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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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쇼 희희낙락', 도대체 정체가 뭐야

D.H.Jung 2009. 5. 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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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코미디쇼의 정체는 뭘까. 토크쇼의 변종? 아니면 과거 콩트 개그의 새로운 버전? 그것도 아니면 그저 웃기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운 몸 개그?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 그리고 무대개그가 삼분할한 현 개그 정세에서 '코미디쇼 희희낙락'이 딛고 있는 자리는 그만큼 애매모호하다.

겉으로 보이는 형식은 전형적인 토크쇼다. 남희석을 비롯해 김준호, 이수근, 김병만, 신봉선, 유세윤, 황현희가 세트에 앉아 이런 저런 개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 그렇고, 방청객으로서 시청자평가단이 자리한 것도 그런 모양새다. 하지만 각 코너 속으로 들어가면 이 코미디쇼는 오리무중 정체를 확증하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이 코너의 주축은 콩트 개그다. 남희석의 '오늘도 참는다'는 참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변신해서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으로 웃음을 주는 전형적인 콩트 개그고, '이수근의 스피드 고고' 역시 짧은 콩트를 여러 개 엮어놓은 코너다. 하지만 다른 코너들은 그 바탕에 콩트를 깔고 있다 하더라도 과거의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실험들이 들어가 있다.

김병만이 등장해 넘어지거나 몸을 부딪쳐 순간적인 웃음을 포착해내는 '김병만은 살아있다'는 전형적인 몸 개그지만, 영상과 결합되어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지는 부분은 가히 실험개그라 할만한 새로움이 있다. 슬로우 모션은 몸 개그의 순간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세세하게 천천히 보여줘 웃음을 극대화시킨다.

'코미디쇼 희희낙락'이 보여주는 개그 실험의 가장 큰 특징은 방송 프로그램을 패러디하거나 재활용(?)한다는 점이다. '신봉선의 희망캠페인'은 '누구에게나 기적같은 순간은 온다'는 캠페인 영상을 패러디한 코너로, 여러 상황들을 콩트로 엮은 후 과장된 리액션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유세윤이 방송욕심을 내는 그의 어머니와 함게 출연해 엮어가는 '인간극장' 역시 패러디 개그이면서도 콩트와 리얼리티쇼가 적절히 결합되어 있다. 실제 어머니가 출연하고 그 사는 공간으로 카메라가 들어간다는 점은 리얼리티쇼의 그것이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웃음의 이야기들은 콩트에 가깝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실험적이면서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것은 KBS의 프로그램들을 재활용(?)한 황현희의 '개그 100 vs 1'이나 '김준호쇼' 같은 것이다. '개그 100 vs 1'은 퀴즈쇼 '1대100'의 세트를 그대로 활용하고 방송 시작 30분 전에 개그맨들이 투입되어 100명을 모두 웃기는 도전을 하는 코너. 프로그램 간의 이종결합이 독특한 시너지를 이루면서 개그와 평가의 대결구도가 자못 긴장감을 제공한다.

한편 '김준호쇼'는 '박중훈쇼'와 같은 1인 토크쇼의 패러디다. '개그 100  vs 1'이 프로그램의 세트를 재활용했다면, '김준호쇼'는 각종 토크쇼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영상들을 재활용한다. 짜깁기 편집을 통해 엉뚱한 토크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찌 보면 영상 시대에 이미 익숙해진 패러디 영상들이나 UCC를 연상시킨다.

'코미디쇼 희희낙락'은 아직은 세련되지 못한 구석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형식 실험이라는 점은 이 세련되지 못한 면모와 만나면 자칫 그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외계 개그로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은 개그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존재해야할 가치를 가진다. 늘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 무대개그 사이를 반복한다는 것도 재미없는 일이 아닐까. 문제는 공감이다. 정체성이 모호한 '코미디쇼 희희낙락'의 실험들이 어떤 새로운 개그로서 안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대중들과의 공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