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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배우들이 수목 드라마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그저 바라보다가'의 황정민, '신데렐라맨'의 권상우, '시티홀'의 차승원이 그들이다. 영화에서 각각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수목극의 경쟁이 자존심 대결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연기대결은 말 그대로 불꽃튀는 양상을 보인다.
황정민은 팔색조 같은 연기자. 때론 비열한 악역(달콤한 인생)을 보여주다가 때론 바람둥이 같은 자유로운 남자로(행복), 또 부패한 형사(사생결단)로 껄렁껄렁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아주 순박한 시골청년(너는 내 운명)으로 변신하며 그 연기 영역을 넓혀왔다. 그런 그가 '그저 바라보다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바보처럼 순수한 우체국 영업사원이다.
톱스타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어색하다가도 어떤 진지한 상황이 오면 고지식하고 고집불통일 것 같은 완고한 얼굴을 들이미는 구동백이라는 캐릭터는 사실 이 드라마의 주제나 마찬가지. 모든 것이 거래로 환산되는 세상에 관계를 희망하는 구동백은 현실적으로는 약자의 위치에 서면서도 오히려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꾸짖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다.
그 순수한 모습은 자못 '너는 내 운명'의 석중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캐릭터와는 차별화되는 점이 많다. '너는 내 운명'의 석중은 사랑에 순애보적인(심지어는 신파적인) 캐릭터에 불과하지만, '그저 바라보다가'의 구동백은 그 사랑의 차원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있다. 인간에 대한 어떤 예의 같은 것을 감지하게 하는 그 캐릭터를 황정민은 어눌하면서도 촌스럽고 때론 듬직한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신데렐라맨'의 권상우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으려 작정한 듯 하다. 그간 일련의 흥행실패(드라마 '못된 사랑'과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로 절치부심한 듯 이 1인2역의 도전적인 작품을 꽤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동대문 시장에서 장삿군으로 뼈가 굵은 오대산은 늘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낙천적인 인물인데 반해, 소피아 어패럴의 차남인 이준희는 모든 걸 다 갖고 있지만 가족사로 인해 어두운 인물이다.
'신데렐라맨'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드라마는 신데렐라(남자 신데렐라)를 다루면서도 동시에 왕자와 거지 모티브를 첨부했다. 신데렐라, 왕자와 거지, 어느 쪽이든간에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변신욕구다. 그 변신한 인물들이 거기서 체험(새로운 삶을)해보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이 고전적인 모티브를 가진 이야기들의 핵심이다. 권상우는 극과 극의 상황에 있는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그 인물들이 반대 편 역할을 연기하는 것 또한 연기하고 있다.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그의 연기세계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차승원은 일련의 코미디 장르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안정된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코믹 이미지는 '차선수'라고 불리는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 프로의 위치에 서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선생이라는 역할(선생 김봉두)을 맡아도 어딘지 "아마추어처럼 왜 이래?"하고 말할 것 같은 때묻은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그 선수이미지의 캐릭터는 엉뚱하게도 순수한 인물들을 만나(선생 김봉두에서는 시골사람들과 어린 학생) 무너지며 웃음을 준다. 그 웃음의 끝에는 선수가 순수한 마음을 찾아가는 변신의 흐뭇함이 덧붙여지기 마련이다.
'시티홀'은 초반부 신미래(김선아)라는 인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조국(차승원)보다 큰 편이지만, 결국 조국의 변신과정이 멜로와 코믹으로 버무려진다는 점에서 차선수의 역할은 실로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드라마 초반 내내 지속된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 이야기는 그 '밴댕이'가 주는 우스꽝스런 뉘앙스를 미인선발대회라는 지방행사의 엄숙함과 대비시켜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차승원이 가진 캐릭터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어이없는 상황 속에서의 진지함은 차승원의 장기다.
