스트 코라보레이션 앨범에 애프터스쿨이 참여한 것은 이러한 이제는 폭발적인 K-POP의 분위기와 더불어 국경을 넘는 합작이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임을 암시한다. 이 앨범은 그동안 아무로 나미에가 게스트로 참가했던 곡들을 정리하고 모은 것으로서 AI&츠지야 안나, 카와바타 카나메, 야마시타 토모히사 등의 일본 내 인기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애프터스쿨이 참여했다. 한편 J-POP에서 흑인음악의 대표주자로 알려져 있는 m-flo는 그 멤버구성이 독특하다. 재일교포3세로 한국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VERBAL과 일본인 Taku. 즉 그룹 자체가 글로벌(?)한데, 그래서인지 휘성, 보아, 알렉스 등의 K-POP가수들과 합작앨범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힙합으로 대변되는 음악적인 문화적 유대감이지 국적이 아니다.
이런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건 역시 국내 K-POP 그룹이 가진 탈국적성이다. 필리핀에서 활동한 교포가수였던 2NE1의 산다라 박, 미국 국적으로 2PM 멤버였던 박재범 등, 해외교포 영입은 물론이고, 이제는 아예 외국인 멤버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2PM의 닉쿤이다. 닉쿤은 중국계 태국인으로서 태국에서는 현재 국민 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여성 그룹으로서 f(x)의 빅토리아와 엠버, 미스A의 지아와 페이 같은 중국계 멤버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다국적화는 해외진출에 있어서 K-POP 그룹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외국그룹으로서의 '그들'이 아닌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자국그룹으로서의 '우리들'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이러한 국적을 뛰어넘는 전략적 제휴는 그룹 내 멤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K-POP이 가진 독특한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노하우 역시 태국이나 타이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연예기획사들과 함께 전략적 제휴를 하게 하는 동인이다. 이것을 통해 국가를 뛰어넘는 상생의 시너지가 창출되고 있다.
물론 지금 현재는 트위터나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 머물러 있지만, 여기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일반화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K-POP의 콘텐츠가 가요에만 머무르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 같은 다양한 주변 장르들과 섞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음반 기획사들이 앞 다퉈 드라마나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는 것 역시 바로 이런 변화의 단초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K-POP이 외연을 넓혀가는 현상은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가진 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K-POP이 가진 음원 자체의 매력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좀 더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회자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그간 뮤직비디오가 이 콘텐츠 역할을 해왔다면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 같은 콘텐츠로 좀 더 공격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즉 이 과정은 K-POP이 음악이라는 분야에만 갇혀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K-POP이 가진 가장 큰 영향력은 한류로서의 문화전파가 되겠지만, 실질적인 의미로서의 산업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소녀시대가 인텔의 아시아권 모델로 발탁된 것은 그런 점에서 여로 모로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네 K-POP이 가진 글로벌 규모의 경제가치를 실질적으로 인정했다는 말이면서, 또한 한류 콘텐츠 자체가 온라인을 통해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신한류 K-POP은 지금 음악에서 문화로 문화에서 산업으로 그 지형도를 넓히고 바꿔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K-POP의 변화는 달라진 매체와 그로 인한 문화의 변화라는 점에서 산업에 시사하는 바도 클 것이다.
(이 글은 'Chief Executive'에 연재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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