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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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쇼>, 예사롭지 않은 김응수의 예능감

D.H.Jung 2012. 6. 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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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쇼>, 예능늦둥이 김응수 돋보인 이유

 

도대체 이런 끼를 어떻게 숨기고 살아왔을까. 이미 <라디오스타>를 통해 가능성을 보였던 김응수였다. <고쇼>에 출연한 그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특유의 예능감을 보여주었다. '감수성의 제왕'이라는 부제로 이종혁, 이경실, 조권이 함께 출연한 자리에서 김응수는 단연 발군이었다.

 

 

'고쇼'(사진출처:SBS)

사실 '감수성'이라는 키워드로 모아 놓긴 했지만 이들 네 사람은 서로를 어색해했다. 이경실과 조권은 같이 예능을 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예능 경험이 별로 없는 이종혁이나 김응수에게 이들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침묵하고 있던 이종혁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침묵을 깨려고 노력한 건 역시 예능이 익숙한 이경실이었다. 관계의 어색함을 풀기 위해서인 듯 그녀는 좀 더 공격적으로 다른 게스트들을 밀어 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약술을 많이 담근다는 김응수가 '약술'을 주지 않겠다고 하자, 이경실이 "인간성 더럽네"라고까지 쏘아부친 것은 사실 조금 불편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 김응수는 약술을 안주겠다는 이유가 대부분 남자들에게만 좋은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김응수는 어색함 때문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종혁을 '동문서답'의 캐릭터로 만들기도 했다. 질문과 상관없이 엉뚱한 답변을 한다는 것. 이런 캐릭터가 부여되자 이종혁은 더 편안하게 토크를 이어갈 수 있었고 내놓고 자기 자랑하는 모습으로 '자화자찬'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종혁과 김응수가 주말 저녁 동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신사의 품격>과 <닥터 진>을 놓고 자기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서로 낫다고 말하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김응수가 <신사의 품격>의 제목이 막연하다는 애매한 이유로 몰아붙이고, 여기에 대해 다른 MC들이 "<신사의 품격>에는 장동건이 출연한다"고 말하자, 김응수는 "<닥터 진>에는 내가 출연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또 그가 들려준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큰 웃음을 주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 이종혁이 캐스팅될 수 있게 감독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나, 복도를 내달리는 신을 찍으며 마신 오토바이 배기가스 때문에 폭삭 늙었다며 임상수 감독에게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눙치는 모습은 김응수라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물론 김응수가 '예능늦둥이'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것은 단지 그가 엉뚱한 발언이나 '개나리송' 같은 노래로 스튜디오를 발칵 뒤집어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을 캐릭터화 함으로써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 점이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상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그러면서도 조권이 특유의 깝으로 춤을 출 때면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는 그런 포용력이 그를 돋보이게 하는 이유다.

 

초반에 이경실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고쇼> '감수성의 제왕'편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김응수였다. 그리고 김응수의 때론 괴팍해보이고 때론 엉뚱하며 때론 공격적으로 보이는 모습 속에서도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면모는 이경실 같은 베테랑 개그우먼조차 배워야 할 덕목으로 보인다. 예사롭지 않은 예능늦둥이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