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시네요', 그 비현실적 세계가 보여주는 현실

'미남이시네요'에서 고미남의 어투는 비현실적이다. "-다", "-까?"로 끝나는 그의 말투는 남장여자라는 설정 때문인지 군대식 어투를 그대로 빼닮았다. 처음 이 드라마를 접하는 이들은 아마도 그 어투가 거슬렸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이 어투를 계속 듣다보면 거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심지어 그 어투가 어떤 묘미까지 주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다시 돌아보면 고미남의 비현실적 어투는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한 마치 하나의 훈련과정처럼 여겨진다. 이 어투가 적응되는 순간부터 당신은 '미남이시네요'의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고미남의 어투가 비현실적인 것처럼 '미남이시네요'는 비현실적인 세계를 그린다. 아이돌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미남이시네요'에서 현실이라고 하는 것은 부모에게 버려졌거나, 고아로 자라나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이다. 그것도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는 우리가 늘 신문기사를 통해 목도하고 있는 아이돌들의 진짜 힘겨운 현실 같은 것은 들어가 있지 않다. 사건사고 속에 등장하는 장기계약에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야 하는 아이돌의 현실은 이 드라마와는 무관하다.

이유는?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현실보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판타지로서의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아이돌의 실제 현실을 바라보고 싶어 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돌 자체가 하나의 판타지를 근거로 서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이들이 꿈꾸는 스타고, 땅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저 해와 달처럼 하늘 위에 떠서 빛나는 존재로서만 자신을 드러낸다. 그러니 그들이 판타지의 세계에서 추락해 현실의 중력 위에 놓여지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아이돌이 아니다.

'미남이시네요'가 그리는 세계는 바로 이 현실이 삭제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아이돌의 세상이다. 그러니 현실적인 갈등은 이 세상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거나 대단히 미약하게 처리된다. 드라마가 본질적으로 갈등구조를 가져간다는 점에서 이 현실적인 갈등이 배제된 공간은 자칫 잘못하면 밋밋한 드라마를 만들어버릴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애초부터 현실적인 갈등 자체를 고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은 아이돌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현실에 대한 생각 없이 몰입되는 아이돌의 세계 속에서의 한바탕 가슴 쿵쾅대는 설렘이니까.

처음 고미남(박신혜)이 선 자리와 A.N.GELL의 리더인 황태경(장근석)이 선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그 거리감이 있어야 그만큼 설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팬덤과는 먼 거리에 있는 수녀원에서 살아가던 고미남이 A.N.JELL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세계로, 또 거기서 그 리더인 황태경에게로 점점 다가가고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고미남은 이 굳건히 닫혀져 대중들의 상상 속으로만 존재하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 판타지의 로맨스를 만끽하는 존재다.

남장여자라는 코드는 이 드라마에서는 정반대로 활용된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이나 '바람의 화원' 같은 작품에서 남장여자 코드는 그 당사자가 연인에게 다가가고 또 드러나는 방식으로 사용되지만, 이 드라마에서 남장여자는 애초부터 팀원들에서 발각되어 오히려 그들의 보호를 받는 코드로서 활용된다. 즉 남장여자로 남자들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난 남장여자를 남자들이 보호해주는 식이다. 그녀를 보호해주는 세 남자는 순정만화에서 갓 나온 듯, 한 명은 늘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고(제르미), 한 명은 보이지 않게 상대방을 배려해주며(강신우), 다른 한 명은 늘 건방지고 툴툴거리지만 나름 카리스마를 갖추고 그녀를 보호해주는(황태경) 인물이다.