물론 드라마는 대본과 연출 연기가 삼박자를 이루어야 빛을 발하는 것이지만 이번 수목드라마에서는 유독 그 비중은 연기자들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황정민과 권상우와 차승원이 보여주는 연기의 세계는 어느 한 분야에서 자리매김한 연기자만이 가질 수 있는 능수능란함이 돋보인다. 불황으로 영화 제작편수가 줄어들어 드라마로 외유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로서는 이런 명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황정민은 팔색조 같은 연기자. 때론 비열한 악역(달콤한 인생)을 보여주다가 때론 바람둥이 같은 자유로운 남자로(행복), 또 부패한 형사(사생결단)로 껄렁껄렁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아주 순박한 시골청년(너는 내 운명)으로 변신하며 그 연기 영역을 넓혀왔다. 그런 그가 '그저 바라보다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바보처럼 순수한 우체국 영업사원이다.
톱스타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어색하다가도 어떤 진지한 상황이 오면 고지식하고 고집불통일 것 같은 완고한 얼굴을 들이미는 구동백이라는 캐릭터는 사실 이 드라마의 주제나 마찬가지. 모든 것이 거래로 환산되는 세상에 관계를 희망하는 구동백은 현실적으로는 약자의 위치에 서면서도 오히려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꾸짖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다.
그 순수한 모습은 자못 '너는 내 운명'의 석중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캐릭터와는 차별화되는 점이 많다. '너는 내 운명'의 석중은 사랑에 순애보적인(심지어는 신파적인) 캐릭터에 불과하지만, '그저 바라보다가'의 구동백은 그 사랑의 차원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있다. 인간에 대한 어떤 예의 같은 것을 감지하게 하는 그 캐릭터를 황정민은 어눌하면서도 촌스럽고 때론 듬직한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신데렐라맨'의 권상우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으려 작정한 듯 하다. 그간 일련의 흥행실패(드라마 '못된 사랑'과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로 절치부심한 듯 이 1인2역의 도전적인 작품을 꽤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동대문 시장에서 장삿군으로 뼈가 굵은 오대산은 늘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낙천적인 인물인데 반해, 소피아 어패럴의 차남인 이준희는 모든 걸 다 갖고 있지만 가족사로 인해 어두운 인물이다.
'신데렐라맨'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드라마는 신데렐라(남자 신데렐라)를 다루면서도 동시에 왕자와 거지 모티브를 첨부했다. 신데렐라, 왕자와 거지, 어느 쪽이든간에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변신욕구다. 그 변신한 인물들이 거기서 체험(새로운 삶을)해보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이 고전적인 모티브를 가진 이야기들의 핵심이다. 권상우는 극과 극의 상황에 있는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그 인물들이 반대 편 역할을 연기하는 것 또한 연기하고 있다.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그의 연기세계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차승원은 일련의 코미디 장르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안정된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코믹 이미지는 '차선수'라고 불리는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 프로의 위치에 서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선생이라는 역할(선생 김봉두)을 맡아도 어딘지 "아마추어처럼 왜 이래?"하고 말할 것 같은 때묻은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그 선수이미지의 캐릭터는 엉뚱하게도 순수한 인물들을 만나(선생 김봉두에서는 시골사람들과 어린 학생) 무너지며 웃음을 준다. 그 웃음의 끝에는 선수가 순수한 마음을 찾아가는 변신의 흐뭇함이 덧붙여지기 마련이다.
'시티홀'은 초반부 신미래(김선아)라는 인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조국(차승원)보다 큰 편이지만, 결국 조국의 변신과정이 멜로와 코믹으로 버무려진다는 점에서 차선수의 역할은 실로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드라마 초반 내내 지속된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 이야기는 그 '밴댕이'가 주는 우스꽝스런 뉘앙스를 미인선발대회라는 지방행사의 엄숙함과 대비시켜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차승원이 가진 캐릭터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어이없는 상황 속에서의 진지함은 차승원의 장기다.
물론 드라마는 대본과 연출 연기가 삼박자를 이루어야 빛을 발하는 것이지만 이번 수목드라마에서는 유독 그 비중은 연기자들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황정민과 권상우와 차승원이 보여주는 연기의 세계는 어느 한 분야에서 자리매김한 연기자만이 가질 수 있는 능수능란함이 돋보인다. 불황으로 영화 제작편수가 줄어들어 드라마로 외유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로서는 이런 명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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