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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자발적 무관' 백종원, 연예대상 고사할수록 존재감 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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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아니라지만 백종원은 비연예인 트렌드의 상징이 됐다

 

<2020 S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김종국이 됐다. 그는 대상 소감으로 "정말 이런 감정을 느낄 줄 몰랐다"며 "가수로도 대상을 받았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연예대상의 자리가 개그맨이 아니라 가수, 배우로 채워지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지금이야 김종국처럼 가수가 연예대상을 받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2007년만 해도 <KBS 연예대상>에서 탁재훈이 대상을 받은 건 꽤 큰 사건(?)이었다.

 

그만큼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의 영역은 조금씩 타 분야 종사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이제 예능 프로그램이 비연예인을 포괄하는 관찰카메라 형식으로까지 확장됐다. 2017년 <SBS 연예대상>의 대상은 그래서 <미운우리새끼>의 어머님들에게 돌아간 바 있다. 지난해 <KBS 연예대상>의 대상 역시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받았다. 한때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가 돌아가며 독식해오다시피한(?) 연예대상의 풍경이 이제는 바뀌었다.

 

그래서 <2020 SBS 연예대상>의 대상후보에 김구라, 백종원, 서장훈, 신동엽, 김종국, 양세형, 유재석, 이승기가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대부분의 대중들의 머릿속에 대상으로 먼저 떠오른 인물은 당연하게도 백종원이었다. 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SBS는 물론이고 방송계 전반의 새로워진 예능 트렌드를 선도하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말부터 새로 시작한 <맛남의 광장> 역시 지역 특산물 살리기라는 모토로 실제 현실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송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매년 그랬듯이 백종원은 연예대상에 선을 그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이 "스스로 방송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름의 자존심"이라고 한 바 있다. 즉 연예대상은 온전히 '연예인의 잔치'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래서 올해 <2020 SBS 연예대상>에서 MC들은 백종원에게 아직도 본인이 연예인이 아니라 생각하냐고 물었고, 백종원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면 아예 후보에 올리지 말아 달라 하지 그랬냐는 신동엽의 농담에 백종원은 "후보에 오르는 건 좀 괜찮지 않나"라며 거기까지는 감사하다 답했다.

 

사실 백종원이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2018년에서부터 이미 생겨났던 일이다. 당시 백종원이 대상을 받지 못하고 이승기가 대상을 받자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작년에는 '공로상'을 주었지만 올해는 역시 무관으로 끝을 맺었다. 아무래도 백종원의 '소신'이 방송사측에 더 강하게 어필되었기 때문일 게다. 이 정도면 SBS로서도 백종원이 대상을 받아주기만 해도 감지덕지라 여길만 할 테니 말이다.

 

결국 올해도 무관에 그쳤지만 그렇게 고사할수록 매년 연예대상에서 백종원의 존재감은 커져만 간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도 연예인보다는 '비연예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백종원이나 강형욱 같은 비연예인이지만 솔루션을 줄 수 있는 전문가이고 게다가 방송까지 잘 하는 인물들이 연예인들보다 훨씬 더 활약하고 있는 게 현재 달라진 예능가의 풍경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냥 넘겼지만 내년에도 이 소신은 지켜질 수 있을까. 이미 대중들은 이제 소신을 꺾을 때도 됐다 말하고 있다. 백종원이 내년에는 과연 여기에 화답할지가 궁금하다.(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