'미남이시네요'는 이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현실의 무거움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이돌의 세계를 만끽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이 드라마가 닮아있는 순정만화나, 이 드라마가 소재로 삼고 있는 아이돌에 대한 판타지는 바로 이 드라마의 정체성이다. 우리는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해 순정만화의 세계에 빠져들고, 그 무거움을 내려놓기 위해 아이돌의 판타지 속에 뛰어든다. 그리고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현실이 배제된 '미남이시네요'를 보면서 도대체 저게 무슨 쓸데없는 이야기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거기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가 순정만화를 보거나 아이돌에 열광하면서도 왜 그런지를 이해하려들지 않았던 데서 오는 결과다. 이 드라마는 현실을 배제한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거꾸로 사람들이 잊고 싶고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 현실을 드러내주고 있다. 따라서 고미남의 비현실적 어투는 현실을 지워내는 지우개이면서, 이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가 된다.

'살맛납니다'를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

7년 동안 뒷바라지를 해온 남자친구가 고시를 패스하고는 위자료를 건네며 이제 지겨워졌으니 헤어지자고 한다면?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열불이 나 찾아가 뺨을 올려붙인 엄마에게 이 남자친구가 사과는커녕 도리어 위자료가 적어서 그러느냐고 한다면? '살맛납니다'가 주인공 주변에 펼쳐 놓은 현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참 살맛 없는 세상이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해서 다른 것이 아니다. 의대를 졸업했고 의무병까지 마쳤지만 그것이 전부 아버지의 강권 때문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아버지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모자라 결혼을 사업처럼 생각하는 아버지에 의해 원치도 않는 사람과의 만남을 종용받는다면? 아버지의 권력 속에 온 가족이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이 살아간다면?

7년 뒷바라지한 서민층 가족 홍만복(박인환)네 장녀 홍민수(김유미)나 부유층이지만 자기 삶을 전혀 살아보지 못한 장인식(임채무)네 외아들 장유진(이태성)이나 살맛 안 나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살맛 안 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 한다. 홍민수는 해외여행을 약속했던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에 고작 실연당한 소식이나 전하는 처지지만 가까운 곳으로 놀러가 오히려 가족 간의 결속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아버지에 의해 맞선을 보러 간 여행이지만 거기서 장유진은 홍민수를 만나 어떤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MBC가 새로 시작한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는 이처럼 긍정의 에너지로 부정적 상황을 넘어서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드라마다. 돈밖에 모르고 가족들을 핍박하는 장인식이나, 성공을 위해 자신을 뒷바라지 해온 연인을 버리는 김기욱(이민우)이나 모두 현실의 부정적 상황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살맛 안나는 세상은 바로 그런 인물들에 의해 조장된 현실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은 그들이 조장한 현실 속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묵묵히 바보처럼 살아간다. 드라마는 이렇게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로 현실을 넘어서면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다 얻어도 자신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한다.

이것은 작금의 드라마 현실과도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다. 최근 드라마들은 마치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현실의 부정적 인물들처럼, 시청률을 위해 뭐든 할 것처럼 달려들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와 넘어서지 않아야 할 선을 마구 넘나들면서 이 모든 것을 불황의 탓으로 돌린다. 드라마가 점점 막가는 것은 이처럼 먹고 살아야 하는 일이니 뭐든 허용되는 것처럼 여기는 잘못된 드라마 생태계의 문제다. 어느 순간부터 가족의 따뜻함을 전해주었던 일일드라마들이 저마다 독한 설정으로 점철된 것은 작금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살맛납니다'는 이렇게 달라진 현실과 달라진 드라마 생태계 속에서 긍정의 힘을 얘기하는 드라마다. 살맛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살맛 나게 그리는 드라마 속에서 우리는 조금은 현실의 각박함을 잊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매일 저녁 '살맛납니다'를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다.

'천사의 유혹'과 '전설의 고향', 그 유사점과 차이

'천사의 유혹'에는 억울한 영혼들이 등장한다. 그 첫 번째 인물은 주아란(이소연)이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아무런 보상조차 받지 못한 그녀는 어린 동생과 함께 거리로 내몰려,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삶을 살아내고 결국 어린 동생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이 과거의 억울한 사정을 가진 영혼은 당시 그녀를 구렁텅이에 빠뜨린 신우섭(한진희) 가족에게 접근한다. 복수를 위해 그의 아들인 신현우(한상진)와 그녀는 결혼까지 하게 되고 그 후로 신우섭의 집은 그들이 알 수 없는 우환에 빠지게 된다.

신현우는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버리고, 결국 그가 치료받던 별장에 불이 나면서 죽은 사람이 되어버린다.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신현우의 어머니, 조경희(차화연)는 자기 자식을 죽인 사람이 되어버리고, 신현우의 동생은 갑작스런 형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술로 인생을 보낸다. 신우섭은 밤마다 괴문자를 받는데, 그 내용은 과거 주아란의 아버지 죽음에 대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 괴문자를 보낸 이는 어이없게도 조경희로 밝혀지면서 가족은 파탄지경에 이른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주아란이 주도면밀하게 꾸민 일들이다. 주아란이 하나하나 행하는 복수의 장면들은 공포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 앞에서 생글생글 웃던 그녀가 갑자기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악마의 모습으로 돌변하고, 그렇게 악마 같던 모습으로 남편을 사지로 몰아넣고는 신우섭의 가족 앞에서는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처럼 오열을 해대는 그 끔찍한 변신 때문이다.

과거로부터 살아 돌아온 억울한 영혼과 그 영혼이 가족 속으로 들어와 그 가족을 파탄내는 복수의 이야기는 우리가 '전설의 고향'에서 흔히 보아왔던 것들이다. '전설의 고향'이 이런 이야기 구조를 갖고 대중들을 사로잡은 것은 그 시대가 갖는 억압을 공포물이라는 장르를 통해 풀어냈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가족제도의 틀 속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원혼이 그 가족을 파탄내는 내용은, 공포물이 가진 금기를 넘어서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천사의 유혹'이 가진 복수극의 틀도 이 '전설의 고향'의 틀과 다르지 않다. 다만 원혼의 이야기가 현대식으로 재해석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대중들에게 주는 재미의 차원 역시 '전설의 고향'의 그것과 유사하다. 즉 가족이라는 금기를 넘어서는 파격적인 내용이 그것이다. 갑자기 등장한 악녀 주아란을 통해 가족은 해체된다. 그리고 그것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 죽은 줄만 알았던 신현우가 얼굴을 싹 고치고 안재성(배수빈)이 되어 다시 돌아와 복수를 하는 것. 신우섭에게 밤마다 날아오는 괴문자가 '전설의 고향'의 원혼이 보내는 신호 같이 느껴지는 것처럼, 신현우가 안재성이 되는 이 현대의 의학기술은 '전설의 고향'으로 치자면 원혼의 변신술 정도로 보인다.

'천사의 유혹'이 '전설의 고향'이 가진 이야기틀을 갖고 있지만 물론 여기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그것은 '전설의 고향'이 공포물이라는 안전한 장르 속에서 가족의 해체를 꾀하는 반면, '천사의 유혹'은 복수극이라는 다소 불안정한 틀 속에서 가족의 해체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공포물 속에서의 가족의 해체는 그것 자체가 리얼리티일 수가 없다. 따라서 그것은 하나의 우화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복수극 속에서의 가족의 해체는 어느 정도의 리얼리티를 담보함으로써(이를테면 과학기술이나 사건전개의 논리성을 통해) 오히려 현실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이것이 똑같은 가족 해체의 금기를 넘어서는 재미를 갖고 있지만 '전설의 고향'이 안전한 반면, '천사의 유혹'이 위험한 이유다. 이런 점에서 '천사의 유혹'이 갖고 있는 얼개의 느슨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이러한 위험성을 상당부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는 마치 이 모든 상황을 게임처럼 만들어버리는 속성이 있다. 극적 장면에서 실소가 터지기도 하는 것은 바로 그 몰입을 방해하는 전개 때문이다.

'천사의 유혹'은 이런 면에서 보면 그저 막장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이 작품만의 특유한 재미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진지함을 버리고 게임처럼 구사되는 가족 해체극 정도랄까. '전설의 고향'이 그 공포극이라는 틀을 가져와 가족해체라는 금기를 넘어섰던 것처럼, '천사의 유혹'은 게임이라는 틀을 가져와 같은 묘미를 추구하려는 것은 아닐까. '천사의 유혹'이 현대판 '전설의 고향'으로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들이 주는 웃음에 깊은 여운이 느껴지는 이유

그것이 어찌 즐겁기만 한 일일까. '남자의 자격'의 미션, '남자, 하늘을 날다Ⅱ'. 제목은 멋지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제목만큼 낭만적이기만 한 일은 아니다. 시속 1200km에 육박하는 속도의 전투기에 몸을 싣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일까. 가속에 의한 중력을 체험하는 훈련에서 이 남자들은 저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중력의 무거움이 주는 고통을 이겨냈다. 심지어 이윤석은 순간 의식을 잃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들이 한 명씩 들어가 얼굴이 무너지는 고통을 견뎌낼 때, 바깥에서 그 광경을 보던 윤형빈이 "이거 웃으면 안되는데"하고 말한다. 아마도 이 광경을 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힘겨움을 생각하면 이렇게 웃으면 안되는데 왜 웃음이 터질까. 이것은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이다. '참 힘겹겠구나'하면서도 웃음이 터지는 묘한 기분.

이 평균 연령 39.4세의 아저씨들이 해병대 병영 체험에서 헬기 레펠을 할 때도 그랬고, 숨쉬는 것도 힘들다던 김태원이 몸 만들기 한답시고 뛰고 또 뛸 때도 그랬으며, 이경규가 웨이크 보드를 타고 물 위에 서려고 끝없이 물을 먹으며 보트 뒤에 달려갈 때도 그랬다. 아지트를 지으라고 데려간 폐가를 묵묵히 이 나이든 아저씨들이 망치질을 해댈 때도 그랬고 '남자의 눈물'을 보여주기 위해 속내를 털어놓을 때는 그 진정에 마음마저 먹먹해졌다.

이 과도한 듯 싶은 아저씨들의 도전에 만약 김성민 같은 에너자이저가 없었다면 이 버라이어티쇼는 쇼가 아니라 그 처절함에 눈물범벅이 되는 코너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 늘 "나 그거 꼭 하고 싶었는데" 하며 오히려 미션에 설레는 그의 모습은 이 도전을 비로소 버라이어티쇼로 만들어내는 힘이 되었다. 패러글라이딩 비행에도 힘겨워 하는 팀원들에도 불구하고 굳이 다시 그 곳을 찾아가 단독비행을 성공시키고, 보통 전투기 가속 훈련에 한다는 6G에도 팀원들이 벌벌 떨 때, 자청해 9G를 하겠다고 하고 결국 버텨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가 있어 프로그램은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남자의 자격'에서 김성민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그가 다른 이들과는 정반대로 미션을 즐기려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비로소 웃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남자의 자격'이 이 아저씨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부담이 큰 것들이다. 안되는 춤동작으로 2PM의 노래를 UCC로 만들라는 것은 이경규나 김태원 같은 나이의 아저씨가 도전하는 것 자체가 쉽지만은 않은 것들이다.

'남자의 자격'에 모인 멤버들이 작금의 예능의 대세로 자리 잡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인물들이라는 점은, 이들의 도전이 가진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하는 도전 하나하나에서, 젊은 친구들이라면 몇 번 하면 될 수도 있는 일을 더 비장한 각오로 어색해도 해내는 그 모습에서, 치고 올라오는 젊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매일 매일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네 아저씨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어느새 아저씨가 되어버린 그 나이에서 확 달라져버린 세상 속에 그래도 버텨내고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말이다.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김성민이 그 두려움도 없이 당당히 전투기에 오르고 멋지게 비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그 모습에서 어떤 짠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그 모습 속에 숨겨진 우리네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이 주는 웃음이 결코 가볍지 않고 어떤 삶의 깊이나 페이소스까지를 느끼게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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